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공원 안에서 몇 번 발을 동동 굴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얼굴을 매만지는 겨울 바람에 목도리를 코끝까지 올려 보지만 양쪽 볼은 여전히 차갑다.

이런 겨울 아침부터 불러낸 그가 원망스러워졌다.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 붉어진 손가락으로 더듬 거리면서 핸드폰을 두들긴다.


「언제 올거야?」


오래된 탓에 이제는 잘 먹히지도 않는 핸드폰 화면을 몇번이고 꾸욱 눌리면서 문자를 보낸다. 손끝이 조금 아파져 왔다.

답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왔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5분이면 돼」


이 추위에 5분을 더 기다려 달라니. 분노를 가득 담아 재빨리 답장 한다.


「너 나중에 두고 봐 별거 아니면 가만 안 둘거야.」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잔뜩 헝클어진 머리로 나왔다. 고작 그 전화 한통 때문에 

이른 아침에 핸드폰이 울렸다. 

웬일로 아침에 전화인가 하고 싶어서 받았다. 그게 화근 이었다.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진지한 목소리로 고민이 있다고, 묻지 말고 나와 달라고 말하길래 알겠다고 의심하지도 않고 곧바로 나왔다.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분명 중요한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 못 할 그런 것이 있을 거라고 십년 지기인 나에게만 털어놓을 비밀일 거라고 

그런데 이렇게 사람을 기다리게 할 줄 누가 알았을까.

애꿏은 바닥을 향해 잔뜩 발길질을 해대었다.

긴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기다리게 될거 라는걸 알았어도 거절하지못했을거라는걸 스스로 잘 알고있다.


'역시 너무 친한건 좋지않아.'


가까이 살았던 탓에 우연히 이야기를 하게되고 만나면서 그렇게 흔한 이야기 처럼 친하게 지낸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서로를 위해 울어도 주고 웃어도 주고 그랬었다.


"많이 기다렸어?"


"너 지금 장난해? 너가 진지하게 할얘기가 있다길래 급하게 나왔잖아!"


"미안해, 정말로. 근데..  화났어? "


허리를 숙이면서 그는  시선을 그녀의 눈높이에 맞추었다.가까이 다가오는 그의 시선에 절로 심장이 빨라진다.

가까이서 본 그의 하얀 피부가 유난히 어려 보인다.

따뜻한 자신의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주고싶었다.그러면 왠지 환하게 웃어만 줄것같아서, 그래서..

또 한번 마음이 약해질 것만 같았다. 매번 저런 식으로 사람 마음 흔들고 그리고 미웠던 마음마저 녹였다.


'마음 약해져서는 안돼 '


다시는 이런 짓 못하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이제는 진짜로 안 봐줄거니까


"너!이번에는 정말 급한 거라면 빨리 말해!! 뭐해 말 안하고!"


괜스레 씩씩거리며 화를 내보였다.


"뭐야 지금 나 이렇게 불러 놓고 씻고 왔어? 그리고 손에 그건 뭐야?"


"이거? 반지야"


"왠 반지?"


"고백 하러 갈려고 그래서 너한테 물어볼까 해서 부른거야"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왜? 왜 심장이 이렇게 아파 오는거야?별거 아니잖아 


"예쁜 여자야.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착하고 요리도 잘해."


"잘, 잘됐네! 그래서 나한테 고백 하는 거 연습이라도 하려고?"


"그런건 아닌데.. 여자 맘은 여자가 잘 알잖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어서 "


"그래? 그래 그정도쯤이야!"


목소리가 떨려왔다. 침착해 침착 해져라고. 

알고있다. 지금까지  저 얼굴에 저 몸매에 여자가 없었던게 이상했다. 괜스레 화가 났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긴 눈물자국 이 번진다. 

왜 눈물이 터져 흐른걸까. 알수없는 자신의 감정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긴 머리카락이 애처롭게 겨울바람을 맞이한다.


"야 너 울어?"


"안울어! 뭘 운다고 그래! 별거 아니니까 신경.."


단숨에 그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뭐, 뭐하는 거야!안, 안놔?"


"..잠깐만 이러고 있자."


때어 내려고해도 자꾸만 강하게 끌어당기는 그에게 저항 한번 못해본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슬슬 답답해질것같았다.


"..이제 괜찮으니까 놔."


"..대신 내말 들어줘"


"알겠어, 알겠으니까 놔!"


자연스럽게 그가 두팔을 풀자, 그의 품에서 나왔다.껴안은 열 때문인지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임유진"


"..빨리 말해. 어떻게 말할 건데?"


괜스레 창피했다. 눈물까지 보였다. 지금까지 이런적 없는데. 다시는 보지 않을거다. 망할놈의 자식 이제 절교다. 죽어라 나쁜놈.


"야 임유진 사랑한다"


"그래 그런 거 좋긴 한데 너무 진부 하지 않.. 어? 너 무슨..."


그는 성큼 다가와서는 들고 있던 작은 상자에서 반지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반지를 끼워주고 싶었거든 그리고.."


그는 또다시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이번엔 입술을 포개었다.

당황한 그녀는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 상황을 알고 그와 입술과 포개어진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차갑게 느껴지던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가 입술을 때어내고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랑한다. 임유진"


"너 진짜 미쳤.."


"귀엽네 임유진 얼굴도 빨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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