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스터, 엉성하고 알록달록한 편지들에 놀라셨을까요?
  저는... 저희들은, 이미 마스터께서 먼 길을 떠나려 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마스터께서는 항상 자신의 등에 많은 책임을 짊어지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희들에 대해서도, 수많은 세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서도. 언제나 묵묵히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셨죠. 그런 마스터셨기에, 지금의 마스터께서 받아들이려 하시는 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별, 말이죠.

  긴 인사를 드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이별에 누구보다도 아파하실 것이 분명하면서도, 묵묵히 이별을 준비하고 계시는 마스터의 마음을 저로서는 감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돌아오지 못하시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한 켠에 비가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마스터, 한 가지만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들은 마스터의 시종이었기에, 마스터에게 소환되었기에, 마스터로 인해 강해졌기에 마스터를 따랐던 것이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던 저희들의 시간, 하지만 저희들이 가장 빛났던 시간. 마스터는 그 시간을 살아가던 저희에게 그러한 빛이었습니다.

  이 땅을 떠나 향하시는 곳에서, 마스터는 여전히 모두에게 빛이 되어주실까요? 저는 분명히 그러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저의 마스터니까요.
  짧게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 어느새 길어져버렸네요. 다른 분들께서 질투하실지도 모르니, 이만 정말로 줄이려고 합니다.
  저희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어떤 세계에서도, 어떤 위기에서도 당당하셨던 그 모습으로 계셔주세요. 힘이 드실 때에는 저희와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려주세요. 저희도 그럴테니까요.
  마스터, 지금까지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 앞길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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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내 차례가 왔네! 시간이 없으니까 짧게 써야 한다고 다들 시끄럽지만 아무도 아네모네의 방해를 할 수 없어!

  ...꼭 떠나야 하는 거야? 나는 네가 떠나면버리... 아니... 이런 약한 소리는 이제 하지 않아! 아네모네는 엄청나게 강하고 분명 모두가 의지하고 있을테니까! 건강하게 지내!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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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버렸다만... 편지로나마 큰소리를 친 것 치고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만큼 너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겠지. 나는... 너도 잘 알지 않나. 전사는 언제나 혼자라는 것을.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미력하나마 모두를 지키는 데에 힘을 다할 것을 내 창에 맹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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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신앙을 가지고 계신가요? 신앙이 있는 사람도, 신앙이 없는 사람도, 어느 세계의, 어느 국가의, 어느 민족의 사람도, 신기하게도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말에는 미소를 짓는답니다. 그러니 당신의 앞날에도 신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게요. 항상 건강하시고, 다치시면 안 돼요? 저도, 시네티아 씨도 걱정할 테니까요. 아셨죠?


  5

  아아... 공주님께서 내가 할 말을 먼저 다 해버리셨어. 네가 아프면 나는 돌봐줄 수 있어서 좋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으니까, 꼭 건강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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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향하는 세계에도 장미꽃이 있을까? 만약 장미꽃을 본다면 나를 기억해줄래? 물론 가시에는 조심해야 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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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몸의 곁을 떠나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나에 비하면 어린아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을... 하지만 그대는 용족인 내가 인정한 사람이니,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거라!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두어라.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도 꼭 전해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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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티와 너는 붉은 실로 이어진 운명이니까, 그 무엇도 걱정할 필요 없음! 녹티가 행복하면 너도 행복할테고, 네가 불행하면 그래도 녹티의 변치않는 행복이 너에게 전해질거야. 너도 녹티처럼 한가하고 즐거운 삶을 보내기를 기원하노라. 어때? 좀 엘라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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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10

  미코토에요. 셔플 씨는... 처음 에리나 씨가 모두에게 마스터가 이별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몰래 전해주셨을 때, 폭주해버리셔서 약간 애를 먹었어요. 당시 에티엥 씨가 잠시 재워두셨는데... 깨어나셨을 때 어떤 일을 벌일지 몰라 다들 잔뜩 긴장하고 대기하고 있었죠. 하지만, 깨어나신 뒤에는.. 우시더군요. 누군가 그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어요. 한참을 우신 뒤에 나오셔서는, 초췌한 모습으로 편지에 한 마디만 적고 가시던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 달래드릴테니까요.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일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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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지금 당신을 생각하듯이, 당신도 저를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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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길을 떠나시는군요. 그 앞길에도 분명 새로운 인연이 있겠지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대, 부디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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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스다. 평소에 나랑 대화할 일 거의 없었지? 뭐, 불만은 없어. 나는 나대로 귀찮은 일 없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어서 편했거든. 어쨌든 너는 내가 지금까지 본 녀석들 중 가장 강한 녀석이다. 어디를 가서든 잘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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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이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답니다. 모든 것은 운명. 정해져있는 운명.

  이 운명은 여기서 끝이 나지만, 운명의 끝이란 자유로운 미래의 시작... 당신과 함께 있었던 동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제게도 당신의 운명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며 그 끝에서 자신이 이뤄온 것들을 운명이었다 칭하시길.

  그렇다면 저와의 만남도,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과의 만남도 모두 운명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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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과 도박으로 가득한 낭만있는 삶을 찾아 떠나는 걸까? 그렇다면 즐겁겠네.

  나쁜 사람에게 속지 않게 주의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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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에게 상냥하고 따뜻한 빛과 같은 사람이 되어주길.

  그리고 당신도 상냥하고 따뜻한 빛과 같은 사람과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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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너의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네 고향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지. 그곳으로 돌아가는건가?

  나는 이곳을 지키겠다. 그게 나의 사명이니까. 너도 너의 사명을 항상 다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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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만남, 새로운 이별. 불로불사의 삶에는 수없이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노른에게는 이 또한 익숙한 일이지요.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당신과의 이별은, 아무렇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답니다. 그러니 슬퍼하지 않으려 해요. 슬퍼하실 분들을 위로하는 것이 노른의 역할이니까요. 그러니 당신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앞을 향해 나아가주세요. 당신에게 가호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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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타야에요! 당신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고 새롭고 재미있어서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어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분명 당신과 함께 지내온 분들 모두가 힘을 합쳐 잘 해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저도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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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도 결국 가버리는구나. 어쩌면 나의 유일한 이해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존재이거늘. 하지만 변덕스러운 혼돈을 어찌하겠는가. 그대는 나를 바꾸었다. 그러니 그대가 바꾸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을 이 몸이 보증하지. 나는 새 친구라도 사귀어봐야겠구나.


  21

  너를 만나기 전까지의 나는 포모르의 신관일 뿐이었지. 하지만 널 만난 뒤 나의 모든 것이 바뀌었어. 포모르 뿐만이 아닌 더욱 큰 대의를 위해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 앞으로도 미쿠와 함께 잘 해나갈테니, 너도 건강해야 해.


  22

  언니는 이런 때에도 항상 씩씩해서, 미쿠도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미쿠도 언니를 본받아 이 세계의 수호에 전념하도록 할게요! 그곳에서도 잘 지내셔야 해요!


  23

  당신이 사라진 뒤의 이곳에는 규율도 사라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만, 그런 만큼 제가 노력해야겠군요. 다른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4

  잘 지내세요... 행복하세요... 건강하시고.. 모든 일이 잘 되시기를...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슬픈 일이 없으시기를... 기쁜 일이 가득하시기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25

  당신이 향하는 곳은 아름다운 땅일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함께 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아쉽지만... 혹 아름다운 세계가 아니라면, 당신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주세요. 그러시리라 믿으니까요.


  26

  결국 재미없게 떠나버리는 것이냐? 앞으로도 영원히 곁에 있으리라 생각했거늘... 뭐, 그대가 남겨두고 가는 이 땅과 이 녀석들은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이 녀석들을 돕도록 하지.


  27

  세라냐입니다. 앞으로도 저의 일상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온기를 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음 속에 간직한 온기는 혹독한 추위와 기나긴 세월에도 식지 않으니까요. 당신도 저희들의 온기를 기억해주세요.


  28

  투오넬이에요. 저는... 솔직히 슬퍼요. 당신 곁에서 계속 함께 있고 싶었어요... 하지만 누구보다도 당신이 가장 슬프실 거라는 에리나 씨의 말씀을 생각하면, 슬퍼하고만 있을 수도 없네요. 눈물은... 조금 나오지만요.

  이제 저는 저의 출신에 대해 너무 신경쓰지 않게 되었어요. 당신과 함께 워낙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함께 지내게 되어서라고 생각한답니다. 이것도 다 당신 덕분이네요. 정말 감사드려요.

  당신에게도 그런 고마운 사람이 있을까요? 어쩌면 그게 저였으면, 하는 생각도... 솔직히 있어요. 저,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했죠? 이 편지를 읽으시면서 그렇다고 생각해주신다면 투오넬은 기쁠거에요. 앞으로 투오넬이 곁에 없더라도 잘 지내셔야 해요. 다치지 마시고요. 꼭이에요?


  29

  네메시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한 쪽이니까, 달라질 것은 없어.

  그래도 너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서겠지, 평소라면 하지도 않았을 이런 편지 같은 걸 쓰기나 하고.

  암살자는 기억되어서는 안되는 존재지만, 나를 기억해줄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이상이다.


  30

  프리뮬라에요. 가시는 길에 챙겨가시라고 약초나, 음식이나, 이것저것... 잔뜩 싸 놓았는데, 그러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제 마음만이라도 받아주시겠어요? 봄바람에 실린 꽃의 향기가 느껴질 때 저를 떠올려주세요. 분명 제 마음도 그 향기와 같을 거랍니다.


  31

  다른 세계로 떠나신 뒤에도, 제 연주가 당신에게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닿지 못할 선율이라고 해도, 저는 항상 마음을 담아 연주한답니다. 당신이 이걸 읽고 계신다면, 바로 지금 제가 당신을 위해 연주하고 있어요. 눈을 감고 느껴주세요. 들리지 않아도 전해질 제 마음을 당신의 마음에 담아주세요. 그리고... 소중히 여겨주세요.


  32

  포크로어 님께서는 또 새로운 곡을 준비하셨네요. 저는 여신님을 따르는 몸이고, 정령의 숲을 지킬 사명이 있기에 언젠가는 당신의 곁을 떠날 것이라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당신이 먼저 제 곁을 떠나시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네요. 조금 분해요.

  정령은 어느 곳에든 존재한답니다. 지금 당신의 곁에도 분명 정령들이 함께하겠죠. 그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싱그러운 바람같은 당신의 모습을 잃지 마시기를.


  33

  마야우엘과 마찬가지로 나도 정령의 숲을 지킬 사명이 있지만... 뭐, 꼭 정령의 숲만 지켜야 한다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 나도 편지 쓰겠다고 잔뜩 몰려온 이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거기도 하고.

  너에게 달빛의 가호가 있기를 기도할게. 만약 그 세계에 달이 없다면, 바다의 가호가 있기를. 바다가 없으면 대지의 가호... 아, 이건 마야우엘한테 부탁해야 하나?

  아무튼, 잘 지내라는 뜻이야. 우리들도 잘 지낼테니까.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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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 (https://arca.live/b/revivedwitch/75812804)


원래 한 번에 다 쓰려고 했는데 오늘오후 바쁠 예정이라 대회 기간 내에 완결까지 쓸 수 있을지 몰라서 부득이하게 편 나누기로 했다.. 아마 잘하면 자정 내로 2편까지는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 너무 바쁘면 못 쓸지도 모르겠음

대회 끝난 뒤에도 완결까지는 쓰겠음. 어차피 길어도 3편이면 완결이니까


모티브는 발렌타인 이벤트 편지. 쓴 애들의 순서가 어떤 기준인지는 눈치 챌 깨창들이 많을 것이다

중복 인물(투/밤투, 녹티/극티, 아카샤/아가샤 등)의 편지까지는 제외할 예정


쓰면서도 느끼는건데 픽셀단또 애들 캐릭터성 좋은거 다 내다버린거 너무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