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regrets/35928435?target=all&keyword=%EA%B2%BD%EB%A9%B8&p=1









***








"......그렇게 날개 옷을 찾게 된 선녀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 버리고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끝이야?"



"끝이네."



"뭐야, 그럼, 나무꾼은 어떻게 됐는데?"



"나무꾼은.... 아마 혼자 살지 않을까. 선녀가 사라졌으니 말이야."



"그런 게 어딨어! 나무꾼이 너무 불쌍하잖아!"



"하지만.... 나무꾼은 사슴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잖아. 자식을 셋 얻기 전에 선녀에게 날개 옷을 돌려줬으니까."



"그렇지만.... 나무꾼은 선녀를 사랑한 잘못 밖에 없는데....."



"....."



"오빠, 그럼 선녀는 다시 돌아올까? 그래도 남편인데, 나무꾼을 혼자 계속 둘까?"



"글쎼.... 난 잘 모르겠는걸. 자, 이제 자자.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어."



"오빠."



"어?"



"오빠는.... 이 동화책에 나오는 선녀처럼, 나 두고 안 떠날 거지....?"



"하하, 내가 널 왜 떠나, 후순아. 내겐 하나 뿐인 가족 인걸."



"이상한 걱정하지 말고 빨리 자. 오빤 늘 후순이 옆에 있을게."



"....."



"그럼, 불 끌게."




"응, 오빠도 잘 자."






-탁













****











"끄응......"




일어나자 마자 강렬한 빛이 내 두 눈을 덮쳤다.


아마 자기 전에 불을 깜빡하고 끄지 않은 듯 하다.


조심스레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 해 보았다.


새벽 3시. 


2시 쯤에 잠들었으니, 12시간도 넘게 자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의 화면을 키자마자 보인 것은, 잔뜩 쌓인 연락들.



-부재중 전화 48통


-카카오톡 읽지 않은 메세지 300


-메세지 95통



궁금해서 메세지 부터 한번 눌러보았다.



김후진


010-xxxx-xxxx


--------------------2021년 10월 10일------------------


-후붕아 오후 3시 40분


-이후붕 오후 3시 40분 


-후붕아. 대답해줘. 오후 3시 40분 


-어디야? 집에 있어? 오후 3시 41분


-잠깐 만날 수 있을까? 오후 3시 41분 


-미안, 미안해. 답장 좀 해줘, 후붕아. 오후 3시 45분  


-후붕아 제발. 오후 3시 45분


-속는셈 치고 한번만 대답해줘. 오후 3시 46분


-제발. 오후 3시 46분


-뭐든지 할게. 오후 3시 47분 


-니가 하라는거 다 할테니까 진짜 제발 한번만 전화 받아줘. 아니 그냥 문자만으로도 대답해줘. 오후 3시 49분 


-후붕아. 오후 3시 54분


-후붕아, 나 지금 너네 집 앞이야. 잠깐 얼굴 좀 볼 수 있을까. 오후 4시 15분 


-후붕아 제발. 오후 4시 15분 


-전화 좀 받아줘 후붕아. 오후 4시 17분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후붕아. 혹시라도 마음 바뀌면 나와줘. 오후 4시 18분  


-후붕아, 나 다음에 다시 올게. 동생한테 내 안부 좀 전해달라고 했어. 오후 10시 56분 


-언제라도 마음 정리되면 연락해줘, 꼭. 계속 기다릴게. 오후 10시 56분 





서후희


010-xxxx-xxxx


-후붕아. 오후 2시 45분


-후붕아 내가 미안해. 오후 2시 45분


-후붕아 진짜 힘든거 아는데... 한번만 얼굴 좀 볼 수 있을까. 오후 2시 47분


-진짜 내가 죽일년이야. 오후 2시 50분 


-걸레년 면상에 침 뱉으러 오는 셈 치고 진짜 한번만 만나줘, 후붕아. 오후 2시 56분


-후붕아. 오후 3시 14분 


-후붕아. 오후 3시 14분


-한번만 대답해줘. 오후 3시 15분


-후붕아. 오후 3시 19분 


-대답해줘, 제발. 후붕아. 오후 3시 23분 


-카톡이라도 한번만 봐줘, 후붕아. 오후 3시 23분 

 

-제발, 후붕아. 내가 진짜 잘못했어. 오후 3시 25분 


-후붕아. 오후 5시 45분 


-제발. 오후 5시 45분 


-미안해. 오후 5시 46분  


-니가 원하면 내 몸 어디 한 군데 부러뜨릴게. 오후 5시 47분


-다 괜찮으니까 진짜 한번만 만나줘. 오후 5시 47분 


-아니면 제발 전화라도 받아줘. 오후 5시 48분 


-후붕아. 오후 7시 13분 


-후붕아 제발. 오후 7시 13분 


-미안해 후붕아. 오후 7시 14분 


-미안해, 진짜 미안해. 오후 7시 15분 


-진짜 죽도록 미안해. 오후 7시 15분 


-진짜 죽을 만큼 후회 중이야. 오후 7시 15분 


-진짜. 오후 7시 16분


-니가 하라는 거 다 할게. 오후 7시 17분


-후붕아. 오후 9시 31분 


-학교에 이미 내가 말해뒀어. 자퇴 기록은 지웠어. 오후 9시 31분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도 되. 오후 9시 32분 


-정말 소문 같은거 하나도 안나게 할게. 진짜 철저하게 통제할게. 오후 9시 32분 


-처음 시작한 그 새끼들이랑 그 년, 네가 원한다면 네 눈에 띄지 않게 해 줄게. 아니면, 후붕이 네가 원하면 가둬놓고 고문할 수도 있어. 오후 9시 35분


-아니면, 내가 먼저 그 새끼들 목 딸까? 오후 9시 40분 


-응? 후붕아. 대답 좀 해줘. 오후 9시 40분 


-한 글자만 보내주면 바로 움직일게.  오후 9시 41분 


-후붕아. 오후 10시 11분 


-후붕아. 오후 10시 11분 

 

-후붕아... 오후 10시 12분 


-후붕아, 내일 또 연락할게. 마음 바뀌면 연락해줘. 아니면 다시 학교로 와도 되. 오전 1시 46분 


-잘 자 후붕아. 사랑해. 오전 1시 46분 





후진과 후희.


둘의 문자가 가장 많았다.


그 외 다른 학교 친구들의 문자.


그리고 학교에서 온 문자.


자퇴 기록을 삭제했으니 마음이 추스려지면 다시 등교 해도 좋다고 한다.


학교라.


다시 학교나 갈까?


안 그래도 집에만 갇혀있기 답답하던 차였


아차.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아까 자기 전 까지만 해도 후순이 한테도 절대 방 밖으로 안 나오겠다고 했었잖아.


그래, 나 같은게 가긴 어딜가.


그냥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그러다가 조용히 가면 되는거야.


휴대폰을 끄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12시간을 넘게 잤지만, 여전히 비몽사몽한 상태다.


그런데, 학교에선 왜 등교하라고 하는걸까?


후희가 말한대로 정말 자퇴를 취소한걸까?


알게 뭐람.


잠이나 다시 자자.







****







"오빠....."



"오빠, 잠깐만....."



"으음....."



"아, 오빠. 깼어.....?"



"으으? 아으, 어. 후순아. 후순아?"



눈곱이 잔뜩 끼어 잘 뜨어지지 않는 눈에 억지로 힘을 주며 후순이를 바라본다.


후순이 내 방에 들어와 나를 깨우고 있다.



"오, 오빠...."



"으어, 어. 후순아. 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후순이를 보자 일단 본능적으로 몸이 자신을 숨기려 한다.


침대에 앉은 상태에서 이불을 목까지 덮고 나서 물었다.



"오빠..... 그... 주말인데. 잠깐, 대화 좀 할 수, 있을까..... 어제 못 다한 말이 좀 있어서....."



비몽사몽한 눈빛으로 후순이를 멍하니 처다보다 황급히 대답했다.



"어, 어! 그, 근데 후순아."



"어...?"



"나, 나 봐도 괜찮아? 보기.... 싫잖아."



"........"



"그.... 후순이 네가 원한다면 대화 정도야 어울려 줄 수 있는데.... 네가 불편해 할 까봐...."



후순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목소리에 약간의 습기가 서려있다.



"아, 아니. 하나도. 하나도 안 불편해. 이제 괜찮아. 아, 아니! 원래부터 괜찮았어. 내가 미쳤다고 오빠를 보는 것 만으로도 싫어할 리가 없잖아....."



"워, 원래부터...."



말을 잇다 무언가를 떠올리기라도 한 것인지 후순이가 더욱 울먹이기 시작한다.



"그럼.... 알았어. 일단 좀 씻을게. 그리고 나서 대화하자."



"으, 응! 고마워. 고마워 오빠.... 정말, 정말..... 으으......"



내가 긍정을 표하자 후순이의 표정이 한 순간에 밝아진다.


후순의 다양한 표정을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했다.


예전과 달리 허전함이 생긴 것 같지만.


분명 후순이의 미소는 언제나 나에게 오빠미소를 짓게 만들었는데.


왜 안 지어지는 걸까.


왜 안 지어지지.


내가 왜 이렇게 된 거지.....?






***







"요리 했니?"



"으, 응! 오빠 아침 안 먹었잖아. 그래서..... 그래서 한번 해 봤어. 오랜만에 오빠 한테 내 솜씨도 보여줄 겸....."



오랜만에 맡는 따뜻한 집밥의 냄새는 그립다.


오랜만에 앉은 식탁 의자의 감촉은 정겹다.


오랜만에 둘이 마주보는 식사자리는 어색하다.



"어, 어떤 것 같아...?"



"음, 맛있어."



예전에도 먹어봤던, 조금은 후순이의 조금 싱거운 된장국.


싱거운 걸 좋아하는 예전엔 참 맛있게 먹었었는데.


아니, 싱거운 건 지금도 좋아할텐데.


그동안 식성이라도 바뀐 걸까?


어째 예전과는 조금 다른 맛이 나는 기분이다.


별로 싱겁게 느껴지지도 않고....




"다, 다행이다. 헤헤......"



"오빠, 예전부터 참 좋아했었잖아. 내가 만든 싱거운 된장국."



"그것 때문에 항상 내가 요리 할 때면 오빠 식성에 맞춰서 소금을 안 넣곤 했었는데....."



"그렇구나."



-달그락



잠깐 대화가 오가지 않는 식사 시간이 이어진다.


후순은 수저를 들지 않고 가만히 앉아 내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내가 어느정도 식사를 마치자, 어느새 다 식어버린 찬 밥 앞에 앉아있는 후순이 입을 연다.



"오빠....."



"응."



"오빠, 있잖아. 있잖아 말야....."



"응."



"나.... 아직 밉지.....? 오빠....."



"괘, 괜찮아. 솔직하게 대답해 줘도 되. 아무말도, 아무말도 안할 테니까....."



"그냥.... 오빠 마음을 좀 알고 싶어서...."



"글쎄. 난 잘 모르겠어."



"어.....?"



"내가 어떻게 널 싫어하겠어, 후순아. 넌 내 동생인데."



"어, 어.... 그, 그럼....."



"너무 자책하지마, 후순아."



"애초에 내가 다 자초한 일 인걸."



내가 자조적인 미소를 짓자,


후순의 표정은 어두워 진다.




"아, 아니야! 아니야 오빠....."



"오빠가 잘 못한게 어딨다고 그래.... 잘 못한건 난데..."



"내가 진짜 개 쓰레기년 이라서 오빠가 상처 받은건데, 왜 오빠가 미안해....."



"아니야. 미안해 할 필요 없어. 후순아."



후순이가 더이상 상처 받지 않게 내 탓이라고 말해줬다.


애초에 모든게 나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없었으면 후순이가 지금 내 앞에서 슬퍼하지 않을 텐데.


후진이도 미련을 버릴텐데.


후희도 날 잊고 더 좋은 남자를 만날 텐데.


다 내가 못나서 이렇게 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쿠당탕!



-쿵!




후순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거칠게 일어서더니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오, 오빠! 내가. 내가 잘못했어."



"내가 개 쓰레기 새끼야. 내가 썩어 빠진 년이야."



"제발, 제발 끄윽... 그러니까.... 훌쩍, 그게 오빠 탓이라고 말하지 말아줘....."



"미, 미안해. 아니, 죄송해요.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오, 오빠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어요. 다 제가 버러지 같은 년이라서 생겨난 일이에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뭐든지, 흐윽. 뭐든 다 할게요. 오빠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평생 집에서만 있으면서, 훌쩍. 오빠 뒷바라지만 할게요. 오, 오빠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후순이가 몸을 천천히 일으켜 나에게 다가온다.


후순이의 얼굴은 눈물콧물로 온통 범벅이 되어있다.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칼이 얼굴에 달라붙어있다.


후순이 조심스레 내 어깨를 짚으며 나와 눈을 맞춘다.



"그러니까, 제발. 제발, 예전처럼 웃어주세요....."



"저, 절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주세요.... 제발 예전처럼 절 보고 밝게 웃어주세요...."



"오빠가 항상 제게 지어주던 따뜻한 미소를 제발 다시 보여주세요....."



"흐윽, 끄윽. 훌쩍. 오, 오빠... 미안해요. 미안해요......"



"후순이가, 제가, 개 쓰레기년이 잘못했어요.... 으윽.... 잘못했어요....."




후순이 울음을 터뜨리며 나를 꼭 끌어안는다.


영문도 모른 채 후순이의 포옹을 받아들이며 가만히 있는다.


잘 모르겠다.


이럴 때 예전의 나는 어떻게 하더라?


예전의 나는 후순이가 이런 행동을 할 때 어떻게 행동했더라?


잘.... 잘 모르겠다. 그냥 모르겠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내가 잘못 된 걸까. 세상이 잘못 된 걸까.


둘 다 잘 못 된 걸까.



-띵동ㅡ



품에 안겨 엉엉 울고 있는 후순이를 안고 가만히 있다보니, 갑작스레 집의 초인종이 울린다.


고개를 잠깐 현관 쪽으로 돌렸다.


현관문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쿵쿵쿵



-후, 후붕아. 나야. 후진이.....



-자, 잠깐 얘기좀 할 수 있을까. 정말 잠시 만이라도 괜찮으니까.....








*****


분명 단편으로 끝내려 했던 글인데


처음 시작할때 내가 원래 노벨피아에서 쓰려던 소재들을 여러가지 넣고 나니까 욕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다 보여주고 싶더라...


아직 쟁여둔 소재들은 많은데 이걸 다 이 소설에 투자 할진 잘 모르겠어


생각하고 있는 소재들을 전부 여기에 때려박으면 글이 꽤 길어질거 같아서 그렇게 되면 아마 원래 내 계획대로 노벨피아로 옮겨 갈지도?


만약 넘어가면 이 소설말고 내가 쓰고싶은 다른 스토리도 있는데 그것들까지 다 합쳐서 단편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될 듯. 노피아에 바람피고 후회하는 이야기 모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