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 거리는 물웅덩이, 뒤집어 접힌 우산,

차의 경적소리, 그대와 만나는 횡당보도,

내 눈에 고여있던 빗물이 뚝 하고 떨어지고, 

별들도 떨어지고, 비도 떨어지고, 그 모든 것이 멈춘 황홀경, 그리고 그 황홀경에 담겨진 세상.

 

모든 것이 그 순간에 담겨있었지,

마치 시간이 멈춘것만 같았어,

그리고 나는 널 보며 울음을 참지 못했지,

아름다운 그 남성을,  그 듬직하고 강인했던 그를 

 그리고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할 그를, 이 망상 속에서, 꿈에서 만으로도 추억 안에서 보이는 것을 만족하는 내 자신도,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고 대정전이 일어나는 밤이었으니까

그리고 스쳐지 나가는 너와 그걸 바라보는 나, 

그 눈에 아무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것처럼, 너의 흑진주 같은 눈처럼

모든 게 검게 변했다. 모든 것이 검은 세상이었다.


-


나는 꿈에서 깼다. 하지만 그 꿈에 대한 그리움이 벌써 몸을 뒤덮고 있었다,

아랫도리의 열기와 흉부에 있는 두근거림이 그 증거였다. 


병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아랫도리의 열기를 시키기 위해 화장실로 현실에서 도망치듯이 들어갔다.

하얗게 탈색되어 빛바래고, 힘없는 푸석한 머리카락들,

한때 아름다웠던 곡선을 자랑하던 몸은 더 이상, 마르고 닳도록 삐적해진 몸이 다시 나를 비참하게 했다.


몇 일을 몸을 안 씻었는지 스스로조차 인지할 정도의 몸에서 나는 땀냄새와 후두둑 떨어지는 비듬이 그녀를 반겼다.


나는 머리카락을 감고, 따뜻한 물로 씻겨낸다, 따뜻한 물임에도 차가움만 느껴지는 건 기분탓일까.?


그리고 환각이 들려온다.


머리카락을 씻겨주던 그의 모습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잘 씻겨주던 그의 배려,

차가운 물로 씻어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던 그의 손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쓰담아주던 그의 사랑,


나는 그걸 모두 내팽겨 쳤다. 

나는 그 환각을 들으며, 과거의 나에 대한 환상을 찢기듯이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 남자만 남도록, 사랑하는 그만 볼 수 있도록,

하지만 결국 환상은 사라지고, 나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정말이지 허무하고, 공허한 결과였다.


-


나는 사람을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는 웃는 사람을 싫어한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뭐가 그리 해맑은지 나는 고통만 받아온 인생이라서 싫어했다.

맨날 부모에게 폭행받고, 맨날 몸을 팔고, 맨날 아재들에게서 더러운 정액냄새를 맡으며 계속 살아왔다.

뭐가 그리 살가운지 몰랐다.


나는 후붕이에게 어떤 이였을까..

아마, 히스테릭은 다 부리면서 자존심 높고 쓰레기 같은 여성이었겠지,

그럼에도 넌 왜 이런 나를 좋아해줬을까


나는 공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채울려고 밖으로 나갔다.

흰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모자를 쓰고, 미소라는 가면을 씌우며, 아침 조깅을 나가는 여성처럼 보이게 한다.


나는 길을 나아가며 달려나갔다.


추억과 악몽이 함께하는 환각의 거리에서 수많은 나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비웃으면서, 너는 결국 이 남자와 더 이상 데이트하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그런 환각들이 어떤 결말을 마주할지 알고 있다.


나와 같은 결말, 그게 과거의 나니까. 그리고 현재의 나니까 그리고 환각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소중했던 거리와 소중했던 추억들이 마음에 조금씩 차오르지만

결국 구멍 뚫린 그릇은 모두 흘러내릴 뿐이었다.

너는 기억할까, 


달콤한 추억이 깃들어있고, 씁쓸한 현실이 있으며, 그리운 그 거리,

너와 함께 걸었던 이 거리를, 이제는 혼자 걷고 있으니

그러니 사랑하고, 그러니 싫어하고, 그러니 그리워하고,

이 걷고 있는 거리의 따뜻함이, 추억이 내게 온정을 구걸하고 있다.

나는 애써 무시하면, 거리를 다시 걷는다.


후회는 파도처럼 밀려오고, 지진처럼 끝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자책과 후회를 감싸 살겠지,


집으로 도착한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너의 사진을 본다.

나는 너를 아직도 보고싶어 한다.


마치 황홀경처럼, 나에게 그때 그 순간도 멈춰있다.

심장은 뛰고 있지만, 두근거리지는 않는다.

몸은 따뜻함을 느끼고 있지만, 온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모든 것이 가치 없고, 의미 없게 느껴지는 것처럼, 

나에겐 그런 세상이었다.


너는 내게 있어, 유일하게 꿈이 아닌 것이었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꿈에서 너를 꿈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며 잔다.

부디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기를

영원히 너가 나의 꿈이 되지않기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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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후회물..

가독성 괜찮은지 모르겟음

읽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