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얗고 견고한 석판이 깔린 땅 위에 우뚝 서있는 교회 내부에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인파들이 

제각각 나뉘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이 시내의 인파가 목적없이 방황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교단의 관계자에게 끼니를 구걸하는 빈민들

심심해서 교회와 집을 왕래하는 시민들을 멀뚱멀뚱 바라보는 고아

노쇠하고 한 순간의 삶으로 고통으로 충만한 인간들이 창조신께 외치는 애원

굶주린 자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는 신부

이런 일들이 흔한 일이라는 듯이 지루해서 몰래 조는 수녀와 그렇지 않은 승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성상 아래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무릎을 꿇고서

그녀의 만물의 주인께 점심이 되면 드리는 기도를 바치고 있던 '성녀'가 있었다.




그녀의 일과는 아침부터 조물주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성녀'라는 직함에 걸맞게 그리고 종교인으로서

그 어느 교회의 신앙심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신부,수녀들의 노동에 비추어봐도 

전혀 꿀릴게 없는 종교인이자 말 그대로 '성녀'로서 신앙심 깊은 여인이었다.




오늘도 그녀는 지금 드리는 기도를 마치고 나면 

굶어가서 끼니를 구걸하는 빈민들의 아우성에 자비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빵과 물을 먹일 것이다.

저번에 새로 들어와 수녀들이 돌보는 고아들에게는 위대하신 말씀을 가르칠 것이다.

그리고 귀에 들어오는 애원을 그녀는 절대 무시하지 않고서 축복을 내리면서 위로할 것이다.





이 모든 일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일텐데 



기도를 아직도 끝마치지 못한 성녀의 귓가에 

마음속과 입으로 나직이 새어나오는 기도의 말소리가 

더러운 짐승들이 낼법한 소리에 의해 방해되면서 침입해왔다.




"정말 이 곳이어야 했나요?"



"아.. 교회라면 안성맞춤이죠."




남성의 키스가 여인의 하얀 살갗을 부딪힐 때 내는 소리가 

조물주께서 창조해낸 이 세상의 모든 소리들 중에서 

가장 추악하고 더럽게 느껴지는 순간은 처음이라고 느낀듯

기도로 집중하고 있던 그녀의 육체가 잠시 떨렸다.



"그러지 마세요. 사람들이 있어요.그것도 타락하지 않은 인간이요."



남성은 주변을 살피고 

빈민과 고아들을 흘기고서 비웃었다.



"태생부터 타락한 존재들 밖에 없는걸요."




"제 옆에 있는 분을 보세요...!"



여인은 고개를 옆으로 가리키며 작게 말했다.



남성은 그제서야 자신 옆에 성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조용히 기도에 집중하는 성녀가 눈에 들어왔다.




성녀의 고고한 모습을 눈에 담았을 때

남성은 성녀와 똑같이 몇 분간 석상처럼 행동을 멈췄다.


성녀와 남성은 그들의 신앙심으로 속세로부터 벗어난듯이

세상이 잠시 멈추라기도 한 듯이 일체 움직이지 않았다.



"저기요..?"


남성 옆에서 앉아있던 여성은 왜 그리 말을 듣지 않던

남성이 갑자기 일체의 움직임도 없이 돌처럼 앉아있는건지 알 수 없었다.



"아앗...!"



멈춰있던 남성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대자 

굳어있던 돌이 살아있는 인간의 형체로 돌아온 듯이 

남성은 고개를 자신을 쳐다보는 여성을 향해 돌리고서 그녀를 안았다.



"그만... 이곳은 안돼...ㅇ"



"그만하세요."




남성의 팔에 안겨 품 안에서 외치는 수줍어 하던 여인의 목소리가

또 다른 또랑또랑한 여인의 목소리에 의해 묻혔다.



남성은 정체모를 여인의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기도로 무릎 꿇고 있던 그 성녀가 기도를 마친듯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금발아래 푸른 벽안으로 자신을 인간아닌 생명체로 취급하듯이 

내려보는 성녀가 그 목소리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몇 개월 전부터 이 교회에서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웬만하면 이 교회에 찾아오는 인간들에게는


저지른 죄에 대한 회개를 받는다던가 

먹을 끼니가 없어 몇일은 굶어 빈사상태가 될 지경이라 찾아온다던가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는 고아들을 위탁한다던가 



이런 속세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인간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있어야할 교회에서



한 남성과 여인이 들어와서 연속적으로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점은 매번 남성은 똑같은데 그 남성 옆에 있는 여인들이 바뀐다는 점이다.



여인의 직업들은 들판에 수많은 꽃들이 만발한 모습과 같이 다양하다.


검사,도적,엘프,마법사,귀족영애... 어쩔 때는 성녀로서 예의를 갖춰야할 왕국의 황녀가 찾아올 때도 있다.









이 신성한 곳에서 더러운 추태를 범하는

그 남성과 천박한 암캐들을 성녀로서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만두시라는 제 말을 듣지 못하신건가요?!”



줄곧 무표정으로 

신민들에게 자비로운 표정으로만 

내비치던 그녀의 조각같은 얼굴이

격앙된 목소리와 함께 분노로 가득찼다.




성녀와 오랫동안 이 교회를 지켜온 동료들이나 

그녀의 보살핌을 받던 고아들은 그녀의 처음 보는 

격앙된 태도를 본 채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그리고 신비롭다는 듯이 쳐다봤다.




남성과 함께 추태를 부린 여성은 무안하다는 듯이 얼굴을 붉힌 채

황급히 의자에서 일어서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성녀님.”




성녀는 눈 앞에 연신 고개를 숙이는 여인을 무시한채

아랑곳하지 않던 남성의 태도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성녀의 화가 누그러뜨리지 않을 거라는 낌새를

눈치챈듯 남성은 그만 고집을 억누른채 

여인의 옆에 서서 성녀에게 예를 차린채 말했다.



“무례를 범했습니다. 성녀님.”






“무례요?”



성녀는 코웃음을 친 채 대답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가요? 교회는 당신의 안방이 아니라고요.

이곳은 신성한 교회라고요!”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 곳을 찾아올 생각 하지 마세요.

다음에는 성녀의 신분으로 제사장님께 당신의 행태를 보고할 테니까.”




성녀는 높은 신분에 걸맞게 

정치적으로 꽤나 권위를 내보일 수 있는 권력이 일부분 허용되는 자리다.


무엇보다도 종교의 상징적인 위치와 더불어 

한 나라의 왕국에 유일한 성녀였기에 

왕국의 최상위 기관에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무시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었다.





성녀는 눈 앞의 남성을 더 이상 인간으로 취급하는 시선이 아니라

쓰레기를 쳐다보는 것처럼 그를 째려보다 고개를 거둔 채 

조용한 기도실로 들어갔다.






남성은 유유히 멀어져 가는 그녀가 문에 의해 사라질 때까지 

말없이 바라보았다.





“... 몇 번째라니 무슨 소리에요?”



옆의 여인은 남성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매달렸다.




“쓰레기 같은 놈!”



여인은 남성의 뺨을 때린 채 성녀의 반대편으로 걸어 나갔다.














짧게 끝낼 생각임. 길어도 5편


짧으면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