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Prologue <프롤로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암흑마계편] <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명록마계편] <2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 편] <3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기슭> 편] <4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깊은 곳> 편] <5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마을> 편] <6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2)> 편] <7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上] <8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下] <9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Ⅰ] <10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Ⅱ] <1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Ⅲ] <12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사막 도시] <13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사막 유적] <14편>


-----외전-----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헬하운드와 함께 여행을] <외전 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수인 노예 기록일지 <치료> ] <외전 2편-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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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갈리는 마물 주의... + 방구씬 별로 없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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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니르는 처음 보는, 조금은 어려보이는 소녀와도 같은 마물에게 뚜벅뚜벅 다가갔다. 화산 지대의 작열하는 열기 탓일까, 정령형 마물이 아니었음에도 그녀에게선 불의 원소를 잔뜩 머금은 불의 정령과 같은 기운이 피어나는 듯 했다.


"흐으응... 몸 좋네. 그럼... 가볍게 여기서 할까?"


"다른 걸 하고 싶은데. ...일단 자리를 좀 옮겨도 되겠나?"


"후후... 음탕한 남자네. 모험가지? 은근 자주 쌓이는데도 시간이 애매하거나 하면 성욕을 못 푸는 경우가 많다니까. 자, 날 따라오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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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작은 여관으로 들어서는 마물, 그 뒤를 따르던 메카니르는, 한결 시원해지고 쾌적한 공간에 다다르자 조금 상쾌해진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전에 머물렀던 사막 지대의 마을에서 보았던 건축 양식 등이 여럿 보이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잘못 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봐! 여기야! 내 방으로 안내할게."


"...아. 알겠네. 지금 가네."


"참, 그러고 보니 이름도 말 안했네. 그쪽은 이름이?"


"...메카니르라고 불러주게."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음, 기억이 잘 안나네. 유명해 혹시?"


"...조금은?"


"그래? 음... 그래도 기억이 잘 안나네! 내 이름은 아르세나. 남자의 마음과 성욕에 불을 지피는..."


뿟프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슷... 뿌쉬싯-!


"...후훗... 타오르는 유황 냄새를 풍기는 서큐버스지."


"...쿨럭. 냄새가 꽤 독하군."


"그치? 후훗... 이쪽은 화산 지대의 뜨거운 열을 이용하여 조리한 맥반석 계란이나 고기 요리가 유명하거든. 아타카나킬 사막 도시 이상으로 후끈한 더위는 덤이고. 후후후..."


처음 보는 마물의 뒤를 따르는 메카니르. 그녀와 함께, 조금 작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그녀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방에 들어가게 된 그는, 자신을 향해 웃으면서 옷을 벗으며 엉덩이를 과시하듯 씰룩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애써 다시금 꿈틀거리는 욕망을 억누르는 데 전념을 다했다.


"자... 이제 젊은 남녀 둘이 이 방에서 무엇을 할 진... 뻔하지?"


뿌슷... 뿌우우웅! 뿌두드드드드드드드다다다다닥!


"...하아... 계란 썩은내 독하지? 오늘도 배고파서 잔~뜩 먹었거든."


"...크흠. 미안하네만..."


욕망을 이겨낸 그는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고 부드럽게 다시 옷을 입혀주며,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자신의 목적을 전달했다.


"...자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성적 행위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네?"


"에? 거짓말! 남자들은 다 짐승이던데~?"


"...유부남이라서."


"...에헷?! 그럼... 그럼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냐?"


"위험...하지? ...아무튼, 그래서 난 성행위를 할 목적으로 온 게 아니라... 음,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혹시 내 이야기나 좀 들어줄 수 있나?"


"음... 어차피 뭐, 나야 남는게 시간이니까. 재밌는 모험담이 있으면 좀 들려주겠어?"


"...그리 재밌는 내용은 아니지만, 조금 들어보게. ...이거라도 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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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메카니르로부터 지금까지 일련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그녀. 그녀는, 때로는 깜짝 놀라며, 때로는 웃으며, 마계에서 산지, 그리고 도심지와 콜로세움, 던전과 사막과 유적의 이야기를 거쳐온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재밌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그 이야기를 지극히 흥미진진하게 들은 뒤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재밌네! 하나의 소설이나 만화같은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한걸?"


"그런가? 후후... 그렇게 되었다네."


"그쪽의 여자친구? 아니, 아내? 그 분도 좀 만나보고 싶네. ...딱히 결혼식 이야기도 없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없어선 안 될 반쪽으로 여긴다니 재밌는걸?"


"...크흠. 그리 되었다만. ...여튼, 내가 굳이 이런 말을 했던 이유는..."


"알 것 같아. 내 정보를 싣고 싶다, 이런 거 아니겠어?"


"그렇소. 이해해주니 고맙군. 도와줄 수 있겠나?"


"그러지 뭐. ...시간도 꽤 늦었고, 자기 전에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 값이라고 하면 되려나? 후후... 에헴, 잘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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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악마의 하수인답게 전투에도 능하다던데, 과연...]


[파이로 - Pyro]


[속 : 서큐버스 / 형 : 악마]


[서식지 : 화산 지대]


[식성 : 인간 남성의 정기, 육류, 난황류 요리 등]


[성격 : 대담함, 쾌활하고 정욕적.]




불을 조종하는 마귀 종족이자 '발록'이라고 알려진 화산 지역을 지배하는 강력한 마물의 하수인. 그 몸에 머무는 불꽃의 마력은 그들의 몸을 끊임없이 붉게 빛내고 항상 성적인 흥분으로, 지독하기 그지없는 유황 썩은내를 풀풀 풍기며 타오른다.


이 쾌락주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소녀들은 인간 남성을 발견하면 바로 음란한 행위를 위해 곧바로 손을 대려 하기에, 호색한 이들이 매우 많은 서큐버스 종 사이에서도 특히 남성에 대한 적극성이 강한 종족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만큼 수많은 정기와 마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녀들의 장은 더욱 불안정하게 끓어오르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곧바로 남자와 키스를 나누며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는 호색한 성격' 과 '쉼없이 방귀를 뀌어댈 수 있는 언제나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가스탱크' 를 갖는 것을 제일의 미덕으로 삼는 서큐버스 종족답게, 그녀들은 목표로 삼은 남성에게 마물인 것 같지 않은 가볍고 경박한 행동과 언동을 취하는데, 다른 종족들이 남성을 대하는 방식에 비해 매우 '가볍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불량한 느낌을 주며, 그녀들 주위에만 다가가도 순간 머리가 타오르는 것 처럼 아파올 정도로 지독한 악취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들은 자신을 향한 남성의 정욕을 예리하게 감지해 성적으로 도발적인 말과 몸짓을 하며, 자연스럽게 곁에 다가가 맨엉덩이가 대놓고 보이는 하반신을 어필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무음방귀를 푸슷푸슷 내뿜으며, 조금 더 제대로 빼줄 것을 요구하며 몸을 기대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육신을 보고, 냄새를 맡고 발기한 남성기를 더듬는 등 마치 교제를 하는 듯한 행위로 노골적이고 솔직한 초대를 한다.


그 유혹은 성욕을 부추기지만, 인간을 습격하는 전형적인 포식자인 야수, 서큐버스 등의 마물들이 보여주는 공격적이고 에로틱한 마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마치 가볍게 용돈을 벌 목적, 혹은 반대로 쓸 목적, 그것도 아니면 그저 가볍게 정을 통하며 통통하게 살짝 부푼 뱃속 가득히 들어찬 가스를 빼는 것만을 목적으로 우연히 걸린 남성에게 말을 걸어 한 번 하자는, 이른바 그녀들만의 속어로 '원나잇' 이라는 것만을 바라는 듯한 목소리로 유혹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는 남성이 그녀들과 함께하는 교제와 쾌락이 부담 없고 즐겁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며, 이 제안에 승낙하면 파이로의 남편으로서 반영구적으로 정기를 쥐어짜이며 잔뜩 방귀찜질을 당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파이로의 유혹은 남성에게 '불을 켜는 힘'을 사용하지만, 급격한 충동이나 상태 변화를 유발하는 대신 대부분의 남성이 자신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미묘하다. 그 마음에 불이 붙으면 일종의 열병을 느끼고 동시에 극히 쉽게 흥분 상태에 빠지며, 성욕도 더 크게 부풀어오르고, 뜨거워지며, 아랫도리가 아플 정도로 발기를 유발하여 서큐버스인 파이로들에게 점차 눈이 가게 하고, 마음이 이끌리게 한다.


게다가, 그런 상태로 눈앞에 나타나는, '나라면 당신의 추잡한 욕망을 모두 채워줄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존재가, 남성을 대담하고 개방적으로 만든다. 마물을 야한 눈으로 조금씩 쳐다보며, 점차 그들의 엉덩이를 향해 손을 대고 결국엔 그녀와 함께 여관으로 향해 '그녀들이라면'라고 손을 내밀어 버리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불을 켜는 힘'은 그녀들의 몸에 머무는 불꽃의 마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정사를 통해 몸을 붙히면 그 효과는 더 강해진다. 남성이 파이로와 한 번이라도 정사를 하면 그때부터 그녀가 하는 가벼운 윙크나 단순한 터치와 같은 사소한 일에서도 열정의 불이 즉시 타오르며, 곧바로 그녀들만이 머릿속에 잔뜩 들어차 제대로 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사를 치르던 중 그녀들의 썩은 유황 악취를 얼마나 많이 들이마셨느냐에 따라 더욱 그 영향을 크게 받아버린다고 한다.


이렇게 파이로들은 남성의 흥분과 성욕에 불을 붙여 그 화력을 자유자재로 높힐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비롯되는 그녀들만의 '부작용' 이 있다.


더 강하게 마력을 끌어올려 남성을 유혹하려고 하면, 내부에서부터 순환하는 마나와 외부의 마나가 이리저리 뒤섞이며, 서큐버스 특유의 빠른 마나 순환계가 그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녀들이 주로 서식하는 화산 지대의 뜨거운 마력과 화산지대 특유의 마그마 속에 녹아있는 썩은 유황 악취를 머금은 기운이 함께 섞이고, 그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 중 하나인 '간헐천으로 삶은 새알' 과 이를 이용한 요리들이 만드는 끔찍할 정도로 지독한 계란 썩는 냄새와 함께 다시 한번 섞이며, 마물들 중에서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지독한 악취가 만들어진다.


보통이라면 이 방귀를 잔뜩 뱃속에 담아두었다가 남성과 관계를 할 때 비로소 배출을 시작하며 그 주위를 자신의 냄새로 물들이는 타입이지만,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양의 가스가 쌓여있다가 그 한계에 도달한 경우, 망치로 벽을 부수는 소음 이상의 무지막지한 굉음을 내며, 여름철 태풍보다도 강하게 몰아치는 파멸적인 바람과 함께, 내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단 한번 숨을 쉰 것 만으로 오만상을 찡그리며 심하게는 구토까지 유발할 수 있는 괴악한 악취를 풍기는, 감히 인간의 상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어마무시하게 끔찍한 악취를 사방팔방 퍼트려대며 쾌락에 쩔어 통제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런 상태가 되면, 근처를 지나가던 미혼 남성이 조금이라도 그 냄새를 맡은 경우, 반드시 자신에게 다가오게 만들어, 엉덩이를 치켜들고 바닥에서 계속해서 가스를 내뿜는 자신을 무조건 범하게 만들어버린다고 한다. 뱃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까지, 수십~수백 리터의 방귀로 주위를 마구 더럽히며 성대하게 몇 번이고 가버리는 모습의 파이로를 눈 앞에서 본 그들은 절대 그녀 이외의 다른 여성들은 생각치 못하게 된다. 그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위기를 기회로 승화했다고나 할까.


그렇기에, 가볍게 한 번만, 하룻밤만의 관계를, 그런 위험이 없는 불놀이의 상대처럼 보이는 것은 겉보기만의 이야기이며, 한 번이라도 작은 불이 붙으면 불길이 번져 순식간에 온 몸을 뒤덮고, 뜨거운 욕정을 마음 속 깊숙한 곳 까지 타오르게 할 것이다. 그것도, 불량해보이는 겉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사랑하는 남편에게만 몸을 허락하고,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 코를 박고 방귀냄새를 잔뜩 즐길 수 있는 특권을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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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자유로운 동시에 지조있는 영혼이구려."


"뭐, 누군가는 우리보고 줏대없어보인다고, 헤퍼보인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도 다 내 짝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네. 어차피 우리도 우리만의 연인을 찾으면 이런건 더 이상 안하거든. 후후..."


"...유독 호색적인 서큐버스라... 그럼에도 자네는 꽤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


"하핫! 칭찬 고마워. ...흠, 시간이 꽤 늦었는데, 여기서 좀 묵는게 어때?"


"...남는 방이 있으려나 모르겠군."


"분명 있을거야. 로비로 가서 물어보면 방 잡는걸 도와줄 마물, 라바 골렘인 인페라에게 말하면 방을 내줄거야. 가격도 가성비도 좋고 저렴하니까 부담갖지 마라구."


"고맙구려. 라바 골렘이라... 일반 골렘과는 또 다른 종인가보구료."


"그렇지. 확연히 다를걸? 비슷한 건 이름뿐일 정도로 말이야. 후후... 아 참, 그리고 방 없으면 언제든지 말해. 내 방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사양하지."


"그러지 말고~ 후훗... 하렘도 은근히 메이저하다니까? 둘이서 한 명의 남자를 사랑하는 법? 남자로부터 두 배의 사랑을 받아내면 되는 거거든."


"...1:1 순애파라 말일세. 마음만 받도록 하지."


메카니르는, 욕망에 더 잠식되기 전에, 파이로 마물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왔다.




--------------------------------------------------------------------------------------- 1장, 파이로 편 [END]




"...여긴가. ... 계시오?"


1층의 안내 데스크에 도착한 그는, 벨을 울리며 텅 빈 카운터에 대고 소리를 쳤고...


[꿈틀... 꾸물꾸물... 우두둑...]


"...응?"


[뚜둑... 쩌적- 덜컹!]


무언가 뚜둑거리며 움직이고, 합쳐지는 소리와 함께, 골렘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제법 느긋해보이는 마물이 나타났다.


"...흠냐앙... 하암... 아, 손님이시구나... 카누스 여관에 오신 것을 환... 응? 아까 아르세나랑 같이 가는 걸 본 것 같았는데... 벌써 둘이 한번 했어요?"


"...아니."


"...엥? 그 색골이 손님을 그냥 풀어줬다고요?"


"...설명하자면 좀 길긴 한데, 간략하게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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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런 일이..."


"그래서 오늘 밤을 묵을 방을 구하고 싶다네. 출항은 내일 모레 즈음이니."


"그러셨구나... 음, 하루 숙박에 대충 이 정도 들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메카니르 씨는 공짜로 해드릴게요. 후후..."


"...음, 호의에 감사하다만... 무슨 이유로 그런 호의를?"


"그야 당연히 아타카나킬 마을을 안정화시켜주신 공이죠! 여기도 본격적으로 그 이물들로 인해 오염이 진행될 것만 같았는데, 일이 커지기 전에 마을의 행정직 공무원들이 와서 치료제를 잔뜩 배포하고 가더라고요. 이런 비밀이 있는 줄은 몰랐죠."


"허허... 참. 이게 선한 영향력인가?"


인페라가 건네는 열쇠를 받아든 그는, 시계를 한번 쳐다보고는 인페라에게 몸을 굽혀 다가갔다.


"...참, 혹시 자네도..."


"도감에 실을 정보를 달라는거겠죠? ...음, 자기소개하는 느낌으로 전달하면 되려나?"


메카니르는 참고하라는 듯 인페라에게 사전을 내밀었고, 인페라는 그것들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웃기도 하다가, 신기하게 보기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다양한 마물들을 접한 그녀는, 마침내 펜을 꺼내 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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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로비에서 이것저것 편의를 도와준 라바골렘의 삽화. 취미는 물 끓여서 차 만들기.]


[라바 골렘 - Lava Golem]


[속 : 골렘 / 형 : 마도물질]


[서식지 : 화산 지대]


[식성 : 남성의 정기, 평범한 식료 등]


[성격 : 정열적이고 호색함]




[마력을 띈 용암에 사고가 깃들어 마물이 된 개체. 성격은 생각보다 더욱 흉포하고 호색하고 정열적이며, 욕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인간 남성을 덮쳐 핫팩처럼 뜨끈뜨끈한 몸으로 끌어안고 범해버린다.


용암에서 태어난 그녀들의 육체는, 용암의 온도, 성질에 따라 체온도 모양도 제법 다른데, 공통적으로는 검고 차갑게 식은 부분은 비교적 단단하고 온도가 낮으며, 붉게 달궈진 부분은 사람의 살결 이상으로 부드럽고 뜨겁다.


남성을 향해 끓어오르는 이 용암은 화상을 입히지는 않지만 여기에 닿는 순간 그 부분을 시작으로 몸 전체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특히, 맥동치는 가슴, 가쁜 숨을 내쉬는 입, 그리고 언제나 젖어있는 여성기 등에 닿기라도 했다면 그 증세는 특히 빨라지며, 가장 빠르게 남성을 달아오르게 하는 부위는 역시나 '항상 유황온천의 썩은내를 풍겨대는' 엉덩이 사이 방귀구멍이다. 그녀들의 말로는, 단 10초 이내로 남성기를 금새 검붉고 단단하게 솟아오른 늠름한 수컷의 상징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계를 넘듯이 빳빳해진 남성들의 성기는, 그 양기를 토해낼 구멍을 찾아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가 될텐데, 여기서 그녀들은 곧바로 그 슬라임처럼 탄력있고 끈적하며, 어지간한 육식성 마물들 저리가라 할 정도로 지독한 구린내를 풍기는 엉덩이를 남성기에 들이민 뒤, 배를 꾹 누르고 힘을 주며, 남성을 본 순간부터 내장 속에서 휘몰아치던 막대한 양의 가스를 있는 힘껏 뿜어낼 것이다. 결과는 항상 그렇듯 욕정의 대폭발. 아주 간단하게 절정과 흥분의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며 그녀들의 몸 전체를 하얀 백탁액으로 잔뜩 물들여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녀들은 곧바로 남성들과 교미를 시작하는데, 충동대로 남성을 깔고 앉아 허리를 흔드는 그 모습은 평범한 마물들과는 다른, 오히려 슬라임 계통과 비슷한 극한의 다면성을 지녀, 남성을 삼켜 태워버리는 것 같은 동시에 끈적하고 달콤한 혀를 입 안에 얽혀들게 하며, 동시에 따뜻하고 말랑한 여성기는 한번 문 남성기를 절대 놓지 않으려 들고, 거기에 더해 계속해서 남성의 정기와 마나가 섞여들며 피어나는 구릿하고 지독한 악취는 계속해서 꾸륵꾸륵 소리를 뱃속에서부터 내며 남성을 먼저 일차적으로 청각적으로 흥분하게 한 다음, 잠시 키스를 하던 입을 떼고 '당신 때문에 내 뱃속이 난장판이 되어버렸어... 전부 맡아줄거지...?' 등의 욕망을 거스르기 힘든 말을 지극히 사랑스러운 어조로 해대며, 마침내 엉덩이와 장 속 가득히 차오른 그 지독한 욕망 덩어리에 가까운 가스를 있는 힘껏 힘차게 쏟아내며 주위를 시체 썩는 악취보다 더한 악취로 순식간에 물들여버림과 동시에, 남성의 욕망 또한 자신의 마음대로 한껏 물들이며, 그 남성기를 잔뜩 받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겨우 첫 번째 섹스가 끝났을 뿐이다. 아무리 교미하여 정을 탐하더라도, 그 마음이 서로 식는 일이 없이, 그녀는 남편만을 바라며, 남편은 그녀들만을 바라며, 욕정 가득한 질척질척한 애정을 잔뜩 나누는 것이다.


생긴 것 답게 물에 약한 그녀들은 한번에 많은 물을 뒤집어쓰면 일시적으로 흉포함과 자제력이 크게 줄어들어 남성에게 매달리며 정을 조르고, 무섭다는 등의 말을 하며 섹스로 치료해달라고 어린아이처럼 앙탈을 부려댄다. ...그리고 자제력이 떨어졌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상태에서는 문자 그대로 배탈이 난 어린아이처럼 언제나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1초도 쉬지않고 내뿜어, 주위를 뜨겁게 달구고, 남성들의 마음도 뜨겁게 달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재밌게도 그녀들은 설원 지역에서도 드문드문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몸에 맞지 않는 설산이기에 그녀들의 흉포함도 조금 흐릿해지만, 설산에서 추위에 지친 남성들에게 그녀들의 따스하고 매력적인 몸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지며, 남성의 마음을 녹이는 몸을 과시하며, 주위의 눈을 녹이는 뜨거운 방귀바람으로 남성을 순식간에 유혹한 그녀들은, 남성기를 자신의 몸 속에 뿌리까지 넣고도 더욱 갈망하는 듯 허리를 흔드는 그들의 격렬한 교미를 모두 받아주며, 곧바로 인근의 마을이나 자신의 거처로 데려가 잔뜩 쥐어짜 남편으로 삼아버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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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라바 골렘이라고 해서 온 몸이 타오르는 용암처럼 뜨거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군. 그리고 설산 지대의 라바 골렘이라..."


"신기하죠? 후훗... 생명, 마기와 결합한 용암은 더 이상 자연물로 보기 어렵죠. 인간이나 마물에게 해가 되지 않는, 따스한 온기라고 봐도 무방하답니다. 후후..."


"...흥미롭군. 화산 지대에도 이렇게나 다양한 마물들이..."


"내일은 시간 괜찮다면 나름 이 주변을 둘러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나름대로 관광지라고 부르기 손색 없는 곳이니까요."


"...그렇군.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편안한 밤 되시길. 메카니르 씨."


가벼운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메카니르. 그리고, 홀로 남아 카운터를 정리하던 인페라는, 대화를 나누던 사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메카니르가 떠나간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굳은 것 마냥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피식 웃으며 거미를 자신의 손에 옮겨 태우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예로부터, 거미가 내려앉으면 손님이 찾아온다는 의미라고 했지. 흐음... 어떨까나? 거미야, 넌 저 분을 위한 손님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온 거니?"


창문 밖에 거미를 놓아주며, 인페라는 조용히 웃으며 메카니르가 떠나간 방향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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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만 해 둘까."


어느 정도 양이 확실히 불어난 사전을 덮으며, 마계의 식생과 문화적 관습 등의 정보와 잊혀진 사막의 왕국, 명녹마계와 암흑마계 등 세계의 정보까지 한 권의 도서에 모두 싣는 메카니르. 어느덧 달이 휘영청 떠오른 한밤중이 되었고, 고요하고 적적한 분위기 속에서, 메카니르는 조금은 감상에 젖은 마음으로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며, 룸서비스로 제공된 매콤하고 감칠맛 넘치는 국수 요리를 창가에 기대 마무리했다.


"..."


(후루룩...)


"...사막 부근이라 그런가, 일교차가 꽤 심하군. 후우..."


(덜그럭-)


"그릇을 내려놓자, 적막함이 방 안 가득히 들어찼다. 오랜만에 찾아온 안도감과 평안함.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뭔가 지극히 허전한,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다고 느꼈고,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어라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


"..."


"..."


"...? 잠깐, 뭣?!"


(우당탕!)


"...훕...푸흐흐흡... 큭..."


"...에르가페?!"


"...아하하! 아하하하핫! ...뭐야, 왜 그렇게 놀라고 그래? 꼭 귀신이라도 본 옛날 사람마냥 화들짝 놀라긴! 아하하하하!"


뜻밖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의자에 걸려 굴러 넘어지는 메카니르. 아픈 허리를 매만지며 일어나는 그의 모습이 퍽 우스웠는지, 에르가페는 소리 죽여 웃음을 참다가 결국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메카니르가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었다.


"정말... 놀랐잖아. 여기서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걸. 몸은 좀 괜찮아?"


"쌩쌩하다구. ...다른 녀석들 몰래 들어온 거라 너도 눈치 못챘구나? ...응...? 갑자기 끌어안... 헤으으..."


"...아니... 실감이 안 나서. ...아... 진짜 맞구나. ...하아... 좀만 이러고 있어도 될까?"


"...그냥 안고만 있게?"


"...조금 외로웠어서... 많이... 많이 외로웠다고 해야 하나? 이래야 좀 그 기분이 해소될 것 같아서."


"...은근히 감성적이구나?"


"...너한테 조교당했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조교? 아하핫! 그게 그렇게 되는거였나?"


(푹신-)


그리고 에르가페는, 몸을 움직여 메카니르와 함께 포근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화신의 형태로 움직이는 것은 제법 오랜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르가페는 능숙하게 그를 침대에 뉘이고, 자연스럽게 그의 몸을 어루만졌다.


"...후우... 읏..."


"...뭐야, 어디 아파?"


"...민감해서... 금방이라도..."


그리고, 잔뜩 흥분한 메카니르의 남성기를 본 그녀는, 빙긋 웃으며 그의 몸을 어루만지던 손을 위로 슬며시 올려, 턱을 살살 간지럽히고는, 그를 확 당겨 안았다.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하는 것이 가능한 부정형의 육신을 가진 에르가페는 그 특성을 화신의 모습에 반영한 것일까, 건장한 성인 남성의 체격의 육신을 만든 메카니르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모습이 되어있었다.


"...호오... 단단해졌구나...?"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남동생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푸훗... 귀여워라."


"...귀엽다... 귀엽다라... 세상에. 나랑은 세상에서 가장 연관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래? 내 눈엔 귀엽기만 한걸. ...참, 그건 그렇고 말이야."


"음?"


"...빈틈!"


(철컥-! 물컹-)


"...크흠?!"


"...에헤헤... 어때. 옴짝달싹도 못하겠지?"


메카니르는, 자신의 양 팔과 양 다리에 채워진 것을 급히 확인했다. 부조화의 순환고리. 신들 사이에서 잘잘못을 가릴 때, 두 사람이 더 이상 싸우지 못하도록 그 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봉쇄하는 데 사용하는, 신들마저도 거부할 수 없는 압도적인 제약의 구속구였다. 메카니르여도 탈출을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인데, 화신의 몸이라면... 결과야 명약관화가 분명했다.


"...에르가페? 갑자기 이게..."


"...흐응... 자기야.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어?"


"어떤 년이랑 잤어?"


"...에에?!"


딱 걸렸다는 듯이 메카니르 위에 걸터앉아, 이글거리는 것 같은 눈으로, 씩 웃으며 그를 내려다보는 또 하나의 신, 에르가페. 그답지 않게,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며 눈을 좀처럼 마주치지 못하고 식은땀만 뻘뻘 흘리며 말을 더듬기를 반복하자, 아예 확신이 생긴 에르가페는 더욱 가깝게 그에게 다가가 붙으며 말했다.


"...흐흐흥... 진짜 했던거네. 그렇지?"


"...하나의 불가항력이자... 위기 타파를 위해..."


...일단은 열심히 변명을 이어가고 있는 메카니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위에 걸터앉은 에르가페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것을 대충 알아차리게 되었고, 자신이 겪게 될 미래에 대해 극한의 공포를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 켠이 두근거릴 정도로 기대가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줘. 다 설명할 수 있어."


"어디... 무슨 변명을 할 지 궁금하네. 한번 들어볼까? 혹시 몰라? 기분이 좀 풀어질지."


"...실은..."




--------------------




"...슬라임에 이어... 그 녹색 이물이 골렘의 형태로 나타났다니..."


짐짓 충격받은 표정의 에르가페. 그녀는 이런 상상을 해 보았다. 거대한 강줄기나 그런 물줄기에 동화를 일으킨 이물이 거대 괴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면? 물론, 어지간해서는 그렇게 되면 슬라임이나 골렘처럼 작은 축에 속하는 형태가 아니라 각기 이물들의 의식이 하나로 모이기 힘들어 위험한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그런 존재는 존재만으로도 주위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녀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이물에 의한 왜곡 이전인 '서큐버스 마왕' 의 즉위로 인한 왜곡 및 현실 조작이 일어나기 한참도 더 전의 살육병기 시절의 골렘의 기억이 남아있더군."


"위험했겠네... 유적이 무너지면 큰일이었을테니."


"그래서 최대한 무력 충돌 없이 해결했지. 네가 주고 간 모듈의 힘이 컸어. 대량의 물 원소를 조작할 수 있었으니까."


"여튼, 잘 해결했다니 다행이긴 하네. 휘유! 일이 끝나질 않는구나?"


"그건 그렇지만,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자신을 타고 앉은 에르가페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매만지며, 살며시 미소를 짓는 메카니르. 순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에르가페는, 짐짓 삐진 표정을 짓고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치. 그래도 용서 못해. 날 두고 다른 암컷이랑 같이 놀아났다니..."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용서해줄래?"


"...흐음... 그럼 눈 잠깐 감아봐."


"...응."


잠깐의 정적, 그리고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 액체의 흐름... 그리고...


(스륵- 철퍽-!)


"...으붑?!"


무언가 말랑하고 부드러운, 따스하고 풍만한 살덩어리의 감촉. 이것이 단번에 무엇인지 알아차린 메카니르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고 호흡을 가쁘게 하기 시작했다.


"...읏... 후우... 간지럽잖아... 바보."


"...으... 미안. 너무... 오랜만이라..."


"...너 원래 이렇게 성욕이 강했나?"


"...그건 절대 아니긴... 한데... 그... 누구 탓을 하긴 좀..."


"...하긴. 그렇게 치면 나도 이렇게 소화가 활발한 체질은... 아니었으니까."


(꾸르르루루루루루루루룱...)


"...크읍... 그래서 뭘... 하려고?"


"...내가 너한테 내 냄새를 다시 각인시키는 동안... 기절하지 마."


"...어?"


"...아... 더는 참기 힘드네... 간다? ...으응..."


뿟스스스스스스스... 뿌푸푸르르르르르릅-! 뿌르르르르르브브븝!


"...크헙...?!"


...메카니르는 순간 반사적으로 거친 욕설이 튀어나올 뻔 했다. 지금껏 맡았던 다른 마물들의 냄새 따위와는 결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방귀가 아닌... 지극히 끔찍하고 공포스러울 정도로 지독한 무언가가, 코를 비집고 들어와 뇌를 마구 물어뜯는 것 같았다.


"...후우... 조금 샜네... 진짜 간...다...!"


뿌우우우우우부부부부부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륽! 뿌붜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럽! 뿌부루룱! 뿌루루르르릅! 푸부루루룱! 뿌푸부루루루부뤼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릷! 뿌다다다다다다당!


구역질이 저절로 올라오는 악취. 흡사 수백 구의 시체가 썩어가는 정글 속 늪지의 부패한 진창에서 뻗어나온 손에 의해 강제로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끔찍한 감각과 함께 찾아오는 극심한 후각의 고통. 중세시대에 이단자를 고문하는 방식으로도 이런 고통은 줄 수 없을 것만 같은 아찔하고 토악질나는 형용이 불가능한 냄새, 신의 질투와 독기가 한껏 섞인 끔찍한 부패의 가스 냄새. 그 모든 것을 단 하나의 필터조차 없이, 터져나오는 족족 들이마셔야만 하는 메카니르는 그만하라고 울부짖으며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과, 내가 질식할 때 까지 계속해줬으면 하는 이중적인 모순된 감정이 겹친 상태로, 머리가 아픈 것을 넘어 뇌와 내장까지 모조리 썩어버릴 것 같은 지독한 유황 냄새를 들이마시다가, 이내 충동을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그녀의 엉덩이를 핥기 시작했다.


"응...흐긋?! ...우훗... 내가 맡아도... 이러헤에... 지독한...데헤에... 너엇... 응...! 지독한... 냄새가... 그렇게 좋은거야...? ...으응...!"


뿌부부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룱!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부붑! 뿌룹! 뿌프프프프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륽! 뿌뷰뷰뷰류쥬뷰쥬뷰쥬쥬쥭! 뿌쥬쥽!


메카니르의 타액이 항문에 묻은 것일까, 아니면 서서히 지배적인 감정보다 쾌락과 즐거움이 몸을 감싸고 흐르기 시작한 에르가페의 탓일까. 에르가페의 엉덩이 사이의 깊고 검은 블랙홀같은 방귀구멍에서 쏟아져나오는 악취는 '상상 이상으로 찐득찐득하고 끈적하고 농밀한' 상태였다. 방귀를 손으로 잡을 수 있겠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게 보였으며, 물안개보다도 더욱 진해지고 추잡해진 방귀를 입과 코, 얼굴 전체로 받아들이던 메카니르는 그야말로 시체 처리소에서 건져온, 죽은지 일주일은 지나 반쯤 썩어 비틀어진 시체와 비슷한 몰골이 되어가면서도, 쾌락과 흥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기 직전의 폐암 환자처럼 숨을 헐떡이면서도, 그녀의 방귀를 포기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악취를 갈망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그 지독하고 역겹고 추잡하고 냄새나고 독하고 비상식적이고 상상을 초월하는 악취를 뽐내고 귀청이 따갑고 머리가 아파오고 코피가 터질 것만 같고 입을 바짝바짝 마르게 하며 정상적인 사고를 정지시키고 끝내 이성으로부터 완벽한 분리를 시키며 더럽고 지독하지만, 무엇보다도 순수하고 진실한 역겨운 욕망대로, 그 욕망대로 미친듯이 몸을 비틀고 움직여,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의 엉덩이에 온 힘을 다해 혀와 입으로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에르가페 또한 그 사랑 가득한 봉사에 차차 무너져내리며, 그 루비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탁 풀려 하트가 떠오른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야릇하고 음란한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어대기 시작했다.


화는 애저녁에 이미 풀려버렸다. 지금 에르가페가 취하는 모든 행동은, 그저 메카니르가 해주는 봉사를 단 1분, 1초라도 더 즐기기 위해 이루어지는, 사랑과 어리광이 가득한 그녀만의 애정표현일 뿐이었다.


"하아으읏... 너무우... 조하아..."


뿌루루루루루룳! 뿌뷰뷰뷰류류류류류류류륙! 뿌쥬쥬뷰류퓨뷰뷰쥬쥬쥬쥭! 뿌르프브프프브르르드드드드드다다다다다닥! 뿌롸라라랇!


"...하아... 하아... 내가 맡아도... 코가 전부 썩어버릴 것 같은 냄새애... 에헤헤..."


뿌푸푸풁! 뿌두두두두두둑! 뿌드드르르르르르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앍!


"...에헤... 헤에엣... 냄새애... 좋지이...? 잔뜩... 더 잔~뜩... 뀌어줄 거니까아... 메카니르으..."


뿌룹!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에르가페도, 잔뜩 흥분한 상태에 들어가, 아랫도리가 젖어드는 것을 느끼고, 그의 안면에 젖어가는 여성기를 비비며, 그리고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은밀한 부분으로 손을 가져가 즐기며,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그리고 지극히 본능적인 성욕과 쾌락에, 아주 지저분하게 물든 채로, 메카니르가 온 몸을 비틀어가며 자신의 엉덩이에 입맞춤을 하고, 이미 몇 차례의 사정으로 인해 축축하게 젖어버린 바지 위로 그 윤곽을 드러내며 한껏 자기주장을 하며, 그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앞뒤로 껄떡이며 움직이는 광경 하나하나를 모조리 즐기고, 눈에 담으며, 오직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욕망의 화신이 된 메카니르의 추잡한 열망을 품어주며, 더없이 편안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 또한 극에 달한 쾌락을 이겨내기 어려웠는지,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잔뜩 축축해진 


"하아... 하아... 츄웁... 이 변태 바람둥이... 이제 누가 진짜... 네 여자인지... 흐응...!"


뿌루루르브프프프브르르프브드드드드드드드득! 뿌뷰류류뷰류쥬뷰류퓨뷰류류류류륙! 뿌롸랇! 푸부루루루루루루루루룹-! 뿟뿌뤽!


"...하아... 츄웁... 쯉... 알게헤...히이...?"


"...!"


뷰류륫-!


"...으븝?!"


뷰르르르릇-! 뷰프르릇- 뷰류륫... 뷰브브르르르르르릇-! 퓨루룻... 뷰룻... 뷰르르르르릇-! 뷰뷰퓨퓨퓨류류류륫-!


"...커...커흡...! 케흑...!"


꽤 오래 쌓여있었던 듯, 하얗거나 투명한 색 보다는 약간의 연한 누르스름한 색을 띄는 것이 보일 정도로 농밀한 정액. 평소에는 나름대로 신체의 상황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그였기에,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번식적인 요소를 제외한 조금은 묽은 액을 쾌락의 부산물로 배출하는 그였지만, 조금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된 메카니르는, 모든 통제권을 상실하고, 아주 찐득한, 그리고 자신의 반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황홀하고 달콤하면서도 음란하고 비릿하게 느껴지는 대량의 백탁액을 쏟아부었다. ...바로, 그녀의 입 속에.


"쿠...쿠흐흐흡...! 후아... 푸하아... 하아... 하아..."


반은 삼키고 반은 흘려버린 에르가페. 그리고, 황홀경에 잠긴 표정으로, 삐진 아이를 연기하는 것 처럼 볼을 부풀리고는 메카니르를 돌아보며 놀리듯 말을 해댔다.


"켈록... 이 변태. 쌀 거면 말이라도 하지... 이렇게 조루같이 칠칠맞게 입에다 다 싸버리기야?"


"..."


"...메카니르? 야!"


"..."


"...어... 설마...?"


몸을 움직여, 완전히 미동을 멈춘 메카니르의 곁에 슬며시 눕는 에르가페. 메카니르의 눈 앞에 손을 몇번 휘휘 저어보고, 콧잔등 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 본 그녀가 얻은 결론은...


"...기절했어?!"


"..."


...아무래도, 나름대로의 독기를 품은 복수가... 너무나도 지독했던 것이었나? 하고 생각하며, 그녀는 조금 얼굴이 붉어진 채로 그의 곁에 살포시 누웠다.


"...흥. 자업자득이거든. 누가 나 몰래 다른 여자하고 하래? ...아무리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해도 좀 얼버무렸어야지. 바보. 변태. 푸후후..."


아마 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그리고 스스로의 악취에 감탄하면서도 이 상황이 우스운지 피식피식 웃으며, 약간의 원치 않는 일탈을 한 사내의 몸을 어루만지고, 팔을 뻗어 자신의 품 속으로 끌어당기는 그녀.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몸 덕분일까, 자신의 품 속에서 기절한 듯 잠든, 아니... 잠든 듯 기절한 메카니르를 끌어안고, 악취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방에 단단히 걸어두었던 밀폐를 해제하는 에르가페. 주위 공기와 뒤섞이며 순식간에 훅- 하고 방에 다시금 휘몰아치는 자신이 쏟아낸 부정하고 썩은 악취를 들이마시자, 저절로 헛구역질이 나오는 에르가페였다.


"...에우욱... 내가 맡아도 좀 심하네. ...이걸 수십 리터를 들이키고도 버틴 게 용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그렇게 변태인걸까... 우후후..."




----------그리고, 아래층----------




(치이이익- 치이이이익--)


"으으... 어디서 이런 썩은 냄새가... 우웨엑!"


그리고, 그 아래층은 에르가페의 그 생화학 테러에 가까운 가스 대방출로 인해 일종의 재난구역이 되어있었고, 문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아버린 그들은 온 힘을 다해 그 냄새를 희석시키고 밖으로 내보내려 하고 있었다.


"...어후... 인페라! 거기 창문도 열어! ...아, 진짜... 나도 한 냄새 하는데, 이건 진짜 벽이 느껴지는... 욱..."


"...이게 진짜 냄새가 지독하면 머리가 아픈걸 넘어서 공포까지 느껴지는구나... 대체 어디서...?"


"...웁... 후우... 악취의 근원지를 찾아봤더니... 이 방으로 보여. 아마도. ...더 이상 들어가기엔 내 후각 센서가 비명을 질러대서..."


"...어머, 메카니르 씨의 방?"


"...거기 남자 혼자 묵는 방 아니었어?"


파이로 마물 아르세나는 옆에서 시원하게 속을 게워내는 자신의 살라만더 친구, 라비네아의 등을 두드려주며 질문을 건넸고, 인페라는 코를 감싸쥐고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으윽... 그건 그렇지! 그건 그렇긴 한데... 누가 그 앞을 지나더니 웬 여성분 목소리가 들린다고 하던데... 근데 그게 말이 안 되는건... 으욱..."


아예 탁상 거치용 바람 발생장치(중고매물)를 가동시켜 환기에 최선을 다하던 그녀는, 방명록을 살펴보며 이런 말을 했다.


"...그 분 방으로 들어간 사람은 고사하고 추가로 2층에 더 묵겠다고 한 사람 자체가 아예 없었다는 말이지... 후우우욱..."


"되게 미스테리하네! ...그래도 좀 맡다보니까 적응이 되긴 하는데, 라비네아. 아직도 속 안좋아?"


"...좀 괜찮... 우우우욱!"


"...아닌가보네! 아하핫!"


"...이 냄새를 분명 직격으로 맞았다가는... 한동안 후각이 마비되는 걸 각오해야 할지도..."


그리고, 의외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렇게 독했나아...?'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한편으로는 묘한 정복감에 기분이 좋은 듯 살며시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발소리를 죽이고 돌아가, 메카니르의 방으로 쏙 들어가 다시금 곤히 잠든 그를 끌어안고 마저 잠을 청하는 에르가페였다고.






--------------------------------------------------------------------------------------- 2장, 라바 골렘 편 [END]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흐허허헉!?"


"...흠냐..."


"...여긴... 난 분명... 어...?"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잠든 에르가페를 본 메카니르. 분명하게 느껴지는 촉감에, 그는 어제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진짜로 꿈이 아니었구만.


(쩔그렁- 파지직...)


"...설마 냄새에 부식되어서 구속구도 죄다 썩어버린건가...?"


가공할 정도로 향긋...한 에르가페의 진한 냄새를 다시 한번 실감한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기지개를 펴는 동시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커흐허허흡...!"


곧바로 후회했다.


"...이 고약한 냄새는 대체..."


"으응... 자기야아... 좀만 더 자자아앙..."


"에르가페?"


오묘한 잠꼬대를 하며, 잠버릇 때문인지 엉덩이를 치켜들고 무릎을 꿇고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 그대로 고양이처럼 잠에 들어버린 에르가페. 그리고, 그녀의 탱탱한 나체의 엉덩이는 움찔거리다가 이내 추잡스러운 파열음을 있는 힘껏 내질렀고...


뿌붑! 뿌뷰류류쥬뷰류쥬쥬쥬류류류륙! 뿌루루룩!


"...흐으엥... 시원해애..."


"...나 참. 생각해보니 어제 밤에..."


아침 기상과 동시에 코를 기습한 끔찍한 악취의 근원을 찾아낸 그는, 마치 모든 것이 기억난 듯 피식 웃으며, 에르가페 곁에 다시 누워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가벼운 입맞춤을 남겼다.


"...바보같긴. 내가 너 말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생각할까. ...나도 참... 어쩌다가 너 없으면 외로워서 못 견디는 몸이 되어버렸는지..."


"...그래?"


"...일어나 있었으면 말이라도 하라고."


"뭐 어때. 이런 모습도 볼 수 있어서 나름 의도한 사항인걸? 그리고..."


푹신하고 말랑한 몸으로, 자세를 고쳐 누우며 그를 꼭 끌어안으며, 에르가페는 조금은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어?"


"...솔직히 말하면 매일같이..."


"으이구... 이거 분리불안이야. 바보야."


"...누구 때문인데 이게."


"그래서 왜. 화났쪄?"


"...책임이나 져 줘. 나 이렇게 만든 책임."


더욱 힘을 주어 서로를 끌어안으며, 아침 시간을 만끽하는 둘. 그리고, 그들은 아래층에서부터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란을 눈치챘다.


"...그나저나 바깥이 소란스럽네. 무슨 일이 있나? ...듣자 하니 무슨 하수구가 역류를..."


"어어!? 그... 아닐걸?! 잘못들었을지도..."


"아, 우리 자기 냄새 때문인가?"


"으윽..."


"아깝게, 내가 다 들이마시고 싶었는데."


"...에? 그런 반응은 생각 못했지만... 좋을지도...?"


오묘한 표정을 짓는 에르가페에게 옷을 건네주고, 자신도 옷을 입고 가벼운 탈취 시스템을 가동한 다음 밖으로 에르가페와 함께 나서려던 메카니르.


"...참, 너 계속 그러고 있을거야? 키 말이야."


"아... 이거? 왜, 작은 몸이 더 좋아? 혹시, 로리콘?"


"...그건 아니고. 보통 세간에는 나보다 네가 더 작은 걸로 알려졌을텐데..."


"아차! 그랬지 참..."


다시금 몸을 적절한 크기로 줄이고, 줄이는 과정에서 헤어스타일도 기분에 맞춰서 바꾼 에르가페는, 찰랑이는 금빛의 하프 트윈테일 머리카락을 흔들며 메카니르에게 찰싹 붙었다.


"어때, 어울려?"


"..."


"헤벌쭉 웃지만 말고 말을 해. 바보야. 푸후후..."


"좋네. 음... 아주 좋다. 후후..."


그렇게 밖으로 나선 둘은, 상상 이상의 악취가 복도에 자욱하게 깔려있는 것을 보고, 한 쪽은 당황했고, 한 쪽은 은근한 시선으로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무진장 지독하네. 그렇지?"


"그으... 나도 오래 참았단 말이야."


"이쪽도 오래 참았었거든. 피차일반이네. ...천천히 정화하면서 내려갈테니 같이 가자."




(뚜벅... 뚜벅...)


복도를 비롯한 여관 전체에 퍼진 악취를 빠르게 긁어모아 병 속에 압착시키는 메카니르. 에르가페는, 아무것도 없던 병에 서서히 싯누런 기체가 들어차더니, 이내 모래알처럼 생긴 고체 덩어리가 되어 벽면에 서서히 압착되는 것을 보며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를 재고해보게 되었다.


"...스읍... 어? 숨쉬기 되게 편해졌는데... 갑자기?"


"...아, 메카니르 씨?!"


"오! 댁 방에서 무슨 세상 좆같은 냄새가 나길래 깜짝 놀...?"


그리고, 그들은 메카니르의 곁에 붙은 아름답게 생긴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


"음... 내 아내일세. ...사정이 있어서 식은 제대로 올리지 못했지만."


서로 공명하는 마보석으로 만들어진 반지를 낀 손을 서로 보여주자, 그 자리를 지키던 마물들은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는 듯 말했다.


"아하~ 유부남이라고 했던 게 이거였구나? 내가 왜 그 반지를 못봤던건지 모르겠네."


"평소에는 마력으로 은폐하고 다니거든. 왜, 뭔가 이 반지를 노리는 좀도둑들이 붙으면 큰일이잖소?"


"그건 그렇지! 여튼... 그 악취의 출처가 이 언니였어?"


"으흠... 다들 미안! 치즈 케이크를 너무 먹었나...?"


"치즈 케이크? 그거 말고 또 뭐 먹었어?"


"우리도 그런 독한 냄새를 내뿜고 싶단 말이지!"


"그래? 후후... 나름대로 노하우를 좀 알려줄까?"


"이것 참. 요란한 아침이네."


그저 웃음만 나오는 메카니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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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족스러운 아침 회?의 를 가진 에르가페와 다양한 마물들. 메카니르와 함께 여관 근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둘은, 창문 너머로 크게 솟은 등대를 보았다.


"...저기가 항구인가보네."


"그러고 보니 참... 이제 바닷가 도시로 간다고 했지?"


"그렇지. 코트 알프... 라고 하던가. 표는 미리 알아뒀어. 두 명이서 간다고 해도 이해해줄걸."


"센스쟁이네? 푸후후..."


그때, 에르가페는 뒤통수에서부터 들려오는 짜증 섞인 날카로운 소리에, 의아함을 표하며 메카니르에게 질문을 건넸다.


"...우리를 부른 것 같은데, 메카니르?"


"...음? 누가?"


"글쎄. ...저기?"


"...누구지?"


그리고, 메카니르는 강압적인 기운을 풍기며, 마계은이 아닌 일반적인 금속으로 만든 플레이트 중갑옷을 입고, 쩔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무언가 종교 단체의 성기사단으로 보이는 이들을 보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반갑소."


"...이단자와 나눌 인사 따위는 없다."


"흠?"


"...당신들, 초면에 좀 무례하네. 멋진 갑옷 입었다고 다가 아니거든? 그런 태도가 아니ㄹ..."


"시끄럽다! 더러운 마왕의 부산물 주제에 입을 놀리지 마라!"


"...지금 날 보고..."


"이보게들."


메카니르는 살며시 미소를 띄우고 앞으로 나서며,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에르가페는 자신도 나서려 했으나, 웃는 입꼬리 아래에, 목에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열이 뻗친 상태의 메카니르를 보고 살며시 뒤로 물러났다.


"무언가 원한이 있는 건 아닐텐데, 조금 진정하고 이야기를 좀 해보는 게 어떤가?"


"하. 웃기는군. 도감은 물론이고 옛 문서에도 기록되지 않은 마물이랑 같이 다니는 인간하고 할 이야기는 없다."


"이쪽은 평범한 마물이 아니라 내 소중한..."


"됐고, 잠시 기록 좀 하지."


(덥석-)


"...무례하네. 누구 손을 맘대로 잡는거야?"


"반항하지 마라. 우리도 무의미한 살생은 원치 않..."


(텅-)


"...뭐야?"


"손 치워."


"지금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것이지? 우리는 주신의 이름으로 이단을 심문할 권리가 있..."


(꽈득... 콰지지지지직-)


"...?!"


"분명 치우라고 했을 텐데. 손목 뼈까지 완전히 으스러지고 싶은 건가?"


에르가페에게 손을 뻗어 강제로 그녀를 어떻게 해 보려던 한 병사의 손목을 잡고, 살짝 힘을 주고 비틀어 갑옷의 장갑 부분을 완전히 찌그러진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버린 메카니르. 순간 당황한 그들은 메카니르의 눈을 마주보았고, 차가운 분노로 가득 찬, 암청색으로 바뀐 그의 동공을 마주친 순간, 그들은 상상 이상의 위압감을 느끼며 뒤로 일보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자...장갑이...!"


(콰직! 쩔그렁...)


원본의 형태를 완전히 잃어버린 쇳덩이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지며, 메카니르는 차갑고, 무겁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협박조의 말을 이어갔다.


"더 이상의 무례는 용납하지 않겠다."


"...마물 따위와 붙어먹는 더러운 놈들이...!"


"..."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전원! 검을 뽑아라!"


잔뜩 겁을 집어먹은 듯, 떨리는 손으로 검을 뽑아 애써 메카니르를 겨누는 기사단 일행. 무슨 일인가 싶어 그 자리에 모여들었던 군중은, 메카니르 단 한 사람이 내뿜는 흉흉한 살기에 모두 질려버린 듯 숨 쉬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의 차가운 분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을 하는군."


"...큭..."


(철컹-)


메카니르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장검을 뽑고 자신을 겨누는 기사단의 대장처럼 보이는 이에게로 다가갔다.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여봐라."


(우지직... 우직... 콰드드득...!)


"이 자리에서 모두 찢어발겨서 피로 물들여주지."


빼앗은 장검의 손잡이와 날을 잡고, 힘을 주어 검을 찌그러진 강철 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악력과, 분노한 소용돌이처럼 몰아치는 마나가 너무나도 강대해서 오오라처럼 몸 밖으로 퍼져나오는 모습을 본 그들은, 잔뜩 긴장하여 뒤로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서둘러 꺼져라. 내게 남은 일말의 인내심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윽..."


"...5초의 시간을 주겠다.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모조리 시체조차 찾지 못할 순교자로 만들어주지."


(스르릉...)


"후...후으으..."


무언가 바닥을 타고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제 겸 기사로 보이는 여기사의 갑옷 아래로, 반짝이는 노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메카니르는, 짐짓 더욱 무표정하면서도 분노 어린 시선을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고, 후들거리는 다리가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며 주머니에 양 손을 쑤셔넣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 이 정도로 겁에 질려 벌벌거리는 꼴이라. 한심하기 짝이 없군." 


"히...히이익..."


"...널 본보기로 삼으면 되겠군."


게다가, 어디서, 언제 꺼내왔는지 모를, 시퍼런 날이 선, 기묘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검을 꺼내들고 자신의 동료에게 겨누는 메카니르를 본 그들은, 그 말이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다가, 서서히 뒤로 물러서며 무장을 해제하고는, 자신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며 위협을 남기고 사라졌다.


"...결코 잊지 않겠다. 신의 뜻을 거스르는 이단자들아!"




"...갔네."


"..."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를 보며 잠깐의 생각을 거친 메카니르는...


"...아무래도 안 되겠어. 모조리 갈기갈기 찢어 틴달로스의 개새끼들 먹이로 던..."


"...참아. 메카니르."


"...에르가페."


"...난 괜찮아. 그리고 이 바보야. 기르는 애완동물이 주인 보고 막 짖는다고 죽일거야?"


"너한테 손을 댔다는 사실 자체가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아니! 애초에 주인 무는 개는 죽이는 게 맞잖아!"


"으이구... 풋..."


에르가페는, 메카니르를 꼭 안아주었고, 그와 동시에 한여름 더위 아래에서 혹사하던 고물 CPU마냥 달아오르던 메카니르의 분노도 그만 눈 녹듯 사르르 흩어져버렸다.


"...하하. 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에르가페."


"응... 에헷... 이런 모습을 보는 건 내가 처음이네. 우리 멋쟁이."


"...그래? 좀 멋졌나? 하하..."


잠깐의 포옹을 나누던 둘은, 자신들을 발견하고 서둘러 다가오는 마물을 보며, 그들은 갸웃하며 그 마물에게 인사를 건넸다.


"...음? 반갑소. 자네는?"


"...응? 주신교단의 이단심문관들하고 마주친 사람들 치고는 되게 멀쩡한데... 괜찮아, 당신들?"


"괜찮기야 하다만... 누구?"


"...아! 내 정신좀 봐. ...나는 코트 알프와 아타카나킬 항구의 정기선에서 일하는 승무원, 마릿트라고 해. 반가워!"


"마릿트? ...어디서 들어본... 아! 자네가 그 지니 마물이군!"


"응?"


"...여기. 이 서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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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그렇구나. 뭐야, 진작 나한테 오지, 내가 자리까지 다 잡아줬을텐데!"


"하하... 이것도 나름 괜찮아서 말일세. ...근데, 그 램프는..."


"아~ 이거? 우리 종족의 특징이랄까. 그러고 보니 사전을 편찬한다고 여기 적혀있더라고. 내 정보를 주면 좋아할거라던데... 맞아?"


"...사려 깊은 배려를 받았군. 부탁하겠네."


그렇게 말하며 메카니르는 사전과 펜을 내밀었고, 마릿트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고 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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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원은 저마다의 구린내를 품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 글쎄...]


[지니 - Genie]


[속 : 정령 / 형 : 원소]


[서식지 : 사막의 유적]


[식성 : 남성의 정기, 인간의 식료, 마나 정수 등]


[성격 : 활발하고 애교가 많음, 솔직함.]




[마법의 램프라 불리는 신기에 깃든 정령으로, 일찍이 태양신에 의해 만들어져 사막의 왕에게 내렸다고 전해진다. 평소에는 램프 속에서 자고 있으며, 램프를 인간 남성이 문지르면 연기와 함께 나타나 만능이라고 할 수 있는 마법의 힘으로 불러낸 자의 소원을 이뤄준다고 한다. 원래는 태양신의 마력으로 형성된 존재이며, 마물이 아니었지만 사막의 왕이 마물이 된 영향으로 그녀들도 함께 마물로 변했다. 신기인 그녀들은 존재 자체가 만능의 마법 술식이며, 그 몸으로 온갖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그 막강한 힘은 유지와 제어를 위한 모든 계약에 묶여 있고 불러낸 자의 소원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아울러 그 힘을 쓰기 위해서는 마력을 저장한 그릇인 그녀들의 육체에 일으키려는 소원에 걸맞는 마력을 주입해야 한다. 마물인 그녀들에게 마력 보급은 정을 주입, 곧 남성과의 성교로 이루어진다.


즉,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녀와 교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남성으로 하여금 자신의 몸 깊숙한 곳까지 정을 주입하는 것을 유도하도록 만들어진 그녀들의 육체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안쪽에 남성이 정을 잔뜩 내놓을 때 남성이 받는 쾌락을 높이고 사정을 오래 가게 하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남성이 그녀들이 들어있는 램프를 문지르는 과정에서 그녀들의 소환이 이루어지는데, 당연하게도 그녀들은 그 속에서 남성의 접근을 감지한 뒤, 남성이 손으로 문지르는 램프의 부분에 자신의 배와 엉덩이를 번갈아가며 가져댄다. 그렇게 잔뜩 자극을 받으며 소환된 그녀들은, 자욱한 안개... 가 아니라 자욱하고도 지독한 어마어마한 양의 구릿한 방귀냄새와 함께 나타나며, 거의 나체에 가까운 풍만한 몸을 출렁이듯 움직이며 남성들을 일차적으로 유혹하며, 그 다음엔 이 몸을 이용하여 소원을 이루게 해주겠다며 이차적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그렇게 유혹에 넘어간 그들은, 그녀들의 풍만한 여체를 적극적으로 탐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들은 계속해서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며 잔뜩 유혹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배를 매만지고 주물러줄 것을 요구하며 예비 남편이 될 남성이 자신의 배를 시계 방향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을 때 마다 대량의 방귀를 쏟아낸다. 일반적으로 방귀를 뀌면 뀔수록 내부의 가스가 줄어들며 소리나 냄새가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나, 그녀들은 램프의 정령이라는 특수한 마물이기에 그 손길을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폭발적으로' 가스가 끓어오르며 계속해서 방귀를 더욱 지독하고 더욱 격렬하게 내뿜으며, 이 가스의 폭류는 가벼운 산들바람에서 시작해서, 창문이 덜컹거리게 하고 이불이 들썩거리며 날아오르게 할 정도로 풍압이 격렬해지며, 냄새 또한 발효식품의 쿰쿰한 냄새에서 시작하여 고기가 늪지대 진흙 속에서 썩어가는 괴멸적인 악취로 탈바꿈하게 되며, 신음소리도 더욱 야릇해지며 남성을 더더욱 유혹하여 자신에게 푹 빠져들게 한다.


결국엔 처음에 빌었던 소원보다도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그녀들과의 교미와 사정을 바라게 되며, 마지막엔 그녀들을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삼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는 것을 그녀들에게 빈다고 한다. 덧붙여 그녀들을 묶는 계약은 마물이 되면서 크게 약해진 상태이다. 기본적으로 계약에 따라 부른 자를 주인으로 삼아 소원을 이뤄주지만, 소원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는 본래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교미를 요구하거나, 더 많은 쾌락을 제안해 남성을 유혹하고 쌓은 마력을 다른 소원으로 소비시키려 한다. 이처럼 마물이 되어 변덕스럽고 자유분방한 본성을 드러낸 그녀들은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그녀들의 합의가 없으면 소원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마법의 램프는 그녀들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주위의 마력을 계속 흡수하는 마법 도구...이긴 하지만, 더 질 좋은 마력을 항상 섭취할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 뿐이기에, 그녀들이 남편을 얻은 뒤에는 필요 없어지며, 그녀들은 램프의 구속과 함께 여러 가지 계약으로부터 해방되어 주인을 섬기고 소원을 이룰 필요도 없어진다고 한다. 이후에는 그 램프를 평범한 주전자로 사용하거나 골동품점에 판매하여 쏠쏠한 수익을 챙기기도 한다고.


하지만 자유로워져 욕망대로 행동하는 그녀들은 욕망대로 남편을 사랑하고, 욕망대로 사랑하는 남편의 소원을 이뤄주려 할 것이다. 다만, 그 대가는... 램프에 묶여있던 시절보다, 조금 더 무거워지고, 조금 더 지저분해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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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만족스러운 정보야?"


"...훌륭하구료. 이 정도면..."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물이라니, 신기하네! 치킨이라는 요리 알아? 여기서 하나 만들어볼 수 있어?"


"물론이지! 단, 대가가 좀 필요하지만. 후훗..."


"대가? 흐음... 이 남자는 내 남자라서. 양보는 못하겠는걸?"


"아하하! 그럴 줄 알았어. 둘이 엄청 사이 좋아보이던걸!"


자신의 품 속으로 안겨드는 에르가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메모를 마친 그는 사전을 정리하며 짤막한 소감을 내놓았다.


"으흠... 그나저나, 소원을 이루는 능력이라... 굉장히 희소가치가 높은 능력이군."


"그치? 후후...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해. ...참, 이제 내가 뭘 물어볼 차례인가? 아까 있었던 그 소란..."


"...음, 조금 나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 부끄럽군."


"반마물국가... 아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성국' 에서 온 조사단이랑 맞닥뜨린 모양인데... 괜찮아? 거기는 국력이 좀 강하고 외교적으로도 강압적인 나라라 다른 지역에서도 사고를 종종 치거나 마찰이 일어나곤 하거든."


"...하. 웃기는 작자들이군. 병정놀이가 하고 싶으면 안에서 하지 밖에서까지 대놓고 설치는 이유를 모르겠어."


"자기들이 절대적인 선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여튼, 정확히 무슨 일이었어?"


"...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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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니르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던 마릿트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둘을 위로하듯 말했다.


"...으응... 그런 일이 있었구나.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겠네?"


"난 괜찮았어. 이런 불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후후..."


"...크흠... 그... 조금 무안해지는군."


"뭘~ 칭찬으로 받아들이라구. 인간보다 태생적으로 월등한 힘이나 마나를 지니고 태어나는 마물들이 그 인간들에게 보호를 받는다거나, 동등한 자리에서 겨룬다는 것 자체에 심쿵! 해버리는 마물도 많거든."


'...일반적인 마물이 아닌데 말이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옆에 착 달라붙어 씩 웃는 에르가페의 머리를 자연스럽게 쓰다듬는 메카니르. 그리고, 마릿트는 시계를 보고는, 둘에게 마저 이야기를 전했다.


"...뭐! 아무튼 출항은 7시간 21분 뒤에 시작, 승선은 출항 두 시간 전부터 시작이야. 그동안 가볍게 마을이라도 한 바퀴 둘러보는게?"


"...생각해보니 그러기로 다짐했는데 그걸 미처 못했군. 상관없나. 에르가페랑 같이 가면 그만이니."


"오~ 오랜만에 나들이? 어디부터 갈까?"


"글쎄... 우선 저기로 가볼까?"


불쾌한 기억은 밀어 치워두고, 다시 즐거움을 되찾은 둘을 보며, 마릿트는 씩 웃으며 자신의 일터로 돌아갔다. 




--------------------------------------------------------------------------------------- 3장, 지니 편 [END]




"음? 오, 또 보네!"


반갑게 자신들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둘. 그리고, 그 익숙한 목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린 둘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오옷! 라비네아!


"...자네는... 아, 에르가페하고 이야기하던 그... 마물 아닌가?"


"응. 맞아. 여기서 이렇게 보니 또 반갑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라비네아?"


"아, 출항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말이지. 마침 내 남자친구도 코트 알프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갈 일이 생겼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지 뭐!"


"그래? 오~ 멋지네!"


굉장히 친한 사이가 된 듯 친근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둘. 그리고, 메카니르의 시야에, 굉장히 이곳과 대비하여 이질적인 복장을 한 남성이 허리춤에 검을 차고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보게, 라비네아, 혹시 저 자가..."


"어! 온다! 여어~! 현우야! 강현우!"


"...꽤 익숙한 작명법인데..."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청년. 라비네아의 인도에 따라 자리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통성명을 하는 그였다.


"...아, 여기 분들은?"


"오늘 아침에 만난 사람들! ...참, 혹시 당신들도 이따가 같은 배를 타나?"


"응. 그럴걸? 그치, 메카니르?"


"...저 배를 탄다고 하면 그렇겠구료."


"그럼 맞네! 이런 우연이 있나? 후훗!"


"하하... 참,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전 강현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혹시 동방의 그... 새벽의 나라에서 왔나?"


"아! 그렇습니다. 혹시 그 나라를 잘 아시는지?"


"조금은. 그곳에서 온 청년과 제법 막역한 사이이니 말일세."


"그래요? 전 그곳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기가 짙은 곳에서 자라 남들보다 신체의 발달이 강해, 그 점을 살려 무관으로 나아가 나라의 녹을 먹고 있었지요."


"요컨데 병사라는 개념이로군. 반갑구료. 항상 나라 지키느라 고생이 많네."


"우국충정의 마음가짐은 우리 백성의 기본이죠. 전혀 힘들지 않답니다. 하하! ...헌데, 선생님과 만났다는 제 동향 사람은 누굽니까? 괜히 궁금해지는군요."


"음, 조금 긴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군."


"그래? 그럼 우리 뭐라도 시켜서 먹으면서 기다리자고!"


"...음... 방금 식사를 마치고 ㄴ..."


"디저트 배는 따로 있지! 뭐 시킬까? 여기 달달한 게 뭐가 있어?"


"역시 우리 언니는 뭘 아네! 여기 이거하고..."


"...이거 참, 우리도 뭐 가벼운 거라도 들지 않겠나? 계산은 내가 하지."


"하하... 그러지 마시고 나눠서 내죠. 빚지고 사는 성격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나름대로 경제 사정은 걱정 안해도 되는 탐험가이기도 하고, 자네랑 자네 애인에게 물어볼 것에 대한 값을 지불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해주면 되겠나?"


"네? 물어볼..."


"자세한 건 나중에. 일단 내가 계산하지."


현우가 무어라 말을 더 하기도 전에, 금화 주머니를 종업원에게 건네며 잔돈은 필요없다는 말을 하는 메카니르를 보며, 라비네아와 현우는 놀랍다는 눈으로 그를 보았고, 에르가페는 익숙한 듯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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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달콤 쌉싸름한 커피에 설탕을 코팅한 바삭한 빵을 베어물고 슬며시 웃는 메카니르. 이 생활 자체가 제법 익숙해져 마음에 든 그였다.


"이거 맛있군."


"그러게 말이죠. 츄러스라고 햇던가요?"


"그랬던 것 같군. 내가 알고있던 츄러스보다 더 달고 바삭해서 좋은데. ...아 참, 우리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선생님이 만났던 제 동향 사람을 소개해주신다고 하였죠?"


"아 참, 그랬지. ...시작은... 음... 그래. 올드 웨스트 타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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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아..."


"이거 참, 이야기 하다 보니 꼭 자기자랑처럼 느껴지는 말만 이어갔군. 미안하네."


"아뇨. 오히려 좋았습니다! 가슴 뛰는 이 무용담...!"


"하하... 그... 그렇게 과대평가할 것 까진..."


"뭘, 대단한데? 하긴, 둘 다 딱 보자마자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건 알겠더라고!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디저트를 포식하는 라비네아. 그리고, 메카니르의 이야기를 생각하던 그는, 뭔가 알았다는 듯 무릎을 탁 치며 깨달은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혁이라... 아...! 익숙한 이름이다 했더니,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네요!"


"음? 구면이었나?"


"네. 일전에... 왕실에 올릴 진상품을 가져왔다고 해서 함께 그것을 운반하면서 서로 일면식을 텄죠. 그때 나르던 것이... 아마 마르지 않는 단물을 뽑아내는 물건이었던 것 같았네요. 그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게 가장 힘주어 만든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그런가? 실력이 그런 쪽으로도 출중했군. 활도 잘 쏘던 친구였는데."


"그랬죠. 우리 무관들하고 놀이 삼아 쏘아봤던 활 쏘기에서도 꿇리지 않는 실력을 보여줬으니 말이죠. 다들 감탄했다니까요? ... 그리고 아마... 음... 별똥별 공방에서 일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름을 날리는 장인들이 즐비한 공방이 모인 고을에서도 이름을 날리던 친구였죠. 괴물 신인이 나타났다고 말이죠."


"음. 그것까진 내가 잘 모르겠구료. 아마 자네 기억이 맞겠지. ...그러고 보니, 고향으로 잘 돌아갔으려나 모르겠군.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었으니 말이야."


"운이 좋으면 다들 제 고향에서 만날 수 있겠네요."


"나중에 내가 거길 간다면 말이지. 후후... 언젠가 한번 꼭 방문해야겠어."


"...음, 근데 당신, 메카니르라고 했나?"


에르가페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라비네아를 보고, 메카니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 말을 받아주었다.


"맞는데... 무슨 일이오?"


"...조금 더 시켜먹어도 되나?"


"...그건 신경쓰지 말고 더 시켜도 좋소. ...에르가페, 넌 더 안먹을래?"


"음... 이렇게 된 거 여기 디저트 종류별로 하나씩 다 시켜먹어볼까?"


"그래? 그렇게 포식한다는 건..."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에르가페의 아랫배를 살살 매만지는 메카니르. 그의 손길을 즐기다가, 살며시 그의 품에 기대는 에르가페. 메카니르는 그런 그녀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아주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기대해도 좋다는거겠지?"


"뱃고동 소리보다 더 큰 소리를 기대해도 좋을 거라구. 에헤헷..."


"...후후... 참, 이걸 잊을 뻔 했군."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제법 두꺼워진 책 한권을 꺼내는 메카니르. 그저 에르가페와 함께 배를 채울 생각에 신난 라비네아와 달리, 현우는 그 책에 흥미를 보이며 먼저 물었다.


"이게 무엇인가요?"


"음, 마물 도감이라네. 내가 편찬중이지. 한번 보겠나?"


"저야 고맙죠! ...어디..."


"참, 보면서 듣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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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이런 방대한 책을..."


"나름대로 재미는 있더군. 후후..."


"대단하신 분이네요. 정말 여러모로 말이에요. 하하! ... 살라맨더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책을 덮으며 돌려주는 동시에, 품 속에서 종이와 특이하게 생긴 필기구를 꺼내는 현우. 메카니르는 그것에 흥미가 생겼는지, 필기구에 대해 물어보았다.


"...음, 이게 뭔지 물어봐도..."


"붓이라는 제 고향의 전통 필기구에 기술력을 접목한 도구입니다. 안에는 잉크가 굳지 않게 하는 특수한 내벽 처리가 되어있고, 이 버튼을 누르면 잉크가 내려와서... 붓을 이렇게 적시죠. 글을 쓸 수 있게 말이죠."


"...굉장히 재밌는 도구로군. 오호... 아, 내 정신좀 보게. 아무쪼록 부탁하겠네. 에르가페도 자네의 아내도..."


그 말을 끝내고, 둘은 물끄러미 옆을 바라보았고, 바로 옆에서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디저트 파티를 즐기는 둘을 보며 가볍게 웃으며 다시 대화로 돌아왔다.


"...부탁하겠네. 그리 되었구료."


"물론이죠. 하핫... 아직 아내가 아니긴 하지만..."


"금방 될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렸나?"


"정확하게 보셨네요. 하하!"


기쁘게 웃으며 글을 쓰기 시작하는 현우를 본 메카니르는, 에르가페가 건네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 가득한 슈크림을 커피와 함께 먹고는, 피식 웃으며 마을의 경치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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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꼬리의 불을 전투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일명 '냄새나는 화염방사기' 라나...]



[살라만더 - Salamander]


[속 : 도마뱀 / 형 : 파충류]


[서식지 : 동굴, 화산지대 등]


[식성 : 육식, 야생동물, 인간들의 요리 등]


[성격 : 드세고 호색하며 솔직함.]




[화산지대 등 비교적 높은 기온을 가진 곳에 서식하는 리자드맨의 아종. 리자드맨의 아종답게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호적수에 걸맞은 인간을 찾아 무사수행을 떠나는 것을 즐긴다.


그녀들은 리자드맨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어, 함부로 인간들을 덮치지 않지만, 남성들이 훌륭한 전사라고 판단될 경우 곧바로 승부를 신청한다. 싸움이 시작함과 동시에 그녀들의 투쟁심은 타오르기 시작하며, 그 흥분에 맞춰서 그녀들의 몸에 타오르는 화염은 더욱 커져가며, 동시에 속에서 몰아치는 끈적하고 불안정한 마나 또한 마찬가지로 끓어오르며 장 속에서 타오른 뒤 괄약근으로 모여들게 되는데, 이것이 임계점을 넘으면 그녀들은 격한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더욱 격렬한 전투를 속행하게 된다.


이쯤 되면, 전투가 끝나면 그녀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전투를 마친 그녀들은 즐거운 전투를 마친 이후 재밌었다면서 남성들을 보내주거나, 오히려 그녀들에게 빠진 남성들의 재시합 요구를 받아주다가... 이런저런 일이 생기지만, 이렇게 격하게 흥분한 그녀들은, 호적수의 등장에 너무나도 전사로써의 기쁨을 만끽하게 되어 흥분이 진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 흥분은 금새 다른 감정으로 바뀌는데, 호적수로 인정한 남성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여태까지 느껴본 적 없는 또 다른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금방이라도 속에서 폭발할 것 같은 가스는 항문을 향해 질주하듯 달리며 끓어오르며, 정욕의 불꽃과 함께 타오르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곧바로 남성에게 달려들어 사랑한다고 말하며 교미를 원하는 듯 달라붙는데, 이미 그녀들의 엉덩이는 한계에 다다른 듯 뿍뿍거리며 속에서 잔뜩 끓어오르던 지독한 썩은내를 이리저리 흩뿌리는데, 어느새 자신의 주위에 자욱해진 살라만더 여인들의 방귀로 인해 이성을 서서히 놓게 되는 남성들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그녀들의 몸을 아주 적극적으로 탐하게 되는데, 이 상황이 되면 둘 모두 완전히 인사불성에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가 되어 서로 격렬한 애정을 나누는 것만을 원하게 될 뿐이다. 살라만더 마물들이 강한 힘을 살려 지친 남성을 억지로 범하는 것 처럼 보일지라도, 당사자들은 질식할 것만 같은 끔찍한 악취의 연무 속에서 서로 끌어안고 잔뜩 사랑을 나누며, 더 진하고 격렬한 사이로 자라나는 것이다.


남편을 얻은 뒤의 그녀들의 꼬리의 불꽃은 얼마나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기세가 약해지는 일은 없다. 이를 증명하듯 그녀들은 언제나 남편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거나, 남편이 자신에게 손을 올리며, 무의식적으로 기뻐하며 남편을 껴안아버리거나, 더욱 달아올라버려 남편의 얼굴을 껴안고 잔뜩 키스를 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몸이 뜨거워지면 참지 못하고 밀어 넘어트린 뒤, 안면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올라타 그동안 쌓인 가스를 잔뜩 뿜어내서 다시 한번 남편을 쾌락에 쩔어버린 상태로 헤롱거리게 만든 다음 격렬한 교미를 해버리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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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무관이라 했었지? 그렇다면 둘 모두..."


"그렇죠. 나름대로 무예에 자신이 있답니다. 우연히 이곳 근처 화산 지역으로 외교를 위해 파견된 인력들을 호위하는 인력으로 함께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던 중이었죠. 그리고, 함께 살라만더 군락과 마주하게 되었었고, 잠깐의 여흥 느낌으로... 저를 비롯한 무관들이 살라만더 여전사들과 그 자리에서 합을 겨루게 되었죠."


"응? 그날 이야기를... (꿀꺽...) 하는거야? 아하하! 대단했지, 아주 대단했어."


"...가장 마지막까지 두 다리 땅에 박고 서서 싸우던 둘이 저랑 라비네아였죠. 음, 그 뒤는 뭔가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이야기라..."


"존나게 했지. 마침 속이 또 끓어오르던 참이라 말이지!"


"윽... 자기야..."


"하하! 그럴 것 같았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게."


"근데 있잖아, 라비네아. 그거 꼬리에 불 말이야, 물 묻으면 약해져?"


"음... 불꽃 자체가 약해지는 건 아닌데, 조금... 어리광쟁이가 된대. 화산지대 마물들의 특징이라고 할까... 에헤헤..."


"...참, 그러고 보니 이 배가 도착하는 항구 마을에 대해 조사하지도 않았었군."


"코트 알프 말씀이시죠? 너무 걱정은 마세요. 워낙 관광지로 발달한 도시라, 처음 오는 사람도 잘 즐길 수 있도록 어련히 잘 준비해뒀다고 하네요."


그리고, 메카니르는 그 말을 들으며, 다음으로 향하는 목적지에서는 어떤 일이 생기고, 에르가페와 어떤 추억을 만들 지 생각하며, 빙긋 웃었다고 한다.




--------------------------------------------------------------------------------------- 4장, 살라만더 편 [END]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중, 메카니르의 귓가에 무언가 불협화음이 들려왔다.


"흠, 무슨 소리 안 들리나?"


"글쎄요... 아, 자세히 들어보니... 음, 뭔가 언성이 높아지는 걸 보니 누가 싸우나보네요."


"좋은 것만 듣고, 보고, 느끼기에도 짧은 삶인데,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모르겠군. ...내가 갈등을 어느 정도 중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도 가겠습니다. 보고도 행하지 않으면 의가 아니니 말이죠."


"어? ...눈치껏 우리도 가야 하나?"


"아냐. 여기서 쉬어도 괜찮아."


"난 갈래. 마침 식사도 다 끝냈고..."


"에르가페, 그 많은걸... 다 먹었어?"


"더 먹을 수 있는걸! 그렇지, 라비네아?"


"물론이지! ...그런데 진짜 제법 큰 소리로 싸우나보네. 뭔 일일까?"


"...일단 가보지."


'...그나저나 여자들의 위장은 대단하군.'


그런 생각을 하며 메카니르는 현우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 가벼운 무장을 한 라비네아와 에르가페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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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실례, 무슨..."


메카니르는 건물 문간에 기대어 바깥을 살펴보던 사람에게 말을 걸었고, 그는 화들짝 놀라더니 메카니르의 모습을 보고는 안심하며 말했다.


"후우... 놀래라. 미안합니다. 당신도 저기 주신 교단 소속인 줄 알았거든요."


"주신 교단? 흠..."


"지금 저기를 점거하고 마을에서 소란을 피우는 녀석들이 주신 교단입니다. ...피닉스 님하고 그 남편분이 와서 중재를 하려고 해도 막무가내로군요."


"정확히 무슨 일인지 여쭤도 될까요?"


현우 또한 메카니르의 곁에 서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고, 그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어느새 둘의 뒤에 다가온 에르가페와 라비네아에게도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만 말을 하며 자신이 아는 정보를 전했다.


"...아무래도 요즘 인근 친마물국가들은 죄다 들쑤시고 다니나 봅니다. 제법 규모가 컸던 반마물국가가... 순식간에 나라 전체가 암흑 마계로 타락했는데, 아마 그걸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특히 친마물 국가들에서 조사를 빙자한 행패를 부리는 것 같더군요."


"예의범절이 부족하군요."


"...스스로를 절대 선이라고 믿는 작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법이지. 음..."


"그렇죠. ...그래서, 여기서도 아마 그런 짓을 하려는 것 같은데,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그 반마물 국가를 탈출한 것 같은 행색의 한 여행자와 처음 보는 수인형 마물들의 내부 고발로 인해 밝혀졌다고 하는데... 그 수인형 마물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특이한 마물이라 그것까지 해서 '인간들을 위협할 새로운 마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그리고 비극적인 타락의 진상 규명', 그리고 '건강을 비롯한 공중위생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점액질 조사' 들을 명분으로 삼아 행동하는 것 같더군요."


"...비극이라. 글쎄. 그걸 과연 비극이라 부를 수 있을지. ...여튼 고맙네. 나름 중재를 하러 가봐야겠네."


"네?! 위험해요! 저 녀석들... 상당히 강한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기서 말썽을 일으키면 교국 전체가 수배령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어느 나라의 어디에 있던 간에, 주신 교단을 신봉하는 반마물국가인 '성국' 에서 당신을 추격해서 처형하기 위한 기사단이 올 지도 모른다고요!"


"...메카니르 씨.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건 사실입니다. 지금 마왕군을 비롯한 친마물파의 세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해도, 아직 성국과 맞붙었을 때의 결과를 장담하기엔..."


"...분하지만 사실이야. 이봐,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하는 것도 용기라고."


"올 테면 오라고 하게나."


그리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서는 메카니르. 당연하게도, 스스로 죽음을 자처하는 것 같은 행보에, 정보를 제공했던 남자는 머리를 감싸쥐었고, 아예 경악을 한 라비네아와 현우는 메카니르를 뜯어말리려고 했지만, 에르가페가 조용히 그들의 어깨를 잡았다.


"...에르가페 양...!"


"너무 걱정 마. 우리 여보는... 그래, 상상 이상으로 강하니까."


"...하지만...!"


"왕국인지, 성국인지, 거기서 수배령을 내릴 거라고? 후후... 미친 게 아닌 이상 우리 자기의 힘을 보면 알아서 꼬리를 내릴 테니..."


(슈팟-!)


"...어라...?"


"여기서 잠자코 지켜만 보라구."


순식간에 둘과 함께, 메카니르가 거리로 나서는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한 건물의 옥상으로 순간이동을 한 에르가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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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소리 그만 하시죠. 더 이상 저도 당신들과 대화하지 않겠습니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추잡한 것들."


한편, 메카니르가 향하는 장소에서는 이전에 그와 마주했던 무리와 똑같은 복장을 한 수많은 이들이 있었고, 개중 몇몇은 신성력으로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몸이 마법 밧줄로 묶인 채로 공포에 질린 마물과 인간으로 이루어진 일가족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메카니르는, 발걸음을 서두르다 못해 아예 땅을 박차고 높이 날아올라, 그곳으로 착륙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추잡? 이봐. 무고한 시민들에 아이까지 인질로 붙잡고 행패를 부리는 그쪽이 더 추잡하지 않나? 당신들이 믿는 신은 이따위 교리를 설파하나 보군?"


"시끄럽다! 더러운 이단자들이... 마물들이 인간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고 그런 것들하고 몸을 섞다니... 토악질이 나는군."


"수백년 전에 끝난 전쟁으로 아직까지 공포 정치를 유지하면서 여기저기 들쑤시는 그쪽이야말로 토악질이 나는군요. 더 이상 마물이 인간을 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레스카티에 교국의 함락 이후 널리 퍼졌거늘!"


"네놈들이 뭐라 떠들어도 신의 뜻은 굳건하다. 뭣들 하느냐! 저 더러운 것들에게 신의 불을 보여주어라!"


"...그만! 산 채로 사람을 불태우려 하다니... 이건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그들과 대치하던 여인의 등에서 뻗어난 화염 깃털로 이루어진 날개에, 찬란한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이 또한 타오르는 안광을 하고 손과 발에 화염의 기운을 모으며 성기사단으로 보이는 이들과 맞설 준비를 했다.


"무고한 자들은 신의 불길이 피해갈 것이다. 더 이상 불경한 짓을 하지 마라. 아니면, 이 자리에서 저들의 즉결처형을 바라는거냐?"


"이런 미친 개새끼들! 신? 주신? 지랄하네 씨발! 너네들은 그냥 신을 핑계로 사람이든 마물이든 착취하고 죽이는 데 맛들린 또라이 새끼들일 뿐이야!"


"...저런 불경한...! 모두들! 저 타락한 무리에게 신의 심판을 내리기 전, 저 둘을 먼저 처단ㅎ..."


(쾅-!)


그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땅을 가르며 착륙했다.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의 난입에, 그 주위의 모두가 놀란 것은 덤.


"...윽...!"


"먼지가... 쿨럭!"


"...으응...! ...다...당신은..."


"...누구...?"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에."


메카니르는 차분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며, 나이가 지긋한, 끝에 십자가가 달린 석장을 거머쥔 성기사단의 대장이자 대마법사로 보이는 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거기 멈추거라."


"..."


"너는 누구냐?"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성 가야르도 대주교라고 한다. 주신의 이름으로 세상을 정화하는 성국의 일원이지."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지, 대주교?"


"보면 모르는가? 감히 신이 내린 인간의 몸으로, 부정한 마물들과 놀아난 이들에게 마땅한 신벌을 내리고 있었다."


"그게 왜 잘못인지 모르겠군. 서로 사랑하여 가족을 이룬 것이 분명한 이들인데. 자네들의 주적이 화목한 가족인가? 참으로 비생산적인 종교로군."


"헛소리! 신의 교리도 모르는 무지렁이가 감히!"


"...더 듣고 싶지 않구나."


(뚜벅...)


"이제 보니 네놈도 여기 놈들과 한패렷다! 이놈부터 쏴 죽ㅇ..."


(팟-)


"...으엉?! 어딜 간 게냐!"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메카니르. 그리고, 그는 묶여있던 이들에게 다가가서 밧줄을 풀어주었고...


"...놀라지 말게."


"다...당신은...?"


"아이들을 안심시켜주게. ...하나, 둘, 셋."


(팡-!)


순식간에 묶여있던 인질들과 함께 단거리 텔레포트를 하여, 그들을 안전이 확보된 공간에 대려다 놓은 다음, 다시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팡-!)


"...으응?!"


"...이제 인질이 없군."


"...어디서 같잖은 수작질을... 애초에 저들은 인질도 아니다. 신의 불길 앞에 선 어린 양들일 뿐이야! 주신께서 정녕 그들을 용서한다면! 불길이 그들을 태울 일ㅇ..."


"신의 이름이나 팔아먹으며 심판을 핑계로 패악질을 일삼는 놈들의 말은 듣지 않겠다."


"...이익...!"


대주교는 분노로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그를 따르는 기사단 또한 모두 검과 지팡이를 꺼내들고 메카니르 단 한 사람을 겨누었다. 개중에는 일전에, 식당 앞에서 마주했던 무리 또한 볼 수 있었고, 그 무리 또한 메카니르가 다시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빠르게 대주교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흥... 그랬단 말인가? 제 잘난 맛에 사는 놈이로군! 아무리 네놈이 강해도 신 앞에선 한 줌 모래에 불과하다!"


메카니르는, 아마 이 작자들이 자기 정체를 알면 뒤로 까무러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웃다니! 이 방자한 놈들을 더는 좌시할 수가 없군! 쏴라!"


그 웃음에 잔뜩 화가 났는지, 그들은 메카니르와 그 뒤의 마물들에게 일제히 활과 마법을 쏘아대기 시작했고...


"...잠깐, 저건...?!"


(텅!)


마계은으로 만든 무기가 아닌, 진짜 사람이나 마물을 살생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카로운 냉병기들. 솟아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그는, 조금 과할지도 모르는 힘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건...! 미친 새끼들이! 진짜 사람들을 죽일 생각이냐?!"


"닥쳐라! 이건 성전이고, 정화다! 그들은 신 앞에서 깨끗해진 다음 천국으로 향할 뿐이다!"


"...네놈들과 대화를 시도한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군."


여지껏 차분하고, 차갑기 그지없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면서, 주체하기 힘든 분노가 그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에르가페는, 부디 그가 너무 과하게 힘을 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스릉... 철컥-)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더러운 이교도가 본색을 드러냈다! 저자를 정화해라!"


그리고, 자신의 검을 뽑아든 그는, 무수하게 쏟아지는 화살과 마법을 전부 베고, 가르고, 도탄시켜 흘리고, 흡수하며, 모든 공격들을 무위로 돌리며 서서히 앞으로 전진해나가기 시작했다.


(챙-! 파직... 챙-! 쨍그랑! 파지직-!)


"무의미한 힘이군."


"...무...무슨...?!"


"저... 저건 괴물이야...!"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무력, 분노로 몸이 시퍼렇게 타오르는 것 같이, 자연재해를 상대하는 것 같은 압박감에 숨이 막혀오는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들이 쏟아붓는 모든 공격을 무위로 돌리며 성큼성큼 다가서는 메카니르를 보며 기사단은 점차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마...말도 안돼..."


"...이 따위 힘으로 내게 기어오르려 한 건가?"


(쾅-!)


"전부 실망스럽구나!"


고함 소리와 그에 이은 힘의 방출만으로 땅이 약하게 흔들리는 것 같은 지진을 일으키는 그의 압도적인 힘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서히 전의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놈들! 물러서지 마라! ...이 불경한 놈...! 방해꾼 주제에...!"


(우우웅-)


"신의... 진노를...! 받아라!"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직-!)


대주교는 온 힘을 끌어모아 메카니르에게 수많은 번개 다발을 발사했다. 무수한 번개에, 주위에 서 있던 모두가 휘말릴 것만 같았기에, 메카니르는 손을 앞으로 뻗고 나지막히 읊조렸다.


"...특이점 전개."


그의 손 위에서 만들어진 검은 구체는, 미친 듯 빠르게 회전하며 모든 종류의 마법을, 더 나아가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들의 마력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며 메카니르의 손 위에서 점점 그 덩치를 키워갔다.


"...이... 이럴 수가..."


"대주교님의... 정화의 번개마저..."


그리고, 천천히, 차분하게 다가서며, 위압감 가득한 목소리로 위협을 가하며 다가서던 메카니르는, 힘 주어 외치며 생각했다. 마물은 물론 같은 인간마저도 거리낌없이 죽이려 드는 이들에게, 진정한 공포를, 트라우마로 남아도 이상하지 않을 공포를 심어주기로.


"모두 공포로 물들었군. 왜 그러나, 신의 이름으로 결속된 두려움을 모르는 기사단이 아니었나?" 


"...히...히이이익...?!"


"이제 내 차례로군."


날이 시퍼렇게 선 검을 겨누며, 메카니르는 나지막히 읊조렸다.


"...크윽... 물러서지 말란 말이다! 신성 보호막을 전개해라!"


(촤르르륵-!)


찬연히 빛나는 섬광과 함께, 단단하고 굳세게 보호막이 펼쳐졌다. 마치 거대한 성채의 성벽을 보는 것 같은 웅장한 광경이었지만, 메카니르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로 검을 쥔 손을 서서히 움직였다.


"...좋다. 그렇게라도 발버둥쳐봐라. 하지만, 그 발버둥이 너희들의 전부라면... 자격 미달이라는 말 외에는 할 말고 없군."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어...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지...?!"


"감히 내 시간을 낭비한 대가는."


(쿠구구구궁-! 콰직!)


"그 목숨으로 받아가지!"


(쩌적-!)


크게 횡베기를 한 차례 하는 메카니르. 세상을 반으로 두 쪽을 내버릴 것만 같은 기괴한 힘의 검풍의 다발이 휘몰아치더니, 무척이나 견고해보였던 성스러운 방벽을...


(꽈차창-! 깽창!)


"크으윽!"


"대주교님!"


완전히 마나의 가루로 으깨버리고 말았다.


"...오합지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군. 기사단? 너흰 자격 미달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 한 번의 참격으로 힘의 격차를 각인시킨 그는, 다시금 주위의 마력과 자신의 권능을 한껏 끌어올려 공격을 준비하며, 방금 전의 일격으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그들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알려주지."


그와 동시에, 주위 공기의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을 모두가 알아차렸다. 형용할 수 없는,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우주적인 공포가 몸을 짓누르며,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분위기를 만들었다.


"힘이란."


그 말과 함께, 허공으로 순식간에 날아오르는 메카니르. 벌레를 보는 것 같다는 듯 눈을 내리깔고, 검을 휘두를 준비를 하던 그는, 힘을 끌어모으며 그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위협을 이어갔다.


"누군가에게 휘두를 때는."


하늘 전체가 순간적으로 검게 물들고 어두워지더니, 검푸른 기운과 함께 모인 샛노란 정체불명의 기운이 메카니르의 검에 휘말렸고, 현존하는 어떠한 공식으로도 분석할 수 없는 힘을 본 그들은 공포에 짓눌려 힘이 완전히 다해 무릎을 꿇은 대주교를 버려두고 우왕좌왕 진열을 흐트리며 패닉에 빠져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그에 상응하는 살의를 품고 휘둘러야."


(고오오오-)


"그 힘이 온전히 나오는 법이다."


(콰드드득...!)


"이렇게 말이지!"


(쩌저저저저적- 콰창!)


그리고 비로소, 기괴한 외우주의 힘이 한가득 담긴 검이 하늘을 갈랐고, 수 킬로미터는 되어보이는 무지막지한 크기의 검풍이 광장의 중앙 분수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거리 전체를 반으로 가르고 부수며, 끝내 끝의 끝까지 몰린 기사단에게 날아들었다.


(콰광-!)


장수를 잃은 군졸처럼 오합지졸로 도망치려는 기사단. 그 어지러운 광경이 보기에 심히 거슬렸던 그는, 자신의 검격이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범위에 미리 설치해두었던 공간 격리 구조체를 가동시켜, 모든 퇴로를 차단시키고는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로 최후 통첩에 가까운 일갈을 내질렀다.


"두려운가. 그렇다면 도망쳐봐라."


(쩌적... 쿵-! 콰드드드드드-)


"가능하다면 말이다!"


(콰자자자자자자자자자작-!)




그리고 한편...


"...저... 저게 무슨..."


"...사람...인가...?"


"...헤에... 좀 무리하네. 우리 자기..."


"...좀 무리요...?"


"응. 아마도 약간... 경고성 메세지를 남기고 싶었나봐."


"...저게... 경고...?"


이 사태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미리 어느 정도 보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벽을 미리 전개해둔 에르가페는 피식 웃으며 메카니르의 대학살을 구경했고, 현우, 라비네아, 그리고 그들을 비롯하여 그 전투...가 아닌 일방적인 학살을 구경하던 마물들과 인간들은, 세상을 완전히 불사를 기세로 몰아치는 참격을 보며, 공포를 넘어선 경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푸스스스... 쿵-!)


압도적인 힘에 의해 완전히 '갈려나가버린' 길바닥 위에서, 처참한 꼴로 몸을 비트는 모습을 차갑게 내려다보던 메카니르는, 생명 감지 신호를 작동해보았다.


'...그래도 완전 죽이는 건 좀 그래서 걸레짝으로 만들더라도 일단 살려는 뒀다만... 그냥 편하게 보내들 줄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땅에 착륙한 그는 기사단을 돌아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한 마디 쏘아붙였다.


"의미가 단 하나도 없었군. 이게 너희가 그토록 소리 높여 부르던 신의 힘인가?" 


"...크...으윽..."


"...대주교. 정확히 1분 주지. 당장 네놈의 광신도들을 이끌고 사라져라."


메카니르는, 처참한 꼴을 하고 바닥에 뒹굴던 그의 목을 짓밟으며 말했다.


"...커...커허럭...! 크허억...!"


"...그렇지 않으면, 모두 목뼈를 부러트려 신의 곁으로 보내버리겠다."


그 서슬 퍼런 최후통첩에 질려버린 기사단 일행은, 혼비백산하듯 도망쳤고, 광장은 겨우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이런. 도로 꼴이 말이 아니군. ...리컨스트럭션."


메카니르는 손짓 한번으로 걸레짝 이상으로 망가진 도로를 완벽하게 수복해냈고, 다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려 했다만...


"...저... 저기...!"


"...음?"


"...감사드립니다. 워낙 반마물 성향이 짙은 주신 교단 내부에서도 막무가내로 유명한 '성국' 의 이단심문관들이랑 마주할 줄은 몰랐는데..."


"저런 정신이상자들한테 호되게 당할줄 누가 알았겠나. ...헌데, 자네들은... 무슨 마물인가?"


"메카니르! 또 일 중독이라니까?"


어느새 그의 곁으로 다가온 에르가페, 그리고 현우와 라비네아. 에르가페가 다가온 것을 본 그는 그녀의 말랑한 볼에 손을 얹고, 어린아이가 찰흙을 가지고 놀듯 가볍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너도 참. 너무 걱정 말라니까. 금방 돌아가서 잔뜩 주물러주려던 참이었는데. 후후..."


"흥냣?! 흐에에에에... 공공장소에서까지 이러는 걸 바란건 아니었는데엥..."


"그만할까, 그럼?"


"아니잉... 계솧호해저어...."


기분이 좋은 듯 기묘한 소리를 내는 에르가페를 잔뜩 조물조물 만지작거리며, 메카니르는 미처 못다한 말을 이어갔다.


"...처음 보는 마물이라 말이오. 마물 도감 편찬에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


"마물 도감이요?"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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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런 느낌?"


함께온 일행들과 함께, 항구 부근의 디저트 카페로 모인 그들은, 간단한 간식거리를 추가로 주문하고 나눠먹으며, 메카니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도와줄 수 있겠소?"


"물론이죠. 어디..."


그리고 한편, 에르가페의 몸 곳곳을 가볍게 젤리처럼 이리 주물럭, 저리 주물럭거리며 내적 안정감을 찾던 메카니르는, 에르가페의 부끄러움 섞인 투정과 같은 말을 들었지만...


"응무우... 내가 그렇게 좋아?"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서 도저히 끊을 수가 없네... 미안. 후후..."


오히려 더욱 진한 애정행각을 하며, 오랜만에 그녀의 볼이 붉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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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연한 불의 날개를 가진 불사조. 그 깃털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피닉스 - Pheonix]


[속 : 하피 / 형 : 조인]


[서식지 : 화산 지역의 깊은 곳]


[식성 : 불의 원소, 순수한 화염, 정기, 남편이 해준 요리♡]


[성격 : 차분하면서도 음란함]




[죽어도 죽지 않고, 방대한 양의 마력과 불의 원소를 통해 되살아나며 영생을 누리는 마물. '불사조' 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사람들 앞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지능이 높고 사려깊은 동시에 신성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잦아 '신의 사자' 로써 취급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영생을 사는 그녀들은 시간의 흐름을 남들과 다르게 느끼기 때문에, 인간이든 마물이든, 온갖 만사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무기력한 태도를 보인다. 의외로 남성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 마물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을 곧바로 덮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긴 하지만 적대적인 마물은 아니기에 무례하게만 대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깃털을 하사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녀들의 깃털에는 죽어가는 이도 살리는 만병통치약의 성분이 가득 들어있어 매우 가치가 높다고 한다.


불사의 특성을 가진 그녀들의 영혼은 저승으로 향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을 살다 수명이 다하면 그 몸에 불이 활활 타오르게 되는데, 머지않아 그 불에 휩싸인 육신은 모두 원소로 화하며 사라져버리는데, 그 사이에서 어린 모습을 한, 생전의 기억들을 물려받은 불사조 개체가 새롭게 태어난다고 한다. 몇 번이고 생명을 불어넣는 그녀들은, 몇 번을 새로 태어나도 남편만을 향한 마음을 불사르는데, 그 불사의 불꽃은 영원히 그녀 자신의 몸과 남편이 될 남자의 몸을 정욕으로 타오르게 하며 번식욕에 시달리게 만든다.


그렇기에, 겉보기에는 무기력하게만 보여도, 자신과 영생을 함께 반복할 반려를 발견한다면, 그 권태감 넘치는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뜨거운 눈빛으로 남성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때, 오랜 시간동안 비활성화 상태에 놓여있던 성욕과 뜨거운 욕정이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몸 속이 혼란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그 혼란한 소용돌이 속에서 불꽃과 함께 축적되었지만, 오랜 기간을 살며 걸러지지 못하고 차근차근 쌓여있던 노폐물, 그리고 각종 찌꺼기들이 불로 화하며 가스의 형태가 되어 곧바로 부글거리는 소리가 남편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거칠게 끓어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 끓어오름이 극에 달하면, 비로소 성대하게 가스의 폭발이 시작된다. 말 그대로 화산 전체가 우렁차게 울릴 정도로 폭발적인 굉음과 함께, 유황 덩어리가 끓어오르며 폭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릿한 악취와 함께, 화산 깊은 곳이 쾌락으로 가득한 신음으로 가득할 정도로 뜨겁게, 아주 오랫동안 살아가는 만큼 그에 비례하여 아주 오랜 시간동안 교배와 가스 배출을 즐기며,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한다.


실제 사례로, 어느 학자 부부가 피닉스와 남편의 허락을 받고 둘이 정사를 나누는 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가스가 배출되는가를 조사하기 위해 장치를 두고 조사를 시작했는데, 사흘 밤낮으로 이어진 기간 동안 가스의 배출이 끊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양 또한 괴멸적으로 어마무시해서 장치가 그 용량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오류를 출력하며 망가질 정도였다. 동시에 그 뜨거운 마나가 섞인 페로몬 가득한 방귀에 그들 또한 영향을 받았는지, 연구고 뭐고 뒷전으로 밀어두고 그 둘의 곁에서 함께 부부의 거사를 치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화산 깊숙한 곳 내부에서 두 부부가 함께 격렬한 교미를 나누며 경쟁하듯 자신의 남편을 향해 가스를 쏟아내는 모습이 지나가던 행인들에 의해 관측되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재밌게도, 이렇게나 방귀가 많고 성욕도 많은 그녀들이 언제나 냉철하고 차분하며 지적인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나타내는 시간 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반려인 사랑스러운 남편과 함께하며 잔뜩 번식욕을 채우고 몸 속 가득 들어찬 가스를 내뿜으며 욕정을 채웠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피닉스들은 모두 화산 깊숙한 곳에 틀어박혀 남편과 함께 잔뜩 정사를 나누고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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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주 큰 행운이로군. 좀처럼 만나기 힘든 마물을 만나다니..."


"뭘요. 우리야말로 의인을 만나서 다행인걸요."


"...그나저나 일을 너무 크게 벌린 것 같아 고민이로군. 여기에 다시 찾아와서 더 심해진 횡포를 부릴지도 모르는데..."


"...아... 흐응... 으으으음... 아! 이럴 때 여기저기에 도움을 청하면 괜찮지 않을까?"


"도움?"


"일전에 이야기를 읽어봤는데, 마계에 직접 갔었다면서. 메카니르?"


"그랬지. 마계... 아...! 음, 잠시... 이렇게 해보는게 어떻겠소?"


문득 메카니르는, 마계에서 만났던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마물들이 생각났다. 작은 체구에 가공할만한 마나의 힘이 담긴 바포메트, 용사와 마왕의 직계 혈통 릴림, 흑마법의 대가 다크메이지, 과격파 마왕군 소속 데몬, 데빌, 듀라한 등...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계획을 세운 메카니르는,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앞서 피닉스 마물과 그녀의 남편에게 동의를 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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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할 생각인데, 어떻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획이긴 한데..."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그분들이... 우리 마을을 도와주실까요?"


"물론이지. 그들 또한 이 마을의 사정을 듣는다면 이해해줄걸세."


"...저기, 그런데 어떻게 마계로 가실 생각인가요?"


현우의 질문에, 메카니르는 빙긋 웃으며 양 손을 허공으로 뻗은 뒤, 권능을 집중하여 큼직한 구멍을 만들고는 나지막히 읊조렸다.


"...뭔가요? 이 검은 구멍은..."


"쉿. 보다 보면 알게 될거야."


"...링크 시스템 연결 확인. ...목적지는..."


[...치직...]


그 때, 그 구멍이 일렁이며, 이내 포탈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더니, 그 너머에서 메카니르에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호, 처음 보는 방식의 공간 전이 마법이로군. 이런 특이하고 고유한 힘이 느껴지는 마법을 이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었지.]


[치직...치지직... 파칭-!]


[으흠. 내 목소리가 잘 들릴지 모르겠구나. ...보아하니 아타카나킬 교외 화산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로구나.]


(파직-!)


"...연결이 안정화되었군. ...오호라, 오랜만이로구나! 모험가 메카니르."


"오랜만이오, 이름 모를 바포메트여."


"분위기가 그새 바뀌었구나. 그쪽은... 으흠... 오호라... 그대에게도 사랑스러운 반려가 생길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만나는 암컷들마다 철벽을 세우더니 결국 자네도 그런 마음이 있었나보군?"


"하하... 그리 되었소. 에르가페? 소개할게. 여기 분은..."


"...으응... 사전에서 봤어. 바포메트라는 마물 맞지? 반가워!"


"활기찬 아가씨로구나. ...그리고 아주 강대한 힘을 품고 있군. 마왕군에 당장이라도 둘 다 영입하고 싶을 정도야. 헌데, 무슨 일로 마계에 연락을 취했는가?"


"...조금 긴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군. 조금 시간을 내줄 수 있나?"


(끼기기기기긱...)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찰나, 바포메트가 선 자리의 뒤의 문이 열리며 또 다른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포메트 님? 레노가 이질적인 기운이 강하게 증폭되었다고 해서 같이 와 봤... 어라...? 당신은..."


"음? 분명... 다이애나라고 하지 않았나? 오랜만이군. 레노도 잘 지냈나?"


"기억해주시는군요. 반가워요. 후후..."


"아하하... 아주 잘 지냈죠."


"...음... 저기, 혹시 그... 도감 설명보다 배가 많이 큰데... 혹시, 딸이야?"


"맞아요. 사랑스러운 쌍둥이 딸이죠... 마물과 인간 사이에서의 임신이라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우리 여보가 워낙 절륜해서요. 후후후..."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지만, 지금도 실감이 안 날 정도로 행복하네요. 하하..."


"이거 참, 몰라보게 서로 솔직해졌군. 푸훗..."


그때, 바포메트가 머무르는 방처럼 보이는 방과 이어진 문이 열리더니, 하늘하늘한 보랏빛 속옷을 걸친 풍만한 몸매의 여인이 하품을 하며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 또한 메카니르에겐 익숙한 얼굴이었다.


(끼익...)


"하암... 누가 왔나요, 바포메트 언니? ...어머! 너는..."


"...소냐? 분명 다크 메이지... 내 기억이 맞나?"


"다들 기억하고 있구나? 오랜만이네. 에휴... 나도 남편이랑 같이 올 걸 그랬어... 보고싶네..."


"...소냐 양? 게이트웨이 마법을 사용하면 집까지 걸어서 15분 거리 아니었나요?"


(쩌적- 깽창!)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공간의 전이문. 그리고, 그 안에서는 무지막지하게 강대한 힘과 함께, 신비한 분위기를 한 여인이 구두 굽이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걸어나왔다.


"바포. 뭐 실험을 할거면 미리 언질이라도 주라니까? 갑자기 마나의 흐름이 기묘해져서 깜짝 놀랬잖아."


"...으흠? 발레리, 자네인가?"


"내 이름을 아는 자가 있군. ...음? 당신은... 아! 메카니르! 맞지? 그 뒤에 사람들은 누구지?"


"...이쪽은 내 부인... 이라고 하면 되려나. 그리고 여긴 오늘 만난 일행이지. 현우하고 라비네아라고 하네."


"...반갑습니다. 동방의 고요한 새벽의 나라에서 온 강현우라고 합니다."


"난 라비네아. 릴림이라는 최고위 마물을 만나는 건 처음인데! 잘 부탁해!"


"활기차서 맘에 드네. 반가워. 발레리라고 해."


"그나저나 발레리. 일전에 말했던 내용대로라면 주위의 모두를 매료시키는 오라를 내뿜어야 하는데... 통제력이 크게 늘었군."


"그걸 또 기억하는거야? 아하하! 기억해줘서 고맙네."


차원의 경계면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마물들. 현우와 라비네아는 도감이나 서적으로만 마주했던 고위 마물, 그것도 마계의 마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 퍽 신기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그건 그렇고, 메카니르. 아무래도 꽤 요란스럽게 등장한 것 같은데. 의도한 사항인가? 마치, 모두의 주의를 끌고자 하는 것 같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다들 좀 들어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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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니르는 그녀들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마을 광장에서 있었던 소란, 그리고 그들이 마물 부부에게 행했던 비인도적인 행패와 더불어, 이곳에서의 소란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그들의 눈 밖에 찍혀서 각종 위험에 노출될 것 같아, 염치를 불구하고 도움을 청하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모두 다.


"...그런 일이 있었군. 성국이라... 불사조여, 마을은 괜찮은가?"


"아직까진요. ...하지만, 그들이 언제 들이닥칠 지 모릅니다."


"...좀 불쾌하네요. 마물과 인간 사이에서도 충분히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아니, 열이면 열 모두 행복한 삶을 즐기는데 말이죠."


"...성국... 눈엣가시인 녀석들이긴 해. 레스카티에보다 더 까다로울 것은 자명하지만... 흠... 전면전이 아니라 국지전, 그것도 수비 위주라면 우리 쪽에서 도움을 줄 수 있겠어. 알려줘서 고마워. 당신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여도 빠질 수 없겠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해보자꾸나."


곧바로 작업에 착수하는 그들을 보며, 연락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메카니르였다.




--------------------------------------------------------------------------------------- 5장, 피닉스 편 [END]




"환경이 순식간에 막 휙휙 바뀌네."


"고위 마물들의 힘은 대단하니까 말이야. 그렇지 않나요, 메카니르 씨?"


"동감하네. ...이걸로 이 마을이 안전해졌으면 좋겠군."


"괜찮을거에요. 데몬, 데빌... 마계에 기거하는 모든 마물들은, 일반적인 마물보다 힘의 강도와 타락의 세기가 훨씬 더 강하니까요."


(파지직-)


번개가 사뿐히 내려앉는 기묘한 소리와 함께, 차원문이 열리며 바포메트 마물이 마법 지팡이를 짚고 걸어나왔고, 그 뒤를 따라 어린아이처럼 어려보이는 한 라타토스크 마물이 함께 걸어나왔다.


"세세한 사정은 미리 아타카나킬 쪽에 전달해놨으니까... 이제 어느 정도 괜찮을게다."


"다들 흔쾌히 도와주어서 고맙소."


"뭘, 이쪽이 더 고맙지. 마을 주민들한테 이야기는 들었어. 산 채로 화형당할 뻔했던 마물 가족을 구해줬다면서? 행동력이 대단한데. 후후..."


"그렇게 칭찬받을 일인가? 모름지기 힘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올바른 방향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니겠나. ...헌데, 옆의 마물은...?"


"소개가 늦었구나. 내가 이끄는 마왕군 사바트 외에도, 모든 지식의 서고라고 불리는 '루냐 루냐 사바트' 에서 함께 지원을 왔다고 해야겠구나."


"...반가워요. 초면이죠? 전 루냐 루냐 사바트 소속, 서고의 기록자 직책을 맡은 라타토스크 젠느라고 합니다."


"지식의... 모든 지식..."


그녀들의 말을 듣고 조용히 되내이는 메카니르. 지식욕이 한껏 자극받은 그 모습을 본 젠느는, 메카니르와 에르가페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영입을 시도했다.


"이 세상의 진리를 탐구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여기, 아내분과 함께 우리 사바트에 들어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랍니다. 남편분에게 잔뜩 응석부릴 수 있는 귀염둥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어려질 수도 있는데... 어때요?"


"음... 미안하지만, 그건 이미 나도 할 수 있어서."


말을 마친 에르가페는 스스로의 몸을 융해시키고, 변형시킨 뒤, 젠느만큼이나 어린, 깜찍한 금발 트윈테일을 한 소녀의 모습으로 변한 뒤, 메카니르를 향해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며 조금은 위험하고 아찔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어때, 이 모습도 좋다고 했었지? ...오.빠.야? 후후..."


"...쿨럭... 크흠... 그... 여긴 일단 공공장소고..."


"후후... 역시 귀여워."


에르가페가 원상태로 순식간에 스스로를 복구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상상 이상의 변환자재를 구사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젠느는, 곧바로 펜과 마도서를 꺼내 일련의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기 시작했고, 메카니르는 그녀의 영입 시도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크흠, 영입 제안은 정중하게 거절해야겠구려. 어딘가 가만히 머무를 수 있는 몸이 아니니 말일세. 아쉽게도..."


"음. 전해들은 내용대로라면 거절할 줄 알았어. 그래도 좋은 시도였지만..."


차분하게 마도서에 각종 내용들을 기록하는 젠느를 보며, 메카니르는 흥미가 동한 듯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참, 지식의 탐구를 추구하는 사바트라고 들었네. 지금 혹시 연구중인 주제가 있나?"


"많지. 다양해. 그 중에서도... 내가 연구중인 건 어떠한 주문도 시전하지 않았음에도, 물체가 제멋대로 랜덤한 장소로, 심지어 다른 평행우주로까지 순간이동을 하는 기묘한 현상이야. ...우리가 오빠들과의 흑미사에서 사용하려고 만든 연극 소품들의 프로토타입, 모노클이랑... 드레스가 그 현상으로 인해 다른 차원의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을 확인했거든. 재발 방지 차원에서, 그리고... 다른 우주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색해보기 위해, 그 현상을 탐구중이지.


"...그런 현상이라... 이전에 관측된 적이 있었나?"


"아니. 처음이야. 그래서, 지금 우리 사바트에서는 시록토 사바트와 함께 그 현상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임시적으로 그 현상에 '임프루덴시아 텔레포테이션' 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연구중이지."


"...원치 않은 공간 전이라. 딱 들어맞는 말이군."


'...보통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여러 우주가 엉켰을 때 오류가 일어나는 부분에서 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내부 구조체 도약 현상인데... 또 어디하고 엉켜버린 건가?'


곰곰히 그런 생각을 하던 메카니르의 옆구리를 쿡 찌르는 에르가페. 흠칫 놀라는 그에게 장난스레 안기며, 에르가페는 질문을 건넸다.


"무슨 생각 해?"


"...아. 원치 않은 공간 전이 현상에 대해서. ...다양한 이유가 있거든. 우주의 연결이 서로 엉키고 꼬였을 때 좌표를 주고받으면서 의도치 않게 다른 것의 좌표가 간다거나 하는 경우지. 다행인 점은, 생명을 얻은 유기체들은 그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거야."


"...우주의 지속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지?"


"국소적인 범위에만 이루어지니까. 뭐 별이나 행성, 하다못해 무언가의 위성이 순식간에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어. 기껏해야... 아무리 커봤자 저런 조각상 정도?"


"...에휴. 이 망할놈들이 개판쳐놓은게 어디까지 퍼져있는거야..."


"그래도 이 정도는 우리 귀엽고 착하고 예쁜 여신님이 너그럽게 넘어가주자고."


"...흐...흐흠... 그럴까나?"


(뎅- ... 뎅- ...)


멀리서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노을이 져가는 바다 위에 아름답게 흩어지는 종소리가 참 운치있다고 생각하던 둘은, 그 경치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자신들의 손목을 잡아끄는 무언가에 의해 방해를 받고 말았다.


"음?"


"이런 썅!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구만!"


"우리가 타는 배... 곧 출항이거든요! 서둘러 가자고요!"


"...이런! 시간이 이렇게... 뛰자, 에르가페!"


"예이~!"


허둥거리며 후다닥 사라지는 메카니르와 그 일행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오묘한 시선으로 빤히 바라보는 바포메트. 그 시선을 의식한 릴림, 발레리는 그녀에게 질문을 건넸다.


"...흐음... 바포, 무슨 생각을 그리 해?"


"...저 사내, 메카니르... 그리고 에르가페. 둘 말일세."


"...뭐, 평범한 사람은 아닌거같다, 이런 생각?"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마물이나 인큐버스... 그런 존재도 아닌 것 같군. 뭐라고 할까, 왠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우리보다도 한 차원 더 높은, 격이 다른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거지?"


"...정확하구나. 흠..."


"뭐, 어때. 그래도 둘이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건 아니잖아? 오히려 우릴 지켜주면 지켜줬지."


"...그리 생각하니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나도 어서 돌아가서 제이 오빠한테 잔뜩 응석을 부리면서 엉덩이 구멍에 잔뜩 아기씨를 받고 싶어서 참을..."


"...바포? 제이는 이제 막 스물 언저리인데 너는..."


"시...시끄럽다! 에잇!"


"삐졌어? 에에~ 기분 풀어~ 바~포~"


오랜만에 '삐진다' 는 감정을 경험해보는 바포메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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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세이프로군."


"그러게 말이에요. 참, 여러분은 어디 객실인가요?"


"우린 여기로군. 자네들은?"


"바로 건너 방이네요. 하암... 오늘은 좀 일도 많고 피곤했으니..."


"그래. 먼저들 들어가보게나. ...그래도 잠은 못 잘것 같군, 자네들은?"


"크헷... 이 순간을 위해서 홀스타우르스 밀크가 잔뜩 들어간 디저트를 포식했단 말이지? 후훗..."


"어느 정도 예상하고 조금 돌려말한 건데..."


"돌려말할게 뭐 있어? 크흣... 오늘은 이 누님이 잔~뜩 즐기게 해줄 테니 기대해도 좋다구...♡"


현우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체취를 맡으며 즐기던 그녀는, 곧바로 그를 번쩍 들어올려 자신들이 머무를 방 속으로 들어갔다.


"...흐음, 우린 이제..."


"왜, 부러워? 내가 해줄까?"


탱글하고 말랑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메카니르에게 그 둔부를 비비적거리는 에르가페. 곧바로 그녀를 덮치기라도 할 것 처럼 그의 아랫도리는 극히 단단하고 빳빳하게 솟아오른 상태였지만, 마지막 남은 한 가닥 이성의 끈을 온 힘을 다해 붙잡으며, 아직 할 일이 있음을 말하는 그였다.


"일단 먼저 할 일이 있어서."


"에이... 편지에서 말하던 세이렌 자매 마물들 말하는거지?"


"응. ...그것만 끝나면... 허리 끊어지도록 해보자고."


"으헤엣... 그 정도로? 헤에..."


마침 그 때, 지니 마물 마릿트가 둘에게 다가왔다.


"아, 여기들 있었구나!"


"마릿트 아닌가."


"안내해주려고?"


"응. 날 따라올래?"


그녀의 인도를 따라, 선장실로 향하는 에르가페와 메카니르였다.




---------------------




(똑똑-)


"로미 언니~ 나미 언니~"


(마릿트구나? 들어와!)


(끼익...)


문을 열고 들어서는 마릿트. 그녀와 함께 들어서는 메카니르와 에르가페를 본 두 명의 반인반조 마물은, 조타륜에 마나를 실어 자동 항법 상태로 돌린 다음 의아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누구? 여긴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인데."


"...음, 마릿트?"


"아차... 편지를 보여드리는 걸 깜빡했네에... 여기, 이거..."


마릿트로부터 메카니르가 건네주었던 서신을 전달받아 빠르게 읽는 세이렌 자매 마물. 곧이어 그녀들은 놀랍다는 듯 메카니르를 바라보았다.


"오호~! 유적에 닥친 그 사고에 가까운 재앙을 단칼에 해결한 사내라니, 대단한걸? 아, 정식으로 소개도 안했네. 난 로미. 내가 언니고..."


"난 나미. 언니와 함께 이 정기선, '아이돌 온 오션' 의 공동 선장을 맡고 있지. ...그나저나 당신, 무진장 강한 남자인가보네?"


"그러게. 마왕군 소속 인큐버스는 아닌 것 같은데... 평범한 사람도 아닌 것 같구."


"하하... 설명하자면 길다네."


"그리고, 와이프 분이... 에르가페라고 했지? ...무슨 마물인지... 좀처럼 감도 안잡히는걸. 혼돈 마물인가?"


"글~쎄? 후후후..."


"참, 언니들, 그리고..."


메카니르가 도심에서 성국의 기사단을 상대로 보여주었던 활약상을 말해주는 마릿트. 그 이야기까지 전해들은 그녀들은, 더욱 호감이 간다는 표정으로 두 반신을 바라보았다.


"멋진데? 그건 그렇고, 성국의 기사단을 상대로 그런 대담한 짓을 하다니, 배짱 하나는 대단한걸?"


"하하... 배짱이라..."


"후후... 우리 여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강하거든!"


"...라고 하는 내 아내는 나를 이겨먹을 정도로 강하지만."


"얼마나 강한지 꼭 구경해보고 싶은데. 후후..."


자연스럽게 선장실에 놓인 소파에 앉는 메카니르와 에르가페. 마릿트는 승무원으로써의 일을 하기 위해 돌아갔고, 자동 조종으로 조타륜을 조정한 두 세이렌 마물은 그들과 마주앉으며 말했다.


"차라도 한잔?"


"괜찮소. 차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바라는데..."


"음? ...뭔가 특별한 플레이라도?"


"...그런건 아니고..."


"특별한 플레이?"


에르가페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질문을 건넸고, 그녀들은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들의 목소리에는 특별한 힘이 있거든! 주위의 마물들과 사람들을 발정나게 하는 힘이라고 할까?"


"...으엥!? 진짜?!"


"한번 보여줘야겠네.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똑똑-)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장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우리 귀염둥이가 왔네?"


"들어와~"


(끼익-)


"누나들, 저 왔... 어? 손님들...?"


조금은 앳되어보이는 소년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그는 각종 식음료가 당긴 카트를 보관대에 놓아둔 다음, 자신의 모자와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둔 뒤 로미와 나미에게 다가갔다. 


"왔구나, 나인틴?"


"인사해, 이분들은..."


간략하게 메카니르와 에르가페에 대해 소개하는 둘.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은 소년은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전 나인틴이라고 해요."


"이름이 숫자야? 재밌는 이름이네."


"사실 제 본명은 저도 몰라요. ...그... 선박 근처에 버려져 있었다고 해서..."


"...그렇구나."


"...나인틴은 여기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처분을 앞둔 폐선박들을 임시로 정박해놓는 철거장에서 발견되었어. 담요에 쌓인 채로 놓여져 있었지."


"누가 버렸는지는 모르겠어. 애초에 그런 폐선박들을 통해 밀항을 하는, 특히 반마물국가 출신의 사연 많은 범죄자들이 꽤 많거든. ...아마 그쪽 출신이 아닐까 해."


"반마물국가 출신의 범죄자들이라니, 여기까지 온단 말인가?"


"...반마물국가들은 대부분 마물들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한 공포 정치, 독재 정치를 펼치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일까, 그 가혹한 세율을 버티지 못하고 도덕성을 저버리는 사람들이 꽤 돼. 사흘 굶어서 담 안넘을 놈 없다는 격언도 있잖아.


"그것도 아니면 차라리 죽자는 심정으로 마물들의 군락으로 일부러 몸을 던지기도 해. 죽진 않겠지만... 너무나도 다른 생활양식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거든."


"...안타깝군."


"우리 나인틴 정도면 운이 좋은 케이스야. 아마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으면..."


"...저도 없었겠죠."


말끝을 흐리는 나미의 뒤를 받아, 담담하게 말하며 그녀를 어루만지는 나인틴. 어느새 그 둘의 곁에 다가온 로미는 자신의 여동생과 나인틴이라는 소년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아이를 발견한 날 서로 약속했어. 이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을 잔뜩 만들어주자고."


"그래.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 ...정말 멋지다. 너희 둘."


큰 감동을 받은 듯, 셋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말을 하는 에르가페. 쑥스러워하던 소년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로미와 나미에게 말을 걸었다.


"아 참, 누나들. 곧..."


"곧? ...아하...! 10분 정도 남았네."


"10분?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음... 우리가 말했지? 우리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곧바로 발정하게 된다고."


"후후... 우리 정기선만이 제공하는 서비스 타임이라고 할까? 마이크에 대고 우리가 노래를 하면, 승객분들은..."


"...에헤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에르가페. 메카니르는 잠시 생각하다,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서둘러 사전을 꺼내며 그녀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그 전에 잠시 내게 시간을 좀 할애해주겠나? 사전을 집필 중인데..."


"아, 서신에서 말한 사전 편찬이 이런 내용이로구나? ...어디..."


"세이렌이라는 마물의 내용이 없나보구나?"


"...책에는 자신 없는데... 누나들한테 부탁해도 될까요? 하하..."


나인틴과 함께 사전을 빠르게 살펴보던 두 마물은, 이내 펜을 뽑아들고 종이에 무언가를 잔뜩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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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쨔잔~! 바다의 아이돌이자 사랑의 메신저! 세이렌, 등장이요!]


[세이렌 - Siren]


[속 : 하피 / 형 : 아인 (조인)]


[서식지 : 바닷가 해변]


[식성 : 잡식, 과일부터 물고기, 육고기 등도 선호하며, 새우의 속살을 넣고 튀겨 만든 과자를 특히 선호함.]


[성격 : 쾌활함, 에너지가 넘침]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아름다운 날개깃을 가진, 노래를 각별히 사랑하는 하피의 한 종류. 그 마력을 담은 노랫소리는 모든 인간과 마물들을 홀리게 하고, 특히 미혼 남성을 노래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매혹해버려, 자신도 모르게 배의 키를 그 방향으로 돌리고 정신없이 항해를 속행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 노랫소리에 인도되어 두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된 배도 많아 선원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일컬어진다고.


그녀들은 자신의 노랫소리에 이끌린 남성들 사이에서 남편으로 삼을 사냥감을 고른다. 물론, 단 한명만 고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로 인해 다른 남성들은 안전하게 풀려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바다의 한복판으로 유인된 상황에 놓인 남성들의 주위에는 그들을 노리고 몰려든 마물들이 잔뜩 있을 것이고, 그 마물들은 저마다의 짝을 찾아 남성들을 낚아채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버리기에, 이내 그 자리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마음에 든 남성을 고른 세이렌은, 그만을 위해 만든 특별한 선율을 들려준다. 이 선율에는 평소의 노랫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이 들어있어, 결코 저항할 수 없는 강렬한 매력을 느끼고 그녀들에게 단단히 매료되어버린다. 그렇게 매료된 남성은 그녀들의 신체를 탐하며 격렬하게 성교하게 되는데, 이 선율이 다른 선율보다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녀들이 이 선율을 노래하는 '방식' 때문이다.


그녀들은 이 선율을 입으로 노래하지 않는다. 치마를 내리고, 팬티를 옆으로 젖힌 뒤,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가스로 가득해 부글거리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남편이 될 사람의 눈 앞에 들이밀고 이리저리 흔들어보이며, 박자감 있게 가스를 부륵거리며 내뿜는 모습을 보여주고, 세상에서 가장 역겹고 추잡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황홀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그녀들에게 매혹된 남성들은 그 노래에 답하듯, 그녀들의 깊숙한 곳 까지 자신의 남성기를 꽂아넣으며, 더욱 길고 격렬하게, 그 노래가 지속되는 동안 쉼없이 허리를 흔들어대며, 아주 진한 성행위를 하게 되고, 더욱 과격하게 기세가 오른 그녀들은 더 소리 높여 엉덩이로 추잡한 선율을 노래하며 쾌락의 구덩이 속으로 함께 빠져드는 것이다.


평소에도 노래를 부르는 것을 즐기는 그녀들이지만, 발정기에 들어간 그녀들은 입으로 부르는 노래보다는 엉덩이로 부르는 추잡한 노래를 부르는 빈도수가 높아지는데, 이 때의 그녀들은 흥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남편들에게만 그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과시하듯, 그리고 함께 쾌락의 바다로 빠지자고 권유하듯 모두의 앞에서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흔들며 방귀를 마구마구 쏟아내며, 그 지독하고 역겨운, 추잡하고 찐득하며 암컷의 페로몬으로 가득한 냄새를 사방팔방으로 흩뿌리며 노래를 듣기 위해 몰려든 모든 이들의 성욕에 잔뜩 불을 붙여, 절정의 상태로 이끌기에, 남편들은 물론이고 그 노래를 듣기 위해 온 모두를 발정 상태로 만들어버리며 그 자리를 아주 격렬한 집단 성교의 장소로 만들어버림과 동시에, 그 냄새를 맡아버린 암컷 마물들의 몸을 통제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리며, 괄약근을 통제하는 힘을 완전히 잃게 만들어서 자신만큼이나 못말리는 방귀쟁이 마물로 만들어버리고, 결과적으로 그 자리는 수많은 마물들의 방귀냄새로 가득 들어찬, 그녀들의 남편에게 있어서는 천국과도 같은 장소가 되어버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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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아이돌이라..."


"그래서 세이렌 종족은 엔터테인먼트 쪽에 대다수가 종사하는 편이야. 우리도 여러 번 콘서트도 했거든. 추가적으로 우리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항해술을 배운 다음엔,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방귀냄새에 잔뜩 범벅이 되는 섹스파티의 개최를 목표로 했었고, 후후... 나름대로 큰 성공을 거두었달까?"


"...이제 진짜 시간이 왔네. 으흠..."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의 음색을 조절하고, 배 전체에 잘 울리게 시설을 점검한 다음, 들뜬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고 함께 아름다운 화음을 노래하기 시작하는 두 세이렌. 둘의 아름다운 곡조를 듣던 둘은, 빙긋 웃으며 호평을 내놓았다.


"...과연. 타고난 가수들이로군."


"으흠~♬ 너무 듣기 좋다! 나인틴, 이런 노래를 매일같이 듣는... 나인틴?"


"...이런 노래를... 들어버리면... 못 참는데에... 로미 누나... 나미 누나..."


나인틴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배 전체에 모두 울리도록 아름다운 노래를 하는 두 세이렌에게 다가선 상태였다. 앳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굵게 솟아오른 소년의 물건은 바지 밖으로 그 윤곽이 보일 정도였고, 살며시 다가서는 소년의 기척에 뒤를 돌아본 두 세이렌은, 소년의 상태를 알아차리고는 자연스럽게 노래를 이으며, 끈적한 곡조와 가사로 방향성을 변경한 다음, 소년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며 빳빳하게 솟아오른 남성기를 보고, 떨리는 소리로 노래를 하다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다음... 로미는 소년의 안면에 걸터앉았고, 나미는 소년의 허리 위에 올라타 남성기를 자신의 안쪽으로 밀어넣으며, 황홀한 목소리를 노랫소리처럼 내뱉었다.


"아아... 황홀해... 나인틴..."


"자... 이제 다 같이... 더 즐거운 쾌락의 끝자락으로... 모두들... 달려볼까...?"


(꾸루루루루르르륽... 꾸구구구구구루루루루룹...!)


뿌프프브를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륿-! 뿌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룱!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푸브브르르르륵!


나미의 엉덩이가, 그녀의 노랫소리와 어우러지는 추잡한 화음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선실을 가득 채우다 못해 문틈 사이로 이리저리 퍼져나가 배 전체를 가득 채우기 시작하는 생선 썩어가는 끔찍한 악취에 모두들 코를 감싸쥘 법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냄새에 잔뜩 섞인 마나 때문일까, 선실 곳곳에서는 또 다른 마물 여인들의 지독한 방귀소리가 울려퍼졌고, 짝이 없는 이들은 선실 밖 복도로 나와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만남의 장을 갖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뿟스프브브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우우우욱! 뿌푸푸부부루루루루룩!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붜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뿌푸푸푸루루부부부부부부부붑-!


그 선율과 이어지듯, 로미의 엉덩이 또한 추잡한 악취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소년의 입 속 가득히 가스가 들어차다 못해, 소년이 다 삼키지 못한 방귀 덩어리가 몸 속에서 역류하여 코로 나오는 것이 보일 정도였지만, 소년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황홀하다는 듯, 무차별적으로 가스를 마구 살포해대는 로미의 엉덩이 사이로 얼굴을 더욱 깊이 파묻고 깊은 숨을 들이쉬기를 반복했으며, 자신도 모르게 마구 허리를 흔들며 몸부림치기 시작했고, 그에 자극받은 나미는 소년의 허리에 올라탄 채로 몸을 들썩이며, 노래를 부르던 소리 증폭기를 엉덩이로 가져가더니, 있는 힘껏 방귀를 마구 뀌어대기 시작했다.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부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랍! 뿌붜붜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럷! 뿌푸푸푸푸루루루루루루루룩! 뿌다다다다다다다당!


"흣... 흐에에... 에헤헤... 귀가 먹먹할 정도로 뀌어버렸다..."


"모두가 다 들었겠는걸...? 그럼... 2부 콘서트는..."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부부프프프르브브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하아... 입 대신 여기로 부르는 노래로...♡"


선박이 썩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악취 속에서, 어느새 무아지경으로 교미를 나누는 소년과 두 세이렌, 그리고 선실과 복도에서까지 이어지는 집단 성교의 현장을 보던 메카니르는 조금 두통이 느껴지는 듯 머리를 쓸어넘기며 사전을 정리했다.


"...이거 참. 세이렌 마물들의 발정기는 제법 설명대로 요란하군. ...음?"


"...그치... 요란하지. 그런데... 우리도 질 수 없지 않아?"


어느새 그의 곁에 달라붙다 못해, 바지를 살며시 내리고 남성기를 말랑한 피부로 자극하기 시작하는 에르가페. 순식간에 숨이 가빠진 그는, 에르가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그녀와 눈을 마주보았다.


"...에르가페?"


"응... 우리도 여기서 그냥... 보고만 있긴 그렇잖아. 정신 쪽에 영향을 받는 건 아니지만... 저런 모습을 보니 나도 못참겟거든... 자기야. 하자... 응...?"


"...여기서? 일단 우리 방에 가서..."


"아응... 시러어... 더 못참겠는걸..."


뿟스스스스스... 푸훗쉬이이잇- 뿌룩!


그리고, 에르가페의 항문 사이에서 새어나온, 자기주장 강한 구릿한 냄새.


"...윽... 이렇게 자극하면..."


"안 참아도... 괜찮은데..."


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그는, 곧바로 가스를 푸쉭거리며 흘려대는 에르가페를 들쳐업고, 자신이 머물 방으로 곧바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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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덜컹!)


"흐냣...! 으아... 넘어지는 줄 알았다구. 바보...읍...?!"


곧바로 침대에 에르가페를 던지고, 그녀의 입술을 입으로 틀어막아버리는 메카니르. 곧바로 둘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몸을 섞기 시작했다. 한창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에르가페는 문득 메카니르에게 제안을 하나 건넸다.


"...참, 메카니르."


"읍... 하아... 왜...?"


"...어제, 너 내 방귀냄새 맡고 기절한 거, 기억나지?"


"그... 그건 컨디션 난조 때문일 뿐인걸."


"그래...? 그럼 말이지..."


에르가페는 슬며시 몸을 움직여, 메카니르의 안면 위에 힘을 주어 걸터앉으며 말했다.


"...한번, 증명해봐."


"...증...우웁...명...?"


"...이번엔, 기절 안하고 버틸 수 있지?"


"...그...그 말은...?"


"...자... 시작...!"


뿌뷰류류륙!


"...!"


뿌퓨뷰류류뷰루루루부부부부북! 뿌브프프브즈즈프즈즈즈즈르르브즈즈르르르륿! 뿌푸푸풃! 뿌뷰뷰퓨쥬류뷰퓨쥬쥬류뷰쥬쥬뷰뷰뷰뷱! 뿌드드드드드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크...커허흐읍...?!"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에르가페의 깊고 진하고 축축하고 역겹고 뜨겁고 맹렬하고 토악질나는 악취가 물샐 틈 없이 밀어닥쳤다. 농밀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진한 방귀는 마치 손으로 거머쥘 수 있을 것만 같았으며, 귀가 먹먹해지다 못해 순간 이명까지 울릴 정도로 괴멸적인 소리와 함께 터져나왔다. 그녀가 미리 일전의 여관에서 있었던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공간에 단단하게 경계면을 정해놓아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배 전체가 덜컹거리며 흔들렸을 정도였다.


"읏... 하아... 하아... 뻗은 거 아니지...?"


"...쿨럭... 크흐읍... 날 너무... 약하게 생각하네, 우리 방귀쟁이 여신님...?"


"...뭐어?! ...이잇... 그럼... 이거나 더 먹어!"


뿌푸부붜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럷! 뿌루루루루루류퓨뷰류류류류쥬뷰류류쥬쥭! 뿌드드드드드드드르르드드브드드드드드드드드드브브븍! 뿌아아아아아악! 뿌푸부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두두두둑! 뿌프브르브프드드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푸귀리리리리리릿-풉푸뿌루루룩!


방금 전의 것들 보다 훨씬 더 축축하고 뜨거운, 습하고 끈적한 독가스가 우렁차게 터져나왔다. 메카니르의 입을 비집고 강제로 들어온 그 지독한 악취는 메카니르의 입 속 침과 결합하며, 마치 풀잎에 내려앉은 이슬처럼 한데 모여 세상 끔찍하고 지독한 악취를 풍겨대는 물방울을 만들어 맺히며 메카니르가 강림한 '반신' 의 육체로도 겨우 감당할 수 있는 끔찍한 자극을 주었으며, 더 나아가 순간적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의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신이 혼미해진 메카니르는, 주위의 모든 것의 경계가 애매해지며 흐릿하게 보이는 와중에도, 흥분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아랫도리를 촉촉하게 적시며 자신의 배를 매만지고 박자감 있게 눌러대며, 그 속에서 미친듯이 끓어오르는 부패의 악취를 자신을 향해 내뿜어대는 귀엽고 예쁘기만 한 여신, 에르가페의 모습만큼은 또렷하게 보였다.


"하아... 하아... 기분 조하아..."


"...에르가페... 우웃..."


"...너어... 아직도 기절 안했네에...? 장하다... 장해... 우리 메카니르... 우웅..."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가볼까...?"


"...응...? 흥냣...!"


매끄럽게 자세를 바꿔, 구역질나는 배설물 덩어리에 썩은 치즈를 합친 혼합물을 얼굴에 대고 문지른 것 같은 악취를 풍기는 메카니르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며, 자신이 만든 악취를 한껏 만끽하는 에르가페. 그 끈적한 키스에 자극을 받은 메카니르는 몸을 일으켜 에르가페를 침대 위로 부드럽게 돌아눕혀 고양이처럼 자세를 취하게 만들었고, 곧바로 그 자세로 인해 가스가 끓어오르는 배를 매만지는 에르가페의 엉덩이 사이에 자신의 고개를 파묻고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그녀의 깊숙한 엉덩이 사이에 코를 파묻고, 얼굴을 이리저리 비벼대며 그녀의 엉덩이를 잔뜩 자극해대기 시작했다. 냉철한 이미지의 기계적인 신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욕정과 사랑, 그리고 악취나는 방귀에 고달픈 모습이었다.


"하아... 하아... 좀 더... 더 진한 냄새를... 자기야..."


"...웃... 흐흐흥... 그래애... 당연하지... 잔뜩... 물들여줄게... 너에게만 내려주는... 특권이야...!"


뿌부부르르브프프브르르브브브드드드드드드득! 뿌붜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럭! 푸푸부부루룩! 뿌뷔뤼리리리피비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딕! 뿌뷰쥬류뷰퓨류륙! 뿌류류르브브프프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흣... 크흐...하아... 하아... 견뎌...냈네... 으... 콜록...! 흐음...?"


"하아... 헤에... 장하네에... 우리 메카니르... 에헤헤... 실수로 싼 줄 알았는데..."


"...이제... 내가 나름대로 역공을 할 차례인가보네...!"


"...응...?! 흐야앗...!"


메카니르는, 에르가페를 대뜸 덮쳤고, 그녀를 침대에 똑바로 눕게 한 뒤, 곧바로 다시금 몸을 섞어대기 시작했다. 땀과 악취에 젖어 끈적하고 미끌해진 몸을 매만지고, 핥고, 키스하며, 자신과 같은 반신에게 말로 설명하기 힘든 쾌락을 잔뜩 안겨주는 메카니르. 에르가페는, 이미 가스를 한계까지 잔뜩 쥐어짜 지친 데다가 격렬한 쾌락에 당해 머리가 어질어질했음에도, 인정사정 없이 자신에게 달려들며 잔뜩 사랑을 쏟아주는 메카니르에게 전혀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품 속으로 잔뜩 파고들어 안기며,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며, 암컷의 신음소리를, 교태로운 교성을 내지르며, 메카니르의 등에 손톱자국이 남도록 잔뜩 끌어안으며 그와 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윽... 에르가페...! 크...으읏...!"


"하아... 윽...! 자지가아... 배...를... 배를 눌러서...응... 또 가스가...!"


뿌부뷰륙! 뿌푸푸룩! 뿌룹! 뿌프프프브드득! 뿌르르르륵! 뿌부르르르륵! 뿌와아아아아악! 뿌다다다다당! 뿌푸푸부부루룩! 뿌뷔리리릿! 뿌푸룩! 뿌우우우욱-!


추잡하고 천박하게, 항문 사이를 잔뜩 비집고 나오는 대량의 방귀. 에르가페는, 분명 가스를 다 뿜어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몸 속에서 끓어오르던 어마어마한 양의 가스가 다시 폭발하듯 터져나오며 항문을 잔뜩 자극하고, 메카니르를 더욱 즐겁게 하는 것을 느끼며, 황홀경에 빠진 표정으로 메카니르와 입을 맞추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 허리를 맞춰 흔들기 시작했다.


"응그읏... 흐으... 메카아... 아...읏... 흐아앙...! 이거어... 기분... 너무웃...!"


그렇게 얼마나 정신없이 박아댔을까, 에르가페는 메카니르의 큼직한 물건이 자신의 몸 속을 헤집을 때 마다 쾌락을 이기지 못하고 뜨겁고 지독한 악취를 분무기처럼 쉼없이 내뿜었고, 그 방귀로 인해 방 안은 이미 머리가 아플 정도의 악취로 가득 들어찬 상태였고, 그녀가 단단히 봉해둔 영역의 경계 안에서 더욱 농밀해진 냄새를 쉼없이 들이킨 메카니르는, 사실상 거의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할 정도로 격렬한 쾌락에 온 몸이 물든 상태였고, 에르가페 또한 동일했다. 그 어느 누가 먼저 쾌락에 지쳐 쓰러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으극... 에르가...페...! 크흐읏...! 더는...!"


"저...전부우... 안에...!"


"크읏...!"


퓨뷰르르릇-! 뷰퓨류류류륫- 뷰르르르릇-! 뷰르르릇... 퓨뷰륫... 뷰퓻... 퓨브르르릇-! 뷰프르르르르릇-! 뷰류류류륫-! ...뷰룻... 뷰퓨퓨류륫... 뷰븃-!


"으...응후오옥...!"


에르가페의 그 말에, 참아왔던 모든 욕망을, 그녀의 깊숙한 곳까지 모두 분출하는 메카니르. 순간적으로 에르가페의 아랫배가 살짝 부푸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잔뜩, 진한 백탁액을 혼신의 힘을 다해 사정한 그는, 곧바로 에르가페와 함께 지친 듯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읏... 하아... 하아... 어때... 내가 기절했던건... 그냥 컨디션 난조일 뿐이라고..."


나름대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풀썩 쓰러진 에르가페의 곁에 누우며 그녀의 상태를 살피는 메카니르. 그리고, 그가 발견한 것은...


"...읏...응읏... 읏..."


"...에르가페...?"


"...후우응..."


뿟푸브브스스스스슷... 뿌쉿-! 뿌루루르르르르다다다다다다다당!


"응헤에... 기분 조하아..."


"...나 참, 네가 뻗어버리면 어쩌자는거야."


메카니르가 자신의 안쪽 깊숙히 쏟아낸 백탁액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땀투성이의 침대에 누워 숨을 헐떡이며, 움찔거리는 것만을 반복하다가 완전히 인사불성이 되어 체력이 다해 잠에 빠져버린 에르가페였다.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후후..."


그는, 그렇게 잠들어버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가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잘 자. 내 여신님. ...윽... 이건 내가 말하고도 영 오글거려서 못참겠네. 그래도 봐줄거지?"


그 목소리가 전해진 듯, 한결 더 편해진 표정으로 곤히 잠을 청하는 에르가페에게 깔끔한 이불을 덮어준 그는, 옷을 갈아입고는 잠시 선실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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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어느새 어둑어둑한 밤이 된 상태였다.


"...후우..."


곤히 잠든 에르가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잠시 바깥으로 빠져나와 미약하게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별무리가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던 메카니르에게, 현우가 다가왔다.


"안 주무시나요?"


"...현우?"


"바닷바람이 찹니다만."


"글쎄, 가끔은 그 차디찬 바람을 맞고 싶은 날이 있거든. 자네는?"


"저도 그렇다고나 할까요. 하하... 저도 라비네아랑 좀..."


"어련히 알아듣겠네. 재워두고 나왔나?"


"네. ...코트 알프까지는 금방인데, 거기선 뭘 하실 예정인가요?"


"실은 제법 죽흥적으로 결정한 여정이라 말이지. ...거기에서도 사고가 있으면 해결할 생각이라네. 그리고 사전 편찬도 이어서 하고. 수생 마물들은 만난 적이 없거든."


"그렇군요. 힘들거나 하진 않으신가요?"


"딱히. 오히려 수많은 마물들을 만나며 이런저런 추억들을 만드는 게 재밌다고나 할까."


"...대단하시군요. ...몸 조심하시길 바랄게요. 성국 기사단의 추격은 꽤나 끈질기거든요."


"걱정 말게. 내 힘, 직접 보지 않았나? 하하... 그리고..."


(파스슷... 팡-!)


"...읏... 빛이...?"


빛무리에 둘러쌓였다가, 이내 그 빛의 흩어짐 속에서 나타난 메카니르의 새로운 모습을 본 현우는 깜짝 놀랐다.


"...에?"


모험가 복색이 아닌, 말끔한 페도라와 함께 현대적인 분위기의 검고 흰 정갈한 옷, 그리고 프록 코트를 걸치고 검이 아닌 지팡이를 짚은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한 모습에, 현우는 제법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신분을 만들면 그만이거든. ...어떤가? 조금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나?"


"...우와..."


"...이런 식으로 말이지. 뭐, 모험가라는 자리가 편하고 해서 그 모습으로 다니고 있다만... 이런 모습으로 바꾸는 건 일도 아니라서."


다시 빛을 발하며 모험가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를 보며, 현우는 조심스레 물었다.


"...평범한 사람은... 아니시죠?"


"하하! 글쎄, 상상은 자유라네. 난 그저 내 아내와 함께 이곳저곳을 떠도는 모험가일 뿐이지."


"그렇게 믿어드리죠. 하하...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그렇게 놀라진 않는군?"


"세상은 넓으니 말이죠."


가볍게 웃으며 화답하는 현우.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든 메카니르는,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마침 밤도 깊었겠다, 사내들끼리 술이나 한 잔 할텐가?"


"흐응... 우리 빼고 둘만 마시려고?"


"...어라..."


"이 목소리는..."


"현우야, 어디갔나 했는데... 여기 있었냐?"


"라비네아? ...어... 손에 그건... 술병이야?"


"여기 럼주가 독하고 맛있더라고. 술 이야기 하고 있었지? ...술 말고, 술이 만든 방귀는 어때, 자기야, 응?"


"...그... 그렇게 되었네요. 메카니르 씨. 그럼 이만... 읍?!"


번쩍 들려 다시 방으로 끌려들어가듯 납치되는 현우를 아련하게 지켜보던 메카니르의 어깨에, 말랑한 무언가가 닿았다.


"...음?"


"으헤헤... 여깄었구나아... 메카니르우웅..."


"...에르가페. 또 취했어?"


"혼자 어디 가버리구우... 나만 두고 가서어... 라비네아쨩이랑 한 잔... 에헤헤..."


"...냄새를 맡아보니 한 잔이 아닌데...? 이 독한 럼주를..."


"아무튼! ...또 어디 가버리려고 한 우리 나쁜 메카니르한테에... 내 냄새 잔뜩 발라줄거니까아... 각오해...?"


"...도착할 때 까지 잔뜩 쥐어짜이겠네. 하하..."


"에헤... 알면 얼른 내 아랫배나 잔뜩 주물러주라구... 바~보... 헤헤헤..."


잔뜩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자신에게 달라붙는 에르가페를 보며, 그는 자신의 뼛속 깊은 곳 까지 닥쳐올 공포스러운 쾌락을 기대하기 시작했다고.




--------------------------------------------------------------------------------------- 6장, 세이렌 편 [END]




(솨아아아아-)


"자~ 코트 알프에 도착했답니다~!"


(빠아아아아앙-!)


우렁찬 뱃고동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 메카니르. 에르가페가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하고, 먼저 옷을 걸치고 창문 밖을 바라보는 메카니르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얕게 흘렸다.


"...와... 아름답군."


"우응... 뭐가?"


"...밖에 봐봐. 여기가..."


"응...? 우... 우와아...!"


에르가페는, 창문 밖의 광경을 보고 감격에 찬 탄성을 질렀다. 너무나도 깨끗한, 하얗고 아름다운 수많은 건물들이 즐비한, 장엄한 신전과 교회가 즐비한...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성함까지 느껴지는 수상 도시의 모습을 본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메카니르와 함께 그 풍경을 만끽했다.


"...진짜 이쁘다..."


"...수상 도시... 바다 위에 이런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니..."


"...어서 내리자! 이것저것 잔뜩 구경하자구!"


"...사전은 조금 천천히 편찬해도 늦지 않을 것 같네. 하핫!"


잔뜩 부푼 마음과 함께 배에서 내린 둘은, 작은 배에 의탁하여 물 위를 누비는 사람들과 마물들, 혹은 바닷물 속을 직접 헤엄쳐다니는 수생 마물들, 그리고 입구로 보이는 곳에 '축복을 선사하는 첫 번째 노래의 섬, 알 마르' 라는 문구가 적힌 큼직한 관문까지. 모든 것이, 둘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아름답네."


"신 노릇 때려치우고 여기서 살까 싶네. 메카니르, 안그래?"


"난 신 노릇 계속 하면서 여기서 살래. ...너랑 같이."


"에헤헤..."


둘만 들리는 소리로 잡담을 나누던 둘은, 알 마르에 처음 발을 들인 관광객들을 안내해주는, 수중에서도 활동할 수 있게 적응한 오토마톤 마물과, 상반신은 인간 여성의 몸, 하반신은 지느러미가 달린 어류와도 같은 모습을 한 여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환영합니다. 여러분. 이곳은 코트 알프... 일곱 개의 섬과, 사람과 마물이 함께 손을 잡은 바다 위의 낙원..."


"...이곳에 찾아오신 여러분들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어드릴게요!"


"...음... 배고픈데, 일단 배부터 채우고 싶어. 어디로 가야 해?"


가스를 잔뜩 뿜어내고 홀쭉해진 배를 매만지며 허기를 달랠 장소를 찾는 에르가페를 본 두 마물은, 곧바로 그녀가 만족할만한 정보를 도출했다.


"...주위의 평이 좋은 식당을 탐색 중입니다. ...오늘의 추천 메뉴는, 달콤한 거품 과자를 후식으로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카틀레야 드 알 마르' 라는 식당을 추천합니다."


"아~ 거기 맛있지! 우선 지도를 받으실래요? 여기, 여기로 가시면 카틀레야 드 알 마르 레스토랑이 나와요."


지도를 받아든 에르가페는, 반짝이는 눈을 하고 메카니르를 바라보며 무언의 재촉을 했다. 그것을 확인한 오토마톤 마물은, 한 편에 정박된 여러 선박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운하와 운하 사이를 편하게 이동하시려면 선박을 이용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 괜찮아. 나야 뭐..."


(첨벙-!)


물 속에 들어간 에르가페는, 순식간에 자신의 몸 일부를 변형시켜, 수생 아인들처럼 물갈퀴를 가진 다리를 만들어내 헤엄을 치며 물 위에 둥둥 떠올랐다.


"...에에? ...네레이드...?"


"어때? 이 정도면 헤엄치는 덴 문제가 없다구!"


"그 모습도 귀엽네. 바다 속의 요정같아. 후후..."


"으에헹... 그래? ...나 배고파! 어서 밥먹으러 가자!"


"그러자. ...안내해줘서 고맙네."


(뚜벅-)


메카니르는 거침없이 고요한 물 위로 발걸음을 내딛었고, 마치 평평한 평원 위로 발을 내딛는 것 처럼 물 위를 자연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에에...?"


"...흥미롭습니다. 처음 보는 형태의... 음...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 해야겠군요..."


...그 모습을, 놀란 듯 바라보는 두 마물은,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다시 업무로 돌아갔다고.


--------------------------------------------------------------------------------------- 제 15막, 화산 마을 편 [END]


아 씨발 내가 대체 왜 장편쓴다고 존나 설쳤을까... 방구씬 끼워넣기도 힘들고 스토리짜기도 힘들고 크아아악 아직도 쓸게 산더미고 활용할 설정도 산더미인데 오또케 오또케 시발 존나 개 찌꺼기같은 필력 씨발 크아아아아아ㅏ악 특히 시발 코트알프 제도는 장소도 많고 설정도 많아서 그거 다 아까워서라도 다 굴려야하는데... 다음전개는 뭐로해야되나 참... 진짜 뭔가 장편을 쓸 때는 대략의 큰 줄기를 구상하고 쓰는게 맞다... ㄹㅇ 아니면 이렇게 땜빵의 땜빵의 땜빵식으로 하다보니까 글이 시발 짬통마냥 이상해져버림...


근데 시험도 끝났는데 왜이렇게 늦었냐고?

던전앤파이터 신규레이드 아스라한:안개의 신, 무 레이드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