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 데 이 투...미...."


방에서 혼자, 난로도 없이 손 끝이 떨릴 정도의 추위를 느끼며 작게 박수를 친다.


"해피.. 버스.. 데..이.. 투..미........"


촛불의 따스함을 느끼며 자신을 향해 노래를 부른다.


"해...피..버..스.......우..우우..흑.....데..흐...흑...우..우아아아아...아아..!!!!!"



떨리던 목소리는 점차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동시의 나, 중붕이의 생일이다.


올해 30살 모쏠아다 중붕이는 전설로 불리는 마법사 대열에 자랑스럽게 합류했다.


고교 시절,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들어가고, 그렇다면 연애도 하고 섹스도 하겠지.


만남의 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건 당연한 이야기. 정해진 거라고 굳게 믿었던 중붕이는 섹스는 커녕 애인도 못 만들었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중붕이는 좆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모쏠아다 중붕이는 사실 존못모쏠아다 였다.


너무 좆같이 생겨서 길을 걷다 중붕이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못 볼걸 봤다는 듯이 표정이 구겨지곤 했다.


그렇게 멸시를 받아오며 살아온 중붕이는 대학을 졸업한 후, 순양에 취직했다.


중붕이는 좋은 학벌에 좋은 회사를 다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는 꽤나 성공한 인생이었을지도 모른다.


여자는 없지만 좋은 회사를 다니며 그저 일하고, 밥먹고, 그런 삶을 살았다.


하지만 여기서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그녀를 만났다.


중붕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


처음 만난건 그녀가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들어 왔을 때다.


그때 나는 그녀의 교육을 맡아서 일을 가르쳤었다.


그녀는 잘 웃는 아이였다.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웃었다.


"왜 항상 웃는거야?"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배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계셔서요.. 저는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싶어요!"


뭐라는지 모르겠지만 날 신경 써준 거 같다.


아마 이것이 나의 첫사랑 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나는 그녀와 연인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항상 웃는 그녀의 모습에 힘을 얻게 되고, 내 인생은 순식간에 꽃이 가득 피었다.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다.


정말 행복하다. 나는 그녀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도 그녀를 계속 사랑하고 지켜주자.



*



"이제 그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뭘 그만해?"


나는 진심으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출근할 때 사온 꽃다발을 나의 애인에게 건네 줬을 뿐인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부탁이예요.. 선배.. 그만.. 해주세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그녀.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는 것을.


고개를 숙이고 웃고 있어야 할 그녀의 얼굴은, 눈에서 뚝뚝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는, 뭘 잘못 알고 있었다.


중붕아 넌 틀렸어.


건강했던 그녀를 망쳐버렸어.


그걸 모르고 나는... 나는... 나는...


나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미안했어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나는 화도 내지 않고, 욕도 내지 않고, 활짝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선..배?"



미안해, 너한테 배웠을 텐데, 웃을 때는 울면 안 된다고 했잖아.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



쌓여가는 눈에 발이 푹푹 빠지고 있다.


춥다.. 오늘 이렇게 추웠나? 


출근 할 땐.. 따스 했는데..






집에 도착한 나는 침대에 쓰러졌다.


담요를 꽉 움켜쥐고 한참을 울었다.


그때의 난 참담한 상태 였을 것이다.


몇날 며칠을 아무것도 안하는 방구석 폐인으로 살았다.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한 걸까.


바보같이 착각이나 하고.. 


결국 30살 모쏠아다 대마법사가 되었잖아..


마법사가 되어서 뭐가 달라졌어?


달라졌다. 존못모쏠아다대마법사가 되었다.


나는 마법사다.


마법을 쓰겠다 지금부터.




"행복한 세상에 가고 싶다.. 얍!"




자조적인 웃음으로 현실 도피를 한다.


이 세상은 너무 잔인하고, 나에겐 너무 살아가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 나는 바랐다.


다른 세상, 행복할 수 있는 세상으로 가고 싶다고.



그리고 나는 잠들었다.













*














음..?



아침인가..?


아침에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났다..


대단하다 중붕이는..


"하하.. 시발.."


한숨을 내쉬었다.


"배고프네.."


공복을 달래기 위해 아침을 먹으러 몸을 일으켜 세우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우선 몸이 불편하다, 아니 가볍다? 작다고 할까?


아니아니 일단, 여기는 내가 모르는 장소다.


하얀 천장에, 하얀 침대.



여기 병원인가..?



머릿 속이 의구심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문득 침대 아래를 내려다보면 거기엔 



"어?"



소녀가 있었다.


검은 머리를 정성스럽게 손질한 것이 느껴지는 길고 예쁜 머리, 아름다운 얼굴,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간이 침대에 자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사랑의 맹목으로 빠져들게 할 정도다.


하지만 나는 그딴 건 모르겠고 '소녀' 가 아닌 '여자'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 한번 자기 혐오에 빠졌다.




하지만 정말 예쁘다.. 누구일까?


내 손은 나도 모르게 저절로 소녀의 머리를 쓰다 듬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네..


30대 남자가 10대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은... 안좋긴 하지만...




"음...?"




아, 이런.. 깨워버렸네..


나는 아쉬움을 느끼며 서둘러 손을 거두었다.



그러자 소녀는 천천히 일어나서 졸린 듯 눈을 비비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 어.. 안녕? 너.. 너 누구야?"



나는 무심코 고개를 숙이고 병신같이 아침 인사를 했다.


어쩔 수 없다. 내 얼굴을 보이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뻔하니까..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을 보려면 얼굴을 올려야 한다.


나는 맞을 각오를 하고 얼굴을 들었다.



"아..안녕.. 어.....어? 왜... 왜 울..고있어?"



소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 나 때문이다.


이제 됐어, 이제 소리를 지를 차례야.


그리고 도와달라고 애원해봐, 난 조용히 기다리며 끌려 갈게..



나는 모든 걸 불태운 표정으로 소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리고--






"던붕아!!"



"던붕아!!!던..던붕아!! 흐아아앙.... 던붕아!! 걱정했어.. 흑.. 흐윽.."



소리칠 줄은 알았지만, 왜인지 날 울면서 껴안고 있었다.




"아! 미안해, 허락도 없이 안아서.. 기분 나빴지? 금방 떨어질게!"



방금 전 까지 느꼈던 따뜻함이 사라졌다.


아니, 얘는 왜 자신을 비하 하고 있는거야? 너처럼 예쁜 애한테 안기면 이 아저씨 기쁘다고? 포상이잖아?



아니, 그보다 던붕이는 누구야...




그 때...




"아윽!!"


"던붕아?!"



머리에 못을 박은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흘러 들어온다.



이것은.. 누군가의 기억?


내 것이 아닌... 던..던붕이.. 던붕이의 기억? 그게 이 몸의 주인 이름이다?



"아윽!!!!"



순간적으로 고통이 사라지도 모든 것을 이해했다.



여기는.. 다른 세상.. 내 이름은 중붕이가 아니라 던붕이.. 17살 고딩.. 즉 이건..



이세계 환생?



"진짜냐.."



"던붕아 괜찮아?! 아직 어디가 아픈거지?!"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나를 걱정해 줬던 소녀는 내.. 소꿉친구였다.



"리나?"


"던..붕아.. 지금 나를.. 리나..라고?"


"어..어 너 리나 잖아 그렇지?"


"...응...응...응! 맞아! 리나야 너의 소꿉친구!!"



리나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기억 속의 던붕이는 꽤나 신랄한 아이였다. 


리나라는 친구를 썅년이라고 부르며 이것저것 부려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반동 때문인지 내가 이름으로 부른게 무척 기뻤던 거 같다.


이렇게 예쁜 애한테 썅년이라니.. 게다가 엄청 갖고 놀았잖아..



"던붕아~♥"




-




-




-




일단, 자기 전에 이 세계를 알아보았다.


던붕이의 기억을 빌리면 이 세계는 아비규환 그 자체다.



남여의 정조관념이 뒤바뀌고, 입장도 마찬가지..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의 남자는 '극히' 적다.



남녀 비율 약 8:2


남자 인구가 적어서 인지 일부다처제가 허용 되고, 심지어 혈연관계.. 이건 아무래도..



더군다나 남자는 이 세상에서 꽤나 귀한 대접을 받는데, 나라에서 돈을 지급하거나 학비 등을 면제해준다고도 한다.



그런 입장이 된 남자는 당연히 잘난 척 하기 시작하고.. 굶주린 여자들을 혐오하며, 귀찮아하고, 죽어라.. 여혐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 되었다.



그래서 여자들에게는 남자와 대화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평생의 보물이라고 한다.



다들 미쳐있다.



더 나아가서, 나도.. 라고 하기 보단 이 몸의 원래 주인인 던붕이도 욕을 하는 멤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하하... 기억을 떠올리면 떠올릴 수록 리나가 불쌍해진다.


저렇게 이쁜 아이한테 맨날 심부름을 시키고 그런 욕을.. 끔찍하다.



'쓰레기'



'뒤져 시발아'



'썅년이 말 걸고 지랄이야'



이 남자.. 미소년 이라고 해서 엄청 잘난 척을 하고 있다.



그래, 던붕이는 실은 엄청난 미소년 이었다.


눈처럼 하얀 백발과 피부와 벽안,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미모, 모든 것이 완벽하다.



남자판.. 앙투아네트? 아무리 그래도 그건..



기억에 따르면 던붕이라는 미소년은 성적도 수석급인거 같은데.. 너무 치트키다.


아니지, 이제 내가 던붕이 인가?


뭔가 가슴이 아프다.. 양심의 가책?



"하아..."



"어차피 이세계 환생이라면 좀 더 판타지스러운 세계를 가고 싶었는데.."



엘프라든가 모험가라든가, 스테이터스, 스킬! 그런 이세계를 가고 싶었다.



30살 늙은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30살도 소년이야, 소년.. 너희도 나이 먹어봐..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 세상도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닐까?


남성에게 치우친 이 세상, 새로운 만남이 가득!



더군다나 던붕이의 이 미모.. 아니, 아니야! 나는 외모로 접근하는 절제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게 아니야!


내 내면을 사랑해 주는 그런 사람과, 어쩌면 이 세상에서..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던붕이로 살아갈 것이다.


이 몸의 주인이 어떻게 됐는지 그딴 거? 상관 없ㅇ..진 않지만 미안해.. 나 중붕이가 책임질게!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