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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달리면 바로 탈진할 정도의 체력과 농기구 하나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힘.


하지만 나는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힘과 명예를 중요시하는 가문에서 태어났다.


어릴땐  그래도 사랑을 받았으나 동생이 태어난 뒤로는 그 사랑마저 받지 못했다.


기사에 알맞은 강인한 육체를 가진 동생은 듬뿍 사랑을 받았고, 나는 그 집안에서 밥만 먹는 식충이 취급을 받으며 살았다.


동생은 그런 나를 보고 비웃었다.


사랑을 받지 못한 나와 사랑을 듬뿍받는 동생.

점점 차가워지는 나에 대한 가족의 시선.


나는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두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방안에 틀어박히고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간간히 내 방 앞에 주어지는 자그마한 음식들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난 내가 남겨둔 상하지 않은 음식들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창 밖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방금 전 까지 뛰어놀던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소녀는 나를 보고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긴 나는 방안에 갇히고서 단 한번도 씻지 않았지.

내 몰골을 보고 놀라는게 당연하구나.


소녀는 나를 한참동안 보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다음 날, 나는 한결같이 창밖을 보았다.

그런데 그 소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난 손을 흔들었다.


소녀는 마을쪽으로 뛰어갔다.


다음 날.

또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소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마을쪽으로 뛰어갔다.


다음 날.

또 다시 소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늘 그렇듯이 손을 흔들어 주었고,


소녀도 웃으며 나에게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고 마을로 갔다.


기뻤다.


다음 날.

소녀는 나를 보고서 웃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 역시 그녀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녀는 마을 쪽으로 뛰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집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야!"


소리질렀다.


나는 순간 놀라 뒤로 자빠졌다.


다시 일어나서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고 웃고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그동안 가족이 나에게 해왔던 웃음이 아니었다.

비웃음, 그러한게 아닌 정말 순수한 웃음.


그 모습은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


"안녕! 난 후순이야! 네 이름은 뭐야?"

그런생각을 하고 있자니 소녀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후순. 참 이쁜 이름이다.'


나도 대답해 주어야겠다.

"내 이름은..."


...잠깐만.

내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를 부르는 호칭은 식충이, 거지, 벌레...


나는 가족한테서 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고개를 저어 안 좋은 생각을 날린뒤,

"내 이름은 후붕이야!"

그녀의 이름에서 뒷 글자만 바꾼 그런 이름을 나는 대답해 주었다.


"정말? 나랑 비슷한 이름이다!"

찔린다.


나는 순간 할말을 잃었고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미안! 나 슬슬 가봐야 할거같아!"

후순이는 문뜩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말했다.


"내일 봐!"

그렇게 말하고 마을 쪽으로 뛰어갔다.


다음 날,

후순이 다시 왔다.


"안녕!"

"안녕."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잡담을 했다.


대부분은 소녀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그런 일상이 반복 되었지만, 후순이와 대화를 나누는 그 시간 만큼은 지겹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깼더니 비가 오고 있었다.


'오늘은 못오겠네...'

생각했다.

그러나 멀리에 인간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후순이었다.

후순이가 비를 쫄딱맞으며 앉아있었다.


"너 거기서 뭐해!"

나는 소리쳤고 후순이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 모습은 너무 슬퍼 보였다.

아무리 멀리서 보고 비에 가려지더라도...


후순이는 나를 보고서 뭐라 말하였으나, 거리도 거리에 빗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점점 거세지는 비바람.

하지만 후순이는 여전히 그곳에 앉아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방문을 나섰다.


나는 고요한 집안을 나와 후순이에게 갔다.


가까이서 본 후순이의 모습은 만신창이었다.

어디서 넘어졌는지 흙투성이에 산처들이 눈에 띄었다.


후순이는 날 멍하니 보고 있었다.


"후붕아...?"


"일어나. 여기 이렇게 앉아 있으면 안돼."


나는 후순이를 데리고 다 쓰러져가는 저택에 데려갔다.

후순이는 우리 집에 들어오자마자 잠에 들었다.


다행히 집에 땔감이 남아 있어 벽난로를 킬 수 있었다.

또한 이곳저곳에 떨어져있는 천들 중 큰 수건을 찾아 후순이를 감싸주었다.


"일어났어?"

잠시 다 떨어져 나가는 책을 읽고 있자니 후순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여긴..."


"우리 집이야."


"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후붕아..."

그 침묵을 깬건 후순이었다.

나는 침을 삼켰다.


"흑... 나... 집에서 쫓겨 났어..."

"너 같은년 필요없대... 즈그 애미에 즈그 자식이라고 당장 짐 싸서 나가라더라..."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슬퍼 보였구나.


나는 말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 그 마음 잘 안다.

나도 버려졌으니까.

*


언제부터 였을까.


방 밖의 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던게.


언제부터 였을까.


꼬박꼬박 오던 음식이 더 이상 오지 않은게.


언제부터 였을까.


집사의 이름을, 하녀의 이름을 불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던게.


그때 처음으로 방 밖을 나섰다.


아무도 없는 집에 나 혼자가 남았고. 집안은 이곳저곳 물건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난 버려진 거구나.'


생각보다 슬프지 않았다.


*


후순이는 그날 밤 내 옆에서 울다 잠들었다.


나는 후순이를 소파에 눕히고 담요를 후순이에게 덮어주었다.

나는 의자에서 책을 읽다 어느 순간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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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순애? 좋아함?


아마 화 진행되면서 분량 점점 늘어날듯?

내일까지 2화 올?림


후붕이와 후순이는 동갑입니다.

13살~14살 쯤 될듯?


3~4화까지만 빌?드업좀 함?


후붕이네가 왜 후붕이를 버렸는지는 나?중에 나?올?듯??

설정 궁금한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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