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용사님에게 바치고 나서, 제 마음은 본격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소중하게 보였던 것들이, 희미해질만큼 말이죠.


"리나!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대체 어디에 갔었던거야?"


용사님과 잔뜩 사랑을 나눈 다음 날, 집에 돌아오니 알토가 걱정했다며

다그쳤습니다. 그 때, 그의 얼굴을 보고 저는 깜짝 놀라버렸습니다.


알토란 소꿉친구는, 이렇게도 매력이 없던 남자였었나라고, 제가 깨달아버렸기

때문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용사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해.


─ ─ 솔직하게 말하면, 쓰레기같은 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이런 아무래도 좋은 사람을 사랑했어...?)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남자에게 반했던 지금까지의 자신에게, 크나큰 분노를 느꼈습니다.

용사님에게 첫 눈에 반해버린 나 정도나 되는 여자가, 이런 가치따위 하나도 없는 남자를 

위해 이때까지 소모해버린 시간이 아까웠기때문이죠.


"저기, 리나.. 부탁이니까 대화를 좀.."

"듣고 있으니까, 몇번이나 자꾸 같은 얘기 하지 마. 게다가 소중한 용건이라고, 말했었지?

그렇다면 늦어지는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어야지."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차가운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내 갑작스러운 태도에, 알토는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버립니다.


"아니.. 그래도, 외박하고 온다면 적어도 연락 정도는 해줬으면 해서.."

"헤에, 내가 나쁘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거지? 자신의 부족함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다니, 최악이네"


"아니야.. 그런 걸 말하는게 아니고.."

"아 그래. 됐어. 내가 나빴지? 네. 정말로 미안합니다. 이제 됐어?

당분간 당.신.이랑 말도 섞기 싫으니까, 말 걸지 말아줘"


"리나..."


철저하게 쌀쌀한 어조로 말하는 내게 당황했는지, 알토는 그 뒤론

시키는대로 입을 다물어버렸습니다.


이맘때쯤 저는, 알토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그에게

접촉하기만 해도 더럽다고 느껴버리는 상태가 되버려서, 지금까지

함께 했던 침대도 갈라서 알토와의 사이에 칸막이를 만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오물같은 남자랑 접점을 가지는 게 진절머리 났던 것입니다.


(어째서, 나는 이런 쓰레기랑 같이 살고 있는거지?)


알토같은 쓰레기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내게 어울리는 건, 듬직하고 강인한 남자다운 용사님일텐데.


(빨리 코오지님을 만나고 싶어.. 한 번 더 안아줬으면 좋겠어)


용사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욱씬거리는 몸을 베베꼬며,

저는 일찍 잠들었습니다.


며칠 후, 알토가 아버지의 부름으로 집을 비운 틈에, 저는 용사님을

집에 모시고 들어갔습니다.


"만나고 싶었어요! 용사님!"

"나도야. 리나. 하지만 괜찮아? 여긴, 알토와의 사랑의 보금자리잖아. 

나같은 걸 데리고 들어가버리면, 그 녀석을 배신하는거잖아?"


용사님은, 이런 때에도 저와 그 쓰레기를 걱정해주셨습니다.

그런 그의 배려에 감동해버린 저는, 용사님에게 매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그런 버러지는, 이제 어떻게 되도 좋으니까요..

또, 안아주세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교태로운 목소리로, 용사님을 유혹했습니다.

신체를 용사님에게 밀착하고, 정열이 담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 요청을 듣고, 가만히 있으면 남자가 아니지. 그러면 또 안아줄게.

이 집에서 쌓았던 알토와의 추억은 이제,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네, 그런 버러지는 이제.. 잊게 해주세요. 리나를, 

오직 코오지님만의 것으로 해주세요!"


서로 뜨거운 숨결을 진하게 내뱉으며, 저와 용사님은 여관에서 이어

또 다시 서로의 몸을 탐했습니다.


알토와 결혼을 맹세했던, 두 사람만의 집 안에서 ── 그와의 추억을 더럽히면서 말이죠.




다음화에 들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