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또다른 암흑을 비추러 세계의 반대편으로 빠져들어 갈때 눈이 뜨인다. 내가 잠에 들어버린 방에는 그림자가 짙게 저물어 캄캄했고 공기도 서늘하니 지금이 확실하게 밤, 그것도 아주 차가운 녀석이라고 느껴진다. 목이 다시금 잠겨버린다. 이건 터지기 전에 일어나는 전조 현상. 또 올 것이 왔구나 하며 몸을 움직여 화장실로 향한다. 그리고 입을 연다. 나오지 않는다. 막 일어나서 그냥 목이 잠긴 거였다. 벽에 걸린 시계에는 10시 9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상에, 9시간이나 자버렸다. 오늘 아침, 아마 2시간 조금 자버렸으니 제대로 잠을 잤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다. 이렇게 되면 저녁에는 수면 유도제를 먹는 수밖에 없다. 뭐가 되었든 그건 그때 생각하고 지금은 밖에 나가서 조금 걷고 싶다. 시원하게 쓰다듬어주는 바람은 언제나 기쁘니까. 반팔, 그 위에 외투를 걸치고 밖을 나선다. 어두컴컴한 빌라 계단을 한층 내려갈 때마다 두 박자 늦게 불이 켜진다. 빨리 고쳐야 할 텐데. 빌라의 지상겸 주차장은 역시 암흑으로 가득 찼다. 너무나 짙고 어두워서 제대로 분간하기가 힘들다. 매일 주차장에 불을 켜놓는데 누가 자꾸 꺼버린다. 도대체 누구일까. 이런 곳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조금의 불평을 하는데 침식하는 암흑을 뚫어내며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아무리 봄의 마지막을 고하는 바람이라도 이건 너무 강했다. 머리 전체가 흩날려 내가 드래곤 볼에 나오는 손오공의 모습이 된 듯했다.


바깥의 풍경은 역시나 암흑에 잠긴 도시였다. 암청색의 차가운 건물들과 드문드문 켜진 불은 현대 도시인들의 고통을 잘 표현한 예술 작품이었다. 높게 새워진 현대의 나무 아래에는 가로등이 줄지어 조그마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아래로 여러 날벌레들이 꼬여서 서로 위잉위잉 날아다닌다. 조금 심술이 나서 후이! 하며 날벌레들을 휘젓는다. 그럼에도 불굴의 용사들은 빛을 쟁취하기 위해 더욱 강렬하게 날아든다. 저 빛에 도달하지 못하는 걸 잘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실패한다. 그렇게 한참을 벌레만 바라보며 서있었다.


1시간 정도 바라보아도 변함없는 벌레들의 모습에 감탄하며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선선한 날씨와 함께 마음을 진정시키고 환상인 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예전에 즐겨하던 밤 산책을 떠난다. 이때는 노래를 절대 듣지 않는다. 이 세계, 이 환경에서 들려오는 본연에 소리를 들으며 세상을 차근차근 알아 가는게 포인트다. 잠시 걷다 말고 눈을 감는다. 모든 감각을 귀에 집중하고 세상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사사사삿. 나무가 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바람의 하모니가 스쳐 지나간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합주와 함께 다시 눈을 뜬다. 눈앞에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원래부터 있었던가. 무시하며 길을 걷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비를 맞는 것도 좋으니까 그냥 길을 걸어갔다. 우수수 떨어지는 빗방울의 리듬감에 맞춰 기쁘게 걷는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스네어 드럼이 되어 내 발걸음과 함께 하나의 박자를 형성한다. 경쾌한 발걸음을 이어가니 저 멀리 있는 소녀와 어느새 동일 선상에 섰다. 이곳에는 나와 소녀만이 남았다.


나는 심심한 마음에 소녀에게 물었다. “안 추워?”


오빠는 안 추워요?”


나는 안 춥지.”


그럼 저도 안 추워요.”


이상한 여자다.

발걸음을 앞세워 빠르게 도망쳤다. 내 뒤어서 찰팍거리며 빠르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서운 마음에 정말 전력으로 달렸다.





요즘 따라 소설이나 글 적는게 삶의 낙이야. 꼭 글을 잘 적게 되서 내가 만든 소설을 책으로 출판해야지!

그리고 지금 적은 거에 부족한 점이나 그런거 있으면 피드백 좀 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