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이 지난 러시아 월드컵부터 카타르 월드컵까지 쌓아온 시스템을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직후 1여년 간 철저히 망가뜨렸다.


행정시스템은 대표팀을 지원하기는커녕 사지로 내몰았고 그 잘난 '일부 관계자'들은 선수단을 흔드는 이야기는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축협 자신들이 불리한 사안들, 특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책임에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까지 쌓아온 축구철학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백4 투볼란테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안된 후방점유시스템, 월드컵에서도 경쟁력이 증명된 존프레싱, 중동팀들을 숨도 못쉬게 만들었던 하이프레싱 등등 한국축구가 세계 레벨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4년간 갈고 닦았던 전술적 시스템은 지난 1여년간 볼 수 없었다. 아시안컵 우승에 대해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치던 클린스만호는 아시아 레벨에서도 먹히지 않을 시대착오적 축구철학을 선수단에게 강요했고 이는 끔찍한 경기력과 아시안컵 4강 탈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구시대적인 행정과 방향성 없는 축구철학에 대한 대중의 비판과 비난은 특정 선수들에게 향했고 그들에게 평생 남을 주홍글씨가 되었다. 선수단을 사지로 내모는 행정으로 이강인은 전국민적 증오의 대상이 되었고 방향성 없는 축구철학으로 소속팀에서 잘 뛰던 조규성, 박용우는 대중에게 한국축구의 역적이 되어버렸다.


선수단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이번 아시안컵의 결과와 클린스만호와 축협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책임은 선수단과 스태프, 그리고 축협이 '다 같이' 져야한다. 하지만 클린스만 사단은 위약금을 받고 콧노래를 부르며 책임의 일선에서 도망갔고 축협은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선수단에 모두 떠넘겼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종축챈의 축구팬이라면 부디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강인, 조규성, 박용우을 비난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선수단을 사지로 내몬 축협에 응당한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대표팀 축구 팬이든, 해외축구 팬이든, K리그 팬이든 모두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으로서 선수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추악한 축협의 행보를 좌시하지 말아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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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사단이 경질된 이후로 첫번째 A매치인 3월 월드컵 예선 황선홍 임시감독체제의 선수단 명단을 포지션 상으로 나타내면 위 그림과 같다. 우측 윙어로 뽑힌 엄원상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좌측 윙어, 세컨톱, 중앙 공미로 분류되는 송민규가 대체로 발탁됐다. 이순민의 미발탁, 김문환과 권경원의 복귀, 대표팀과 연이 없었던 주민규와 이명재의 발탁 등등 3월 월드컵 예선 명단의 여러 사안들에 대해 다뤄보자.


1. 공격수

가장 눈에 띄는 자리는 중앙공격수이다. 미트윌란의 조규성과 울산의 주민규가 발탁되었다. 조규성은 미트윌란에서 442시스템의 투톱으로 출전하고 덴마크 리그 득점왕 경쟁하는 중이며 주민규는 ACL에서 전북을 상대로 득점을 하며 시즌 초반을 치르는 중이다.


두 선수 모두 좋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K리그 득점왕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둘의 플레이 스타일에는 확실한 차이가 존재한다. 둘 다 상대 수비와 적극적인 경합을 피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공격포인트 생산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


조규성 경기장을 종, 횡 모두 넓게 뛰어다니며 공격 상황에서 수적우위를 형성해주는 플레이가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전북 시절 윙어에서 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기 때문에 스위칭 플레이나 득점력 있는 윙 포워드를 보조하는 역할에 최적화 된 선수이다. 때문에 2선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며 최전방은 2선을 보조하는 역할을 기조로 한 벤투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었다.


주민규는 종적으로 내려왔을때 연계능력과 연계 후 박스 안에서 보여주는 골잡이 역할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다. 미드필더에서 톱으로 포지션을 옮긴 경력 덕분에 중앙에서의 시야확보와 이를 바탕으로한 연계능력 또한 출중하다. 그리고 연계 후 지공 상황에서는 2선과 스위칭 보단 박스 안으로 들어가 끊임없이 직접적인 득점 기회를 노리는 유형인데 좋은 골잡이의 움직임과 결정력을 보여준다. 소속팀 울산 경기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는데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한 칸 내려와 양쪽 측면 공격수에게 볼을 공급한 뒤 중앙으로 올라가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컷백들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플레이가 그를 대표하는 플레이이다.


개인적으로 클린스만호에서 요구되었던 중앙공격수의 역할은 주민규가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규성에게는 장점을 죽여버리는 역할, 동선이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조규성에게 내내 중앙지향적 골잡이 역할을 주문했고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져 조규성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클린스만의 무성의한 한국 선수단 파악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2선 공격자원 중에서는 엄원상 부상이 아쉽게 되었다. 엄원상은 우측 윙포워드 자원으로써 현재 대표팀 주전인 이강인과는 다른 유형의 공격을 제공해줄 수 있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엄원상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돌파와 우측 하프스페이스 공략은 벤투 사단도 높게 평가했었고 실제로 벤투호에서 A매치 경험이 있다. 아쉽지만 회복 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대표팀 경쟁에 합류해주었으면 한다.


대체발탁된 송민규는 엄원상과는 다르게 좌측 윙포워드 혹은 중앙 공격자원으로 분류된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공간이해도와 그것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기술과 시야를 모두 갖춘 유망한 공격자원이다. 최근 전북에서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비판 받고 있는 현 전북의 성적과는 달리 송민규만큼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압박 퀄리티가 훌륭하다고 평가 받는다.


포스트 손흥민 시대의 대표팀에서 좌측 윙포워드 자리를 황희찬과 경쟁할 선수로 거론되는 유망한 선수들이 몇 있다. 보통 슈투트가르트의 정우영, 수원의 이승우, 광주의 엄지성, 그리고 전북의 송민규가 거론된다. 이번 3월 A매치에서 송민규의 활약에 따라 경쟁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2. 미드필더

공격수들과 마찬가지로 명단의 변화가 있었다. 박용우와 이순민의 이탈과 백승호와 정호연의 합류가 눈에 띈다. 필자는 박용우가 클린스만호처럼 비정상적인 시스템이 아닌 제대로 된 투볼란테 시스템 밑에서라면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번 3월 A매치에서는 뽑히지 못했다.


이순민의 미발탁은 많이 의외라는 평가를 받는다. 3선 자원이 부족한 대표팀 상황에서 광주와 대전에서 K리그 1티어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순민은 센터백, 풀백, 3선 미드필더 모두 소화 가능한 유틸리티 자원이기도 하다. 다음 월드컵까지 바라봤을때 나이가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있지만 적어도 지금 보여주는 퍼포먼스로는 당연히 뽑힐거라 생각했는데 황선홍 임시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홀딩 미드필더 자리에 박진섭과 백승호를, 그 옆에는 황인범과 정호연을 선택했다.


백승호는 벤투호와 연령별 대표팀 황선홍호 둘 다 뛰어본 선수다. 벤투호에서는 황인범처럼 투볼란테 중 전진하는 역할이었고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연령별 대표팀의 아시안게임에서 원볼란테 내지 투볼란테에서 홀딩 역할이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는 황인범의 역할을 이번에 같이 발탁된 정호연이 맡았다. 정호연은 좋은 전진성과 활동량, 전술이해도를 바탕으로 저번 시즌부터 광주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유망한 중원자원이다.


이번 황선홍 임시감독 체제에서 백승호는 연령별 대표팀처럼 홀딩 자원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필자는 백승호를 홀딩 자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그닥 좋은 방향성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는 백승호의 플레이 스타일에 기인하는데 백승호는 전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승호는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전에서 지칠대로 지친 황인범을 대신해 교체출전 했는데 좋은 전진성과 킥력을 보여주며 중거리 골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의 3선 자원이 세계적인 경쟁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유망한 자원들이 부족한 건 지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안컵이 끝난 시점에서 필자는 다음 월드컵까지 생각했을때 백승호를 홀딩자원으로 기용하기보단 황인범, 정호연과 같은 자리로 묶어서 경쟁하는 체제가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좋은 방향성이라 생각한다.



3. 수비수

수비진 또한 센터백, 풀백 자리 모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풀백 자리에서는 K리그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왔지만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던 이명재의 첫 발탁이 가장 큰 이슈였다. 이명재는 좋은 킥력을 가진 좌풀백 자원이며 K리그 기준으로 특별한 단점 없는 준수한 선수로 평가 받는다. 비록 동 포지션의 김진수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준수한 운동능력과 전술수행능력을 바탕으로 울산의 K리그 2연패에 주역 중 한명이다.


김문환의 복귀도 반가울 따름이다. 클린스만호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외면 받았던 김문환은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16강 진출 1등 공신이었다. 대표팀에 복귀한 현 시점에서도 폭발적인 기동력과 안정적인 수비력을 바탕으로 대표팀의 후방에 조금 더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선수임이 분명하다.


센터백 자리에는 권경원이 김문환과 비슷한 사례이다. 마찬가지로 클린스만호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외면 받은 권경원은 비록 나이 적지 않지만 김영권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의 역할을 단기적으로 대체 해줄 수 있는 자원이다. 특히 왼발잡이 볼 플레잉 센터백은 서울의 김주성을 제외하면 마땅한 장기적인 대체자원이 부족한 만큼 권경원이 수비적인 안정감에 큰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조유민 은 K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아랍에메이트 리그에 진출했으며 유사시엔 3선과 우풀백 자리도 뛸 수 있는 귀중한 유틸리티 수비자원이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편성된 현 대표팀의 수비진에서 비록 주전은 힘들지라도 필요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수비진은 미드필더와 공격진에 비해 전체적으로 세대교체 보다 현재 기량에 최우선해서 발탁한 느낌이 강하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무너진 공수간격으로 수비진이 붕괴에 가까운 상황까지 왔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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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 예선은 어디까지 황선홍 임시감독 체제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현재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겸직을 하고 있는 상태이며 연령별 대표팀에서 보여준 그의 역량을 비추어 보았을때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대표팀은 클린스만호를 거치며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벤투호를 거치는 동안 다져 놨던 볼점유 체계, 팀압박 시스템, 수비밸런스는 고작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무너진 수비진, 대책 없이 넓은 공수간격, 선수 장점을 죽이는 동선 뿐이다.


황선홍 임시감독은 팀 시스템을 완전히 정상화 못 할지라도 최소한 팀 시스템의 구색이라도 갖춰야 할 것이다. 특히 자신이 연령별 대표팀에서 지도해봤던 선수들이 많이 발탁된 이번 월드컵 예선인 만큼 적어도 각 선수에게 알맞는 역할과 동선을 부여하고 최소한의 공수간격을 구축하며 세대교체 보단 현재 기량을 중심으로 뽑은 수비진인 만큼 수비만큼은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다만 올림픽 대표팀의 일은 별개이다. 자신이 겸임을 수락한 만큼 올림픽 대표팀의 결과가 좋지 못한다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축협이, 특히 정몽규와 이석재가 임명한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이 황선홍 감독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황선홍 감독의 책임에 대한 면제권이 되지 않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현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규부회장 이석재 클린스만 선임과 이후의 사태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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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축챈은 이런 찐내 풀풀 나는 장문글이라도 개추를 아끼지 않아서 참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