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석 다 다듬었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전편에서 잊어먹은 게 있었는데


원글 : https://arca.live/b/regrets/99405997


원글 올리는 걸 깜빡했었네요.....

반쪽짜리 글쟁이가....

오래 걸린 점 죄송합니다. 또 다시 현생과 맞붙었습니다.

오늘은 다 써볼까 하고 쓰려고 앉으면 어느샌가 제가 그 자리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찾아주실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반쪽짜리 놈의 2편을 올립니다.

마지막은 어떤 루트로 갈지 안 정해서 그냥 어느 쪽이든 나올 수 있게

제 나름대로 썼으니 잘 봐주십시요...


ps. 넣어줬으면 하는 써 줘 사료 아직 받습니다.


ps. 루트는 저번에 https://arca.live/b/regrets/99451204 이 글에서 나열한 거에서 변하지 않았습니다.


      1. 이대로 남주가 모든 것과 연을 끊고 살아가려고 하고 

       그런 그를 떨어져 나갔던 인연들이 다시 붙잡으려는 확장 손절치기 후회루트


      2. 그렇게 손질치려했지만 마지막에 서미래가 한 트라우마 자극 대사 때문에

          헤어지고 난 후 감옥, 대학, 금태양에게 받았던 트라우마가 울분과 억울함으로 변절되어

          여주와 대학 가족등 자신을 믿어주지 않은 이들을 이용해 잃어버린 삶을 보상 받으려는 관계역전 후회루트


다만 회귀루트는 위에 꺼 끝나면 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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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이 감옥에 갇혀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순간이 5달이 되어갈 무렵

그 동안의 서미래는 인생의 최고의 순간만을 누리고 있었다.

함께 오래 지내오고 믿어왔던 소꿉친구이자 이전 연인이

추악한 성범죄자였다는 흠이 있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본인의 아름다움을 치하해주고 

떠받들어주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데다

또 최근에는


"해외에 있으면서 딸인 너에게 제대로 해주지도 못한 게 떠올랐었단다....

 그 땐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엄마 아빠...용서해줄 수 있겠니?"


해외에서 업무를 보던 부모님의 관계가 나아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날 그녀는 간만에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 동안 가정에서의 일들이 모두 치유되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 본인도 어른이니 모든 걸 이해하고 풀기로 하였다.

그렇게 서미래의 가족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그러던 중


"네가 우리 그룹에서 운영 중인 곳을 한 곳 맡기고 싶구나

 해줄 수 있겠니?"


아버지께서 제안을 했다.

서미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나은 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네 해볼게요!

 아버지에게도 저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대학의 일이라면 걱정말거라. 너도 그 곳이 우리 그룹이 후원하는 대학이라는 걸 알고 있을테니

 대학에는 내가 잘 말해두마."


자신만만하게 그녀는 답했다.

그렇게 서미래는 대학생 신분에 그룹에 일부를 가지게 되었다.

대학생활도 가정에서도 모든 게 행복으로 가득했었다.

어느 새 윤철에 대해서는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그의 대한 기억이라할 물건인 그녀의 이니셜이 새겨진 커플 반지는 

그녀의 방구석 어딘가에서 먼지만 먹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마저도 이미 그런 물건이 있었나 수준으로 잊어버렸었다.

그녀의 머리속과 가슴 속에는 지금 한 남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어느 한 사람의 존재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김대일.


그하고 만나면서 자신에게 행복이 찾아왔다고 믿게 되었다.

심지어 그는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그녀가 다니는 대학에 다닐 정도의 골든 썬 기업 사장의 아들이었다.

비록 장남은 아니고 3형제 중의 막내였지만

그럼에도 그가 좋았다.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었으니까.

게다가 그녀의 위치와 그룹의 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를 차기 기업 후계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서미래는 김대일에게 빠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김대일하고의 데이트 약속을 잡고 

그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너무 수수한가? 뭐 어때! 데이트 하면서 옷이야 새로 사면 되지.

 그리고 잘하면 오늘 대일이한테 처음까지 모두...후후..."


그런 생각을 가지며 약속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신경쓰이기는 했다.

부모님과 화해하면서 이전 남친과 헤어지고 새로운 남친이 생겼다는 걸

본의 아니게 말해버렸다.

아버지는 그 때문에 그녀의 주변에 경호원들을 붙여놨다.

아마 지금도 그녀 주변에 몰래 변장하고 따라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아...아빠도 참...아무리 딸 바보 기질이 터졌다고 해도 이렇게까지는.... 

 근데 정말 있기나 한 걸까? 나도 보지는 못했다보니..."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이동하다가

약속 장소에 다다를 때쯤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일이다! 오늘도 여전히 멋있어!"


김대일이었다. 

약속 장소에서 누군가랑 전화를 하고 있는 듯 했다.


"후후...내가 바로 가까이에 오고 있는 것도 눈치 못 챘네?

 살짝 놀래켜볼까?"


서미래는 그런 김대일을 뒤에서 덮쳐 놀래키기 위해

살금살금 다가가갔다.

그게....그녀의 지금까지의 행복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되리라고는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추하고 못난 존재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오리라고는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며 점점 그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예상치도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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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일 시점


김대일은 약속 시간에 먼저 도착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그 새끼 요즘도 발악질한다고?"


전화의 대상은 윤철이 갇혀있는 교도소의 교도소장이었다.


-"예. 워낙의 자기 죄를 부정하고 있다보니 이게 죄수들을 알아서 자극까지 하고 있습니다.

  죄수들이야 미성년자, 아동 성범죄 관련이라면 본인들도 치를 떨고 엮이고 싶지 않아하니 적극적으로 

 잡아 족치고 있습니다."


"뭐 죄수 새끼들이 잘 패줄테니까 문제는 없을거 같고

 그냥 방치나 열심히 해.

 그 쪽도 실적 늘면 좋잖아?

 그걸로 모범 죄수 몇몇 추려낼 수 있을지 누가 알아?"


-"예!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지고 

또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였다.


"어 나다."


-"오늘 뭐함?"


"뭐하기는 데이트지~"


-"캬~이 새끼 드디에 네가 그 잘난 그룹 회장 따님을 주무르는구나 부럽다 부러워~"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두고봐라 이번에 그 년데리고 호텔까지 직행해서

 다시는 나한테서 못 벗어나게 할거니까."


-"오냐 알것다. 그나저나 너 지금 이 순간까지 온 거 우리 덕도 있다는 거 잊지마라?"


"아 알았다고."


-"그나저나 그 년 어때? 다 넘어온 거 같아?"


친구의 질문에 김대일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야 걱정마~ 당연하지. 이제 나한테 아예 넘어왔다니깐~?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회장 따님도 별거 없더라 야~ㅋㅋ

 근데 이 년 진짜 골 빈 게 얼마나 지 남친한테 애정이 얼마나 없었으면 진실여부도 안 따지더라.

 바로 차버리고 깜방까지 보내고 말이야. 

 보고 있는 내가 불쌍할 지경이더라."


-"그렇게 쉽게 찼다고? 진짜 머리 빈 년이네. 네 말이 맞았네 맞았어."


"어 그 년 전 남친 완전 쭈그리더라고 쭈그리

 그 년이 조금만 성질내도 바로 쫄아서 기더라고

 얼마나 ㅈ밥으로 보였는짘ㅋㅋㅋ 

 게다가 그 영상 그거 좀만 자세히 봐도 그 새끼랑 키 비율이랑 몸매도 완전 다른데

 얼굴만 보고 바로 성범죄자 딱지 붙이고 차버리더라

 내가 깜빵 보내자니까 순순히 지 재력써서 보내버리고

 법적조치까지 다 붙여주고 나야 돈 굳어서 좋지 뭐.."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 동안 가려져있던 추악한 진실이

위에 더러운 음담패설과 함께 드러났다.


"게다가 요즘 딥페이크 기술이 좋잖아~

 식은 죽 먹기였다.

 내가 만지고 딥페이크로 그 찐짜 새끼 얼굴만 붙이면 되니까

 조작하기 얼마나 쉬워~"


-"근데 그 고등학생은 뭔데 그렇게 쉽게 영상 만들었냐?"


"아 그거 그 년 애비가 우리 회사 하청업체 사장인데

 돈 쪼들리는 거 해결해줄테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해서 건진거야~

 덕분에 나도 그 찐따 새끼 확실히 보내버릴 영상 만들고 젊은 미성년 몸뚱이 만져보고

 그 년은 나한테 돈도 받아가고 서로가 윈윈이라고 하는 걸 이거 보고 말하는 거 아니겠냐?

 게다가 알고보니 그 학교가 그 찐따 새끼 여동생이 다니던 학교더라고 

 덕분에 엮기도 더 쉬웠고 말이야 완전 개이득에 일석이조였다니까~ㅋㅋㅋㅋ"


그렇게 김대일은 자기 친구하고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모든 걸 떠들어 댔다.


"아아 걱정마 질리면 너희도 먹게 해줄테니까.

 나야 우리 아버지 후계만 받고 탄탄대로만 되면 그 년이 눈에 들어오겠냐?

 그 사이에 쑤시고 박고하고 나면 완전 허벌 되어있을텐데 뭔 맛으로 먹겠냐?ㅋㅋㅋ

 알았다 알았어. 내가 오늘 확실하게 보내버릴거니까 기대해."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이미 서미래를 손에 완전히 넣고 

모든 행복을 거머쥘 미래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자신에게 속아넘어가준 서미래에게 감사 섞인 조롱을 표하며

하지만..


".....너...그게 무슨 말이야?"


그 미래는 허황된 꿈이되었다.

순간 들린 목소리에 김대일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는 황망함과 허탈함 그리고 증오가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한 

서미래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미...미래 너...언제..."


"입 다물고 똑바로 말해. 너 방금 한 말이 무슨 말이야? 말해!"


서미래의 대답과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

그리고 자신이 떠들던 모든 말을 서미래가 다 들었다는 생각에

김대일은 자신의 포커스를 잃고 말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떄문이다.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나온 말도 모두 횡설수설이었다

사실상 김대일의 모든 야망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아이러니한건 이 몰락의 원인이 자기 자신이었다.


"미...미래야 이...이건 친구놈하도 별 지랄을 다해가지고

 조용히 시킬려고 한 말이야

 전부 넝담이라고~하하...

 자꾸 모텔 가니 뭐하니 진도 뺄거니 하니까"


김대일은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 했지만

서미래는 이 말을 더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바로 핸드폰을 꺼내 호출버튼을 눌렀고

버튼이 눌리자 바로 그녀를 경호하던 경호원들이 나타났다.


"어어!? 미...미래야? 이...이 사람들 뭐야?

 엉? 미래야 너...방금 그 말 믿는 거 아니지?"


"아저씨들 이 새끼 당장 끌고 가서

 죽지 않을 만큼 족쳐요. 

 그리고 저 자식 핸드폰 뺏고요."


"야야 자...잠깐만 미래야! 미래야! 내 말 좀 들어봐!

 야이 씨 잠깐만 들으라고!"


김대일은 그녀의 경호원들에게 잡혀 어디른가로 끌려갔다.

김대일의 핸드폰을 뺏은 경호원은 그녀에게

김대일의 핸드폰을 건네고 물러났다.

약속 장소에는 서미래 혼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서미래는 김대일의 핸드폰을 켜서

동양상 파일을 뒤졌다.

그리고 그 문제의 동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영상 속에는 윤철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고 성추행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김대일의 말 그래도 몸의 비율이 달랐다.

그도 그럴게 영상 속 윤철의 핏은 진짜 윤철에게는 나올 수 없는 핏이었다.

게다가 옷차림도 평상시 윤철이 입을 스타일도 아니었다.

영상은 진짜가 아닌 거짓영상이었다.


"마...말도 안 돼..."


서미래는 모든 진실을 제 눈으로 보자마자

머리를 맞은 것처럼 띵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속에서 떠오른 건

몇 달 전 자신의 집 앞까지 찾아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믿어달라고 애원했던 윤철의 모습이었다.

당시 그의 모습은 다크서클이 짙고 머리는 산발에

눈물자국이 선했었다. 

그런 윤철의 모습을 서미래는 본인에게 동정심을 얻어 빠져나가려는

잔대가리를 부린다 생각할 정도로 윤철에 대한 정이 떨어져나가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김대일의 거짓이었다는 거 알게 된 순간부터

그녀가 잊고 있던 게 다시 떠올랐다.

윤철이 자신에게 한 번도 거짓이 아닌 진심만을 보여주고 행동했었다는 걸...

그의 당시 처절한 모습과 행동은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것이 아닌 정말로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대변한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난 후 남은 건

감옥으로 보내지며 모두에게 버림받은 윤철과

윤철을 그 지경으로 몰아넣고 김대일 같은 쓰레기랑 헤헤거리며 산

서미래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역겨움이었다.

그리고 서미래는 


"우웁!...우웨에에에에엑!"


그 혐오감에 구토를 한 채 주저 앉아버렸다.


"아...! 아가씨!"


경호원이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으나

이미 그녀는 모든 정줄을 놔버렸다.


"아..아가씨 괜찮으..."


"윽..나...빨리 집에 데려다 줘...."


경호원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하고 차에 탔다.

차에 타는 순간에도 

그녀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혐오감을 마주해야했다.

 

"내가...내가 내 손으로...철이를...난....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철이를....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철아 미안해!!!미안해!!아아아아...

내가 미쳤었나봐..미안해..믿어주지 못해서..지켜주지못해서...

미안해..미안해....ㅊ..철아 

가...감옥...이짜나...어..어떡해......

내가...내가 보내버렸어.....기...ㄱ...기다려 철아...내가 얼른 거기서 꺼내줄게 조금만 기다려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ㅡ.... "


그에 대한 사과와 애정이 돌아오면서 그녀의 머리속에는 계속 윤철과의 함께한 기억들이

다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는 늘 자신에게 진심이었다. 늘 자신의 곁에서 경호원들 그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서 지켜주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헌신과 노력에 보답하지는 못할 망정 이용하고 헌신짝마냥 내다버렸고

지켜주지도 못했었다. 

증오스러웠다. 김대일 같은 얼간이의 말에 넘어가버린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아...아가씨...그럼 집으로...."


"돌아가거든 사무팀에 연락해서 윤철이라는 사람에 대한 무죄 수사 하라고 경찰에 압력넣어

 그리고 윤철이 들어가있는 교도소에도 연락해서 빨리 그 사람 석방시키라고 하고

 언론에도 모두 연락해서 이 소문 없애버리고 

 그 빌어먹을 골든썬이랑 김대일 놈 엮어서 망하게 만들라고 해! 지금 당장!"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서미래는 사건을 빠르게 해결해 나갔다. 차고 넘치는 재력을 이용해서

윤철이 누명을 쓴 것이라고 멀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언론사나 방송국은 경악했고

자신들이 생사람을 잡고 진짜 범죄자를 싸고 돌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 때문에 언론과 방송은 모두 비난을 받게 되었고

서둘러서 그 동안 올라가던 윤철에 범죄를 모두 내렸고

몇몇 언론사는 이 기사를 적극적으로 퍼뜨렸던 기자들을 손절치기 시작했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기자들은 언론사와 방송국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등

진흙탕싸움이 되었다.


그녀가 다니던 대학 측은 더더욱 난리가 났다.

이미 윤철의 퇴학까지 처리했는데

윤철이 억울한 피해자였고

진짜 가해자는 대학이 싸고 돌던 김대일의 짓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측은 진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되었다.

대학 측은 서둘러서 이 소문을 바로 잡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결정적으로


"만약 철이에 대한 소문이 계속 떠돌거나

 철이가 퇴학처리라도 당해봐....

 그 땐 대학 후원을 끊으라고 할거야..

 그리고 대학에 다닌 년놈들 죄다 위증한 걸로 꼬리표 달고 살게 만들거야..."


서미래의 입에서 후원 중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바람에 더더욱 서둘렀어야 했다.

해당 대학은 서미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그룹이 후원하던 곳이었기에

후원이 끊기는 순간 이전과 같은 운영은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데다

일부 직원이나 교수들은 실직을 할 거고

다니던 학생들도 이전과 달리 어마무시한 금액의 등록금을 낼 상황이 되어버릴거고

그나마 돈 있던 학생들도 질 떨어진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자퇴할 가능서이 높아졌다.

대학 내 직원들과 학생회 및 교수들은 서둘러서 윤철에 대한 소문을 모두 억제하고 없애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일에 의문을 가지던 학생들은 학생회나 대학 인사과 등의 압박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대학에는 윤철에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가 떠나는 순간 대학의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하지만 돌아와도 언제 자신들의 해온 그에게 저질러온 행위들을 

떠벌이고 다닐까봐 불안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었다.

건드리는 순간 서미래의 원한을 사게 될 테니까...


그리고 


"이...이게 대체...무슨 소리야...."


집에서 뉴스를 보다가 윤철의 진실을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윤철의 부모였다.


"여...여보...이게 대체...그럼...난...그 말만 믿고 그 애를...그렇게..어..어헉..."


"여보..."


"어떻게요.. 여보 우리 어떡하냐고요......우리 아들...그렇게 감옥에 보내버렸는데...흑...우리 이제..아아아아아악!!!!"


대성통곡하는 그의 어머니와 그런 그녀를 위로하면서 침울한 표정을 짓는 그의 아버지는

서러움에 울고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학교


"야야 이거 봐봐!"


"세상에! 여기 그 유명한 대학 아니야?"


여동생의 학교에서는 서미래의 권력으로 인해

알려진 사건의 진실을 핸드폰으로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남의 일인 거 마냥 떠들어 댔지만

단 한 사람 윤다빈만큼은 그러질 못했다.


"뭐...뭐야...그게...그럼....정말로 오빠는...

 그런 짓을....그럼 난....그런 것도 모르고 오빠를 매몰차게..."


그러다가 이내 누군가가 떠올랐다.

자신의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

그리고 믿었던 절친...


"이지민...."


그 여자가 떠오르는 순간

윤다빈은 눈에 불을 키고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이지민! 이 빌어먹을 썅년! 어디있어!

 네가 감히 우리 오빠를 모함하게 만들어!

 잡히기만 해봐! 죽여버릴꺼야!!!"


그렇게 언성을 높이며 말하는 그녀를 교실의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쳐다봤다.

이들 중에는 자신의 오빠인 윤철을 매몰차게 무시하는 그녀를 본 적이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그녀는 자신의 오빠를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데 일조한

여자이자 한 때 자신의 오빠가 성추행 범이라고 생각해

미안한 마음으로 달래주고 함께 같이 돌아다니며

친구처럼 지냈던 여자를 찾아다녔다.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서 이지민은

불쌍한 성추행 피해자가 아닌

자신의 오빠를 구렁텅이로 내몰은 비열한 범죄자였다.

정작 본인 역시 이지민과 다를바 없는 자라는 걸 잊어버린 채....


그렇게 시간은 7개월이 흘렀다.

서미래가 윤철의 성추행건을 무고로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서미래는 기어이 윤철의 누명을 풀어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교도소 입구에서 이제 출소해 나올 한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한 때 좋아했던 옷 스타일과 그가 선물해주었던 이제는 오랜 방치로 그 빛이 다 바랜

먼지만 먹고 있던 이제는 작아서 잘 끼어지지도 않는 낡은 커플반지 하나를 손가락에 낀채로....


나가기 전 그녀는 자신의 방을 뒤져서 한 때 그가 좋아하던 옷 스타일의 옷을 찾았다.

하지만 뒤지면 뒤질 수록 나오는 건 김대일 같은 놈이 좋아할 옷들 뿐이었다.


"아니야...아니야....이게 아니라고! 대체 왜 없어! 

 그렇게 많았는데 그렇게 한 가득이었는데 왜 없냐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다가 이내 떠오른 기억


"하아...이것도 이것도 죄다 촌스럽기 그지 없는 옷이잖아.

 대일이는 이런 옷 별로일텐데...모르겠다. 그냥 버러야지.."


"윽 기분 더러워 이거 그 새끼가 좋아하던 옷이잖아.

 범죄자 새끼 

 생각할 수록 기분 더럽네.

 다 치워버려야지."


없는 이유가 있었다.


"아니야....있을거야..있어야 돼..

 없으면..난...이제...철이 곁에 있을 수 없어..."


그렇게 겨우겨우 뒤져서 옷장 한 구석에 있던

옷가지 몇 개를 찾아서 마치 보물처럼 끌어안고는 조심히 입었다.

그리고 떠오른 한 가지 물건..


"맞아...반지....반지가 없잖아...그 반지...그 반지도 찾아야 돼.. 

 이익! 이런 거 죄다 필요없어! 얼른 그 반지...어디있냐고!"


옷을 찾고 난 후 그녀가 찾던 건 반지였다.

윤철이 선물해주었던 어린시절이 추억이 있던 커플 반지였다.

벌써 얼마나 그녀의 손을 떠났었는지 그녀는 반지가 어디있는지 조차도 찾지 못했었다.


"설마 버린 건 아니겠지...안돼 안 된다고...제발..."


그녀는 그렇게 김대일과 어울리며 입던 옷들과 장신구들을 마치 쓰레기 던지듯이 

치우며 온 방을 이 잡듯 뒤지며 반지를 찾았다.

옷으로는 부족했다.

한 때 그저 거슬리는 장신구이자 범죄자 놈이 준 흉물이었던 반지는

이제 서미래한테서는 윤철과의 실낱같은 인연을 이어줄 물건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후회했다. 왜 김대일 같은 놈의 말을 믿고 

겉만 번지르르한 대학에서 만난 인연들의 말을 믿었을까...

자신의 곁에 그들보다 윤철이라는 남자가 더 가까이에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어련히 자신에게 찾아올 행복들과 늘 자신의 곁에 있어줄 윤철과 함께 하는 삶이 

이어졌을텐데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걷어찬 건 서미래 본인이었다.

그러다 서미래는


"아..아아...차..찾았어...있었어...다...다행이야..."


반지를 찾았다.

정말 잘도 남아있었고

그녀가 둘 만한 곳에 있었다.

방구석 쓰레기통 뒷편이었다.

그녀가 둘 법한 장소였다.

김대일에게 눈이 멀어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자신을 위해준 사람을 버린 사람이 둘만한 곳이었다.

반지는 그를 증명하듯 빛이 바래있었고

가운데에 작게 박혀있던 유리보석도 그 빛을 잃은지 오래였다.

반지를 찾자마자 서미래는 자신의 손가락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이제는 잘 끼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아져 있었기도 하지만

서미래에게는 이것도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이 반지를 그녀가 낀 적이 없는 게 다반사였다.

끼워달라고 윤철이 부탁하면 매번 이별을 말하며 묵살시키기까지 했었다.


"들어가..들어가라고! 제발!"


그렇게 잘 끼워지지도 않는 반지를 그녀는 어거지로 낀 채

나왔고 지금 윤철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가락에 억지로 끼워진 반지는 마치 

이미 떠나버렸을지도 모를 그를 다시잡으려는 발악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기다리면서 다짐했었다.


'이번에는 내 차례야....전부 내가 나쁜거야...그런 거에 속아넘어가서는

 이제는 내가 철이 지켜줄거야...그 어느것에도 휘말리지 않을거고 오직 철이만 바라볼거야..

 그러다 정말 철이가 범죄자가 된데도 그래도 계속 철이만 사랑할거야....

 철이를 위해서면 이제 다 쓸수 있어...내 재력..권력...다 철이 거야...

 철이만을 위한 거야....'


그렇게 말하던 중 

그녀가 그렇게 기다리던 윤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들이 보기에는 감옥에서 고생하면서

찰과상이 있는 얼굴에 꾀죄죄한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윤철이라는 남자가 그 어떤 남자보다 잘생겨보였다.


"처..철아!"


그녀가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의 부름의 윤철이 준 답은 뒷걸음질과 차가운 대답이었다.


"뭣 때문에 온 거야?"


"어...? 처..철아?"


그녀의 반가움에도 윤철은 도저히 긍정적인 회로가 돌아가지 않았다.

자신을 범죄자로 몰아낸 장본인이 자신의 앞에 나타났으니까

7개월을 자신을 감옥에 가두고 범죄자로 내몰은 그녀가 자신에게 나타났으니까.

그저 이제 무엇을 뺴앗으러 온 걸까.

남은 거라고는 몸뚱이 뿐인데 장기라도 뜯어가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한 그에게 남은 건 불신뿐이었다.

적대감 가득한 그의 표정을 보고 그녀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늘 자신만 보면 얼굴이 빨개지고 웃음이 피어났던 한 남자를 

자신이 망가뜨려버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또...나한테서 뭘 가져가려고 왔어?"


그의 대답에 그녀는 다시 절망했다.

이제 윤철에게 있어서 서미래는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연이자

그저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가놓고 무엇이 모자르고 불만족스러웠는지

다시 찾아와서 또 자신의 것을 가져가려는 악인으로 보일뿐이었다.


"아...아니야..철아...뭐...가져가려는 거 아니야...내가...내가 미안해..정말..."


"가져가려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 뭔데...내가 또 뭘 잘못했길래 온 거냐고..."


떨리는 손을 꽉 쥐며 그가 말했다.


"철아...미안해....나..모든 진실을 알았어....김대일...그 새끼가 개자식이었어...

 미안해...넌 늘 나와 함께 해주었던 사람인데...나에 대해서는 네가 더 잘알텐데..

 난 그러질 못했어...널 믿어주지 못했어...다 내 잘못이야...미안해...미안해.."


그제서야 윤철은 이게 어찌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누명이 풀렸다는 말을 교도소에서 들었을 때부터 어안이 벙벙했었다.

자신의 억울함을 믿어줄 사람은 없었는데

누명이 풀렸다는 말이 나왔기에

근데 그 누명을 푼 게 서미래였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 울분은 사라지지 않았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ㅇ..어?"


"네가 진실을 알았든 어쩄든 말든 나보고 어쩌라고...진실을 알면 너 때문에 잃어버린 

 내 모든 게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네가 아직 뭘 모르나 본데 난 내 모든 거 잃었어!

 내가 사랑하던 가족, 그저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간 학교와 거기에 쏟은 내 노력

 이제 사회에서 빛날 일 밖에 없던 학력과 내가 사랑했던 너와 그런 널 사랑했던 나까지

 이젠 전부 없는데 진실을 알면 네가 뭘 어쩔 수 있는데?"


"철아...무슨 소리야...나를 사랑한 네가 없다니...철아..화 많이 난거구나 그치? 

 그럴거야...널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근데 이제 걱정 안해도 돼. 내가 모든 걸 다 되돌려 놨어.

 너 누명인 거 밝혀져서 다시 학교 나올 수 있어. 그 대학 나도 몰랐는데

 우리 그룹에서 후원하던 곳이더라고 내가 진짜 난리쳐서 네 퇴학서류 다시 되돌렸어.

 이제 아무도 대학에서 너 함부로 못 대해...그리고 너희 가족들도 네 상황 다 알았을거야.

 어제 너희 어머님이 전화와서 나보고 너 좀 데리고 와 달라고 했어. 

 다들 너 많이 보고 싶다고도 했고 다빈이가 엄청 울더라고 오빠한테 미안하대.

 그러니까..."


그렇게 호소하는 그녀의 말에도 윤철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아! 집 싫어? 그럼 우리 집 갔다가 나가서 데이트할까? 너도 오랫동안 나랑 데이트 못해서 외로웠지?

 미안해 너 빨리 빼내줬어야 했는데 제대로 한다는 게 이렇게 흘러버렸어..

 나 참 바보지? 진짜 나 멍청이에 골빈 년인가봐 이딴 것도 제대로 못 하고....너 없어서 그런 가봐...

 우리 주말동안 같이 집에 있다가 월요일에 같이 학교가자 다른 애들도 이제 너 반겨줄거야.

 분명 그럴거야. 내가 차 준비해놨어. 너랑 하고 싶고 풀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자자 얼른 타자 여기 이리로 와."


그렇게 자신을 매도하고 떨어뜨리면서까지 그를 잡으려는 모습에 

윤철은 이제 서미래라는 여자가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그의 눈에는 그저 멋대로 감옥에 넣고는 이제 필요해지니까

자기만족을 위해서 철판깔고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려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의 팔을 억지로 껴안고는 차에 태울려는 그녀의 모습에 윤철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너 이게 지금 맞다고 생각하냐? 남의 인생은 다 박살내놓고 그게 오해인 거 밝혀지니까

 '그때는 내가 오해했어 미안해~'하면 내가 뭐 '아! 그랬구나! 우리 자기가 그럴리가 없지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야 하하'하면서 넘어가줘야 하냐? 내가 뭐 네 상황에 맞춰서 띄워주는 인형인 줄 알아!"


"아..하하..우리 철이...그렇겠다...내가 너무 막무가내였지...

 또 실수했다 멍청하게...미안해..ㄴ...내가 이번에는 제대로 사과할께..."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는 상체를 숙였다.

같이온 기사가 아가씨!하고 말했지만


"아가리 닥쳐 지금 내가 사과하는 거 안 보여!"


윽박을 질러 못하게 했다.


"내가 잘못했어....다 내 잘못이야..그 때 나는 진짜 멍청한 병신년이었어.

 그 때 나를 지금 내가 본다면 당장이라도 칼로 썰어 죽여버렸을거야.

 개같은 것들 말에나 넘어가고 그래도 네가 지금 나 용서해주면 내가 예전에 못해주었던 거에

 100배 아니 1000배는 더 잘할게...네가 시키는 거는 다 할게...

 나 그거 위해서 학교에도 네 소문 없앴던 거고 이...이거 봐봐...네가 선물해주었던 반지..

 이렇게 끼고 왔어....이렇게 이쁜데 내가 왜 이걸보고 유치하다고 했지..진짜 멍청해 나.

 나 다른 거 필요없어 너만 나 사랑해주면 돼. 아직 널 위해서 못 쓴 힘이 너무 많아.

 나 용서해줄 수 있어? 나 용서만 해주면 앞으로도 쭉 너만 위해서 살게 나한테 누가 찝쩍거리면 

 그 새끼 인생 다 망가뜨릴거고 네가 가지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사줄거고 네가 가고 싶은 곳 다

 가줄 수 있어. 아...나 떄문에 인생 망했다고 했지? 그럼 우리 그룹 계열 회사 자리 마련해줄까?

 거기 직원들이야 다 내가 찍어눌러버리면 너 편하게 살 수 있어.

 아..싫어? 싫겠다...다 때문에 전국에 범죄자로 얼굴 팔렸으니까...

 그럼 집에서 평생 놀고 먹고 살게 해줄 수 있어....너 행복하게 살수 있게 해줄게...

 일단 우리 집부터 가자..가서 얘기하자 너무 춥지? 여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 안에서 옷을 꺼내왔다. 


"옷도 내가 가져왔어. 따뜻한 거야. 그게 아니면 차 타자.

 내가 무릎배게 해줄게 한 숨 자. 그럼 우리 집 도착해있을거야. 응?

 일단 차에 타고 얘기하자 주변 봐봐. 벌써 불여시 같은 년들이

 너 쳐다보잖아. 얼굴도 병신 같은 것들이 우리 철이 잘생긴 건 알아가지고.."


쳐다보는 건 당연했다. 왠 미친 년이 지랄하고 있으니 이상한 년 보듯 그녀를 봤겠지.

그보다는 자꾸 차에 태우려는 그녀의 모습에 윤철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년 미쳤어.'


라는 생각 뿐이었다.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자신에게 미친 듯이 집착하고

의존하는 그녀의 말과 행동들이 밑도 끝도 없었다.

이 상태로 만약 저 차를 탄다면 자신은 그녀의 집에 감금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이미 그에게서 서미래에 대한 애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니 어쩌면 그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미친 년을 강력하게 처단하기로 마음먹었다.


"용서만 해준다면 뭐든 해준다 그랬지?"


"어..응! 응응! 나 철이가 용서만 해준다면 지금 여기서

 네 노예까지 되어줄 수 있어. 지금 여기서 옷 벗을까? 

 아님 신발이라도 핥을게!"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은 채 윤철은 말했다.


"다 필요없고 용서해줄테니 

 제발 내 인생에서 좀 사라져주세요 서미래씨."


"...어?"


"방금 한 말 그대로 입니다. 제 인생에서 나타나지 말아주세요. 

 전 지금 당신만봐도 심장이 터질거 같습니다. 죽을거 같습니다.

 호흡도 빨라지고 머리도 어저럽고 토 할거 같습니다.

 당신이 제 행복을 바란다면 제 인생에서 제발 사라져주세요.

 지금 당신의 존재는 제 인생의 불행 그 자체일 뿐입니다."


그가 말했다.

이전에 그녀를 향한 고백으로 쓰인 말들은

이제 혐오가 섞인 말들이 되어 돌아왔다.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녀를 떨어뜨려놓자고 

다 필요없으니 그저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게 그가 주는 자비였다.

하지만...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그게 무슨 소리야? 철아...내가 네 인생의 불행이라니..."


"한 때는 행복이었지만 지금은 내 인생 불행 그 자체입니다."


"너..넌 나만 봐도 심장이 엄청 두근거린다고 터질듯이 좋다고 했잖아..."


"그걸 모두 걷어찬 건 당신입니다. 그 심장을 멈추게 한 건 당신입니다."


그녀의 말을 그는 모두 받아쳤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놓치 않으려고 발악했다.


"아...그렇구나! 역시 철이 화가 안 풀려서 그런 거구나! 

 하하 우리 철이 삐지기나 하고 그래도 삐진 것도 귀여워 헤헤

 우리 철이 달래주려면 내가 집가서 맛있는 거 만들어주고 재밌는 것도 보여주고 해야겠네

 철아 얼른 가자."


결국 말귀가 통하지 않았다.

기껏 준 자비를 무시했다.

그런 그녀에게 그도 무시라는 답을 주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는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이 그녀를 무시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ㅊ..철아...철아...어디가? 우리가 타고 갈 차는 여기잖아?

 착각한 거야? 아니면 나 약올리는 거야? 

 덤벙거리는 거면 우리 철이 참 귀여운 건데~?

 자 철아 얼른 여기로 와."


하지만 윤철은 그런 그녀의 말을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그녀 안에 있던 속박이 화로 바뀌어 갔다.


"철아. 나 진짜 화낼거야. 얼른 이라와 거기 불여시 년들 더 많이 있는 곳이란 말이야!

 철아 삐진 거 알겠는데 이런 건 대화로 풀어야 하는 거잖아?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면 나도 못 참아?"


그 말에 윤철은 기가 찬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삐진 건 대화로 풀자고? 이게 고작 그 정도로 보이나 보지?

 아..생각해보니 저 년 예전에도 이딴 식으로 굴었었지?'


윤철은 그 말과 함께 과거 회상에 잠겼다.

2년 전 갑자기 삐진 그녀를 달래기 위해 윤철은 안 해본 짓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녀에게 윤철이 물었다.


'미래야. 네가 삐진 거에 대해서는 남한테 말해줘야 풀 수 있어.

 그러니까 뭐가 문제인지 말해줄 수 있어?' 라고 물었었다.

 하지만 대답은


'아 그걸 니가 센스있게 알고 풀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꼬우면 헤어져! 눈치도 없는 게 그러니가 비교당하고 살지.'


이 꼬라지였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말해준 그녀가 삐진 이유도 가관이었다.

그날따라 딸기가 먹고 싶었는데 못 알아채서 못 챙겨줘서라는 이유였다.

그 당시에 윤철이었다면 그녀에게 미안하다며 저자세로 사과했을거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처럼 병신짓이 없었다고 윤철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끝나고 윤철은 그 시절의 자신에게 던지듯이 속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윤철이 병신같은 새끼....그걸 곧이 곧대로 사과하고 있냐?'


그리고 떠올랐던 그 날을 생각하면 서미래의 참 답없는 땡강질이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 여름에 딸기라니...

미친 년도 그런 미친 년이 없었다.

그런 미쳔 년도 몰라보고 지금까지 대해온 것도 참 기가 막혔었다.

그 때의 일을 떠올리고 난 후 윤철은 서미래에게 없는 정마저도 다 떨어진 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말했다.


"지금 제가 고작 삐져서 이러는 줄 압니까?

 저는 삐지지도 화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제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겁니다.

 방해나 하지 말아주십시요.

 지금 저에게 한발짝이라도 다가오면 경찰서로 가 접근금지신청 하겠습니다."


"뭐? 접근금지? 야 윤철! 지금 그런 말 장난으로라도 하는 거 아니야.

 네 연인을 접근금지하겠다고? 말이나 돼? 그리고 나 그딴 거 돈으로 다 취소시킬 수 있어!

 좋은 말로 할 때 이리로 와. 거기 불여시 년들 많다고 했지! 얼른 나한테 오라고 빨리!"


하지만 윤철은 계속 앞으로 갈 뿐이었다. 

그 행동에 결국 서미래는 이성을 잃어 소리 지르며 말했다.

그 말이 다시는 예전의 관계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모르는 채


"내가 우스워! 너 같은 게 지금 내 말 무시하냐고!

 너 거기서 더 멀어져봐. 다시 소문 낼거야.

 대학으로 안 끝나 전국으로 퍼뜨릴거라고!

 네 곁엔 나 밖에 없게 만들거라고!

 내 곁에 남게 만들거란 말이야!"


거절, 무시 등으로 그녀에게 자비를 베풀듯이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참고 있던 윤철도 결국 울컥하고 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내가 알던 미래는 정말 없어져버렸구나...내 눈앞에 있는 건 김대일과 다를바 없는 무언가였어...'


그렇게 생각한 윤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건 서글픈 표정으로 울 듯한 그의 모습이었다.


"나를 사랑한다면서...네가 하는 행동은 지금 얼마나 나를 더 괴롭게 하는 지 넌 모르는구나.."


"...어?"


"내가 어떤 것 때문에 감옥에 갔는지도 벌써 잊다니...

 나를 사랑한다면서...또 내 트라우마를 이용해서 나를 가지려했었구나...

 미래 넌..."


그제서야 서미래는 자신이 이성을 잃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ㄴ..내가...아..아니야..철아...방금 그말은...내가 한 ㄱ...난 그저..."


이내 서미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널보면 심장이 터질거 같은데...왜 넌 알아채주지 못하는 건데...응?"


그런 그녀를 향해 윤철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는 

그녀에게 던졌다.


"돌려줄게. 이제 필요없어. 

 너도 이딴 추억도..."


그녀의 눈앞에 보인 건 서미래가 끼고 있는 것과 같은 커플 반지였다.


"그건 가져가려고 했어. 적어도 생의 미련이라 여기고

 근데...지금 널보니 가지고 있는 게 더 괴로울 거 같아.

 심장이 터질거 같다고 했었지? 

 그럼 넌 왜 그런 날 비교한 건데?

 왜 그딴 놈 말은 믿었고 내 말은 안 믿어주었던 건데?

 내 뭐가 모자랐었던 건데?

 난 대체 너 한테 뭐였던 건데?

 그저 네 빌어먹게 불행한 삶을 피하게 해줄 방패막이? 그런 거였어?"


"처..철아..."


"맞다면 난 이제 다 버릴거야. 

 미련하게 이용당하지도 않을거고...."


그렇게 말하며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그 모습을 보며 서미래는 대성통곡을 했다.

자신의 오만함과 배신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다는 이유로...

이전이라면 이렇게 우는 자신을 윤철이 위로했을거였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곁엔 누구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