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본적이 있나요?



그리고 그 하늘에서 별들을 헤아려본적은요?



음. 솔직하게 저는 없었던것 같아요.



하지만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는 이따금 전 밤 하늘을 찾아봐요.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을 처음 만난 그날을.



땅바닥만을 바라보고 살던 제게 처음으로 별들이 비추는 하늘을 알려주었던 그 모습을.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구나 하고 지나쳤어요.



하지만 당신께선 매일매일 같은곳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계셨죠. 그것도 같은 시간에 말이에요.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건 우연이 아니였어요. 그렇죠?



허나 타이밍을 잘못잡았어요. 그땐 제가 바빴을때인걸요?



그러나 당신은 참을성있게 그자리에서 기다려주었죠.



당신이 기다리는 나날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나 될법한 무렵에서야 전 당신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어요.



처음엔 분명한 호기심뿐이였어요. 한달이나 같은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누구라도 호기심이 생길걸요?



그리고 그때 당신은 온 세상을 다 가진듯 환히 웃으며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셨었죠.



저 별은 무엇이고, 이 별은 무엇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저 저 하늘의 별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리고, 그 별을 알려주며 웃어보였던 당신의 미소도 저 하늘의 별만큼이나 아름답다....정도?



그때 당신에게 처음 흥미가 생긴 뒤로 전 언제나 같은 시간에 그길을 걸었어요.



그러면 당신은 언제나 그 자리에 나타나 함께 걸어주며 하늘의 별들을 알려주곤 하셨었죠.



그리고는 몇달을. 정말 몇달을 당신과 같이 별 헤는 밤을 보냈던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순간부터인가 우리는 점점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저는 그때 정말 바빴어요.



그리고 바빠서 당신에게 소홀해지게 되었죠.



점차 전보다 늦게, 그리고 더 늦게 그 길을 지나기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당신은 제 곁에서 별이 비추는 하늘을 알려주셨지만...



전 더이상 하늘을 쳐다볼 기력조차 남지 않아있었어요.



그때 당신에게 "당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그때의 전 그 사실을 몰랐어요. 그저 아무말없이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죠.



언제나 같은 별의 이야기를 들을뿐이였으니까요. 



그때쯤엔 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모두 어떤 별인지 알 수 있을정도가 되었으니까요.



전 정말 바보에요. 달라지고 있던것은 그자리에 떠있는 별이 아니라, 별을 헤아리는 당신이였는데.



시작은 특별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바쁜 일도 거의 끝나서 예전처럼 그곳으로 찾아왔을때 당신께선 고작 몇분 늦었던거니까요.



하지만 그 몇분이 몇십분이 되고



몇시간이 되더니



언젠가부터 당신을 볼때보다 보지 못할때가 더 많아졌어요.



그럼에도 나는 말할수가 없었어요. 물어볼수가 없었어요.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전 그때 무서웠거든요.



만약 제가 당신에게 그 사실을 묻는다면...



그래서 제가 염려하던 생각이 정말 사실이였다면....



전 정말 버틸수가 없을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전 도망치는것을 선택했어요.



당신에게 질문하는 대신, 오히려 당신을 마주치지 않기로 했어요.



일부로 다른 길로 돌아갔고, 당신이 나올 수 없을정도로 일찍 그길을 지나거나, 너무 늦게까지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길을 따라 걸었죠.



야속하게도 그때조차 하늘에 별은 떠있었던것 같아요.



분명 빛은 희미해졌지만, 당신이 제게 가르쳐주었던 그 별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온전히 빛을 내주었던것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옳은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저는 바보같게도 당신에게서 진실을 듣기를 꺼려했어요.



그리고 또 몇달을 보냈죠.



더이상은 이렇게 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이상 도피만 해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것이란걸 깨달았던것 같아요.



당장이라도 당신을 만나 물어보고 싶었어요.



당신은 왜 점점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았던거냐고.



혹시 나말고 다른.....



아니지. 아니에요 이건. 자세한건 직접 듣기로 했으니까요. 전 생각을 멈췄어요.



하지만 뒤따라오는 생각.



제가 어떻게요?



저는 당신의 전화번호는 커녕 이름조차 모르는데.



그제서야 저는 제 어리석음을 탓했어요.



전화번호라도 물어볼것을.



하다못해 이름이라도 물어볼것을.



하지만 저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어요.



당장 밖으로 나가 길거리를 헤맸어요.



하지만 당신을 찾을 수 없었죠.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 많은 사람들중에 



이 많고 많은 사람들중에 당신 한명만 없었어요.



그때 저는 서러움에 차오르는 눈물을 꽉 깨물며 마지막으로 제가 찾지 않았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당신은 어쩌면 그 자리에 있어줄것이라 굳게 믿으면서요.



그때 당신을 향해 뛰어가며 전 다짐했어요.



당신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을 단 한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땐 제 마음을 숨기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언제나 기다리던 그 장소에서



당신은 정말 그 자리에 서있었어요.



그때 제 모습이 어때보였나요?



필사적으로 눈가에 고이는 눈물을 참은채 입으로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제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이 안되네요.



아마 분명 웃음이 나올정도로 웃기셨겠죠?



그러면 당신이 새로 사귀게 된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요?



당신이 그녀의 사진이라며 제게 그분의 사진을 보여주었을때의 모습은요?



제가 울면서 도망치는 모습에 당신이 무엇이라 말했었지만, 제대로 들리지조차 않았어요.



부디 그 소리가 비웃음만 아니였길 바래요.




........




아마 당신께선 제가 안좋은 일이 있었다거나, 슬픈 일이 있어서 그랬을것이라 생각할거에요.



그래요. 그 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진속의 여자가 저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래서 제가 조금만 용기를 냈다면 어쩌면 그 사진속 여자는 제가 되었을지 모른다...는 이유면



솔직히 부끄럽잖아요?



그러니 제가 당신에게 거짓말한건 넘어가주세요.



당신을 처음만난 그 순간부터 제가 당신의 여자친구를 본 뒤 도망쳤던 그때까지.



더 넓게는 그 이후부터 당신이 그 여자친구와 결혼한 이 순간까지.



전 당신에게 단 한번의 거짓말밖에 하지 않았으니까요.



제 거짓말에 집중하는 대신, 당신의 여자에게 집중해주세요.



당신의 여자는 정말 아름답고, 또 착하니까요.



누구인지도 모를 저라는 여자도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여자랍니다.



그저 당신과 몇마디 나누었을뿐이였던 저에게까지 말이에요.



그런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저는 그런 상냥한 당신과 당신과 꼭 닮은 당신의 여자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복하려고 노력해볼테니까요.



.........



언젠가 당신이 말해주었었죠.



저 하늘에는 언제나 별들이 환하게 떠있다고.



그리고 그 별들 아래에서 언제나 당신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모습으로 절 기다려주었었죠.



이상해요 당신.



분명 별이 떠있다고 했었잖아요.



이상해요.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걸요.



혹시 제 눈에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저 하늘이 안개가 가려져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제눈에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이 제 앞을 가려서인가요?



아니면 제 옆에 더이상 당신이 없어서인가요?



대답해주세요 당신.



전 오늘도 별이 뜨지 않은 밤에 홀로 별을 헤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