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 연기를 내뿜었던 공장들이 문을 닫으며 쉬기 시작한다. 그리고 공장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이 쏟아져나왔고 몇몇 사이좋은 부부만이 남편들이 와서 반겨주었다.


그 인파 사이로 톰은 여자들을 사이로 건너가고 있었다. 여자들보다 머리 한 개 정도 작은 키에 둥글둥글한 인상을 가져 부드러워 보이는 그의 모습은 근처 여자들의 이목을 한눈에 끌었다.


"저기? 혹시 시간이 나면..."


"죄송합니다. 제가 약속이 있어서."


"거봐, 너 주제에 저런 남자를 만나겠다고."


"혹시 모르잖아?"


톰은 자신을 향한 대쉬를 한 무리를 뒤로하고 인파를 헤치고 나가 한 골목길로 향하였다. 골목길은 높은 건물로 인해 어두웠고 바닥에는 쥐덫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잡혀버린 쥐들도 있었다.


톰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골목을 나섰고 마침내 그 끝에 도착했다. 골목길로 나오자, 보이는 것은 홍등가의 모습이었다. 도로에 남자들은 선정적인 옷차림으로 유혹하고 있었고 몇몇 부유해 보이는 여성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아무런 휘장이 없는 검은색 마차를 타고 가게를 다닌다.


일반 사람들이 봤다간 그대로 고개를 돌려 나갈 것 같은 이곳에서 톰은 익숙한 듯 거리를 거닐었다. 그렇게 목적지를 향해 가던 그때, 누군가 그의 엉덩이를 쥐어 잡는다.


"이야, 탐스럽네요."


"누구세요? 이거 놓이시죠."


"아, 내가 신사에게 실례했군요. 너무 아름다워서 그만.."


"허, 아름답다고 함부로 만지면 안 되죠."


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기름이 번들거리는 옷과 커다란 가슴과 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 한눈에 봐도 그가 돈을 매우 많이 번 부르주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시 이곳에서 일하시는 게 아니라면 저랑 같이..."


"죄송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일하러 가는 거라 같이 가기에는 힘들 것 같네요."


톰은 상업적인 미소를 짓고 그녀에게서 벗어나려는 찰나, 그녀가 톰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


"그러면 혹시 어느 곳에서 일하는지 알 수 있으실..?"


"저기 '딜라이트'라는 곳에서 톰이라고 하면 저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톰은 귀찮은 듯 그녀를 재빨리 떨쳐내고 자신이 일하는 딜라이트로 향하며 생각했다. 길거리에서 저런 추파를 던지는 사람들은 여러 번 봤지만 정작 오는 사람은 드물었고 그중에서도 자신을 사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훌륭한 얼굴과 몸매인데도 그러한 이유는 그와 하룻밤을 자는 데 드는 비용이 굉장히 비쌌기에 어중간한 돈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톰은 귀찮은 벌레 떼어냈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게에 들어왔다.



"오, 우리 가게 에이스가 드디어 오셨구먼. 근데 표정이 왜 이래?"


"근처에 웬 이상한 여자 하나가 붙어서."


"우리 에이스 기분 상하면 안 되지. 얼른 올라가서 쉬고 있어."


"네엡~"


톰은 일부로 고급스러워 보이게 만든 싸구려 계단과 복도를 지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밖과 다르게 방 안은 깔끔했고 이불이나 침구류 등 모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톰은 방 한쪽의 옷장을 열고 자신이 입고 왔던 옷을 벗어 걸어놓는다. 그리고 방 옆에 있는 화장실로 가 몸을 깨끗하게 씻는다. 화장실에 있으니, 그의 뽀얀 살이 더욱더 살아나는 것 같았다.


 톰은 다 씻은 다음, 증기로 자기 몸을 단숨에 말린 후 다시 옷장으로 향했다. 그 안에서 거의 끈으로 되어있는 팬티 하나와 하늘하늘한 셔츠 하나만 입는다.


"하암, 손님 오기 전에 잠깐 쉬고 있을까?"


톰은 푹신한 침대에 뛰어들며 잠시 피곤한 몸을 쉬게 해주었다. 이렇게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지만, 톰이 벌어다 주는 수입이 이 가게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똑똑-!똑똑똑!"


"벌써 손님이 온 건가? 오늘은 빠르네."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손님이 왔다는 것이고 이후로도 문을 3번 두드린다는 것은 VIP가 온다는 것이었다. VIP가 온다면 톰에게 떨어지는 것도 많았기에 톰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소파에 가지런히 앉는다.


"들어가겠습니다."


문을 열리면서 손님이 들어왔고 톰은 밝은 미소로 그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또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문에 서 있는 여자는 바로 아까 전 거리에서 보았던 부르주아였다. 톰은 당황하였지만, 오랫동안 일을 한 만큼, 재빠르게 대답했다.


"아~ 아까 그 거리에서 만났던 분이군요."


"네, 아까 하신 말씀이 사실이었군요. 혹시나 거짓말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말이죠."


"에에,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톰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여자의 가방을 옮겨주고 자리에 앉는다.


"그나저나 이름을 아직도 모르네요. 혹시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제 이름은 아리나입니다. 혹시 과자 좋아하시나요?"


"과자요? 좋아하기는 하는데.."


"마침 잘됐네요. 제가 제과 사업을 하는데 이번에 남성을 타겟팅한 신제품이 있거든요. 한번 맛보실래요?"


아리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대답하며 과자를 꺼냈지만, 톰은 단박에 눈치챘다. 그의 오래된 경험으로 봤을 때 과자에 무언가 넣은 것이 틀림없었다.


"죄송하지만 지금 과자를 먹는 것은 좀...."


"혹시 무언가 들어가 있을까 봐 그래요?"


아리나는 톰의 표정을 보고 무언가 읽은 듯, 과자를 단숨에 베어 물었다. 베어진 과자 사이로는 달콤한 크림 향이 피어나 왔다. 톰은 아리나의 표정을 살펴보았지만, 이상하게 변하지도 않았고 바지를 봐도 젖은 흔적이 없기에 괜스레 자신이 너무 예민해졌다고 생각했다.


"괜찮은 것 같은데... 그럼, 저도 하나를."


"네, 여기 얼마든지 있으니 편하게 드세요."


톰은 아리나에게 과자를 하나 받아먹어 베어 물었다. 그녀가 제과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확실한 것인지 과자의 맛은 크림과 조화를 이루어 훌륭했다.


"으흠! 정말 맛있네요."


"당연하죠. 저희 회사에서 정말 공을 들여 만든 신제품입니다."


"크흡, 잠깐만."


과자를 너무 열중해서 먹다 보니 톰은 사레가 걸려 기침하였다.


"괜찮으세요?"


"네, 잠깐 사레가 걸린 것뿐이에요."


"아니며 아예 천천히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죠."


"차요? 이 방에서 차가 없을 텐데.."


"걱정하시마시죠. 제가 준비해 온 게 있습니다."


아리나는 그러면서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 꺼냈다. 투명한 유리로 된 통이 있고 그 아래로는 고급스럽게 장식과 몇 가지 버튼이 있었고 U&C.L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로고를 보았을 때 톰은 제과점에서 본 적이 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여기에 물을 넣고.. 그다음에 버튼을 누르면!"


아리나는 능숙하게 기계를 조작하자 그 기계가 스스로 증기를 내뿜으며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오, 신기하네요."


"그럼, 물이 끓는 동안 계속 이야기해 볼까요?"


"네? 이야기만 해도 괜찮은 건가요?"


"그게 무슨 문제라도?"


"오늘 밤, 저를 빌리시느라 적지 않은 돈을 쓰셨을 텐데.. 그"


"그?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군요. 저는 그냥 얘기하고 싶어서 왔을 뿐인데 이거 보기보다 음흉하네요."


"뭐라고요! 갑자기 왜 그런 방향으로 가는 건데요!"


톰은 당황하며 얼굴을 붉어지며 손사래를 쳤다. 그 모습을 아리나는 재미난 듯 웃으며 쳐다보았다.


"당황하는 모습이 귀엽네요."


"네?"


톰은 그 말을 듣자 더욱 붉어졌다.


"더 이상 하면 얼굴 터져버릴 것 같으니, 이쯤하고 차나 마실까요?"


아리는 자기 가방에서 2개의 찻잔을 꺼내 차를 따른다.


"자, 여기 드시죠."


"잠깐만, 혹시 여기에.."


"아까 장난쳤다고 이러시는 겁니까? 이것 참.. 또 보여드리죠."



톰이 차를 의심 가득 찬 눈초리로 쳐다보자 아리나는 자신의 찻잔에 있는 차를 마셨다. 그 이후,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톰은 그제야 안심하고 차를 마셨다. 차 또한 적당히 은은한 맛이 나는 것이 괜찮았다.


"그나저나 톰 씨는 그 이름이 본명인가요?"


"네, 뭐 그렇죠."


"이런 곳에서 보통은 본명은 잘 쓰지 않던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그냥 흔한 이름이니까 굳이 힘들게 감출 필요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굳이 새로운 이름을 짓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이름을 쓰는 거죠."


"호오, 그러시군요."


둘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톰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고 머리는 어지러워졌으며 자신의 그곳에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약을 몰래 탄 건가? 그렇기에는 아리나는 너무 멀쩡한데? 과자는 가방에서 무작위로 꺼내주었고 차도 같이 마셨는데 왜 이러지?"


톰이 점점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낀 아리는 그에게 물었다.


"저기요, 괜찮아요?"


"흐읏, 그게 살짝 더운 것 같네요."


톰은 그러면서 자기 셔츠의 단추를 조금씩 푼다. 단추 사이로 그의 뽀얀 살이 보였고 아리나는 당황하는 동시에 흥분하며 그를 말렸다.


"잠깐만, 잠깐 갑자기 이러면.."


"어차피 아니라고 해도 이러고 싶어서 여기서 저를 만난 거 아니었어요?"


톰은 단숨에 아리나의 품으로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리나는 자신의 앞에 조그마하고 귀여운 남자애가 자신을 보고 흥분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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