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ttps://arca.live/b/regrets/35459420?target=all&keyword=%EA%B2%BD%EB%A9%B8&p=1


2) https://arca.live/b/regrets/35537577?target=all&keyword=%EA%B2%BD%EB%A9%B8&p=1


3) https://arca.live/b/regrets/35738755?target=all&keyword=%EA%B2%BD%EB%A9%B8&p=1


4) https://arca.live/b/regrets/35861776?target=all&keyword=%EA%B2%BD%EB%A9%B8&p=1









학교는 자퇴했다.


했다기 보단 거의 당했다.


학교를 관두고 나서 방 안에 틀어 박히기만 했다.


후순의 마지막 자비인지, 나를 내쫓으려 하진 않았다.


때문에 나는 하루의 거의 전부를 방안에서 멍 때리거나 잠을 자는 데에만 투자했고, 후순이 학교에 가거나 잠에 든 늦은 밤에만 잠시 방 밖으로 나와 화장실을 가거나, 냉장고를 뒤지거나 후순이 먹다 남은 음식을 꾸역꾸역 입에 집에 넣었다.


어쩌다 한 번 새벽에 후순과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후순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존재를 보듯 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오자 마자 방 밖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는 잊고 있었던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고, 방 안에서 혼자 눈물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몇 날 며칠이고 방 안에서 멍 때리며 가만히 있다 보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이 모든게 가상현실은 아닐까? 과학자들이 나를 이 세상에 가두고 인간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지켜보기위해 실험을 벌이고 있는 중이 아닐까?'



'나는 뭐지? 신의 버림을 받은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전생에 나라라도 팔아먹었던 걸까?'



'누군가 이 상황을 전부 지켜보며 웃음이나 짓고 있진 않을까? 나는 날 이렇게 만든 자들을 원망해야 하는 걸까?'



'살아도 산 게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이렇게 사느니, 그냥 죽어 버리는게 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진 않을까?'





*
*
*
*


온통 비정상인 상황에 정상인 인간이 섞인다 한들, 그가 비정상이 될 뿐이다.





'죽을까?'




'그냥 콱 죽어 버릴까?'




'어차피 나 같은 새끼,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 않을까?'






'목을 매달까?'




'손목을 그을까?'





'수면제를 한 움쿰 삼킬까?





'높은 곳에서 떨어질까?'







'죽을까.'





'죽을까.'





'죽을까?'






'죽어 버릴까?'








'죽어 버려?'







*
*
*
*
*
*







"......."








"....헉!"





눈을 뜨자 마자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


푸른 색 벽지.


살랑거리는 커튼과 새어나오는 바람.


뺨을 간지럽히는 햇빛.


땀으로 흠뻑 젖은 온 몸.


침대 밑으로 내려 가 있는 이불과 배게.



들리는 것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


약하게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작게 들리는 차의 경적 소리.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는 본인의 소리.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어느 날의 오후.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호흡을 고르고, 거친 숨을 가라앉힌다.


조심히 침대에서 나온다.


부러진 발목은 고치지 않았다.


고칠 수도 없었다.


절뚝거리며 책상으로 다가가 목발을 집어들었다.



화장실로 가 조심스레 몸을 씻는다.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 머리를 말린다.


후순은 학교에 가고 없다.


머리를 말리며 오랜만에 휴대폰을 들었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키자마자 SNS에 접속했다.


SNS에 접속하자마자 가장 맨 상단에 올라와 있는 글이 보인다.





***





<후챈고등학교 익명 게시판>


제목: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현재 후챈고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입니다.


저는 몇 달 전에 있었던 후챈고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밝히겠습니다.


후챈고 성폭행 사건은 전부 조작된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사건 이전 사건의 가해자 학생을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가해자 학생은 그 후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상실감에 사로잡힌 저에게, 몇몇 학생들이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제가 약간의 도움을 주기만 하면, 연모하던 학생과 다시 이어주게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의구심을 가져야 하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그저 사랑에 빠진 소녀였던 저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우선 이 사건은 전제부터 성폭행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귀가를 하던 가해자 학생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어들이고, 사건을 주도한 남학생들은 저를 성폭행 하는 척, 연기를 했습니다.


당연히, 가해 학생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가왔고, 그들은 가해 학생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한 후, 그를 제 위에 올라타게 만들어 마치 그가 저를 덮치는 듯 한 사진을 조작해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확실한 증거를 더 얹히기 위해, 그 날 녹음 했던 음성 파일을 조작해 정말 그 학생이 성폭행을 벌인 것처럼 교묘히 꾸며냈습니다.


밑은 제가 올리는 그날 실제로 녹음 되었던 파일 입니다.


[20211003.mp3]


그동안 오랫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얻겠다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 맞나,


그리고 실제로 억울하게 누명을 씐 그 학생은 학교는 커녕 정상적인 생활도 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제가 그날 한 짓, 그날 있었던 끔찍한 일들을 모두 밝히고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뭐라 남길 말이 없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처벌이 온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후챈고등학교 3학년 1반 박후서 드림.







*** 




솔직히 글을 읽어도 뭔가 느끼지 못한다.


감정이 닳아 버린걸까?


아니면 내가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도 없어진 걸까?


그냥,


그냥 그렇다.


아무렇지도 않다.


그날의 증인이 폭로 글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다지 어떤 감정이 들진 않는다.


그냥, 


그렇구나.


그렇네.



먹던 약이 다 떨어졌으므로, 약국으로 향해야 한다.


방으로 돌아가 천천히 옷을 갈아입었다.


목발을 짚고, 집 밖으로 나섰다.




겨울이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집 밖으로 나설 때 보다 많이 추워진 듯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패딩이라도 입고 올 걸 그랬나.


집 근처의 약국에 들려, 늘 먹던 약을 사온다.


별 거 아닌 약이었다. 


먹으면 식욕이 돋았고, 몸이 나른해졌다.



"다른 증상이 있으면 꼭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희가 빠르게 대처를 해드릴 수 있어요."



몇 번이나 들어온 약사의 말을 듣고, 약국을 나섰다.


오늘 약을 구매한 탓에, 내 수중에 남아있던 현금을 모두 사용했다.


당장 다음번 약이 걱정 될 만도 했지만, 방금 약을 복용한 터라 그리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목발을 이용해 움직이다 보니 확연히 걸음이 느렸다.


약국은 집과 10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조심하여 걷는 탓에 왕복하여 다녀오는데 40분은 걸렸다.


집에 돌아오니 현관문에 신발이 한 켤레 보였다.


후순의 것이었다.


자주 신는 운동화.


후순이 집에 돌아온 것인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2시.


아직 하교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중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 앞에 후순이 서있다.


깜짝이야.


후순을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보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그 전에 얼굴을 보는 것 조차 오랜만이었다.


달라진 점은 별로 없구나.


달라진 점이라곤 표정이나 몸짓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날 볼 때면 금방 이라도 토 할것 같은 표정을 짓던 후순이는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무언가 겁에 질린 걸까? 하얗게 질려있다.


고개를 떨구고 있네.


손은 또 왜 그렇게 꼼지락 대는 거니?


거친 운동이라도 한 걸까? 얼굴 쪽에 땀이 한 가득이다.



잠깐 가만히 서 있다, 깜짝 놀라 방으로 자리를 옮기려 했다.


후순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후순이가 싫어할거야.


지금도 봐, 갑자기 나 같은 걸 이렇게 가까이서 볼 줄은 몰랐던 것인지 심히 당황스러워 하고 있잖아.


얼른 방으로 들어가자. 약을 복용해서 몸도 나른하니 잠이나 자는거야.




-텁.




황급히 방으로 향하려던 내 팔을 후순이 붙잡았다.


아까보다 더욱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어어? 아직도 변하지 않았네. 후순이의 표정.


아까보다 더 안절부절 못하는 거 같은데?


뭔가 할 말이 있는 걸까? 욕이라도 해주려는 건가?


가만히 서있긴 뻘줌하니, 안부 인사라도 건네줄까?


됐어. 나 같은게 무슨. 후순이도 싫어할텐데.





".......오빠....."





언제나 당당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울먹거리는 18세 소녀의 목소리였다.


음....어.... 말을 먼저 걸어줬으니 대답 해주는게 맞겠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후순이를 만나는 걸 넘어 사람과 대화 해보는게 너무 오랜만이다.


일단 간단한 안부 인사라도 말해볼까?



"오빠, 저, 그...."




"하, 학교는, 잘, 다녀왔니? 후순아?"



아우, 이런.


그만 타이밍을 잘못 맞춰 후순과 동시에 말을 하고 말았다.


거기다 말을 더듬기 까지. 최악이네.


후순이 더 화내기 전에 어서 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도피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보다 더 키가 큰 소녀가 팔을 꽉 잡고 있었다. 


떨쳐 낼 수 없도록.


어차피 떨쳐낼 힘도 없었다.




"........후순아?"




"오, 오빠. 잠깐만, 잠깐만 얘기 좀 해줘.... 제발. 제발....."




"나, 나.... 진짜 쓰레긴거 알고..... 개 좆  같은 버러지 새낀거 아는데.... 진짜 잠시만.... 잠시만 얘기 해주면 안될까, 흐윽....."




"지, 진짜. 잠깐이면 되니까. 잠깐이면..... 그, 그러니까, 제발, 한번만, 한번만 기회를....."





"으흑, 으흑... 미, 미안. 미안해... 미안 오빠... 지, 진짜. 훌쩍, 진짜 미안해.... 내, 내가. 내가 잘못했어. 내가....."





"때, 때려도 좋아. 아니,그냥, 그냥 죽을때 까지, 훌쩍. 나 때려도 되니까.... 그러니 제발...."





"바, 발목. 발목. 발목 많이 아파? 상태는 어때? 흐윽, 벼, 병원. 병원 가보자.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나, 나.... 오빠 없으면 안돼.... 오빠 없이 혼자 절대 못살아.... 흐극, 제발 떠나지 말아줘.... 나, 나 진짜 옆에 두고, 화날 때 마다 때려도 되니까. 응, 그러니까.... 훌쩍... 그러니까. 떠, 떠나지만. 떠나지만 말아줘. 뭐든지. 뭐든지 다 할게. 그러니까, 제발....."




후순이가 눈물을 흘린다.


그날 이후 처음 보는 후순이의 눈물이었다.


멍하니 서있다 아차 싶어 조심스레 후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오빠.....?"




"그, 미안. 후순아. 역겹지. 응......"




".......!"




"미, 미안. 더이상, 나대지 말고, 방에 들어갈게. 응. 다신 안 나올게....."




후순이의 동공이 커졌다.


내 팔을 붙잡던 후순이의 손이 스르르 내려갔다.


후순이가 또 역정을 낼까 무서워 어떻게 다신 나오지 않겠다고 해봤는데, 어찌어찌 통한 것 같았다.


절뚝거리며 목발을 짚고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목발을 책상에 걸쳐놓고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약효가 평소보다 빨리 도는 걸까? 어째 졸음이 더 쏟아지는 기분이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결국 옷을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수마에 빠지고 말았다.


참 이상한 날이었다.




정말 이상한 날.







*****






이제 후회파트 시작인데 조금밖에 못 보여줘서 정말 미안하다.....



다음화부터 진짜진짜 본격적인 후회파트니까 도망가지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