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SCP똥챈에디션) IACU 관련 기록물

< 일련번호 888415XXCFDE - 트래포 호텔 [검열됨] 사건 녹음 기록 >


[딸랑...]


...어, 누구시죠? 무슨 일이신지 여쭤봐도...


...잠깐, 그쪽이 신입이였군요? 반가워요. ...그냥 편하게 서로 말 놓도록 할까...요?


...그래. 고마워. 참, 여성이 호텔리어로 들어오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하다못해 단기 알바에서도 여성은 어지간해선 모집하는 일이 없었거든. 그래, 옷은 잘 맞아? 보니 잘 어울리네. ...참고로 말이 호텔리어지 사실상 컨시어지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하게 될 거야. 자, 그럼 형식밖에 남지 않았지만... 시작해볼까? 신입 교육... 비슷한 거.


(부스럭거리는 소리, 무언가 잔에 따라지는 소리)


우리 호텔에서 일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홀짝이는 소리)


...한잔 들어. 커피야. ...뜨거운 건 잘 못먹어? 그럼 뭐, 제로콜라라도 한 잔 할래? 자.


(칙- 하고 탄산 빠지는 소리)


마시면서 들어? ...뭐, 우리 호텔이 엄청나게 큰 호텔도 아니고, 어찌 보면 모텔에 가까운 중소형 호텔이지만, 여기 관광지 부근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가격, 빼어난 지리적 위치,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와 더불어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나는 향토적이고 정감 가는 서비스 등으로 평판 하나만큼은 우리 지역에서 언제나 탑을 달리는 나름 뼈대있고 멋진 호텔이니까 자부심 가져도 돼.


(종이 뒤적이는 소리)


지침서가... 여깄군. 자, 이거 받아. 이 근무 지침서는 신입 직원들의 안전, 그리고 고객 응대를 위한 거의 모든 자료를 담고 있으니 늘 지참하고 다녀. 아직 익숙하지 않을 땐 틈틈히 펼쳐보면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도록 해. 알겠지? 여기 내용대로만 잘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여기까지가 정식 교육에서 가르치는 내용이고, 가끔 지침서에 없는 일이 발생할수도 있거든? 너무 걱정하진 마. 애초에 그런 경우들을 상정하고 대처를 돕기 위해 이런 '비공식적인' 면담을 빙자한 신입 교육이 있는거니까. ...네가 아무리 단기 알바에 불과하더라도, 우리는 인도적인 이유로, 그리고 평판을 위해서라도 뭔가 불상사가 생기는 일을 절대 바라지 않아. 신중하게 듣길 바란다. 자신없으면 지금 말해. 교통비랑 기타 대금은 지급될테니 그대로 돌아가도 되니까.


(약간의 잡음. 긍정을 표하는 여성의 목소리)


...해보겠다고? 좋아. 배짱 좋은 남자들은 많이 봤는데 여직원이 이러는 건 처음 보네. 여튼 믿어보겠어. ...만약 이 지침서에 적힌 내용을 무시하고 따르지 않았을 시에 발생하는 모든 일의 책임은 너에게 있으며 호텔 측에서는 조금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주 잘 인지해야 해.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수칙서와 면담 내용을 외부로 유출하면 아주 큰 불이익이 가해질 거다. 우리 호텔의 지배인 분들은, 합법적인 방법, 불법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널 찾아내고 불이익을 가할 거라는 것만 알아둬. 그래도 확실해?


...그래. 좋아.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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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 번째. 우리 트래포 호텔에 입사하기 전에 심리검사 본 거 확실하지? 적합하다고는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래. 그럼 된거야. 근데 궁금할수도 있어. 왜 심리검사 씩이나 봐야 하는걸까... 하고. 눈치 빠른 녀석들은 알아차리긴 하는데, 그래도 혹시 의문을 가질 수 있으니 간략하게 설명만 하자면, 사실 단순해. 네가 직원으로써 이 호텔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다른 말로 하면...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굳건한 정신력으로 견뎌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어하는 거야.


다르게 말하면, 오직 너의 정신건강 때문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해. 신입이든, 숙련된 베테랑이든... 제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유혹에 넘어가거나, 순간적인 공포에 질려버려 정신이 무너져내리는 사람은 입사할 수 없거든. 좋은 꼴 못보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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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눈은 좀 좋나? 야맹증이나 그런 건... 없어? 그럼 한결 편하겠네.


호텔 로비의 전등은 매일 모두 켜져 있거든. 근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로비는 물론이고, 특히 손님들이 대기하는 저기 휴게실, 그리고 식당과 이어지는 입구라던가, 그런 부분이 부분적으로 유독 어둡게 보인다면 이 핫라인 번호로 연락을 취해. 직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회선의 비상연락용 무전기가 비치되어 있거든. 열쇠는 받았지? 그걸로 안전 유리를 열고 꺼내서 도움을 청해.


뭐라고 말하냐고? 내 정신좀 봐라. 깜빡할 뻔 했네. ...음, 그럴 때는 '어둠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라고 말한 다음, 구체적인 장소를 대충이라도 말해줘. 휴게실이 위험합니다... 식당이 위험합니다... 비상계단이 위험합니다... 그렇게.


연락을 취한 다음엔 그곳으로 가지 말고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면서 할 일을 해. 나머지는 연락을 받고 오는 사람들에게 맡기라고. 거기서 알아서 적절히 대처할거다.




...그리고 실수로라도 어두운 구역 쪽에는 접근하지 마라. 어두운 구역에 접근했는데, 어둠이 더욱 짙어지는 것 같고, 구역질나는 악취가 사방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것 같다면... 글쎄.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야. 최대한 빨리 빠져나와. 남성이든 여성이든, 해당 장소에 오래 있다 보면 무언가 지저분한 배설욕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하더라. 뭐, 다이어트 때문에라도 하루 한 끼만 먹는다거나 하는 경우에도 이유없이 속에서 가스가 부글거리며 차올라 통증까지 느껴진다고 하더군.


남성은 그 냄새를 더욱 맡고 싶어하면서, 그리고 여성은 그 냄새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한다고 하는데... 그러다가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어둠 속에서 기어나온 그것들과 한 무리가 되어버린다고 하더군.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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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일, 호텔을 청소하는 도중, 혹은 손님들의 룸서비스 요청을 받고 가던 중 어디서든간에 '짐승의 털' 같은 것이 발견되었다면 일단 그걸 자세히 들여다 봐. 평범하고 얇은 동물 체모처럼 보인다면 상관 없어.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 투숙객 분에게서 떨어져 나온 것일 확률이 높으니까. 우리 동물은 반려동물의 출입을 허락하거든. 하지만, 그 터럭을 주워드는 순간 손가락 끝이 살짝 저릿한 감각이 느껴지고, 어떤 동물의 털인지 짐작이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거든?




그거 동물 아니다. 네가 아는 그 어떤 것도 아냐.




먹이를 찾아 여기까지 온 산짐승도 아니고, 반려동물은 더더욱 아냐. 그러니까, 절대 평범하게 동물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것에게서 떨어져나온 털이 아니라는 거야.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어. 그 털의 주인들은 '무언가' 를 아주 격렬하게 원하고 있고, 아주 지독하기 그지없는 향취를 남기고 사라진다는 거야. 주로... 혼자 투숙하는 남성분들의 객실 근처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으로 보이거든? 그걸 발견한다면 최대한 빨리 털뭉치들의 흔적을 청소하고, 곧바로 보안 담당 부서에 연락을 취해. 거기서 알아서 할 거야.




아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야. 아니면 그 털의 주인들에게 '납치' 되어 그들과 한 무리가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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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프런트에서 근무하던 중, 밤 시간 기준으로 11시 30분에서 12시까지 들어오는 모든 손님들하고는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마. 아니, 그냥 눈 마주치지 말고 눈 내리깔고 일해. 일반적인 손님들은 널 무례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차라리 그 편이 나을 거야.




...뭔지도 모르는 시커먼 무언가한테 납치되어서 같은 꼴 나기 싫으면 내 말 들어.




그 시커먼 뭔가에 대해 아는 정보가 있느냐고? ...깡 한번 좋은가보네. 이런 거나 물어보고. ...일단, 내가 듣기로는 '여성의 모습.' 특히 아주 매혹적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고 하는군. 피부는 무서울 정도로 창백한데, 몸 전신에 검은 아스팔트 타르같은게 덮여있어. 그 끈적거리는 몸을 움직여 순식간에 사람을 낚아채 자신의 품 속에 가둬버리고는 홀연히 사라지더라.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녀석들은 영원히 나타나지 않고 있어. 너도 조심해라. 진짜 위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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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음... 드문 일이긴 하지만, 밤 11시 30분에서 자정 사이... 5층 복도를 거닐던 도중, 갑자기 끔찍한 악취가 훅- 하고 밀려오면서 터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면, 어지간해서는 숨을 참아. 존나 코가 썩는 것 같은 구역질 때문에 굳이 말 안해도 참으려 들겠지만, 그냥 참아. 그리고, 어떠한 움직임도 만들지 마. 기왕이면 바닥에 아예 누워버리거나 벽에 완전히 붙어서 움직임을 그냥 봉쇄해버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 누가 계단으로 내려가다 널 보면 어떤 정신나간 여직원이 술이라도 거하게 퍼마셨는지 바닥에 누워서 자고 있다고 클레임이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이 경우엔 우리도 그냥 재량껏 무시할거야. 아무튼, 내 말 듣고 그대로 행동해. 움직임을 아예 없애고, 숨소리도 참아.




머지않아 거대한 박쥐같은 인간 여성이 그 앞을 지나갈거야. 박쥐라 그런가 눈은 심각하게 안 좋은지, 네가 코앞에 있어도 너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거야. 단, 초음파와 반향정위를 이용해서 주위 지리를 파악하는... 그런 괴생명체가 지나갈거야.




...대체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네. 나도 처음에 뭔 헛소린가 하고 그 시간대에 5층 복도를 가봤거든. ....말도 마라. 갑자기 어디 어둡디 어두운 구석 한 쪽에서 터벅거리면서 반은 박쥐에 반은 사람인 무언가가 걸어오더라. ...으 씨발.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아, 미안하다. 욕설은 못 들은걸로 해줘.


그렇게 무섭게 생겼냐고? ...아냐. 전혀 그렇지 않아. 오히려 아름답지. ...그게 진짜 문제야. 정말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게 보여서, 나도 모르게 그 괴물한테 홀려서 악취 구덩이로 졸졸 따라가다가 코를 찌르는 격통을 느끼고 겨우 정신차린거지. ...아무튼, 그 유혹은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으니까, 최대한 기척을 가리고 냄새를 피해. 그리고 입으로 조용히 숨쉬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 그 녀석은 정말 지저분한 방식으로 반향정위를 하니까. 녀석은 하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야. 그 상태로, 엉덩이를 쭉 뒤로 빼고 뒷걸음질을 치는 방식으로 복도 끝에서 끝가지 이동하거든. 보통 한 10분 정도, 아주 느릿하고 천천히 걸을 건데, 그 과정에서 약 6초의 간격을 두고, 그 괴물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대량의 방귀를 뀌어댈거다.




...웃긴 이야기 아니야. 웃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진짜 눈이 따가울 정도로 매콤한 냄새가 될 거다... 감히 입으로 숨을 쉬려 들었다간 곧바로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구역질 때문에 너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거나 헉- 하고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낼 수도 있어. 그랬다간 다음은 없다. 입 가리고 숨 참아. 어떻게든 견뎌. 알았지?


어? 6초 단위로 쉬지 않고 10분이면 100번이라는 뜻인데, 그만큼 뀌어대는 사람이 있냐고? 글쎄. 사람 아니니까 그 정도나 되는 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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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복도를 거닐던 중 어느 호실이든 호실 앞을 지나갈 때 노크소리가 들린다면, 넌 아무 것도 듣지 못한 거야. 철저하게 무시해. 노크의 근원지를 찾지 말고, 설령 그 노크 소리가 네 바로 옆에서 똑똑 하며 들려와도 눈길도 주지 마. 당장 자리를 피해.


노크는 보통 밖에서 안으로 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그 안에 들어있는 건, 평범한 손님은 아닐거야. 그 문은 네 상상 이상으로 단단히 봉해져서 다른 문을 열듯이 가볍게 손잡이를 돌리는 걸로는 열기 힘들 수 있어. 하지만, 그 문이 그렇게 뻑뻑한 이유는 '안 쪽의 기압이 상상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다. 아마 네가 부주의하게 문을 잡아서 열어버린 순간, 그 안에서 뜨거운 바람이 어마어마한 풍압과 함께 쏟아져 나와 너를 벽으로 밀치고 기절시켜버리겠지.




그리고 방은 널 집어삼키고, 널 자신들의 일부로 만들거다. 또 다른 희생자를 기다리는 지저분한 방 속에 영원히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미래는 너도 싫겠지? 조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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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곱 번째... 음, 이건 수칙보다는 약간 미신, 혹은 로어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이긴 한데... 여기 말고, 조금 터가 안좋다거나, 아니면 뭐 영적인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거나 하는 이런저런 장소에서도 꼭 빠지지 않는 유명한 주의사항이거든? 여기서도 마찬가지야. 뭐냐고?




공실, 그러니까 빈방에는 절대로 노크하지 마라. 그 비어있는 방에서 화답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올 수 있으니까.


안 열면 그만 아니냐고? 글쎄다. 아마 그 시점까지 가면 방은 널 놓아주려고 하지 않을텐데. 그리고 방은 순식간에 제 몸을 불려 널 집어삼켜버릴거야.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까 말했으니 다시 말하진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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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맞나? 만약 손님들이... 우리 호텔 곳곳에 장식처럼 놓인 큼직한 석상들에 대해 뭐라고 하실 때가 있어. 보통은 호평이거든? 한국에서 이렇게 잘 만들어진 대리석 조각상을 이렇게 많이 보기는 힘들잖아. 너도 여기 오기 전에는 몇 번 못봤지?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여튼, 대개는 그런 호평이니 감사합니다. 하고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드리면 되거든? 그런데, 가끔 '너무 외설적인 여성 악마의 석상이 있다' 이런 논지로, 그런 쪽의 컴플레인이 들어온다면 우선 사과를 드리고, 이렇게 말해. '저희 측의 착오로 다른 곳으로 배송되어야 하는 조각상이 호텔에 배송되어 오배치 된 것 같습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 라고 말하고, 매니저님께 보고드리겠다고 전하고, 어디 있는지 물어서 위치를 파악한 다음 손님을 돌려보내.


그리고 그쪽 구역을 직원 권한으로 폐쇄해. 투숙객분들이 머물고 계신다면 소방 점검 도중 발견한 심각한 위험 사유 등의 이유를 대고 그 구역 일대에 투숙하시는 분들 방을 옮겨드려. 이 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하고, 방의 등급을 한 등급 높여서 조금 더 고급스러운 곳으로 옮겨드려. 일종의 입막음이지. 그리고, 손님들이 모두 옮긴 것을 확인하면, 그 핫라인 번호 기억나지? 거기로 전화를 걸어서 '불량한 석상이 어디어디에 출현했습니다' 라고 말해줘. 그러면 그쪽에 전문적인 사람들이 가서 그 석상을 치울 거야. 그리고 넌 거기랑 아무 연관도 없는 거야. 절대 신경쓰지 마. 다가가지도 말고, 혼자 해결하려는 시도는 절대 더더욱 하지 마.




...내 말을 무시하고,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거기로 갔다간, 우선 처음으로 코가 썩는 유황 냄새를 맡게 될 거다. 그 순간 니 몸이 완전히 굳어가기 시작할 거야. 그렇게, 몸이 뻣뻣해져서 움직이지 못 하게 되었을 때 쯤, 뭐가 다가올거다.


...그 악취의 근원이자, 너를 가지고 놀기 위해 다가오는, 움직이는 석상이 다가오고 있을 거다. 평범한 석상일거라는 멍청한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석상이 움직인다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이야기를 무시했던 직원들은, 성별 가리지 않고 그 석상이 나타났다던 구역에서 홀연히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여직원들은 가끔 다시 호텔 어딘가에서 발견된다더군.




똑같이 움직이는 석상 형태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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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이전 내용과 이어지는 내용인데,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그럼에도 손님이 납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컴플레인을 걸어대면, 그리고 흔히들 진상짓 한다고 하지? 그러면, 핫라인으로 조용히 전화를 걸어서 조용하게, 손님이 못 듣는 못소리로 작게 '악성 민원인' 이라고만 말해. 수화기를 계속 잡고 있다가, 그쪽에서 '준비되었음' 이라고 말하면 전화를 끊고, 설령 니가 아무리 화가 존나... 속에서 끓어오르더라도, 최대한 숙이고 저자세로 나가며 영업묭 미소를 한가득 띄우고 이렇게 말해. '고객님의 쓴소리 감사드립니다.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건설적인 비판점과 개선점을 짚어주신 고객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소정의 상품을 드리고자 합니다.' 라고 한 다음 고객과 함께 직원용 엘리베이터로 가.


만약 그 진상이 애새끼... 아니, 아동과 동행중이면 먼저 각 층의 아동 보호소에 들러서 거길 지키는 직원에게 아이를 맡기고 홀몸으로 데려가. 거기서는 우리 직원들을 제외한 일반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기저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 분비되고 있어서 네 말을 우선적으로 따를 거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그 안을 절대 보지 마. 눈을 감고, 고객을 그냥 확 밀어버려. 있는 힘껏, 퍽 소리가 나도록 밀쳐도 좋아. 힘이 약해도 괜찮아.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그녀들' 이 함께 앞으로 끌어당겨줄테니까. 그리고, 문이 곧 닫히게 될 거야.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꼭 무시해. 절대 무시해. 듣지 마. 만약 너무 많이 들어버렸다면, 너는 너도 모르게 흥미가 생겨 희미한 잔향을 따라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누를 것이고, 네가 있는 층에 다시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넌 발걸음을 옮기게 되겠지.




...그리고 넌 영원히 그들과 하나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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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열 번째. 가끔 호텔 로비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검은색, 진홍색, 혹은 두 색이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서 있는, 예전에... 아무리 잘 쳐줘도 전간기에나 썼을 것 같은 마차가 홀연히 나타나 있는것을 목격할 수도 있을 거야. ...전간기가 뭐냐고? 그냥 세계 제 1차 대전 이후부터 2차 대전 이전 사이라고 보면 돼. 그러니까, 100년도 더 된 옛날 옛적 말이야.


여튼, 니가 그걸 인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한 보랏빛 드레스에 깃털 장식이 달린 부채를 든,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를 한 누군가가 내려서는, 6층에 며칠간 숙박할 방을 잡고 싶다고 할 거야. 방이 남아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그저 '아가씨께서 찾는 방은 모두 다른 투숙객분들이 묵고 계십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해. 그렇게 하면 그 여자는 오묘하게 웃다가 알았다고 한 뒤 다시 돌아갈거야.




...절대 그 여자를 객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게 하지 마. 절대로.


...옛날에 내가 수습 직원이었을 때, 한 여선배가 너무 피곤했는지 제대로 인상착의를 확인하지 않고 그 여자한테 방을 내주고 열쇠까지 쥐어준 적이 있어. ...와, 씨발... 거짓말 안하고 냄새 빼는데만 2주일이 걸렸어. 무슨 냄새냐고? ...미안하다. 지금 생각해도 속에서 뭐가 올라오는 기분이라 자세하게 말을 못하겠어. 진짜 환풍기 풀로 땡기고 창문 열고 사방팔방에 디퓨저랑 선풍기같은거 놓고 최대한 치우려고 하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그년은 우리를 놀리듯이 아주 씨발... 신출귀몰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면서 층 전체를 다시 지 냄새로 가득 채우더라.


이거 봐라. 얼마나 독하길래 그렇게 유난이냐는 표정이네. ...너, 사람이 진짜 엄청나게 독한 냄새를 맡으면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도 아니고 속에서부터 뒤틀려서 숨도 제대로 못쉬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서 뒹군단 말이지. 그 상태로 토사물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데, 진짜 숨 막혀 죽겠다는 그런 감정을 대충이라도 아냐? ...하. 씨발... 더 말 안할래.


참, 그 여선배는 어떤 징계를 받았을까? 맞춰볼래?




...징계를 내리지 못 하고 있어. 실종자한테 징계를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근데, 근데 말이야. 간혹... 가끔 찾아오는 그 마차에서 내리는 귀부인 형태를 한 무언가가 있잖아.




...그 선배 얼굴을 너무 닮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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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몇 번째지? ...열 한번째라고? 그래. 열 한번째. 저기가 뭐하는 곳인지 맞춰볼래? ... 맞아. 식당이야. 으레 다른 호텔들이 그렇듯, 우리 호텔도 식당이 있어. 뭐, 직원들도 사람이니까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손님분들에게 조식 중식 석식을 제공하는 시간이 끝나고, 1시간 동안 너나 나를 포함한 직원들도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거든. 마음껏 부담없이 먹어도 괜찮아. 이정도면 꽤 괜찮은 사내 복지 아니겠어? 동의하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제공될거야. 신선한 해산물, 싱싱한 샐러드 바, 과일들, 군침 도는 고기들... 디저트까지 잘 준비되어 있어. 아마 네가 처음 보는 양식의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을 거야. 처음 보는 종류의 고기들도 많을 거고. ...그거 먹어도 뭐 큰일나는 건 아니니 든든하게 먹고 나오라고. 물론, 일 하기 힘들 정도로 과식하는 건 금물이고.




...단, 두 가지 규칙을 꼭 지켜야 해.


먼저 하나는 '잔반을 만들지 말자' 야. 환경 문제도 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주방에는 우리와는 다른 존재의 무언가가 있다고 하거든. ... 도대체 왜 인간도 아닌 그 무언가가 주방에 들어앉아서 요리사 직원분들하고 같이 식사를 준비하는지는 몰라. 나도 이게 괜찮은가 해서 지배인 분들한테 물어봤었거든. 타 부서에 관심을 지나치게 갖지 말라는 대답만 돌아오더라고. ... 아무튼, 너도 관심은 주지 마. 대신, 잔반은 남기지 마.




...잔반이 남은 꼴을 본 요리사 비슷한 '무언가' 는 자신의 요리가 100점이 아니라서 남겼을거라고 생각할거거든.


그것은 너의 입맛을 만족시켜 100점짜리 요리를 만들겠다는 핑계로, 널 타겟으로 삼아서 주방 한 쪽의 구석진 창고 비슷한 곳으로 널 납치할거다.


...그 창고 비슷한 곳에 뭐가 있는지는 우리 들 중에선 아무도 몰라. 주방 쪽 직원들만 알겠지. ...여튼, 그 녀석은 네 후각과 미각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명분으로 너의 코와 입을 아주 심각하게, 심각하게 혹사시킬거다. 숨조차 쉬기 힘든 냄새 때문에, 기절하는 경우도 꽤 많은데, 그래도 녀석은 멈추지 않고 깨어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그 짓을 반복한다고 하더군.


...네 정신이 반쯤 나가버릴 거다. 그리고, 풀려난 너는 홀린 듯이 호텔의 어두운 곳으로 나아가거나, 여성 악마의 모습을 취한 석상 앞으로 걸어가게 되겠지. 그것도 아니면 제 발로 다시 주방 속의 그것들을 찾아가거나. 우리도 그 때는 널 잡지 않을 거야.




...널 되돌리기엔 이미 늦어버렸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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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밤 열 시 이후에는 그쪽으로는 어지간해서는 가지 마. 순찰이나 그런 것도 폐쇄회로를 통해서 대신하고. ...그쪽에서 뭐 소리지르는 소리가 들려오거나, 혹은 고함소리, 뭔가 황소개구리가 뿌룩뿌룩거리며 우는 소리가 들려와도 그냥 무시해.


유독 그런 지랄이 심각한 날은, 식당 방향에서부터 남자의 신음소리와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면서, 식당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에 실려온 악취가 니 오장육부를 다 뒤집어놓고 콧구멍 속에다가 불 붙인 유황 가스를 들이미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수 있거든?


그래도 무시해. 거긴 아무 일도 없다고 생각하고, 먹다 남은 음식이 제대로 처리가 안되서 조금 썩고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만약에, 니 선배처럼 보이는 직원이 식당 쪽을 그 시간대에 순찰해줄 수 있겠냐고 묻거나 아니면 그냥 대놓고 명령을 할 수 있거든? ...그냥 무시하거나 안되겠다고만 말하고 니 할일을 계속해.




그거 우리 직원 아니다.




...그냥 직설적으로 말할게. 거기에 그 시간까지 남아있는 '사람' 은 없어. 내가 사람에 왜 힘을 주어 말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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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번째인가. ...새벽 한 시에서 네 시 사이에는, 호텔의 복도에 혼자서 1시간 이상 머무르지 마라. ...라고는 해도 어지간해서는 그리 오래 머무를 일은 없을 거야. 애초에 그 시간에는 우리도 자유시간이자 휴식시간이기도 하고, 그 시간에 룸서비스를 신청하는 미친 진상이 있을 리 없잖아? 설령 있다 해도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가끔 그 어두운 복도를 아무 이유 없이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수 있어. 그 때가 제법 위험한 순간이야.


복도는 얕은 밝기의 등불을 제외하고는 아주 칠흑같은 어둠만 깔려있어. 그렇기에, 널 그 어둠 속으로 이끈 충동이 사라지는 순간, 굉장히 무섭게 느껴져서 당황하고 허둥거릴 수 있거든, 어둠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도 순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놀라서 복도 구석에서 웅크리고 덜덜 떨고 있더라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형은 운이 좋았지.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새벽 네 시가 지나서 나랑 같이 순찰을 돌던 다른 직원에게 발견되었으니까. ...하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할거야. 어둠 속에 빠진 넌 패닉에 빠져서 허둥거리면서 시간을 낭비할거고, 우리는 널 구하러 가지 않을 거야. 더 정확히는, 구하러 가지 못한다는 말이 맞겠지.




그런 경우, 네가 마지막으로 보는 건,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무수하게 많은 샛노란 눈동자가 될 거야. ...그 눈동자들의 주인이 '단 한 존재' 라는 사실을 두 눈으로 접하고도 심장마비가 오질 않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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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번째. 호텔 내 수영장은 해가 지기 시작하면 문을 닫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단순히 밤이 더 위험한 이유도 있지만, 낮과는 다르게 빛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밤이 되면, 수영장에서 근무하는 안전요원들이 '수영장을 통해 침투해오는' 녀석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기가 몹시 어렵기 때문이거든. 어, 그러니 너도 해가 저문 뒤 호텔 수영장에는 어지간해서는 접근하지 마라.


그렇다고 해서 낮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냐. 




...특히, 손님분들의 호출을 받고 호텔 수영장으로 갔는데, 수영장의 물 속에서 인어 비슷한 형체를 봤고, 그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지나칠 정도로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들린다면, 바로 시선을 돌리고, 귀 막고, 최대한 빨리 안전요원을 찾아서 어디어디 구역에 인어가 나타났다고 말하고, 급히 로비로 돌아와서 핫라인으로 전화를 때려.


그리고, '수영장이 위험합니다' 라고만 말하고, 즉시 원격으로 긴급 방송을 때려. 방송이 나오면 손님들이 안전요원들의 지시에 더 순종적으로 행동하면서 대피를 서두를 수 있을 거야. 대피가 완료되면 곧바로 수영장을 폐쇄해. 그 다음에는 우리 위에서 알아서 할테니까.




대처가 늦었다간, 노랫소리에 홀려버린 사람들은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릴거다. 그리고, 그 중엔 네가 포함되어있을 확률이 매우 높거든.


이런 경우, 네 몸은 네가 알아서 잘 챙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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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네번째. 이것도 수영장 관련 규칙이야. ...혹시 대중목욕탕 이런 곳에, 탕 중앙에서 공기방울이 올라와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형태의 탕을 본 적 있어? ...그래. 그러면 이해가 빠르겠네.


당연하겠지만, 우리 수영장에는 그런 기능을 지원하는 풀장은 없어. 어떤 곳에서도 그런 거품이 끓어오르는 기능은 없다는 걸 명심해. 그러니까, 풀장 속에서 거품이 올라오거나 할 일은 절대 없겠지?




그런데, 그런데... 인적이 매우 드문 풀장의 한적한 곳에서 종종 관측되는 현상인데, 십대 중반, 혹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등에 거북이 등껍질 비슷하게 생긴 튜브... 튜브 맞나? 발견 사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진위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여자아이의 주변에서 끊임없이,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의 거품이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어. 만일 그런 광경을 가까이에서 확인하거나, 순간 코를 찌르는 것 같은 썩은 냄새가 느껴지는 것으로 알아차렸다면, 곧바로 숨을 최대한 참고 자리를 이탈해. 그리고, 안전요원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해줘. '해신의 신사가 새로운 손님을 찾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그 아이가 나타난 위치를 말해줘. 그러면, 그 다음은 안전요원분들이 알아서 할 거야.




...그리고 호기심에라도 그 아이의 주위로 다가가는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랄게. 새로운 손님이 될 사람을 찾은 해신의 신사는 널 절대 놓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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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다섯번째. 우리 호텔은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하는 게 가능하다는 건 잘 알지? 그렇기에 호텔 내에 동물이 존재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냐. 만약 그 동물이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면, 일단 로비로 데려가서 방송을 해. 이러이러한 동물이 복도를 홀로 배회하는 것을 발견했으니, 주인 분이 계신다면 로비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그러면 주인분들이 오셔서 고맙다고 하고 다시 데려갈거야. ...일하다 심심하면 그런 길 잃은 녀석들이 주인에게 돌아가기 전에 조금 놀아줘도 돼.


...그런데 가끔, 어떤 손님들이 '밖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라고 컴플레인을 제시할 때가 있어. ...음, 실은, 직원 전용 수칙서도 있고, 손님 전용 수칙서도 있거든? 거기서 언급되는 내용인데, 밖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나 문을 긁는 소리가 들릴 경우, 무슨 일이 있어도 무시하고 컴플레인을 신청하라고 지시하고 있거든. 그런 컴플레인이 들리면 그 손님의 방문 앞을 비추는 CCTV를 찾아봐. 그리고, 으르렁거리는 소리의 정체를 확인해봐. 그냥 중형견 정도의 동물인 경우, 방송으로 동물의 주인을 찾는다고 연락해.




...하지만, 키가 2미터는 넘는 것 같은, 검은 체모에, 장발의 머리카락을 한 늑대인간 비슷한 존재가 문 앞에서 으르렁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문을 손톱으로 드륵거리면서 긁고 있다면, 곧바로 해당 구역의 CCTV의 전원을 끄고, 핫라인 전화로 '몇층 몇호실 앞에 지옥의 파수견이 출몰했습니다' 라고 말해.


대응을 위해 출동한 인력들은 손꼽히는 베테랑들이니, 그쪽에서 알아서 잘 진행할거야. 넌 걱정하지 마. 대충 30분정도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멀쩡해져있을 테니, 다시 CCTV를 켜고 그곳으로 가서 상태를 확인해 봐. 구릿한 악취와 함께 뭔가 은은한 밤꽃의 잔향이 남는 것 같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간주해도 돼.




니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마. 우리같은 훈련받지 않은 개인이 철판을 우습게 구부려버리는 늑대인간 비슷한 존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마라고.




놈의 장난감이 되고 싶지 않다면, 그곳에 지나치게 관심을 주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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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섯 번째. 만약 호텔에서... 다른 방도 아니고, 오직, 오직 다른 층이 아닌 4층에 묵고 싶다는 손님이 있을 거다.


들여보내지 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들여보내지 마. 애초에 딱 봐도 '아, 이건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구나' 하고 촉이 올 거야. 가령, 동물 귀라던가, 안대라도 쓴 것 처럼 묘히게 어두운 눈 주위 피부라던가. 혹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물건들을 짊어진 봇짐이라던가. 요즘 같은 시기에 봇짐이라니? 웃기지? 여튼, 절대로 들여보내지 마.




...그리고 우리 호텔엔 4층이라는 층은 없다는 걸 명심해라. 1층, 2층, 3층, 그 다음 바로 5층이야.


그게 뭐하는 녀석인지는 우리도 잘 몰라. 가끔 다른 층에 묵겠다면서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대량의 재화를 팁이랍시고 두고 가서 음... 나름대로 우리 호텔의 재정 상황에 좀 많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할까. 그래도 4층에 머무르겠다고 하면 절대 들여보내지 마.


너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샌가 나타난 4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4층 복도에 발을 들인 순간 소름끼칠 정도로 지독한 악취와 함께 넌 층째로 행방불명이 될 거니까,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우리 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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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일곱 번째. 비공식 수칙 교육 치고는 더럽게 길지? 메모... 수첩이나 뭐 비슷한 종이에 메모라도 잘 하고 있었길 빈다. 뭐 여튼. 호텔 9층 복도에는 다른 층보다 항아리 형태의 꽃병이나, 상자, 액자들이 많이 있을거야. 그것들은 비어있지만 비어있지 않아. 무슨 뜻이냐고?




...그 텅 빈 것처럼 보이는 것들은 사람 하나 정도는 너끈히 집어삼키고도 충분히 남을 거라는 말이지 뭐겠어?




그러니 제발. 빈 것 같은 상자나 항아리에 접근하지 마. 까딱 잘못했다가는 항아리가 널 잡아먹을거야. 아니면 상자가 잡아먹거나.


영화나 게임 같은 곳에 나오는 보물상자를 흉내내는(Mimicking) 괴물이 있는 거 알지?


그래. 다른 점이라면, 그 상자와 항아리 속에는 나나 너랑 비슷한 나이 대의 여자가 들어있을거야. 대체 뭔 헛소리인가 하겠지만 실제로 그래. 그리고, 그 여자들은 항상 소화불량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달고 산다더군.


그러면 그 주위에 어떤 냄새가 나는지는 알지? 밀폐된 상자, 좁아터진 항아리 속이 어떤 상황일지는 내가 굳이... 말 안해도 알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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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덟 번째... 층수와 무관하게, 자정 이후 호텔 복도를 거닐던 중에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고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면 바로 각 층마다 존재하는 고정 공실이 존재해. 그 방은 우리가 미리 특수한 조치를 취해뒀어. 거기 있는 이상은 무조건적으로 안전해.


무슨 추잡스러운 소리가 들리거나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더라도 절대로 나가서 뭘 확인하려고 하지 마. 안전한 환경을 스스로 발로 걷어차고 나갈 만큼 멍청한 개짓거리를 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까지 기다려. 그리고, 문에 부착된 외시경으로 잠깐 바깥을 봐. 높은 확률로 동양 전통의상 풍의 옷을 입은 세 명의 여자가 보일 거야. 그게 외시경에서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방 안에서 꼼짝 말고 있어.


근데, 굳이 3인조 여성이 아니더라도 뭐... 닌자라고 알지? 여성 닌자 비슷하게 생긴 인간이나, 혹은 그런 사람들이 보일 지도 몰라.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철저히 무시해.





...만약 실수로라도 외시경을 들여다보다가 눈이 마주쳤거나 해도 무시해. 대신, 귀를 막고, 최대한 입으로 숨을 쉬며, 방문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악취로부터 버텨야 해. ...다음 날 아침 6시가 올 때 까지 버티면, 그것들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돌아갈거야.


절대 지정된 시간 이전에 나가지 마. 나가서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들더라도 무조건 참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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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번째.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주로 걸려오는데, 객실 룸서비스 전화로 5층의 523호에서, 술에 취한 것 마냥 꼬부라진 여자 목소리로 맥주 5병을 주문하는 콜이 올 거야.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어떤 냄새가 풍겨와도 견뎌낼 수 있다는 각오를 다졌으면 객실로 가.


노크는 세 번. 우리들 사이의 규칙이야. 반드시 지켜. 세 번 문을 두드리면, 녹초가 되어 쓰러진 남성이 방 한가운데에 있을 거고, 무어라 우리의 표현력으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악취를 풍기면서... 그 '여성과 비슷한 무언가'가 술을 받기 위해 나올 거야.


시선은 계속 바닥으로 향해. 그게 뭔지 알려고 하지 마. 때로는 거의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뭔가가 나타날수도 있고, 전혀 인간같지도 않은 뭔가가 나타날 수 있어.


어떤 끔찍한 악취가 나더라도,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같지 않아도, 심지어 몸의 절반이 지네나 거미처럼 완전히 종 자체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절대 내색하지 마. 그냥 물건만 전하고 와.




얼굴 무조건 펴고 다녀. 가벼운 미소가 제일 좋아. 절대 찡그리지 마. 그녀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간 너도 그 안으로 끌려들어간다. 명심해. 그녀들에게 술을 전해줄 때 절대 몸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 조금이라도 닿으면 안 된다. 닿는 순간 몸이 저릿하면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거고, 녀석들은 그걸 놓치지 않을 거야.


이 일을 마치면, 523호 객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 거야.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 핫라인으로 '5층 주류 보급 완료했습니다' 라고 말해. 사실 확인을 한 다음, 너한테 적절한 보상과 더불어 추가수당이 주어질 거야.




...술 하나 배달하는데 뭐 이렇게 복잡하냐고?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글쎄. 일단 5층 객실은 522호가 끝이라는 것부터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 그냥 깊게 파고들려고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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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규칙. ...너, 명찰이 무슨 색이지? 금색일건데. 맞지? ...맞네. 명찰의 색을 잘 봐둬. 우리 호텔의 직원들은 금색과 은색 명찰만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 여성은 금색, 남성은 은색.


근데, 가끔이지만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명찰을 달고있는 직원들이 목격될 때가 있어.




그거 우리 직원 아니다. 사람도 아냐. 여기서 활개치게 두면 손님들이 위험해지니까, 적당히 어울려 줘야 해. 장단 좀 맞춰주면 알아서 사라질거야.


그거 대체 뭐하는 녀석들이냐고? 글쎄. ...전설 속이나 그런 데 나오잖아. 인간을 너무 동경해서 인간이 되고 싶은 요물들의 이야기 이런 거 말이야. 나 참... 이런 좆같은 삶이 뭐 좋다고... 잡설은 여기까지. 집중해서 들어. 이 부분 되게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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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노란색 명찰을 착용한 직원이 있을 경우, 그 주위로 조용히 다가가봐. 어느 지점부터 뭔가 옹기 깨지는 소리에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가 곁들여진 기괴한 소리가 점점 커짐과 함께 냄새가 점점 심해지다가, 지금 우리 사이처럼 작은 목소리로도 대화를 또렷하게 나눌 수 있는 거리까지 가면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두통을 유발하는 악취와 소음이 찾아올거야. 어떻게든 참아. 그리고, 그 직원에게 '분명 신입 교육 주간에 생리현상은 정해진 장소에서 처리하라고 이야기를 듣지 않았어? 냄새가 정말 지독하네.' 라고 말해. 진위 여부는 관계 없어. 그냥 그 녀석은 스스로를 '방귀를 조절하지 못하는 신입 호텔리어' 라고 생각하는 인간 비슷하게 생긴 무언가일 테니까.


애초에 그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는 그 녀석은, 보통의 경우 니 말을 듣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논지의 말을 하며 너를 향해 엉덩이를 돌리고 남은 가스를 전부 쏟아낼거다. 그때는 그냥 기절해도 상관 없어. 일어나면, 로비의 직원 전용 의무실로 가서 '가스를 너무 많이 마셨어요.' 라고 말해. 그 말을 들으면 거기서도 노란 명찰을 한 직원에게 당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을 거야.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거다.




...하지만 정해진 말 외에는 그 녀석과 깊이 대화를 나누지 마. 너도 모르는 사이에 가치관이 바뀌어서 '남들 앞에서 방귀를 배출하는 건 아주 자연스럽고 즐거운 것' 이라고 머릿속에 각인이 된다고 하더라. ...하, 그게 차라리 다행이지. 남성 직원들이 접근한 경우 아예 따라가고 싶은 충동이 미친듯이 강하게 인다고 하더라. 냄새를 맡는 그 순간부터 말이야.




...물론 따라가면 절대 안 된다. 위험한 짓을 넘어서 존나 멍청한 짓거리라는 것만 알아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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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명찰을 착용한 직원을 목격했을 경우, 그녀석에게 절대로 가까이 접근하지 마. 거리가 만약 가깝다? 그러면 니 정신줄 꽉 붙잡고 최대한 빨리 거리를 벌려. 꽤 멀리. 그리고 핫라인으로 연락을 취해. 보석상이 나타났다고.


그 녀석은 널 인지한 순간, 너에게 서서히 다가오면서 '이거 어때? 예쁘지?' 등의 말을 하며, 싯누런 뭔가가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분홍색 보석을 꺼내서 보여줄거야. 그 보석, 확실히 예쁘긴 해. 근데 그냥 평범한 예쁜 보석이면 애초에 문제가 될 일도 없었겠지.




어느새 너도 모르게 보석을 1초라도 더 보기 위해 그 녀석이 말하는 건 죄다 들어주는 충실한 노예로 전락한 상태일거다.


그 녀석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마. 충동적인 감정을 참고 최대한 거리를 벌려. 그 녀석이 너만을 위한 보석을 만들어준다는 말에도 넘어가지 마. 혹시 짝사랑 상대나 뭐 그런 거 있어? ... 있다고? 더 조심해야겠네. 사랑을 이루게 해주겠다는 말로 유혹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은 없어. 절대 무시해.




...아, 만약에 너무 늦어버렸다 싶으면... 그냥 기왕이면 예쁜 보석으로 만들어달라고 해. 그리고, 조금 보석이 얇아도 좋으니 안쪽을 좀 크게 만들어달라고 하고. ...그럼 그 녀석은 널 보고 '뭘 아는 녀석' 이라고 말하면서 아주 잘 대해줄거다.


단, 너도 성심성의껏 임해야 해. 고구마라던가 그런... '연료' 들을 잘 먹고, 가스 조절이 안되는 여인으로 거듭나달라는 부탁을 잘 들어줘.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 ...하아... 별로 알고 싶진 않았거든. 한달 전, 그리고 한달 하고도 일주일 전에 나란히 사라진 사내 커플 한 쌍한테 들은 정보야. 호텔에 투숙객으로 왔더라.




...근데 둘 다 이제 인간이라고 부르긴 어려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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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라색 명찰을 착용한 직원을 목격했을 경우...


어... 할 말이 딱히 없네.




그냥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최대한 빨리.


니가 그 녀석을 인지하는 거리까지 다다랐다면, 그 녀석은 아무리 못 해도 1분 전부터 네 존재를 알고 있었을 거다. 즉, 늦었다는 거지. 최대한 빨리 도망쳐. 젖먹던 힘까지 다 쓰고 도망쳐서 의무실로 향해.


그리고 말해. 혼돈을 마주하고 왔다고.


아마 신체 어디가 뭐 보라색으로 물들거나 할 지도 몰라. 그럴땐... 후우. 약이 효과가 있길 바래야지.


약효가 없으면 어떻게 되냐고?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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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한 번째. 뱀은 독이 있든 없든 꽤 위협적인 맹수야. 크면 클수록 그러하지. 아마 큰 아나콘다 같은 녀석은 어린 애들 정도는 꿀꺽 삼켜버릴걸.


그 이야기를 왜 하냐고? ...반려동물 뱀이 아니라, 야생 뱀이 발견되었다는 컴플레인이 들어올 때가 있어. 보통은 뱀의 흔적인 밧줄같은 것이 땅을 쓸고 지나간 자국 같은 것을 말하면서 컴플레인을 걸어올거야.


물론 당연하게도, 우리 호텔의 정원에는 뱀이 서식하지 않아. 하지만, 손님들이 잘못 본 것도 아니야. 그건 뱀의 흔적이 맞지만, 뱀은 절대 아냐.




반은 사람, 반은 뱀인 무언가는 생물학적으로 뱀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겠지?


더군더나, 못 해도 2미터는 되어보이는 커다란 뱀이 우리 호텔에 있을 리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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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두 번째. 맞나? 참, 내가 지하 이야기를 했던가 근데? 호텔은 지하1층부터 지하3층까지 있어. 지하는 굉장히 다목적인 공간이야. 보통 1층에는 이런저런 편의시설과 함께 주차장이 있어. 2층 또한 마찬가지고.


하지만 지하 3층은 달라. 호텔의 총 지배인 분들과 그에 준하는 베테랑 직원들만이 출입 가능한 곳이지. 우리가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로는 당연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비밀 공간이야.




지하 3층은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로만 갈수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만약 일반적인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에 '지하 3층' 버튼이 존재한다면, 내려. 타지 마.




그 엘리베이터는 널 원하는 층으로 데려다주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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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왔네. 마지막 규칙이야. 듣느라 고생 많았어. ...말한 나는 더 고생이 많았지만. 농담은 이쯤 하고... 만약, 연극 속 등장인물처럼 특이한 분장을 한 것만 같은 모습을 한 자가 호텔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이 목격되었다면 즉시 해당 구역을 5시간동안 봉쇄해. 아무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객실에 있는 손님들은 무조건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해. 특히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만약 밖에 나와있는 아이가 있다면 객실을 찾아서 들어가게 해. 최대한 빨리.


만약, 이 절차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서 흥겨운 노랫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이게 되면,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쇼의 클라이막스를 함께하자며 바지를 벗고 작은 피리를 엉덩이 사이에 끼울 거야.




...이후 벌어지는 일에서, 넌 유혹을 참기 힘들 수도 있어. 이전의 모든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네 성적 지향이 남자를 좋아하는 이성애든, 같은 여성을 좋아하는 동성애든, 진짜 너무나도 참아내기 힘들 거야. 당장 그 엉덩이 앞으로 달려가, 피리의 삐릭거리는 소리와 함께 울려퍼지는 추잡스러운 방귀 소리를 들으면서 그 엉덩이를 잔뜩 매만지며 입맞춤까지 하고 싶을 거야. 살아남은 녀석들이 그러더라고.


하지만 꼭 참아야 해. 절대, 고양이처럼 엎드려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연주를 하기 시작한, 그 녀석의 방귀 피리의 지저분한 노랫소리를 따라가지 마. 절대.




녀석은 보통... 음, 어떤 모습이더라? 붉은 피같은 걸 손가락에서 똑똑 떨어트려서 자신의 자취를 남기는 걸 좋아하는 것 까진 기억나는데, 나도 들은지 좀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네.


어? 보여줄 게 있어?




...아~ 이렇게 생긴 광대같은 여자였다고? 아, 그랬던 것 같은...





















...잠깐, 그걸 네가 어떻게...












...붉은 잉크...? 아니야...! 너, 뭘로 필기를 한 거지?!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제길! 핫라인...! 들리나?! 여기는 [■■■]! 그것이 완벽하게 사람을 흉내내는...[치직-] ...위험... 광대가...! 살...[치지직-]




[치직... 치지직-]







[서프라이즈~ 너만을 위한, 보기가 준비한 공연의 막이 올랐어... 후훗...]




[뚝-]



[---------------]


[----호- ...미약... -ㄱㄱㄱ---재---조중---]







[...]






[신호 없음]


[잠시 후 통신이 종료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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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 연결... 연결 확인. 들리나?]


"...네. 국장님."


[...자네가 전송한 내용이 모두 사실인가?]


"한 치의 틀림도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발견된 붉은 잉크같은 것으로 쓰여진 내용이 가득한 수첩에는 지저분한 성적 농담이 가득했죠. ...확실합니다. 이계의 개체 중 '보기' 라고 분류되는 존재가 분명합니다."


[분명 어린 아이들을 더 선호한다고 들었다만... 아니었나?]


"선호하는 것과 별개로, 그저 성욕이나 기분에 따라 대상이 마음에 들면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력으로 나이를 강제로 조절시킬 수 있다는군요. 그 때문에, 대상의 실제 나이가 어떻던 간에 대동소이하게 '아이' 라고 취급하는 모양입니다."


[...이를 어쩐다. 그 녀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것 아닌가?]


"...그렇겠죠."


[흠, 그렇다면 호텔 전체를 이상현상으로 규정하고 격리해야 하나?]


"...그랬다간 좋지 않은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겠죠. 관광업에 주로 의존하는 이 마을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주민들의 큰 반발을 살 거고, 실제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에요."


[으음...]


"...보상금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그 농장이나, 주식회사 ■■■■■■ 의 경우처럼 해당 개체들과의 공존을 위한 타협점을 찾는 건...]


"아무래도 그 방향이 제일 나을 것처럼 보입니다. 단..."


[단...?]


"...부디 그쪽에서도 우리의 제안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길 바래야죠. 리치 양이 말했던 것 처럼, 우리와의 적절한 수준의 공존을 바라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이 땅을 자신들이 사는 '이계' 와 동일하게 만들어서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들도 있다고 하니 말일세.]


"...후우..."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려도 되겠나, 최강민 요원?]


"...힘 닿는데 까지 노력해보겠습니다."


[팀 편성은...]


"홍라현 요원과 동행하겠습니다."


[안 그래로 그리하려던 참이었네. 수고해주게.]


[삡-]


"...흠."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은, 뒤를 돌아 트래폴 호텔의 전경을 다시 눈에 담았다. 검은 도화지와도 같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녹아든 호텔을 보는 그가 느낀 감정은, 아름다움 따위의 서정적인 감정 보다는 걱정과 긴장감이었다.


저 안에 어떤 개체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일은 자신들 아니면 마땅히 맡을 사람도 없는 것을 알기에, 그는 한숨을 내쉬며 검은 세단에 몸을 실었다.


"...음... 리치 씨를 만나봐야 하나... 일단 라현이한테..."


[뚜르르르... 삡-]


[응...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자기야?]


"아, 라현아. 업무 관련 이야기인데... 지금 집으로 찾아가도 돼?"


[콘돔 사오는거 잊지... 하암... 말구. 이 덜렁아.]


"지금 누가 누구보고... 아, 이게 아니지... 일단 잠 깰겸 들어봐. 지금..."


남성을 실은 세단은 어둠을 가르며 어디론가로 사라졌고, 또 다시, 사람 하나를 집어삼켜버린 호텔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문을 활짝 열고 투숙객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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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폴리탄에 사람이 푹 빠져버렸다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만들어진 적당한 맞춤형 상상이 요즘 너무 꼴린다...


...유기한 연작 소설들 언제 쓰냐고?

연작쓴다고깝치지말았어야햇는대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