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급적 BGM을 재생하고 글을 정독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3줄요약 O)

* 관계주의 축구에 대해선 링크 이동 <- 글을 참조하시면 글을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될겁니다!



https://youtu.be/pmuFOuh3QHs?si=dd1zQZJCdbVOlWHP





제 1악장 : Escadinha


먼저, 관계주의 시선에서 포지션이란 의미가 없다.

그리고 선수들의 이름 또한 필요 없다.


Left Side



한국팀의 이번 전술 컨셉은 "왼쪽"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왼쪽엔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 그리고 드리블과 킥, 결정력 모두 준수한 선수가 있다.

이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려는 한국. 


반대로, 중국팀의 에이스는 컨디션 난조로 선발하지 못하며,

"어차피 안 될 공격 수비나 빡시게 해서 2점 이상 골은 안 먹히도록 하자"가 중국팀의 컨셉이다.

이 두팀은 기본적으로 이런 형태로 흘러간다. 이는 곧 선수들이 경기장을 넘나드는 계단(Escadinha)이 된다.


Isolate



그렇게 해서 생긴 "공간"

좌측에서의 관계주의로 인해 아무리 단단한 두줄수비 일지라도 중력은 그쪽으로 쌔질 수밖에 없다.


한국팀의 가장 잘하는 에이스의 인력으로 인해 반대쪽은 "시간"이 생긴다.

이것이 "아이솔레이션"이다.


우측 윙 포워드의 아이솔레이션은 곧 "프리롤"

얼마나 자유롭게 경기장을 뛰어다닐 수 있냐의 중요성이 커진다.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곧 "시간"이 생긴다는 말이다. 당연하지만 계속 이 시간을 잡아두고, 기회를 만들면 분명 결실은 맺는다.

한국팀 우윙포는 바로 그 역할을 맡았다. 그는 시간과 기회를 만들어내는 역할이다.






하지만 한국팀의 우윙은 그 "시간"을 벌어다주지 못했다.

내가 시간을 그냥 소비해버리면 곧 그것은 "상대의 시간"을 치환된다.

한국팀은 성급하다. 결국 조급할 수밖에 없고, 단순해질 수밖에 없으며, 턴오버를 만들어낸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프리롤"을 해줘야 할 선수가 그 역할을 못한다.



한참 주저앉은 한국팀의 우윙은 자신의 "시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분명 자신한테 그런 기회가 안 온게 아니다. 위 장면을 자세히 보면 분명 충분한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물론 우윙의 불안정함이 원인이겠지만, 일단 최소한 상대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중국팀의 좌측 수비수들은 상대의 중력에 이끌리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한국팀은 답답해진다. 결과를 전반 30분 내에 만들지 못하면 오히려 그때부턴 상대의 "시간"이다.



제 2악장 : contraofensiva





결국 허비해버린 시간은 이제 중국팀 편이다.

중국은 일전 싱가포르와는 다르다. 확실하게 위협적인 공격수들이 있다.

이는 곧 선수비 후 역습(contraofensiva)을 만들어낸다.



중국팀의 공격은 단순하다. 그리고 대범하다.

주로 우측면으로 들어간다. 우측면엔 귀화선수로 발이 빠르고 민첩한 선수가 있다.

어차피 중국입장에선 2골차 이상 먹히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굳이 공격진이 무리하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모를 골과 "자신들의 시간을 벌기 위해" 우측의 공격수가 최대한 시간을 "벌어다준다".

이는 전반전 내내 분명히 통했다. 오히려 그 벌어들인 시간으로 자신들의 찬스를 계속 만들어낸다.



좋지 않다.

자신들의 시간을 활용 못하고 있으며, 움직임은 더 단순해진다. 또한 본인들이 하려던 것을 못한다.

팀의 에이스는 혼자서라도 어떻게 게임을 진행해보지만 쉽지 않다. 일부러 고립되어야 할 우측은 고립은 커녕 아예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컨셉을 유지 못하고 중앙에서 시도를 해보지만, 이미 단단한 벽을 세운 상대에게 막힐 수밖에 없다.



제 3악장 : Toco Y Me Voy & Tabela




지휘자가 변주를 요구한다.

불협화음이 맘에 들지 않나보다.

앙상블을 위해 선수들의 "거리"를 조정한다. 그리고 서로 마치 한쌍의 남녀가 탱고를 추듯 패스플레이 한다.

한 선수가 공을 따주면(toco y me voy) 파트너는 피날레를 위한 전진 패스 혹은 크로스를 시도한다(tabela)




효과는 있었다. 선수들간의 "거리"는 좁아졌다.

거리는 시간*속력이다. 속도가 빠르단 것은 곳 시간이 그만큼 정비례하여 증가치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우린 시간을 그만큼 벌 수 있다. 이제 기회가 더 가까워진다. 선수들간의 거리를 좁혔기 때문에 골과 상대 골대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진다.

선수들은 계속 관계주의로 일관한다. 약간 옛날 아스날의 벵거볼이 생각난다. 

춤을 준다. 마치 한쌍의 남녀가 탱고를 추듯. 




변주는 계속된다. 선수들도 힘을 쏟아낸다. 어차피 곧 교체될 선수들이 내가 쓴 체력을 보충해줄 것이다.

전반전 막판부터 흔들기 시작한 중국팀의 수비는 결국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들이 그렇게 잘 해내던 벽 세우기가 잘 안되고, 선수들한테 기회가 온다.

그리고 왼쪽에 "자유"가 온다.



이후에도 경기는 이런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

선수 교체 이후 흐름은 더욱 빠르게 가져가려고 시도한다.

좌우 그리고 가운데까지 공격의 길은 더욱 다양해진다.



제 4악장 : Lo Postrero


연주는 마지막으로 치닫는다(lo poestrero)

지휘자의 변주곡은 성공했다. 하지만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팀 우윙이 뛰던 프리롤 방식에서 들어갔다.

아니, 오히려 프리롤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들어간 골이라 봐야 할 것 같다.


2선 지역에서 1선 좌윙까지 한번에 보내는 크로스(toco y me voy), 그리고 그것을 받은 선수가 다시 크로스(tabela)

그리고 올려준 선수가 다시 받아주는 관계주의 플레이 이후 득점. 비록 거리는 멀고, 우당탕탕 어설펐을지라도 분명 2대1 패스의 형식을 띄었다.

받아준 선수(tabela)의 움직임이 상대를 이끌었고, 이는 큰 중력으로 작용했다. 그 사이로 자유롭게 뛰던 우윙이 파고든다.

물론 이것이 원래 컨셉대로의 움직임은 아니다. 중앙에서의 단순한 횡적인 전진성 플레이. 이건 원래 의도한 바는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들어갔다! 골이. 프리롤을 준 선수가 프리롤로 플레이 했지만 득점 자체는 프리롤이어서 들어간 득점이 아닌 것이다.

뭐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런 변칙성 때문에 상대는 오히려 당황했다. 이런 변수는 가끔 득점으로 연결되곤 한다.




경기는 이대로 끝이 났다.

이후엔 중국팀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우주방어를 해냈고,

한국팀도 굳이 더 득점할 이유는 없기에 100%의 공격 전개는 하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 경기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임시감독 체제 하에서 새로 발탁된 선수도 꽤 있는 구성하에 그 동안 한국 축구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떨쳐버린 2연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부분적인 것 하나하나 따져가면 아쉬운 점은 많다. 하지만 관계주의적 시선에서도 보이는 부분은 확실히 공격 전개에서의 부드러움이 생겼다는 것이다.


비록 글을 쓰면서 김도훈 감독에 대해서 전부 파헤치진 못했지만 어쨌든 변칙적인 상황에서 정석적인 전술과 짧은 시간 안에 선수들이 전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익숙함 속에서 플레이 하도록 냅뒀던 것으로 보인다.


뭐 사실 좀 더 봐야겠지만... 김도훈 감독은 이제 끝이다. 6월 예선 2연전 정말 고생 많았다. 오랜만에 꽤나 정석적이면서도 약간 변칙적이면서도 재밌는 축구였다.





세줄 요약)


1. 김도훈 감독은 싱가폴과 비슷한 433 운영을 들고 옴. 필자 생각이지만 싱가폴 전때보다 더 프리한 롤을 이강인에게 부여

2. 반대로 중국의 44 버스 세우기로 대응한 이강인 프리롤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오지 못함

3. 그래도 어쨌든 이강인의 개인능력으로 골을 만들어냄. 기점 -> 크로스 -> 골

4. 정몽규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