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CODE: HID-8

어느 북파공작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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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투명한 창으로부터 비치는 화사한 햇살.

그 빛에 휩싸인 서은하가 보였다.

 

처음에는 그녀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으나,

미형의 얼굴에 어렴풋이 스치는 분위기와 인상.

한결같은 향기에서 서은하임을 알 수 있었다.

 

3년이라는 세월이 길긴 길었나보다.

서은하에게서 중딩 특유의 어린 티가 보이지 않았다.

유아적인 귀여움에서 탈피해 뭇남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필 어엿한 미녀로 성장한 그녀였다.

 

"오빠... 오빠..."

 

서은하는 나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새하얗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이 내 뺨을 어루만졌다.

 

그때그녀의 손에 잔뜩 난 흉터를 발견했다.

 

다친 걸까?

아니아무래도 좋다.

 

나는 그녀의 손을 매몰차게 쳐냈다.

그러자 서은하는 잠시 놀란 듯하더니 쳐내진 손을 어루만지며 멋쩍은 미소를 내보였다.

 

"여긴...?"

 

"우리 집이야오빠가 길가에 쓰러져 있어서."

 

그래그랬었지.

어젯밤 일이 떠오르자 왠지 수치심이 느껴졌다.

이미 잿가루만 남았다고 여긴 감정이 고작 술 한 잔에 다시 분노로 활활 타오를 줄이야.

 

"우욱... 젠장."

 

숙취로 인해 머리는 어지럽고 속은 쓰렸다.

더군다나 조폭들의 시비에 오랜만에 싸움다운 싸움을 해봤기에 몸에 무리가 갔던 모양이다.

 

몸 기운이 영 멜랑꼴리했다.

 

"오빠잠시만 기다려봐."

 

서은하가 방에서 나갔다.

 

 

나는 침대에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온 서은하의 방이다.

옛날에는 자주 여기서 같이 놀고는 했는데.

추억은 남았지만그 시절의 정겨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불편함도 없다.

그저 무감정할 뿐.

 

"오빠기다렸지?"

 

서은하는 작은 식탁과 함께 돌아왔다.

흰 쌀밥과 북어 맑은국김치구운 김 등.

정성스레 차린 밥상이 내 앞에 놓여졌다.

설마 침대에서 식사를 하라는 것인가?

 

"버르장머리 없게 침대에서..."

 

"아냐서양에서는 꽤 이렇게 먹는다나봐."

 

숙취에 좋은 북엇국이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 숟가락을 들어 퍼먹었다.

담백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 위장을 달래준다.

 

꽤 훌륭한 맛이었다.

고사리나 시금치김도 직접 구운 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로만 구성된 아침이다.

 

"엣헴내가 직접 만든 거야!"

 

서은하가 뽐내듯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약간 어색한 느낌이 감도는 언행이었다.

예전에 서은하가 저런 식으로 뛰어남을 뽐내면나는 그녀를 뛰어주고는 했다.

 

근데 지금은 그저 멍을 때릴 뿐이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가 자신을 뛰어주며 분위기가 화목하게 누그러지길 기대한 모양이었다.

 

"오빠 고사리 좋아하지맛은 괜찮아?"

 

나물은 아침에 사온 것처럼 싱싱했다.

그야말로 정성스러움이 느껴지는 한 상이다.

 

그녀의 요리 솜씨가 이리 괜찮았던가?

옛날에는 그야말로 똥손의 대가였는데.

 

 

사람은 변하는 법이지.

 

 

"근데... 오빠... 궁금한 게 있는데 대체 어떻게..."

 

그녀의 말은 두루뭉술했지만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는 대강 알 수 있었다.

 

"...살아서 미안하다."

 

"아니야그런 뜻이 아니라!"

 

서은하가 화들짝 놀라 내 말을 부정했다.

죄인처럼 시무룩해진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어...? 지금까지 어디서... 어떻게 지냈어...?"

 

그 말에 숟가락질이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김일성 모가지 따려고 정부가 날 괴물로 만들었다.

고문에 가까운 훈련과 실제 고문 훈련까지 받았다.

그러나 허무하게 작전은 취소되고 나는 죽은 신분으로 살아있는 이들의 사회에 내던져졌다.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

서류상으로 이미 죽어버린 시체.

노가다라면 모를까 번듯한 직장도 구할 수 없는...

 

 

나는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의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내 인생은 왜 이렇게까진 꼬인 걸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북파공작부대로 가기로 정한 사형대였는가.

윤지환과 만났던 중학생 때였는가.

아니면 서은하와 만났던 국민학교,

어머니가 나를 버리고 떠났던 갓난애 시절...

 

대체 언제부터 내 인생은...

 

아버지...

생각해보면...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인사 한 번 못 올렸구나.

 

그래도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 있구나.

 

 

@@@

 

 

오후 2시쯤의 서울역은 사람이 붐비고 있엇다.

서은하는 충청북도로 내려가는 기차표를 끊고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강무석에게 다가갔다.

 

"오빠제천으로 가는 거 맞지?"

 

강무석은 기차표를 건네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향하려는 곳은 제천시후쟁 마을이었다.

 

강무석의 아버지의 고향.

처음에 그들의 가족이 새삶을 시작하려했던 그곳.

 

강무석이 감옥에서 공식적으론 사형을 당하고,

그의 아버지는 무연고 시신으로 병원에 방치됐다.

 

평소 친분이 두텁던 후쟁 마을 이장댁이 시신을 인도받아 잿가루를 마을 뒷산에 뿌렸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서은하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자신 때문에다른 이들 탓에 아버지와 비극적으로 헤어진 강무석에게 너무 죄스러웠다.

 

 

둘은 시간이 되자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표를 검사받으니 저 멀리서 계란이나 땅콩마른 오징어를 파는 상인이 보였다.

 

"오빠계란이나 오징어 먹을래?"

 

강무석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뻣뻣하게 굳은 분위기를 유화시키려던 서은하의 의지는 강무석의 차가운 태도로 계속 무산되었다.

 

강무석은 애초에 그녀와 동행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함께한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갑 취급이라도 서은하는 함께할 수 있는 게 기뻤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그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를 향한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순간부터,

서은하의 삶은 지옥에 추락한 것이나 진배 없었다.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방에 틀어박혔다.

강무석이 없는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도피의 마지막은 자살이었다.

죽어서 강무석을 만나기 위해 목을 메려던 그 날.

길가에 쓰러진 그를 만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날.

강무석을 발견한 그날.

서은하는 속으로 맹세했다.

 

이번에는 다시는 그를 놓치지 않기로.

설령 세상 전체를 적으로 돌리더라도,

실제로 강무석이 죄인이라도 그의 편만 들기로.

 

자신이 입힌 상처를 반드시 치유해 주기로.

조강지처가 되서 매일 맛있는 밥을 차려주기로.

아이도 잔뜩 낳아서 그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기로.

 

 

...서은하는 고개를 돌려 무석을 바라봤다.

두 눈을 감은 그의 얼굴에 노을빛이 비쳐들었다.

 

흉터로 가득한 얼굴.

그의 마음은 더 엉망진창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 중 서은하가 입힌 것도 존재했다.

 

"평생을 오빠를 위해 살게요옆에만 있게 해줘요..."

 

서은하는 무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타인이 보기에 둘은 영락없는 연인으로 보일 것이다.

 

창문 너머로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도시에서 건물이 듬성듬성해지는 시골로 접어든다.

태양이 뉘엿뉘엿 지면서 저녁노을이 붉었다.

그것은 무석이 교도소로 송치되던 때의 풍경을 닮았다.

 

강무석은 자유의 몸이었지만 마음은 공허했다.

후쟁 마을에 도착하고는 그 마음은 배가 되었다.

 

 

후쟁 마을은 세월에 흐름에도 옛모습 그대로였다.

 

서은하는 저녁 노을에 젖은 시골을 둘러봤다.

부모님 둘 다 도시 출신이라 이런 시골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강무석과 관련된 마을이라 하니 어딘가 특별하고 정겹게 다가오는 구석이 있었다.

 

강무석은 망설임없이 마을을 거닐었다.

그는 중간에 마트에 들려 사과막걸리를 샀다.

 

그리고 마을 이장댁에 다다랐다.

 

"이장님계십니까?"

 

대문을 두드리자 할머니가 나왔다.

 

"으잉뉘쇼?"

 

"무석입니다강무석."

 

"으잉무석이무석이여살아 있었던 거시여?!"

"아이고야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여?!"

"영감영감무석이여강무석이가 왔어!"

 

그러자 뒤이어 마을 이장이 나타났다.

그 도한 무석을 보곤 화들짝 놀라며 달려왔다.

 

"아이고그게 참말이었구먼살아 있었구나!"

"억울하게 옥살이하느라... 욕봤다욕봤어!"

 

이장댁이 강무석을 본 것은 갓난쟁이 시절이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이 일을 나가면 조부모가 어린 강무석을 안고 마을 회관으로 자주 마실을 갔다.

 

이장은 손 없는 집이라 무석을 손주처럼 여겼다.

그들은 무석 옆에 어색하게 서 있는 서은하를 발견하고는 놀란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 예쁜 처자는 누구유...?"

"에이 영감딱 봐도 무석이 애인이잖여!"

 

애인...

그 말에 서은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저녁 노을이 아니었다면 금방 들켜버렸을 것이다.

 

서은하는 무석을 힐끔 쳐다봤다.

그는 흔들림없는 눈빛으로 이장에게 말했다.

 

"이장님아버지는요?"

"무석아... 아버지말이냐..."

 

 

 

 

 

마을 뒷산. 50년 묵은 은행나무 아래.

강무석 부친의 유골이 뿌려진 장소였다.

 

"넌 여기 있어도 된다."

 

"하악... 아니야.. 나도.. 끝까지.. 따라 갈래..."

 

오랜만에 산에 오르는 서은하의 숨이 가빠왔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지쳤다.

강무석은 힘들면 내려가라고만 말하지결코 기다려주는 법이 없었다.

 

서은하는 억지로 다리를 움직였다.

저 멀리 앞서가는 강무석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헉헉대며 오른 뒷산.

차가운 바람에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날아왔다.

 

강무석은 커다란 은행나무 앞에 돗자리를 깔았다.

윗부분을 깎은 사과와 배를 일회용 접시에 올리고,

막걸리를 놋쇠 잔에 따라 그 앞에 두었다.

 

"아버지."

 

서은하는 서둘러 그의 옆으로 걸어갔다.

강무석은 은행나무를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서은하도 그의 옆에서 똑같이 아버님께 절을 올렸다.

 

"불효자강무석. 3년 만에 인사 드립니다..."

 

울음에 젖은 강무석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지쳐 보이는 그의 어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흐윽... 아버지...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때...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능력 없는 놈이라 죄송합니다미안해요!"

"다음 생에서도 제 아버지가 되어 주세요..."

 

 

 

"아아..."

 

강무석이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던 서은하도 덩달아 가슴이 찢어졌다.

 

그날 자신의 행동의 무게를 다시 실감했다.

 

그때 강무석을 믿었더라면...

조금이라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한 번이라도 그의 입장에서 생각했더라면...

 

무석은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도 깨달았다.

그와 함께 상처를 치유해나갈 미래를 그렸다.

연인이 되어아이도 낳고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강무석의 충실한 반려로 살아가기로.

그를 사랑하며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로.

 

그러나 미래는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가능해도,

한 번 일어난 과거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오빠... 죄송해요...! 죄송해요...! 잘 못했어요...!"

 

서은하는 울고 있는 강무석을 뒤에서 껴안았다.

강무석은 아버지를 부르며 울음을 터트렸고,

서은하는 강무석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이미 성인이 된 두 남녀는 어린 애처럼 울었다.

잃어버린 3년이라는 세월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

 

 

 

울음이 멈춘 강무석은 단촐한 제사상을 치웠다.

서은하는 올라오면서 지쳤기에 내려갈 기운이 없었다.

 

결국강무석이 그녀를 엎고 내려갔다.

서은하는 국민학교 이후 처음으로 미치도록 그리워했던 강무석의 등에 엎혔다.

 

그의 넓은 등이 좋았다.

그의 남자다운 향취가 좋았다.

자신의 죄를 후회해도 욕심이 솟아오른다.

그의 옆에서 한 짝이 되어 살아가고 싶었다.

 

 

"날도 어두운데 어딜 간다고우리 집에서 묵고가!"

 

"그려그려별채 하나 있는 디 방음도 잘 돼!"

 

이장 댁이 별채를 빌려주기로 했다.

두 노부부는 무석을 팔꿈치로 툭툭 치며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서은하는 다시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무도 없는 별채에서 젊은 남녀가 단 둘뿐이다.

 

방 안은 연탄불로 데워 후끈후끈했다.

두 사람은 방 안에서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오빠... 나 먼저 씻을까...?"

 

"그러던가."

 

서은하는 붉은 얼굴을 감추며 욕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알몸에 따뜻한 물을 바가지로 퍼붓는다.

물에 젖은 제 몸은 자신이 보기에도 꽤 요염했다.

서은하는 비누로 몸을 몇 번이나 문질렀다.

산을 오르면서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이다.

 

수건으로 물기 깔끔히 제거하고,

이장 댁 할머니가 준비한 옷으로 갈아 입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강무석이 이불을 깐 채였다.

 

"오빠... 다 씼었어."

 

어색하게 웃으며 그리 말하자,

강무석이 수건을 챙기고 욕실로 들어갔다.

서은하는 이불에 앉아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불은 새이불이었다.

산에 올라갔을 때이장댁이 새로 사온 듯하다.

 

아마도 오늘밤이곳에서 무석 오빠랑...

알몸으로... 뒤엉키는 것이다.

 

강무석은 10분 안에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 또한 새로운 옷으로 환복한 차림이었다.

 

"자자."

 

그는 스위치를 눌러 방 안의 불을 껐다.

형광등이 꺼지자 방은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불투명한 창에서 들어오는 달빛에 어렴풋이는 보였다.

 

서은하는 이불에 뻣뻣하게 굳은 몸을 뉘였다.

강무석도 그녀를 넘어서 자신의 자리에 누웠다.

어두운 방 안은 서로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그렇게 10... 20... 30....

 

 

아무 일도 없자 오히려 애가 타는 것은 서은하였다.

 

"으음..."

 

그녀는 뒤척이는 척 강무석의 자리로 움직였다.

팔에 딱딱한 그의 몸이 닿았다.

그러자 저릿한 전기가 느껴지며 심장이 뛰엇다.

 

"은하야..."

 

"?! ?! 왜 그래?!"

 

강무석의 말에 은하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나만 물어도 될까."

 

"뭐든 물어봐!"

 

"그때 나한테 왜 그런 거냐?"

 

기분 좋게 두근대던 그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때... 설명하지 않아도 언제 인지 알 수 있었다.

만신창이의 그가 수술비를 빌리러 찾아왔던...

 

"내가 너 납치 당했을 때도 구해줬는데..."

"아무리 윤지환이 좋았어도 나 좀 믿어줘도 됐잖아..."

"조금이라도 내 말에 귀 기울여줘도 됐잖아..."

 

"오빠... 그때는... 내가..."

 

"내 편... 한 번만 들어주지..."

 

"잘 못했어... 나 이젤라도 평생 오빠 편만 들게..."

 

"아니다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다 내탓인데..."

 

"아니야... 다 내 탓이야... 오빠는 아무 잘못 없어..."

 

"미안하다... 자라..."

 

"오빠!!"

 

 

서은하는 벌떡 일어나 무석에게 다가갔다.

정자세로 누워있는 그의 위에 올라타 그를 껴안았다.

그러면서 어깨를 떨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나 오빠를 사랑했는데... 바보같이 내 맘도 모르고!"

"윤지환을 좋아한다고 착각해서사실은 오빠가..."

 

그 말을 듣자 강무석이 허무하게 웃었다.

그리고 눈물을 한 방울 흘리면서 말했다.

 

"지금와서 그런 말 해도... 늦었잖아..."

 

"아니야안 늦었어오빠!"

 

서은하도 눈물을 흘리며 웃옷과 바지를 벗어던졌다.

순식간에 속옷차림이 된 그녀는 속옷마저 풀었다.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고 팬티를 내린다.

서은하는 강무석 앞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모든 것을 드러낸 알몸 차림이 되었다.

 

"!"

 

은하는 강무석에게 키스했다.

첫키스였기에 은하는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오빠... 가슴 만질래...?"

 

이번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댔다.

강무석의 거친 손이 부드러운 가슴을 쥔다.

그것만으로 쾌감이 밀려와 은하의 몸이 떨렸다.

얼굴에서는 눈물이아래에서는 다른 물이 흘렀다.

 

"오빠도 벗어..."

 

강무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기다리던 서은하는 결국그의 옷을 벗기려 했다.

얇은 티셔츠를 벗기자 흉터 투성이의 몸이 드러났다.

 

다음은 바지와 팬티.

바지춤을 붙잡자 강무석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만해..."

 

"싫어... 사랑해... 나랑 하자..."

 

"그만 하라고!"

 

 

짜악!

 

강무석이 서은하의 뺨을 후려쳤다.

얼굴을 얻어맞자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미래 창창한 네가 나 같은 거와 어울리면 안 돼."

 

"흐윽...! 오빠가 어때서... 오빠는..."

 

"이미 죽은 사람."

 

"... 그건... ... 내 탓인데!"

 

"네 잘못 아니야내 잘못도 아니고."

 

아니분명 제 잘못이라 서은하는 생각했다.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말이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리 없었다.

 

"그냥 전부 잊고 살아가자."

 

강무석은 그녀의 옷을 주섬주섬 주웠다.

그리고 그녀에게 정성스레 다시 입혀줬다.

 

"그럼... 적어도 안아줘..."

 

강무석은 순수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그리고 그대로 이부자리에 누워 잠에 드는 것이다.

 

국민학교시절 이후 처음으로.

 

그때 그 시절...

그떄의 정겨운 그리움에 마음이 안정되었다.

산에 오르고 하루종일 운 터라 피곤이 몰려왔다.

 

 

@@@

 

 

이른 새벽.

후쟁 마을 입구에는 검은 차량 하나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김 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무석이오랜만이다."

 

"오랜만입니다대장님."

 

"네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정리는.... 다 한 거냐?"

 

"전부 끝나서 후회는 없을 듯합니다."

 

"그럼 된 거지... 타라."

 

강무석은 자동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렇게 문이 닫히고 검은 차량은 다시 마을을 떠났다.

 

 

@@@

 

 

 

아침이 되자 서은하는 절로 눈을 떴다.

앞을 더듬어보니.... 강무석이 없었다.

 

"오빠!"

 

그녀는 재빨리 별채에서 뛰쳐나왔다.

마당에도 강무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장 부부에게 물어봐도 모른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빠내가 잘못했어미안해제발 사라지지마...!"

 

아무리 불러도 그는 대답이 없다.

그녀는 아침 내내 온 마을을 뒤졌다.

작은 마을이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멀리 나간 것일까?

짐을 싸기 위해 방으로 돌아오니 종이 하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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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잊고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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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석의 글씨였다.

 

 

그 시절... 강무석은 온데간데 없이...

이제는 이름없는 북파공작원이 하나 탄생했다.

 

그리고 이제 그 흔적조차 사라진 것이다.

정말로 하늘이 죽은 사람과 만나게 해준 듯이.

 

그의 앞에서 용서를 빌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일까.

아님희망을 주고 다시 절망에 빠트리는 고통일까.

 

서은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구슬픈 울음이었다.

 

울고 괴로워하면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을까.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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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뜸했던 이유=디아블로4는 못 참능

 

아무튼 엔딩도 다가오고 있구먼

 

처음에는 단편으로 하려던게 생각보다 늘어졌음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