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1 욕망: 모든 것을 구원하려는 [욕망]

환영의 별하늘에 한 소녀가 괴이한 거울 앞에 누워 있다.

마녀 : (거울?)

??? : 거울…… 위험……


소녀는 거울을 힐끗 쳐다보고는 최면에 걸린 듯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교활한 목소리 : 그래, 그렇게, 내가 잘 볼 수 있게.


거울 속에 두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돌기둥에 묶여 있는 보라색 그림자와 그 그림자를 구하기 위해 돌기둥을 향해 기어가고 있는 붉은 그림자.

??? : 안 돼…… 거울에…… 가까이……


소녀가 한눈을 판 사이 장면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수백 마리의 마물이 돌기둥을 타고 보라색 그림자를 향해 기어올랐고, 붉은 그림자는 두 팔을 벌려 마물을 막아섰다.

마녀 : 영혼 화살!


화살이 거울을 관통했고, 돌기둥을 기어오르던 마물이 반쯤 사라졌다. 하지만 금세 새로운 마물이 그 빈틈을 채웠고, 뒤이어 소녀가 결연히 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교활한 목소리 : 꼬마야…… 이리로 오너라……

마녀 : (거울 속…… 누가 날 부르는 거지?)


거울 깊은 곳의 욕망이 소녀가 맞서 싸우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마녀 : 이런!


소녀가 한눈을 판 사이, 마물이 더욱더 거세게 붉은 그림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붉은 그림자 : 다가갈…… 생각 마라……

마녀 : 조심해!


소녀는 시공의 문을 소환해 많은 마물들을 빨아들였다.


소녀가 붉은 그림자를 안아 일으켰다.

마녀 : 괜찮아?


붉은 그림자 소녀가 천천히 눈을 떳다.

붉은 그림자 : ……

마녀 : 드디어 깼구나. 여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붉은 그림자 : 그녀를…… 구해……


붉은 그림자가 돌기둥을 가리키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소녀가 돌기둥 쪽을 쳐다보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품 안에 있던 붉은 그림자의 주위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기운이 흩어지며 그녀의 몸 중앙에서 기이한 구멍 하나가 서서히 나타났다.

마녀 : (검은 기운을 뿜는 구멍? 마물이 만든 것 같진 않은데…… 혹시……)


소녀가 자세히 보기도 전에, 붉은 그림자가 대량의 검은 기운으로 변했다.

??? : 어서 떨어져요!


소녀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검은 기운이 돌기둥을 향해 몰려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는 돌기둥 아래로 다시 마물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 더 이상 다가가지 마세요!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갑자기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마녀 : 누구지? 난 구하러 가야겠어, 이르민술의 비극이 다시 일어나도록 놔둘 순 없으니까.


소녀는 말을 마치고는 마물을 물리치러 뛰어갔다.

이때, 눈부신 한줄기의 밝은 빛이 소녀를 거울에서 튕겨냈다. 그러자 별이 가득한 하늘에 두 번째 거울이 떠올랐다.

모든 것을 구원하려는 [욕망]



S1-2 탐식: 구원 이전의 [탐식]

두 번째 거울 앞, 소녀가 머릿속의 목소리와 대화하고 있다.

??? : 거울에 더이상 다가가지 마세요……

마녀 : 너는 누구야? 여기는 어디지?

??? : 저는…… 검은 기운이 이미 당신의 몸에 파고들어 갔어요…… 이젠…… 억제……


그러나, 머릿속의 목소리가 중요한 정보를 말하려고 할 때마다 목소리가 묘하게 뒤틀렸다.

마녀 : (소리가 잘 안 들려……. 몸에 파고들었다고?)

??? : 이 방법 밖에……


머릿속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잠시 후 하늘에서 갑자기 노란색 물체 하나가 떨어졌다.

마녀 : 이건 뭐지?


소녀가 눈앞에 있는 '별'을 주워들자 소녀 뒤로 검은 기운이 계속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별'이 검은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모두 흡수하자 빛이 사라졌다.

마녀 : 별들이 검은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는 걸 나한테 알려주려 했던 거야?

??? : 네……

마녀 : (별을 더 많이 모아야겠어.)


소녀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거울에 갑자기 어떤 장면이 나타났다.

온통 새카만 늪 속에서 머리만 늪 위로 드러낸 채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붉은 그림자……

??? : 위험해요, 가지 마세요! 기다리세요…… 별을…… 소환……

마녀 : 늦어!


소녀는 마법 지팡이를 꽉 움켜쥐고 의연하게 다시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 : (지금이라도 얼른 별을 소환해야겠어.)


갑자기 거울 속 깊은 곳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소녀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마녀 : 이대로는 안 되겠어!


거대한 에너지는 소녀의 온몸을 파고들어 극심한 통증을 주었고, 소녀는 비틀거리며 마법 지팡이로 몸을 지탱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늪의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녀 : (가까이 다가갈수록, 에너지가 몸속으로 더 빨리 파고들고 있어, 그렇다면……)


소녀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거대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며 마법이 펼쳐졌다.

마녀 : 이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어……


드디어 소녀가 붉은 그림자 옆에 이르게 되었다. 마법 지팡이를 막 내밀려고 하는 찰나, 붉은 그림자의 몸이 갑자기 흩어졌다. 뒤이어 수많은 가면이 나타났고, 가면들은 징그러운 웃음소리를 내며 시뻘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소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녀 : 이곳은 에너지가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야.


늪이 점차 사라지고 붉은 그림자가 나타나자 소녀는 서둘러 뛰어갔다.

마녀 : 이건…… 용뿔과 꼬리?

붉은 그림자 : 언……언니……


소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사라졌던 늪이 다시 나타나면서 검은 기운으로 변해 소녀의 몸 안으로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그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에 못 이겨 소녀는 땅에 고통스럽게 쓰러지고 말았다.

붉은 그림자 : 언……! 언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붉은 그림자가 부드러운 빛으로 변해 사라졌고 소녀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소녀의 내면……

교활한 목소리 : 이 정도의 에너지도 감당을 못해? 이전에도 많은 에너지를 흡수했었을 텐데?

마녀 : 그건…… 구원을…… 위해서……


말이 끝나자마자 소녀는 기절했다. 이때 갑자기 거울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소녀 몸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쏟아져 내려 검은 기운을 흡수했다.

교활한 목소리 : 운 좋은 줄 알아라!

??? : 휴…… 겨우 따라잡았네…… 무슨 고집이신지……얼른 이곳을 떠나야겠어!


별이 소녀를 감싸 안고 두 번째 거울을 떠났다.

구원 이전의 [탐식]



S1-3 유혹: 거울 속 환영의 [유혹]

세번째 거울 앞, 소녀는 별에 둘러싸여 있고 그 옆에는 붉은 그림자가 앉아 있다.

엘라 : 언니, 구해줘서 고마워!


붉은 그림자의 이름은 엘라였고 문테니아에서 왔으며, 친구인 메타모포스, 녹투르나와 함께 크로노 타워 근처에 가서 놀기로 했다고 한다. 크로노 타워란 말에 소녀는 의아해했다.

엘라 : 맞아, 크로노 타워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런데 그 근처에서 길을 잃었었지 뭐야. 어렵게 메타모포스를 만났는데……


메타모포스의 얘기가 나오자 엘라는 갑자기 우앙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엘라 : 메타모포스는…… 흐윽……


소녀는 엘라가 계속 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다독였다.

엘라 : 메타모포스는 만났지만 녹투르나는 아직 못 만났어. 우리가 크로노 타워 근처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녹투르나는 오지 않았지.

엘라 : 그래서 크로노 타워 주변을 맴돌면서 며칠을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어…… 바로 그때, 머릿속에서 말소리가 끊기면서 들려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에 와 있었던 거야.

마녀 : 나도 그렇게 갑자기 여기로 온 거야.

엘라 : 그런데 메타모포스랑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이 거울들이 없었어.

마녀 : 거울이 없었다고?

엘라 : 정말이야! 발아래에 있는 테이블 외엔 아무것도 없었어. 시간이 좀 지나니까 갑자기 수많은 검은색 마물이 쏟아져 나와서 이 몸을 둘러쌌고.

마녀 : 저 마물들은 너를 막을 수 없지 않나?

엘라 : 언니는 정말 대단하네. 엘라는 용으로 변할 수 있어!

마녀 : 그럼 왜 용으로 변하지 않았어?

엘라 : 당연히 바로 힘을 써보려 했었지…… 그런데, 어떤 힘이 능력을 방해하고 있어서 아주 기초적인 마법밖에 쓰지 못했어.

엘라 : 힘도 못 쓰는 데다가 마물의 수가 너무 많아서 나랑 메타모포스는 감당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메타모포스가…… 흑흑……

마녀 : 메타모포스가 저 사람이야?

엘라 : 아!


멀지 않은 곳에 놓인 세 번째 거울, 수많은 줄이 달린 꼭두각시 인형이 줄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보라색 그림자를 둘러쌌고, 그 보라색 그림자는 한 남자아이를 자신의 뒤에 있는 검은 기운 속으로 유혹하고 있었다.

엘라 : 메타모포스야!


엘라가 다급하게 거울 속으로 뛰어들려고 하자 머릿속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 잠깐만요!…… 이걸…… 가지고 가요, 안 그러면 침식당할 거예요!


하지만, 소녀는 이미 세 번째 거울 안으로 발을 내디딘 뒤였다.

마녀 : 엘라는 어디 갔지?


먼저 이 세계로 들어온 엘라는 종적을 감추었고 꼭두각시 인형들은 소녀를 발견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꼭두각시 : 우리 좀 살려주세요, 더는 춤을 추고 싶지 않아요! 제발 부탁드려요. 줄을 끊어주세요. 손과 발에 감각이 없어요!

마녀 : (이건……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인가? 이런 세계는……)


소녀가 마법 지팡이를 난폭하게 휘두르자 무수히 많은 영혼 화살이 인형을 조종하는 줄을 향해 날아가 끊었다. 하지만, 그 끊어진 줄들이 조용히 자신의 몸을 휘감고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고, 곧이어 소녀의 마음속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모성애가 가득 찬 : 나의 아가야, 너는 이미 충분히 노력했단다. 이제 그만해도 돼. 아무도 너를 탓하지 않아.


소리를 들은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동작을 멈추고 그 소리에 빠져들었다.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눈물 한 방울이 천천히 떨어졌다.

쿠와아아!

소녀의 몸이 줄에 완전히 꽁꽁 묶일 즈음 용의 포효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지며 소녀를 깨웠다.

내면세계의 소리와 몸에 감겨 있던 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녀 : 안 돼, 여기서 당할수 없어!

마녀 : (방금 소리는…… 엘라인가?)


줄이 사라지면서 요염한 마물 한 마리가 나타났다.

마법 지팡이를 한 번 더 휘두르니 영혼 화살이 빛을 발하며 마물을 향해 날아갔다.


소녀의 노력 끝에 마물은 제거되었고, 끊임없이 춤을 추던 인형도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자 보라색 그림자와 남자아이의 그림자가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났다.

마녀 : 내가 지금 바로 줄을 끊어줄게……


소녀는 보라색 그림자 앞에 다가가 몸에 있는 줄을 자르자, 익숙한 검은 기운이 다시 붉은 그림자 등 뒤에서 나타나 커다란 그물망 모양으로 소녀를 향해 덮쳤다.

마녀 : 줄만 끊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남자아이 : 녀석들의…… 방해를 받지 마……

마녀 : 저 남자아이인가?

남자아이 : 눈앞의 환영은 결국 사라질 것……


거울이 깨지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녀 : (왠지 이번엔 목소리가 좀 다른 것 같은데?)


소녀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바라보았다.

마녀 : 이건?


거대한 별 하나가 소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는데, 별의 중심에 엘라가 있었다.

거울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반짝거리는 별빛이 검은 기운을 몰아냈다……

엘라 : 언니, 이 몸이 도우러 왔어!


남자아이의 그림자가 별빛에 닿자 급격하게 변했고, 보라색 그림자의 모습으로 변한 뒤 사라졌다.

검은 기운이 걷어지면 반드시 여명이 밝아올 것이다.

거울 속 환영의 [유혹]



S1-4 이벤토리즌: 천만 분신의 [이벤토리즌]

네 번째 거울 앞, 검은 옷을 입은 소녀의 형체가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마녀 : 너는?


소녀는 살짝 놀란 듯 눈앞의 검은 옷을 입은 소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검은 옷을 입은 소녀는 화가 나서 입을 뽀로통하게 내밀었다.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아, 진짜, 제 목소리를 그렇게 많이 들었으면서도 제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더군요.

마녀 : 상황이 워낙 급해서, 넌…… 실체가 없는 거야?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당분간은 그럴 거예요. 하지만, 당신들이 거울의 세계를 깨부숴줘서 봉인이 좀 느슨해졌어요. 덕분에 저는 영체의 형태로 나마 나타날 수 있었구요. 또, 당신들이 거울에 들어갔을 때 제가 살짝 개입해서 엘라를 제 본체 곁으로 보냈답니다.

엘라 : 맞아! 언니, 바로 이 언니가 이 몸보고 별을 이용해 언니를 도와주라고 했어!

마녀 : 별?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바로 그 각진 돌처럼 생긴 물체 말이에요. 그것이 검은 기운을 흡수할 수 있거든요.


검은 옷을 입은 소녀는 멈칫했다.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하지만, 지금 봉인이 느슨해진 상태로는 제 영체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녀 : 그럼 거울을 계속 깨부수면 되잖아.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그렇긴 하지만, 저는 거울을 계속 깨는 걸 권하고 싶지 않아요. 아니면, 제가 별을 충분히 소환한 후에 깨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마녀 : 왜?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그건, 여기에 있는 마물들이 당신을 차지하려고 해서에요. 검은 기운에 자주 노출되면 그것들에게 몸을 빼앗기게 될 거예요. 당신도 몸의 변화를 느꼈을 텐데요.

마녀 : ……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검은…… 기운을…… 멀리……


이때, 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목소리는 다시 끊어져 들리기 시작했다.

엘라 : 엥? 뭐라고? 잘 안 들려.

마녀 : 시간이 다 됐나 봐. 다음 거울로 가자. 친구 구하러 가야지.

엘라 : 그런데…… 언니 몸이……

마녀 : 난 괜찮아.


그러나 소녀의 왼쪽 팔은 이미 떨리기 시작했다.

네 번째 거울에는 보라색 가면을 쓴 소녀가 마치 두 사람을 기다린 듯 허공에 서 있었다.

엘라 : 메타모포스다!

마녀 : 가자.


두 사람이 막 거울에 발을 들여놓을 때, 보라색 그림자가 손짓을 하니 수많은 가면이 두 사람을 향해 몰려왔다.

마녀 : 조심해!


영혼 화살을 쏘아 날아오는 가면들을 산산조각 냈다.

엘라 : 야! 메타모포스, 빨리 멈춰!


공격이 효과가 없어 보이자 보라색 그림자는 가면으로 자신을 감쌌고, 검은 기운이 퍼지면서 거대한 마물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그림자 속에서 수많은 영혼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마녀 : 이렇게 많은 영혼을 흡수하다니…… 용서 못 해!

엘라 : 언니, 도와줄게!


마녀 : 이 정도면…… 됐겠지……

엘라 : 언니!


이때, 사라졌던 마물의 검은 기운이 괴상한 가면으로 변신해 소녀의 얼굴을 덮쳤고 소녀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교활한 목소리 : 어떠냐? 이것이 바로 네가 들어본 적 없는 영혼의 소리다. 저 녀석들은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거지.


소녀는 자신이 오랫동안 검은 기운에 노출되어 있었기에 몸 안은 이미 검은 기운에 침식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녀 : ……너였구나!

교활한 목소리 : 준비가 다 되었으니, 이제 우리 둘이 하나로 합쳐질 시간이다!


검은 기운이 계속 소녀의 몸을 파고들면서, 소녀는 머리카락이 점점 새카맣게 변했고 눈에서는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붉은빛을 발산하며, 온몸으로 강한 에너지를 분출했다.

마녀 : 안 돼……!

엘라 : 너무 강한 에너지야, 앞으로 갈 수가 없어! 영혼의 힘이 이렇게 강할 수가, 메타모포스가 있었더라면……

감정이 없는 목소리 : 나 여기 있어……


흰옷을 입은 소녀가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엘라 : 메타모포스야!

메타모포스 : 일단 흥분하지 말고 사람부터 구하자. 정말 말도 안 되는 영혼의 흐름이야, 좀 골치 아프겠는데……

메타모포스 : 엘라, 마력을 내게 나눠줘. 나 혼자서는 이 소녀를 구할 수 없어.

엘라 : 알았어!


보랏빛 마력이 조금씩 흘러들어 소녀의 몸속을 휘저으며 검은 기운을 몰아냈다.

메타모포스 : 정신을 집중해, 내가 네 영혼의 분노를 잠재워줄게. 내 마력의 흐름에 따라 네 마력을 움직여서 저것들을 제압시켜야 해.

교활한 목소리 : 하하, 예전의 너였더라면 두려웠겠지만.

교활한 목소리 : 지금의 넌, 어림도 없지!

메타모포스 : 영혼의 흐름이 더욱 강해졌어. 내 힘이 약해지지 않았더라면……


소녀의 몸 안에서는 두 그림자가 끊임없이 부딪쳤고, 결국 소녀의 그림자가 날려가고 말았다.

교활한 목소리 : 넌 왜 아직도 버티는 거지? 자아도 없으면서 아직도 고집부리는 건가?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꿋꿋이 일어섰다.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가라, 별 이여……


바로 그때, 온 세상에 검은 옷을 입은 소녀의 주문 소리가 울려 퍼졌고, 빛나는 거대한 별 무리가 하늘에서 쏟아졌다.

교활한 목소리 : 아니, 또 그 녀석의 별이냐!

엘라 : 앗…… 언니의 별이다. 메타모포스, 조심해!

메타모포스 : 응? 별?


별이 마녀의 곁을 세차게 내리치며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검은 기운에 별빛이 닿자 얼음처럼 녹아내렸다.

메타모포스 : 엘라, 빨리 별을 모아서 검은 기운을 몰아내.

엘라 : 어디 계속해봐라! 마물아!


별빛과 함께 소녀 몸에 가득 차있던 검은 기운이 점차 사라졌다.

교활한 목소리 : 젠장…… 이렇게 좋은 그릇을 놓칠 순 없지! 최후의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겠어! 내가 마녀의 몸 안에 있다는 걸 숨기고……


몸 안에 있던 검은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자 소녀는 깨어났다.

마녀 : 다들 고마워…….

엘라 : 언니, 깨어났어? 메타모포스, 저 검은 기운들은 대체 뭐야?

메타모포스 :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저건 다른 사람의 몸을 뺏을 수 있어. 아 맞다, 이 거울들은 뭐지?

엘라 : 음…… 거울마다 안에 다른 세계가 있고, 그 위에 거울 속의 장면이 나타나!

메타모포스 : 저 기이한 소용돌이도?

교활한 목소리 : 너희들이랑 소꿉놀이를 해줄 시간은 없다. 난 최후의 제단으로 가야 하니까.


소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다시 뿜어져 나와 재빠르게 다섯 번째 거울로 날아갔다.

두 사람은 막으려 했지만 아무리 공격해도 막을 수가 없었고, 소녀가 탐식 당하는 걸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엘라 : 어떡해, 언니가…… 이 몸이 힘이 좀 더 강했으면 좋았을 텐데.

메타모포스 : 거울 속에 장면이 나타난다고? 내가 확인해볼게.

엘라 : 흑흑…… 언니……

하지만 저기엔……

천만 분신의 [이벤토리즌]



S1-5 나태: 멈춰진 [나태]

엘라 : 녹투르나!

메타모포스 : 못 찾겠어, 우리 그냥 들어갈까?

엘라 : 잠깐만, 검은 옷을 입은 언니한테 별을 좀 더 달라고 할게!

메타모포스 : 언니?

엘라 : 응, 이 몸한테 별을 줬던 언니야, 지금 별이 얼마 없거든……


그러나 엘라가 아무리 불러도 검은 옷을 입은 소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엘라 : 우리 그냥 들어가자!


그렇게 두 사람은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엘라 : 여긴 왜 길이 하나밖에 없지?

메타모포스 : 일단 이 길을 따라 가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잠시 후

엘라 : 너무 힘들어! 이 길은 끝이 없는 거야? 더는 못 가, 이미 앞도 잘 보이질 않고, 너무 지쳤고, 배도 고프고……

메타모포스 : 나도 그래……

엘라 : 메타모포스, 잠들면 안 돼! 메타모포스……

메타모포스 : 엘라, 너, 정말 귀찮아……

엘라 : 벌써 잠들었어? 이 몸도 자야겠어, 잘자……


꿈속에서 엘라와 메타모포스는 즐겁게 식사를 하는데.

그때, 두 소녀의 등 뒤에서 진흙 두 덩어리가 꿈틀대며 나타났다.

진흙 마물 : 저 만족스러워하는 미소 좀 봐, 살려면 이렇게 살아야지. 이제 내가 너희들의 힘을 잘 누려 주마.


위급한 순간, 엘라의 주머니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진흙 마물 : 이런! 별이다!


진흙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뒤이어 두 사람은 천천히 깼고, 여전히 배는 고팠지만, 몸에 피로는 가신 듯했다.

엘라 : 엥? 별이 왜 빛나지?

메타모포스 : 엘라, 빨리 별을 꺼내.


엘라가 별을 꺼내자, 빛이 비치면서 한 갈래의 길이 서서히 나타났다.

엘라 : 이건…… 언니가 길을 알려주는 건가? 우리 가보자.

메타모포스 : 그동안 별이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줬으니까, 한번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엘라 : 좋아!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두 사람은 별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눈앞엔 호수가 펼쳐졌고, 밤하늘엔 옅은 노란색의 초승달이 매혹적인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달빛 아래에 음식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한 익숙한 그림자가 벤치에 누워 있었다.

엘라 : 녹투르나다!

메타모포스 : 녹투르나는 어딜 가도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것 같아.


두 사람이 온 것을 보고 녹투르나는 느긋하게 인사를 했다.

녹투르나 : 너희 둘, 나의 달빛 만찬에 온 걸 환영해. 유달리 달빛이 아름다운 밤이야.

메타모포스 : 네가 변하는 달은 매번 똑같지 않아?

엘라 : 녹투르나, 우리가 전에 크로노 타워 근처에 놀러 가자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왜 안 왔어?

녹투르나 : 그야 여기가 너무 좋으니까! 맛있는 음식과 술이 무궁무진하게 많아.

녹투르나 : 게다가 시간도 아주 느리게 흐르잖아? 오랫동안 게으름을 피워도 시간이 조금밖에 안 지나니까, 그야말로 낙원이야!

메타모포스 : 엘라, 봐봐, 녹투르나 등에 뭐가 있지 않아?

엘라 : 진흙 같은 게 있어.

메타모포스 : 매번 네가 우리 둘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줬잖아. 이번에는 우리가 사는 건 어때?

녹투르나 : 좋아, 너희들이 뭘 사줄 건데?

엘라 : 당연히 이거지! 가라, 엘라표 특제 별 파이!

메타모포스 : 엘라표…… 특제…… 별 파이?

녹투르나 : 오!…… 괜찮아 보이는걸!

진흙 마물 : 아…… 또 별이야?!

메타모포스 : 감히 우리를 가지고 놀아? 간덩이가 부었구나!

엘라 : 순순히 놓아주진 않을 거야.

녹투르나 : 싫어, 녀석을 쫓아내지 마! 그러면 게으름 피우지 못한단 말이야, 정말 귀찮게 구네!

엘라 : 엥? 네가 게으름 피지 못하게, 우리더러 감시하라고 했잖아?


던져진 별이 눈부시게 빛나더니 익숙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라 : 엥? 이 몸도 이제 별을 소환 할 수 있게 된 건가?

메타모포스 : 녹투르나, 지금 이 쩌적거리는 소리를 들어봐.

메타모포스 : 거울은 곧 깨질 거고, 휴가도 곧 끝이야.

엘라 : 같이 놀러 가자~ 녹투르나! 다음 거울에서 다시 만나!

녹투르나 : 안 돼…… 나의 달빛 연회는 어쩌고!


흡혈귀 소녀의 모습은 검은 기운으로 변한 뒤 사라졌다.

엘라 : 그다음은?

메타모포스 : 저 녀석에게 벌을 줘야지.

진흙 마물 : 너희들, 다가오지마!

엘라 : 헤헤, 그건 안 되겠는네, 가라, 별이여!


거울 세계가 파괴되자, 진흙은 갈라진 틈으로 빠져나갔다.

메타모포스 : 엘라, 빨리 멈춰. 별을 너무 많이 소환해서 이 세계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엘라 : 이제 마지막 한 방만 남았어!

메타모포스 : 그만해, 지금은 안전이 최우선이야.

메타모포스 : 맞다, 녹투르나가 다음 거울에 나타날 거라고 했지?

엘라 : 맞아, 이곳으로 들어올 때 몸이 에너지 덩어리로 변하고 두 개로 나눠져서 서로 다른 거울에 봉인됐었어.

엘라 : 언니가 거울 두 개를 깨부쉈기에 이 몸이 돌아올 수 있었고.

메타모포스 : 엘라, 거울 세계의 형태가 우리랑 관련이 있는 거 같지 않아?

엘라 : 그런 거 같아, 봉인됐을 때 검은 기운이 한사코 이 몸속으로 파고들려고 했는데, 언니랑 이 별들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어.

메타모포스 : 아니다, 일단 이런 것들은 생각하지 말고, 먼저 저 마물을 쫓아가자.


이때, 별하늘의 깊은 곳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꿇린 자여, 그대는 나의 그릇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졌을 때, 둘은 하나가 되리라.

멈춰진 [나태]



S1-6 분노: 무력함의 [분노]

여섯 번째 거울 속엔 끝없는 화염이 곳곳에서 불타오르고, 붉은 보름달이 하늘에서 기이한 빛을 내고 있었다.

엘라 : 녀석의 속도가 너무 빨라! 용으로 변할 수만 있었으면……


적의 뒤만 쫓아가던 엘라는 붉은 보름달을 보지 못했다.

메타모포스 : 이런! 엘라, 빨리 뒤로 물러서!


메타모포스는 즉시 엘라를 붙잡았다.

엘라 : 엥? 이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날카로운 발톱이 바람을 일구며 쏜살같이 지나갔다.

엘라 : 위험했어!

메타모포스 : 바보야, 하늘을 봐봐!

엘라 : 붉은 보름달이네…… 이런! 녹투르나가……

녹투르나 : 헉…… 헉……


흡혈귀는 이미 폭주하여 두 소녀를 사나운 기세로 덮쳤다.

메타모포스 : 골치 아프게 됐어.

엘라 : 불쌍한 녹투르나, 모처럼 여기서 게으름을 피울 수 있었는데.

엘라 : 결국, 게으름 피우지도 못하고 잡혀 와서 보름달 아래 버려졌으니……

메타모포스 : 내가 보기엔 녹투르나는 그래도 싸, 평소에 게으름 피울 궁리만 하잖아.

엘라 : 그렇다고 우리가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저렇게 계속 폭주하면 녹투르나 몸에 큰 부담이 될 거야.

메타모포스 : 그러면 좋지 않아? 폭주를 많이 하면 녹투르나의 소원대로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있을 수 있잖아.

엘라 : 하여간 메타모포스는 너무 음흉하다니까, 이 몸이 저 달을 쳐 내리는 게 낫겠어! 에잇……


엘라는 마지막 하나의 별을 꺼냈다.

메타모포스 : 엘라, 잠깐만, 조심해!


별이 손에서 떨어지자 거울 속의 화염이 갑자기 폭발하며 화염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그 그림자가 커다란 발톱을 휘두르며 두 소녀를 덮쳤고, 별을 깨부쉈다.

엘라 : 쯧…… 녹투르나 구하기가 쉽지 않겠는데.

메타모포스 : 엘라, 괜찮아? 기운이 생각보다 강한데.

엘라 : 별거 아니야. 다행히 이 몸이 반응이 빨라서!

엘라 : 이 기운이 녹투르나보다 더 난폭한 것 같아! 이제 어떡하지?

메타모포스 : 정말 녹투르나 녀석은 항상 나를 귀찮게 한다니깐.

메타모포스 : 상황이 다 마무리되면 꼭 한마디 해야겠어!

메타모포스 : 날아라, 나비혼.


하지만, 그 그림자는 발톱으로 한 방에 녹투르나를 날려버렸고, 이때 진흙 마물도 다른 마물을 데리고 나타났다.

진흙 마물 : 흐흐…… 이제 너희들이 또 어떻게 날뛰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엘라 : 나쁜! 네가 감히 내 친구한테…… 이 몸이 너를 꼭 산산조각 내버리겠어!

메타모포스 : 엘라, 진정해! 별의 힘 없이, 지금 우리는 이 마물들을 상대할 수 없어.

엘라 : 지금 그런 것 따질 시간이 없어, 핫……


엘라 : 젠장! 왜 저 녀석은 상처를 많이 입을수록 더 강해지지?

메타모포스 : 하…… 하…… 내가 이렇게 빨리 지칠 줄이야.

엘라 : 메타모포스! 빨리 이 몸 뒤로 와! 상처가 너무 심해!

메타모포스 : 아직 너 같은 바보한테 보호받을 정도는 아니야.

메타모포스 : 더구나, 너희들은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잖아!

위엄 있는 목소리 : 너희들은 뒤로 물러나! 가라! 별이여!


강력한 별의 힘이 하늘에서 날아와 마물의 머리를 직격했다.

엘라 : 와! 마물을 물리쳤어!


검은 그림자 하나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온 하늘에 날리는 검은 깃털을 따라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림자는 한 손에는 소녀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거대한 검은 화염을 쥐고 있었다.

위엄 있는 목소리 : 죄업의 화염이여, 속히 응집되어 예리한 칼날로서 이 몸의 적을 참수하라!

엘라 : 정말로 강력한 힘이야! 에? 내 몸 안의 봉인이 풀렸나?

엘라 : 저건 언니?

위엄 있는 목소리 : 이 몸은 명계의 강 통치자 아케론테이다.

아케론테 : 종말의 거울은 이미 파괴되었다. 그대들의 봉인도 마땅히 해제되어야 한다.

아케론테 : 이 자는 지금 위태로우니 속히 이 몸과 함께 거울 마물을 제거해야 한다.


소녀들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본 뒤 자신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메타모포스 : 수많은 영혼이여, 나의 부름에 응하세요!

엘라 : 잠깐, 이 몸이 먼저 별을 한번 소환해볼게! 가라, 엘라표 특제 별 파이~!

엘라 : 다음은…… 이 몸의 혈통이여, 눈을 떠라!


이때, 소녀의 몸 안.

교활한 목소리 : 명계의 강 통치자까지 이곳에 올 줄은……

마녀 : 너무 어두워…… 아무도 없어?

교활한 목소리 : 하지만 당신이 저 여자를 거울 속에서 구해낸다고 해도.


메타모포스 : 이미 늦었어! 하하!

소녀는 자신을 감싸 안으며 약간의 온기라도 찾으려 했다.

아케론테 : 그대의 분노는, 여기까지다!


거대한 화염의 칼날이 마물을 두 동강 냈고,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메타모포스 : 드디어 녀석을 해치웠어!

녹투르나 : 어휴……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겠네.

엘라 : 흑…… 녹투르나! 다신 널 못 보는 줄 알았어……

녹투르나 : 미안해, 엘라.

엘라 : 크로노 타워엔 왜 안 왔어?

녹투르나 : 크로노 타워?

엘라 : 우리 크로노 타워 근처에 놀러 가기로 했잖아??


흰옷을 입은 소녀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엘라 : 메타모포스, 너 왜 웃어?

녹투르나 : 하하! 안 되겠다, 엘라, 헷갈리는 데도 정도가 있어야지.

엘라 : 엥?

메타모포스 : 그때 당시 녹투르나가 가자고 했던 곳은 분명히 루니아 숲이었어.

엘라 : 이럴 수가!

녹투르나 : 너 혹시, 오는 도중에 크로노 타워 근처에 뭐 맛있는 거 있다는 얘길 듣고 헷갈린 것 아니야?

엘라 : 아……!

메타모포스 : 역시, 녹투르나가 나더러 조용히 네 뒤를 따라가라고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

메타모포스 : 루니아 숲으로 가려다 길을 잃어서 크로노 타워로 간 사람이 몇이나 되려나?

메타모포스 : 원래 일찍 나와서 알려주려고 했었는데 길을 잃은 네 모습이 너무 재밌어서 가만히 있었어.

엘라 : 아! 메타모포스, 너 이 나쁜 자식!

메타모포스 : 그래서 녹투르나, 루니아 숲은 재밌었어?

녹투르나 : 재밌지, 아주 재밌는 일이 있었어~ 나중에 말해줄게.

엘라 : 그다음엔?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된 거야?

녹투르나 : 루니아 숲 근처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네가 오지 않으니, 또 길을 잃었을 거라 짐작은 했어.

녹투르나 : 그래서, 문테니아로 가면서, 널 계속 찾았어.

녹투르나 :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이곳으로 잡혀 들어왔는데, 아쉽네, 나는 이곳이 편했거든.

메타모포스 : 이 양심 없는 것 좀 봐. 우리가 아니었으면 너는 지금쯤 검은 기운에 먹혔을걸.

녹투르나 : 그렇게 말하면 창피하지도 않냐! 만약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만월의 죄를 쓰지 않아도 됐잖아? 아직도 온몸이 쑤신다고!

아케론테 : 이건…… 승리의 축배인가.


아케론테는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바로 여자아이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케론테 : 잡담은 여기까지, 그대들이 여기서 계속 시끄럽게 굴면, 이 여자의 생명의 불이 꺼지게 될 것이야.


소녀의 몸에는 검은 기운이 점점 짙어져갔다.

엘라 : 언니……

녹투르나 : 엘라, 걱정하지 마. 저 여자는 괜찮을 거야.


그러고는, 모두가 별을 소녀의 곁에 가득 배치했다. 마치 별들이 달을 떠받드는 것 같았다.

별의 부드러운 빛이 내리비추어지자 소녀 몸 안의 검은 기운이 점차 사라졌고, 표정도 한결 편안해졌다.

뒤이어, 엘라 등 일행은 아케론테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케론테 : 우리들이 이곳에 온 것은 이 세계와 연이 깊어서인 거 같구나. 하지만, 이 몸은 한 번도 속박된 적이 없다.

메타모포스 : 우리는 모두 갇혔었어. 두 개의 대응되는 거울을 깨부순 후에야 풀려나올 수 있었고.

녹투르나 : 확실히 뭔가 이상한 것 같아.

엘라 : 지금 이런 말을 해도 소용없어!

엘라 : 일곱 개의 거울을 모두 깨부쉈는데도 왜 아직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했을까? 언니도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메타모포스 : 그러고 보니, 저 여자가 이번 사건의 핵심인 거 같아.

엘라 : 맞다, 오랫동안 검은 옷을 입은 언니를 못 본 거 같은데. 메타모포스, 혹시 검은 옷을 입은 언니가 아케론테 언니를 소환한 건 아닐까?

메타모포스 : 그럴 수도 있겠다. 아케론테님을 소환하느라 힘을 대량으로 소모했을지도 모르지.

녹투르나 : 아케론테님, 일곱 번째 거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줘. 혹시 어떤 작은 단서를 발견할지도 모르잖아?

아케론테 : 다들 잘 듣거라.

아케론테는 자신이 이곳에서 겪은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무력함의 [분노]



S1-7 오만: 독선적인 [오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 일곱 번째 거울 안……

아케론테 : 여기에 영혼의 기운이 없는 걸 보니 명계의 강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이 몸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이때 멀리서 소녀의 비명이 들려왔다.

마녀 : 아…… 싫어, 가까이 오지 마!

아케론테 : 소녀의 목소리?


아케론테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날아가 봤더니 커다란 제단이 눈앞에 펼쳐졌고, 소녀가 제단의 중앙에 갇혀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었다.

아케론테 : 이토록 강력하고도 악한 에너지라니!

마녀 :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어! 앗!!


갑자기 주변에서 엄청난 양의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미친 듯이 소녀의 몸을 파고들었다.

아케론테 : 이 검은 기운은 몽마인가? 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식견이 넓은 그녀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소녀가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았다.

마녀 : 등…… 뒤에……!

아케론테 : 등 뒤? 그대 몸에 어떻게 이렇게 큰 구멍이 있지? 중간에 이 고리는……

아케론테 : 그런 건가, 미지의 악령이여, 이 몸을 보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겐가?

교활한 목소리 : 가장 어두운 땅의 통치자, 당신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교활한 목소리 : 당신이 이곳에 온 것은 의외였어. 당장, 다시 돌아가거라.

아케론테 : 네 말투를 조심하라, 여태 이 몸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자는 없었다.

교활한 목소리 : 그렇다면, 기어코 이 일을 간섭하겠다는 건가?

아케론테 : 이 몸은 간섭할뿐더러, 그대와 같은 악령을 명계의 강으로 한 번 초대하려고 한다.

아케론테 : 누가 이 몸을 가장 어두운 땅의 통치자라고 하느냐!

교활한 목소리 : 내가 예의를 갖춘 건 당신이 한 지역의 통치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리 분멸을 못 할 줄이야.

아케론테 : 왜지? 혹시 이 몸이 무서운 건 아니고?

교활한 목소리 : 내가 당신을? 당신도 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하구나. 내 힘을 보여 줘야겠어!

아케론테 : 힘? 타인의 힘을 빼앗아 잘난척하는 그대에게도 힘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교활한 목소리 : 흥, 긴말 필요 없어! 시공의 문!


방대한 마력이 아케론테 주변의 지면을 거의 다 파괴하다시피 만들었다.

아케론테 : 시공 마법? 정체가 뭐냐?

소녀의 목소리? : 저 녀석은 이제 얼마 못 버틸 거예요, 어서 여자아이를 데리고 여기를 벗어나요!

소녀의 목소리? : 여기서는 당신이 저 녀석을 이길 수 없어요! 제가 별을 소환해서 당신을 엄호할게요!

아케론테 : 누가 감히 이 몸의 머릿속에서 말을 하는 거냐?

소녀의 목소리? : 어서요! 저 여자아이가 탐식 당하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아케론테 : 좋다!


온 세상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별이 떨어지면서 거울이 깨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눈부신 밝은 빛줄기들이 균열을 통해 거울 속으로 비쳐 들어왔다.

교활한 목소리 : 또 너냐! 여러 번 날 방해하는구나! 저 녀석들을 모두 해치우고 바로 너부터 처리할 것이다!

소녀의 목소리? : 제가 장벽으로 저 녀석이 이곳에서 못 나가게 막아놨어요. 이 틈에 얼른 여자아이를 데리고 도망가세요!


아케론테는 소녀를 품에 안고 재빠르게 날아올랐다.

교활한 목소리 : 도망갈 생각 마라! 나와라! 나의 피와 살이여! 저들을 찢어라!

아케론테 : 이렇게 많을 줄이야……

소녀의 목소리? :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은 밝은 빛이 비출 때까지만 버티면 돼요.

아케론테 : 이 몸이 그대를 한 번 믿어보겠다! 어디 해보거라!


소녀의 목소리? : 바로 지금이에요! 어서 여길 벗어나세요!

아케론테 : 죄업의 화염이여, 이 몸을 보호하라!


일곱 번째 거울 앞……

아케론테 : 그렇게 이 몸이 나올 때 그대들이 있던 거울에서 큰 소리가 났다.

아케론테 : 그대들의 몰골이 웬만큼 멀쩡했어도 이 몸이 돕겠다고 나서지 않았을 것이야.


메타모포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엘라가 그의 말을 끊었다.

엘라 : 안 돼! 언니 몸에서 또 검은 기운이 뿜어나오고 있어.

아케론테 : 진정하라! 이 몸이 그 녀석과 싸울 때, 검은 기운이 영혼의 힘과 매우 흡사하다는 걸 느꼈다.

아케론테 : 메타모포스, 그대에겐 영혼을 제어하는 힘이 있지, 그대가 이 몸과 함께 검은 기운을 제압할 것을 명하노라.

아케론테 : 그럼, 별은……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제가 별을 소환할게요.

엘라 : 검은 옷을 입은 언니다! 드디어 나타났어!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엘라, 미안해, 아케론테님을 소환하느라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거든, 일단 소녀부터 구하자!

엘라 : 좋아!

독선적인 [오만]



S1-8 구원

-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졌을 때, 둘은 하나가 되리라. -

메타모포스 : 안 돼! 이번에는 우리 둘이 힘을 합쳐도 막을 수가 없어!

엘라 : 별조차 눈에 보일 정도로 검은색으로 변해버렸어.

녹투르나 :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걸까?……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포기하지 마세요!


이때, 소녀의 가슴에 있던 커다란 거울에 거꾸로 된 소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뒤이어, 소녀는 흉악한 마물로 변했다.

당장이라도 꺼질 듯한 모닥불 옆에서 소녀가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싸고 있었고, 장면들이 하나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녀??? : 난 이 세계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싶어……


소녀는 한 고독의 그림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녀??? : 여기서 멈추면 아무도 구할 수 없고, 내 세계도 다 무너질 거야.


소녀가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 같았다.

마녀??? : 마력 유출의 근원이 바로…… 이 아래에 있는 것 같아.

마녀??? : 널 도와줄게……


소녀는 꿋꿋이 앞으로 걸어갔다.

마녀??? : 저주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마녀 : 앗……!

교활한 목소리 : …… 정말 슬프군.


소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대량으로 뿜어져 나와 장면들과 뒤섞이더니 폭풍으로 변했다.

이때 장면이 바뀌었다.

마녀??? : 이게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이 광경을 본 소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녀??? : …… 따뜻하지? 무서워하지 말고 더 가까이 와봐.

마녀??? : 나도 가고…… 싶어…… 혹시……

마녀??? : 날 데려…… 가…… 만나……

마녀??? : 난 그냥 멈추고 싶었어……

마녀??? : 제발…… 이 세계를 파괴하는 걸 멈춰…… 내가……

마녀 : 이게, 나라고? 이 장면들이, 내 미래라고?

교활한 목소리 : 네가 아니면 누구겠어? 이 모든 걸 너 자신에게 물어봐.

마녀 : 난, 단지 구원하고 싶었어……

교활한 목소리 : 더 이상 네가 한 짓을 미화하지 마! 네가 언제 '구원'의 뜻을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그래? 네가 이 세계에 가져다주는 건 끝없는 파멸뿐이야.

교활한 목소리 : 모든 것을 구원하려는 [욕망], 네가 진짜로 관심을 갖는 건 자기 세계의 안위일 뿐.

교활한 목소리 : 구원 이전의 [탐식], 늘 구원이란 구실을 내걸고 다른 사람의 힘을 집어삼켰지.

교활한 목소리 : 거울 속 환영의 [유혹], 지금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이 다 너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 생각해 봤나?

교활한 목소리 : 천만 분신의 [이벤토리즌], 모든 세계에는 네가 간섭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교활한 목소리 : 멈춰진 [나태], 다른 세계를 파멸시킨 뒤 진상은 밝히지 않고 세계를 되찾겠다는 희망을 다음 세계에 걸기 일쑤였지.

교활한 목소리 : 무력함의 [분노], 끊임없이 파멸시키고, 자신의 무능함에 분노하면서도 계속 비극을 반복하고 있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말이다.

교활한 목소리 : 독선적인 [오만], 자신이 하는 행동이 바로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정답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교활한 목소리 : 너는 아직 나의 그릇이 될 자격조차도 없는데, 어떻게 그녀의 그릇이 되겠다고 하는 거냐?

폭풍은 소녀를 완전히 덮었고 소녀의 눈빛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


장면에 다시 변화가 생겼다.

마녀??? : 이제부터 그대 이름은…… 라. 인간의 세계는 정말 흥미롭군……

마녀??? : 오늘 밤의 달빛이 매우 아름답군. 피를…… 하러 가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마녀??? : 감정이 없으니까 매우 고통스럽나? 내가…… 다른 사람…… 의 능력을 가르쳐주겠다.

마녀 : 그런 거였어……

교활한 목소리 : 세계는 결코 너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포기해, 나한테 맡겨.


등 뒤에 난 구멍은 이미 몸을 관통했고 수많은 검은 기운이 세차게 몰려들었다. 운명의 사자 또한 이미 형체를 갖추었다.

교활한 목소리 : 모두가 운명의 노예이니 너도 예외 될 순 없다.

교활한 목소리 : 마치 줄이 달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운명의 손바닥 안에서 덩실거리며 춤을 춰야 하지, 슬프고 한탄스럽기 그지없군.


소녀는 두 팔을 벌려 마지막 저항을 포기하고 운명의 화신을 받아들였다. 운명은 소녀의 힘을 미친 듯이 집어삼키며 소녀 가슴에 생긴 커다란 구멍을 메워갔다.

둘은 하나가 되었다.

운명의 화신 : 이제부터 나는 너고, 너는 나다.

운명의 화신 : 드디어 이 세계를 떠날 수 있겠군, 하하!

위엄 있고 인자한 : 아……

위엄 있고 인자한 : 원래는 이 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만, 그대가 하는 짓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구나.

운명의 화신 : 누구냐?

수호자 아세라타 : 이 몸은 아세라타라고 한다, 영광의 땅 이르민술을 수호하고 있지.

운명의 화신 : 아세라타? 넌 이미……?

수호자 아세라타 : 두 번째 거울 안에서 그대의 에너지가 없었더라면 이 몸도 다시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수호자 아세라타 : 그대는 어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운명에 대해 자만하고 있는 건가?

수호자 아세라타 : 지금 이 몸을 보고도 예의를 갖추지 않고 말이다!

운명의 화신 : 흥, 나한테 먹힌 패자가 감히 내 앞에 나타나?

수호자 아세라타 : 그대에게 졌다고? 허허허……

수호자 아세라타 : 그대가 이렇게 뻔뻔스럽게 말할 줄은 몰랐구나.

운명의 화신 : 이젠, 내가 저 여자고, 저 여자가 바로 나야.

수호자 아세라타 : 참회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고, 인성의 약점만 드러내는 그대,

수호자 아세라타 : 책임을 지게 하려고 저 여자를 선택한 건가?

수호자 아세라타 : 웃기는군!

운명의 화신 : 아세라타! 왜 내 일을 망치려고 드나?

운명의 화신 : 이 여자가 너의 세계를 파괴한 걸 잊었어?

수호자 아세라타 : 무례한 놈! 입을 다물라! 이 몸은 당연히 잊은 적이 없다, 그대가 참견할 바가 아니다.

수호자 아세라타 : 지금 그대가 저 여자를 집어삼키도록 내버려 두면 이르민술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나?

운명의 화신 : 젠장! 만약 내가 이르민술을 구원할 거라고 하면? 지금 이 일에 간섭하지 않을 건가?

수호자 아세라타 : 이 몸한테 인성이 바닥인 자의 말을 믿으라는 건가? 그럴 순 없지!

수호자 아세라타 : 금기의 마녀여, 그댄 언제까지 잘 것인가?

마녀 : 이 목소리는……?

수호자 아세라타 : 이 세계를 이런 녀석들이 차지해도 그대는 괜찮은 건가? 그대가 이 몸과 싸우던 당시의 다짐과 신념은 다 어디 간거지? 수호자를 물리쳐서라도 이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각오는 또 어쨌느냐 말이다.

수호자 아세라타 : 이 몸은 아직 그대가, 어떻게 그대의 세계와 이 몸의 세계를 동시에 구원할지 기대하고 있는데.

수호자 아세라타 : 이렇게 모든 걸 포기하고 자아를 잃어버리다니, 이 몸이 그대를 잘못 봤나보군. 여기서 자신을 이겨내지 못하고서 어떻게 세계를 구할 수 있겠느냐?

수호자 아세라타 : 지금, 깨어나서 모든 책임을 지거라!


구멍 사이로 생명의 에너지가 흘러나와 소녀의 몸 전체를 덮었다.

검은 기운이 점차 걷히자 소녀의 내면이 다시 밝아졌다.

마녀 : 아…… 그래! 그동안 외로움에 고집만 부리다가 가장 중요한 걸 잊어버렸어.

수호자 아세라타 : 그대가 세계를 파멸로 이끈 건 사실이지만, 구원하려다가 그렇게 됐지.

수호자 아세라타 : 깊은 자책에 빠져있으면서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메꾸려고 힘썼지.

수호자 아세라타 : 그대가 한 약속과 짊어진 책임을 잊지 않는 게 이 몸에 대한 가장 큰 보답이네.

마녀 : 고마워…… 아세라타.

마녀 : 마물 녀석, 내 몸에서 나가라!

마녀 : 영광의 땅을 수호하는 힘이여, 다시 피어나라!

수호자 아세라타 : 금기에 물든 마녀여, 이 몸의 생명의 힘, 그 힘의 참뜻을 느껴라.

수호자 아세라타 : 어둠을 몰아내고 빛으로 변하여 자아를 되찾거라!


소녀가 힘껏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자, 끝없는 생명의 에너지가 거대한 꽃잎을 타고 흘러나왔다.

생명의 에너지에 밀려 시커먼 에너지 덩어리가 뿜어져 나왔다.

수호자 아세라타 : 이게 마지막이다. 이 몸은 이제 물러날 것이니 나머지는 모두 그대 자신에게 달렸느니라.

수호자 아세라타 : 자신이 이루어야 할 일을 항상 명심하거라.

수호자 아세라타 : 그럼……

마녀 : 잘 가, 아세라타!

운명의 화신 : 망할 아세라타! 으악……!

운명의 화신 : 이렇게 된 이상, 내 손으로 직접 너를 끝내주마.

마녀 : 어디 한번 해봐! 오늘 여기서 나 자신을 이겨내고 말 테니까!


내면세계 밖……

소녀를 중심으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엘라 : 와! 이 빛은?

녹투르나 : 괜찮아졌나 봐!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어요.


검은 에너지 덩어리는 소녀 몸에서 나와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

도망가는 그 그림자에서 구슬 하나가 떨어져 나와 소녀에게 빨려 들어갔다.

운명의 화신 : 망할 아세라타, 가만두지 않겠어!

마녀 : 또 좌절할지도 모르지만, 이제부턴 나 자신을 바라볼 거야. 이 빛이 있는 한 다시는 자아를 잃지 않겠지!

마녀 : 자아란 건, 스스로가 정의하는 것이었어, 여기까지다, 가엾은 운명이여.

운명의 화신 : 윽……

소녀는 운명을 한방에 격파했다. 그 순간 세상이 그대로 멈춘 것 같았다.

곧이어, 한 줄기의 강력한 빛이 치솟아 오르며 온 세상을 휩쓸었다.

빛줄기가 퍼지면서 세상이 깨진 거울처럼 부서졌고 현실의 공간이 나타났다.


아케론테 : 여긴?

메타모포스 : 우리가 드디어 그 세계에서 벗어난 것 같아.

엘라 : 와…… 저쪽을 봐봐!


엘라가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고, 한 소녀가 쿨쿨 자고 있다. 소녀는 이따금 눈살을 찌푸리며 귀여운 잠꼬대를 했다.

흰옷을 입은 소녀 : 우음…… 별 파이가 먹고 싶어!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너도 참, 자면서도 먹을 궁리를 하니.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아…… 드디어 여기까지 오셨군요.

녹투르나 : 지금 상황을 좀 설명해 줄 수 있겠어?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물론이죠.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침대에서 자고 있는 귀여운 저 녀석의 이름은 난나르에요, 허공의 영역 입구를 수호하고 있죠.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거울의 세계를 지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검은 옷을 입은 소녀 : 저도 난나르에요. 저 녀석이 거울에 비친 환상이에요. 몸 하나에 두 개의 얼굴인 거죠. 저 녀석의 수호를 맡고 있어요.

메타모포스 : 그럼 왜 우릴 이곳에 소환했는데?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너무 급하시네요, 현실 세계와 거울 속 세계는 정반대예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그래서, 거울 속 세계에서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쌓이기 쉽고, 안 좋은 것들이 많이 생겨나죠.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그것들이 거울 속 세계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두 사람이 맡은 비밀 임무구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하지만, 이번 상황은 아주 특별해요. 평소 같았으면, 이 아이가 잠자는 곳은 아무도 못 들어 오거든요. 이 아이가 거울 속 세계의 주인이니깐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부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많이 쌓여서 그런지…… 아무튼, 이 녀석이 자는 틈을 타 부정적인 에너지가 꿈의 세계를 파고들었고, 몽마로 변해 습격했던 것 같아요.

메타모포스 : 그런데 왜 난나르를 습격했을까?

메타모포스 : 난나르가 잠든 틈을 타서 슬그머니 도망가면 더 좋지 않았을까?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그건, 이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이곳에서 생겼기 때문에 몸이 없으면 이 세계를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저것들이 이 녀석을 습격한 건 아마도 이 난나르가 방심한 틈을 타 소녀의 몸에 기생해 있다가,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였을 거예요.

녹투르나 : 그럼 우리를 소환한 목적이 난나르를 도와 몽마를 물리치려는 거였어?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네, 맞아요, 이 아이는 낯을 엄청 많이 가려서 친구도 별로 없거든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그래서 저는 도움을 줄 만한 강자들을 소환해보는 수밖에 없었어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다만 제가 이 몽마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 같아요. 순식간에, 그것이 이 아이의 꿈의 세계를 완전히 장악해버렸거든요.

엘라 : 그래서 이 몸의 힘도 제한되어 있었던 거구나.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맞아요. 그 뒤로 그 몽마는 제가 소환하는 걸 더 의식하는듯했어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그 때문에 소환을 몽마가 기생하기 더 쉬운 사람으로 바꿨지요.

엘라 : 와, 그런 거였군……

녹투르나 : 이것이 바로 인성의 약점이란 게 아닐까?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맞아요! 사람마다 다 약점이 있거든요. 많든 적든 간에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다만 저 몽마는 어느 한 방면에서 많은 경험을 했던 사람을 선택한 것 같아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경험이 많을수록 내면의 틈은 더 크게 벌어져, 기생하기 더 쉬울 테니깐요.


사건의 연유를 알고 난 뒤 모두가 침묵에 빠졌다.

엘라 : 그렇다면 이 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났던 별은 뭐야?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아~ 사실 그건 별 파이예요. 거울 속 세계에만 있는 맛있는 음식이죠.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이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매번 바깥세상에서 안 좋은 일을 당할 때마다 이곳으로 달려오면 제가 이걸 만들어 먹이곤 했거든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이번에 몽마한테 꿈의 세계를 완전히 지배당한 후에 저도 별수가 없어서, 이거라도 좀 먹여볼까 했죠.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꿈속에서 자신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을 느끼면, 혹시라도 꿈의 세계의 지배권을 되찾을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요.

녹투르나 : 난나르가 정말 많이 소환하긴 했어!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당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엘라 : 와…… 녹투르나! 메타모포스! 별이 역시 파이였어!

엘라 : 호, 이 몸이 느낀 게 역시나 정확했군!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헤헤, 당신이 어느 순간부터 별을 소환할 수 있었던 건 별의 실체를 알았기 때문이에요. 별의 힘에 큰 소리의 부름까지 더 해져서 이 녀석이 더 쉽게 공명할 수 있었고요.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이따가 가시기 전에 여러분도 맛보고 가세요.

메타모포스 : 엘라, 녹투르나, 너희 침 흘러나오겠다, 정말 못났어.

아케론테 : 음흠,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이 몸도 먹어보고 싶은데?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여러분, 도와주러 오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화를 막을 수 있었어요.

마녀 : 덕분에 나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되찾았어.

마녀 : 앞으로의 길은 덜 외로울 것 같아.

엘라 : 언니……

검은 옷을 입은 난나르 : 네, 이래 오래 얘길 나눴네요, 이제 이 녀석도 슬슬 깨어날 때가 되었을 텐데요.

흰옷을 입은 난나르 : 우음…… 엄청 오래 잔 것 같은데……

흰옷을 입은 난나르 : 엥? 으악…… 여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깜장아, 날 구해줘!

막 잠에서 깬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 침대 뒤로 훌쩍 뛰어가 숨었다. 사람들은 큰 소리로 웃었다.



환영의 거울 세계 스토리 요약 : https://arca.live/b/revivedwitch/390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