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NTR요소 있음 주의! 























1편 : https://arca.live/b/regrets/21444488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다. 전등 하나만이 외로이 빛을 내고 있는 작은 침실. 번쩍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키니 이곳이 여관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차근차근 어제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머리가 좀 멍하고, 생각대로 사고가 이루어지질 않아서 일단 몸부터 일으켜본다. 이젠 아무리 기분이 나쁘더라도 과음은 하지 말아야겠다. 이거 뭐 필름 끊겨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원.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숙취는 덜 했다. 머리도 멍하긴 하지만 어지럽거나 아프지도 않고, 속도 살짝 더부룩하기만 할 뿐이지 탈이 난 증세는 없어서 걸음걸이가 그리 무겁진 않았다. 더불어 꼬르륵 거리는 위장 소리에 어서 1층에 내려가 뭐라도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잘 잤어요?"


"음? 아, 점원씨.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은 무슨, 벌써 오후 3시거든요?"


점원이 한심하단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 그나저나 오후 3시라고라? 화들짝 놀라서 여관 밖으로 후다닥 달려 나가보니 정말로 해가 중천이었다. 태양빛이 따가워서 다시 여관으로 들어왔지만 참 황당한 일이었다. 늦잠을 잔 적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늦게 눈을 뜬 적은 생전 처음이다.

여관으로 들어서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점원이 한껏 누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물어 왔다.


"많이 피곤했나 보네요?"


"그런가 봅니다. 혹시 제가 어제 실례되는 일이라도 하지 않았나요?"


필름이 끊겨서 군데군데 기억이 누락된 부분이 있다 보니까 어제 내가 무슨 사고라도 치지 않았나 염려된 차원에서 물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점원의 표정이 눈썹이 살짝 찌푸려진다.


"뭐, 실례를 하시긴 했죠. 평소 술주정도 잘 안 하시던 분이어서 그냥 보기만 했는데, 참... 아주 고성방가를 하더라고요."


"이런... 죄송합니다."


"딱히요? 죄송할 게 뭐가 있어요. 여자 뺏긴 남자면 술 먹고 울 수도 있는 거죠. 그래도 술 마셔 놓고 안 마셨다며 거짓말 치는 건 안 돼요."


그녀의 말에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다. 대체 내가 술 먹고 무슨 개지랄을 떨었을 지 상상조차 되지 않으니 더더욱 암울하다. 절로 눈가에 손이 간다. 스스로 눈을 가리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내 자신이 설 곳이 점점 좁아짐을 느낀다. 절망적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진상 손님이었네요."


"아니요. 방금도 말했지만 죄송할 건 없어요. 제가 그 일을 귀찮게 여겼다면 당장 나가라고 했겠지만 저는 그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었거든요."


"...네?"


순간 이 여자가 미쳤나 싶었다. 손님이 울고 불며 주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건가 지금?

떨떠름해진 내 표정을 본 건지 점원의 입이 그리던 호선이 더욱 선명해진다.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요. 이 작은 마을은 지루하기 짝이 없어서, 사람 간의 이야기가 잘 없거든요."


"그런... 가요?"


이해가 잘 되지는 않지만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화젯거리가 별로 없는 이 작은 마을에서 남자가 술을 퍼먹고 울고 불며 고성방가를 했다면 어쩐지 나라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을까. 당사자에 있어서 씁쓸한 이야기지만 타인에게 있어서 그것만큼 재밌는 이야기가 없겠지. 하긴.


"최근 던전이니 뭐니 해서 나랏님들이 사람 꾸리고 찾아와선 이 집 저 집을 헤집어 놓던데, 적어도 당신은 신사적이었고 말이죠."


그건 그냥 괜히 두각을 드러내다가 목이나 안 따이면 다행이라서 티를 안 낼 것일 뿐이지만. 굳이 입을 열진 않았다. 긁어 부스럼일 게 뻔하니 뭐.

그리고 그녀는 잠깐 우물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배신 당했을 때의 고통은... 많이 힘들었겠네요."


"...자리 좀 앉죠."


"물론이죠. 자, 제 앞에 있는 자리에 앉아주세요. 마주 보면서 이야기하면 더 좋을 거 같네요."


"시원한 거 한 잔 부탁할 게요."


"그래요."


주점 특유의 바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점원과 시선을 마주했다. 어쩐지 이야기가 길어질 것만 같아서 목부터 축이고 시작할 셈이었다.

그녀는 숙련된 솜씨로 쉐이커에다가 각종 음료를 섞어 흔들더니 조금 길쭉한 유리잔에다가 붓고는 마무리로 레몬 조각을 곁들인다.

이 음료의 정체는 한눈에 봐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알기 쉬웠다.


"레모네이드인가?"


"맞아요. 어젠 그냥 레몬즙이랑 꿀을 살짝 탄 레몬에이드였고, 지금은 살짝 긴장 좀 풀리라고 알코올만 조금 넣은 칵테일이에요. 오늘 같이 햇볕이 뜨거운 날엔 괜찮은 녀석이죠."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마지막으로 마셨던 게 그거였었죠."


어쩐지 숙취가 그리 심하지 않더라니. 그녀의 배려 덕을 톡톡히 본 모양이다. 언제 이 마을을 떠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이곳에서 신세를 지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손님을 배려할 줄 아는 점원은 왕도에 가더라도 보기가 귀하니 말이다.


"여태 이 여관 겸 주점에서 칵테일은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것까지 할 줄 아시는 걸 보니 왕도 출신이신가 봐요?"


칭찬을 곁들인 질문을 던지자 의중을 파악한 그녀가 엷은 미소를 띄운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호박을 박아 놓은 듯한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그녀를 보면서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눈앞의 여인의 모습은 매력이 가득했다. 이런 여자가 이런 작은 주점에서 점원이나 하고 있다니.


"글쎄요. 출신이 무슨 상관인가요. 그냥 제가 있는 곳이 고향이죠."


"꼭 음유시인들이나 하는 말을 하시네요."


"오래 살아서 그런가 보죠."


"하하하."


젊고 아름다운 청춘처럼 뵈기만 하는데 오래 살았다는 농담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평소에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 아닌데. 아무래도 그녀에게 큰 호감을 느낀 모양이다. 하긴 결혼까지 약속했던 상대가 바람까지 나버린 지금에 와서 나만 한눈 팔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이야기. 해도 될 까요?"


"좋아요. 저녁까지 올 사람은 없을 테니까 천천히 들려줘요."


사람이 없다고 하니 꽤 부담이 덜었다. 동시에 바테이블에 상체를 기댄 점원이 맨 상단의 단추를 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눈요기를 한다.

그리고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를 안주로 삼으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시죠."


"안녕! 여기는 내가 말했던 신세진 분이고, 용병이야. 그리고 이쪽은 나랑 같이 보물 사냥하고 있는 친구."


엄연히 연인 이상의 존재인데 그녀가 나를 그저 친구로 소개하는 모습에 왠지 기분이 나빴다. 게다가 저 용병 인상은 서글서글한 게 여자 좀 많이 울렸을 상인데, 제기랄. 딱 봐도 여자 후리는데 전문가구만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나한테 당당히 소개하는 건 뭔지. 정말 모든 게 마음에 안 든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제 후배가 갑자기 보물 사냥에 빠져서 뭔 이유가 있었나 싶었는데 당신 덕이었군요."


웃는 얼굴로 내게 손을 건네는 용병 자식의 얼굴을 한 대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참는다. 억지로 팔을 들어 겨우 악수를 하기는 했지만 은근슬쩍 쥐는 힘이 강해지더니 슬쩍 웃는 게 아니던가. 용병들의 단순한 인사 문화인지 아니면 시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러잖아도 나빴던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게다가 내 연인이 이 녀석의 후배였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서 몰랐는데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리니 무언가 걸리는 구석이 있는 듯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숙인다. 나를 속인 걸까? 하지만 그녀를 향한 신뢰는 하루 아침에 쌓은 모래성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그녀를 믿었다.


"둘도 없는 파트너죠. 비즈니스, 호위, 생활력 등에서 그녀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오호, 예전에 제 집 정리도 해주고 같이 용병 일도 많이 뛰었는데 확실히 후배가 그런 면에선 남다르긴 하죠."


"하하... 그렇죠."


이 새끼 이거 보게? 은근 슬쩍 그녀를 자신의 후배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데? 뭔가 기분이 확 잡쳐서 더는 대답할 가치를 찾을 수가 없었기에 그냥 짧게 대답하고 대화를 끊었다. 대체 이런 인간을 왜 내 앞에 데려온 건지 의문만 생긴다. 나와 그녀의 일상에 침범한 그 녀석은 충분히 우리의 관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를 향한 나의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한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일단 서로 인사도 끝났으면 어서 던전에 들어가자. 선배도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저희 말에만 따라주세요."


"참나. 내가 무슨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그래? 섭섭하네~"


"그게 쓸데없다는 거에요. 아무튼 늦어도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진 캐낼 건 다 캐야 하고, 남아있는 마물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호위 게을리 하시면 안돼요. 엄연히 저희가 선배를 고용한 입장이니까요."


"으음... 알겠어."


옳지. 말 잘한다. 역시 그녀가 확실히 선을 그어주니 그도 별 달리 할 말이 없었는지 금세 입을 닫고 조용해졌다. 나는 나빴던 기분이 상향세를 그리며 들뜨는 것을 느끼곤 가벼운 발걸음으로 던전을 향해 나아갔다.

우리가 들어설 던전은 숨겨진 장소가 많고, 다른 평균적인 던전에 비해 넓은 탓에 다소 탐색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측된다. 나오는 마물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지만, 던전이 좀 어두운 편이고 마물들이 어둠에 숨어 있으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런 점에서 호위가 한 사람 더 늘어난 점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판단이었지만, 그 용병 나부랭이가 내 연인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히 불쾌한 것이다.


"보물 사냥꾼이나 용병이나 별 다른 점이 없는 거 같은데?"


던전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이 근질근질한 용병 새끼가 금세 입을 놀린다. 아직 목표했던 장소에서 중간도 오지 못했는데 왜 저 지랄인지 참.

다행이 내 파트너로서 그녀가 시의적절하게 용병의 말을 끊음으로서 다시 조용해질 수 있었다. 그 점만 아니라면 탐색은 순항에 가깝기도 했다.

그렇게 말없이 어둠 속을 거닐면서 마물 한 마리조차 마주치지 않고 안전하게 목표했던 장소까지 닿은 우리들은 잠시 짐을 풀어 휴식을 취했다.


"여기가 목표 1지점이다. 여기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좀 가로지르면 바로 2지점으로 갈 수 있어. 5분만 쉬고 탐색 시작하자."


"알겠어."


"저는 뭘 하면 되겠습니까?"


눈치 없이 끼어들려는 용병 자식의 얼굴이 여전히 얄밉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친절한 미소를 연기하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저기 입구 쪽 호위를 하시면 됩니다. 위치 이탈하지 마시고, 마물이 오면 대치하지 말고 저희에게 바로 알려주시면 됩니다. 소리치던가 해서요."


"간단하네요. 일단... 알겠습니다."


딱히 표정에 뚜렷한 변화가 없어서 의심이 가는 부분은 없었다. 용병은 딱히 말을 더 하지도 않고 자리를 벗어나 알려준 위치로 향했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서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녀에게 향했다. 미리 도구를 꺼내 놓은 것을 보니 휴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탐색 작업에 돌입하려는 모양이었다. 참 부지런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니까.


"생각보다 이 던전은 그리 답답하진 않네. 저번에 갔던 던전은 뭔가 몸도 무겁고 기력이 쪽쪽 빨리는 느낌이었는데."


"그건 저번 던전에 걸려 있던 저주 비슷한 것 때문에 그런 거니까. 애초에 여기는 개척자들이 원활한 탐색 및 발굴을 위해서 해주 작업을 몇 차례나 겹쳐서 진행했을 테니 답답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라고."


"하긴, 저번 던전은 마물이 아니라 그냥 돌아만 다니는데도 지쳐서 나가 떨어질 뻔 했으니까."


그녀는 그리 대답하고는 실없이 웃었다. 나도 그녀의 웃음에 화답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멀리 용병놈의 시선이 느껴지긴 하지만 아랑곳도 않고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호위 중일 용병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서 기분이 나빠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는 더욱 거칠게 키스를 행했다. 서로의 숨소리가 서서히 거칠어질 무렵. 그녀는 나의 강압적인 욕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하아... 미쳤나 봐... 저기 선배님도 있는데 갑자기 이러면 어떡해..."


"이게 내 휴식이야."


"정말... 말이라도 못할 것이지."


그녀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느라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내 시선을 회피했다. 그녀가 확실히 내 여자라는 걸 입증 시키고 싶은 욕망이 무럭무럭 샘솟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았다. 아직 찾아야 하는 곳이 많은 이 상황에서 그녀와 키스를 하고 있으면 못 참고 밤새서 야외 섹스나 해버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럼 2만금 짜리 반지는 날아가는 셈이다.


"5분 지났어. 빨리 일어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 몸을 일으킨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손에 도구들을 꼭 쥐고 있는 걸로 보아 그녀도 나름 2만금이 걸린 보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긴장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 그럼 시작해 볼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챙겨온 도구 가방에서 주로 애용하던 도구들을 꺼내어 채비를 갖추었다. 2만금을 얻기 위한 보물 사냥꾼들의 유쾌한 도굴이 이제 막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