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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마웠다."


후순이와 나는 집을 떠났다.

이곳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더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후순이가 비를 맞고 우리 집에 왔던 그 다음날,  우리는 같이 살기 시작했다.

후순이를 내쫓을 수는 없었다.

집에 데리고 온건 나고, 내쫓을 베짱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후순이의 태도가 변했다.

갑자기 얼굴을 붉히지를 않나, 나를 보고 도망치지를 않나.

'도망치는 건 여전하구나.'

생각했다.


그러다가도 후순이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우리. 여기서 떠나자. 멀리."


그리고 후순이가 말했다.


"뭐?"


"여기서 있다가는 둘 다 죽을 수 있어. 경비병들이 우릴 잡으러 올거야."


당황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게 뭔 소리야?"


"하여튼 여기서 떠나는 게 좋을 거 같아."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그 당찬 기세에 눌렸다.


다음날 우리는 짐을 싸서 밖으로 나왔고, 그대로 집을 떠났다.


얼마 뒤, 다른 마을에 있을 때 우리 집 근처 마을이 불에 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근처의 낡은 저택 하나는 멀쩡했기에 경비병들은 그 저택을 습격했고, 방화범들을 잡아서 사형했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면 잡혀가는건 우리었겠지.


그 소식을 같이 들은 후순이는 나를 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거봐. 내 말 맞지?"

할 말이 없었다.


*


우리는 몇 주간을 함께 여행했다.

여행은 정말 다사다난 했다.

마물을 피해 도망가기도 하고 지도를 잘못 보고 길을 잃기도 하였고, 발견되지 않은 유적을 하나 찾기도 하였다.

그동안 관계에 변화가 없었냐고 한다면 당연히 아니다.


여행 중 야영지에서 잠이 오지 않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을 때, 후순이가 일어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에게 키스를 하였다.

"후후... 후붕아... 내가 정말 좋아해."

그렇구나.

그녀는 나를 좋아하는구나.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내 몸이 먼저 움직였다.

"후, 후붕아?!"

나는 후순이를 바닥으로 밀쳤다.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됐다.

그런 단순한 이야기이다.


*


"여기 정도면..."

"여기는 괜찮아 보여."

며칠 뒤 한 마을에 도착했다.

원래 있던 마을에서 거리도 꽤 되었고, 후순이도 마음에 들어한 거 같았기에 우리는 이곳에서 정착하기로 했다.

먼저 여관을 알아두고 집을 사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일거리를 알아보던 중 '모험자 길드' 라는 곳에 도착했다.


"모험자 길드에 어서오세요!"

...뭐 그렇다.


등급은 S부터 F까지 있고 의뢰를 하고 인지도가 오를수록 점점 등급이 높아진다는 내용.

목숨을 담보로 하긴 했지만 보수가 컸다.

우리는 모험자가 되었다.


첫 의뢰에서 우리는 약초를 캤다.

보수가 적어 보였어도 가장 안전했기 때문이다.

네번째 의뢰까지는 약초만 캤다.


다섯번째 의뢰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마물을 상대했다.

'고블린'이다.


정말 꼴사납게 패배했다.

그 여행에서 체력이 조금 늘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실하게 늘었다.

힘 역시 확실하게 늘었다.


그러나 나보단 고블린이 더 강했다.

"후붕아!"

후순이는 내가 쓰러지는 걸 보자마자 나를 안고서 이탈했다.

그때 후순이는 정말 빨랐다.


다행히도 큰 상처가 아니어서 금방 회복했다.

하지만 후순이에게는 아니었다.

"앞으로 약초만 캐. 다치는 꼴 더는 못보겠어."

"하... 하지만 후순아."

"잔말 말고. 알았지?"

"네..."


요즘 후순이는 이상했다.

그러니까, 불안 증세가 나타났다.


내가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자신이 하던 일 다 때려 치고 바로 달려 왔다.

그렇게 실패한 의뢰가 꽤 됐다.

어떻게 보면 정상적이지만, 적어도 내 눈에 후순이는 많이 불안해졌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았을 때

"몰라서 그래."

라는 말이 돌아왔다.

"뭘 몰라?"


그 질문에 후순이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약초를 캐고 후순이는 고블린을 잡았다.

나는 약초를 캐고 후순이는 오크를 잡았다.

나는 약초를 캐고 후순이는 와이번을 잡았다.

.

.

.

우리가 16살이 되던 해.

후순이는 드래곤을 죽였다.

후순이는 그 공적으로 S랭크가 됐고,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다.


반대로 그 옆에있는 나는 F랭크다.


더 이상 약초도 캐지 않았다.

후순이가 버는 돈과는 너무나도 편차가 컸다.

내가 약초를 100일을 캐봤자 후순이가 의뢰를 한번 마치는 것보다 못하다.


부담스러웠다.

그녀가 내 애인 이라는 게

그렇게 커버린 그녀가 고작 F랭크 따위의 애인이라니.

후순이는 "신경 쓰지 마. 다들 부러워서 그래." 라고 했다.


우리는 마을에 있는 집을 샀지만, 대부분은 나 혼자 있었다.

같이 있는 날이라고 해도 후순이가 의뢰를 마치고 돌아온 날은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먼저 방으로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는 이해해줬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서먹해졌다.


후순이가 의뢰를 마친다고 했던 날 그녀를 마중 나갔다.

그때 같은 파티를 맺었던 전사가 후순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을 때.

"전우라면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이해해줬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서먹해졌다.


그래도 나는 행복했다.

최소한 후순이와 같이 있다면 그녀는 항상 나를 봐주었으니까.


그리고 일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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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 조아

연참 최고


오늘안에 완결까진

못달릴듯


누가 후순이가 배신 때리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사실 맞음


하지만 난 순애 좋아해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