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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렸다.


후순이가 날 팔았다.



찍혔다.


노예의 인장이 내 몸에 박혀 강제로 날 움직였다.



맞았다.


일을 똑바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갇혔다.


아끼는 물건을 만졌다는 이유다.



굶었다.


나 같은 놈은 줄 밥이 없다는 이유다.



맞았다.


이유는 모른다.



점점 몸에 상처가 늘어난다.


감옥에 갇힌채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아팠다.


아프고 아팠다.


마음이 시렸다.



그러다가.


오늘은 맞지 않았다.


오늘은 밥이 들어왔다.



그 하나 하나에 기뻐했다.



"에이 다 망가져 버렸구먼."



"팔아치워 부릴까요?"



팔렸다.


쓸모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게 그때 밥 한번 같이 먹었으면 얼마나 좋아?"



또다시 팔렸다.


형용하지 못할짓을 당한채로.



"허, 이거 완전 쓰레기구만."



그리고 나는 다시 돌고 돌았다.



몇번이고 다른 사람의 몸을 거쳐가고.


상처투성이인 몸은 나을 기미가 없었다.



싫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 상관 없어졌다.



어차피 모두가 나를 버렸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하루는 죽음을 결심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의, 노예의 인장이 그걸 거부했다.



내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인생이었다.



*



몇 달이 또 지났다.



결국 이제는 아무도 나를 사지 않았다.



나는 그상태로 숲에 버려졌다.



도시에서 내가 죽으면 평판만 나빠진다나 뭐라나.



"하..."



의지를 잃었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모든게 다 귀찮아졌다.



싫다.



사람이 밉다.




나에게 사랑한다고 해놓고서 동생이 태어나자 나를 멸시했던 사람들이 밉다.



후순이와 어울린 나를 괴롭힌 그들이 밉다.



그걸 방관한 사람들이 밉다.



다른 남자와 어울려 다닌 자신은 무시하고서 내가 다른 여자에게 안겨있는것 만으로


내 해명을 들어주지도 않고 그대로 집을 나간 후순이가 밉다.



나를 노예 상인에게 판 후순이가 밉다.



아.



내가 문제인가?



내가 잘못 됐기에 모두가 나를 싫어하나?



"그렇구나..."



나는 내가 싫다.


이런 내가 싫다.



하지만 죽는건 더 싫었다.



후순이가 보고싶다.


그 미운 후순이가 보고 싶다.


헤어질땐 헤어지더라도 내가 억울한거라고.


그것만을 전하고싶다.



그런 생각들이 서로 다투기 시작하고.


이내 내 머리속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숲에 집을 지었다.


정확히는 원래 있던 집을 내가 사용하는것 뿐이다.



모험가때 약초를 캤던 기억을 살려, 그것들로 간신히 목숨을 연명했다.



그뿐이었다.



그나마 강해졌었던 힘은, 더욱 약해져 내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졌다.


노예의 인장은 많이 지워졌으나, 아직도 나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난 정말 죽은 사람 처럼 살았다.



"참 질긴 목숨이구나."


이럴거면 차라리 죽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저기... 아."


아.



후순이다.



갑옷이 너덜너덜하고 얼굴이 조금 초췌해졌어도.


내가 아는 그 후순이었다.



그 갑옷 아직 끼고 있었구나.


네가 모험가 되고 내가 골라준 갑옷이었잖아.


"안녕"


"아, 아아"


후순이가 주저앉았다.



얘 왜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