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안 정했음. 제목 좀 지어줘....!!

거의 완성 다해서 올리기 전에 뭔가 좀 뜯어 고칠까 해서 글 올렸다가 밴 먹었다....

이런 것도 안될 줄은 처음 알았다....

일주일 전이랑 다른 소설로 봐야 할만큼 뜯어 고친 듯

★은 남주인공 시점, §은 여주인공 시점임





나는 산책하는 취미가 있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을 따라 몇 시간 정도 걸으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거나 휴대폰으로 웹소설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부모님은 나의 이런 취미를 걱정하면서 말리신다. 성인이 된 나에게 과한 걱정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날도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뒤로한 채 산책에 나섰다.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한 시간쯤 걸었을 때였나, 어떤 여자를 발견했다. 

'코스프레 중인가? 이런 곳에서 그런 행사를 할 리가 없고... 촬영 나온 건가? 분명 경치가 좋긴 한데...'

산발이 된 머리, 초췌한 인상, 그런데도 빛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 허리춤에 끼워진 검, 흑단 같은 검은 머리에 붉은 눈까지

판타지 세계에서 막 나온 것 같은 모습이다.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미친 사람인가 보네, 엮이기 전에 돌아가자.'

나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산책을 몇 년째 계속해 왔지만, 미친 사람을 만난다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었다.


여인의 웃음소리가 커짐에 따라 내 발걸음도 점차 빨라져 간다. 그녀의 시선을 끌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에 뛰지는 않았다.

이윽고 그녀의 웃음이 멈추고, 내 시야가 하늘로 높이 치솟는다.

'어?'

잠시 뒤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목을 잃은 나의 몸뚱이와 검을 버리고 허겁지겁 나에게 달려오는 여성이었다.

내 의식이 거기서 끊긴다.





나는 흔히 말하는 '이세계 전생'을 당한 모양이다.

'이런게 진짜로 있었구나....'

정신을 차려보니 여신의 사과를 듣고 있었다. 미래의 자신이 부족하여 이런 일이 발생했다던가?

뭔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정신 차려보니 나는 진짜로 용사가 되어버렸다.

손에는 성검이 들려있었고, 거울을 통해 본 내 모습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정도면 우리 부모님도 못 알아보겠는데?'

매우 잘생겨진 얼굴과 건장해진 몸.

평범한 얼굴과 평균보다 조금 작았던 키를 가졌던 나와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한순간에 10cm 넘게 자라 시야가 급격히 높아지니 적응이 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었을 때였다.

뻔한 이야기지만, 나 혼자서 마왕을 잡을 수 없으니, 유능한 인재들을 붙여 주었다.

어떤 여인이 들어온다.


이름 : 이브 타란테

- 에오스 아카데미 수석 졸업자. 유능한 마법사, 실력도 성격도 괜찮으니 좋은 동료가 될 거에요.


'오, '감정' 같은 능력도 있나보네.' 

이브가 인사한다. 미인과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내가 당황하면서 대답한다. 

"ㄴ..네엣... ㅂ... 박하민입니다."

'나 병신인가?'

다행히 이브는 이런 나를 비웃지 않고 이런저런 대화를 이끌었다.

"그럼, 이브씨랑 저랑 엘리즈...? 라는 분과 셋이 함께 모험하게 되는 건가요?"

"네, 셀레네 공작가의 아가씨인데 검술 실력이 어찌나 좋으시던지. 14살 때 이미 제국의 기사단장과 호각의 실력이라네요."

'이거 하렘인가?'

이브가 내 생각을 읽었다면 아마 질색했겠지.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이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오던 길에 소매치기 좀 잡아주느라..."

"....."

나는 그 여인을 보고 굳어버렸다.


이름 : 엘리즈 비제 르 셀레네

- 셀레네 공작가의 장녀. 언젠간 세상을 멸망시킬, 극악무도한 마녀가 될 거에요.


분명 그때와는 인상이 달라졌지만, 내 목을 날려 버린 장본인을 어떻게 잊어버릴까.

"...? 용사님?"

인사를 받아주지 않자, 엘리즈가 의아한 듯이 묻는다.





몰래 황제에게 동료 하나만 바꿔 달라고 동료들 몰래 부탁했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내 동료인 게 확정된 상황에서 실력도 좋고, 성격도 모난 곳 없는 그녀를 명분으로 파티에서 제외하냐면서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그녀들과 여행을 시작했다. 물론 순탄치 않았다.

내가 엘리즈를 못 믿는데 어떻게 그녀에게 등을 맡길까.

결국 크게 다쳐서 동료들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이브가 나를 간호하다 잠들고, 나도 꾸벅꾸벅 졸던 중 엘리즈가 찾아왔다.

왜 자신을 못 믿는 거냐고,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냐면서 말이다.


... 생각해보면 지금의 엘리즈에게는 죄가 없다. 어쩌면 그때의 엘리즈는 무언가 엇나가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모험하면서 본 엘리즈는 무척이나 심성이 고운 사람이었다.

곤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질병에 걸리거나 다친 사람을 보면 포션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아무리 주의해도 결국 부상이 생기기 마련인데... 덕분에 이브만 고생시킨다고 미안해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치유 마법을 독학해서 스스로를 치유했던가?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이걸로 포션을 더 아낄 수 있다며 좋아했었지.


".... 미안...."

"미안하다면 얼굴 좀 제대로 마주하고 얘기할래?"

그제야 엘리즈를 제대로 쳐다본다.

아직 두려움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어색한 분위기.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그녀와 일상적인 대화를 시도해 본다.

처음엔 호랑이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드디어 자기하고 대화해 준다고 기뻐하는 엘리즈의 모습을 보니 그게 헛된 생각이란걸 깨달았다.


나는 엘리즈의 검을 보다 이상한 것을 눈치챈다.

"....? 엘리즈, 그 검은....?"

"아. 이거? 우리 가문의 가보. 수백 년 된 검인데도 아직도 현역인 걸 보면 보통 명검이 아닌 것 같아."

'아... 그렇게 된 거였구나.'

나는 그녀가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인지 깨달았다.

"엘리즈, 아무리 힘든 일이 있다고 해도 부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갑자기 뭔 소리야? 그런 사람이면 이런 일은 못 하지."

"아하하... 그런가? 아무튼, 약속해 줄 수 있지?"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어."





마왕과의 결전을 바로 앞에 둔 이브가 나를 놀리듯이 말한다.

"하민아, 황녀 전하께서 널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엘리즈는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렸는지, 기침을 계속한다.

아무래도 우리의 긴장을 풀려고 하는 것 같다.

"... 그거 위험한 말 아니에요? 만약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황실 모독죄로 잡혀갈지도 몰라요."

"어차피 우리밖에 뭐 어때? 애초에 이건 거의 사실인데? 우리 파티의 보급품, 대부분 황녀 전하께서 보내주신 거잖아."

"그건 저희를 향한 호의지 저를 향한 호의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우리들을 향한 호의에 꽃다발이 들어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하겠는데? 그것도 사랑 고백할 때나 쓰는 꽃을 주면서?"

"..."

"너한테 준 게 아닌 게 더 이상하지 않니? 그야, 우리 파티는 너 말고는 남자가 없으니... 황녀 전하께서 여자에게 꽃을 주었다... 이게 더 황실 모독죄로 잡혀가기 딱 좋은 것 같은데? 거기에, 개인적인 편지도 많이 보내는 것 같던데? 현재 황제 폐하에겐 황녀 전하 한 분 밖에 없으니... 미래에는 공동 황제가 되겠네?"

"네네... 맘대로 생각하세요."


사실 황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다. 개인적인 편지에서도 나를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냈으니까.

감정으로 본 황녀는 정상이 아니었다. 만약 그녀의 고백을 거절한다면...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난 거절할 것이다. 황제 자리가 탐나지 않냐면 물론 탐나긴 한다.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지 않을까?

황녀가 못생겨서 그런 것도 아니다. 황녀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엘리즈가 좋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엘리즈에게 상처 준 일을 없애고 싶다.

당장 돌아가서 황녀가 끼어들 틈이 없도록, 엘리즈에게 고백하고 싶다.

이미 늦어버렸지만... 


그래도, 마왕을 처치한 용사의 권위면 황녀의 청혼을 거절하고도 후폭풍 없이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검을 굳게 쥐고는 마왕의 거처에 침투한다.



§



마왕이 쓰러졌다.

그래, 하민이 네가 마왕을 쓰러트렸었지.

수많은 사람이 마왕 때문에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피폐해졌지.

그러니까, 하민이 너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 돼야 했었어.

어쩌면 황녀 전하와 결혼하게 될 수도 있었겠네. 황녀 전하께서도 너를 좋아하던 것 같았으니까.

솔직히 조금 질투나겠지만... 하민이 네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

공작가의 일원이지만 후계자도 아닌 나와 결혼하는 것보다는 황녀 전하와 결혼하는 게 너에게 더 좋은 일이었을 거야.

황제 폐하께 아들이 없었으니 어쩌면 네가 공동 황제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너에게 꽃을 던져야 할 시민들은 왜 너한테 돌을 던지고 있고, 너에게 청혼했을 황녀 전ㅎ... 아니... 황녀는 왜 있지도 않은 너의 죄를 규탄하고 있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너는 왜... 슬픈 얼굴로 목만 남은 채 창대에 꽂혀 있는거니...?

모르겠어. 나는 그저 힘이 좀 세고, 검 좀 잘 쓰는 귀족 여자애라서? 다른 사람들에겐 이게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이는 거야?

사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상이고 우리들만 비정상이었던 거야?

"흐... 흐윽...."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네... 사지가 잘렸을 때도, 온몸이 바스러졌을 때도, 이브가 찢겨 죽었을 때도 나는 울지 않았었지...

이것은 세상 모두를 위한 희생이었다고... 나도, 하민이도, 이브도 이 모든 희생을 감수하기로 했었지.

근데 그 희생의 결과가 이거였어...? 나와 내 동료들이 흘렸던 피와 땀의 결과가 이거였냐고....

힘들다. 허무하다. 이럴 때 하민이가 했던 말이 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잠이라도 좀 더 자야겠다.


이브의 시체는 마왕성과 함께 불태워 버리고, 하민이는 저 꼴로 만드는 동안, 나는 건드리지 않았다.

혈통 탓인가? 나에게 검을 들이대는 대신 늙어 빠진 황제의 첩으로 데려가겠다는 서신이 왔을 뿐이다.

암살자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집안에서 감시하는 것도 아닌 걸 보면 죽든 살든 도망치든 관심도 없나 보다.

그래도 황제의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 나는 항상 나의 검, 릴리에를 품에 안고 잔다.

검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건 마검밖에 없다며, 사람들은 불길해했지. 이 검은 우리 공작가의 가보로 내려오는 검인걸.

아, 설마 자기들 손으로 수백 년 넘은 가보를 버릴 수 없으니, 나에게 떠넘긴 것인가?

우리 파티에게 지원이 인색했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생각이다.

내막이야 어쨌건 모험 내내 유용하게 써먹은 검이다. 절대 부러지지 않는 것 빼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그 정도면 나에겐 충분했다. 이 검으로 수많은 마족들을 베었다. 마족을 베는 마검? 차라리 성검으로 부르면 모를까.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본다.


분노를 가다듬으며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며 누워 있던 중 여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이 그렇게 미워?"

"...?"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하녀도 일부러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녀들이 언제 독을 탈지, 내가 중얼거리는 말들을 주워들어서 언제 가주에게 보고할지 알 수 없으니.

"억울하지? 모두의 영웅이 돼야 했을 너와 네 동료가 허무하게 몰락한 것이."

목소리는 릴리에에게서 들려왔다.

"화나지? 그렇게 성심성의껏 돕던 주변인들이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서 너희를 공격한 것이."

릴리에가 나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흐.... 흐끅...."

"허무하지? 그렇게 피땀 흘려 지켜 낸 사람들이 정작 너희들에게 돌을 던지고 있는 게."

"흐읍... 흐끅... 그만...."

겨우 다스린 슬픔과 분노가 스멀스멀 기어 온다.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히끅.... 흐끅...."

"하민이에게 누명을 씌운 황녀의 사지를 베어버리고 출혈로 서서히 죽어가게 하고 싶지 않아?"

"흐극.... ㅎ..."

"하민이의 목을 벤 네 오빠의 머리를 개먹이로 주고 싶지 않아?"

"흐으..."

"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네 몸을 탐하려고 하는 황제를 단두대에 올리고 싶지 않아?"

"흐으... 큽..."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는 여신의 목을 날리고 싶지 않아?"

"흐.... 크흐흡...."

"무엇보다, 목숨을 구원받았으면서도, 하민이의 머리에 돌을 던지고 있는 저 시민들을 몰살시키고 싶지 않아?"

"하하... 아하하하하...."

"너도 웃기는가 보네? 하다못해 짐승들도 자기 은인한테는 함부로 못 하는데, 인간은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란 거잖아? 복수, 하고 싶지 않아?"

한참을 웃던 나에게 릴리에가 제안한다.

"복수...."

나는 그 달콤한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반역자로 몰려서 가문에서 팽 당한채 하민이와 같은 꼴이 되거나, 황제의 첩이 된 채 늙은이의 밤 시중을 들어야 할 판이다. 그 제안을 수락하자, 허공에 이상한 단어들이 생겨난다.

특전? 잘 모르겠다. 다만, 뭔가 힘이 넘친다는 것만은 알겠다.

릴리에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길거리로 나아간다. 릴리에는 바닥에 검흔을 남긴 채 질질 끌려가고 있다.



§



몸만 남은 채 데굴데굴, 추하게 발버둥 치던 황녀의 눈에서 빛이 사라진다.

[ 아이린 에이레네 데 헬리오스를 처치하였습니다. ]

[ 페리오니 제국 헬리오스 왕조의 황녀.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훗날 페리오니 제국을 중흥시킬 여제가 된다. ]

어떤 문구가 뜨고 있다.

"이건 '특전' 중 하나인데 네가 처치한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어! 네가 선인을 베었는지 악인을 베었는지는 알아야겠지?"
"... 쓸데없는 짓을."

어차피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조리 죽일 거다. 이 세상에서 인간을 모조리 없애고, 여신을 죽일 때까지. 나는 쉬지 않을 것이다.


도망가던 상인을 베었다.

[ 자크 케닐을 처치하였습니다. ]

[ 보석 상인. 훗날 돈을 크게 벌어 기사 작위를 사고, 전쟁에서 큰 공훈을 올려 역사책에 이름을 한 줄 남긴다. ]

연인들을 베었다.

[ 테오를 처치하였습니다. ]

[ 도시의 시민. 마리아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에게 구혼, 마리아와 행복하게 살아간다. ]

[ 마리아를 처치하였습니다. ]

[ 시골 처녀. 테오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

한 여인과 그녀가 돌보던 어린아이를 베었다.

[ 샬롯을 처치하였습니다. ]

[ 지금은 평범한 소녀. 훗날 어지러운 세계를 바로 잡을 영웅이 된다.  ]

예쁘장한 소녀 하나를 베었다.

[ 휴그를 처치하였습니다. ]

[ 연쇄살인마. 여장으로 목표의 경계심을 낮춘 뒤, 살해하는 방식을 즐긴다. ]

예쁘장한 소년이었다.

한 부부를 베었다.

[ 마틴을 처치하였습니다. ]

[ 리아의 남편. 아쉽게도 그녀와의 자식은 없었다. ]

[ 리아를 처치하였습니다. ]

[ 마틴의 부인. 옆집 남자의 씨앗으로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 다행히도 마틴에게는 들키지 않았다. ]

".... '특전' 좀 꺼주면 안 돼?"

"히히... 싫은데? 나도 얻는 게 있어야지?"

"하아...."



§



들개가 오빠의 머리를 뜯어먹고 있다.

[ 줄리엔 비제 르 셀레네를 처치하였습니다. ]

[ 셀레네 공작의 후계자.... 가 아닌 셀레네 공작.... 이었던 것. 무력, 지력, 정치력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영재. 셀레네 가문을 제국 제일의 가문으로 만든다. 아쉽지만 엘리즈보다는 약했다. ]

황제를 단두대에 올리고 줄을 끊었다.

[ 로베르 발리안 데 헬리오스를 처치하였습니다. ]

[ 페리오니 제국의 황제. 머저리. ]

세상을 샅샅이 뒤지고, 죽이기를 반복한 결과, 드디어 이 둘 마저 단죄했다.

"하아...."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에는 죽어가는 제국군 몇 명밖에 남지 않았다. 곧 저들의 목숨도 끊어지겠지.

무수히 많은 문구가 나타난다. 머리 아파....


"그보다 릴리에, 여신은 어딨어? 이미 세상은 다 뒤져봤는데"

"으음.... 나는 모르겠네~ 다른 세계라도 뒤져보면 나오지 않을까?"

"....."

"믿든 말든 네 자유인데, 여신의 행방을 알려면 내가 필요할걸?"

릴리에가 또 애매모호한 말을 한다. 어쩌면 여신은 이미 내가 죽인걸까?

"... 다른 세계로 가서, 그곳을 멸망시키면 알려줄 거야?"

"멸망시킬 필요도 없어~ 그냥 날 만족시키면 돼."

"....가자...."

릴리에가 공간을 열었다.



§



회색 물질로 포장된 길, 텁텁한 공기,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라아~ 마력이 없네 여긴."

"... 상관없어."

이미 마력을 담지 않아도 검을 휘두르면 산이 무너지고, 주먹으로 치면 사람이 분해될 정도가 되었다.

.... 얼마나 괴물이 된 걸까? 어서 복수를 마무리하고 편해지고 싶다.

"저기 첫 사냥감 발견! 음... 이번에는 깔끔하게 참수 시켜줘. 그게 재밌을 것 같거든."

"하.... 하하....."

웃음이 나왔다. 사람들이 이토록 죽어 나갈 때 빌어먹을 여신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무엇이 자애의 신이란 말인가?

여신이 진실로 자애롭다면 나를 막아서고 나에게 죽든가 내가 지옥에 갔을 텐데, 정작 그 세계에서 나를 막아선 건 제국군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나를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 이게 잘못된 것은 알고 있다.

릴리에의 장난감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멈추면 모든 게 다 허사다. 하민이와 이브의 복수도, 여태까지 내가 죽인 사람들도.

오늘도 나는 떠오르는 문구에 괴로워하며 인간들을 하나둘 죽여가겠지. 릴리에만 만족시키고 여신의 행방을 알아낸 뒤, 죽이고 나도 자살해야겠다.


내가 웃어대자, 남자가 뒤돌면서 자리를 피한다.

미친년 같았겠지? 아니... 미친년 맞구나.

릴리에를 뽑아 든다. 익숙한 감각. 달려들 필요도 없다. 제 자리에서 검을 휘두르자, 남자의 목이 하늘로 치솟는다.


[ 박하민을 처치하였습니다. ]

[ 당신의 연인이 될 수 있었던 사람, 본래 다른 세계 사람이었으나, 당신이 몸과 목을 분리해 준 덕분에 이세계로 전생하여 용사가 된다. 하민이도 널 좋아했던데, 좋아하던 사람에게 목과 몸이 분리된다니... 불쌍하네~ ]


"어...? 이게 무슨....?"

"꺄하하하하! 10점! 10점이야! 아니... 리액션도 너무 좋아서 11점을 줘야겠네!"

"박하민... 하민.... 하민아...."

내가 줄곧 그리워하던 남자의 이름이었다. 나는 남자에게 달려간다. 평범한 얼굴, 평범한 키. 하지만 하민이의 느낌.... 냄새가... 이 남자에게 나고 있다.

'특전'이 거짓말을 한 적도 없었다.

"근데... 왜.... 난..."

잘린 목을 몸통에 다시 대본다. 당연하지만 잘린 머리는 다시 붙지 않고 툭, 하고 떨어진다.

하민이의 머리가 내 품으로 떨어졌다.

"꺄흐흑.... 애초에... 하민이가 이런 복수를 원했을까?"

"아....."

"너는 그저 네 복수심을 채우고자 이랬는데, 그 복수에 휘말려서 또 하민이가 죽어버렸네?"

"아아....."

"근데 이번에도 또 참수당했네? 아이고~ 불쌍해라~"

"아... 으아...."

"여신은 사실 이미 네가 죽여버렸는걸? 분명 죽였는데 문구가 뜨지 않던 여인 하나 있지 않았어? 걔야. 좀만 더 기다렸으면 여신님의 가호를 받은 용사가 세계를 정화했을 텐데. 여신도, 용사도 네가 죽였지 뭐야? 하민이도 그랬잖아?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아달라', 멋진 말이네~ 엘리즈가 그 말을 지켰다면 하민이도 두 번 목이 날아가지는 않았을 텐데."

"아아아악....!!!!!"


"훌륭한 리액션을 보여준 엘리즈 배우님께 박ㅅ.... 케흑...."

릴리에에게 주먹을 내려치자, 땅이 흔들린다.

"닥쳐...."

"에윽... 아파라.... 근데 아무리 이래봤자 나는 부서지지 않는데? 수천 년 동안 검에 봉인되어 있으니 죽고 싶더라고... 그래서 수천 년 동안 여러 인간을 도발하면서 나를 부수도록 유도했는데... 전부 실패했어."

"죽어!!!!"

다시 한번 릴리에를 내려친다.

"아윽... 너는 아무리 해도 날 부수지 ㅁ... 우윽... 못해. 그게 됐으면 진작 됐지. 아무튼, 그 결ㄱ.. 켁... 결과로 얻은 깨달은 게 소중한 사람을 실수로 죽일 때 짓는 표정만큼 아름다운 표정이 없더라ㄱ... 에극... 말할때는 좀 내려치지 말아봐!"

"하아... 하아...."

릴리에의 말대로, 주변의 땅에는 이미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는데도, 릴리에에게는 자그마한 흠집조차 없었다.


"다시 할래?"

"뭐?"

"처음 하민이를 만났던 때로 돌아갈래?"

"...."

"그렇게 못 믿겠다는 듯이 쳐다보진 마~ 이번엔 진짜 선의로 해주는 거니까. 약속할게! 악마에게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는 너도 알고 있잖아? 나도 이 유희를 또 볼 수 있을까 기대되기도하고!"

"......"

"뭐, 싫으면 영영 하민이는 목 잘린 채로 남아 있는 거지 뭐 죽은 사람은 누가 와도 못살려."

"........ 할게...."

"그럼~ 그렇게 나와야지~ 다행히 악마의 마법은 마력 대신 인간의 후회를 소모해서 지금 바로 가능하니 지금 바로 보내줄게! 모인 양을 보니깐 한동안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릴리에가 마법을 영창 한다.


"음... 이번에도 잘 부탁할게?"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회귀할 때 나도 같이 회귀하거든! 너만큼 후회를 잘 뽑아내는 인간은 처음 보니깐 자꾸 붙어있고 싶지 뭐야."

".... 그렇다는것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꺄하하하! 얼굴 어두워지는 거 봐! 내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지금이 326번째 회귀일걸? 그리고 하민이는 325번 모두 너에게 죽었고!"

"아......."

"이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얼굴만 봐도 알겠네. 하지만, 취소는 안 돼~"


릴리에가 깜박했다는 듯이 말한다.

"아! 맞아. 이건 선의 아닌 거 알지? 당연히 다음 회차에서도 널 꼬드길 거야. 넌 기억을 잊어버리겠지만."

"그게 무슨... 악마는...."

"그게... 난 사실 악마가 아닌걸... 악마가 계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맞긴하지...? 악마의 마법도 나에게 덤비던 악마를 죽이고 흡수한거고...? 아! 너무 뜬금없이 물어봐서 엘리즈가 '착각'해 버린 건가? 미안미안♥ 아무튼, 당연히 '착각'이었다고 해도 취소는 안 돼!"

"이런 개ㅅ...."

의식이 점차 흐려져 간다.



§



하민이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이브와는 잘 대화하는 것 보면 여자와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전투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나를 못 믿고 등 뒤를 수시로 쳐다보다가 정면에서 날아온 공격을 맞고 크게 다쳤다.

서로 '하민이', '엘리즈'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것도 이브가 동료들끼리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면 안 된다고, 혼내듯이 말한 것이 계기였다.

"설마 나... 그렇게 못생겼나...? 아니,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예쁘다고만 해줬는데.... 설마 그게 다 사회생활이었던거야....? 사람은 자신을 미화해서 보게 된다는데 그 정도인 거야? 나랑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는 건 설마 그것 때문인 거야?"

그게 사실이라면 좀 가슴 아플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게 아니면 다른 가능성은 없는 것 같은데.

"아니 잠깐...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모르겠다.... 하민이와 진솔한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상대 해줄지는 모르겠다. 억지라도 부려서 눈을 제대로 마주 보면서 대화해야겠다.

"그래... 이번엔 반드시 하민이를....."

...? 이번엔...? 하민이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본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