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별이 찾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다.

 

주머니에 넣었던 추억을 보며 

 

떠들썩한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서로의 어깨를 두들겨 줬고, 

낮은 책상 앞에 앉아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기억을 뒤적였고, 한 글자 씩 되새겼으니까. 

이정도면 충분 하잖아. 그러면 된거야 

 

더 이상 오는 이도 없는 이 곳에 덩그러니 앉아 하염 없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되세기면서도, 그러면서도 행여나 기억들이 무뎌 지는 게 아닐까 하는 초조함이 담겨 진 손길이, 

손끝에 닿는 빛 바랜 기억들 위 쌓인 먼지를 털어낸다. 

한 글자 씩, 펜을 눌러가며 기억을 되새긴다. 

몇 글자 쓰다 보니 지나간 세월 무게에 덧 쓰여 지는 글자들이 앓는 소리를 낸다.

 

 무엇이 그리 무겁게 짓누르는지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펜촉이 애처롭게 바라본다. 

 

나도 모르겠다. 뭐가 그렇게 초조 할까. 잊어 버리자. 잠시만 쉬자. 

 

슬그머니 쥐여진 손에서 나와 뜨끈한 바닥에 펜촉이 달라 붙는다. 

 

멍하니 이불위에 드리 누워 노래져 가는 천장을 바라본다. 부질없다. 

 

이 조용한 식장 안에서 사색을 하는 마녀일 뿐이다. 

 

그 잘난 길드 안에서 있던 일들은 다 지나간 일이다. 

 

침묵을 쌓아 올리며 담배 연기로 메워가던 조용한 식장 안에 발걸음 하나가 들어선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간 이곳에 누구일까 싶어 조심스레 몸을 움직인다.

 

 

난나르다.

 

새하얀 드레스에 눈물자국이 번져 있다. 

 

그렇게 예쁘게 웃어주던 난나르가 눈물자국에 붉어진 눈가로 마녀를 바라본다.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눈앞이 어지러워서 주저 앉아 버릴 것만 같았다.  

 

미안하다는 말이 입안에서 헛돌며 굳어버린 입술이 애처롭게 고개를 숙인다. 

 

“..난나르는 당신을 만나 행복했어요. "

 

미안해 난나르 스킨 사주고 싶었어

 

 "잠깐 정말 잠깐만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거니까요. "

 

미안해 난나르 전장 못 사줬어

 

"다시 웃으면서 만날 거니까.. 그러니까 울지 말아요”

 

분명 다시 만날거라고

 

난나르는 울면서 웃었다.

 

깨어난 마녀는 

 

다시 잠에 든다

 

분명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울지 않기로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