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단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전에 너가 살던 세상과의 차이점을 알려줄게"


"우선 이 세상은 평행 세계야 너가 살던 세상과 아주 똑같지"


그 말을 듣고 조금은 안심이 됐다. 전과 별로 다른 게 없으니.

말도 안되는 세상에 떨어져 버리는 것 보단 훨씬 낫다.

그래. 다시 시작하면 돼. 어떤 환경에서라도 이겨내고, 남순이와 함께...


"단"


....단...?


"너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다르게 여성의 힘이 남성보다 『훨씬』 세고 성욕은 너가 살아왔던 세상의 남자들 처럼 아주 넘쳐나지"


"쉽게 말하자면 남자와 여자의 입장이 『역전』되었다고 말하면 되겠군"


"............?"


"잠깐만."


"응? 무슨 일이지?"


"여성들의 힘이 남성보다 훨씬 세진거면... 얼마나 세진거야..?"


"아마 전 세상의 남성와 동급이거나 좀 더 웃도는 수준 일거야."


"남성은 전 세상의 여성보다 좀 더 약한 수준이고."


"그러면 나는 엄청 약해지는 거 아니야...?"


"빙고! 그리고 아까 얘기를 미처 못했었는데 성격도 서로 『역전』 돼있어"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는 건데 리스크가 이 정도라면 상관 없었다.

그런데 신이 말한 "힘의 역전"이 걸렸다


"잠시만... 그럼 나는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해야하는 거야? 전 세상에서는 몸으로 때우는 일만 해서 손재주 같은 건 없는데, 힘까지 약해지면...."


"푸흣, 잘 생각해봐~ 아주 잘~ 너한테 맞는 일이 분명 있을거야! 물론, 난 알려주지 않겠어. 그 편이 훨씬 재밌으니 말이야."


손재주가 없는 나약한 남성이 할 수 있는 일..... 도대체 뭐가 있냐는 말이냐. 이 망할 신 녀석아....

내 생각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신은 말을 이어나갔다.


"아참! 그리고 이 세상에선 너 처럼 생긴 남성은 인기가 별로 없어서 말이야. 내가 특별히 인심 써서 외모와 체형을 바꿔줄게!"




"......뭐?"


내 외모가 어때서.... 연예인 뺨을 후려칠 정도의 외모는 아니지만, 나름 키도 크고 훈훈하게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학교를 다닐 때 고백도 서너번 받아본 사람인데..


"전 세상에서의 너의 키는 178cm, 몸무게는 74kg, 너의 여동생과는 반대로 깔끔한 흑발을 가졌고,  계속 보고 있으면 빨려들어 갈 것 같은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5년동안 여기저기 구르면서 길러진 다부진 생활 근육들까지."


"키도 키지만~ 이 근육들이 문제라고 문제!"


사실 신의 말이 맞다.

전 세상으로 치면 나는 178cm라는 장신의 근육질 여자인 셈이니까...

하지만 이대로 순응하기엔 뭔가 기분이 나빴다.


"내가 근육을 키우고 싶어서 키웠냐...? 다 남순이를 위해서 노력하다보니 생긴거지?"


"당연히 알지. 비난할 의도 따윈 전혀 없어."


"아무튼 각설하고, 이 세상에서의 너는 『미소년 쇼타』가 될 거야."


"......예....? 쇼타요....? 끽 해봐야 키만 좀 깎고 근육을 없앨 줄 알았는데...?"


내 말을 들었는 지 안 들었는 지... 신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키는 한 153cm 정도에 몸무게는 42kg 정도가 좋으려나? 외모는 좀 더 둥글둥글 하게하고, 이 근육들은 다 빼버리고~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지금도 이쁘니까 그대로"


153cm에 42kg라니... 딱 여자 같은 체형이였다.

신이 말한 조건으로 이 세상에 간다면, 대체 무슨 일을 하라는 걸까...

나는 다시 한번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고민이 꼴도 보기 싫었는지, 신이라는 작자는 고민을 지구 끝까지 날려버릴 말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지 사이즈는~~"


"자...자지!? 아니 자지는 왜 건드는데!!?"


어이가 없었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역전』 된 건데 자지는 왜 건드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신은 갑자기 화를 내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자지가 얼마나 중요한데!! 넌 여자 가슴이 큰게 좋냐 작은 게 좋냐?"


"......큰편이 좋긴하지..."


"그래! 이 세상은 전 세상의 큰 가슴 만큼이나 큰 자지를 좋아한다고!!"


"앗, 이런... 너무 열정적으로 반박해버렸네...하하...미안~~"


진짜 미친놈인가....

신은 진정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다만 너무 큰건 안되지! 흠... 한 17cm가 좋으려나?"


17cm....라면 원래 길이보다 무려 5센치나 커졌다.

이 존재와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점점 석이 나갔다.

이제 아무래도 좋다... 빨리 좀 끝냈으면 좋겠다.


"그래.. 알아서 좀 해봐 기 다 빨리겠으니까...."


"그리고 성격을 조금 바꿀 거야. 아, 물론!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돼! 몸과 마음을 조금 손 봐주는 것 뿐이니까"


"그래......"


"그럼 이 정도 신체와 성격으로 다시 몸을 구축하고, 바로 이 세상으로 보내줄게."


드디어, 이 세상. 이른 바 『남녀역전세계』로 간다.

주위에 푸른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내 몸에서도 새하얀 빛이 서서히 빛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결말을 해피 엔딩으로 만들어보라고. 남붕."


대화하는 동안은 뭐 하는 작자인가 싶기도 했지만, 결국 신이라는 것 인가

이런 엄청난 능력을 부리고 말이다.

이런 능력으로 나를 이 세상으로 보내지 말고, 차라리 남순이의 병을 고쳐주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뭐, 자기 나름 내로 생각이 있겠지.

어쨌든, 이 존재는 정말 고마운 존재이다.

다시 시작할 기회도 주고, 축복까지 빌어주니 말이다.


"응. 반드시 남순이와 행복하게 살아가겠어!"


"후훗. 멋진 꿈이야. 정말."


푸른 빛이 완전히 온 세상을 덮기 전 나는 신에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고마워."


신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하! 나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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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익숙한 시내 거리였다.

계절은 전 세상과 같은 겨울인 듯 했고,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시간은 많이 늦었는지, 주위에 사람들은 없었고, 있는 모든 가게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리고 눈높이가 낮아진 것이 바로 체감 됐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오직 약한 불빛의 가로등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오싹한 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혼잣말을 하면서 진정 했다.


"키가 작아진 게 맞나 보네...."


옷은 검정색 슬랙스에 흰색 반팔과 두꺼운 겉옷을 입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세상으로 잘못 전이 시켜버린 게 아닌가...?"


".....좀 무서운데...."


나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서 주머니를 뒤적이니 지갑과 스마트폰이 들어있었다.

스마트폰을 켜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스마트폰의 강렬한 빛이 나를 반겼다.


[오전1시 30분]


"1시 반 이라고? 원래 일이 끝나면 8시일텐데..."


대체 이 세상의 나는 뭘 하고 있었던 거냐...

우선 집으로 가는 것이 우선이다.

빨리 집에 가서 이 세상의 남순이를 봐야겠다.

시내에서 집까지는 대충 10분정도 걸리니 빠른 걸음으로 가면 금방 도착할 것이다.


기다려 남순아, 빨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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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걸음으로 갈 생각이였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속력으로 뛰고 있었다.

달빛의 따스함을 온몸으로 받으며 헥헥대면서 정신없이 뛰었다

근데, 내가 원래 이 정도로 지쳤었나...?


"내 운동신경을 엄청 깎아먹었나 보네..."


전 세상에서 난 너를 끝내 지켜내지 못했어.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다를거야.


어느 덧 도착한 집의 문 앞. 도어벨을 눌렀다.

나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비밀번호를 눌렀다.


[삑삑삑삑]


[띠리리링]


비밀번호는 전 세상과 같은 남순이의 생일이였다.

문을 천천히 열고 곧장 남순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철컥]


그곳에는 아직 잠들지 않은 천사가 있었다.

천사의 다정한 목소리가 내 귀에 안착했다.


"오빠 왔어? 오늘은 좀 늦었네..." 라고 말한 천사는 싱긋 웃었다.

너의 미소, 너의 목소리. 너의 얼굴

불과 몇 시간 전에도 봤었지만, 오늘 따라 너무 나도 아름다워.


"응.. 미안 좀 많이 늦었지...?"


".....어...?......어라...?"


원래 잘 우는 성격은 아니지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오빠 왜 울어? 무슨 일 있었어?"


남순이는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니야... 그냥 너를 보니까 너무 기뻐서 그래"


천천히 남순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가 남순이를 꼭 안아주었다.

얼굴은 그대로였으나, 전 세상과는 다르게 조금은 더 다부진 몸이였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 너무 고마워."


"읏....내가 할 말 이지 오빠..."


그런데, 남순이의 몸이 평소보다 뜨거운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뭔가 빨간 것 같은데


"남순아 혹시 어디 아파?"


"응...? 아...아니? 왜?"


"얼굴도 빨갛고 몸도 좀 뜨거운 것 같아서..."


"아아...그게... 조금 추워서 그런 가봐. 추워서 전기장판을 조금 세게 틀어놨거든..."


남순이의 얼굴에서는 뭔가 숨기는 듯한 기색이 있었어보였다.

..... 뭐, 됐나.... 남순이가 괜찮다는데.... 더 파고들지 않았다.


"시간도 늦었는데 안자고 뭐하고 있었어?"


"그야....오....오빠 기다리고 있었지!"


"후흐흥.... 너무 좋당... 이쁜 여동생이 날 기다려주다니~ 그래도 이제 잘 시간이야."


"그...오빠..."


"응?"


"같이 자주라."


전 세상에서도 남순이와 같이 자는 것은 자주 있는 일 이였기에, 나는 흔쾌히 "좋아!" 라며 수락했다.


"일단 씻고 올게! 기다리고 있어!"


"알았어~"


남순이의 방에서 나온 다음, 내 방으로 가서 옷장에 두꺼운 겉옷을 걸어두고, 잠옷을 꺼내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의 문을 열고 샤워기가 있는 곳 까지 가는 곳에는 거울이 있다.


"....어떻게 생겼는지나 봐 볼까나..."


두근.....두근...


나름 긴장됐다.

과연 이 세상에서의 나는 어떻게 생겼을까?


"................."


"와 미친"


거울 속에는 아담한 키를 가진 소년이 있었다.

검은 머리와 푸른 두 눈, 오똑한 코와 앵두같은 입술.

신이 말한대로 초 절정 미소년이였다.


"개 잘생겼는데?!"


거울 속에 내 외모에 심취해서 한참을 바라보다

남순이가 기다리는 것을 깨닫고 빠르게 씻었다.

씻기 위해 옷을 벗어보니, 전 세상에 있던 근육들은 모두 사라지고 말랑해보이는 새하얀 피부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랫도리는 발기가 된 상태가 아님에도 나름 큰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시 심취 되려는 찰나, 다시 정신을 차리고 씻었다.

빠르게 씻은 다음 바로 머리도 말려주고, 양치도 하고, 뽀송뽀송한 잠옷을 입고 남순이의 방에 들어갔다.


"오래 기다렸지~ 미안미안~"


"아냐 괜찮아"


나는 곧장 남순이의 침대로 들어와서 누웠다.

그리고 남순이가 내 가슴 쪽으로 얼굴이 가게 끔 껴안았다.

내 키가 줄어서 그런지, 남순이가 조금 크게 느껴졌다.


"헤헤~ 엄청 따듯하네"


"맞아맞아, 진짜 따듯하다아~"


남순이와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다

평범한 대화.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점심은 어떤 걸 먹었는지, 그런 평범하고 다정한 대화를 하고 싶은데

잠이 너무 쏟아졌다.

당연한 일이다.

오늘은 하루가 정말 길긴했지...

불의의 사고로 죽고, 신을 만나고, 다시 되살아나고.... 무슨 영화 이야기 같네...


"으읏... 오늘 따라 엄청 졸리네...."


"나도 많이 졸려...빨리 자자 오빠."


"으응...."


정말. 너와의 일상을 다시 얻게 돼서 다행이야.

정말 사랑해. 남순아.


"...................."


"............................"



"오빠..."


"........................"



"잠들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