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무난하게 수리받음


아침에 사직서 제출하고 계속 이래저래 미루다가 오너가 안되겠다 싶던지 오후 3시 쯤 따로 불러서 면담함.

들어가자마자 

Q : 왜 나가려 하느냐?

A : 이 분야가 나랑 너무 안 맞는다. 나 원래 하고 싶었던 자격증(직업상담사) 있으니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월 초부터 스트레스를 왜 자꾸 받는지 심도 깊게 고민했고, 근본적인 의문까지 가본 결과 이 분야가 나와 맞지 않는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계속 있다고 하더라도 성격 상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며 종국에는 업체나 

     개인에게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Q : 또 다른 문제가 있나?

A : 일단 옆에 있는 사람 하고도 안 맞는다. 처리할 일이 산더미인데, 텐션을 올려서 빨리 처리해도 어려운 판에 의지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힘들다. 일 처리도 안되고 자꾸 나에게 의존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내 업무 아니다고 칼같이 끊는다면 업체가 안 돌아갈 

     것이 눈에 보인다. 이 상황이 계속 되면 둘 중 하나는 지칠게 뻔하고, 그럴 바엔 다른 업무를 하려는 내가 나가는게 맞다.

Q : 너 군대 나오고 이게 처음 회사 아니냐? 3개월도 못하고 나가면 나중에 다른데서도 안 좋게 볼 것이다.(1차 빡침)

A : 신경 써주는 것은 고마우나, 그건 내가 감수할 일이고 너희가 신경 쓸 거 아니다. 그냥 좋게 내보내 줬으면 좋겠다.

Q : (신규 선발인력 이력서 보여주면서)새로 사람 뽑아서 이제 업무 분담이 줄어들 것 같은데, 계속 있는게 낫지 않겠느냐?

A : (이력서 보니 또 이쪽 분야 경험 전무한 사람 / 2차 빡침) ... 그냥 조용히 내보내 줬으면 좋겠다.
Q : 지금은 사람이 없어서 온갖 업무를 다 도맡고 있지만 4월부터는 좀 나아질 것이다. 결심을 바꿀 생각은 없느냐?
A :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힘든게 아니라, 안 맞는 분야에서 계속 스트레스 받게 되면 크게 한 번 터질 것 같다. 괜히 서로 얼굴 붉힐 바에는 

     좋은 감정 가지고 있을때 떠나는게 맞지 않을까 한다.

Q : 너가 나간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1년만이라도 있어줬으면 좋겠다. 그게 나중에 경력이 되고 도움이 될 것이다.

A :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서로에게 좋을 것은 없을 것 같다. 불이익이 있다면 감수할 것이고, 퇴사 의지는 바뀌지 않는다. 사표 수리해 달라.

Q : ... 아쉽지만 알겠다. 새로 뽑는 사람 인수인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A : 인수인계 잘 하겠다. 필요한 메뉴얼도 거의 다 만들었다. 일찍 와서 인수인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끝.


계속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ㅈㄹㅈㄹ하는거 털어내고 딱 핵심만 적어봄

사실 ㅈㄴ 하고 싶은 말 많았지만, 그거 다 얘기해 봤자 먹히지도 않을거고 중요한 건 그렇게 이 업체에 득이 될 만한 조언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음 ㅋㅋ

애초에 사회복지시설 운영하려 한다는 사람 입에서 '우리 자선사업하는거 아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업무 의지고 사명감이고 바닥을 쳐버렸는데 남아 있을 이유가 있겠노 ㅋㅋㅋ 물론 완전한 자선사업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복지 요원으로서의 마인드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네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