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지금 수능이 끝나 신이 난 학생들로 북적인다. 개중에는 술집에 들어가거나 편의점에서 술을 사려다 제지당한 학생들도 있다. 저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재미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해서 보여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나는 무얼 하고 있느냐고? 난 그냥, 시험 보고 집에 왔다. 


그리고 밖에 있는 저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


여러분들 중에는 정학 처분을 당한 내가 왜 수능을 봤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졸업을 못할 텐데, 왜 수능을 봤는지 말이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정학 처분은 진즉에 풀렸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할 말이 있다.


나는 여지껏 나의 무결함을 증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었다. 학교에 나가 있을 땐 최대한 자세하게 진술을 작성했고, 의심암귀로 나를 좁혀오는 학우들에겐 최선을 다해 항변했다. 물리적, 정신적으로 나를 괴롭혀올지라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했다. 학교가 끝나고는 사건 현장을 찾아가 내 휴대폰을 찾기 위해 그곳을 이잡듯 뒤졌다. 그곳에 모든 증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내 모든 노력은 실패했다. 하긴, 추리력으론 정평이 난 수아의 말도 믿지 않았다고 하니 내 말은 믿었을까.



내 누명은 강간 피해를 호소한 가해자의 여동생의 자백으로 허무할 정도로 쉽게 풀려버렸다. 난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는 게 두려운 나머지 새로 산 휴대폰에는 어떤 메신저도 다운 받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과정으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어차피 정학이 풀리나 마나, 난 학교에 나가지 않았으므로 별로 중요하진 않은 문제인 것 같다. 출석은 괜찮나 싶겠지만, 졸업을 위한 출석일수가 아슬아슬하게 남아있을 때 누명이 풀려 그 이후론 출석이 인정되었다. 물론 상술했듯 학교엔 나가지 않았고, 가정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고 집에만 있었다. 선생님은 어째선지 조금 이상한 태도로 내 가정학습 신청서를 받아주셨다. 


친구들은, 내가 그들을 쫓아내었던 그 날 이후론 오지 않았다. 양쪽에게 좋지 않은 일이었으니 다행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아, 세화와 채민이는 매일같이 찾아 왔었다. 채민이는 평범하게 놀러 왔고, 세화는 학교가 끝나자 마자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곤 내 답이 있든 없든 문 앞에 주저앉아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3시간 정도 뒤에 돌아갔다. 차마 우리 엄마를 볼 낯은 없었나 보다. 엄마 말로는 채민이와 수아를 제외한 애들의 어머니들과도 전부 절교했다고. 매일 매일 여기 저기서 전화가 걸려오는 통에 번호를 차단하는 데에 한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수능이 끝났으니, 곧 수능 성적표나 졸업앨범등을 받으러 학교에 나가야 할 텐데. 정말이지 귀찮다. 무엇보다, 교실에 들어갔을 때 집중될 시선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내겐 먼지만큼도 없다. 어차피 세화가 우리 집에 올 텐데, 좀 가져다 달라고 할 수 없을까.


하아.



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지금 시간을 보니, 아마 세화인가. 오늘도 온 모양이다. 그 애들이랑 뒷풀이나 즐기면 좋을 것을. 이것 저것 귀찮은 일들이 너무 많다. 


정말 귀찮기만 해?


...



뭐, 한 번쯤 열어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 부탁할 일도 있고. 


나는 현관에 어지러이 놓인 신발들을 밟고 문을 열었다.


***


갑작스럽지만 나는, 3학년의 백승현이라는 선배에게 반해있다. 내 이름은 유슬기. 나름 귀엽게 생겼다고 자부한다. 승현 선배에게 반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성욕으로 가득 찬듯한 여느 고등학생들과는 다르게, 그 선배는 어딘지 고독해 보이는 눈빛과 함께 고고한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올라와 승현 선배를 처음 봤을 때, 오빠에게 말을 건네 보았다. 그 선배를 아느냐고. 오빠는 알긴 안다고 했지만, 친하게 지낸 적은 없으며, 그런 음침한 녀석에겐 무슨 볼 일이냐고 물었다. 오빠는 내가 선배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했다. 내가 이유를 묻자, 오빠는 승현 선배의 주변엔 학교 최고의 인기인이 8명이나 붙어 있기 때문에 나같은 평범한 여자는 눈에 차지 않을 것이라 했다. 


나는 선배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자신이 없어져 선배를 향한 마음은 한동안 고이 넣어 두기로 하였다. 


그러던 와중, 어느 날 오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승현 선배와 사귀고 싶지 않느냐고.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으나 오빠는 전에 말했듯 나에겐 가망이 없다고 했다. 이에 나는 일부러 나의 속을 뒤집어 놓는 오빠를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으나, 그 후 오빠에게 들려온 말은 나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오빠는 그 선배들에게서 승현 선배를 뺏어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무슨 소리냐, 내가 그 사람들한테서 어떻게 선배를 뺏어 오냐고 반문했다. 오빠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할 테니 아무튼 내가 선배를 뺏고 싶은지 다시 한 번 되물었다. 


나는 고민했다. 확실히 선배와 사귀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상대는 어마어마했다. 무려 해외에서도 끊임없이 러브콜이 오는 말도 안되는 재능의 소유자들이 8명이나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하나같이 용모도 매우 뛰어났다. 반면 난 귀여운 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하지만, 그렇게 특출난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어떤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느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나의 중학교 시절 성적표가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성격이 좋느냐고 하면... 잘 모르겠다. 


따라서 내가 그 선배들과 붙는다면,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쉽게 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빠는 그들에게서 선배를 빼앗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건, 애초에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제 3의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기에 나라도 선배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나는...


나는, 선배와 사귀고 싶었다. 그 밝아 보이는 얼굴 뒤에 숨은 상처를 내가 치료해주고 싶었다. 성욕으로 점철된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닌, 그저 순수하게 남녀로서 사랑을 나누어 보고 싶었다. 따라서 나는 오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빠의 계획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랬다. 선배를 성 범죄자로 몬 뒤, 누명을 쓴 선배가 혼자 남게 되면 내가 선배의 옆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오빠의 계획에 따르면 그 선배들도 선배를 경멸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선배들과 경쟁할 필요조차 없이 선배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구미가 당기긴 했으나, 두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하나는 내 얼굴이 선배에게 보이면 어쩌지, 하는 점이었으나, 그 부분은 내 얼굴을 모포나 비닐 봉투로 덮어 제압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면 나라는 것도 모를 것이고, 선배를 더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접었다. 두 번째는, 오빠가 만들 것이라는 가짜 증거들이 걱정이 되었다. 오빠는 결코 성실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너무 티나는 증거를 만들어 단번에 들켜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증거를 만드는 것은 오빠가 아니라 오빠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오빠의 친구는 우리끼리 대화할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그곳에 증거 원본과 편집을 가한 증거 파일을 하루 동안 약 13번이나 공유하면서 계속해서 다듬었고, 결과적으로 아주 약간의 어색함을 제외하면 흠결이 없는 증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것조차도 정말 미세한 어색함이라, 어지간해선 그냥 녹음 오류로 받아들일 정도로 정교했다. 우리는 만들어낸 증거들을 학교 익명 게시판에 게재했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 게시물을 보게 되었고, 우리는 승리를 확신하고 새벽에 치킨을 시켜 먹었다. 메신저가 요란하게 울려 댔으나, 그 날은 그냥 무시하고 잤다.


예상대로 학교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애들은 내가 성폭행을 당한 뻔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에게 찾아와 내 안부를 물었다. 나는 어딘지 찔리는 마음에 얼버무리고 말았다. 오빠의 말에 의하면 선배는, 어째선지 자신이 성폭행범으로 몰린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는 듯했다. 오히려 잘 되었다. 선배가 그 게시물에서 내 이름을 보고 위화감을 느끼면 큰일이었으니까. 그 이후, 선배가 괴롭힘을 당하는 듯한 정황이 보이자, 나는 마음은 아팠으나 조금만 더 두고 본 뒤, 선배가 더욱 괴로워할 때 선배를 찾아가 선배의 마음을 위로해줄 심산이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학교에서 내게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기 전까진. 


진술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 나는 선배를 찾아가 아까도 말했듯 선배의 마음을 위로해줄 작정이었으나, 선생님은 내가 선배와 접촉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우리 학교의 생활 지도 방침이 그렇다고. 나는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선배가 몇 반인지는 진작에 알고 있었으나, 정작 선배를 찾아갈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선배가 있는 층으로 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선배도 내가 있는 층으로 오질 못했다. 그럼 선배가 하교할 때를 노리려 했으나, 선생님께서는 내가 조금이라도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것 조차 위험할 수 있다며 빨리 하교하기를 종용하셨고, 빌어먹을 친구란 년들은 나를 위로해 주겠답시고 계속해서 노래방으로 끌고 다녔다. 선배는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정말 행적이 묘연했다. 계속해서 진술 대조를 하고는 있었기에 선배가 출석을 하고는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언제 등교하고 언제 하교하는지, 쉬는시간엔 어디서 뭘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등교하고 하교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상술한 이유들로 그것들을 알아봐야 별 의미는 없었겠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선배와 학교에서 이외에는 전혀 접점이 없었다. 나중엔 선배의 집을 알아내서라도 선배를 찾아가려 했지만, 선배의 집을 아는 유진선배. 같은 여자로서, 후배로서 매우 존경스러운 선배였으나, 그 눈치 없음이란 정말 그 선배를 패 죽이고 싶게 만들었다. 유진 선배는 내가 선배의 주소를 물어볼 때마다 "걔를 어떻게 할 작정이면 내가 대신 해줄게. 너 그러다 큰 일 당해." 라며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선배의 주소이지, 자신이 얼마나 강력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친구년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은 선배에 관한 조금의 정보도 알지 못했고, 아는 녀석들도 유진 선배와 똑같이 답했다. 


최후엔 오빠에게 물어봤다. 선배의 집을 아느냐고. 오빠는 내가 그런 음침한 녀석 주소를 어떻게 아느냐고, 오히려 나에게 화를 내었다. 등신 같은 것. 학교의 영웅 이미지를 뒤집어 써놓고도 그 속내의 뻔함으로 인해 유진 선배와 나머지 7명 여자 선배들 전원에게 자비없이 차였다. 참고로 이는 오빠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런 일을 벌여 놓고, 아무 성과도 없는 것이 짜증났는지, 오빠의 친구들은 하나, 둘 단체 채팅방을 나갔고, 종국엔 나 혼자 남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도 선배와의 관계에는 진전이 없었다. 아니, 진전이랄까, 애초에 선배를 만나지 조차 못하고 있는데 무슨 진전이 있겠는가. 선배는 아마 내 존재조차 모를 것이다. 선배는 내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내 이름도 보지 못했을 테니까. 선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런 짓까지 꾸몄는데, 여전히 짝사랑만 하는 그대로였다. 나는 화가 나서 오빠를 찾아가 따졌다. 



"야! 나랑 선배랑 이어준다면서!"


"내가 언제 너랑 그 새끼랑 이어준댔냐? 걔랑 사귀고 싶으면 너도 협력하라고 했지. 그리고 그까짓 걸로 화내지 마. 애초에 일은 다같이 벌이고 상대방 마음 얻는 건 각자 몫이지, 네가 아무것도 못한 걸 왜 나한테 뭐라 하냐?"


"아니... 애초에 선배한테 다가가지도 못하는데..."


"그건 네가 생각하고 한다고 했어야지, 왜 네가 생각 못한 걸 나한테 따지냐고, 어?!"


"하다못해 선배 집 주소라도..."


"아, 씨 몰라. 모른다고 했잖아 저번에도!!! 내가 그딴 음침한 새끼 집 주소를 왜 알고 있어야 되는데. 오히려 네가 이상한 거 아니냐? 좋아한다면서 왜 주소는 모르냐? 그 새끼 사진 도촬할 용기는 있으면서 집 주소 알아내려고 따라다닐 용기는 없었냐?!"



나는 할 말을 잃고 분한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오빠는 그런 내가 짜증난다는 듯 나가라며 소리쳤다. 나는 그들에게 이용당한 것이었다. 선배를 꾀기 위한 미끼로, 도구로써 이용된 것이었다. 아마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내가 선배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사실도 알고 있었겠지. 저런 식으로 변명을 바로 바로 준비해 내놓는 것을 보니. 나는 참고 참아 계속해서 선배에게 접근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선배는 어쩐 일인지 항변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벌인 일이라 인정했다. 그탓에 선배에게 접근하는 게 더 힘들어졌다. 그 이전엔 선배의 뒤를 밟을 수라도 있었지, 이제는 아예 선배와 만날 수 있다는 경우의 수조차 사라졌다.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사건으로부터 몇주 뒤, 유진 선배를 비롯한 선배들 8명은 사건의 내막에 대한 실마리를 얻은 것인지, 학교를 돌아다니며 선배의 결백을 주장하고 다녔다. 물론 물질적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기에 믿는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그런 상황 자체가 내겐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유진 선배는 날 붙잡고 사건 내막에 관해 따져 묻기도 했다. 날 콕 집었다는 건 이미 모든 진상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인지 유진 선배 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나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나는 말하면 큰일이 날까봐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선배들은 그런 내 반응에서 확증을 얻은 모양이었다. 그 날 이후로 선배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그 수가 점점 늘어가고는 있었다. 나는 하루 하루 불안에 떨었다. 내 잘못이 들통나는 것 보다는, 나 혼자 모두의 잘못을 뒤집어 쓰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들이 눈에 띄게 기운이 없어진 날이 있었다. 그 날을 기점으로 선배들은 더이상 승현 선배의 결백을 주장하며 돌아다니지 않았다. 다만 오로지 교실에 박혀 쥐 죽은듯 시간을 때웠다. 


나는 염치 불구하고 유진 선배에게 물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선배는 그런 내게 따지듯 말했다.



"넌 그런 짓을 해놓고 뻔뻔하게 말을 붙이는구나."



난 "선배도 승현선배 뺨 때리셨잖아요." 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궁금한 게 있으니 참았다.



"죄송해요. 하지만..."


"뭐, 됐어.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도 아니고."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어제, 승현이한테. 다같이 사과하러 갔는데, 우리가 다같이 울고 불고 용서를 비는데 너무, 너무 태연한 거야. 그래서 나는, 마음 속으론 이미 용서한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그럼..."


"걘 그냥, 이거나 저거나 다 포기해버렸어. 우리한테 사과를 받는 거나, 누명을 벗는 거나, 또 다시 모두 즐겁게 노는 거나, 누구를 만나는 거나..."



선배는 흐느끼면서 말했다.



"내가, 내가아. 그 날, 승현이 뺨만 때리지 않았더라면... 걘... 내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오...여, 열심히 자기 변론도 하고... 기운이 있어 보였다고 했는데에... 윽, 내가..."


"승현이는, 윽. 내가 알던 상냥한 승현이느은... 그 날 죽은 거야...내가, 내가 죽으라고 해버렸어... 승현이한테, 내가..."



유진 선배는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듯 보였다. 그 마음이 승현 선배에게 닿진 않았을지라도, 지금 선배의 마음은 진짜였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였다.


지금껏 본 다른 선배들도 그랬다. 예술에 특출난 재능이 있다는 세화 선배는 승현 선배에게 물감을 부은 이후로 파스텔 물감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선배의 결백을 알렸다. 주영 선배는 온갖 뒷담화를 퍼뜨리고 다니더니, 지금은 일부 사람들한텐 최면술도 시도해보고 있단다. 태희 선배는, 그냥 우울하게 웅크려 있다. 


나는 어떤가. 내 욕망 하나만을 위해 좋아하는 승현 선배를 이지경으로 몰아넣고 이젠 내 몸을 보신하기 위해 진실을 감추고 있다. 정말이지 한심하다. 나나 오빠나,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눈치 챘다. 난, 그 사건의 계획에 있어 미끼용 도구가 아니라, 유인하는 역할을 맡은 공범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승현 선배를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이미 많이 늦어버렸지만. 내 마음은, 닿지 않겠지만. 평생 승현 선배의 곁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할 일을 해야했다. 나는 그 길로 하교 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안녕하십니까. 본교에 재학중인 1학년 8반 유슬기라고 합니다. 여러분께선 제 이름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지난 봄, 3학년 7반 백승현 선배가 일으킨 성폭행 미수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 말씀드리기엔 너무나 늦었다는 것을 잘 압니다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진상은 3학년 박유진 선배, 천세화 선배, 정태희 선배, 심수아 선배, 채채민 선배, 홍연화 선배, 이하은 선배, 허주영 선배께서 줄곧 주장해 오신 바와 같습니다. 사건 당일, 백승현 선배는 담임 선생님과의 진로 상담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위에 언급한 선배들은 원래 백승현 선배와 줄곧 하교하곤 하셨다고 합니다. 그 날도 마찬가지로 백승현 선배와 함께 하교하기 위해 기다리려 하셨으나, 제 오빠인, 유선재를 비롯해 이상진, 김형철, 박진영, 김준서, 이렇게 다섯 명은 당일 결석이셨던 채채민 선배, 심수아 선배, 박유진 선배를 제외한 5명에게 한 명씩 접근해, 백승현 선배의 진로 상담이 늦추어졌다는 말로 속여 5명의 선배들을 백승현 선배보다 일찍 귀가시켰습니다. 그리곤 사건을 계획한 일당 5명은 일행 중 하나인 저를 강간하는 척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평소 선한 마음을 갖고 계시던 백승현 선배께서는 반드시 저를 구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선배는 저를 구하러 달려 오셨고, 일당 중 하나인 이상진은 뒤에서 사진 및 음성 녹음을 하며 가짜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과 녹음한 음성 파일의 원본은 아래에 첨부하겠습니다. 이상진은 그 뒤 수집한 가짜 증거들을 다듬어 위화감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었고, 이에 여러분이 읽으셨던 그 게시물을 게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처음엔 평소 흠모하고 있던 백승현 선배와 이어지고 싶은 마음에 계획에 참가하게 되었으나, 당연히 이따위 더러운 짓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제 목적은 달성되지 못했고, 이어 저 따위가 백승현 선배의 인생에 훼방을 놓았다는 것과, 백승현 선배의 무결함을 밝히고자 하는 선배님들의 모습에 큰 죄책감을 느껴, 이제 와 실토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받을 모든 질타에 대해선 달게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욕망에 휩싸여 저지른 일에 대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속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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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중 한 명, 양심을 갖고 실토했네. 너무 늦었지만."



나는 나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그렇게 되뇌었다. 확실히 잘 된 일이긴 했다. 친구의 누명은 벗겨졌고, 범인들은 벌을 받게 되었으며, 친구들은 어느 정도 죄책감을 씻을 수 있게 되었다. 내 마음은, 그에게 거부당한 것만으로도 넝마짝이 되어버렸지만,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이걸로 그도 다시 학교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나올 리는 없겠지만. 


그날, 친구를 위해 꽉 쥐었던 손이, 거부당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선 뺨을 수천 대 얻어맞는 것보다 훨씬 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미래였다. 난 그를 위해 열심히 발로 뛰었는데, 내 마음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왜, 왜 거부... 그가, 나를? 어째서... 난, 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왜, 그냥 손을 내쳐진 것 뿐인데 이렇게나 마음이 아픈 걸까.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질 않는다. 공부를 하려고 펜을 잡아도 손을 볼 때마다 그 때가 떠올라 심장이 아프다. 


나는, 나 자신이 매우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떠한 감상적인 요인에 의해 내 행동이 크게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내 몸은 사실은 내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추리고 나발이고 미쳐버리겠다. 내게 왜 그렇게 쌀쌀맞게 대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는 생각도 하기 싫다. 찾아가 물어볼까, 싶으면서도 또 그렇게 거절당할까봐 너무 무섭다. 십수년을 알아온 친구를 마주하는 일이 이렇게 힘이 들 줄은 몰랐다. 


채민이나 세화처럼, 아니 사실 채민이는 승현이와 마주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기에 별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지는 않았겠지만 세화처럼, 한 번 거절당하고 다시 도전할 용기가 내게는 없었다. 


그렇게 하교시간까지 공부를 하지도, 아예 엎어지지도 못하고 그저, 그때 내쳐졌던 손을 바라보며 영혼, 그런 게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튼, 영혼 없이 앉아만 있던 내게 채민이가 말을 걸어왔다.



"저, 수아야. 어디 아파? 아니면... 그때 그 일 때문에 그래?"


"으, 응? 아, 아냐, 그런거~ 그냥..."


"무리하지 말구. 딱 봐도 맞구만. 너 지금 반은 귀신같은데?"


"정 그렇게 신경 쓰이면, 나랑 오늘 같이 가볼래?"


"...어, 어딜?"


"어디긴, 승현이네지. 세화도 아마 올 거야. 분명."


"다,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은 싫대. 알잖아 너도. 대충 어떤 상탠지. 나도 상황을 들었으니까 걔네가 그러는 걸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좀 과하단 말이야. 몇명은 아예 가정학습 쓰고 학교도 빼질 않나, 대부분은 승현이 얘기만 꺼내면 훌쩍이면서 우는데, 어떻게 거기서 더 가보자고 하겠어. 그런데 넌 그 정도는 아니잖아."


"나, 나도...무섭단 말이야아..."


"그럼 그렇게 평생 얼굴 안 보게? 물론 그러면 나야 좋지. 경쟁자가 하나 줄어드는데."


"그, 그게 무슨..."


"시치미 떼지 말고. 짝사랑하는 사람들 참 웃긴 게, 자기들 딴에는 좋아하는 티 안 내는 줄 안다더라? 나도 그랬는데, 그 말 들으니까 너희들 승현이 대하는 게 너무 노골적인 거 있지?"



채민이는 미묘한 표정으로 한바퀴 빙글 돌더니 갑자기 무서운?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 응? 너 애들이 사고 쳤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승현이가 애들을 용서하건 말건 네가 승현이 독점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넌 항상 네다섯 수는 앞서 보니까, 그것까지 생각한 거지? 승현이 감정이 저렇게 망가졌을 것까지. 맞지? 그렇지?!"


"아냐, 아냐!!! 아니란 말이야... 난, 난 그냥... 친구들이랑, 승현이를 위해서..."


"정말 아니라고 확신해?! 신따위, 너같이 이성적인 애는 믿지 않을 테니 네 양심에 걸어!!!!! 정말 고립된 승현이를 위로해주고 아무 원한 없을 너한테 의존하게 만들어서 독점할 생각이 없었던 것 맞아?!"


"윽, 흐윽...아냐, 아니란 말이야...난 진짜...진짜 그냥 승현이가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했단 말이야아..."


"그래?!"


"으응..."



그때가 되어서야 채민이는 표정을 풀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됐어. 가자."


"...응?"


"내가 왜 네 마음을 모르겠어. 당연히 알지. 근데 넌 모르는 것 같아서. 네 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해줘야 될 것 같았어."


"승현이가 힘들지 않았으면 한댔지? 그럼 가자구. 걔라고 혼자 있고 싶겠어?"


"저, 적어도..."


"적어도...수능 끝나고... 지금은, 도저히 못 가겠어..."


"하아. 너도 못말린다. 알았어 그럼. 약속한 거다?"


"웅..."


"자, 뚝하고. 미안해. 소리쳐서."


"그, 그치만, 너...너어..."



난 그렇게 채민이 품에 안겨서 방과후까지 울었다. 야자하러 온 아이들에게 우는 모습을 들켜서 창피했다. 그 탓에 서둘러 짐을 챙겨 하교해야만 했다.



"아아~ 결국 오늘은 승현이네 못 가겠네. 누구씨 때문에."


"미, 미안..."


"그나저나, 그건 맞는 거지?"


"응? 뭐가?"


"승현이 좋아하는 거."


"아, 아아..."



얼굴이 새빨개졌다.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의식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결국 들킨 모양이었다. 



"으, 으응..."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건, 생각 이상으로 너무 힘들다.



"아하하! 뭘 부끄러워해 이제와서! 애들 다 똑같아."


"정말? 그럼...너도?"


"응. 당연하지. 아까도 말했잖아."


"이제 와서 보니까, 너라도 사람 마음같은 건 잘 모르나보구나?"


"대체로 잘 맞히는데, 이런 건 영..."


"그래서 그래서? 왜 좋아?"


"으, 응?! 그거야, 뭐..."



채민이가 눈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본다. 부끄럽지만 이야기하지 않을 순 없는듯하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단 말이 있잖아? 걔를 오래 알고, 또 나같은 경우엔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다보니, 점점 호감이 생겼고, 그렇게..."


"음, 그렇구나아~ 혹시 스토킹같은 거 해본 적 있어?"


"얘, 얘가!!!"


"에헤헤. 그래서, 있어?"


"...딱 한 번."


"수아 요년이, 제법인데? 훌륭한 범죄자야!!"


"주, 중학생때 했으니까 촉법이거든! 승현이 괴롭히는 애 없나 하루 따라다닌 게 다야!"


"괴롭히는 애가 있는지 보려면 매일 봐야되는 거 아냐? 게다가 네 추리실력이면 안 따라다녀도 거의 정확하게 맞힐 텐데."


"그거야, 걔가 괴롭힘 당하는 거 숨기니까. 괴롭힘을 당한 것도 알겠고, 대충 어디서 당했는지도 두 군데 정도로 추렸어."


"흐응~ 근데도 따라다녔다 이거지? 요 앙큼한 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까!"


"...그러는 너야말로 어쩌다 좋아하게 됐는데."


"나아? 나 말이지..."


"난, 비밀!"



...



"우와아, 농담, 농담! 농담이니까 표정 풀어! 말해줄 테니까."



채민이는 그렇게 한숨을 푸욱 쉬더니 우수에 찬 눈빛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난 말이야, 누가 좋아하는 걸 바보 취급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 근데 승현이는, 말로는 항상 귀신같은 건 없다고,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귀신 보는 애라고 괴롭힘당한 나를 구해줬어. 그러곤 이렇게 말했어, '난 귀신은 안 믿어도, 넌 믿어'. 엄마 아빠 마저도 내가 귀신 보인단 말 할 때마다 소름끼친다고, 하지 말라고 할 때도 걘 자긴 안 믿어도, 적어도 내 말을 무시하지 않았어."


"어렸을 때는 너희들에게도 각자의 아픔이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너희를 괴롭게 만든 것들은, 모두 너희들 각각의 장점이 되었어. 일례로, 유진인 키가 크다고 남자같다고 놀림받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모두의 우상이 됐지. 세화나 하은인 어렸을 적부터 온갖 학원을 다니며 영재교육을 받고 기계처럼 살았지만, 지금은 그딴 것들의 도움 없이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걸작을 만들어내고 있지. 너희들 모두 커갈수록 점점 강해졌어. 강해진 너희들은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승현이를 지켜줬겠지만, 나만큼은 여전히 약자였어."


"여전히 애들은 뒤에서 귀신같은 걸 보는 내가 기분 나쁘다고, 아니면 관심받으려고 거짓말이나 한다고 떠들어댔어. 승현인 그럴 때마다 무리를 해서라도 날 지켜줬어."


"사실은 있지. 난 너희들한테 조금이지만 열등감을 갖고 있었어. 으응, 아니지. 많이 갖고 있었어."


"너희들 재능은, 다 너무 뛰어난 거고, 이, 저주일지 축복일지 모르는 능력?같은 거나 갖고 태어난 나로서는, 너희가 너무 부러웠어. 그리고 강해져서 승현이를 지켜주는 너희가 너무 부러웠어. 난, 여전히 약한 채인데. 난 아직도 승현이한테 보호받고 있는데. 너흰, 두 사람 몫을 하고 있으니까 그게 너무 샘이 났어."


"그래서 정말 살기 싫을 때, 다들 내 뒷담화를 하고, 친한 친구들은 너무 유능할 때, 내가 너무 작아보일 때. 그 때 승현이가 또 그랬어."


"지구상 어디에도 너처럼 실감난 귀신 묘사는 없다고. 다른 애들 재능은 비할 곳이라도 있지, 난 비교 대상도 없이 원탑이라고."


"설령 애들이 거짓말쟁이라고 욕하고 손가락질해도, 그럼 어때, 그럼 그 순간부터 난 세상에서 가장 실감난 귀신 이야기 꾸며내는 사람 하면 된다고. 그 사람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그렇게 두어도 좋지 않겠느냐고. 날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 날 믿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때, 그때부터였어. 나 자신을 내가 긍정하게 된 게. 내가, 승현일 좋아하게 된 게. 승현이도 사실은 믿지 않았을지라도, 실은 속으론 귀신같은 비현실적인 거나 믿는 사차원이라 생각할지라도, 적어도 걘 날 긍정해줬어."


"그러니까 난 승현이가 좋아. 걔가 무슨 짓을 하든 좋아. 걔만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바보 취급하더라도 용서해줄 거야. 걔 만큼은, 아무도 상처주게 하지 않을 거야."



난 채민이의, 예상 이상으로 진심이 가득 담긴 고백에 잠시 넋을 놓고 채민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채민이는 고인 눈물을 슬쩍 훔치곤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치만, 난 너희들도 좋아. 어느정도냐면, 일부 다처제가 허용된다면 너희들 모두와 승현이를 공유해도 될 정도로 좋아. 난 승현이와 너희들 각각 이상으로, 모두 함께 보내는 일상이 좋아."


"그러니까 우리, 열심히 하자. 다시 예전처럼. 9명이서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응!"



흘러간 일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난 결심했다. 모두와 다시 한 번 즐거운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 사랑을 쟁취할 수 없게 되더라도, 반드시, 누구 한 명 빠지는 일 없이 모두 함께 평생 행복하게 살리라고, 떨어져가는 저녁놀에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