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나는, 근처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기척에 눈만을 움직여 주변을 살핀다.


"후붕아...?"


"안녕"


이것이 꿈인지, 환상인지. 혼란스러웠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상처입히고 말았던 사람이, 달라붙어있듯 옆에 있던 것이다.

절망에 뭉개진 내가, 자신에게 희망적인 그림자를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줌마에게 말해서 네 방에 데려왔어. 미안, 깨게 만들어서"


"에, 아... 괘,괜찮아..."


"이건, 영양 드링크. 나중에 마셔 둬. 젤리나 푸딩도 아줌마에게 건네서 냉장고에 있으니, 그것도 꼭 먹고"


"으,응... 고마워..."


드링크를 받아들고, 아무 생각 없이 성분표를 바라보며, 멍하니 머리를 굴린다.


뭔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처음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 말은, 역시 사죄였다.


"미안해, 후붕아... 항상 집 앞에 있어서..."


후붕이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나도 그 이상은 아무말도 못하고, 잠시 방안에 침묵이 맴돌았다.

후붕이도 나도, 서로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누군가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이대로 계속 함께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 시작했을 때, 후붕이가 입을 열었다.


"윤아한테도 들었지? 아이의 일"


"...응, 들었어"


냉정하게 버려지는 걸까.

나의 존재는, 이제부터 태어날 두명의 아이에게 있어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행복해.

괴로운 일이 많이 있었고, 지금도 때때로 괴로울 때가 있지만.

윤아와 함께라면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고 있어"


"후붕아..."


후붕이는 정면에서 나를 바라본다.


이런 식으로 서로 눈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러니까, 나연아.

나연이 너도 앞을 보고 살았으면 좋겠어.

서로의 일, 잊으라고 하진 않을게. 그렇지만, 이제는 과거의 일에 속박되는 건 그만둬"


"후붕,아... 훌쩍... 흑...흐윽..흑..."


눈이 뜨거워져서, 끝도 없이 눈물이 흘러 떨어진다.


나를 생각해주는 상냥한 후붕이의 말이, 마음에 스며들어 퍼져간다.


후붕이의 기도.

후붕이의 소원.

잊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잊을 수 없다.

앞을 볼 수 조차 없다.


나는 일생동안, 후붕이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없다고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나의 보람이니까.


---


그녀는 십 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무사하게 후붕이와의 아이를 이 세상에 낳았다.


여자아이로, 이름은 이유라로 붙여졌다.


"자, 안아봐. 이상한 짓하면 용서하지 않을거다."


"그런 짓 하지않아..."


나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툇마루에 앉아 유라를 껴안는다.


후붕이에게 앞을 향하고 살라고 들었지만, 나는 후붕이의 집에 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지만, 후붕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그녀에게 기가 막혔다.

얀붕이를 처참하게 죽인 여자에게, 자신의 아기를 품게 하였다.


팔 속에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는 유라는 왠지 아주 사랑스러운 존재처럼 보였다.


하루도 태어나면 이런 느낌인 걸까.


"아!, 또 운다"


그녀에게 지적되어, 드디어 나는 울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뚝뚝, 턱 끝에서 떨어지던 눈물이, 유라의 뺨을 적신다.


"미안... 미안해..."


---


나는 오늘도 제자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때때로 앨범을 열고, 추억에 잠겨, 멍하니 보내고 있었다.


"얏호, 언니. 오늘도 그러고 있네"


"안녕 얀순아"


얀순이는 가끔씩 얼굴을 내밀어서는, 나의 말벗이 되어주었다.

불쌍해서가 아니라, 흥미가 있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전에 나는 귀중한 치재대사 중 한명이라고 말한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말하는 걸 잊고 있었네. 결혼 축하해, 행복하렴?"


"아하하, 고마워!"


살인의 공범이기도 한 얀순이는 얼마 전에 결혼했다.

집이 부유해 결혼식을 할 수 있음에도, 그녀는 하지 않았다.


얀순이는 일 년 전에 내가 일으킨 처참한 살인을 목격했음에도, 태도의 변화 없이 무사태평해서, 오히려 내가 때때로 그녀의 이상함에 공포심을 품기도 했다.


둘이서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으면, 유리문을 열고 그녀가 모습을 나타냈다.


"이봐, 너희들. 바베큐 준비할테니까 빨리 와서 도와"


그렇게 말하고는, 창고에서 바베큐를 하기 위한 기구를 꺼내기 시작한다.


"나도 끼게 해준다면 도와줄게!"


"너희들이 있으니까 바베큐를 하는건데?"


"역시!, 언니도 상냥해!"


의기양양하게, 얀순이가 세팅에 참가했다.


"나연아, 식욕은? 컨디션은 괜찮아?"


방의 안쪽에서, 유라를 안은 후붕이가 나타난다.


"괜찮아, 먹을 수 있어..."


준비를 끝내고, 스토브를 둘러싸고 넷이서 실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고기를 쿡쿡 찌른다.


그녀와 후붕이는 유라에게서 눈을 뗄 수 없고, 반드시 어느 한쪽이 고리에ㅓ 떨어져 유라의 옆에 붙어 있었지만.


왠지 즐겁고, 작은 행복이 느껴져,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의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


평소처럼, 당연한 듯이 후붕이의 집 앞에 오자, 그녀가 현관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를 불렀다.


"들어와"


"...에?"


"빨리 안으로 들어오라고"


"어,어째서?"


"어째서라니 밖은 춥잖아, 너 또 폐렴 걸리면 안 도와줄 거니까"


그녀는 난폭한 어조였지만, 속에 담긴 마음은 매우 상냥하다.

언제부턴가 그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후붕이가..."


게다가 두사람은 신혼이다.


"남편이 좋다고 말했어. 빨리 들어와!"


"...응"


나 같은 건 방해, 라고 생각하며 나는 오랜만에 후붕이의 집에 발을 디뎠다.


안에 들어서자, 작업용 앞치마를 입은 후붕이와 복도에서 딱 마주쳤다.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후붕이는 나를 보았다.


"안녕, 나연아"


"안녕, 후붕아... 그, 괜찮아...?"


"윤아가 좋다고 말했으니까... 괜찮아. 있어도 돼"


용서를 받은 나는,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수상한 거동으로, 두리번거리며 집 안을 둘러본다.

집 안은 옛날에 비해 그다지 변하지 않았지만, 세세한 곳에 변화가 있었다.

아주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든다.


나는 코타츠에 들어가서, 푹 엎드렸다.


느긋하게 쉬고 있는게 아니었다.


후붕이의 집에 들어온 것은 기뻤지만, 결국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지 못했다.


긴장과 불안으로, 불쾌한 땀이 맺힌다.


'또 쫓겨나긴 싫은데...'


나의 불안과는 다르게, 의외로 실내의 생활은 평화로웠다.


그녀의 집안일을 돕기 위해, 청소를 하건, 요리를 돕는, 정말로 평범한 일상.


저녁밥을 끝내고, 날도 저물어 밖이 깜깜하게 되었을 무렵, 나는 집에 돌아가려고 그녀와 후붕이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자고 가"


"에?"


"어차피 내일도 올거잖아? 그럼 그냥 자고 가"


"...후붕아?"


그녀의 제안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곤란한 표정으로 후붕이에게 시선을 보낸다.

조용히 미소지으면서, 후붕이는 말했다.


"네가 좋다면, 자고 가"


"정,정말?"


"응"


나는 후붕이의 집에서 자기로 했다.


목욕을 하고 나서, 집에서 가져온 잠옷으로 갈아입고, 유라의 뺨을 콕콕 찌르거나 하며 놀고 있었다.


잘 시간이 되어, 후붕이는 유라가 있는 침실로 향한다.

유라와 함께 자기 위한 것이다.

나와 그녀는 2 층의 침실에서 자게 되었다.


침실에 들어가는 순간, 플래시백 하는 그 때의 기억.


기분이 나빠졌지만, 뎐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집에서 쫓겨나기 전에, 새로운 침대로 바꿨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사이즈는 후붕이와 둘이서 자는 것을 상정하고 구입했기에, 그녀오 함게 자도 좁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잘테니까"


"응..."


침대에 누워, 어슴푸레한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이 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저기, 윤아씨"


"뭐"


"왜 저를 안에 들여준 거에요...?"


"...너가 항상 감기 걸려서 아파해서?"


"죄송해요..."


"괜찮아"


그리고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아주 조용해진다.

조금씩 그녀와 둘만의 공간에 익숙해져 꾸벅꾸벅 잠이 올 무렵, 느닷없이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너 말야"


"에?"


"열심히 남편과 화해하라구"


"화해요...?"


"그래, 화.해"


이해가 안 되고, 의미를 모르겠다.


"어째서?"


"후붕이와 나는 러브러브함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항상 너를 걱정하고 있어"


"..."


"그건, 너무 우울해 보이니까"


"윤아씨는 그래도 괜찮나요...? 저라면 싫을텐데..."


그런 말이 너무 고마웠고, 항상 바래왔던 말이었지만, 그녀가 상냥하기 때문이라는 말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너는 너무 멍청해서 질투할 생각도 들지 않으니까"


"너무해요..."


"뭐, 내가 인정해줬으니 너도 잘하라고, 그래서 이런 우울한 관계는 끝내둬"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이 대화는 여기서 끊자는 태도의 의사 표시일까.


나는 당황해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느라 결국 한숨도 잘 수 없었다.


--


그리고 나는, 그녀와 후붕이, 유라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라는 타인이 있는 건 틀림없이 이질적이지만, 딱히 아무일도 없이 시간은 흐른다.


후붕이는 과거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의 상처도 상당히 아문 모양으로, 옛날처럼 미소를 짓는 일이 많아졌다.

그것이 너무 기뻐서, 그녀에게는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했다.


유라와 그녀가 함께 잤을 때는, 내가 후붕이와 함께 침대에서 잤다.


조심조심 손을 잡으니, 부드럽게 힘을 담아 준다.


"후붕아..."


벌써 몇번이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후붕이의 손의 온기만으로 나는 감격해서 눈물을 흘려버린다.


나는 몇번이나 계속, 그녀와 후붕이에게 허락을 받았다.


후붕이를 만져도 괜찮은지 그녀에게, 내가 닿아도 괜찮은지 후붕이에게


"아! 귀찮아!! 키스라도 하던가!" 라고 그녀에게 쳐내지고, "괜찮아. 나는 이제 괜찮으니까" 라고 후붕이는 상냥하게 말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야기를 한 듯, 그녀도 후붕이도 아무 말 않고, 나를 받아들여 주었다.


유라를 포함해 네 명이서 여행에도 갔다.


셋이서 손을 잡고 자거나, 후붕이를 뒤에서 껴안거나, 그러는 중에 그녀도 좋아져서, 그녀를 껴안기도 했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네 명의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낡아빠진 앨범을 보며, 나는 매일 기도했다.


부디 이 일상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혹시 후붕이가 계획한 장대한 복수 계획으로, 어느 날 갑자기 버려지는게 아닐까 무서워하고 지낼 때도 있었다.

그녀와 알콩달콩하는 후붕이를 보고, 답답해질 때도 있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는, 그녀가 상담해주어서, 나는 몇 번이나 도움받았다.

정말 돌봐주는 것을 잘하는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완벽해서, 부럽다.


어느 날, 그녀에게 힘입어, 나는 후붕이에게 키스를 했다.

후붕이는 저항하는 일 없이, 받아들여준다. 그것이 너무나도 기뻐서... 나는 울고 말았다.


후붕이는 조금 눈썹을 낮추고, 나에게 묻는다.


"정말로 후회하지 않아...?"


"후회는, 항상 하고 있어... 바람 피운 것, 후붕이를 상처입힌 것... 쭉..."


유라를 안는 그녀를 본다.


"윤아씨는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두 명 아니, 세 명과 계속 함께 있고 싶어요... 부탁드려요..."


머리를 숙이고, 일그러진 관계를 계속해 주기를 부탁했다.


"괜찮으니까. 남편도, 앞으로는 어두운 얼굴 하지마. 하면 혼내줄테니까"


"응, 알았어"


"너도 한번 더 바람피면 산산조각으로 만들어줄거야"


"하지 않아요, 절대로"


나는 두 번 다시, 행복을 버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


나의 새로운 상활에는, 몇가지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먼저, 혼자서 밖에 나갈 수 없었다.


혼자서 밖에 나가자, 30분도 지나지 않아 몸이 떨리고, 구토감이 몰려와서, 그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만다.

후붕이에게 바람을 의심당하는 것을 상상해버려, 정신에 이상을 초래했다.


나갈 때는 반드시 후붕이 혹은 그녀랑 함께가 아니면 안 된다.

이건 아마, 오랫동안 낫지 않을 병이라고 느껴졌다.


후붕이는 나와 그녀를 평등하게 취급하려고 의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의식 중에 그녀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평등하게 취급하려고 의식한다는 것은, 즉 의식하지 않으면 평등하게 되지 않다는 것도 된다.

무의식 중에 그녀를 우선하는 후붕이를 보고, 나는 어쩔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여, 우울증처럼 되는 것이 많이 있었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찮을 텐데, 내가 어두워질 때마다 그녀가 나를 끌어안아 주었다.


정말, 그녀에게는 항상 고마웠다.


"고마워요..."


"뭐야, 갑자기"


"나, 윤아씨가 없었으면, 아마 죽었을 거에요"


"내 어머니는 네가 죽는 것을 바라고 있었는데"


"에, 어째서"


그녀의 모친에게 실수를 한 기억은 없다. 애초에 만난 적도 없고.


"불쌍했으니까, 죽게 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어"


"잘 모르겠는데요..."


"괜찮아, 몰라도"


그녀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유라의 곁으로 향해다.


말의 의미를 잘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지만, 나는 마음 속에서 다시 그녀에게 감사를 보냈다.


--


후붕이와 재결합하고 나서 3년이 지나고, 마침내 나는 아이를 임신했다.


물론, 후붕이의 아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그 몸에 품고, 나는 행복감에 빠져 있었다.


후붕이에게는 사전에, 태어날 아이의 이름은 하루로 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이름이라고, 후붕이도 수긍해 주고, 나는 하루가 태어나는 것을 기대하며 보냈다.


불룩해진 배로 유라를 껴안는다.


"유라야. 이제 곧, 여동생이 생길거야, 좋은 언니가 돼 주어야 해?"


"?"


어리둥절한 표정의 유라가 사랑스러워서,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출발할테니까, 빨리 준비해"


"미안해요, 지금 갈게요"


그녀를 따라, 정기 검진을 받았을 때, 난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들었다.


"남자아이입니다."


눈 앞이 깜깜해졌다.


나의 배에 있던 것은 남자였다.


쭉, 하루가 태어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꿈 속에서 나를 격려해 준 그 아이는, 꿈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어깨를 떨어트리고, 한탄했다.


--


나의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다.


하루는 여자아이 같은 이름이기 때문에, 새롭게 이름을 지었다.


작고 사랑스러운 모습인 나의 아기. 나의 하진.

하루가 아니었던 것은 유감이긴 했지만, 하진이는 틀림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그렇지만, 나의 정신의 일부가, 하진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가 연결된 아들이라고는 해도, 후붕이 이외의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매우 무서운 것처럼 느껴져 버리는 것이다.

하진이를 껴안을 때마다, 견디기 어려운 공포, 절망에 휩싸인다.


팔 안에서 자는 하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무서웠다.


아들이네, 분명 후붕이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내게 타일렀지만, 나의 신체는 하진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몸이 안좋아져서, 나는 나의 빈약한 정신을 저주하면서, 하진이를 그녀에게 맡겼다.


"너, 약혼자뿐만 아니라 모친으로서도 실격이야"


"...응 ....맞네요 ...정말, 최저..."


"하, 지금은 괜찮지만. 언젠가는 정신차려, 그 쓰레기 같은 병"


"네..."


그녀는 궁시렁궁시렁 욕을 하면서도 나의 정신을 이해하며, 하진이를 친자식처럼 키워 주었다.

그런 보살핌이 좋은 그녀를 어머니로 가지고 있기 떄문인지, 4 세의 유라는 빠르게도 누이로서, 하진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 많아졌다.


이윽고 하진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게 되어, 깊은 슬픔과 후회에 시달리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후붕이를 껴안았다.


"나연아..."


"미안해, 후붕아... 하진아... 전부, 전부 내가 나쁜 거야... 전부... 흑..."


"울지마, 나연아. 분명 괜찮아질테니까"


분명 나에게는, 정말로 마음속에서 부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겠지.


언제나 뭔가에 시달리며, 절망하고, 가끔 어쩔 수도 없는 후회에 휩싸여,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에게 사과를 하는 나날들이 분명, 계속되겠지.


최저최악의 배신을 한 나는, 그런 생활 밖에 보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행복하다.


나의 옆에는 후붕이가 있고, 윤아씨가 있고, 유라가 있고, 따뜻한 그들에게 둘러싸여 사랑받는 자식이 무럭무럭 자라 주고 있으니까.


이 행복을 가슴에 품고, 나는 괴로운 일을 극복하고, 오늘도 밝게 살아 갈 수 있다.




많이 찍은 하진이의 사진으로, 간신히 세 권 째의 앨범은 메워 졌다.


망신창이의 앨범을 가슴에 안고, 나는 자고 있는 하진이에 대한 사랑을 속삭였다.


"사랑하고 있어, 하진아, 후붕아...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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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하진이의 이야기로 이것도 후회물입니다.

다음은 이걸 번역할텐데 본 작품같은 ntr묘사도 없고 꽤 재밌습니다.

근데 갠적으로는 이 작품이 더 좋긴 하네요.

다음 작품도 한국식으로 이름을 바꿀까요? 아니면 원래 이름 그대로 가지고 오는게 나을 까요. 고민되네요...


마지막으로 늦게 올라온 이유는... 코인이... 리플이........ 김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