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짓을 한거야, 네놈들!"


저와 용사님이 키스를 하고 있는데, 난데 없이 호통소리가 들렸습니다.

신경이 쓰여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 ─ 거기에는 

마을사람들이 잔뜩 있던 것입니다.


여기는 마을의 중심에 있는 광장 ─ ─ 그렇게, 알토의 비명은 온 마을에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걸 눈치챈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왔던거지요.


서로에게 열중해 있던 우리들은, 전혀 깨닫지 못했습니다.

용사님의 오른손에는, 쓰레기를 처단했을 때의 피가 묻은 칼이 있고

저는 그런 용사님에게 매달려있다 ─ ─ 그것을 마을 사람들이 

목격해버린겁니다.


더욱 그 중에는.. 알토의 부모님도 계셨습니다.

조금 전, 화를 내준 청년을 밀어내면서, 알토의 아버지가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쪽을 보자마자 ─ ─ 경악스런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뭐..뭣!!? 아, 알토!!"


땅바닥에서 버러지처럼 뒹굴고 있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이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들 따윈 보이지도 않은 것마냥,

알토의 곁으로 달려가 절단된 팔을 지혈하며 그의 이름을 계속 불렀습니다.


"알토!! 정신차려, 알토!!"


지나치게 어수선떠는 모습에, 내심 속으로 쓴웃음을 지어버렸습니다만,

아버지의 필사적인 호소가 주효했는지, 알토는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앗...아아...버..?"

"알토!? 괜찮다... 괜찮으니까. 곧 도와줄게. 아빠가 꼭 도와줄테니까..!"

"미,안..해요.. 아...버... 나..."

"으,으으... 알토오오!!... 절대로 죽게 하지 않을테니까! 내 아들을,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거다!!"


그런 대화를 기가막힌 듯이, 저와 용사님은 바라보고 있었지만,

모포로 알토를 감싸고 끌어안은 채로, 알토의 아버지가 갑자기 고함을 지릅니다.


"여보!! 알토의 팔을 챙겨줘!!"


그렇게 외치자, 알토의 어머니가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 서둘러서 지면에 떨어진

버러지의 왼팔을 줍고 있었습니다. 다시 접합이라도 할 생각인가요? 

아무리 알토의 아버지가 의사라도, 쓸데 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네놈들..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제 의식이 알토의 어머니쪽으로 향하고 있던 그 때, 눈 앞에서 무시무시한 호통을 들었습니다.

귀에 영향을 줄 것만 같은 그 소리에 놀란 나는, 용사님의 늠름한 가슴에 매달려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슬쩍 알토의 아버지의 모습을 훔쳐보니, 그는 피칠갑이된 용사님의 성검을

응시한 후, 용사님에게 껴안고 있는 저를 돌아봤습니다.


그러자, 뭔가를 납득했나본지 고개를 숙여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가.. 그러한, 일이 있었던건가.. 알토... 너는..."


알토를 끌어안으며 투덜투덜 중얼거리면서, 신체를 떨고 있는 모습은 정말로

알토와 똑 닮은, 기분 나쁜 모습이었습니다. 과연, 부모 자식이라 할만 하네요.


역시, 피는 못 속이나보군요.


우스꽝스런 모습에, 웃음을 참고 있으면, 돌연 얼굴을 돌린 알토의 아버지가

저를 응시해왔습니다. 그 눈동자를 본 저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습니다.


알토의 아버지가, 저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는 항상 상냥함이 가득 차 있는,

온화한 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를 응시하는 그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를 담은 무서운 것이었어요.


그리고 나를 노려보면서, 지금까지 들은 적도 없는 낮은 목소리로


"두 번 다시 아들에게 접근하지마라 ─ ─ 이 배신자!!"


그렇게 내뱉듯이 말하면서, 아내와 함께 어디론가 달려가버렸습니다.


저는 ─ ─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어째서... 나쁜 것은, 알토겠죠? 저는, 피해자인데요?

분명하게 알토를 거절했는데.. 미련이 넘치는 그 녀석이 제 어깨를

만져서 행패를 부릴려고 했으니까 ─ ─ 용사님이 도와준거잖아요?


─ ─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쁜 놈은, 알토 그 자식이잖아?


정당방위였다고 ─ ─ 그런 식으로 밖에 나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의 저는 적반하장인 식으로 알토의 가족을 경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경 쓰지마, 리나. 버러지의 가족은, 어차피 버러지라는거다"

"그래. 그렇죠.. 감사합니다.. 코오지님"


용사님은 상냥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 달래주었습니다.

역시, 절 알아주는 건 용사님 밖에 없어요.


용사님의 상냥함에, 환희에 차 있는 저에게, 아직도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안쪽으로부터, 다가오는 두 인물이 있었습니다.


우리 앞으로 다가온 그 두 사람은 ─ ─ ─ 저의 부모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