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https://arca.live/b/regrets/59259899?p=3

2화 - https://arca.live/b/regrets/59344640?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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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칙으로 이어진, 후순이와의 거짓 연인관계를 정리하고

그 날 밤엔 여러 상념에 잠긴 채, 쥐 죽은듯이 잠에 들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아침이 찾아왔다.


결국 학생의 본분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등교하는 것.

겨울이 바짝 다가온 듯 쌀쌀한 바람을 뚫고, 찌뿌둥한 몸을 억지로 이끌며 기지개를 편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벌칙으로라도 고백받았을 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나 또한, 그 평균에 수렴하는 거겠지.



'쯧, 차라리 직접 고백하고 차이기라도 할 걸.'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수능까지는 앞으로 2주인가...



'서로 민망한 상황이겠지만, 조금만 버티면 되겠지.'



어느새 도착한 학교 정문. 신발장 앞에서 실내화로 갈아신는다.

아주 잠깐 양말뿐인 발에 닿은 대리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늘 그랬듯이, 서로 모른체로 지내면 될 일이다.

지난 3년간, 사귀고 있던 한달간 쭉 그래왔듯이.

... 그랬어야 했는데.



"어, 안녕 후붕아. 좋은 아침."



후순이는, 그녀는.

어째서 나에게 인사를 걸어오는 걸까.



"오늘 날씨가 많이 춥네... 어제처럼 가디건만 입었으면 감기걸릴 뻔 했어."


'...?'



순간 다른 친구에게 인사를 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선 내 이름이 튀어나왔고,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나를 향한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등교시간이 겹쳤네 우리. 항상 이시간에 등교하는거야? 우리 집, 꽤 머니까 항상 아슬아슬하게 등교했는데..."


"오늘부터는 조금 일찍 등교하기로 해서... 응, 운이 좋네."



사귀었던 기간을 포함한 지난 3년 전부를 합쳐도, 오늘 후순이의 말 만큼 대화가 길어지지 않았다.


이제와서 무슨짓이야.

아는 척 하지 말라 했잖아.

나는 학교에선 모른 척 하고 지내자는 네 웃기지도 않는 요구도 들어줬는데.

헤어지면서 한 내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도, 들어주기 싫다는거야?



"우리집, 버스를 3번 갈아타야 학교에 와서... 버스에서는 괜찮았는데 오늘 많이 춥네. 후붕이 너도 감기조심..."


"...하."



신발장 문을 조금 세게 닫으며, 그녀를 무시하고 그대로 지나쳐 교실로 향했다.

기가 차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차피 또 시덥지않은 벌칙의 일환이겠지.

앞으로는 어울려 줄 일 없다.


내게서 무슨 반응을 기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무시하자는 약속, 이행할 생각이 없다면

내쪽에서 멋대로, 철저하게 무시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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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어?"


"후붕이는 그래도 지각 한번도 없이, 점수도 항상 상위권이어서 당연히 수시일 줄 알았는데..."


"아, 나는 수시 1차 붙었는데, 학교 생활은 마지막까지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딱히 집에서 할것도 없고... 응, 학교가 더 재밌어. 그래서..."



수시 1차에 붙은 친구들은 굳이 등교할 필요가 없어 듬성듬성 비어있는 교실 안에서도

나를 향한 시선이 따갑도록 느껴진다.

정확히 얘기하면, 내 앞자리에서 뒤돌아 앉아 나를 보며 혼자 떠들고 있는 후순이와

대답 한마디 없이 무시하며 책이나 보고있는 나를 향한 시선이.


서로 말도 안하던 사이가 하루만에 이렇게 되니 이질적이겠지.

옆자리인 친구 얀붕이도 내게 시선을 흘겨대며 미친듯이 이 상황이 궁금하다는 눈치를 열렬히 보내고 있다.


... 나도 몰라 새끼야.


조례시간 전 부터, 1교시 쉬는시간도, 2교시 이후에도.

복도에 나가면 따라와서까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그 책. 나도 작년에 도서실에서 빌려 읽었었는데." 


"조금 오래되서 줄거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재미있었..."



"얀붕아, 화장실 가자."


"응? 어... 어! 그래. 가자!"



짜증이 일어서, 그녀의 말을 끊고 무시하며 얀붕이를 불러 화장실로 갔다.

... 남자화장실까지 쫓아올거면 와보던지.


그렇게 후순이는 우리가 복도로 나가 교실문을 닫을 때 까지,

여전히 내게서 시선을 놓지 않았다.



"...아, 응. 잘 다녀와. ...기다릴게."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흘겨본 그녀는, 평소의 무표정과 다르게.

울것만 같은 눈빛으로, 희미하게 웃고있었다.



=== ===



"... 야, 그래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데?"


"몰라 새꺄."


"니가 모르면 대체 누가 아는데! 결국 고백했냐? 누가? 후순이가? 니가?"



한적한 남자화장실. 친구 얀붕이가 궁금함을 못참고 내게 물어왔다.

얼마나 궁금했으면 소변기에 나란히 서서까지.

남자끼리 소변기는 한칸씩 떨어져서 조준하는게 국룰인 것을... 



"... 야, 내가 후순이 좋아하던거. 그렇게 티났냐?"


"그럼 병신아. 다른 애들한테는 전부다 대충대충 대하면서 딱 한명한테만 스윗해지는데, 눈치 못채겠냐?"


"스윗은 지ㄹ... 하, 아니다."



딱히 부랄친구한테 뭘 숨길 생각은 없었기에. 그간 한달간 이야기를 왜곡없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한달전에 후순이한테 고백받았다. 벌칙고백."



"... 어우."



"고백받은 첫날에 학교에선 모른 척 지내기로 부탁받아서, 학교에선 말도 안했고."


"전화 안하고, 저녁에 톡으로만 얘기했다. 전부다 내 할말만 했지만."



쯧... 남자끼리 소변기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건지. 



"딱 한번 데이트 했는데."


"오~ 데이트? 무슨 데이트?"


"그냥, 영화 보자고 했지."


"요오 김후붕~~ 뭔 영화 봤냐?"


" '조선공룡수호전' 이었나? 암튼 그거 봤는데 내용은 잘 기억 안나."


"... 뭐? 그 고대 사이보그 공룡이 임진왜란 조선 지키는 그 영화?"


"어, 그거 맞아."


"에라이 병신아! 데이트 가서 그딴거 보니까 헤어진거다!"


"영화관 도착하고 제일 빨리 볼 수 있는게 그거라서... 암튼, 중요한건 그게 아니야."



... 잠깐 옆길로 샛지만 다시 본 주제로.



"데이트 중에도. 그 이후로도 손 잡기는 커녕 눈도 한번 못마주쳤고."


"그러다 저번주 방과후에 후순이랑 친구들이 반에서 벌칙고백 관련 얘기하는거 들었어."



"... 이야. 맵다 매워."



"나야 뭐 후순이 좋아했으니까, 벌칙인거 알면서 고백 받았는데."


"근데 저쪽에서도 내가 좋아하는걸 알면서 벌칙고백 한거였다네... 그거 듣는순간 팍 식더라."



"어우... 그건 좀 심했네."



"그래서 어제, 딱 한달째에 헤어졌다. 벌칙 기한이 한달이라더라."




... 한달간 했던 연애 이야기가 화장실에서 3줄요약 가능할 정도로 짧았구나.

다시 돌이켜봐도 참 심심하고 씁쓸한 스토리다.




"... 그래서?"


"뭐가."


"아니, 다 들었는데. 너가 이후순 무시하는 이유는 알겠어." 


"근데 지금 이후순이 너한테 계속 말 거는 이유가 없잖아?"




얀붕이는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 소변기 앞에서 옆사람 쳐다보지마. 징그러우니까.




"처음에 말했잖아."


"...? 야! 니가 처음에 뭘 말했다고!"




일을 마쳤으니 탈탈 털고, 지퍼를 올렸다.

손을 씻으며, 손에 남은 물기도 탈탈 털어낸다.

... 아직 속에 남아있는 이 씁쓸함도 이렇게 털어낼 수 있으면 좋을텐데.

교실에 돌아갔을 때, 그녀가 더이상 내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나도 모른다고.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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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바램이 무색하게도

그 이후로도 후순이, 그녀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하루종일 내 주변을 맴돌았다.

신발장부터, 조례시간 전 교실에서도, 수업시간을 제외한 쉬는시간에도,

... 점심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아, 후붕아. 앞자리 비어있으면 실례할게."



후순이가 내 앞자리에 식판을 두고 앉았다.



"오늘 점심은 제육볶음이네. 남자들은 전부다 제육 좋아한다는데..."


"나는 매운거 잘 못먹어서 조금만 먹지만... 후붕이는 제육 좋..."



"얀붕아, 먼저 일어난다."




-드르륵.




밥에 숟가락도 대지 않은 식판을 들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


'싫은 사람하고는 같이 밥을 먹지 못한다.'

엄마가 보던 부부클리닉 예능방송에서 나온 말이었다.

후순이가 내 앞에 앉은 순간, 공복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걸 보면.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다.


멀쩡한 음식을 전부 버리는 거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후문으로 나가는 길에 잠깐 얀붕이가 있는 자리를 바라봤다.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얀붕이.

그 부담스러움에도 같이 일어나지 못하는 얀붕아. 역시 너도 제육은 포기 못하는구나.

얀붕이에게 살짝 손을 흔들며 급식실을 나왔다.

그러면서 잠시 봤던 후순이의, 어깨가 축 쳐진 그녀의 뒷모습은.



"... 짜증나."



짜증이 났다.

... 무엇에 짜증이 난 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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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이는 이후로도 계속 내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계속해서 그녀를 철저히 무시했다.

다음날 점심시간에도 앞자리에 앉은 그녀를 무시하고 일어나자,

후순이는 그 다음날 부터 점심시간에는 내게 오지 않았다.



"오늘은 날씨가 조금은 풀렸네... 이렇게 날씨가 금방 바뀔때 감기 걸리기 쉽다고 하니까, 후붕이도 조심해."



하지만 점심시간과 화장실을 제외할 때는,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녔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4일이 지나고,

주말이 지나고,


다음주 월요일 아침부터 또다시.



등교할 때부터 하굣길 까지.

일부러 늦게 등교할 때는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하굣길에는 그녀가 버스를 타는 정거장 까지 쭉 따라다니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수능을 1주일 앞둔 오늘의 수업을 빙자한 자습시간이 끝나고 하굣길.

지금 또한, 후순이는 내게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서

오늘 날씨, 오늘 점심 메뉴 같은.

늘 똑같은 일상을, 어떻게든 부풀려서 내게 전하고 있었다.


... 마치, 한달간 내가 톡으로 일방적인 하루일과 보고를 하던 것 처럼.



"그래서, 후진이랑 가끔씩 쇼핑 갈 때..."


"나는 패션같은건 잘 몰라서... 보통 후진이한테 전부 물어보고..."


"...아, 벌써 정류장 앞이네."



... 그만해.

너도 힘들잖아.

나도 똑같이 힘들어봐서 알아.

주고받지 못하는 대화가 얼마나 힘든지 나도 알아.

그러니 제발.

그만해.



그렇게 수능을 며칠 앞둔 오늘도


후순이는 그렇게 늘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상을 얘기하지만,

딱 하나. 버스정류장 앞에서만은,

늘 똑같은 말을 했다.



"오늘도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 내일 봐, 후붕아."



땅거미가 진 저녁.

석양을 등지고 길어진 그녀의 그림자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 내가 보고있지 않음에도, 그녀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림자가 흐릿해져, 결국 보이지 않게 될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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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벽을 세운 채, 어느새 수능을 하루 앞두었다.

방과후까지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는 그녀와 무시하는 나는 이제 교실 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어

그다지 시선을 받지 않게 되었다. 



-후순이에게는 비밀로, 잠깐 학교 뒷편으로 와줘.

  -최후진



하교를 준비하며 가방에 책들을 주워넣는 사이.

그녀랑 친한 친구사이던 최후진이 톡을 보내왔다.

후순이의 친구까지 무시할 생각은 없었기에

얀붕이와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며 약속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 김후붕. 나도 할 말 있으니까, 잠깐 시간 좀 내."


"너도 고백할거냐? 목소리 깔지마 징그러우니까."


"지랄. 진지하게 할말 있어. 가는 도중에 듣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약속한 장소인 학교 뒷편으로 가는 잠깐의 시간동안,

나는 잠자코 얀붕이의 말을 들었다.




"김후붕, 솔직히 이후순 이쁘지. 그치?"



"갑자기 뭔 소리야."



"너도 내 여친 알지? 얀순이."



"알지. 천생연분이더라. 다른 학교인데 동시에 열리는 운동회를 3년내내 째고 우리학교로 올 정도면."



"난들 그럴 줄 알았겠냐... 암튼 그런게 아니라."


"너도 알다시피, 얀순이가 집착이 꽤 강하잖아."


"다른 여자랑 대화는 커녕, 카페 직원이 여자면 주문도 못하게 하고."


"어릴때부터 옆집이라 알던 사이였는데, 난 얀순이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어." 


"솔직히 최악이었다. 맨날 괴롭히고, 친구랑 놀 때 방해하고, 걸핏하면 줄로 묶으려 하고... 중학교까지."



"천생연분이네."



"너 내 얘기 듣고있긴 하냐? ... 어쨌든. 그 괴롭힘을 도저히 못 참고, 얀순이한테 직접 얘기했어."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고. 사실대로 이야기 해달라 하니까."


"울면서, 수갑을 채우면서, 좋아한다고 말하더라. 웃기지?"


"난 당연히 싫어하는 줄 알고 고등학교도 일부러 얀순이 지망이랑 다른곳으로 왔거든."


"대화해보고, 그간 내게 해왔던 괴롭힘이 애정표현인걸 알게 되니까, 나도 갑자기 얀순이가 좋아지더라."



"너 변태냐?"



잠시 벙찐 얀붕이는 억지로 무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 그때 알게 된거지. 사람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각각 다르다는 걸."


"요는, 대화를 해보라는거다. 궁금한건 추리하지 말고, 본인한테 직접 알려달라 해보라고."


"벌칙고백 받고 심란할 때 말하는건 불난집에 기름 뿌리는거 같아서 참고 있었는데, 하루 남았으니 걍 얘기할란다."


"옆에서 볼땐, 이후순보다 니가 더 이상하거든?"


"너, 대학 1지망 수시 1차 합격했잖아."



"... ..."



"이 기만자 새끼. 합격 했으면서 꾸역꾸역 학교에 나오는 이유가 뭔데?"


"이후순이 진짜 싫었으면 당연히 학교도 안나왔겠지. 내말 틀려?"



나는 얀붕이의 말에, 적절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사귀라고 미는거 아니다. 미련 그득하게 남은거 뻔히 보이니까. 일단 대화라도 해봐."


"좋았던 점, 싫었던 점 다 까놓고 말한 뒤에, 그 다음에 헤어져도 상관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얀붕이는 내 등을 후려쳤다.

징그러운 새끼.


나는 기분나쁘게 웃고있는 얀붕이를 바라보며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얀붕이 친구인데. 얘가 다른여자 이쁘다고 칭찬하더라구요"


-...네~ 제보 감사합니다~



"어...어??"


내가 그렇게 전화를 끊자마자, 얀붕이의 바짓춤으로부터 맹렬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음은 모짜르트의 레퀴엠 이었다.



"너, 너 이 시발! ... 여보세요, 아, 얀순아! 그게 아니라! 응 지금 바로 갈게!"


"수능 잘 봐라~"



... 내가 친구는 잘 뒀다.

조금은 후련해진 마음을 끌고, 원래의 목적지인 학교 뒷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얀붕이를 보낸 후,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어젯밤 첫눈이 내려 새하얗고 추운 학교 뒷편에서, 후순이의 친구 최후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워서 벌개진 손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아... 왔어? 후붕아."


"응.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자. 할 말이 뭔데?"



 최후진은 나를 보더니,



"진짜, 진짜 미안해 후붕아!"



추워서 몸을 벌벌 떨면서도,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내게 사과해왔다.



"그 벌칙고백... 우리 여자애들을 대표해서, 진짜 미안해! 이렇게 사과할게...!"


"그 아이들도 네 앞에 염치없이 설 수 없을 뿐이지, 너한테 미안한 마음은 전부 똑같아...!" 


"걔네들도 같이 기다리겠다는거, 내가 억지로 돌려보낸거니까..."


"나 하나의 사과로 마음이 안 풀리면, 지금이라도 전부 여기로 불러내서 다같이 사과할 테니까...!"



"야, 됐어 친구끼리 뭔 사과를 그렇게까지. 여자애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사과하는 것도 보기 좋진 않아."



밖에서 오래 기다렸는지,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최후진이 좀 걱정되어서 갖고있던 핫팩을 건네줬다.

그렇게 빠르게 사과를 받아주고 교실로 올려보내려 했는데...



"그 후붕아, 후순이... 에 대해서 말인데..."



... 그래, 본론은 그쪽이겠지.



"할 말 없어."


"제발...! 한번만 얘기를 들어줘! 후순이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후순이는 진짜 잘못이 없ㅇ, 아니, 잘못이 없는건 아니지만...!"


"후순이도 잘못했지만... 그래도 후순이는... 그게... 그러니까...!"



"진정해."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는 최후진의 말을 잠시 끊었다.

... 그래, 얘기는 들어볼게.

얘기는.



"들을테니까, 진정하고 얘기해봐."




=== ===




"... 처음엔 나랑 후순이 둘이서 하던 내기였어."


"후순이가 체력 약한건 아니까, 졸업 전에 한번이라도 꼴지에서 탈출해보고 싶다면서, 민트초코우유 원샷을 걸고..."


"그러다 내가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말을 꺼내버려서, 여러명이 참여해버리고..."


" '민초 좋아하는 사람에겐 벌칙이 되지 않는다' 해서 후순이가 없는 곳에서 벌칙이 바뀌다가..."


"그러다... 벌칙고백같은게 되어버린거야. 이 부분은 다시한번 진심으로 사과할게."


"후순이도 내 입장이 난처해질 까봐, 거절하지 못하고..."


"그런데 후순이는, 고백하기도 전에 나같은 년 고백 받아줄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했다니깐...?"


"사귀어봤자, 자기같은 건 금방 차일거라 얘기하면서..."


"내가 볼땐 진짜 이쁘고 착한 아이인데... 후순이, 조금 자존감이 낮거든."


"그래서, 내가 후순이한테... 이왕 고백하게 된거 기회라 생각하고 호감가는 남자한테 고백해보라 부추겼어..."


"벌칙고백을 숨긴건 후순이 잘못이 맞아. 이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


"하지만, 벌칙으로 시작했지만... 누군가에겐 하나의 기회였다는 것만 알아줘..."


"그 아이, 남자랑 얘기 해본 것도, 연애해보는 것도 처음이라 모든게 다 어색했을거야."


"후순이가 처음부터 널 좋아했던건 아닐거야. 하지만, 데이트 준비 도와달라면서 나한테 부탁했을 때."


"후순이, 정말 기대하고 있었어. 데이트가 끝난 날엔 밤 늦게까지 나한테 얘기했었고."


"그리고... 또..."



그 이후로도, 최후진은 필사적으로 친구인 후순이를 변호했다.

자기를 좋아하고 있을 줄은 아마 전혀 몰랐을거라며,

원래라면 헤어진 첫날에 얘기하고 싶었지만,

자기 잘못이니 직접 해결해야 한다며 후순이가 말려서 참고있다가

최근 며칠동안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오늘 몰래 불러냈다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 하지만 최후진의 말들은 결국 그쪽의 이야기.




"그래서?"


"... 응?"


"그 말을 내가 믿을 수 있겠냐고. 너희들이 했든 뭐든 결국 거짓고백. 사과는 받았지만 없었던 걸로 하진 않아."


"아, 아니야 후붕아! 거짓말이 아니라...!"


"너희라면, 내가 없을때 주고받던 말이랑 내 앞에서 하는 말. 어디가 더 변명같아?"




최후진은 그렇게 다시, 해명을 거듭하는 말을 이어나갔다.


... 사실은 알고있다. 그녀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는 것 쯤은.

나는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다.

얀붕이의 말 처럼, 정말 싫었으면 등교도 안했겠지.


...난, 아직도 후순이가 좋나보다.

헤어진 그 날, 찢어질정도로 아픈 뒤에도.

졸업 전 까지 조금이라도 더 보고싶다는 마음으로 등교한 날.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지금 최후진에게도, 후순이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벽에 비스듬이 기대었다.

최후진의 말을 흘려들으며 처음 그 고백으로 돌아가, 

내 관점에서 떨어진 상태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 나 또한.



'나도, 후순이가 고백할 때. 후순이를 보고있지 않았어.'



쓸데없이 감이 좋다는 핑계를 대며 내 낮은 자존감을 숨긴 채로,

고백할 때부터, 데이트 중에도, 헤어짐을 통보할 때도.

후순이의 너머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은 의심을 하며...


그래, 의심.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으로 가득찼구나.'



어째서 내게 고백했는지에 대해서.

지레 겁먹어서 직접 물어보지 않았다.


벌칙이라면 내 데이트 신청을 굳이 왜 받아줬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 결별을 통보할 때도.

그녀로부터 내게 전하려는 말을 듣지않고, 무시했다.


잠깐의 상념에서 벗어나 앞을 보니.

최후진이 손발을 벌벌 떨며 필사적으로 해명하고 있었다.

후순이도, 좋은 친구를 두고있구나.



"진짜 아니야...! 제발... 그간 후순이랑 했던 톡 내역이랑, 우리 단톡방 내역까지 전부 보여줄 수 있으니까 한번만 믿어주면...!"


"아니, 굳이 볼 필요는 없어."


"제발... 한번만... 이대로는 내가 후순이를 볼 면목이 없ㅇ..."


"믿을게."



최후진이 놀란 눈으로 올려다 보았다.

그래. 의심은 그만두고, 믿기로 했다.



"믿을테니까. 후순이랑 나의 일은, 우리끼리 해결할게. 얼른 올라가. 감기 걸리겠다."



난 남아서 조금만 더 생각하다 올라갈게.

이 말을 끝으로 최후진을 보냈다.



"고마워... 진짜..."


"수능 잘 봐라."



입김이 시야를 가린다.

그와 반대로, 마음 속 칙칙한 안개가 걷어져 눈이 뜨인 기분이었다.

잠시 생각의 정리를 마친 후, 가방을 가지러 교실로 돌아갔다.

계속 그래왔듯, 후순이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교실엔 아무도 없었다.

약간의 의아함을 느끼며, 가방을 챙기고 교실을 나왔다.




"아... 왔어?"


"화장실 간 이후로 늦어서... 이전처럼 가방 놓고 집에 갈 것 같아서 밖에서 기다렸는데..."


"이번엔 가방, 챙겼구나. 나도 참 바보같네... 그냥 교실에서 기다렸으면 됐을텐데..."



후순이는, 학교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눈 덮힌 바깥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줄 벽도 없는 곳에서.

... 벌벌 떨면서.




"... ..."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평소처럼, 무시한 채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도 평소처럼, 두 발자국 멀어진 뒤를 쫓아 걸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걷기를 몇분. 항상 보이던 버스정류장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 또한,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내일이 벌써 수능이네."



"... ..."




평소처럼,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조금은 조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우리 학교, 수능이 끝나면 굳이 등교 할 필요 없으니까... 아마 오늘처럼 얘기할 수 있는 것도 마지막이겠네."



"... ..."



"나, 후붕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혹시 괜찮다면, 수능이 끝난 다음 날... 학교에 와줬으면 좋겠어."


"싫으면 오지않아도 돼... 나도, 그 날 약속처럼... 졸업식까지... 최대한 모른 척 해볼게..."



추워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는 내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나... 기다릴게."



버스정류장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멈추고, 나는 계속 걸었다.



"...아."



멀어지는 내게 그녀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작별인사를 건네왔다.



"... 오늘도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내일... 아니, 모레 봐, 후붕아."



=== ===



"... 선생되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너네도 참 독종이다."



... 쉬어도 된다는 수능 다음날, 굳이 등교한 나와 후순이에게 남기는 담임의 코멘트였다.

하교는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칠판에 '자습' 두 글자를 써둔 후, 담임은 교무실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지나치게 조용한 교실.

나와 후순이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내게서 보이는 후순이의 뒷모습.


... 저 작은 몸이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었다.

담임이 2명뿐인 교실에도 히터는 틀어두고 가서, 추워서 떨고있는건 아닐 것이다.



"저기... 그..."



후순이가 의자를 조용히 뒤로 빼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서..."



-요는, 대화를 해보라는 거다. 본인한테 직접 알려달라 해보라고.



... 물어볼 수 밖에 없겠지. 타인의 생각은, 말로 꺼내지 않으면 절대 모르니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후순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눈이 맞은건, 헤어진 그 날 이후인. 두번째였다.

나와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 후순이는 놀란 표정으로, 이내 그 무표정함 뒤에 숨겨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안해... 미안..."



내 앞에 온 그녀는 무릎을 꿇고,

내 손을 그 두손으로 꼭 잡고, 끊임없이 사과의 말을 내게 전했다.



"아... 미안해... 미안...! 아...흐윽... 으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는 그녀에게,

의자에서 내려와, 그녀와 똑같은 높이에서.

나 또한 저질렀던 잘못에 대한 사과를 했다.



"미안... 후붕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도... 무시해서 미안해."


"아니야...! 내가 잘못해서... 처음부터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그렇게 나도, 그녀도, 계속해서 서로에게 사과만을 전했다.

... 이래선 대화가 되지 않는다.



"미안... 미ㅇ... 어, 후, 후붕아?"



그렇게 주저앉은 그녀를 일으켜 세워, 내 자리에 앉혔다.

놀란 듯 한 그녀의 앞 자리의 의자를 뒤돌려 세워, 서로 마주보는 상태로 앉았다.

잔뜩 충혈된 채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그녀에게 물티슈를 쥐어줬다.



"그만 울고, 뚝."


"아, 으, 으응. 미안..."


"얘기해보자.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부 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건 대화였다.



=== ===


"벌칙고백 대상, 왜 하필 나였어?"


"그, 체육시간 달리기 꼴지 했을때... 나한테 물병주면서 웃고있는게 머, 멋있다 생각해서..."


"아, 그, 그렇구나. 응."



... ...



"고백할 때, 뒤에 후순이 네 친구들이 보였어."


"아... 그, 나는 부끄러워서, 조용히 고백하고 끝내려고 몰래 나왔는데... 그게 들켜서... 미안..."


"그럼, 그 날 한숨 쉬었던건 뭐였어?"


"그때 후붕이 네 표정 보고... '아, 거절하겠구나' 생각해서..." 


"아, 나 그런 표정이었구나."


"나, 나도 물어봐도... 돼?"


"당연하지."


"그때 내 고백... 왜 받아준거야...?"


"말했잖아. 3년동안 계속 좋아했다고."


"에, 아. 그, 그랬었지... 나도 참..."



... ...



"첫날부터 학교에서 모른 척 하자는건, 좀 상처였는데."


"아, 미안. 나, 재미없고 무뚝뚝해서... 금방 차일 줄 알았거든... 사귀는거 들키고 며칠 안가서 남남처럼 되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에..."


"... ..."


"그... 미안..."



... ...



"저... 데이트, 왜 이후로 가자고 하지 않은거야?"


"그, 쪽팔려서. 응."


"쪽팔려? 뭐가?"


"데이트 끝나고 집에서 생각해보니, 손도 못잡고 흔한 사진도 못찍고선... 데이트 동안 기억에 남은거라곤, 횡단보도때 네 팔 잡은 것 밖에 안떠올라서..."


"나, 나 말야. 사실은 횡단보도에서 후붕이가 구해줬을 때. 심장이 막 두근거리면서... 정말 반해버렸어."


"구했다니, 그런 거창했던게..."


"으응, 나 그때 진짜 무서웠으니까. 그래서 그날 데이트. 너무 즐겁고 좋아서... 언제 다시 갈까 기다리고 있었어."


"아, 응. 미안."



... ...



"그럼 그 날, 다 들었던 거야?"


"응. 벌칙고백인 것도. 기한이 한달이었던 것도."


"아, 진짜 미안..."


"...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면서 벌칙고백 한 것도."


"자, 잠깐! 그건 진짜 아니야!"


"후순아?! 잠깐 너무 가깝...!"


"내가 눈치없는 바보라 진짜 미안한데, 그날까지 후붕이 네가 날 좋아하고 있는 줄은 진짜 몰랐어!"


"잠깐, 떨어져서 얘기하자! 응?"


"그건 진짜 오해야! 그때, 그 말 듣고 나도 놀라서 되묻고... 오해인거 알고 그 애들도 사과했는데, 그건 못들은거야?"


"아, 응... 머리가 새하얘져서. 그 말만 듣고 그대로 집으로 갔어."


"어, 어쨌든... 그 때. 벌칙인거에 대해 사과하려고 했어... 그래서 저녁 늦게까지 기다렸는데... 그 이후로 톡도 끊겨서..."


"일단은... 미안."


"나도 미안..."



... ...



"어떻게든 관계를 돌리고 싶어서 학교에선 모른 체 지내자고 내가 한 말도 어기고 말을 걸었는데..."


"그 마음을 먹었던 때가 딱 한달째 였다는거지?"


"... 응."


"우연이네..."


"...응."


"그럼 헤어지자고 내가 말 끊기전에, 하고싶었던 말이 뭐였어?"


"벌칙고백인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사귀는 사이에 진짜 좋아하게 됐다고 다시 고백할 생각... 이었는데..."


"... 그렇구나."


"... 미안해."



... ...



"그, 일단은 서로 무시하고 지내자고 내가 말했는데, 헤어진 이후로 계속 말 걸었던 이유가 뭐야?"


"... 그동안 톡으로 계속 나한테 먼저 말 걸어줬잖아. 나는 계속, 어떻게 대답해야할 지 몰라서 단순한 대답만 하고..."


"... ..."


"그 때 처럼, 이번엔 내 차례라 생각했어. 사귈 때랑 반대로, 학교에서밖에 만날 수 없으니까... 내 이야기를 꼭 얘기해주고 싶었어."


"... ..."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거든... 받을 생각도, 여유도 없는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사과만큼, 무가치한게 없잖아."


"... 응."


"만약, 오늘 후붕이 네가 오지 않았으면... 아프지만, 포기할 생각이었어.  ...오늘 와줘서, 내가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워."





마치 바둑 시합이 끝난 뒤, 첫 수부터 하나하나 복기하듯.

아침 일찍부터, 해가 지고 저녁 늦게까지 계속.

결국 당직인 담임선생에 의해 강제로 하교하게 된 지금까지, 나와 후순이는 대화했다.


... 어긋남의 연속이었다.

작고 작은 균열의 연속으로 인한 파국이었다.

그렇게 하굣길. 버스정류장 앞 까지, 우리는 조용히 걸어갔다.



"내일부턴 그래도 쉬어야지."


"응..."


"이제 곧 졸업이고, 얼굴 볼 일은 적어지겠네."


"... 응."



둘 중 누구도, 다시 사귀자고 말하지 못했다.


평소였다면 정류장에서 서로 떨어져 제 갈길을 갔지만.

... 오늘은 같이 멈춰서.

그녀가 버스를 타고 갈 때 까지, 같이 기다려주기로 했다.



"... ..."


"... ..."



버스 정류장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의외로 그녀가 먼저 화두를 꺼냈다.



"... 아, 그러고 보니 이 말이 늦었네 후붕아. 수능은 잘 봤어?"


"어, 응? 나 수능 안봤는데."


"응...? 수능 준비하던 거 아니였어?"


"나 수시 1차 붙어서, 어제는 하루종일 집에 있었어."


"으,응? 수시 1차 붙으면, 등교 안해도 되는거 아니야?"


"... 그래도, 보고싶은 사람이 있었어."


"...어?"


"헤어진 날엔 그렇게 아팠는데도, 집에와서도 네 생각이 계속 나더라. 헤어진 사이더라도... 응, 졸업하기 전 까진 보고싶었어."


"...!"


" 심한 말 한것도, 계속 무시했던 것도 미안해. 근데... 고1때 처음 봤을 때부터 하고 싶던 말. 그냥 지금 할게."



... 쯧.

이이상 답답함을 참을 수 없어, 결국 말로 꺼내버렸다.



"좋아해.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계속 보고싶어. 앞으로도."


"... 아..."



심하게 오글거리고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리니, 후순이가 기다리고 있던 버스가 오고 있었다.



"아, 후순아. 버스 온다. 저거 타야... 읍!!"



... 내 첫키스가 이런 식으로.


입을 뗀 후순이는, 빨개진 볼을 목도리 속에 숨긴 채,



"... 차단 풀어줘, 집에 돌아가면... 전화할게."



그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이 버스에 타버렸다.

그러고보니, 후순이랑 전화 해본 적도 없었네.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후순이의 번호를 차단 해제 하자마자

후순이에게 온 톡 하나와, 이모티콘이 보였다.

보자마자 피식하며 웃음이 나왔다.


-진짜 좋아해.

(따봉중인 개구리 콘)



... 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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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로 인한 후회랑 그 오해를 풀고 용서하는 스토리를 좋아해서 끄적여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