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하코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하드코어를 말하는 거임...

컨텐츠가 적지만, 렙업은 뒤지게 느리고, 엄청 불편하고, 억까가 미친듯이 심한데 한 번 죽으면 그대로 캐릭터가 삭제되는 MMORPG라 생각하면 됨


와우를 제대로 해본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고

클래식 서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 상태였음

그런데 하드코어로 게임 입문하는 미친짓을 했다.


1일 차

캐릭터로는 트롤 사제를 골랐다.

내가 원래 힐이나 하드서폿을 좋아해서 그렇다.


살면서 퀘스트마크가 전혀 없는 rpg는 처음해봤다.

보통 rpg에서는 퀘스트를 받을 수 있으면 !

퀘스트를 완료했으면 ? 표시가 뜨는게 국룰 중 국룰인데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가령 어떤 퀘스트에서 A라는 사람을 찾아가라고 하면

보통은 A가 있는 정확한 위치에 ? 마크를 띄워놓는다. 그것만 보고 따라가면 된다.


그런데 와우 클래식에서는

이 초소에서 서쪽으로 가면 T자 갈림길이 있는데 왼쪽으로 꺾으면 어느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에서 주점일을 하고 있는 A를 찾아가라. 라고 설명하고 퀘스트 마크를 띄워주지 않는다.


이건 진짜 신선한 느낌이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 위기들이 있었는데

동 레벨 1:1에서도 깔끔한 승리를 보장 할 수 없는 강한 몬스터들

그리고 선공 몬스터들의 굉장히 넓은 인식범위

대놓고 악의가 느껴지는 몹의 배치와 로머들

갑자기 리젠되는 다수의 몹들

툭하면 날라오는 CC기들

얼굴을 마주치면 그대로 죽어야하는 정예몹들의 존재

플레이어의 느린 이동속도와 반대되는 몹의 빠른 속도 등..


진짜 플레이어를 죽이려고 많은 노력을 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이 안 죽으려고 진심으로 게임을 하고, 평균 연령이 워낙 높은 게임이다 보니 오가는 정이 많았다.

길가다 아이템을 받기도 하고, 서로서로 버프를 나눠받기도 하고, 위험한 지역을 들어갈 때는 임시파티를 맺고 살아나오면 환호를 하는 등 요즘 rpg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 여럿 있었다.


어찌저찌 트롤사제는 튜토리얼 지역을 넘어, 첫번째 마을, 두번째 마을 그리고 대도시를 넘어 세 번째 마을까지 도착했다.

첫 번째 마을 퀘스트를 진행 하던 도중 어떤 유저를 만나 꽤 오랫동안 같이 퀘스트를 진행하고, 그 사람의 길드에 들어갔다.

길드원들이 이것저것 템을 줘서 다소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죽는 것으로 유명한 데스스팟의 퀘스트들은 무시해가면서 진행했다.

게임에 대해 잘 알지도 모르면서 위험한 곳에 들어가기는 꺼려진 탓이다. 쫄보다 쫄보!


세 번째 마을의 퀘스트를 진행하다가 접속을 종료했다.

트롤 사제 레벨 12





2일 차

세 번째 마을 퀘스트 중 다른 마을에 물품을 배달하는 퀘스트가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겪어본 게임의 경험상,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에는 몹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 안전한 편이었다.

다소 높은 레벨의 몬스터가 나오는게 이상하긴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타난건 30레벨이 넘는 선공몹들이 득실거리는 지역

도로도 끊겨버렸다. 길도 잃어버렸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뒤돌아 가려했지만 몹으로 인해 돌아가는 길이 막혀버리고

필사의 도주극을 펼쳤지만 끝내 죽고 말았다.


이렇게 첫 번째 캐릭터는 길을 잃어버린 탓에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트롤 사제 14레벨 여기에 잠들다-

교훈 : 절대 위험해 보이는 장소에는 혼자 들어가지 말자




오기가 생겨서 다시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첫 번째 캐릭터와는 겹치는게 없게 하기 위해 타우렌 전사가 되었다.


트롤하고는 다른 지역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저레벨 퀘스트를 하는 것이지만 신선한 느낌이었다.

튜토리얼 지역은 잘 넘어갔다

첫 번째 마을 퀘스트도 다 끝나가고, 퀘스트 몹 몇 마리만 더 잡으면 위험한 협곡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

퀘몹에게 돌진스킬을 쓰려고 접근하는 중이었는데 그때 뜨는 경고문구


"현 지역에 정예몬스터가 생성되었습니다. 위치를 확인하세요."


그리고 정예 몬스터의 스폰위치는... 퀘몹과 거의 겹쳐있었다.


나는 돌진을 캔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박아버렸고


그 결과 정예몹과 에드가 나버렸고


나는 "씨발 이건 개억까잖아"라 외치며 존나게 도망을 가려했지만 슬로우에 걸리고


그대로 죽었다.


-타우렌 전사 7레벨 여기에 잠들다-

교훈 : 정예스폰되는 지역은 근처도 가지 말자


진짜 아다리가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수 있는가에 대해 한탄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세 번째 캐릭터는 언데드 마법사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겹치는게 하나도 없게하기 위해서였다...


또 튜토리얼 지역, 첫 번째 마을, 두 번째 마을을 지나며 퀘스트를 진행하다 게임을 껐다

언데드 마법사 10레벨





3일차

언데드족 세 번째 마을로 가려했으나 몹들이 강하여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해결책으로 트롤족의 첫 번째, 두번째 마을의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레벨업을 해서 돌아오기로 했다.


트롤 사제를 플레이 할 당시 데스스팟으로 유명해서 하지 않았던 퀘스트를 하기로 했다.

퀘스트 내용은 네임드 몬스터를 처치하고 증거품을 가져오는 것

기나긴 협곡의 끝에 위치한 곳이라 한 번 문제가 생기면 도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같은 퀘스트를 하는 파티원(언데드 도적)을 구해서 진행을 했다.


두 명은 무사히 네임드 몬스터를 처리하고 퀘스트 아이템을 챙겨 빠져나오려 했는데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퀘스트의 목표가 되는 네임드 몬스터와 호위몬스터들의 리젠속도는 15초 남짓으로 매우 빠른 것이었다.


퀘스트 아이템을 여유롭게 챙기던 두 사람은 갑자기 리젠 된 네임드 몬스터와 다수의 호위병에게 근거리에서 마주치게 되었고

그 중 좀 더 가까이 있던 도적에게 모든 공격이 집중됐다.


도적이 살기위해 몸부림을 치는 동안 나는 도주각을 잡았다

이건 누가봐도 좇된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걸 살리겠다고 들어갔다가는 나도 함께 죽는거다.


아니나 다를까 도적은 몇 초만 순식간에 녹아 죽고 다음 타깃은 나였다.

가지고 있는 소모품과 CC기를 총 동원해서 몇 마리를 묶고 그대로 도망쳤다.

협곡 안으로 들어가면서 길목에 있는 모든 몹들을 처리해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협곡 초입부는 다시 몬스터가 리젠되기 시작했다.

솔직히 무조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어찌 살긴 살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지만 어케 살았는지 용하기도 하다.


다소 안타까움을 느끼며, 동시에 앞으로도 좇될거 같으면 주저말고 도망쳐야 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접속을 종료했다

언데드 마법사 레벨 13




4일차

처음으로 던전을 클리어했다.

와우의 던전은 5명의 파티원이 모여서 공략하는 것으로

안에있는 모든 몬스터들이 준정예급인 것이 특징이다.


처음가보는 곳이라 많이 긴장했지만 어떻게든 되긴 됐다

다른 mmorpg의 짬밥 덕이다.


트롤마을과 타우렌 마을 가운데 있는 3번째 마을의 퀘스트를 진행했다.

레벨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언데드 마법사 레벨 14




5일 차.

계속 3번째 마을의 퀘스트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트롤 사제를 죽게 만들었던 배달 퀘스트도 다시 받았다.

다시 퀘스트 지문을 읽어보니 그냥 내가 길을 완전히 착각한 것이었다.

타우렌 마을로 가야하는 것이었다...


트롤 사제의 길 잃은 경험과

타우렌 전사로 익힌 주변 지리로


이번에는 제대로 가는데 성공했다.

과거의 경험이 지금에 보탬이 됨에 보람을 느꼈다.

언데드 마법사 레벨 18




6일 차.

세 번째 마을의 데스스팟 퀘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퀘스트 내용은 오크족과 켄타로우스 족의 전쟁에서 오크의 편을 들어 켄타로우스 총사령관을 사살하면 끝나는 내용이다.

사실 이건 꽤나 긴 연계퀘스트의 마지막이기도 했는데

켄타로우스 쫄 잡기, 켄타로우스 좀 더 강한 쫄 잡기, 켄타로우스 재료 모아오기, 켄타로우스 네임드 잡기 등등이 끝나면 나오는 퀘스트였다.


켄타로우스 마법사들이 날려대는 광역마법이나 갑자기 공격해오는 켄타로우스 사냥꾼들이 엄청 강한 탓에 혼자 진행은 포기하고 파티원을 모았다.


파티원을 모아도 실패해서 더 모아서 5명이 되었다.

탱전사 딜마법사/흑마법사/사냥꾼 힐드루이드 라는 밸런스 조합이 되었다.

나는 다소 비겁하게도 총사령관은 전혀 공격하지 않고, 주변 호위들만 처리했다.

총사령관을 공격했다가 공격을 받기 시작하면 아무런 케어를 못받고 죽을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당당하게 사령관을 공격한 사냥꾼이 공격을 받고 죽어버렸다.

이건 솔직히 전사과 드루이드 잘못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비겁하게 살아남은 나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는 부분인 것 같다.

언데드 마법사 레벨 20


7일 차

세 번째 마을 퀘스트 마무리하다가, 다시 언데드 마을로 돌아갔다.

계속 저레벨 지역퀘스트를 돌면서 경험치 노가다를 할 예정이다.

언데드 마법사 레벨 21








언데드 마법사의 모험은 계속된다!

죽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