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처음 써봄



배경은 어느 산골의 숲에 둘러쌓인 마을. 그리고 유명하지 않은 민간 신앙 속 신처럼 절대신이 아니라 수호신같은 후붕이. 

엄청난 힘으로 자연재해를 멈추거나 기근을 짜잔하고 해결할 수는 없음. 하지만 사소한 듯 보여도 방치하면 크게 위험해지는 일이나 마을사람들 중 거동이 힘든 노인과 약자, 위험한 곳까지 놀러나가는 아이들을 알게 모르게 도우면서 잔잔하게 살아감. 이게 아무리 사소해보여도 작은 마을에서 몇십 몇백년이 쌓이면 우습게 볼 게 아닌거지.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는 거임. 그래서 지금까지도 작은 신사에 공물을 바치거나 청소하는 등 마을 사람들한테 매우 사랑받는거지.


그리고 이게 심기에 거슬리던 후순이. 후순이는 마을을 이끄는 큰 가문의 당주임. 마을을 위해 일하는 당주인 나에게 돌아와야 할 관심과 존경이 저런 하찮고 힘도 없는, 신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놈한테 돌아가는 게 짜증나는 거지. 어릴 때부터 신을 받들어야 한다며 질리도록 들어온 후순이 눈에는 그 작은 공물조차 아까워 보이기 시작함. 여기엔 내심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후붕이를 향한 질투와 열등감도 내포되어 있고.


그래서 후순이는 가문의 힘을 등에 업고 후붕이를 묻을 생각을 함. 이제 후순이네 가문은 신에 대한 기록이 시작된 것보다 더 오래 전부터 존재해오면서 마을을 돌보던 굉장히 유서깊은 집안임. 그래서 이걸 빌미 삼아서 점점 여론을 자기 쪽으로 끌어오는 거지. 후순이는 이런 집안이 갑자기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 알 수도 없는 신을 모시는게 말이 되냐부터 온갖 악의적인 이야기들로 후붕이가 해온 일을 날조함. 옛날 후붕이가 나타났을 때 마을을 수호하던 신물이 사라졌다더라, 숲에서 아이 손을 잡고 사라졌다더라, 사실 그 다리가 무너지기 전날에 후붕이가 뭔가를 하고있던 걸 봤다더라,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도 믿지를 않았음. 후붕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도 있고, 나름 신앙이라서 반발을 하기도 하고. 하지만 후순이나 날조한 증거들이 한개 두개 나오고, 점점 쌓여가며 교묘하게 날조된 증거만 수십개가 되어가자 사람들도 하나 둘 돌아서는 거야. 


결국 후붕이를 믿는 이들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과 아이들만 남고(아이들은 후붕이를 볼 수 있다는 설정) 후붕이의 신사는 점점 엉망이 되어감. 공물은 끊겼고, 아무도 청소를 해주지 않아서 흙먼지와 낙엽만 쌓여감. 처음에는 그래도 사람들을 돕기 위해 숨어서라도 일을 하던 후붕이지만, 신앙이 점점 사라져감에 따라 힘을 잃어감. 종래에는 자신의 신사를 겨우 치울 정도의 힘 만이 남고, 후붕이와 신사는 그렇게 점점 스러져 감. 

후순이는 엉망이 된 신사를 보면서 코웃음만 침. 드디어 저 쓸모없는 망령같은 것이 잠잠해졌다면서.


그런데 그 날 이후로 마을 상태가 점점 나빠짐.


이전에는 금방금방 수리되거나 보수가 되어있던 시설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잦아짐. 밭에는 전에는 없던 까마귀들이 떼지어 나타나 골머리를 앓음. 그리고 마을을 둘러싼 숲에서 실종되는 사람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함. 이전에는 그래도 마을까지 이어져 피던 꽃을 이정표 삼아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꽃마저 모두 시들어 버린거임. 사람들은 당주인 후순이에게 해결책을 요구하지만 후순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음. 시설이나 밭은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는데 숲은 정말 손을 쓸 수가 없는거지. 후순이는 그때서야 과거 기록을 뒤져보다가 봤던 게 생각이 남. 옛날 옛적의 마을을 숲에 있는 삿된 것들에게 크고 작은 위협들을 오랫동안 받아오다가, 당시의 당주와 누군가의 희생과 활약 덕분에 안전해질 수 있었다는 내용을 뒤늦게 생각해낸 거임. 그리고 그 시기가 후붕이가 신으로써 나타난 시점과 겹친다는 사실도.


후순이는 그제서야 자신이 한 행동이 이 일의 원흉임을 깨닫고, 당황하며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로 다급하게 신사로 감. 단순히 후붕이를 질투했을 뿐이지 마을을 망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어떻게든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되돌려야 했음. 


그렇게 도착한 낡고 더러워진 신사에는 선객이 있었음. 후순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복장을 한 여인이었음. 그 여인이 바로 후진이인데, 후진이는 후순의의 먼 선조, 즉 삿된 것들을 막아낸 바로 그 당주였음. 후진이는 분노와 원망에 찬 얼굴로 강렬한 기운을 풍기며, 후붕이를 안아든 채로, 후순이를 쏘아보고 있었음. 그리고 경악하며 후진이를 알아본 후순이가 내뱉는 변명아닌 변명을 끊으며 이야기를 해줌.


후진이와 후붕이는 소꿉친구였음. 당대 당주 부부였던 후진이의 부모와 그들을 보좌하던 후붕이의 부모가 각별한 사이였기 때문에, 후진이와 후붕이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기회가 많았거든. 두 사람은 꽤 많은 공통점이 있었음. 


영특한 머리, 정의로운 성격,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 요절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몸이 약해 잔병치레가 잦았다는 점까지.


후진이는 분명 영특했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당주를 맡기에는 몸이 너무 약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절망해왔음. 만약 당주 자리에 오른다 해도 얼마 살지 못할 게 뻔했으니까. 꿈을 펼쳐보지 못한다는 게 죽음보다 더 두려운 일이었던 거지.


그런데 그렇게 희망없이 살아가던 후진이는 어느 날 후붕이와 만남. 말했다시피 공통점도 많고 부모끼리도 친하니 둘이 친해지지 않을 이유는 없었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며 점차 희망, 살고 싶다는 욕심을 품으며 조금씩 몸이 좋아지는 듯 보이기도 했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은 그렇게 쭉 잘 풀리지 않았음. 후붕이의 몸 상태가 악화된 거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후붕이는 후진이에게 부탁을 함. 마을의 신목 근처에 신사를 짓고, 마을에 전해 내려오던 신물을 이용해서 자신을 수호신처럼 만들어 달라고. 


신목과 신물은 지금까지 마을을 지켜왔지만 점차 그 힘이 다해가고 있었던 거임. 그래서 숲의 삿된 것이 주는 위험이 점점 늘어났던 거지. 후붕이는 자신이 미련을 가지고 죽어 망령이 된 다음, 그 둘의 힘과 앞으로 쌓일 힘을 합치고 엮어서 마을을 지킬 생각을 함. 그리고 자신의 가장 큰 미련이 바로 후진이라며 나름의 고백도 하고. 후진이는 펑펑 울면서 고민에 빠짐. 그러면 후붕이는 미래에 혼자서, 아는 사람도 없이 외롭게 존재할테니까. 하지만 후진이는 후붕이의 뜻을 존중하며, 마침내 후붕이가 죽던 날 계획을 실행시켜 후붕이를 신으로 만듦. 그리고 온갖 용하다는 약을 써가며 어떻게든 당주 자리에 올라 일을 마무리 함. 비록 짧은 시기였지만, 생전 후붕이가 세워둔 계획과 후진이의 역량이 뛰어났기에 일은 무리없이 잘 마무리 됨.


그리고 후진이는 차기 당주가 될 자신의 동생에게 후붕이에 대해 신신당부를 하고 이른 나이에 눈을 감음. 하지만 후붕이의 미련이 후진이였던 것처럼, 후진이의 미련도 후붕이었던거지. 후진이는 그대로 떠나지 않고 신목에 깃들어 휴식을 취함. 후붕이는 여러 방법으로 신이 될 수 있었지만 후진이는 현재 단순한 망령에 불과했으니까. 언젠가 지신도 힘을 모아 신령이 되기 위해서 후붕이를 보고픈 마음을 참은 채 눈을 감은거지. 그리고 마침내 신령이 될 만한 힘이 쌓여갈 때 쯤, 갑작스럽게 마을의 상태가 나빠진 것을 감지하고 눈을 뜬 거임.


그런데 그 사이에 이런 일이 생겨버린 거지. 자신들이 그렇게나 힘들게 일궈온 것들이 후손 하나의 손에 무너진거야. 후진이는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해서라도 일찍 깨어났어야 했다며, 그때 후붕이의 부탁을 들어주지 말고 편하게 보내주는 게 나있을지도 모른다며 서글프게 후회함. 그리고 다시는 후붕이를 혼자 두지 않겠다 맹세하는 거지. 그렇게 후진이는 한없이 상처받고 약해져서 눈을 뜨지 못하는 후붕이를 소중하게 안아든 채로, 후순이에게 날카롭게 화를 낸 뒤에 사라짐.


후순이는 뒤늦게 자신의 손으로 그토록 존경하던 선조와 사랑하는 마을을 망쳤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하며 후회함. 마을 사람들 또한 그 소식을 들으며 자신들의 어리석음과 후붕이의 헌신을 배신한 행동을 사무치게 후회함.



마지막에 힘 다 빠진 거 같긴 한데... 이거 어떰


(+폰으로 써서 오타 개많네... 수정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