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부터 독일과 스코틀랜드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유로 2024가 개최됨. 오늘은 개최국 독일의 그리스와의 출정식 경기를 바탕으로 어떤 전술적 접근을 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나겔스만은 어떤 경기 중 변화를 가져갔는지 초간단하게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후방에서 3-1 대형이라는 백3 대형을 가져가면서 전방에 6명 이상의 공격채널을 둔 뒤 이 채널들 간 연속적인 스위칭으로 상대수비를 공략한다는 나겔스만의 기본적인 전술기조는 이전과 같았음. 하지만 시스템과 달리 이날 그리스전 전반전의 선발명단은 실험적 성격이 강했음.


우선 명목상 포지션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런 4231 대형이 나타남. 좌측윙어로 위치한 귄도안이 눈에 띔. 그리고 이걸 경기중 실질적인 대형으로 나타내면


이렇게 316 대형이 기본 대형이라 할 수 있음. 크로스가 내려가서 변형 백3를 형성해주고 레알에서 뛰던 것과 거의 똑같이 저자리에서 팀의 템포조절과 방향전환을 개인능력으로 수행해줌. 당연하지만 이런 역할은 오직 크로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이고 이날 경기에도 후방에서 지대한 경기영향력을 보여준 크로스였음.


또한 백3 중 우측에 위치한 뤼디거는 특유의 판단력과 스피드를 살려 직접 공을 몰고 전진해 상대압박을 무력화하고 전방으로 볼을 공급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줌.


문제는 3선에 안드리히 혼자 있다는 점이었음. 3-1 대형에서 꼭짓점에 위차한 3선은 필연적으로 상대 압박의 제 1목표가 되기 마련이었고 이날 안드리히는 상대의 압박 블록안에서 위태로운 상황을 자주 맞이했음.


뭐...저런 3선 포지셔닝이 더미 역할을 잘 수행해줄 수 있다면


https://arca.live/b/rogersfu/106848541


이런 전술적인 이점이 있을 수는 있음. 거기에 후방에 크로스라는 축구 역사상 가장 정교한 패스를 자랑하는 미드필드가 있으니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선택이긴함.


하지만 이날 독일의 전술적 문제는 3선보단 측면에서 더욱 대두됐음. 독일은 양쪽 측면 폭을 담당하는 것은 풀백이었는데 이는 나겔스만 같이 랑닉의 4222 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감독들의 공통적인 경향성임. 특히 나겔스만은 특히 왼쪽에서 윙백을 사실상 윙어 수준으로 올려쓰는 성향이 있음. 이번 독일 대표팀에 뽑힌 좌풀백 미텔슈테트, 라움 모두 그런 성향임.


각설하고, 이렇게 양쪽 풀백을 윙어 수준으로 높게 올려쓴 나겔스만의 독일이었지만 이날 그리스의 442 미드블록의 협력수비를 좀처럼 뚫어내지 못했음.


이날 우측에서는 무시알라-비르츠의 적극적인 스위칭을 통해 그리스의 수비를 흔들어보려 했던 독일이었지만 그리스의 피지컬과 조직력을 앞세운 측면수비에 좀처럼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지 못했음.


거기에 좌측은 귄도안이 전문 윙어가 아니었기에 독일의 공격상황에서 좌측은 아예 영향력이 없는 수준이었음. 본래 중앙미드필더인 귄도안을 안쪽으로 한 칸 좁히고 중앙에 많은 패스채널을 만드는 동시에 좌측을 미텔슈테트가 직선적이게 활용하는 그림을 그린 듯 했지만 그리스의 수비가 이를 허용하지 않았음.


결국 측면에서 이런 안좋은 모습들이 겹치고 소유권을 잃게 되자 독일은 풀백을 높게 올린 대가를 몇 차례 치뤄야 했음. 풀백이 올라가고 발생한 넓은 측면 뒷공간을 그리스가 역습상황에서 빠르고 치명적이게 파고들었고 독일은 몇 차례 결정적인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음.


여담이지만 이날 그리스는 정말 좋은 경기를 보여줬음. 결과적으로 2대1이라는 아쉬운 패배를 했지만 433 시스템과 442 시스템을 오가며 단단한 미드블록과 역습 시 무시무시한 기동력을 앞세워 독일을 궁지로 몰았음. 비단 그리스 뿐만 아니라 요즘 약팀들의 표준이 되어가는 시스템인데(지난 월드컵 때 벤투호도 이와 거의 비슷한 시스템) 이번 유로에서 반전을 일으킬 나라들은 아마 이런 미드블록이 단단하고 기동력이 좋은 팀이지 않을까 싶음.


결국 나겔스만은 전반전 실험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를 단행했음. 비르츠를 빼고 자네를 넣으며 좌측 윙어로 무시알라, 우측 윙어로 자네라는 전문 윙포워드 라인을 구축하며 측면공격을 정상화 하고자 했음. 좌풀백도 미텔슈테트에서 라움으로 바꾸긴 했는데 이 둘은 거의 스타일이 비슷한 윙백성향의 선수들이라 단순한 맞교체로 보는게 맞음.


거기에 후반전에는 중앙으로 이동한 귄도안이 안드리히가 고립될거 같으면 3선으로 내려와 도와주기도 하는 등 3선 고립에도 약간 신경쓰는 모습도 보여줌.


풀백을 높게 올리는 기조는 경기 끝까지 가져갔는데 아마 독일은 이번 유로 성적은 이 측면 뒷공간의 리스크를 안고 얼마나 큰 리턴을 가져오고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느냐 일까 싶음.


사실 지공 상황에서 풀백을 높게 올리는게 마냥 나쁜 건 아님. 풀백을 높게 올린다는 뜻은 풀백을 마크해야할 상대 2선이 낮게 내려올 수 밖에 없고 이는 역습 상황에서 상대 2선이 스프린트 해야할 거리도 늘어난다는 뜻이니 일장일단이 있다고 볼 수 있음. 문제는 상대가 미드블록을 형성한 상태라면 상대의 2선이 어느정도 높은 위치에 있다는 뜻인데 이때 풀백을 높게 올리면 역습 시 이날과 같은 문제점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임.


근데 뭐 나겔스만이 여지껏 보여준 전술적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그냥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경기에 나설 확률이 매우 높음.


오늘 글을 바탕으로 유로 2024 개막전에 독일이 어떻게 게임을 풀어가는지 도움이 됐으면 함. 남의 나라 대표팀은 감정이입할 게 뭐 있냐 그냥 즐기는게 최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