오늘 내 중학교 인생이 끝났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 실컷 책을 읽었다.

그동안 읽지 못한 만큼.



정신차리니 7시였다.



'또 들어가면 혼나겠네..'



지겹다.

조심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부모님이 모두 보였다.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있는 눈치였다.



"왔냐, 수영아."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예."



부모..아니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 아빠라는 인간이 일어났다.

주방으로 걸어가..무언가 꺼내왔다.

'식칼'이었다.



"ㅇ..아빠..?"



"누가 니 아빠냐..!"



나에게 달려들어 복부를 찔렀다.

차갑고..날카로운 칼날이 무참히 들어왔다.



"커흑..!"



장기가 찔렸는지 입에선 피가 났다.

그런 내 앞으로 두 사람이 다가왔다.



"너만 없었으면.."



눈물을 흘리던 둘.



푸욱!!



눈앞에서 엄마라는 인간의 목에서 피가 뿜어졌다.

그러고선 본인의 목에 칼을 겨누며 나에게 말했다.



"너만 아니였으면..우리 모두는 행복했어."



푸욱!



박힌 식칼에 그는 무력하게 쓰러졌다.



아직도 복부가 뜨겁다.

점점 피가 고여 웅덩이를 만든다.



'이렇게 죽는건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죽는게 낫겠다는 심정으로 살아왔지만.

막상 죽으려니 겁이난다.



스르륵..



몸에 힘이 빠지고 눈꺼풀이 점점 감긴다.

이윽고 눈이 감기고.

중학교 인생이 끝나며..내 인생도 막을 내렸다..



아니 내린줄 알았다.



감긴 눈이 떠졌다.



밝은 하늘.

바닥은 자박하게 깔린 물들과.

주변은 넓디 넓었다.

그리고 내 앞에.



흰 코트를 입은 사내가 눈에 보였다.



"...누구시죠..?"



"음? 의외로 침착하네?"



그 남자는 쭈그려 앉아 턱을 괴며 나를 봤다.



"...누구신데 여기 계시죠?"



나는 경계를 풀지않았다.

그러니 그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살고싶니?"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다시 살고싶니?"



"..그게 무슨 말씀이죠?"



"화목한 가족 밑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싶냐고."



내가 바래왔던.

그러한 삶을.

그 남자가 건냈다.



"...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승락했다.



"좋아."



그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시선이 뒤집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으윽..!"



몸이 뒤로 고꾸라지고.

풍경이 바뀌었다.



죽기 직전과 같은..현관문.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들어가렴.]



어디선가 들린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다.



"어머, 왔니? 수영아?"



나에게 웃어주며 반기는 엄마.



"늦었구나, 늦은 시간은 위험하니 조심하렴."



나를 걱정해주는 아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네..다녀왔습니다."



나는 그 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적응되지않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게 소름끼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모습을 바래왔다.



[어떠니?]



뒤를 돌아보자 그 남자가 내 방문 앞에 서있었다.



"...누구신데..이런.."



[아저씨라 부르렴.]



눈웃음 지어주며 나를 바라보는 그..아니 아저씨는.

어째선지 따듯했다.



"..아저씨는 누구신데 저를 도와주세요?"



[..내가 누군지는 자세히 알려줄수 없지만..그저 너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이란다.]



[..가끔 도움이 필요할때 찾아오마.]



아저씨는 그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후 아저씨는 정말 도움이 필요할때 찾아왔다.



[공책이 필요하다며?]



공책이 필요할때나.



[가야할곳이 있다며 얼른 타.]



멀리 가야할때.



[배고프면 말을 하지 그랬니.]



부모님이 어쩔수 없이 집을 비웠을때.



아저씨는 나를 도와줬다.



"감사해요.."



[..감사할 필요없어..난 이미 보답 받았거든.]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없었다.



그렇게 1년..2년..시간이 지나 4년.



나는 20살이 되었다.



첫 자취방을 구해 평화롭게 살고있었다.



스르륵..



어느때나 마찬가지로 찾아온 아저씨.



[..수영아.]



"아저씨 오셨어요?!"



아저씨는 오늘따라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저씨..왜 그러세요?"



물어보았지만..답이 없었다.

그 대신 나는 답을 직접 볼수 있었다.



스스슷..



몸에서 활자가 빠져나가며..그 활자가 스파크에 사라졌다.



"아저씨..?"



[시간이..다 된거같구나.]



아저씨는 그동안 숨겨왔던것을 말했다.



[나는..김독자란다.]



그의 이름부터.



[사실..너는 처음부터 죽지않았단다.]

[너의 부모님이 자살하고..누군가 찾아와 너는 목숨은 부지했지.]

[..그 후엔..작가로 살고있었단다.]



미래의 나의 이야기와.



[그리고..내가 온 이유는..]



그의 목적까지.



[그저..너의 밝은 모습을 보고싶었어.]



"...예?"



[미래의 너는..어두운 아이였어.]



[나는..그런 너를 사랑했고.]



놀라웠다.



[...시간이 없..!]



아저씨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 했다.



내가 몸을 받아주자..



[..수영아..]



아저씨가 나를 안았다.



"아저씨..?"



[나는..너가 글을 써주는 덕분에 살수있었어..]



[하지만..미래가 바뀌어 내 존재가 사라지는거지..]



나 때문에.

나로 인해 아저씨가 죽어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저씨..! 죄송해요..제가..제가 글을 썼다면.."



[아니야..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바래왔던..결말이야..수영아..]



아저씨는 나를 살짝 밀어내며 마주보았다.



[수영아..한번만..한번만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렴..?]



아저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만..입은 미소를 띄고있었다.



"아저...독자..독자야..!"



[반말 하라곤 한적없는데..]



그 말을 하고 김독자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도..듣긴 좋구나..]



점점 몸이 사라져갔다.



벌써 가슴까지..



[이젠..정말..정말 시간이 없구나..]



[...안아주고 싶은데..손이 없다니..]



그런 상황에서도 농담아닌 농담을 던지고있었다.



"아저씨..흐윽...가지마요.."



나에게 손을 내민 그가..

나를 구원해줬던 그가.. 점점 죽어갔다.



[수영아..나를..기억해주렴.]



김독자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 모든건 너의 탓이 아니란다..그러니..]



[너도..너를 탓하지 마렴..]



나를 보며 환하게 웃던 김독자.



[...사랑한단다..수영아.]



그렇게 김독자는 사라졌다.



"흐윽...아저씨..흑..!"



김독자가 있던 자리엔..김독자가 입던 코트와 편지가 남아있었다.



[To.한수영]

[안녕,수영아 너가 이걸 읽을 때쯤..나는 개연성 위반으로 사라져있겠지.]

[너가 행복했으면했다.]

[이 세상에서 너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어.]

[그래서..내가 그랬던거란다.]

[너를 걱정했기에.]

[너를 사랑했기에 그랬단다.]

[앞으로 챙겨주지 못할테지만..건강해주렴.]



[사랑한단다..수영아]



편지의 마지막은..김독자가 했던 말과 똑같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리고 그 아랜..보석 조각같은게 눈에 보였다.



[설화 파편,'어느 신의 마지막 메시지'가 힘을 쥐어짜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곳에선 김독자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지하철에서 메뚜기를 죽이고.

회귀자를 만나.

괴물들을 죽였다.

그리고



나를 만났다.

그곳에 나를 구해주고.

함께 사냥을 하며.

강해지고 강해졌다.



일행을 위해 죽고, 또 죽으며.

그곳에 우리를 구원했다.



[설화 파편,'어느 신의 마지막 메시지'가 힘을 잃습니다.]



보석의 색이 사라지며, 회색이 되었다.



"...아저씨..아저씨만의 이야기를 써줄게.."



그렇게 이야기를 썼다.

그떄 봤던 회귀자의 이야기를.



한편 두편 써갔다.



6년후.



26살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있었다.

아저씨가 돌아오기를.

돌아와 나를 안아주기를 바라며.

계속 써갔다.



옆엔 색을 잃은 보석이 보였다.



나는 괜한 마음에 만지작거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의 코트가 걸려있었다.



'보고싶다..'



..그의 생각에 가슴 한편이 울적해졌다.



[설화 파편,'어느 신의 마지막 메시지'가 힘을 서서히 되찾습니다.]



색을 잃었던 보석의 색이 돌아오고있었다.



나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빠르게 거실로 나가보니 아저씨..아니 김독자가 서있었다.



"...!"



"...수영아..?"



김독자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너..! 이게 무슨..!"



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대신 그의 품을 안아주었다.



"아저씨..! 보고싶었어요..!"



"...수영아.."



내이름을 부르던 김독자는..그땐 사라졌던 그 손으로.

나를 안아주었다.



"이제..어디 가지마요..!"



"...알았어.."



그의 말을 들은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물이 흐르며.

나를 바라보고있는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어주었다.



"사랑한다..수영아."



"저도요..사랑해요.."



이 이야기가 언제까지 이어갈지 모르지만.

못해도 지금은 끝나지 않을.



우리의 이야기가 새롭게 쓰여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