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와 같이 살고 싶어."


그렇게 말을 했던 건 다름 아닌 당신들이었다.


당신들이 나를 암살 기계로 기르든, 어떻게 기르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그에 순종하며.


내가 가진 것들이 날뛰지 않도록 제어하는 법을 배우면서.


그렇게 살아왔다.


당신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나는 몰랐다.


나를 단순히 힘이 강한 종처럼 부린다고 한들.


나에게 감정을 죽이라고 한 들 그것들을 전부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무언가.


내가 목숨바쳐 일한 대가가 이것인가?


"죄인, 알레한드로는 들으라!"


"...."


"그대의 죄명, 황족 시해의 죄가 명백히 밝혀진 바! 그대를 사형에 처한다!"


".... 하하."


힘이 빠진다.


그래, 원래는 내가 죽으려고 했던 목숨, 남이 끊어준다는데 무엇이 나쁘리오.


그저.


내가 저들을 믿은 것이 바보 같은 것이지. 


그러니, 딱 한 마디만 던지고 가자.


"당신들은, 참으로 이기적입니다."


그들에게 들릴 정도로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말을 뱉는다.


-쾅.


"네놈!!!"


격분하는 내 주인격이었던 자를 빤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그 날에 또, 이들은. 


이기적으로 굴겠구나.














황족에게는 전해져 내려오는 힘이 있다.


다른 이들은 그를 신의 축복으로도, 다른 이들은 그를 마나라고도 불렀다.


쌍둥이로 태어나는 이들에겐 이란성이든 일란성이든, 그 힘이 먼저 태어난 이에게 더 강하게 들어난다.


그 힘은, 제어를 하지 못하면 큰 재앙이 되어 나라를, 이 땅을 없앨 수도 있었다.


그것을 우려한 선조들은, 지독한 악습을 하나 만들었다.


"먼저 태어난 쌍둥이를 감정적으로 불구를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강한 학대, 강한 세뇌. 그를 통한 감정만의 제거 작업. 


이렇게 만들어진 그들은 종자로 일을 하다, 자신의 주인, 동생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 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일은 이때 일어났다.


"... 뭐?"


".... 네 오빠. 네 쌍둥이 오빠 말이야"


"그 사람이 왜...?"


나는 어찌 되었든 그러한 풍습을 알게 되었다. 후계자가 되었을 때, 또 쌍둥이가 태어나면 그중 먼저 태어난 아이를, 내 오빠 처럼 만들어야 했으니까.


"..... 그 사람한테 갔던  네 아이. 자주 놀러갔었잖아."


"..... 그렇- 근데 잠깐. 그 애 가 왜....?"


".... 그 사람이 사용하는 능력의 형태로, 네 아이가 죽어있었어."


"...... 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능력은 황실의 전유물이었다.


이것을 손에 넣기 위해 연구하는 자들은 있었지만, 그런 곳은 대개, 실패를 겪었다.


그렇기에, 이 일은, 그가 한 것 외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런 단체들은 이번 대에.... 있던 일 때문에 속속들이 숙청을 하고자 했고.


그럴리 없는, 나를 위해 수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 해도, 이건 있을 수 없는, 범인이 명백히 한 명 뿐인 일이었다.


-꾸드득.


"....... 그 사람 잡아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오빠에게, 직접 들어야 했다.











"제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


지독하게 묻어나는 그의 염세적인 태도. 갑작스레 데려왔으니 그가 이런 걸 묻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나에게는 그것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가증스러웠다. 그가 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허나, 찾아온 그 시신. 내 아이의 시신에서는.... 어쩔 도리 없는 내 혈육의 힘이 보였다.


그것을 배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당신은. 황족 시해의 죄를 쓰고 여기에 있는 거에요."


"..... 네?"


아무리 알고 있는 진실, 과거가 있다 한들, 그의 이러한 행보가 다른 이들에게 용납 될리가 없었다.


당장에, 나와 아바마마 마저 이 사람이 그러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이 사람 말고는, 죄인이 없다. 용의자가 없다.


증거는 모두.


이 사람을 가르킨다.


".... 그렇군요."


그는 여전히, 염세적인 태도였다.


이 태도들 모두가, 가증스레 느껴졌다. 


"당신 말고, 가능한 사람이 없어요. 황실의 능력으로 인해 죽었으니까요."


"........."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무엇을 말해도 나는 듣지 않을 것이라는 듯이 입을 닫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았다.


"뭐라 말이라도 해봐요. 당신, 그 아이랑 가까웠잖아."


"제가 할 말은 한가지 입니다. 전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 그래요. 그렇겠죠."


그러나, 그 말고는. 그 누구도. 그 능력을 가질 수 없다. 단 한명. "나"를 제외하고는.


허나, 나는 그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되는 그날, 집무실에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건. 이 사람 뿐.


...... 끝까지 거짓말만을 반복할 셈이구나.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이 든 나는, 그를 더 이상 내 혈육으로 여기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선조들이 바라본 대로였다.


감정이 없는 자는, 도구로써 대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다가온 처형의 날. 그는 순순히 처형을 당했다.


모두가 의문을 가졌다. 이기적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나조차도 그러했다. 아바마마도 그러했다.


"..... 그 아이를..... 하...."


"선조가 옳았을 뿐 입니다. 아바마마."


"...... 그래. 그런 거였겠지...."


서로 그리 말하며,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잊으려 해본다. 나와 결혼한 황후는,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몸져 누워있으니, 건들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이는 새로 만들면 된다. 새로 낳아서, 새로 길러서.... 그래서 잘 살면 된다.


그리 생각하며, 황비들을 들이며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갖추었다.


그러나. 비극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날아들어왔다.












".... 다시 한 번 말해봐."


"..... 그게- 검은 달이 모습을 다시....."


"..... 말도 안돼...."


검은 달이 다시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본부부터, 잔당까지. 모두 쓸어 담아 죽였다.


.... 내 오라비였던 자의 능력과 나의 능력으로.


그런 자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그럴리가.... 그럴 수 없다.


"... 당장 놈들을 추격해."


".... 그러나, 폐하. 그것이...."


"왜 그러지?"


"놈들이.... 묘한 능력을 사용했다 합니다."


"능....력....? 무슨 능력."


그들이 이 나라를 죽도록 위협하는 마물들과 마기를 정화하는 것을 마뜩찮게 여기며, 방해하고, 연구하며 다루려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 능력 계열일 가능성이 있었다. 허나 그랬다면, 우리 주변의 결계가 그를 알아차려야 했다.


"...... 그게..... 폐하의 능력과 비슷한 것을 사용했다는.... 보고가....."


".... 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사들이 잘 못 보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꾸드득.



떠오르는 생각을 애써 떨쳐낸다. 선황에게 까지 말해야하나?


아바마마를 불러들이어야만 하나?


아니다. 이건, 우선 내가 처리해야한다.


"아바마마에게는 최대한 늦게 알려라."


"예...? 허나...."


"그분은 지금 이런 걸 보고 들을.... 그런 상황이 아니야."


마음이 약해진 그분이다. 만약, 이 가능성을 듣는다면, 쓰러지실지도 몰랐다.


".... 한동안 집무는.... 어마마마에게 부탁드려야겠군."


그렇게, 나는 불안한 것을 찾아 떠났다.













".... 허억..... 허억...."


놈들을 어찌 어찌, 제압해 나갔다.


"크흐! 보아라! 이게 우리가 마기에서 발견한 가능성이다!!"


그들은 그리 말하며, 나와 비슷한, 그러나 이질적인 능력을 사용하며 덤벼들어왔다.


"크흑!"


하나하나 쓸어나갔다. 그들은 이 힘을 급조해서 얻었다.


그렇기에, 숙련도의 차이로 밀고 나갔다. 억지로 놈들을 잡아 눌러, 죽였다.


그리고.


놈들의 아지트에 들어왔다.


..... 연구 기록을 찾아봐야해.


그게 우선이다.














"..........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거짓, 거짓이어야 했다.


이게 진실이면 안됐다.


그들이 연구하던 건, 마기를 우리의 능력과 비슷하게 쓰는 것.


우리에게 계속 지니, 우리를 이길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


그러나, 만들어진 건 우리와 비슷한 능력.


만들어지는 열상, 상처의 종류, 감정에 따른 능력 강도 변화.


모든 게 똑같았다.


"..... 이럼, 그 놈은, 오빠는....."


-콰아아아아아


주변이 흔들리고 파인다.


어떻게든 능력을 억누르고, 감정을 추스른다.


그들의 계획이 적힌 일지마저, 천천히 읽는다.


"........ 아......."


이성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능력이 강한건, 내가 아닌 오라비이다.


그러니, 그들은 그의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만들었다. 그 방법이, 오라비가 사용하는 능력의 형식에 맞춰, 내 아이를 죽이는 것.


그리고선, 신뢰를 잃은 그가,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꼬리가 잡히지만 않았다면, 그들은 능력의 숙련도마저 올려서, 나를, 이 나라를. 멸망시켰으리라.


-까드득.


이가, 갈렸다.


오라비의 시체는, 이미....


"..... 아."


그래. 효수된 머리는 어딘가에 보관되어져 있을거다. 본보기로 걸려있었을 테니까.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다.


그의 머리만- 이라도....


있다면.... 모든 상처를........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더 늦으면 안된다. 혹여라도, 그의 신체가- 더.... 더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어떤 교육을 받는지, 어떻게 자라왔는 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 가혹한 강제 교육을 시킨 아바마마가, 이걸 알기 전에- 이걸 알기전에 제발...!


그의 시체의 흔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하나, 하나 하나, 억지로 모은다.


"내놓아라!!!"


굶주린 사자들의 밥으로 던져준 것들을, 다시금 모은다.


"이게 아냐, 이게... 이게..." 


-으득.


내가 처음에 무서워하고 싫어하던 것은, 그가 나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알량한 생각에서 부터였다.

나를 위해, 몸을 심하게 다쳐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 나는 그 생각을 접었다.


그는, 그는..... 그럴리 없는 사람이라고, 이미 결론을 내놓고서.


다시, 그를 무서워하고 버리고, 죽였다.


-"당신들은, 참으로 이기적입니다."


이런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오는 듯 했다. 오빠의 그 마지막 말이.


"으아아아아아!!!!"


아냐, 아냐, 아냐 오빠.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아냐!!!


"헉.... 헉....."


겨우, 겨우..... 그 모든 걸 모았다.


"........ 신전."


신전으로 가야했다.


몸이 아프고, 배고프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상처만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


가능할 거다.


제발, 제발.....






















".... 되살리는 건.... 불가능,.... 합니다... 폐하...."


"........ 뭐라... 사- 상처지 않느냐- 상처, 일뿐이면,  그대들은 늘-"


"이건, 죽은 겁니다. 폐하. 원 상태에 가깝게 몸을 재생 시켜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정작 중요한 그분의 영혼이...."


".............."


-털썩.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내가 무서워했던 존재는, 나를 가장 오래 지킨 존재였고, 그 나를 가장 오래지킨 존재는, 내 어둠에 의해 찔려 죽었다.

".... 몸이라도, 재생, 시켜다오...."


할수 있는 건 그것 뿐이었다.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정기적으로 이 시신을 위해서 찾아와 주게. 재생만 걸어줘. 부패를 막아주게."


".........폐하, 그건...."


"부탁하네!! 제발... 제발....."


"... 알겠습니다."


나는 다시 돌아온 차가운 오라비의 시신을 안고, 오라비가 그나마 황실에서 가장 오래있던 유리정원에 간다.


"......"


그 꽃들 사이에, 그 꽃들 정 중앙에.


오라비의 시신을 둔다.


.... 이제는, 아바마마를 뵈어야 했다.














"...... 무슨,... 말을,....."


아바마마의 반응은 딱 저 말이었다.


"아... 아니어야, 아니어야만.... 한다...."


"..... 아바마-"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이, 이 손으로,...! 이 손으로 그 아이의 감정을, 없애는 그 교육을....! 그 교육을 직접 행해 왔는데....! 그걸, 행해.... 왔는,.... 크윽...데..... 


그 아이가, 그 애가, 내게 죽고 싶다고 빌때, 살아달라고 한 건 나였는데.... 근데, 근데....."


-털썩.


"근데, 근데.... 어째서....."


"아바마마, 이건-"


"시끄럽다!!! 뭐가, 뭐가.... 그 아이를 위한다는 거냐, 그 아이를 이리 저리 끌고 다니며, 뭐가 그 아이를....! 하아.... 하아...........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 유리 정원에 있습니다."


".... 보러가고 싶구나."


"...... 예."


그렇게 아바마마는 오라비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네가..... 이리 잠들게 하면 안되는 거였는데....."


머리를 쓰다듬고, 운다.


나는 아바마마를 위해 자리를 피했다. 그게, 옳은 일인듯 했다.












"..... 아바마마."


".... 아, 왔니? 네 오라비가 아직도 자서 말이다....."


"...........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 그럼! 했지, 이 애가 걱정되서 와있을 뿐이란다."


"......."


아바마마는 그 날 이래로, 미쳤다.


나는, 그 날 이후로, 아이를 가지는 것이 겁이 났다.


'내가 과연, 이런 일을 견딜 수 있을까?'가 의문이었다.


그 결론은, 아니다 였다.


"...... 하......"


오빠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이기적이다. 오빠의 시신을 자연을 돌려보내지도 못하고, 그것을 계속 더듬는다. 못해준 것들을 더 해주기 위함이라는 탈을 쓰고.


"............."


가끔, 그런 생각으로 인하여 아이를 가지면 오빠가 기뻐하지 않을까. 그 아이 처럼 가깝게 지내지 않을까- 라는 미친 생각이 올라올때면, 나도 미쳐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 만약, 우리가 오빠를 살릴 수 있었다면.


다시 살려내어, 이기적으로, 그가 원하던 끝맺음을 뺐어가는 일이 되었으리라.


우리는 참으로, 이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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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후기. 


설정으로 잡아놓은 것의 하이라이트 본이자 최종장.


내가 보고 싶어서 급하게 쪄봤음.

역시 한 번 써보니까 설정이 조금더 구체화가 되어진 느낌이 없지 않아있는 듯.


아- 맛있었다.


이렇게 보니, 후회보다는 피폐의 감정이 더 짙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긴 한데.....

뭐어- 맛만좋으면 그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