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19-20 시즌과 20-21 시즌 공격적인 팀으로 기억하는 아탈란타의 최근 전술적인 주안점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카테나치오, 소위 수비축구가 강세인 이탈리아의 세리에A 팀이라고는 믿기 힘들 맹렬한 공격지향적 축구를 지향하던 아탈란타는 많은 축구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아탈란타의 이런 전술적 특징들은 오랜 시간 팀을 이끄는 중인 가스페리니 감독의 철학과 연결돼있다. 가스페리니의 공격적인 전술적 접근은 몇번의 인상깊은 시즌들 후 파훼 당하면서 하락세를 겪을 가능성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가스페리니의 적절한 전술적 타협으로 아탈란타는 빅네임 영입 없이도 꾸준히 세리에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이전 같이 90분 내내 극단적인 공격축구을 지향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전술적 색채에 적절한 타협점을 매 시즌 찾기 위해 노력하는 감독이다.


올 시즌 아탈란타의 스쿼드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전방의 3명의 조합을 경기와 상황에 따라 바꾸기 때문에 3412과 3421 모두 플랜A로 묶을 수 있다. 최근 아탈란타의 중요한 스쿼드 변화는 공격진과 윙백에서 발생했다. 몇 시즌을 거치며 두반 사파타, 일리치치, 알레한드로 고메스, 고젠스 등등 그 시절 아탈란타의 주축선수 대부분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공격진 리빌딩은 성공적이다. 23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웨스트햄에서 영입한 스카마카는 사수올로 시절 폼을 되찾고 잘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 AC밀란에서 실패를 겪고 아탈란타로 임대로 온 샤를 데케렐라르는 후반기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22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루크먼 또한 9m 유로라는 이적료 대비 엄청난 활약을 해주고 있다. 9m 유로를 못질러서 루크먼을 영입하지 못한 레스터시티에게 심심한 위로를...



그에 반에 윙백은 상황이 좋지 못하다. 고젠스, 하테부르, 메흘레 같이 리그상위급이었던 윙백 공백을 메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탈란타다. 고젠스와 메흘레는 타 팀으로 이적했고 하테부르는 점점 부상으로 자리를 이탈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차파코스타가 좌우를 오가며 분투 중이고 유망주 루제리, 홀름, 바커가 경험치를 먹고 있지만 전임자들에 비해, 특히 공격력이 한참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백3 시스템에서 윙백의 영향력을 생각해봤을때 이러한 윙백 퀄리티 문제는 최근 아탈란타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술적인 포인트들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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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박

우선 압박의 전반적인 기조의 변화가 눈에 띄인다. 우리가 기억하는 아탈란타의 예전 아탈란타의 압박 기조는 아래 그림과 같을 것이다.


상대가 후방에서 짧은 빌드업을 할 때 아탈란타의 투톱은 상대 센터백과 풀백 사이 패스길을 막으면서 센터백을 압박한다. 이를 통해 아탈란타는 상대의 패스길을 중앙으로 제한시키는데 이것은 압박트랩, 일종의 '덫'이다.


그림처럼 상대가 중앙으로 패스하는 순간 투톱이 센터백에게 붙고 윙백이 한 칸 올라온다. 공을 받는 상대선수는 바디포지션이 닫힌 상태로 순간적으로 주변 모든 동료들로의 패스길이 막히게 되고 소유권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설령 상대가 측면으로 공을 보내는데 성공해도 높은 에너지레벨을 바탕으로 다시 상대를 에워싸 소유권을 뺏았기 위해 움직인다.


이렇게 강도 높은 1대1 맨마킹 압박을 통해 볼소유권을 높은 위치에서 뺏은 뒤 이어지는 치명적인 역습은 아탈란타의 상징과도 같은 전술이었다. 하지만 이런 강도 높은 압박을 주무기로 삼는 팀들이 늘 그렇듯 선수단의 에너지레벨 저하와 라인을 높게 올리는 압박을 무력화하는 롱볼 전술을 상대팀들이 파훼책으로 들고오며 아탈란타도 부침을 겪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몇 시즌 동안 가스페리니 감독은 압박의 빈도와 수비라인의 고저를 적절히 타협하며 내려설땐 확실히 내려서는 등 절충하며 타협점을 찾으며 팀을 안정화 시켰다.



2. 수비


압박시 강도와 라인의 고저가 낮아졌기에 자연스럽게 아탈란타의 수비는 내려서는 수비의 빈도가 늘었다. 사실 수비라인이 매우 높던 시절에도 아탈란타의 센터백진들은 기동력보단 공중볼에 강점이 있었다. 오히려 지금의 시스템이 더 어울리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2-3 혹은 3-2 대형의 전방자원들을 통해 상대의 중앙패스길을 철저히 봉쇄하고 상대의 간격이 벌어지면 압박으로 전환하는 존프레싱 또한 잘 녹여낸 모습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아탈란타는 지난 몇 시즌간 라인을 내린 상태에서 중거리 골을 많이 헌납한 팀이기도 했다. 미드필더진이 상대 미드필더를 마킹하면서 순간적으로 수비와의 간격이 벌어졌고 동시에 양팀의 공격수들과 수비수들이 박스 안에 몰려있기에 골키퍼의 시야가 제한되는 상황이 많았고 이는 많은 중거리 실점으로 이어졌다. 



3. 점유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이제 필자가 어떤 말을 할 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아탈란타의 점유스타일 또한 롱패스의 비율이 많이 늘었다. 강한 압박과 끊임없는 숏패스 전개가 가장 큰 전술적 특징이었던 아탈란타는 압박의 빈도를 낮추고 수비라인을 낮추는 과정에서 롱패스의 비율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더룬을 활용한 후방빌드업 구조는 유효하다. 미드필더 더룬이 백3 사이로 들어오며 변형 백4를 형성하고 후방에서 수적우위를 가지는 시스템은 여러 시즌동안 일관적으로 유지되는 중이다. 비단 더룬 뿐만 아니라 올 시즌 주전급으로 출전 중인 에데르송과 코프메이너스 또한 센터백 사이에 들어와 유기적으로 점유상황에서의 안정적인 전개를 돕는다.


점유 상황에서의 끊임없는 스위칭플레이도 여전하다. 특히 양 옆 스토퍼의 적극적인 전진과 스위칭을 바탕으로 아탈란타는 끊임없이 백4와 백3를 오가며 후방에서부터 상대의 압박을 교란시킨다. 지공 항목에서 후술하겠지만 양 스토퍼 콜라시나츠와 스칼비니의 전진성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4. 지공

앞서 말한 스토퍼의 활용은 지공상황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이번 시즌 영입한 콜라시나츠는 원래 풀백을 보기도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전진하면서 공격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수이다. 우측 스토퍼 스칼비니 또한 볼플레이의 퀄리티와 전진성을 두루 갖춘 특급 유망주이기 때문에 훌륭한 측면공격 옵션이 되어준다.


지공은 예전 아탈란타에 비해 아쉽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우선 백3 시스템에서의 공격력을 좌우하는 좌우 윙백읠 퀄리티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지며 알레한드로 고메스와 일리치치 같이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플레이메이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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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아탈란타는 전체적으로 팀의 역동성은 떨어졌지만 그것을 적절한 공수밸런스로 보완했음. 이런 전술적인 절충 덕분에 유로파에서 리버풀 상대로 안필드에서 대승을 할 수 있었다고 봄.


다음에는 피오렌티나를 다뤄볼까 하는데 아탈란타 보다 더하면 더했지 이 팀도 자료 찾기 어려울거 같다는 불안감이...


다루고 싶은 전술이야기 자체는 너무 많음. 챈에 바르사 팬 많던데 차비의 전술적 접근이 어디까지 성공했고 어디에서 실패했는가 같은 이야기 상상만 해도 너무 재밌지 않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현생을 살며 간만에 전술글 하나 올려봄. 세리에A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본인은 관종이기 때문에 본 글에는 개추와 댓글 관심을 부탁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