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바르셀로나 얘기를 하려다가 짭닭이랑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주저리주저리 써봅니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전술적인 큰 변화를 3 파트로 나누자면

가비 부상 이전 / 가비, 슈테겐 부상 기간 / 슈테겐 복귀, 쿠바르시 야말 등장 


이 3 파트로 볼 수 있겠네요



1. 가비 부상 이전


가비의 활동량과 커버 범위가 차비가 추구하던 4미들의 핵심이었고 저번 시즌에도 재미를 좀 봤죠.

부스케츠가 기동력에서 문제를 보이는 불안점은 있었으나  빌드업은 좋았고, 부스케츠가 떠나고 로메우를 영입하며 수미를 어찌 채우긴 했습니다

로메우도 지금에야 인간말종 쓰레기급 경기력이지만 이적 극 초반에는 잘 했습니다. 그 셋업이 가비 포함 4미들에 더용이 있다는 전제 하이긴 하다만

어차피 활동량을 가비가 커버해주고 가비는 포워드적인 플레이도 잘 해주는 선수기 때문에 수비 범위를 맘대로 조정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오히려 부스케츠보다 대인 수비나 커팅에 능한 로메우가 더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충분했죠. 그게 초반 몇경기의 훌륭한 퍼포였고


근데 그게 답니다. 가비가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더용-가비-페드리 이런 라인을 왜 안 쓰는지 얘기했었는데 이 3명은 잘 하는 위치가 너무 겹칩니다.

중원에 대한 강한 소유권을 주장하는게 차비 전술의 핵심인데 저 3명 다 중원보다는 좌측으로 편향된 선수에 가깝기도 하고

결국 핵심은 수미라는게 본론입니다. 귄도안이나 더용이나 부스케츠 롤을 맡기에는 스타일에 무리가 있죠.



그래서 부상 직전에는 거의 가비가 베실바마냥 뛰어다녔습니다. 

맨시티가 측면을 공략하는 방향성에 있어서 스톤스-로드리 라인을 변형적으로 이용하고 동시에 베실바에게 프리롤을 부여하는거랑 비슷한 이치였죠.

가짜 윙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긴 했으나 그냥 프리롤에 가깝습니다. 프리롤 자체가 진짜 "프리하게 뛰어다닌다"

이런게 아니라 정해진 활동 지역에서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로 뛰어다니는 역할을 의미하니까요

가비는 그런 측면에서 너무 핵심적인 선수였고 빠지면 안되는 선수 1순위에 가까웠는데 부상을 당해버렸으니 전술이 많이 꼬이죠.


데브라이너의 부상이 시티의 가장 아픈 포인트였다고 생각하는게 이런 부분입니다.

오히려 로드리는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부족하기야 하겠다만 역할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허나 측면 공략에 있어서 데브라이너같은 자원은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로드리-베실바 둘을 프리롤로 세우고 포든같은 자원이 해답을 꺼내줘서 다행이지, 

다른 팀도 아닌 시티가 경기력이 들쑥날쑥 했던 기간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2. 가비, 슈테겐 부상 기간


가비의 부상은 너무 뼈아픈 타이밍이었죠. 위의 장점들이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근데 슈테겐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지옥도가 열리기 시작한거죠.

최근의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가 빌드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상대방의 1:1 압박 마킹 구도에서 키퍼-센터백 1인 / 풀백,센터백 2인-미들1인 이런 둘-셋 라인으로 빌드업을 하는 모습은 흔하죠


슈테겐은 이 구도에서 바르셀로나 후방 빌드업의 핵심에 가까웠습니다.

발 밑이 좋다는 키퍼들의 결정적인 장점은 롱킥이 아니라 탈압박 상황에서의 판단과 구질에 달려있죠

아라우호는 빌드업이 아직 완벽하지 못한 선수고 이를 슈테겐과 박투박인 더용이 보완해서 후방 빌드업을 이끌었습니다.

압박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볼을 구리게 차면 그건 선수 실격에 가깝습니다. 아라우호가 빌드업을 못 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다만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에서의 판단은 아쉬운 편이죠. 그게 아라우호의 역린에 가까웠구요.


슈테겐이 부상을 당하고 빌드업이 구린 서브 키퍼인 페냐가 나오며 페냐와 우호 둘은 개씨발애미애비좆지랄쇼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15경기 31실점, 중원 삭제, 30슈팅 허용 등등이 이 시절 축구의 결과였죠



라인을 높이는 축구를 하는 팀이 빌드업이 불안하다? 그냥 90분간 줄타는 스티븐 호킹입니다.

아무리 생각이 깊고 지능이 있어도 물리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죠.


닭집의 실점 패턴이 딱 그렇구요. 박스부터 측면으로 전진하는 시퀀스에 대한 세밀함이 너무 부족합니다.

좌-우 측면 자원들이 뛰어난 상황도 아니니까 참 아쉽죠

차라리 판더벤같이 빠른 선수들을 더 공격적으로 배치하는 시도라도 해보는게 어떨까 싶네요











3. 슈테겐 복귀, 쿠바르시, 야말의 등장


https://arca.live/b/rogersfu/103242820?target=nickname&keyword=SamuelUmtiti&p=2

후반기 바르셀로나가 그나마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보다도 쿠바르시와 야말의 등장이 핵심 OF 핵심입니다.

위 링크 글에 써놓은 더미 피보테라는 재밌는 개념도 쿠바르시 덕분에 가능한거죠.

정통 수미가 없는게 문제니까 4미들을 써도 1인 피보테 대신 더미를 끼운 투볼란치를 쓰자! << 아이디어 좋습니다.

후반기 경기를 보시면 귄도안의 실질적 위치는 최후방-최전방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더용-텐센-귄도안 3인의 활동량과 유기적인 포지션 스위칭으로 아주 재미를 봤죠.

시티의 스톤스-로드리 사용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시티는 그게 하나의 시퀀스일 뿐이고 ,

바르셀로나는 그 자체를 빌드업의 전술적인 핵심으로 잡는다는 차이가 있죠


요즘 수비 라인에 대한 압박의 트렌드는 하프라인 기준으로 바로 한 칸, 딱 박스를 넘어가는 라인에서의 압박이 유효합니다.

라인을 높이는 팀이 제일 많이 볼을 뺏기고 실점하는 위치도 딱 그 위치입니다.

닭집 VS 리버풀 경기 전반전 내내 볼을 뺏기던 위치가 생각나네요


다만 바르셀로나는 저 위치에 대한 문제가 딱히 없습니다.


왜 문제가 없냐? 그냥 쿠바르시가 잘해요.

좌측면 빌드업에 있어서 탈압박과 롱패스 커팅 모두 완벽한 수준입니다.

단언 가능합니다. 포스텍이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아도 좌측면 빌드업은 문제가 없을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선수단 구리니까 문제인거다 이런 병신같은 소리를 하는게 아닙니다.

선수빨로 문제점 가리는 차비나 선수도 힘든데 전술은 개선이 없는 포스텍이나 사이좋은 병신들이다 이런 얘기인거죠


우측면도 마찬가지로 야말이 너무 잘합니다. 쿤데가 빌드업적인 측면에서 꽃을 피운거도 있기야 하겠다만

우측면에서 사실상 윙어-공미마냥 뛰어다니며 혼자 템포도 조절하고 뚫는, 이상적인 윙어에 가깝습니다.

스피드 빠르고 돌파 좆되는데 주사위도 없고 이타적인 네이마르 애기버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시티로 따지면 지능 탑재하고 주사위 없는 베테랑 제레미 도쿠라고 볼수도 있곘네요.









결국 좌측면이나 우측면이나 공통분모는 '고립당하는 선수의 풀어나오는 움직임'에 있습니다.

선수가 압박에 허덕이고 1:1 상황으로 고립되는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풀어나오는 시퀀스를 작성해놓아야 시나리오가 흘러가는거죠


닭집이 플랜A원툴 소리를 듣는게 이런 이유죠.

의도 좋고 색채도 좋으나 기법이 7살 8살식 크레파스 그림이면 어떻게 명화가 나오겠습니까?


라인을 높이는 축구는 막말로 전방의 전술이 병신이라도 후방 풀어나오는 움직임이 핵심인데 그걸 못하니 흔들리는거죠

역설적으로 빌드업을 풀어내지 못하니까 점유율은 더 높게 나오구요.




쓰다보니 참 장황한 개소리가 가득한데 짭닭전 둘다 눈물 흘리는 결과가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동시패배 이런거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