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우려 속에 진행된 황선홍 임시감독 체재 하 월드컵 2차예선 태국과의 홈원정 2연전은 1승 1무라는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홈에서 좋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며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호주에게 정말 아슬아슬하게 앞선 상태로 피파랭킹을 방어해내는데 성공했다. 


경질된 클린스만 사단 하에 지난 1년 동안 대표팀은 경기장 내, 외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황선홍 임시감독은 이를 수습할 능력이 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실제로 1차전 홈경기에서 클린스만호에서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들을 보이며 불안감을 증대시켰지만 다행이 2차전 원정경기를 대승으로 마무리하며 최악의 사태는 나오지 않았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442에서 4231로 바꾼 2연전이었다. 상황에 따라 433 시스템이 가동될 때도 있었는데 후술하겠다. 스쿼드 또한 제법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 바란다.

링크: https://arca.live/b/rogersfu/101556234



본격적인 경기 내용에 대해 다루자면 점유시스템은 클린스만호에서 완전히 붕괴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대강 구색을 갖추는 데에는 성공했다. 4-2 대형을 형성하며 후방점유시 중원에서 수적으로 열세에 놓이는 상황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후방에서 수적우위를 활용해 전진하는 과정은 여전히 미흡했는데 주로 풀백의 동선과 백승호-황인범의 투볼란테 조합에서의 문제가 눈에 띄였다.


백승호-황인범의 중원조합은 이번 2연전에서 전술적으로 가장 많은 비판을 듣고 있다. 기본적으로 두 선수 모두 전진이 장점인 플레이스타일이라 동선이 겹치는 장면이 많았고 전문 홀딩미드필더가 아니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수비적으로 불안한 장면을 연출했다. 황선홍 임시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면서도 줄곧 백승호를 홀딩 미드필더로 기용했는데 이번 A매치 2연전을 통해 앞으로 백승호의 대표팀에서 역할에 좀 더 고민했으면 한다.


풀백의 동선과 관련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 바란다.

링크: https://arca.live/b/rogersfu/101804069



하지만 후방빌드업 상황에서 마냥 나쁜 장면만 연출된 것은 아니였다. 벤투호 시절 후방점유 패턴 몇 가지가 다시 보였기 때문이다. 4-2 대형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위 그림처럼 변형 백3를 형성하고 이재성이 한 칸 내려오며 중앙에서 3-2 대형(혹은 3-4 대형)을 형성해 상대의 순간적인 압박에 대응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2차전에는 우측풀백으로 김문환이 선발출전 했는데 김문환과 황인범의 후방에서 호흡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황인범이 변형 백3를 형성하고 이강인이 상대 수비를 중앙으로 끌어들이면 김문환이 윙어처럼 전진했고 황인범이 김문환을 향해 좋은 전진패스를 주는 장면이 좋았다. 우측에서 이런 약속된 플레이 자체를 정말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지공 상황에서는 이재성과 손흥민의 활약이 눈에 띄였다. 특히 이재성은 이번 2연전을 통틀어 가장 좋은 활약을 했는데 앞에서 언급한 후방점유 뿐만 아니라 전방에서 끊임없는 더미런과 2대1 패스, 공간침투를 수행하며 지공 시 핵심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이재성의 움직임 덕분에 손흥민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수적우위를 형성해주거나 직접 침투를 하며 유효한 찬스를 자주 만들었다.



그에 반해 우측은 지공 시 약속된 동선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강인의 개인돌파 혹은 황인범의 다이렉트한 패스는 모두 단발적이거나 생산적이지 못한 상황으로 끝났다. 두 선수 모두 역습과 점유 상황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을 감안하면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 본다.


중앙공격수는 벤투호 보다는 클린스만호에 가까운 동선이 주문된 것으로 보인다. 조규성과 주민규 둘 다 경기 내내 중앙지향적인 동선을 보였으며 주민규는 이런 역할에 어울리는 플레이스타일이었기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조규성은 이전 클린스만호 시절보단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중앙지향적인 역할이 어울리지 못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황의조가 그렇게 허무하고 멍청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번 2연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거라 생각한다.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대표팀에서 전문 홀딩미드필더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체감된 2연전이었다. 박진섭, 조유민이라는 홀딩 미드필더 자원을 두고도 백승호-황인범 중원조합을 고수한 황선홍 임시감독의 판단은 아쉬웠다. 박진섭이 투입되자 후방에서 안정감이 생겼고 두 경기 모두 후반전 똑같은 433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1차전과 2차전의 433 시스템 경기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물론 2차전은 상대의 간격이 1차전에 비해 많이 벌어졌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전문 홀딩미드필더의 중요성이 체감된 2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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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연전은 대표팀의 미래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경기들이었음. 챈럼들이 FC코리아 분탕 때문에 대표팀 얘기를 꺼려하는건 알고 있지만 난 여기서 대표팀과 관련해 이것저것 논의해보고 싶은 점이 많음.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 글은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써보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