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여느 때 처럼 똑같았다.

일어난 후 샤워를 한 다음, 죽 또는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서 식탁에 둔 후, 여동생의 방으로 들어가 여동생을 깨운다.

여동생의 이름은 남순. 새하얀 백발에 모든 걸 삼킬 듯한 검은 두 눈.

내가 봐도 미인이였다. 하지만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1도 없다.

나와 남순이는 부모님이 계시지않다. 어머니는 내가 7살, 남순이가 5살일 때 남순이와 같은 지병으로 일찍이 떠나셨고, 아버지는 5년전 과로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즈음 나는 손에 잡히는 모든 일을 했다.

하루 10시간은 자야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잠이 많은 나였지만, 10시간동안 잘 여유 따위는 없었다.

남순이는 어머니를 따라 몸이 매우 병약하다.

그리고 주변에 우리를 도와주는 어른 따위는 없었다.

오직 나만이, 남순이를 책임져야한다. 물론 남순이를 원망하지 않았다.

빨리 돈을 벌고, 또 벌어서 남순이의 병을 낫게 해주고 싶었다.

다정한 성격, 남들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 나를 보며 웃어주던 해맑은 미소.

이렇게 이쁜 남순이가 다른 평범한 사람들 처럼 살아갈 수 없다니.

가능만 하다면 나의 건강과 남순이의 건강을 바꿔만주고 싶었다.


남순이의 방에 들어가 자고 있는 남순이에게 다가갔다.


"남순아~ 일어나봐~ 아침 차렸어~"


남순이를 부르며 천천히, 그리고 다정하게 몸을 흔들며 말했다.


"으음.....벌써 아침이야...?"


한손으로 두 눈을 비비며 비몽상태한 상태로 감기는 눈을 뜨는 억지로 뜨려고 하는 남순이.

나에겐 정말 소중한 존재였다.

나의 유일한 가족. 꼭 내가 너를 지켜낼게.



터져버린 계란후라이의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휘적거리며 투덜투덜하지만 상냥한 목소리로 남순이가 이야기 했다.


"으잉...난 완숙이 좋은데..."


남순이에게 맞는 다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반숙이 더 좋은걸~"


"그래도...가끔가다 완숙도 해주면 좋잖아..."


"헤헷... 알겠어 그럼 이따 저녁에는 완숙으로 해줄테니까 아침은 참고 먹자~"


"치..알겠어..."


뾰루퉁한 목소리마저 귀여웠다.

하..... 아무래도 나는 극단적인 시스콤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남순이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난 후, 나는 바로 일을 하러 간다.

물론, 남순이의 인사를 받으며.


"잘 다녀와 오빠~"


"너도 몸 조심하고 있어~~!!"


......................................




내가 하는 일은 아버지가 일하셨던 건설현장 일이다.

손에 잡히는 모든 일을 하던 어느 날, 아버지의 지인분이 소개해주셔서 지금까지 하게 되었다.

좋게 말해 현장일이지, 단순 육체노동이다.

무거운 짐을 옮기고, 옮기고, 또 옮겼다.

몇 시간동안의 반복 작업을 하면 꿀 같은 점심시간이 다가오지만, 배급되는 점심밥의 맛은 늘 형편없었다.



점심을 먹은 후 공사현장건물의 바로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 앉자마자 깊은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이런 처지로 얼마나 더 지내야 하는 거지?

벌써 5년 째다.

사실 스스로도 이미 몸과 마음이 한계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돌아가시기 전까지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문득 생각나는 아버지의 다정한 미소는 눈물이 차오를 정도로 그리웠다.

그냥, 이대로 모든 걸 끝낼까....




(( 짜악!!! ))

스스로 뺨을 아주 강하게 쳤다.

정신차려라 남붕. 넌 남순이를 책임져야한다.

용기를 가져라, 희망을 가져라.


"난 할 수있다.... 할 수 있다....."


"......나는......"

못할 것 같다.....


마음의 폭포가 무너져 내리지만 얇디 얇은 내 손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남붕아 괜찮니?"


소리를 듣는 동시에 깜짝 놀란나는 소리가 난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의 지인 분이셨다. 성함은 정미연.

나는 "이모"라고 부르고 있다. 나이를 들으면 모두가 놀랄 정도로 동안이시며

건설 현장에는 맞지 않는 여성이였다.

항상 헐렁한 작업복에 묶음 머리를 하고 다니신다.


"네... 어떻게든요"


"남붕아...이런 일밖에 시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나도 능력이 됐다면..."


"아니에요! 이런 일이라도 시켜주시는 걸로 충분히 감사하죠...정말 항상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있어요..."


"꼭 이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자꾸나. 늘 응원할게"


그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하지만 꾹 참고 웃으면서 말했다


"네! 꼭 이겨낼게요!"


사건은 항상 갑자기 일어난다고 했었나.

위쪽에서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이 들렸다.

곧장 위를 바라보자 나는 "허..." 라는 작은 탄식만 할 뿐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철근 콘크리트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이모 쪽으로 말이다.

이모는 너무 놀라셨는지 몸이 얼어붙으셨다.


"이모!!!!!"

나는 곧장 이모의 손을 잡고 뛰쳐나갔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피로의 탓인지 힘이 나지 않았다.

이모도 결국 중년여성이기때문에 힘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나와 이모는 철근 콘크리트들로부터 벗어나기에는 힘들어보였다.

나는 이모를 양손으로 끌어안은다음 있는 힘껏 밀었다.

몸무게가 가벼우셨는지 다행히 철근 콘크리트가 닿지않는 곳까지 날아가셨다.

하지만, 이제 내가 문제였다.

위를 바라보니 철근 콘크리트가 바로 눈앞까지 왔다.


그 순간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이혼한 후, 지금의 어머니와 재혼한 기억.

어머니를 잃은 기억, 아버지를 잃은 기억.

그리고 무엇보다 빛났던 남순이와 지냈던 기억들.

난 살아야만 했다.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남순이는 내가 겪던 고통까지 합쳐져서 엄청나게 큰 고통을 마주할 것 이다.

그리고 망가져버린 남순이는 이모가 책임져 주시겠지만, 이모도 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은 걸 알고있다.

더 이상 남순이가 다치는 걸 보고싶지않았다.

살고싶다. 살아야한다. 살아야만한다.


"남수...ㄴ..."

철근 콘크리트가 내 얼굴에 완벽하게 박혔다. 그리고 더 많은 콘크리트가 떨어졌다.




다시 눈을 떠보니 주변은 온통 하얬다.


"..............."


"설마.......죽은건가?"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후회와 절망감이 온몸을 감쌌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절규가 멈추지 않았다.

"이모를 도와주지 말걸" 같은 추한 생각도 떠올라버렸다.


그렇게 몇분....이였을까.... 몇 시간이였을까....

몸과 마음에 쌓여있던 모든 폭포가 빠져 나가버린 나는 반 쯤 해탈하고 풀려버린 눈으로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았다.


"......................."

분하다.


"......................."

너무 분해


"......................."

왜 나와 남순이를 편하게 놔두지 못하는 것일까


"......................."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해서 그런걸까.


신의 존재가 의심스러워졌다. 우리들의 인생을 이렇게 까지 비극으로 몰고 갈 존재를 어찌 신이라 할 수 있냔 말이다.

그 생각을 하자 문득 머리속에 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세계의 신은 악한 쪽의 신이니까 말이야."


중저음의 남성의 목소리였다.


"다시 시작해보고 싶나?"


나는 직감적으로 이 자가 "신"이라는 것을 알고 곧장 소리지르듯 대답했다


"다시 하고싶어!!!!!! 전부다!!!!!! 이렇게 힘든 인생따위... 다시 시작해서 고치고 싶어!!!!!!!"

그러자 신이 대답했다.


"후후, 좋아. 대신 이 세계 말고 "다른 세계"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거야."

"이번에는 부디,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가보라고."


그렇게 나의 두번째 삶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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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남역챈 알게돼서 물만난 물고기마냥 챈 글 오지게 봤는데 벌써 글을 거의 다 읽었더라고?

그래서 그냥 내가 직접 써보기로 해봤음,,

이런 개꼴리는 장르가 개쌉마이너라는 게 참 속상했는데 여기서라도 풀어서 좋당....

필력이 엄청 딸리긴 하지만...열심히 써볼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