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칼라시니코프옹의 AK-47이 소련군의 제식 화기로 채택된 이래 AK 시리즈는 전반적인 구조 변경 없이 동구권 국가들의 제식화기 자리를 꿰차왔음. 당연히 반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국가, 수많은 공장에서 저마다의 AK가 제조되었고 사람들은 때에 따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AK를 제조했기 때문에 AK는 큰 부분에선 동일한 디자인을 유지했으니 자세히 살펴보면 약간씩 차이를 보임.


일반적인 매체에서야 그런 "AK" 스타일의 소총들을 뭉뚱그려서 AK라고 부르지만 디테일에 집중하는 마니아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만한 분류법이지. 그러니 한번 AK를 구분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1. 각인


당연하겠지만 세상 모든 공산품들이 그렇듯이 AK에도 품질관리(그게 얼마나 개판인지 아닌지 상관없이)란게 존재하고, 생산 과정에서 생산관리 시스템이 아예 없는 가내 수공업이 아닌 이상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뽑혀나오는 AK를 구분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각인을 새기기 마련인 법. 각인은 사실상 이 AK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위해 생산되었는지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에 이런저런 외형 구분법보다도 제일 확실한 구분 방법이라 할 수 있음. 


출처 : Conflict Armament Research 간행물 - 칼라시니코프 패턴 화기의 식별 표시(https://www.conflictarm.com/publications/)


일반적으로 AK는 세가지 각인을 가지고 있는데 총몸 공장 각인, 가늠자 각인, 조정간 각인임. AK는 소련뿐만 아니라 동구권 국가에서 널리 제조되었던 만큼, 각 국가의 생산 관리 규칙/언어적 환경에 의거해 다른 각인들이 새겨져 있음.


(1) 조정간 각인


(2) 가늠자 각인


(3) 총몸 공장 각인




따라서 각인을 구분할 수 있다면 그 AK가 어느 국가의 패턴인지, 언제 생산분인지 알 수 있음. 다만 각인 구분법으로 모든 AK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불법으로 복제되거나 가내 수공업으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AK의 경우 이러한 각인을 특정 목적(정치적, 경제적 등등)을 위해 위조하거나 그대로 배끼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러한 AK들은 각인만으론 그 출처를 구분하기 힘듬.


벨기엄벨기엄벨기엄벨기엄

↑일종의 예시(?) 출처 : Forgotten Weapons - A Selection of Chinese Mystery Pistols (https://www.youtube.com/watch?v=4HNaB7l2GQk)


복제하는 사람이 총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 저런 괴악한 각인이 나오기도 함.



2. 총구

출처 : 소련/러시아 AK 총구 부품의 역사와 진화 과정 (https://www.thefirearmblog.com/blog/2019/03/18/history-and-evolution-of-soviet-russian-ak-muzzle-devices/)


다른 모든 화기들이 그렇듯이 AK 또한 초창기 생산분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공학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더 높은 성능을 얻기 위해 자잘한 부분들이 개량되었음. 특히 총구 부품은 보는 것 만으로 한번에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외형 차이가 두드러지므로 빠르게 AK를 구분하기 좋은 방법임.


(1) 스레드 프로텍터 (나사산 보호기) - AK-47, RPK

↑스레드 프로텍터, a형과 б




AK는 다양한 총구 부착물들 - 곡선 총열, 총류탄 발사기, 장갑차 총안구 거치대 등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으므로 당초 설계될 때부터 총열에 14x1L 나사산을 가지고 있었음. 문제는 AK가 막 제식 채용될 시기에는 이런 물건들은 계획으로만 존재하지 실제 보급되진 못했다는 거임. 따라서 야전에서의 나사산 마모를 방지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공장에서 출고될 때부터 스레드 프로텍터를 달고 나왔음.


이 스레드 프로텍터는 1960년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 좀 더 절삭한 b형으로 개량됨. 이후 아래의 경사 보정기가 보급되기 이전까지 소련을 비롯한 여러 동구권 AK 생산국들의 표준 총구 부품이었음.


(2) AKM 경사형 보정기 - AKM, AKMS, RPK, RPKS




1960년대 소련이 절삭 가공으로 생산되던 기존의 AK를 프레스 공법으로 생산되는 AKM으로 대체하면서 새로운 총구 부품을 설계했는데 이것이 AKM에 도입된 경사형 보정기임. 이 보정기는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보정기와 달리 반동 자체를 줄여주진 못했지만, 가스를 우상단으로 분출시켜 총구가 반대 방향으로 억제되도록 돕는 방식이었음. 효과적이었냐 하면... AK-74 제동기를 볼때 글쎄올시다.


생산이 반복되면서 이 경사형 보정기는 점점 더 단순한 형태로 개량되었고 최종 형태인  в 형의 경우 1977년부터 적용되었음. AKM이 다른 동구권 국가에도 보급되면서 이 경사형 보정기 또한 여러 국가로 퍼져 나갔음.


(3) AKML 소염기 - AKML, AKMSL, RPKL, RPKSL

↑장착 예시. 아래는 야간 투시경용 사이드 레일


이후 기술의 발달로 야간 전투가 중요해짐에 따라 야간 투시경 시야를 방해하는 기존 경사형 보정기의 총구 화염은 야간 전투에서 큰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고, 따라서 야간 전투용 소총(AKML, AKMSL, RPKL, RPKSL)용 소염기가 따로 개발되었음. 이 새장형 소염기에는 5 방향으로 난 구멍이 있었고 야간 전투용 소총들의 표준 부품으로써 "영구적으로" 장착되었음. 이게 무슨 소리나면 분리 자체는 다른 AK용 총구 부품들처럼 나사산에 돌려 끼워서 교체할 순 있는데... 야간용 소총들은 규범 원칙적으론 이 소염기만을 장착하도록 되어있었다는 거임. 뭐 냉전 시기 일반 병사들한테 세세한 부품 선택권 같은게 있을리 만무하긴 하지만.


이것도 두가지 형태가 있는데  б 형은 끝부분이 좀 더 둥그렇게 마감되었다는 차이점이 있음.


(4) RPK 소염기 - RPK-74, RPK-74M, RPK-201, AK-203

↑RPK 소염기. 신형(장착)과 구형(왼쪽)


이후 현대화를 거치면서 AK-74가 채용된 이후 RPK 또한 이에 맞춰서 RPK-74로 변경되는데, 여기서 골때리는 차이점이 생김. AK-74는 기존 AK의 나사산을 폐지하고 새로운 규격인 24x1.5 나사산으로 변경했지만, RPK-74는 기존 14x1L 규격을 그대로 유지함. 대체 왜 그런지는 소련 군부만 알겠지만...


여하간 기존 AKML 소염기에서 길이를 반 정도로 줄인 신형 소염기가 RPK-74에 달리게 되었는데, 이 소염기는 같은 나사산을 쓰는 기존 AK (7.62x39mm)에 장착할 수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격발시 파손의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기존 AK에 장착하는 것은 금지되었음. 이후 이 소염지는 자잘한 개량을 거쳐 90년대 들어서는 좀더 짫아지는 대신 끝 마감이 더 두꺼워진 신형으로 변경됨. 이 신형 RPK 소염기는 두가지 형태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5.45x39mm RPK-74M과 5.56x45mm RPK-201에, 다른 하나는 7.62x39mm 탄을 사용하는 AK-203에 장착되었음.


(5) AK-74 제동기 - AK-74와 파생형, AK-100 시리즈



앞에서 언급했듯이 AK-74에 들어와선 나사산이 24x1.5(프로토타입은 22x1.5) 규격으로 변경됨과 동시에 신형 제동기가 같이 도입되었음. 이 제동기는 크게 (ㄱ) AKM 경사형 보정기와 비슷한 원리로 총구 앙등을 억제하는 두개의 구멍 (ㄴ) 좌우로 가스를 분사하여 반동을 줄여주는 두개의 대형 구멍 (ㄷ) 총검 장착용 러그 - 총 세가지 기능을 지닌 일종의 완성형 제동기라고 할 수 있었음.






↑초승달(1973~1979년)


↑지그재그(1977~1983년)


↑와셔(1983년 이후)


↑강화 와셔형(AK-100 시리즈)


이들 제동기는 원리는 동일하지만 시기에 따라 생산 방식과 세부적인 가공 형태는 약간씩 차이가 났는데, 각자 반동구의 가공 형태에 따라 초승달형, 지그재그형, 와셔형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음. 한가지 특이한 점은 지그재그형의 경우 튤랴에서 생산한 제품이 이즈마쉬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총검 장착용 러그가 좀 더 길다. 마지막인 강화 와셔형은 AK-100 시리즈에서 도입되었음.



(6) AKS-74U 소염기 - AKS-74U


이후 단축형 소총인 AKS-74U가 생산될때 극단적으로 짧은 총열에서 총구 화염을 줄이기 위한 전용 소염기 (나사산 24x1.5 규격으로 동일)가 새로 생산됨. 처음에는 굴곡이 없는 통짜 원통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낸 형태로 발전함.


(7) AK-100 시리즈 제동기



소련이 붕괴된 후 러시아가 개혁 개방을 겪게 되면서 이즈마쉬 또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신형인 AK-100 시리즈 소총들을 설계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동기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김. 앞서 말했듯이 이 "강화 와셔형" 제동기들은 기능적으론 거의 동일했지만, 7.62x39mm 탄을 사용하는 AK-103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5.45x39mm 외에도 7.62x39mm용 제동기가 새로 생산됨. 5.56x45mm 탄을 사용하는 AK-101의 경우 그냥 기존 5.45x39mm 용 보정기를 그대로 유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음.


이 AK-100 시리즈용 제동기들은 총구 부품 고정용 러그에 좀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 근처를 깎아낸 파생형도 일부 생산되었음.



또 AK-102, AK-104 같은 카빈형의 경우 AKS-74U의 소염기를 더 단축한 형태의 소염기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출고되었음. 이 물건도 7.62x39mm용을 따로 생산함


(8) 그 외

↑AK-12 프로토타입의 제동기. 기존 AK-74 제동기의 반동구가 두개로 분리되고 베이스가 없이 길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음


↑AK-12/AK-15의 제동기. 총검 장착 러그는 지그재그의 형태로 변경되었고 위에는 제동기의 구경이 쓰여있음

이 제동기들은 QD 마운트라는 새로운 고정 메커니즘을 사용함.


↑AK-12K/AK-15K의 새장형 소염기.


↑AK-200 시리즈의 새장형 소염기.


↑RPK-16의 소염기


↑AK-308의 소염기.


↑Vityaz-SN의 제동기


↑SR-1 소총의 제동기.


이외에도 동구권 국가에 따라 소련과 약간 다르거나, 완전히 독자적인 총구 부품을 사용하는 등 조금씩 차이가 있음. 현대에 들어와서는 애프터마켓 부품도 상당히 많아져서, 개조를 거친 AK라면 총구 부품만으론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많아짐.








나머지는 나중에... 장문글 쓰니까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