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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하드 얀순이 포지션) 바이올렛의 모습. 




몇년전


그해 여름. 



"바이올렛 잘 모르겠니?" 


"아...응....." 


학교로 가는 어느 한 아이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말을 배우고 있었다 어떠한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지만... 그 아이의 나이는 이미 7살이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답지 못하게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큰 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유난히 못 하는 것도 없이 그저 착하기만 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 이미 168cm에 달한다.

그나마 있는 매력 포인트라고는 머리에 단 커다란 머리핀 정도다.


"그렇구나...." 


전직 국무장관 밀라 에버가든 나름 학교에서 중고등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나이에 맞지않게 아직까지도 간단한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딸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초보 어머니였다 


하지만...


"엄마 나 요구르트" 


"어? 응 테일러 요구르트 먹고 싶어?"


 2살배기의 여동생 테일러는 이미 말문이 완전히 트여 2살이라고는 믿지 못 할 비정상적인 언어구사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게 허공을 처다볼 뿐이었다 그 모습은 막 세상에 나왔을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 껍데기같은 모습에 의사와 간호사는 테일러을 보고 기겁을 했다고 한다 


"바이올렛도 먹을까?" 


그가 계속해서 말을 할 수 있도록 대화를 시도하는 밀라였지만 연신 돌아오는 것은 그의 말이 아닌 끄덕거리는 고개였다 


"너무 걱정말렴 조금 늦는거일 수도 있잖니" 


“그래, 그래! 요즘 애가 피곤해보이더라! 오늘은 쉬는 게 어때?” 


"그런...거겠죠..." 


같이 사는 시어머니 이자벨라와 여동생 티파니의 말에 조금은 걱정을 덜어보이려 하지만 어머니로써 걱정이 덜어질리가 없었다 


"오늘은 랑드 큰할아버지 댁 제사가 있어서 말이다 저녁은 거기서 해결하자꾸나" 


티파니의 남편 패트릭 에버가든은 급하게 밀라에게 대답한다.


"네..." 


그날 밤 랑드 큰할아버지댁 찾아온 친척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이었다 


"테일러 이거 먹어보렴" 


"감사합니다~" 


고모할머니 빅토리아나 다른 할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테일러였다 그녀의 총명함에 이미 할머니들의 테일러의 대한 칭찬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고~ 어머니께서 나중에 대통령감 나온다더니 테일러가 대통령되려나보다~" 


"그럼~ 그럼~" 


고모할머니들 사이에 껴 간식이든 뭐든 받아먹는 테일러에 반해 바이올렛은 그저 혼자 엄마가 떠먹여주는 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바이올렛은 아직도 말 못하니? 어쩜...." 


"어쩌다가 저런 애가 태어났을까"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바이올렛이었지만 그 모든 것을 듣고 있는 밀라의 마음은 무너져 내릴 뿐이었다 


"어머님 저랑 바이올렛은 먼저 가볼게요 테일러는 좀 더 놀다가 오렴" 


"어머 설마 우리가 한 말 들었니? 뭘 그런걸로 서운해하고 그래~" 


큰언니 레티시아의 영혼없는 사과를 뒤돌며 밀라는 뒤뚱뒤뚱 걷는 바이올렛의 손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미안해...엄마가 미안해...이렇게 태어나게 해서...' 


연신 속에서 그 말을 되네이며 눈물을 삼키는 밀라였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바이올렛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밀라도 할머니인 엘리자베스도 없는 화창한 오후 바이올렛은 홀로 마당에서 잘 가지고 놀지도 못하는 공을 차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 


조금 힘조절을 잘못했는지 공은 높은 궤도를 그리며 한 남자아이의 발에 맞고 다시 굴러왔다 검은 군복에 얼굴에 나있는 상처 양 옆에도 같은 수트를 입은 남자아이들이 바이올렛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에 맞은 아이빼고 다른 무능력자 아이들은 초능력자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고 모조리 도주했다.


딱한명...


“저‥저기요 혹시? 텔시스 대륙 남단에서 오셨나요?” 


공을 주워서 여자아이에게 다가간 길베르트 빼고 말이다


"저기 이 공...언니꺼 맞죠?" 


"..." 


똑같은 표정이었다 바이올렛을 처음보는 사람들이 언제나 지었던 '이 껍데기같은 아이는 뭔가' 라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바이올렛도 너무나도 많이 봐온 나머지 그 표정만큼은 알 수가 있었다 


"언니...괜찮으세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눈앞에 소년도 그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이에 비해 상당히 비상한 머리에 걸맞은 빼어난 눈치를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를 마주한 바로 그 순간부터, 그녀의 상태가 영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물론 소년의 예상 이상으로 그녀의 정신은 오랜 무관심속에 방치되어서 이미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군복차림을 한 소년이 무릎을 꿇어 바이올렛의 공을 돌려주며 말했다 


"실레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신지? 다른 분들은 안계세요?" 


소년도 똑같이 정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으니까...


"..네에..." 


작은 이름표를 주며 어떨결 질문에 대답한 바이올렛의 대답에 이어 그 소년은 계속해서 바이올렛에게 질문을 했다 


"저기 언니는 올해 몇 살이죠?" 


"아...으...." 


바이올렛은 우물쭈물 말하려고 하지만 이내 답하지 못하고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답했다 


"그래 7살인가 나랑 동갑...바이올렛은 혹시 지금 슬프나요?" 


"..우으..." 


바이올렛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거짓말이었다 어느하나 잘하는게 없고 주변 아이들은 다하는 언어구사 마저도 제대로 할 줄 몰랐다, 가족빼고 모두가 그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바이올렛은 말을 배워볼 생각 없나요? 바이올렛이라면 분명 잘할탠데 말야" 


"?!" 


"넌 틀림없이 잘할거야" 


이 한마디에 바이올렛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자신에게 실패자 저능아 소리나 듣는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주었다 


"같이 해보지 않을래?" 


그 소년이 내민 손을 바이올렛은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자신에겐 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외엔 남아있지 않다 생각했다... 그의 손을 잡은 순간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의 미움과 냉대가 무엇 때문인지 이제는 안다. 


"히끅...히끅..." 


눈가가 붉어진 바이올렛을 말없이 바라보던 길베르트가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달랬다. 그녀의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에서 물방울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수년간 쌓여온 그녀의 서러움이 터져버린 것이었다. A등급이니 최강의 초능력자니 뭐니 찬양하고 떠받들어져도 결국 이 모양 이꼬라지니까 말이야. 처음에는 가볍게 울먹이던 그녀는 결국 복받치는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울었다. 소년은 그녀를 품에 안았어. 그리고 등을 토닥여줬지. 그이후 그녀의 마음속에 뚫린 구멍은 소년으로 채워졌어.


의도치 않게 만난 두 아이, 전혀 다른 체격과 개성을 지닌 둘이지만 곧 마음을 터놓게 된다. 


정원에는 봄에 피어나는 알록달록한 꽃들로 가득했고, 살랑거리며 부드럽게 불어온 봄 바람에는 싱그러운 풀잎의 향기가 잔뜩 담겨져 있었다. 잔디로 폭신한 바닥을 밟으며 걸어가던 소녀은 팔랑팔랑 날아가는 아름다운 하얀 나비를 발견하곤 그 나비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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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를 막 끝낸 비행기 안, 조명이 꺼지고 나는 이것저것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마친 후 멍하니 서서 어두운 기내를 바라보았다.


지구의 불이 꺼진 시간, 어두운 밤에도 비행기는 구름을 가르며 묵묵히도 날아간다. 밤 비행은 막 비행기를 탑승한 승객에게도, 그리고 이 정도의 시차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신하던 승무원에게도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비행이다. 벌써 첫 번째 여정을 마친 후 이번행에 갈아탄 환승 승객은 전 비행의 여독과 함께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첫 여정을 시작한 승객은 여행 준비로 고단했을 하루의 긴장을 풀며 비행기 좌석에 의지한 채 단잠에 빠져들었다.


깜깜하고 적막한 기내를 조심조심 걷는다. 가끔 들려오는 누군가의 코 고는 소리가 마치 우리 모두를 위한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통상 6시간이 넘어가는 비행에서는 승무원에게도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그 휴식의 장소는 때때로 조종실이 되어주기도 한다.


모든 것이 잠이든 기내와 달리, 조종실은 활기가 넘친다. 계속되는 무선 교신 소리, 조종실 천장까지 이어진 기계장치들의 불빛,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조종사들의 열 일하는 모습까지.. 조종실은 항상 기내와는 다른 분위기로 승무원들에게 색다른 휴식을 선사해준다.


(반대로 아주 바쁜 낮비행에서의 조종실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아주 조용한 곳이 되어준다.)


칼텍에서 프랑지아로 가는 하늘길, 항로 때문인지 밤 시간 때문인지 이 노선은 비행기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편으로 꽤 알려져 있었다. 그날, 인상 좋은 파란 눈의 기장님은 조종실 불빛을 어둡게 줄여주면서 내게 은하수를 맘껏 구경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전면이 확 트인 조종실에서의 천체 관람, 나는 신이 나서 왼쪽, 오른쪽 창문을 돌아가며 어린아이처럼 창밖을 구경했다.


어두운 밤하늘을 순항하는 비행기 주위로 큰 별들이 유유하게도 하늘을 빛내고 있었다. 멋진 시간을 선물 받은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감사를 전하고 조종실에서 나오는 발걸음이 어째 무거웠다. 그 빛나던 큰 별들이 내 눈 속에, 그리고 가슴속에 촘촘히 박혀서 나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빈 좌석 하나 없는 만석의 비행기, 하지만 모두가 잠들어있는 조용한 기내를 다시 걷는다. 그리고 저기 기다란 창문에 기대어 잠들어있는 길베르트의 머리 뒤에 떠있는 별을 바라본다.


'우리는 모두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누군가는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헛된 것을 좋는 사람이라 말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오랜 시간 그 말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계속 중얼거렸다. 그 누군가 덕분에 감성에만 치우쳐진 나라는 사람이 조금 더 이성의 균형에 맞춰 살아올 수 있었으니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 말고, 다시 내가 아는 사실만을 생각하기 위해서.


프랑지아로 가는 우리 비행기. 

앞으로 남은 비행시간은 일곱 시간여. 

착륙 전, 마지막 서비스는 아침식사. 

프랑지아에서는 한달정도 체류. 

돌아오는 비행기도 만석. 

나는 그저 길베르트를 따라다니는. 

그리고. 

또 밤샘 비행.


그럼, 나 


또 은하수를 볼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  


'나, 그리고 우리 모두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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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북처럼 두근거렸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오스칼 장관은 학교 안으로 살며시 들어갔다. 그러고는 안전한 거리에서 연설을 지켜보려고 뒤쪽 강당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오스칼은 프랑지아에서 꽤 명망 있던 인사였다. 어둑어둑한 복도 내부는 앙졸라스에게 경의를 표하려고 찾아온 학생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MIT 대학교는 현재 유명 인사의 방문으로 재학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대부분이 여학생이었는데 성별 상관없이 공통점은 모두 같은 책을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몇몇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피켓 문구는 대부분 “사랑해요! 총리님!” 혹은 “Love Enjolras” 등이었다. 인산인해에 어리둥절하며 지나가는 행인이 주의력 깊은 사람이었다면, 그들이 들고 있는 책 제목은 <Les Misérables>이며 그 저자가 앙졸라스 총리 임을 쉽게 눈치챘을 것이다.


앙졸라스 아름 트베잇 무려 20대 나이에 웨일런 전 총리로 부터 총리직을 이어 받은 그. 상당히 유능하고 능력이 비상한 미 청년 이였지만. 무었보다 그의 외모가 시민들에게 가장 큰 이슈였다. 그는 무척 수려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사람이 얼음처럼 차갑고 불처럼 과감할 수 있다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그 전장 속에는 아폴론과 같은 사내가 있었다 "어느 반란자를 가리켜 사람들이 아폴론이라고 하는 것을 제가 들었습니다." 사자처럼 사납게 흩날리는 금발, 깊고 푸른 눈, 잘생긴 이마, 대리석같은 볼, 장밋빛 안색, 진주홍빛의 도톰하고 오만한 입술, 붉은 눈커풀, 황금빛 긴 속눈썹, 감미로운 치아, 복사 소년과 같은 풍채, 스물 두 살임에도 열 일곱처럼 보이는 얼굴 그는 천사처럼 아름다웠다. 야만스러운 안티노우스였다.(안티노우스:로마 황제에게 사랑 받은 잘생긴 남자 노예) 


앙졸라는 매력있는 젊은이로 무서운 일을 해낼 만한 청년이었다. 깊은 눈동자와 발그스레한 눈까풀, 당장이라도 남을 경멸할 것 같은 도톰한 아랫입술과 넓은 이마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의 많은 자리를 차지한 넓은 이마, 그것은 지평선에 훤히 트인 하늘을 보는 듯하다. 금세기 초와 전세기 말 일찍부터 유명했던 어떤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넘쳐흐르는 싱싱한 젊음을 지니고 있었다. 때로 창백하게 흐리는 일은 있어도 젊은 처녀들처럼 신선했다. 앙졸라는 이미 어른이었지만 얼핏 보기에 아직 소년 같았다. 나이가 스물 두 살임에도 열 일곱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로 진지하여 이 세상에 여자라는 존재가 있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유일한 그의 정열은 인간의 권리에 대한 정열이며, 그의 유일한 사상은 방해물을 뒤엎는 일이었다.


갓 중학교에서 빠져나온 듯한 그 얼굴과, 옛날 귀인의 시중을 들던 꼬마둥이 같은 그 몸매와, 금빛의 긴 속눈썹, 푸른 두 눈,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 장밋빛 뺨, 생기 발랄한 입술, 쪽 고른 치아를 보고 그 서광 같은 맵시에 욕망을 느껴서, 앙졸라에 대하여 자신의 미태를 시험해 보려고 하면 뜻밖에도 매서운 눈초리가 느닷없이 그녀에게 심연을 가리키고, 보마르셰의 멋쟁이 천사와 에제키엘의 무서운 천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으리라. 앙졸라는 매력 있는 젊은이로 무서운 일을 해낼 만한 청년이었다. 처녀처럼 순결하고 여자와 쾌락은 관심도 없고 혁명만을 부르짖는 그 사나움 앙졸라는 '자유'라는 대리석 여신을 사랑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면, 낮게 '파트리아(조국)'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곧, 워낙 유명해 프랑지아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국방장관, 그밖에 오늘 <The Rose of Versailles>의 저자 오스칼 국방장관 이라도 오는가 보군, 하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도 역시 앙졸라스 총리에 꿀리지 않는 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도도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 앙졸라스나 그랑테르는 따라갈 수 없는 우아함. 머리카락 끝이 자유분방하게 뻗친 복슬복슬한 노랑머리 헤어스타일. 강아지 꼬리처럼 뻗친 머리칼. 입을 크게 벌리고 있음에도 전혀 못생겨지지 않는 기적과도 같은 만면에 미소. 옛날 순정만화에 나오는 히로인처럼 두 눈에는 별이 반짝반짝 빛남 대자연에서 뛰노는 동물처럼 밝고 화려한 아름다움이 그녀에게서 나옵니다. 많은 여학생들이 그녀를 사모하죠.  돌출된 은빛 눈, 옅은 눈썹을 지녔으며,


앙졸라스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갔을 때, 수많은 시선이 동시에 그들의 얼굴로 쏟아졌다. 숱한 이야깃거리의 중심지가 되는 앙졸라스는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날은 하루이틀이 아니었지만 오늘의 시선은 아무래도 조금 독특했다. 힐끔. 많은 학생들의 눈길이 총리님에게 닿았다가 이내 흩어진다. 오스칼이 테이블에 앉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총리님"


"너무 딱딱하게 굴지말라고 오스칼"


"네,네 앙졸라, 이제 만족하냐? 총리님?"


"횔씬났군"


“휴, 유명인의 비애란 어쩔 수 없네.” 


“오늘은 적어도 너를 본 건 아닌 것 같다.”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의 맞은편에 앉은 시몬느 로랑 합창의장이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샐러드를 한아름 자신의 접시로 가져왔다. 그녀에 대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편식이 심해 고기만 먹을 것 같다고 섣불리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녀는 남매들 중 그 누구보다 균형 잡힌 식단에 신경 쓰는 편이었다. 의외로 다른 남매들에게 식사를 고르게 하라고 잔소리도 자주 한다. 아직 졸음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는지 크게 하품을 한 앙졸라스가 접시에 음식을 가져오는 것보다 먼저 책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쁘지 않았다...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핵탄두 시험 날이잖아. 모두의 관심이 쏠려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큰돈도 걸려있고.” 


국방장관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가 과장되게 어깨를 들썩이며 씨익 웃었다. 그 직후 모두의 시선이 말없이 한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평생 살아오며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이골이 나있을 앙졸라스는 큰 감흥이 없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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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그대여 사랑하는 그대여 그대는 어디로 사라지셨습니까.. 어찌 나를 두고 그렇게 가실 수가 있으십니까.. 당신은 참으로 매정하고도 그리운 사람입니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였듯 나도 그대를 사랑하였고 그대가 나를 기다렸듯 이제는 제가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만약에 이 생이 다할 때 까지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끝까지 기다릴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끝까지 기다렸듯이...



이곳은 초능력 격리도시 13번 구역. 기술의 발전으로 더이상 쓸모 없어진 생산담당 초능력자들을 격리하는 곳이다. 과거 우리 생산담당 초능력자들은 사회의 한 축으로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특수 보호막으로 막힌 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빠르게 흘러가 나를 떠났다. 나의 슬픔은 특별했다.


너를 기다리느라 온 마음을 하얗게 샌 날이 있었다. 저기 멀리서 네가 오고 있지 않을까, 나를 향해 걸음하고 있진 않을까, 창밖만 바라보던 날이 있었다. 너는 나를 잊었을 테지만, 혹시나 나를 기억해내지 않을까 부질없는 상상을 계속 펼치던 날이 있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베란다 문턱에 걸터앉아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를 들었다. 어둑한 하늘에서 이따금 천둥 번개가 내리쳤다.  어느샌가 입에 붙어 버린 이름을 부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제 이렇게 어두워진 걸까. 시계는 이제 겨우 오후 네 시를 가리키고 있을 뿐인데.


난 작년에도 

그리고 오늘도

집에가서 혼자서 밥을 먹었다

작년에 내가 앉은 자리옆엔 연인이 앉아서 서로 오손도손 이야기하는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


너무나 죽고 싶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대신, 나는 다시 너를 찾기로 했다. 조급하진 않았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나는 쉬지 않고 걸었다. 너에게로 향하는 길은 끝이 없었다. 


너를 만나야지만이 나는 죽을 수 있었다. 내가 받은 이 끔찍한 축복을, 너는 거두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울고도 싶었다 초능력자 양성학교라는 데 있어서 어쩌면 절대 추억이 될 공간일수도 아닐수도 있었다 꾸욱히 침이 삼켜지지도 않고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데..

어디 눈을 둘곳도 없고 그녀는 두손을 모은채 명치에 올린다음에 입을 벌린채 둥둥한 멍한 자폐 아기처럼 있었다. 표정도 지을수 없었고 말도 없었고 목은 잘린거 같고..

그녀는 복도 한복판에 멍하니 있었다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낸 수업종의 부름이었다


수업종이 울렸다. 의자가 비어있는곳도 많다. 그나마 의자에 버텨 앉아있는 학생들도 책상에 엎드려 잔다.


드르르르르!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교실문이 열리고 여자 선생님 한분이 들어오셨다. 그리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는 학생들을 보면서 아침조례를 시작했다. 


“여러분 주말 잘 지내셨나여? 오늘 우리반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 한명이 전학왔습니다. 자! 들어와 주세요.” 


나는 교실문을 열고 선생님옆으로 가서 그 자리에 서있었다. 선생님은 내 얼굴을 한번보고는 생긋 웃으며 이어서 말하셨다. 


“자, 이름이 바이올렛이라고 하는군요. 성씨가 에버가든이 맞나요?” 


나는 살짝 긴장했지만 애들을 마주보고 또박또박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저는 바이올렛 에버가든이라고 합니다. 라이덴 샤프트리히에서 왔고요. 앞으로 이 반에서 신세를 지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나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는 선생님이 배정해주신 자리에 앉았다. 책상은 창가쪽에 있으며 햇빛이 잘 비추고 전망이 좋아보이는 자리였다.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머리를 긁적이며 연필을 꺼내 메모를 적고 있던 바이올렛의 뒤편에 물건을 옮기던 남자아이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는 교실 안에서 한복판에 멍하니 있었다.




.....


수업종이 올리고 모두가 떠난 텅빈교실


어느덧... 지옥같은 8시간이 났다...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욕설이 한가득 쓰여진 쪽지들...


책상위 한가득 쓰여진 욕설들...


가방속 한가득 쑤셔넣은 음식물 쓰레기...


결국 학교도 똑같다...


멍청해 보인다는 이유로...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말을 자주 더듬다는 이유로...


다른 여자애들보다 예뻐 보인다는 이유로...


전교생들에게 찍혔다...


마지막 희망이 꺼지자...


망설임은 사라졌다...


너를 처음 만나던 그날, 우리는 서로를 연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았고 너 역시 그러했다. 어리석은 사랑은 각자의 운명을 파국으로 내몰았다. 네가 나를 떠난 뒤, 나는 결심했다. 너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겠노라고. 너의 얼굴을 두 눈에 담고,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겠노라고. 나의 생이 끔찍한 축복이라면 나의 너는 아름다운 사자(使者)였다. 


하지만...


이제는 지쳤다...


미안해... 먼저 떠날게 그쪽에서 기다려 줄테니까...


빨리와줘...


해맑은 너의 미소가 떠오를때면... 


저 넓은 언덕을 혼자 외롭게 오르는 너의 뒷모습에 같이 올라주지 못함에 펑펑 울었던 날이 되었네...


언제나 행복했기를 바렜는데... 


그리고 그 곳에서도 나를 떠올려 주기를...


비록 내가 해준 것이 하나도 없지만, 너의 순간의 나는 웃는 얼굴이기를... 


너의 기억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가장 의미있었던 순간이 나와 함께였기를... 


함께 무지개를 보았던 순간 서로 싸웠던 순간 하루 하루가 소중한 이날을... 


어찌 그리 허투루 보냈는지... 


후회하고 또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네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이 기억의 끝자락이 울음의 성이 아니라 웃고있는 나였으면 해서 눈물이 나오지만... 


너와 함꼐여서 행복했다고 무지개를 건널때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사랑을 전해주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해...


지금 네가 있는 곳에선 너의 행복한 미소가 지켜지기를 바래 널 위해 노래할께... 


비록 바라고 바래도 이젠 만날 수 없겠지만 만남은 이별이 되고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이 되듯이 네가 있는곳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하지 않고 너에게로 갈께 나를 기다려주길... 


너와의 시간을 기억하며 열심히 네 몫까지 살다가 이번엔 내가 그리로 갈께 나를 기다려줘...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낀채 음악을 들으며... 


미리 준비한 독약을 가방에서 꺼내, 자살을 준비하는데...


“어?” 


기적이 일어났다...


"길...베르트?"


내 앞을 태연히 지나가던, 너를 보았다. 


한 발짝, 너에게로 다가간다. 너의 눈은 시리도록 차갑고 날카로워, 마치 어느 그 날처럼. 수백 번도 더 생각했지, 너의 손에 죽어가는 나를.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서 다행이야. 이제 그만 나를 죽여줘. 더이상은 혼자 외롭게 살아가기 싫어. 더이상 누구의 이별도, 죽음도 감당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어서 날 죽여줘. 


이제 초능력이고 나발이고 이 따위 거지같은 현실과 이별하고 싶어.


근데...


"너는 설마?"


근데...


와락!


“나…… 나…… 흐윽…… 히끅…… 히끅…….”


그런 표정 지으며 안기면...


“보고…… 싶었어요..."


 네 손에 죽을수가 없잖아...


"바이올렛..."


기분이 묘했다. 나랑 길베르트는 정말 신비하게 많은 것이 통했다. 언어장애으로 인해 나는 사람들에게 버려졌고, 힘 없고 약한 길베르트는 집에서와 학교에서 버려졌다. 우리 둘 모두, 아무도 자신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서로를 빼고 말이다...


"길베르트..."


너무 귀엽잖아, 이렇게나 몸집이 작고 피부도 하얗고... 이런식으로 어리광을 부리니 정말 아기 같아...


"드디어, 찾았네..."


너무 귀엽잖아요..


사랑하는 사람를 잃은 고통을 겪었던 닮은 꼴의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며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었던 것이었다.


"그래,그래 울지마..."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단지 조용히, 그리고 또 다정히, 소년을 달래줄 뿐이었다.


이런 그를 평생 제품에 두고 싶습니다. 너무 귀엽잖아요...


웃으면서 소년을 쓰다듬어주는 소녀.


"평생 함께 하자. 내 사랑."


어느순간 그녀의 눈가에서도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의 님... 


나의 님은 저 멀리 눈이 내리는 곳에서 오셨다... 웃는 모습이 마치 꽃이 만개하는 것 같으니 참으로 경국지색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으나 당신은 오히려 꽃이 시들듯 시들어가니 나의 마음이 아픕니다. 부디 나를 떠나지 마시오, 나를 홀로 남겨 두지 마시오...



(다음편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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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애버가든을 보다 영감이옴) 


이번화는 앙졸라스랑 바이올렛 설정 좀 푸느라 좀 지루할 거야. 최대한 적게 써볼려 했는데 쉽지가 않네. 


오타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건 너그럽게 봐주면 좋겠어. 다음달은 현생 때문에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


앞으로도 설명이 부족한 거나 미처 못 넣은 설정 여기서 풀 것 같은데.. 상상의 재미를 위해 안 쓰는 게 나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