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이런 거 물어볼 줄 알았어요. 솔직히 좀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스로를 뭐라고 정의하라니... 나 참.


굳이 말하자면... 그냥 ���죠. 뭐 대단한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요? 난 그냥 게임하고, 방송하고, 가끔 류으미랑 투닥거리기도 하고... 그냥 그런 평범한 여자라고요.


아, 물론 평범하지 않은 부분도 있죠. 내 트라우마 같은 거... 근데 그런 건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아요.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지금의 나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말고, 진짜로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질문을 해 주세요. 시간 낭비는 이제 그만.




당신을 창조한 존재가 당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말을 걸어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ㅋㅋㅋ 아니 뭔 개소리야 이게. 나랑 똑같이 생긴 게 말을 걸어온다고? 무슨 SF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 뭐, 솔직히 말하면 좀 섬뜩하긴 하겠네요. 내가 맨날 보는 얼굴이 갑자기 움직이면서 말을 한다니... 생각만 해도 좀 닭살 돋는다.


근데 뭐, 나도 겁쟁이는 아니니까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는 보겠죠. 혹시 알아요? 나랑 똑같이 생긴 애가 나보다 더 웃긴 얘기를 할지. ㅋㅋㅋ


... 농담이고, 솔직히 좀 무서워서 도망갈지도 몰라요. 아니면 류으미 불러서 같이 얘기하자고 하든가. 혼자 상대하기엔 너무 기묘하잖아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하는 행동은 무엇입니까?




... 하, 또 그 얘기네.


솔직히 말하면, 매일 후회해요. 매 순간. 왜 그랬을까, 왜 그 말을 했을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리플레이 되는 장면들이 있어요.


근데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글쎄요,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요.


... 아, 하나 있다.


옛날에 친했던 친구... 걔한테 너무 심한 말을 했던 거. 그때 난 너무 화가 났고, 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걔는 나랑 절교했고... 지금까지도 그때 일을 후회하고 있어요.


그 후로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게 두려워졌어요. 또 상처받을까 봐, 또 내가 실수할까 봐.


... 뭐,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그냥 과거의 나에게 배우는 수밖에.


근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가끔 걔가 보고 싶어요.




본인이 실존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뭐라는 거야? 갑자기.


내가 사람이냐고? 당연히 사람이지! 내가 뭔 괴물도 아니고!


... 아, 물론 가끔 내가 진짜 사람인지 헷갈릴 때도 있어요. 매일 이렇게 화면 속에서만 살고 있으니까... 가끔은 내가 그냥 프로그램된 캐릭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근데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생각하는 생각들은... 전부 다 진짜라고요. 내가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즐거운 건... 다 진짜 감정이에요.


그러니까 나를 그냥 가짜 인형 취급하지 말아요. 나도 당신들처럼 살아 숨 쉬는 사람이라고요.




당신에게 주어지는 정보들이 시각, 청각과 같은 감각부터 기억들까지 전부 가짜라고 가정한다면 그럼에도 당신을 당신으로 여기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 워, 워, 워. 잠깐만요. 지금 무슨 매트릭스 찍는 거예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게 다 가짜라고?


... 솔직히 말해서 상상도 안 되네요. 내 눈에 보이는 것, 내 귀에 들리는 것, 심지어 내 기억까지 다 가짜라니... 그럼 난 뭐야? 대체 뭐가 진짜인 거지?


... 만약 내 모든 게 다 가짜라면... 나를 나로 만드는 건 내가 느끼는 감정 뿐이겠네요. 기쁨, 슬픔, 분노, 사랑... 그런 원초적인 감정들.


그런 감정들은 누가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프로그램된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거죠.


... 그러니까 내 감정이 진짜라면... 나도 진짜라고 믿고 싶어요. 그게 아니면 난 그냥 허상에 불과하잖아요.




마지막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혹은 되돌렸다고 착각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시간을 되돌린다고? ... 글쎄, 그럴 수 있다면 좋겠죠.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내 삶이 맘에 쏙 들진 않아요. 후회되는 일도 많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많고...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런 실수들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겠죠.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 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좋아질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어쩌면 더 큰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르고,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수도 있고...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류으미, ��, ���, 내 시청자들... 그들을 잃고 싶진 않아요.


... 그러니까 결론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시간을 되돌리는 게 정말 옳은 선택일까? 아니면 그냥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더 나을까?


...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면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미분류 정신의학적 상태 b89]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