ㅖ 당연히 제목 낚시고 오늘은 U23 연령별대표팀(이하 올림픽대표팀, 혹은 올대)에서 어떤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는지 간단하게 알아보고자 함.




지금 올림픽 대표팀의 1차 빌드업 패턴은 4-2 대형임. 상대의 압박 강도에 따라 센터백 사이로 골키퍼가 들어오며 최대 7명이 후방에서 점유하는 대형임.


이 과정에서도 간격이 그리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가 상대한 UAE와 중국전에서는 결과적으론 이 과정에서 인상 깊은 위기가 없었으니 일단 넘어가겠음.



문제는 1차 전진 후 점유 및 지공에서 발생하는데 현재 올림픽 대표팀은 점유 시 3-2-5 내지 2-3-5 대형을 쓰고 있음. 전세계 많은 팀들 사이로 십수 년 간 보편화된 점유대형임. 그렇다면 의문이 들 수 있음.


엥? 그럼 황선홍호가 전술적으로 뒤쳐져 있다는건 어폐가 있지 않냐? 라는 의문... 물론 들 수 도 있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대형이 아닌 그 안의 디테일이란걸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거임. 아래에서 조금 자세히 후술하겠음.



우선 UAE전에서 플랜A로 들고 나온 325에서 우리는 중원이 고립되는 문제를 겪음. 이는 밀집수비를 상대하기 위해 대책 없이 좌우 폭을 벌려두면서 발생한 문제임. 밀집수비를 하기 위해 좌우 간격을 벌리는 접근 자체는 원론적으로 맞음. 공격하는 쪽에서 좌우를 넓게 써야 수비하는 쪽에서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폭을 벌릴 수 밖에 없고 폭이 벌어지면 중앙으로의 패스길이 생기기 때문임.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접근할 수 없는 문제임. 내가 지금 쓰는 포지션 사이트로는 실제 경기장과 선수 사이 간격이 체감되기 어려워서 직관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 경기에서 3-2-5 대형 기준으로 5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간격은 절대 좁지 않음. 즉 3-2-5 대형을 형성했다고 끝인 것이 아니라는거임. 3-2에 해당하는 후방에서 5에 해당하는 전방으로 패스가 공급되면 상대의 수비블럭 안에서 공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받는 순간 상대수비가 사방에서 공을 뺐기 위해 달려듦.


거기에 전진패스를 받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바디포지션이 닫혀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야와 2차 플레이의 범위가 한정될 수 밖에 없음. 그렇기 때문에 전진패스를 받는 선수 주변으로 동료들이 빠르게 붙어주고 바디포지션이 열린 상태로 볼을 받아줘야 2, 3차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음.


문제는 지금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패스채널 간 간격과 동선이 미비하고 위의 플레이가 측면에서 간헐적인 수준으로만 보인다는 점임.


때문에 전진패스가 들어가도 패스를 받은 선수는 고립되기 일수이고 높은 확률로 턴오버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개인능력으로 전진하거나 안전하게 하기 위해 2차 플레이로 이어지지 못하고 다시 백패스 할 수 없어짐.


그리고 이건 해외축구에서도 졸장들이 많이 보여주는 경기력임. 나는 대표적으로 생각나는게 피를로의 유벤투스 감독 시절 경기력임. 피를로 유벤투스도 저렇게 채널 간 동선과 간격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현대적인 포메이션과 철학을 쓰는거 같아 보이지만 디테일은 엉망인 그런 축구를 했었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올림픽 대표팀 이야기를 하겠음. 결국 이런 문제들로 인해 중국전에서 황선홍 감독은 2-3-5 대형을 꺼내들었음. 2-3-5 대형은 중앙에 5명 이상의 선수들을 좁은 간격으로 둘 수 있다는 특징이 있음.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처방이었고 UAE전보다 더 끔찍한 경기력을 보여줬음.


그림에서 보다시피 중앙에 선수들을 많이 배치시켜 놓으니 중국도 측면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중앙에 수비블럭을 쌓고 대응했음. 그러자 최후방에서 센터백의 패스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돼버렸고 우리의 센터백들은 고작 1,2 명의 중국의 압박에도 고전하거나 치명적인 위기를 맞이함.



결국 황선홍 감독은 3-2-5 대형이나 2-3-5 대형 같은 현대축구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대형을 쓰며 겉으로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듯 해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러지 못함. 중요한 것은 그 대형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선수단에게 잘 이해시키고 훈련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비단 황선홍 감독 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파 감독, 코치들에게 이런 훈련세션의 이해도와 필요성이 많이 떨어짐. 그렇기 때문에 이런 최신 훈련세션들을 가져오거나 링크해줄 수 있는 외국인 지도자들이 여전히 대표팀 축구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함. 벤투가 이런 점에서 정말 공헌을 많이 했고 고평가 받아야 하며 앞으로도 이런 외국인 지도자 사단을 데려와야 하는데 이것이 많이 간과되는 분위기여서 많이 답답함.


클린스만을 겪은 종축챈럼들은 잘 이해하겠지만 과정이 구리면 결과로 포장될 수 없음. 설령 포장되더라도 결국 탄로될 수 밖에 없고 그 끝은 너무나 처참하고 비참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