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시인 김수영

강인함과 자유를 노래하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푸른 하늘을-



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눈-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

-너를 잃고-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시여, 침을 뱉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