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연금술사 보다가 갑자기 생각남ㅋㅋ

숲 속에서 혼자 살고 있던 연금술사가 어느 날 외로움을 달래려고 작은 생명체를 만들어냄.

플라스크 속에 담긴 시커먼 덩어리같은 그 생명체는 금세 말과 글을 익혀서 연금술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함.

처음에는 연금술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아이(이제 이렇게 부르겠음)는 연금술사가 해주는 바깥 세상 이야기를 조금씩 동경해서 플라스크 바깥으로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윽고 연금술사에게 자신도 육신를 갖고 싶다고 간절하게 부탁함.

학계에서는 인공 생명체에게 육신을 주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기 때문에 연금술사는 밤낮으로 고민하지만, 자신의 자식과도 다름없던 아이의 부탁에 결국 금기를 깨고 몰래 작은 쥐의 육체를 만들어서 그 아이를 깃들게 해줌.

처음엔 두 발로 서고, 두 앞발로 무언가를 만질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뻐한 아이였지만,
곧 작은 쥐의 육체로는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 다시 연금술사에게 졸라서 더 크고 더 좋은 육체를 달라고 부탁함.

연금술사는 계속해서 아이를 타이르려고 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던가, 아이가 부탁하는 대로 육체를 만들어 주었고,
결국 작은 쥐에서부터,토끼,고양이로 육체를 키우더니, 마침내 사람의 육체를 만들어주는 지경에 다다름.

어여쁜 숙녀가 된 아이는 이제 연금술사가 항상 이야기 해주던 바깥 세상을 둘러볼 수 있다고 생각해 집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자아가 있는 인공생명체가 바깥에 나돌아 다니는걸 학계의 인원이 발견하면 즉시 사살하려 들 것을 알기에 연금술사는 그런 아이를 필사적으로 말림.

아이는 처음엔 늘 그랬듯이 애교를 부리며 연금술사를 졸랐지만, 이번만큼은 연금술사도 물러날 수가 없었는지 강경하게 반대했고, 이윽고 화가 난 아이는 당신이 날 만들었으니 책임을 져야 하는게 아니냐, 당신이 내게 해준게 뭐가 있느냐 따위의 폭언을 내뱉으며 집에서 뛰쳐 나감.

연금술사의 슬픔이 가득한 눈빛을 뒤로 한 채 아이는 마침내 가까운 도시에 다다르고,
모든 것이 새로운 풍경에 감탄하며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님.

집에서 뛰쳐 나올 때 연금술사의 돈을 몰래 챙겨서 나왔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던 아이는 새로운 경험을 마구 즐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그렇게 마구 돈을 쓰며 돌아다니니 이윽고 돈은 바닥을 보이고, 이렇다 할 재주가 없던 아이는 돈을 벌 방법이 없자 결국 여자였던 자신의 몸을  팔아 돈을 벌게 됨.

연금술사가 아름다운 미인의 육체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자신을 찾는 남자는 많았고, 어느 정도 안정적이게 돈을 얻었지만, 점점 바깥 세상에 실망하게 됨.

아름다운 도시의 뒷모습엔 더러운 슬럼가가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은 사실 전부 자기의 몸만 보고 다가오거나 매춘부인 자신을 혐오하는 두 시선만 있다는걸 알게 됨.

그렇게 몇 년을 도시에서 구르며 점점 마음이 닳아가니, 조금씩 숲에서 연금술사와 함께 살던 때가 그리워지기 시작함.

고급 여관의 의자에 앉아 도시의 야경을 바라 볼 때보다 연금술사의 무릎 위에 앉아 햇살 아래서 낮잠을 잘 때가 생각났고,
 호화롭지만 기름진 고급 요리보다 연금술사와 함께 먹던 호밀빵과 스프가 맛있었고,
자신의 몸만 보고 다가오던 추악한 사람들보다
자신이 플라스크 속 먼지 덩어리일 때부터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연금술사를 그리워하게 됨.

결국 그에게 미움 받는 한이 있어도 다시 연금술사에게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그의 집에서 나올 때 훔친 돈도 돌려주기 위해 마지막으로 몸을 팔아 돈을 벌어 돌아가기로 결심함.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사람이 돌아다닌다는 것 같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학계의 일원이 아이를 보게 되었고, 아이가 인공생명체라는 걸 알게 되자마자 사살하기 위해 공격해옴.

간신히 추격을 뿌리치고 도망쳤지만 치명상을 입어 인공 육체가 조금씩 붕괴하기 시작했고, 결국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빈 손으로 연금술사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

조금씩 붕괴되는 육체.

조금씩 느려지는 발걸음.

조금씩 흐려지는 정신.

지쳐 쓰려질 것 같은 몸뚱이를 이끌면서도, 그에게 돌아가서 사과해야한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밤낮없이 걸어서 결국 연금술사의 집에 도착함.

힘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렇게나 바래왔던 그의 모습이 보였어.

늘 앉아있던 안락의자에 앉아 마치 자고 있는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그.

하지만 누구보다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햇살 아래 앉아 있는 그를 보면서 아이는 마침내 깨달았지.

아아, 여기에 있었구나.

그렇게나 행복을 바랬는데, 사랑을 바랬는데.

행복은 바로 이곳에 있었구나.

사랑은 바로 이곳에 있었구나.

바로 옆에 항상 있었구나.

왜 진작 눈치 채지 못했을까,조금만 일찍 알아차렸다면.

미친듯이 후회가 차올랐어.

눈에서 눈물이 마르질 않았어.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발을 옮겼지만, 이미 다리가 붕괴되서 그럴 수가 없었어.

그의 손을 잡기 위해 팔을 뻗었지만, 이미 팔이 붕괴되서 그럴 수가 없었어.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이미 입도 붕괴되서 그럴 수가 없었어.

하다 못해 그의 모습이라도 눈에 담고 싶었지만, 이미 눈조차 붕괴되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

뇌조차 붕괴되어 사고가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아이는 마지막으로 바랬어.

신님. 부탁드립니다. 하다 못해 그의 품에서 죽는 것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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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후, 도시에 신문 한켠의 어느 연금술사의 부고가 실렸어.

지병을 앓던 그는 홀로 숲속의 작은 집에서 외롭게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표정이었던 그의 손이 정체불명의 검댕으로 새카맣게 되어있었다는 이야기.

그가 정말로 외롭게 세상을 떠났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