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인 지원이를 만난 건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봄밤의 일이었다.

반바지를 입고 나오는 건 약간 쌀쌀했지만


둘도 없는 친구를 위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하던 중 활발해 보이는 여자애가 눈 앞에 보였다.


"어. 승민. 하이."

"이지원 오랜만이- 야. 너 머리 잘랐냐?"

"군대 가잖아. 하 씨발."


지원이는 어깨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를 잘라 찰랑거리는 단발이 되어 있었다.

갸름한 얼굴, 오똑한 코. 활달하지만 강해 보이는 여자상. 


"이야, 한층 더 못생겨졌네 아주."

"뭐래 갑자기?" 

"넌 나 없으면 만날 남자도 없지?"

"아니거든? 나 인기 많거든?"


그렇지만 지원이는 입대하기 전 나를 만난 게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괜히 들떠서 나를 이곳저곳 흘끔거리는 모습.

뜬금없이 남녀역전세계에 전생한 지 오래지만, 여자들의 이런 모습을 즐기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웠다.

아마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어떻게 해 보자는 흑심도 조금은 있겠지.


그렇지만 지원이는 괜히 젠틀한 것처럼 말을 걸었다.


"벌써 반바지 입었는데 안 추워?"


허벅지를 힐끗대는 시선이 뻔하게 몸을 찔렀다.


"응. 너 구경하라고."

"아 미친놈."


지원이는 내 장난에 당황한 듯 입을 궁시렁거렸고


"풋, 귀엽네."


그렇게 덧붙이자 지원이는 내 허벅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괜히 얼굴을 붉히기만 했다.


"근데 우리 어디 갈래?"

"음...PC방? 너 게임 좋아하잖아. 남잔데."


지원이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뒤로 넘기다 

단발이란 사실을 깨닫고 울적한 얼굴을 했다.


"또 PC방이야? 좀 생산적으로 놀자. 어? 술을 마시든, 당구를 치든, 하다못해 보드게임을 하든."

"그게 다 그거같은데..."

"몰라. 군대 가는 게 너지 나냐? 너 하고 싶은 거 골라. 밖에 있을 때 하고 싶은 거 해야지."


"으어...."


입대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지원이는 눈을 축 깔고 세상에서 가장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쪽 세상에서는 여자들의 표정이 조금 더 다채로운 것 같았다.


"...술이나 마실란다."


백번 이해할 수 있는 대답. 


"그럼 칵테일바 여기 있던데 거기나 가자."

"에이, 무슨 칵테일바야? 상여자는 소주지."

"됐네요. 지원 씨, 내가 사줄테니까 주는 대로 먹어."


눈이 동그래진 지원이.


"좀 미안한데."


나는 어깨를 몇 번 두드려주었다.


"됐어. 오빠가 사줄게."


무제한 칵테일 바는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지원이는 신기하다는 듯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바에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 한구석에는 당구대. 은은한 조명.


"너는 이런 데 자주 와? 익숙해 보인다. 인싸라 그런가."

"인싸는 무슨."

"야. 맨날 사람들 만나는데 인싸지."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는 술 사주겠다는 여자들이 많더라고. 너처럼. 


"넌 좋은 줄 알아. 나한테 술 얻어먹고."

"잘났다 시발. "

"뭐래 이 병신년이."


욕을 했지만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킥킥댔다.

내가 지원이를 편한 친구로 인식하는 것 만큼이나, 지원이도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첫 잔이 나오자마자 우리는 이런저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하...대한민국 개좆같다 진짜. 군대 이거 뭔데 진짜로?"

"그러게나 말이다. 괜히 미안하네."

"니가 왜 미안해. 여자로 태어난 게 죄지."


꽤 미인 축에 속하는 지원이는 

억울하다는 듯 잔을 힘껏 들이키고는 켈록댔고


나는 괜시리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 전생에 그대로 있었으면 우리 처지가 바뀌어 있었겠지. 

지원이를 위로하기 위해 애써 말을 건넸다.


"그래도 요새 군대는 많이 편하다더라."

"야. 이 씨발. 니가 그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 않냐?"


그렇지만 지원이는 괜히 울컥했는지 얼굴을 찌푸렸고


"아니...음. 미안. 기분을 좀 낫게 해주려고 그랬어."

"에휴. 아냐. 내가 무슨 사내애같았다. 쪼잔하게."


도로 술잔을 마저 들이키는 이지원.

허세에 찼다면 허세에 찬 행동이지만

목을 꿀꺽대는 소리는 꽤나 거칠면서도 관능적으로 들렸다. 


"아씨...벌써 어지러워. 이게 취한 건가?"

"그거 취하는 거 맞아. 좀 천천히 마셔."

"처음엔 신기해도 엄청 맛있던데."

"레이디- 아니. 젠틀맨 킬러 칵테일이라고. 도수는 높은데 맛이 잘 안 나고 달콤한 그런 칵테일이라 그래."

"헤에..."


지원이는 벌써 기분좋게 취기가 돌기 시작했는지 내 말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조금 더 약한 둘째 잔. 또 셋째 잔. 넷째 잔.

잔을 비우며 온갖 이야기가 오갔다.


"이런 데서 일하는 것도 힘들어. 나 요새 카페 알바하는데 무슨 아줌마가 번호 따더라."

"미쳤네. 진상이네."

"그니까 공부해. 나처럼 알바하지 말고. 너 장학금 탔다며. 좋겠다."

"하...근데 군대에서 2년 있으면 머리 녹슬잖아. 그거 때문에 걱정돼서 미치겠어."

"1년 반 아냐?"

"공군이라 1년 9개월. 1년 9개월이나 2년이나."

"힘내라 진짜로."

"진짜 너니까 하는 말인데, 여자만 군대가는 게 너무 옛날식 여성우월주의에 쩔어 있는 거 같지 않냐?"

"그런가?"

"그렇잖아. 나 아는 복학생 언니 있는데. 원래 여자면 자기 애는 낳을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무슨 스파르타도 아니고."

"아. 나 그 누나 알 거 같다. 그 이쁜 사람? 머리 길고? 학생회?"


엄청 청순하게 생겼는데 말이나 행동은 마초같은 모습이 인상깊었지. 


"야. 박승민. 정신차려. 그 언니 소문 몰라?"


그렇지만 지원이는 심각한 얼굴로 내 앞에 손을 저었다.


"남자들 앞에서 스윗한 척 하는 인간들이 제일 문제라고. 

그 언니 진짜 그...음. 안 좋아. 새내기들 먹버하고. 바람피고. 너 진짜 조심해라."


나는 알았다고 피식대고는 마지막으로 잔을 부딪쳤다.

지원이는 그 누나를 질투하면서도 조금은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자기가 군대 간 사이, 내가 그 누나 밑에 깔려서 헐떡이는 장면을 상상하기라도 했는지도. 


너나할 것 없이 얼굴이 살짝 빨개진 우리는 

혀가 살짝 꼬일 때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 조금은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싶었다. 


"야. 노래방 갈래? 바람도 쐴 겸."

"좋아."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칵테일 바에서 수다에 보드게임까지 하느라 어느 새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밖을 나오자 시원한 밤거리의 바람이 몸을 감쌌고

코인노래방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들어가자 무인 키오스크만이 우리를 반겼다.


나는 피곤해 벽에 살짝 기댔다가

지원이랑 번갈아가며 몇 곡을 불렀다.

나름 취해서 신나게도, 감정을 섞어 부르기도 하는 이지원.

마이크를 잡은 모습이 노래방 조명에 반짝거려 꽤나 예쁘게만 느껴졌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지원이가 마지막으로 번호를 눌렀다. 화면에 뜬 번호는 1999번. 


이등병의 편지.


묘한 얼굴로 앉아 올려다보자 지원이는 피식 웃고서

반주가 나오는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익숙한 기타음이 지나가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집 떠나와. 여을~~~~차 타고. 훈련 소--로 가는 날."


옛날로 보이는 화면 안에는 젊은 여자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부모님께- 큰절 하고. 대문 밖----을 나아설 때."


지원이의 목소리가 깊고 구구절절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눈물이 섞인 것처럼.

그럴 만도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다른 마이크를 잡고 듀엣으로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가슴 속에- 무---엇 인가. 아쉬 움---이 남--- 지만."


지원이는 내 쪽을 돌아보고서 다음 대목을 따라 불렀다.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우리는 마저 3절까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원이는 목이 메어 끝부분을 부르지 못했고


노래가 끝나자 잦아가는 반주만이 작게 방을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눈물이 살짝 맺힌 얼굴만이.


지원이는 새하얀 검지손가락으로 눈끝을 훔치고 말했다.


"야. 너 이 노래 되게 잘한다."

"니가 더 잘하네."

"아니. 남자들은 음...부르기 힘들지 않나. 근데 엄청 감정이 확 섞여있었어서. 진짜 군대 갈 사람처럼."


'정작 군대 가는 사람은 난데'. 하고 덧붙인 지원이에게 나는 살짝 슬픈 미소만을 지어보였다.


지원이는 그런 나를 묘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시선은 아까 뚫어지게 쳐다보던 내 허벅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빛나던 노래방 조명이 꺼지자

복도의 은은한 불빛만이 어둡게 비추는 하얀 피부. 

모른 척 다리를 꼬자 눈알이 움직이는 걸, 취한 척 머리를 짚어 모른 척 했다.


저녁 내 억눌러서 참고 참았던 감정이 폭발해 버린 건지,

우물쭈물하면서도,

마지막 노래를 불렀으면서도 이 방에서 나가기 싫다는 마음.


"승민아."

"왜?"


지원이는 한참이나 눈알을 굴리다 

낮은 목소리로 힘껏 내뱉었다.



"나....한 번만 대주면 안 되냐?"



숨이 막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자기도 모르게 복받쳐 나온 말인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지원이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아까까지는 활발했지만 지금은 초라해만 보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풋...푸하핫."


지원이는 힘껏 손을 내저었다. 


"아아아아아아 아냐. 진짜. 나 술취해서 말실수했어. 나가자 우리. 미안."


단발머리 여자애는 정말 취해 있었는지, 비틀거리며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야. 너는 친구한테 그런 말을 하냐?"

"아 미안하다고 진짜! 술취해서 실수할 수도 있지!"

 

구시렁거리는 어깨를 붙잡고는

노래방 의자에 먼저 주저앉았다.


"야. 너 아다지."


지원이는 말 대신 들리지 않는 것처럼 몸을 굳히기만 했고

그런 여자애를 억지로 돌려 이쪽을 바라보게 했다.


패딩을 벗어 반바지에 셔츠만을 걸친 내가 위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지원이에게 어떻게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둑한 가운데 숨이 조금 씩씩해지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맞네 이거. 친구한테 그런 부탁할 정도면 어지간히-"

"아니거든! 남친 있었거든! 고딩 때!"


허겁지겁한 대답에

일부러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했다.


"아 진짜? 난 아단데."


숨이 헉 하고 멎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우고

아무 말 없이 몸을 천천히 의자 위에 뉘였다.

지원이는 자기도 모르게 내 위에 올라오게 되었다.


"...진짜?"


나는 대답 대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실제로 부끄럽기도 했다.

남녀역전세상이라고 아무하고나 몸을 섞고 싶지는 않았으니.

그렇지만 뭐-


둘도 없는 친구를 위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입술에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졌다.

지원이는 처음인 티를 내고 입술을 쭉 내밀고서는 내 입술에 부벼댔다.


"하...진짜 처음이야?"

"미친년아. 그런 거 물어보는 건 매너가 아니래."

"미미미. 미안."


누가 봐도 처녀인 반응을 즐기는 건 나였을까,

아니면 지원이 역시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을까?


지원이는 떨리는 손으로 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이미 딱딱해진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너..."


나는 부끄러워서 말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선 뭐, 젖어야 썸이란 말 대신 잘 서야 썸이란 말이 있겠지. 


자기가 리드해야 한다는 강박이라도 있었는지,

지원이는 허겁지겁 치마 가운데서 팬티를 내렸는데

바깥 조명에 이미 진득하게 젖은 모습이 보였다.


누가 누구에게 뭐라 할 처지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귀두 끝에 따스한 감각이 느껴졌다.


숨을 서서히 내쉬자 

지원이의 핑크빛 아다보지가 내 자지를 슬그머니 잡아삼키는 게 느껴졌다.


"아..."


누구의 것인지 모를 짤막한 탄식만이 코인노래방 칸을 메웠다.

부드러운 보짓살, 탄탄한 질벽이 귀두를 긁고, 불알 위쪽까지가 뜨겁게 잡아먹힌 느낌.

금방이라도 싸버릴 것 같은 감각. 


"박승민, 괜찮아? 안 아파?"

"응."


나는 피식 웃었는데, 지원이는 몸을 힘껏 내리고는 키스를 더 퍼부을 뿐이었다.

모습이 애처롭게 보이기라도 한 걸까.


그렇지만 지원이가 몸을 조금씩 움직이자 자극은 꽤나 심대했다.


"하아. 하아. 하아..."


처음 겪는 여체는 달콤하면서도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전신이 기분좋게 몸을 덮치는 감각.

밑에 깔려 있는 압박감이 꽤나 흥분되었다.

손을 뻗어 움켜쥔 가슴은 보드라우면서도 탱글거렸다.


"하...사랑해."


지원이에게는 그 속삭임이 결정타였던 것 같다.

첫경험으로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서

곧장 절정에 빠져 내 위에 엎어져 쌕쌕댔으니.


알코올 냄새가 섞인 숨이 귓가를 거칠게 스쳐지나갔지만 기분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어느 새인가 그녀 안에 좆물을 싸내고 있었다.

결합된 부위가 정액과 애액으로 젖어 치마부터 바지를 조금씩 적셨다.


지원이는 미끄덩거리며 몸을 일으켰고

엉거주춤하게 나가서는 잽싸게 휴지를 몇 장 뜯어 

조심스레 내 자지를 닦아주었다.


편하게 누워 아래를 쳐다보았다.

무릎을 꿇은 여자애가 내 자지를 보물이라도 되는 것마냥 닦는 모습은 꽤나 색달랐다.


물론 아마도 그녀 역시 방금 아다를 뗀 자지를 닦으며 온갖 생각을 다 했겠지.


어색해진 분위기에서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차가워진 새벽 공기가 상쾌하게만 느껴졌다.


"...자고 갈래?"

"미안. 나 통금 있어."


그녀의 권유에 나는 그렇게 거절했다.


"대신-"


풀죽은 지원이에게 가벼운 키스와 함께 한 마디를 덧붙였다.



"훈련소 끝나면 전화해. 면회 갈게."


지원이가 그렇게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지원이는 내 팔짱을 꼭 끼고서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마지막으로 깊게 포옹하고는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내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은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봄밤의 일이었다.







이번 연휴에 꿀꿀했지만 단편이라도 힘내서 여러개 써보고 싶었는데


사촌여동생한테 몸 대주는 사촌오빠 vs 군대가는 여사친한테 대준 썰 고민하다 이거로 정함

조금 더 야하게 쓸걸 그랬다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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