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하?렘 순?애) 방귀쟁이 히어로 소녀들의 학교에 전학온 소년의 능력은...

"초능력" 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흔히들 오감이라고 부르는 것 그 너머의 영역에 자리한, 기존의 물리법칙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신묘한 힘. 그 힘들 말이다.


사실 초능력의 근간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거의... 아니, 아예 없다. 최초의 초능력자 등장 이후, 근 10년 이내에 무작위적으로 능력을 개화한, 지금의 능력 보유자들은 은근히 흔하다고 해도, 그 비율이 10% 미만의 수치이고, 결정적으로 40대가 넘는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서는 능력이 일절 발현되지 않으니 말이다. 기존에 능력을 발현시켰던 능력자가 나이가 든 것이 아닌 이상.


그리고 보통은 초능력은 '여성' 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대충... 남성보다 두 배 높은 정도로? 그 능력은 굉장히 다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을 자주 사용하거나 하는 식으로 발달시켜 더욱 큰 힘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듯 하다. 정부에서는 그 힘을 통제하고 올바른 곳에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전문 교육기관' 에 가까운 시설을 설립하였고, 어지간한 능력자들은 모두 그 기관을 거쳐간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똑똑똑-)


(아, 들어오세요.)


...앞서 언급했던 내용대로, 그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강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모두 여성들에게서 발현되며, 상급 히어로들은 거의 절대다수가 여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까지 오면 7 : 3이었던 단순 비율도 거의 8.5 : 1.5 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근원은 몰라도 힘을 어느 정도 분석할 수 있었던 과학자들의 언급에 따르면 초능력으로 분류되는 특수한 유전적 인자가 발현되고 강해지기 위해선 활발한 순환과 노폐물 정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그리고 여성들의 신체 기관은 남성보다 제법 크게 효율적인 소화기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에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그 형질이 발현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강한 초능력에 각성한 남성' 들의 경우 유전적으로 돌연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소화기관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유전적으로 무언가 특이한 형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연에 가까운, 규명하기 힘든 힘에 의해 일반적인 여성 초능력자를 훨씬 상회하는 강함을 지니게 된다고 하니 말이다.


"...좋은 오후입니다. 선생님."


"잘 오셨습니다. 두 분 모두 여기 앉으시죠. 아, 너도 앉으렴."


물론 그렇게 여성 초능력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해서 완전한 여성 중심의 사회는 아니다. 일단은 초능력자라고는 해도 결국은 사람이니, 지칠 때까지 몰아붙이면 힘이 어느 정도 충전될 때 까지 힘을 사용하지 못하니 말이다. 그리고,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은 '통제를 벗어난 초능력자들' 을 제압하기 위해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개체들을 다수 만들 생산 플랜트까지 가지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다 뜬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 자제분이..."


"...초능력을 발현했다고 했습니다. 꽤 강한..."


...이쯤에서 내 소개를 하자면, 내 이름은 유하현. 고등학교에 입학할 시기를 전후로, 무언가 초능력처럼 보이는 힘을 각성하여 이 초능력자 전문 교육시설, [세이비어 국제 고등학교] 에 전학 비스무리한 것을 오게 된...


"...아들이신가요?"


"네..."


"...이런 희귀한 케이스라니..."


...남자다.


그리고, 내 능력이라는 건...


"...그런데, 어떤 계통의 초능력인가요? 신체 강화? 정신 간섭? 환경 조작, 혹은 원소 조작?"


"...그... 연구기관에서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힘이 있긴 한데, 어느 힘인지는 모른다...?"


...그 누구도 모른다고 한다. 내 힘이 무엇인지...


"...여기 자세한 검사 결과표를..."


"...믿을 수 없는 수치로군요. 이렇게 강한데 무슨 힘인지 알 수 없다... 어떻게 자제분이 초능력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습니까?"


"...그... 아들을 깨우려고 아침에 방에 갔더니...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있어서, 뭔가..."


"...생물 발광 계통의 초능력인가... 음... 그건 또 알 수 없는 것 같고... 으으음... 참, 여튼 그리하여... 우리 세이비어 국제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셨다. 이런 느낌이시죠?"


"그렇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책임지고 훌륭한 영웅으로 양성하겠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테르나 쌤, 전학생... 유하현이라고 했지? 하현이 학교 소개좀 시켜줄래요?"


"아, 그럴게요. 자, 따라오렴."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우린 교장선생님하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볼게."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을 누르며, 나는 처음 보는 교사의 뒤를 따라 교장실에서 나왔다. 과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평범한 사람이 아니게 된 이상 좋든 싫든 여기에 적응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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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어때, 학교는 괜찮아보이니?"


"...제가 다녔던 이전 학교보다 훨씬 더 크네요. 시설도 굉장히 좋아보이고... 특히 복도를 비롯한 공간이 유독 크게 느껴져요."


"눈썰미가 좋구나? 맞아. 설립될 때 부터 크게 짓자는 것이 목표였지. 이유는 간단해. 그건..."


(슈왁-!)


"..."


"...음. 저런 거 때문이지."


"방금... 뭔가 지나갔네요."


"...보긴 봤니?"


"평범한 교복처럼 절대 안 보이는 남색 옷을 입고 비행사 안경이랑 모자를 쓴 단발머리 여학생 같았는데요?"


"...정확한데? 그 찰나의 순간에 본 것을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하다니, 기대되는구나. 푸후후..."


(슈왁-!)


"쌤! 여기가 전학생이에요? 오호... 남자가 전학온다고 해서 신기했는데... 초능력자?"


"...루시. 쉬는 시간이라고 복도에서 막 뛰어다녀도 된다고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혼날래?"


"헤헷... 미안해요, 쌤! 그럼 전 매점에 가야 해서...!"


(팡-!)


조금은 정신없어보이는 여학생... 내가 처음으로 마주한 학생이 저런 모습이라니. 확실히 평범함과는 백만광년 정도 떨어진 세이비어 국제 고등학교 답다고 생각했다.


"미안하구나. 다들 전학생이... 그것도 정말, 정말 오랜만에, 올해 처음으로 남학생이 온다는 말을 듣고 다들 관심이 가득해서."


"남학생은... 많이 없나요?"


"3학년에 두 명, 2학년에 한 명 있지. 둘 다 상위권 학생이므로 너도 분명 잘 적응할거야."


테르나라는 이름의 선생님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나를 데리고 교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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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가 네가 공부하게 될 교실이란다."


"...무진장 크네요?"


"그렇지? 왜냐면, 그만큼 많은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이란다. 분반은 없고 모든 학년은 반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내가 말했었나?"


"아뇨. 처음 듣는 정보에요. 근데...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혹시..."


"그래. ...음... 초능력을 가진 여인들만의 특징이지."


특징... 조금 우습게 들리겠지만, 보통은 '방귀' 를 그렇게 표현한다. 순환 시스템이 너무 활발하게 작동한 탓일까. 배설물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노폐물을 '가스'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여성 초능력자들은, 능력을 사용할 때 마다 후폭풍으로 다가오거나 사용과 동시에 차오르기 시작하는 방귀 때문에 나름대로의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구린내가 가득한 삶을 살기 때문인데, 이전에는 이런 냄새 자체를 불결한 것으로 여겨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이 제법 있었으나, 최근 들어 여성 히어로들이 자신의 이러한 컴플렉스인 '방귀' 를 이용하여 맹활약을 하는 소식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그 시선 또한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자라나는 히어로 꿈나무들 또한 그런 방식으로 방귀를 활용하는 방식을 연마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복도나 교실 뿐 아니라 학교 전체에 오묘한 구린내가 감도는 것도 이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냄새는... 좀 견딜만 하니?"


"...괜찮아요. 이 정도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초능력을 발현한 남자들은 이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다지? 참 특이하고 부럽다니까..."


"뭘요, 사람이면 당연히 생리적 활동을 하는 것 뿐인데요."


"후후... 고맙구나. 자, 우선 가볍게 네 소개부터 하고 가지 않으련?"


"...소...소개요? 갑자기...요...?!"


"긴장할 필요 없단다. 다들 새로운 전학생이 온다길래 기대를 잔뜩 하고 있거든. 분명 좋게 봐주지 않을까?"


'...무...무슨 그런 무책임한 말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하기 이전에 테르나 선생은 교실 문을 열고 먼저 들어섰고, 쉬는 시간에 뜬금없이 교실에 방문한 교사를 보며, 학생들답게 교실에서 온갖 기행을 하다가 그대로 적발된 뒤 토끼눈을 하고 교사를 보던 학생들은,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더욱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 잠깐 주목! 혹시, 전학생 소식 들었니?"


"전학생이요? 아뇨... 모르는데요?"


"그래? 남자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 못들었니?"


"...네?!?!?!"


아주 격렬하게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테르나 선생은 문 밖에서 쭈뼛거리던 나를 향해 손짓을 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손짓에 맞춰 교실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우와..."


"...드디어 우리 학년에도 남학생이..."


"어때? 잘생겼어?"


"무난... 무난한거같은데. 흐음... 무슨 능력일까?"


"여기까지 올 정도면 꽤 강한 능력자라는 말인데, 그치?"


이런저런 잡담이 오갔고, 웅성거림이 잦아들자 테르나 선생은 날 모두의 앞에 서게 했고, 내 어깨에 손을 짚고 간단한 설명을 해 주었다.


"...여기 서렴. 자, 이 친구의 이름은 유하현이라고 한단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 학년의 유일한 남학생이고, 능력은... 아무도 모른단다."


"엥?! 진짜요?!"


"...연구기관에서 말한 결과가 그렇다잖니. 그러니, 우리들은, 이 친구가 자신의 능력을 잘 각성할 수 있도록 해서, 함께 시민들을 돕고 세상을 지키는 어엿한 히어로가 될 수 있도록 잘 도와줘야 해. 알았지? 자, 마저들 쉬고... 10분 뒤에 수업 시작하는거 알지? 슬슬 준비하렴."


"네~!"


그리고, 테르나 선생은 내게 이런 말을 하며 나를 자연스럽게 교육의 장으로 데려다 놓았다.


"...참, 하현아. 우리 학교도 일단은 교육기관인지라, 일반적인 중등교육과정에 속하는 커리큘럼... 어... 고등학교 수업 정도는 가볍게 하거든. 대신, 오후 방과후 수업부터는 히어로, 즉 시민들 사이에서 활동할 영웅으로써 갖춰야 할 능력에 대해 연마하는 시간을 갖게 될 거야. 그 활동을 하다 보면, 네 능력도 자연스럽게 밝혀지지 않을까?"


"...그러겠죠? 지금까지 능력이 있다는 것도 몰랐으니 사용해본 적도 없어서..."


"그래. 그렇다면... 마침 내 담당 수업이 곧 진행되니까, 여기서 한번 네 능력을 찾아보도록 하자."


...걱정이 앞서는 순간이었지만, 걱정만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으니...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


"안녕?"


"...반갑...습니다..."


"같은 학년이잖아! 에이... 그냥 편하게 말 놔."


그렇게 말을 하며, 어느새 나를 둘러싼 여학생들은 나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성의 관심이 나쁘진 않았지만, 뭐라고 할까...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도 같고...


"...참, 너는 무슨 '계통' 의 능력자야?"


"...글쎄. 잘 모르겠어. 그것도 모른다고 물어도 진짜 몰라..."


"음... 능력 비슷한 걸 써본적은?"


"...엄마가 말씀하셨는데, 내가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온 몸이 밝게 빛나고 있었대."


"...그럼 빛이나 전기 계통인가? 그래보이진 않는데..."


"저기, 나 방금 전에 만났던 애인데, 기억하지?"


"...아, 그 무진장 빨랐던..."


"어떻게 기억하네? 맞아. 반가워. 난 루시라고 해. 스피드스터로 분류되는 능력을 갖고 있어."


"루시는 우리 학년뿐만 아니라 2학년, 3학년까지 전부 합쳐서 가장 빠른 초능력자야. 어때, 대단하지?"


"...멋지네... 지각할 일은 없겠구나."


"응? 아하하...! 그렇게 되나? 푸훗..."


(툭툭-)


"응?"


그 때, 무언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고개를 돌려보았고...


"하현아, 초등학교 졸업 이후 오랜만이네?"


"...어... 민지? 민지 맞아? ...응?! 근데 너 초능력자였어?!"


"중학교 2학년 즈음에 능력이 발현되었어. 헤헤... 그래서 같은 고등학교는 못 가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네. 응..."


"...그러게. 헤헤..."


뭔가... 뭔가 더 상황에 맞는 말이 있지 않을까? 그걸 고민하던 사이,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이들은 짓궃게 민지를 놀려댔다.


"어머, 뭐야? 둘이 아는 사이?"


"응... 친한 친구야. 다... 다른 사이는 진짜 아니고..."


"그~래? 정말이야?"


"...민지 말이 맞아. 진짜... 친한 친구 사이일 뿐이야."


"글쎄... 우린 그렇게 안 보이는데? 특히 민지 표정을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지고. 아닌가~?"


...이런. 뭔가 괜히 불을 더 지핀 느낌인데... 


(때르르르르릉-)


마침,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고, 교탁에서 날 보고 있던 테르나 선생은 수업을 시작할 준비를 하며 모두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자! 모두 집중! ...전학생 하현이랑 함께하는 첫 수업이지? 다들 모범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할게. ... 어디... 으흠! 오늘 훈련 내용은, 인질을 잡은 대상으로부터 인질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방법이란다."


그리고 그녀는, 교탁 위의 어떠한 버튼을 눌렀고, 머지않아 교실 전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하나의 거대한 실내 체육관과도 같은 모습으로 교실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우와..."


나는 바보같이 감탄만 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런 광경은 영화에서나 봐왔던지라, 실제로 두 눈으로 목격을 하고 나니 그저 신기하게만 느껴질 따름이었으니까. 내 모습이 퍽 재밌었는지, 내 주위의 여학생들은 소리 죽여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이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의 예시를 보도록 할까?"


선생의 그 말이 끝나자, 중앙 구조물에서 사람 비슷하게 생긴 무언가가 둘 나타났다. 아무래도 한쪽은 인질, 한쪽은 범인으로 보였다. 그런데... 움직인다?


"...참, 하현이는 처음 보는 물건이겠구나. 저것에 대해 설명해줄 사람?"


"...제가 할게요."


"그래. 우리 반장, 에리나가 설명해볼래?"


"네. 저 마네킹처럼 생긴 물건은 우리 고등학교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제작한 '리빙 더미' 로, 일반적인 인간의 맥박, 심음, 호흡 등 생체 신호를 거의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을 뿐 아니라, 강도를 특별하게 설정한 더미들은 프로그램에 따라 전투를 비롯한 실제 상황을 재현할 수 있어, 훈련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곤 합니다."


"아주 휼륭해! 잘 설명해주었구나. 하현아, 이제 알겠니?"


"...네."


"좋아, 그럼... 이와 같은 상황을 마주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현아. 네 생각은 어떻니?"


"...음... 일단 인질의 안전을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것 같아요. 시민을 구하는 히어로라면."


"좋은 의견이야.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아무렇게나... 답해도 되려나? 그래. 원래 모르는 걸 배워나가는 게 학교 아니겠는가. 자유롭게 답을 한번 해보자.


"...어... 가해자를 완벽하게 무력화시킨다?"


"그것 또한 괜찮은 의견이지, 자, 다른 의견?"


"우선 인질범과 인질을 확실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니 그렇네. 그걸 생각을 못했군.


"맞아. 보통의 인질범이 인질을 잡고 협박하는 경우에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 자, 이제 다시 수업으로 돌아가서, 이런 경우, 여러분이 이렇게 한 명의 인질을 잡은 인질범과 대치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희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보렴. 상황의 급박함을 고려하여 5분의 시간을 주도록 할게. 최대... 4명의 학생들끼리 조를 짜는 것을 허락할게. 혼자서 해도 좋고, 여럿이서 해도 좋아. 하현아? 마지막 순서로 참여해볼래? 다른 친구들이 능력을 활용하는 것을 보다 보면, 너도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을 거야."


교사의 말이 떨어지자, 학생들은 저마다 홀로 하거나, 혹은 친한 친구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민지가 내게 다가왔다.


"...하현아. 수업은 어때?"


"어, 민지야? ...글쎄. 아직 잘 모르겠어. ...참, 근데 네 능력은 뭐야?"


"나? 내 능력은... 으음... 보여주는 게 더 빠르려나...?"


"...흐에엑?!"


나는, 내 눈앞에서 녹아내리듯 형체를 잃는 민지를 보며 화들짝 놀라 소리를 쳤다. 순식간에 물웅덩이처럼 변한 민지는, 빠르게 형태를 바꾸어가며 온갖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선보이더니, 이내 순식간에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며 공중제비를 돌고는 착지했다.


"...이런거?"


"...바...방금 녹았다가..."


"...음... 액화 능력이라고 분류되더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선배들도 있는데."


"...근데 액체로 변한 상태에서 누가 착각해서 널 마시면 어떻게 될까?"


"에이~ 그건 내가 바로 알아차리지! 바로 변신해서 한방 먹여줄걸?"


(꾸루루루루루룱...)


"응? 배고파?"


"...아, 아니... 갑작스레 능력을 썼더니 조금..."


뿌부루루부루루루룰부루루부루부루루루룱!


"응후우... 가스가 차서 말이야..."


거품이 끓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민지는 손을 약간 변형시켜 일종의 공기 풍선처럼 만들고는 그 안에다가 자신의 '독가스' 를 내뿜었다. 싯누런 악취가 들어찬 거품이 제법... 흥미롭게 느껴져,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민지는 그걸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무...뭘 보려고 해? 너 변태야?"


"...그... 방귀 풍선이라는 걸 살면서 몇 번이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냥 신기... 신기한 것 뿐이야. 이상한 생각은 딱히...?"


...망할. 들킬 뻔 했다. ...이쯤에서, 내 취향을 조금 말해보자면... 부끄럽고 이상하다는 건 잘 알지만, 나는 여자의 방귀가 취향이다. 그 냄새가 황홀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지독하게 썩은 구린내가 너무 좋다. 방귀와 함께 불어닥치는 후끈하고 뜨거운 열풍, 추잡한 파열음, 그리고 그와 함께 보이는 다양한 표정들, 부끄러운 표정,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 얼굴을 붉히며 웃는 표정, 고압적으로 내리보며 비웃는 것 같은 표정까지... 이렇게 음란하기 그지없는 것들을, 도대체 어깧게 참으라는 말인가.


...물론, 어디 가서 뭐 말할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왜 말을 흐려?"


"...뭐 어때. ...그나저나 내 능력은 뭘까..."


"너희 둘,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있었니?"


"헤으얏?!"


(팡-!)


"...거 참 희한하게 놀라네. ...쿨럭..."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사이, 테르나 선생님이 어느새 우리 뒤로 다가온 상황이었다. 민지는 놀라 허둥거리다 방귀를 담아둔 거품을 펑- 터트려버렸고, 나는 뒷수습을 하는 민지를 뒤로 하고 대신 설명을 했다.


"...아, 민지한테 능력이 뭔지 잠깐 물어봤어요. 혹시 제 능력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랬구나? 민지의 능력이 뭔지 들었니?"


"음... 녹아내려서 액체처럼 변하는 능력?"


"맞단다. 스스로를 액체로 바꾸고 조작하며, 다른 액체로 의태할 수도 있지.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능력이란다. 그렇지? ...냄새도 독해지고 있고 말이야."


"그...그건 장점이 아닌 것 같은데요..."


"냄새가 강해진다는 건, 그만큼 능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지 않니? 후후... 좀 더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해도 괜찮아. 모의 전투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 기대가 되는걸?"


"헤헤... 그렇구나..."


모의 전투? 그런 내용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저, 선생님, 모의 전투가 뭔가요?"


"아, 별 것 없단다. 학생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가벼운 대련 정도라고 생각하렴. ...어머, 시간이 벌써? 모의 전투에 대한 내용은 이따 설명해줄게. 직접 체험해보면 더 이해가 빠를 거야. ...얘들아! 시간이 다 되었단다. 모두 자리로!"


...이런 활동을 눈 앞에서 보면 나도 내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자각할 수 있을까. 부디 그러길 바라며, 나 또한 자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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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내가 해보겠다 하는 친구들?"


"저희요!"


3명으로 이루어진 한 조의 학생들이 일어나며 말했다. 교사의 어서 해보라는 손짓을 본 그녀들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다음, 미리 약속한 대로 움직이기로 한 포메이션대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시! 마린! 가자! ...후우응...!"


뿌푸푸쉬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싯-!


그 말과 동시에, 가운데에 서 있던 연보랏빛 포니테일 머리를 한 여학생의 눈동자가 기묘하게 바뀌더니,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방귀... 아니, 연막이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더미의 움직임이?"


더미가 눈에 띄게 느려진 것을 넘어 완전히 정지하였을 뿐 아니라, 손에 든 무기까지 놓치는 것 까지 보여주었다.


(타닷-!)


"얏호! 세이프!"


"내 차례네! 에에잇!"


(퍼억-! 쿵!)


그리고, 순식간에 뛰어나간 단발머리 소녀, 루시가 인질 역할의 더미를 순식간에 들어 옮겼고, 인질의 안전이 확보된 순간, 검은 고양이귀가 달린 트윈테일 소녀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인질범을 완벽하게 자신의 체구로 짓눌러 무력화시켰다.


이 모든 것이, 2초가 채 지나기 전에 이루어졌다.


"...흐응...!"


뿌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룹-! 뿌우우우우우우우욱!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랇!


"...하아아... 시원해..."


...저건 세레모니인가? ...참, 여자들은 능력을 쓰고 나면 부작용으로 가스가 찬다고 했지. 그럼 나머지는...?


"읏... 마린! 혼자 쓰지 말고 옆으로 좀...!"


"아 진짜~! 비올라, 그새 여기가 더 커졌어? 누구 꼬시려고 이렇게 엉덩이가 커~? 에잇!"


(찰싹-!)


"흥냐앗?!"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부푸루루루루루루루룹! 뿌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뿌우우우우우욱-!


"읏... 너 정말...!"


"...흐아... 독한 냄새... 그럼 나도...!"


뿌릅브프드드드드드드득!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루루루루푸푸푸푸푸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루루루룱!


"흐아아... 나 싼거 아니지? 시원해애... 이 순간이 제일 좋아..."


능력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려 사용한 세 명의 여학생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무력화된 인질범 역할의 더미에게 다가가, 더미의 가슴팍에 부착된 신호기가 노란 색이 되도록 어마어마한 양의 가스를... 황홀경에 젖은 표정으로 마구 쏟아냈다. 여기까지 있는 내가 숨이 턱 막혀왔다고나 할까. 그녀들도 나름대로 최대한 인질범 더미에게 냄새를 집중하는 것이 분명해보였지만, 단순히 악취가 나는 것을 넘어 소름끼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냄새의 폭류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이키고 있자니, 저절로 숨이 턱턱 막혀왔고, 눈물 콧물이 나기 시작했으며, 두통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크흐흡..."


"...괜찮아? 표정이 완전 흙빛인데..."


"...민...지야... 후우... 아니... 냄새가 조금..."


"...익숙해져야 할걸... 내 냄새도 독했지 않았어?


"...숨 참았어."


"...우으... 그럴 정도였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 정정하고 싶었지만... 까딱 잘못 맡았다간 진짜 공공장소에서 서버릴 것 같아서 참았다고, 차마 그렇게는 말할 수 없었기에, 그냥 참기로 했다.


"...여튼 그래서 어쩔래? 이런 냄새를 계~속 맡아야만 할텐데."


"...그럼 좀 익숙해지면 괜찮지 않을까? 근데 어게 해야..."


"...혹시, 내 도움이 있으면..."


"어떻게...?"


"...이렇게. 그...  냄새에 익숙해진다면...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그... 바... 방귀를..."


"..."


"...미안. 너무 좀... 병신같은 생각이지?"


"당장 하자. 민지야. 존나 천재적인 생각인데?"


"...에에...?! 그... 그럼..."


...솔직히 반쯤은...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도 있긴 하지만, 일단은 내가 먼저 요청한 게 아니니까... 나름 괜찮지 않을까?


"...너어... 너무 냄새난다고 뭐라 하기만 해봐...!"


"안 그럴게. 그럼... 뀌어줄래?"


"...후우... 흐으응...!"


뿌부루부부푸뷰쥬류뷰뷰류쥬듀듁-! 뿌브르브프르그르르그르르르르륿!


"...우와. 썩은 진흙이 부글거리는 소리..."


"무... 무슨 말을 그렇게..."


"...후우... 스읍...! ...?!"


그리고, 난 귓볼까지 새빨갛게 물든 민지가 건네는 축축하고 뜨끈한 방귀 거품을 받아들고, 한 번 심호흡을 한 뒤 거품에 내 안면을 파묻었다. 뜨겁고 따가운, 축축한 동시에 역하고 지독한 유황 기체가 내 코를 마구 후려갈겼다. 마치 뇌 속에 직접 갈고리를 꽂아버리고 살점을 긁어버리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고, 폐가 펑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소꿉친구 사이였던 민지의 지독한 냄새를 호흡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순식간에 고통은 흥분으로 바뀌고, 나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솟아오르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냄새 독하지?"


"...스읍... 흣... 후우... 하아... 하아으... 괜찮아... 근데... 조금 더 들이마셔야 익숙해질 것 같은데..."


"...웃... 그으... 조금 부끄러운데... 소꿉친구한테 내 방귀...냄새를..."


"괜찮아. 생리적 현상이잖아."


"...좀 더럽지 않아?"


"누구나 하는 생리적 현상인데 뭐. 야, 훨씬 더 끔찍한 냄새도 이것저것 맡아봤는데 뭘. 네 냄새라면 얼마든지 더 맡아줄 수 있겠는데?"


"...우...우와... 충격...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민지는 엉덩이를 뒤로 살며시 빼고, 손의 일부를 변형시켜 동그란 풍선처럼 만든 다음, 엉덩이에 가져다 대며, 아랫배를 살며시 매만지며 방귀를 뀔 준비를 시작했다. ...어이없게도, 나는, 요 근래 들어 그 어떤 순간보다도 격렬한 흥분 상태에 돌입한 상태였다. 너무나도... 음란하게 느껴졌다. 민지의 그 행동이...


(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으응... 더 나올 것 같아..."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지는 조용하게, 한껏 쑥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하현아, 그럼... 뀐다...?"


"...응."


부부부루루루루룱-! 뿌퓨뷰류뷰퓨푸류뷰쥬쥬류류쥬뷰류쥬쥭-! 뿌루룩! 뿌푸브르르브르르브프브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뿍뿌푸부루부루부루푸부부푸푸푸부루푸부푸귀리리리리리리리리릿-!


머리가 찢어질 것 같은 악취의 뜨거운 안개가 그녀의 손에 모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람 머리 하나 정도 크기로 부풀어오르는 그녀의 '방귀 풍선' 은, 그 안에서 휘몰아치는 가스의 모양새만 봐도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로 농후했고, 농밀했으며, 동시에 아지랑이가 일 정도로 뜨끈했다. 썩은 고기를 시궁창에서 퍼 온 물에다 넣고 부글부글 끓인 악취와 수증기를, 한데 모아놓은 극히 축축한 냄새 덩어리를 맡을 생각을 하니, 조금은 두려웠지만... 반대로, 아랫도리는 빳빳하게 솟아오르려고 했기에 나는 다리를 살며시 꼬아 그 물건을 가리려 애를 써야만 했다.


"으응... 아직 더... 잔뜩 남았다구... 흐으응...!"


뿌륵뿌풋부푸부르브프드브프브드드프브르르프브르르르브프프프르르르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푸푸부루루르르브프프드드드득!


"...읏... 하아... 하아... 시원해..."


...제법 시끄러운 소리가 울렸다고 생각했으나, 앞에서 한창 시연을 보이는 다른 학생들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었기에, 아무래도 그녀의 방귀 배출에 신경을 쓰는 이는 없었던 것 같다. ...마침, 민지가 눈치 빠르게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학생들의 방귀 배출 소리에 맞춰, 박자감 있게 방귀를 마구 쏟아냈으니 소리를 적절히 묻어버리는 것도 성공한 것 같았다.


"...자... 여기..."


아까보다 열 배는 더 커보이는 큼직한 방귀 풍선. 그녀만이 만들 수 있는 지독하고 역한 하늘색 풍선...


"...후우... 스읍...!"


더는 충동을 이겨낼 수 없었다. 민지가 만들어준 거대한 방귀 풍선 사이로, 나는 얼굴을 마구 파묻었다. 끔찍한 냄새가 내 안면을 모두 녹여버리는 것 같았지만, 인간적으로 이 냄새를 견뎌낼 수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도, 끔찍한 냄새가 머리를 완전히 썩게 만들어버릴 것 같은 위험이 느껴져도, 나는 냄새를 맡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폐 전체가 썩어나갈 것 같은, 호흡기가 펑 터져버릴 것 같은, 포악한 맹수 이상으로 위험할 것 같은 어마어마한 악취에 순간적으로 숨이 끊어지고 의식이 날아갈 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지만, 나는 그 모든 냄새를 들이마쉬고, 견뎌냈다. ...너무나도, 황홀했다.


"...너 괜찮아...? 으으... 내가 맡아도 독한 냄새같은데..."


"...괜찮아. 정말 괜찮아. ...고마워. 민지야."


"...진짜?"


"...응. 오히려 좋았어."


"...아앙?!"


"아, 냄새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말이야."


"아... 그런 이야기였구나. ...난 또, 솔직히... 네가 막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막 냄새를 맡아대길래... 뭔가 막... 약간 변태같은 그런 취향인 줄 알았지. ...아니! ...그... 그런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고... 누구나 취향이 다양하잖아?"


"...어...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취향은... 다양하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응... 그렇구나. 그럼... 일단 나도 참여하고 올게. 잘 지켜봐줘."


"응. 그럴게."


...후우... 큰일날 뻔 했다. 하마터면 내 변태적인 성욕을 들킬 뻔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민지의 말에서 묘한 기시감... 위화감? 무언가 애매한 뭔가가 느껴지는 걸까. 뭔가 숨기는 것 같은...


...그나저나, 민지는 어떤 식으로 저 상황을 타개하는 법을 보여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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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민지야. 한번 보여줄래?"


민지가 정해진 위치에 서자, 제법 짓궃어 보이는 그녀의 친구들이 대뜸 소리를 쳤다.


"야 민지야! 니 썸남이 보고있다고 생각해!"


...잠깐, 저거 내 이야긴가? 왜 나한테 시선이...


"아 쫌! 그런 사이 아니라구!"


"뭐래~ 얼굴 새빨개진거 다 보이거든~?"


민지는 볼멘소리로 투정을 부린 뒤, 애써 평정을 되찾으며 눈을 감고 능력 발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슈롸라락...!)


빠르게 액체 형태로 녹아내려 바닥 틈 사이에 숨어 빠르게 움직이던 민지는 순식간에 인질범의 뒤에서 펄쩍 튀어오르듯 솟아올라, 기습적으로 인질범의 머리에 무언가를 씌웠다.


"...기절이나... 해버렷...!"


뿌푸부르부르르브픗프픗프브드드드드드드드득! 뿟푸붓부루부푸프븟브르브브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봐봐롸뢰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빠라라라라라라라라랇!


방금 전 내게 보여주었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지독하고 역한 색깔을 보이는 가스가, 순식간에 그녀가 더미에게 씌운 어항같은 마스크 속에 차올랐다. 인간의 의식들 나타내는, 더미에 부착된 신호기는 순식간에 노란 색으로 바뀌었고, 의식이 빠르게 날아가버린 듯 더미는 들고 있던 칼을 놓쳤고, 인질범 더미가 무력화 상태에 빠진 것을 확인한 민지는 빠르게 인질을 안전한 장소라고 표기된 곳으로 옮겼다.


"...후우...!"


"좋아! 다들 훌륭하게 잘 했는데? 요즘은 1학년들도 다들 수준히 굉장히 올라왔다니까? 콜록... 그나저나 얘들아, 환기 하면서 진행하자!"


테르나 선생님은 독한 냄새 때문인지, 한 방울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도 즐겁게 웃으며 메모를 마쳤고, 시선을... 어? 나에게로... 돌렸다?


"자. 하현아. 어떻게 느낌이 오니? 어떤 힘을, 어떻게 방출해야 할 지 말이야. ...그리고 코는 좀 괜찮니? 다들 방귀냄새가... 휘유! 장난이 아니지?"


...벌써 내 차례로구나. 더 미룰 수 없어진 나는, 차분히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좀 익숙해졌어요. 여기 서면 될까요?"


"자, 마음대로 해보렴. 너라면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거니?"


"..."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능력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내가 가진 힘이 대체 무엇일까?


"하현아! 편하게 해! 몸에서 힘을 느끼고, 그걸 원하는 대로 조종한다고 생각해 봐!"


"오~! 여친 찬스!"


"닥치라고!"


...민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힘을 느낀다. 힘을... 이걸... 확실히 뭔가 할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몸의 일부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액체를 내 뜻대로 조작할 수 있을 것 같은...


"..."


(쪼르르르르륵- 촤륵-!)


"...응? 갑자기 뭐하는거지?"


"저거 주번이 치우나?"


나는 충동적으로 바닥에다가 내가 갖고 있던 물병 속의 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나는 바닥에 흩어진 물에 내 몸을 대고 힘을 가해보았다. 느낄 수 있었다. 민지가 했던 것 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니, 남은 건...


"...흐읍!"


물줄기를 쏘아 보내서, 일시적으로 시야와 호흡을 차단시키고 그 틈에...!


(투콰앙-! 푸촤아악-! 콰드드득!)


"...우와아앗?!"


"깜짝아! 뭐야?!"


"...엣?"


다들 반응이 왜 저러지?


[삐빅... 삑...]


"...어라."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인질범 더미의 미간, 인중, 그리고 목 중앙을 정확하게 관통하며 지나간 물줄기가 남긴 깊은 상처였다. ...아니, 상처같은 정중한 표현보다는, 목덜미와 얼굴의 급소를 완전히 걸레짝으로 만들며 지나간 물줄기가 남긴 흔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더미에 부착된 신호기 또한 기절을 알리는 노란 색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아마... 죽었다는 것을 알리는 붉은 색으로 신호기가 점멸하고 있었다.


(쿠드득...)


...그리고 그 뻗어나간 물줄기는 벽에 부딪혔고, 그 단단한 대리석 벽에 깊은 침식 자국을 남겼다. 확실히, 방금 힘을 처음 자각한 미숙련자의 출력이라기에는 기형적으로 강한 출력이었다. ...근데 저걸... 내가 한 거라고...?


"...오... 와우! 무진장... 대단한... 힘이네. 우와... 음... 자! 이번 수업은 여기까지!"


빠르게 자리를 떠나는 테르나 선생님이었다. 아주 큰 임팩트를 남기고 끝낸 것 같지만...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이러면... 어... 실격인가? 아니면 뭐 과잉진압...?


"하현아!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어느새 민지가 한달음에 달려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멍하니 서 있던 나는, 그녀가 어깨를 툭 치는 것으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어..."


"너 괜찮아?"


"...글...쎄? 어어... 네 말을 듣고 그대로 해봤더니..."


"...음... 근데 그... 되게 잘 하긴 했는데... 인질범이 죽으면 마이너스 점수라서. 그래도 인질은 살아남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부끄럽네. 잘 하고 싶었는데."


"아냐아냐! 충분히 잘 했는데 뭘! 기운 내!"


"...고마워. 민지야. 네가 용기를 불어넣어줘서..."


"나는 한 거 없어. 네가 전부 스스로 깨우친 것 뿐인걸."


"...너도 진짜... 야, 네가 겸손하기까지 하면 내가 뭐가 되니. 초등학교 때부터 널 한번도 못이겼는데, 한번 정도는 져주면 안되냐? 나도 기좀 살아보자고."


"응? 그랬나? 에이... 좀 더 노력해서 스스로 쟁취해야지. 후후..."


"아하하..."


"...그래도 정말 잘했어. 빈 말 아니야. 멋지네. 우리 하현이."


(팡-!)


번개가 몰아치는 것 같은 섬광과 함께, 속도 계통의 능력자, 루시가 내게 다가왔다. 동시에,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다가온 것을 보면, 내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있잖아, 방금 그거 어떻게 한거야? ...아 참, 혹시 내가 둘이 그... 핑크핑크한 분위기를 깬 건 아니..."


"아...아니얏!"


"에헷... 그렇다기엔 방금 분위기가 되게 막... 뭐야뭐야! 딱 그거였는데?"


"우윽... 아니라고 정말..."


한편, 연보랏빛 포니테일에, 오묘한 분위기의 눈을 가진 여학생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하현아. 능력이 액체 조작이었어? 되게 희귀한 능력이네? 아 참, 내 이름은 비올라라고 해. 능력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손이 멋대로 움직여, 앞으로 휙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튀어나온 내 손에 악수를 하며 말을 마쳤다.


"...가스를 촉매로 한, 약간의 염동력과 정신 간섭. 천리안 계통 초능력의 응용이라고 할까? 시야 공유도 가능하니까. ...아, 잠깐 실례."


뿌푸푸푸푸르르프프드드드드득-! 뿌스스스슷-뿟푸뿌쉬시시식-!


"...하아... 미안. 그... 알지? 능력 사용의 부작용이..."


"...응. 방귀와 관련한 거 말하지? 근데 분명... 능력을 쓸 때도 가스가 퍼져나간 것 같았는데. 아니야?"


"눈썰미 좋은데? 맞아. 근데... 근본적으로 다른 방귀라고 할까. 능력을 전개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방귀는 냄새나는 그런 소화된 가스가 아니라,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구역을 가스를 통해 펼쳐나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이 방귀는..."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읏... 하아... 후우. 능력 사용의 부산물이랑... 이것저것 먹고 소화하면서 만들어진 진짜 방귀. 냄새는 그래도 그리 독하진 않지?"


"...쿨럭... 응. 맡을만 해. 그나저나... 굉장히 놀랍네. 세상은 넓구나... 이런 초능력자들을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는 시골에서 자랐거든."


"으흐응... 민지랑 똑같은말을 하네? 그치?"


고양이 귀를 쫑긋거리며 움직이던 소녀가 어느새 다가와, 대화에 끼어들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고, 민지가 그것을 대신 받았다.


"...으응... 그야 같은 고향에서 나고 자란 소꿉친구니까."


"그랬지, 참? 아. 내 소개도 안했네. 난... 마린! 신체 강화 계통 초능력자야. 이렇게 체격은 작지만!"


"...우와앗?!"


순식간에 몸이 붕 떴다. 마린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여학생이, 나를 번쩍 들어올린 것이었다.


"에헷! 이런 건 기본이란 말씀! 게다가 고양이과 동물들의 신체적 장점도 가지고 있지!"


"...우...우와... 놀이기구에 탄 기분이네...?"


"마린! 내려줘! 하현이는 높은 곳 무서워해!"


...그건 맞긴 한데 1.8미터 높이는 높은 곳이 아니지 않나?


"알았어~ 누가 보면 진짜 여자친구가 챙겨주는 것 같네~"


참 정신없이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차분하고, 조금은 차가워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는 장발의 여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반장이었다고 했나? 이름이...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응? ...반장이었나?"


"맞아. 에리나라고 해."


"어... 반가워. 근데 무슨 일이야?"


"테르나 선생님께서 잠시 보자고 하셔서, 그 말을 전해주려고 왔어."


"...선생님이?"


"응. 따라와. 안내해줄게."


"...잠시 자리 좀 비울게. 민지야."


"다녀와. 기다릴게."


"오~ 분위기 좋고?"


"...아 쪼옴 진짜악!"


민지의 짜증 가득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이 들려왔다. 이것 참, 나까지 좀 쑥스러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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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저기가 교무실인가?"


"응. 정확히는 1학년 교무실이지."


에리나는 정돈되고, 빠른 움직임으로 내 앞에서 걸으며 나를 교무실로 이끌었다. 일반적인 학교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오묘하게 다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교무실에 들어선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테르나 선생의 자리로 향했다.


"...테르나 선생님이 1학년 담임 선생님이셨구나."


"맞아. 여기 보면 대략적인 선생님들의 직위와 담당 교과목을 알 수 있어. ...테르나 선생님은... 어디 계신거지? ... 저기, 메이 링 선생님?"


"...하암... 어머? 에리나 아니니? 무슨 일일까?"


"테르나 선생님이 부재중이신데... 어디 계시나요?"


"아... 교장 선생님하고 긴밀하게 할 이야기가 있나봐. 금방 올걸? ... 참, 그쪽이 전학생?"


"...네. 안녕하십니까."


"너무 딱딱하게 굴 필요 없어~ 우리 학교가 초능력자들이 다니는 학교라 남학생들이 아~주 적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별이나 그런 게 있는건 아니니까. 그런 쪽으로는 걱정하지 말고. 노파심에 미리 말해두는거란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조금 기다리고 있으렴. ...다들 수업을 할 시간이라 먼저들 가버렸나? 나도 슬슬 가봐야겠네. 테르나 쌤 금방 올 거니까, 조금 기다렸다가 만나고 와. 참, 너희 다음 시간이 내 수업이지? 천천히 오면 되겠네."


"네. 그럴게요."


대답을 하는 반장을 뒤로 하고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책상 위에 놓인 교직원들의 목록을 볼 수 있었다. 한창 들여다보며 외우던 중, 문득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저기, 반장. ...에리나라고 불러도 될까?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뭔데?"


"...반장은 능력이 뭐야?"


"내 능력?"


(파칭-)


"...얼음 생성 및 조작. 간단하지."


"...우와... 곧바로 얼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거야?"


"...수증기를 굳혀서도 만들 수 있어. 이쪽이 더 편하지. ...너무 건조해서 수증기가 부족하다면 그냥 얼음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있어. 어느 정도를 넘어선 커다란 얼음을 만들어야 할 때는... 방귀를... 흐흠! ...섞어야 하지만."


"그렇구나. ...수증기를 모으는 능력... 그러면 사막에서 갈사(渴死)할 일은 없겠구나."


"...남자들은 다 그런 쪽으로만 머리가 돌아가는거야? 사촌 오빠도 똑같은 소리를 했는데..."


에리나는, 손 위에서 다양한 얼음 조각과 눈꽃 결정들을 만들어보이다가, 손을 쥐어 터트리며 아름답게 반짝이는 결정들을 흩뿌렸다.


"...이미지랑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뭐?"


"...아, 미안. 속으로만 말한다는게... 뭔가 쿨하고 시크한 이미지랑 어울...린다고 할까? 하하..."


"...그런가. 정 떨어진다거나 그러지 않아?"


"그럴 리가! 백 명의 다른 사람이 있으면 백 명의 다른 성격이 있다는 말도 있잖아. 그리고 그 성격 덕에 더 리더십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는걸.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해. 발표할 때 보니까 아는 것도 많던데?"


"...그렇구나. ...좋게 봐줘서 고마워. ...하현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오묘하게 불편한 표정을 내비치는 에리나. 혹시, 방금 능력을 사용한 것 때문일까?


"...에리나, 혹시 속이 불편... 그거 때문이지?"


"...윽... 티났나? 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가스... 빼고 오려고."


"...쌤들도 안 계시고... 여기서 해도 괜찮지 않아?"


"...그치만... 그... 남학생이랑 1:1로 있는 자리에서는 좀..."


"다들 겪는 일인데 뭐. 참을 수 있어. 나름대로 악취에 익숙해지는 수행을 했거든."


"...수행? 어떻게?"


"...내 친구 민지한테 내 코에다가 뀌어달라고 했거든..."


"...어이없는 수련...법이네... 윽... 후우..."


"여기서 배출해도 정말 괜찮다니까. 안색이 좋지 않을 정도인데... 그렇게까지 참아야 해?"


"...으으... 남 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냐? 쌤이 들어왔을때 이 냄새를... 맡게 해서...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간단하네. 그럼 내가 다 마셔줄게."


"...뭐어엇?!"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잠깐 정신이 나갔던 것이 분명하지만... 일단 침착해야 한다.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아서, 당황한 사람에게 둘러대면...


"나름 합리적인 판단 아니야? 나는 내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언제나 맡아야 할 악취에 내성이 생겨서 좋고, 테르나 쌤은 냄새를 안 맡아서 좋고, 너는 무안할 일 없어서 좋고."


"...그...그런가?"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서둘러서 결정해줄래?"


"...그... 그럼..."


...에리나가 치마를 살며시 걷어올리기 시작했다. ...와 씨발! 장하다 내 자신...! 역시... 위급 상황이 되면 위기대처 능력이 빛을 발하는구나...!


"...준비됐어?"


"...응... 그럼... 뀐다? 다... 들이마셔... 니 입으로 말했으니...!"


뿌뷰류류뷰뷱! 


"우웁...?! 냄새가...!"


뿟부푸부푸브드드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크흡...! 커...커흐윽...?!"


"...ㅎ...흘리지 마...! 냄새가... 새어나오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뿌푸후프흐흐스스스슷-! 뿌푸쉬시시시싯-! 뿌루르르루루부부루루루부루푸부루루룩! 뿌아아아아악!


흉악하다는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한 표현의, 어마무시한 악취를 과시하는 괴멸적인 냄새가 폭탄이 터지듯 터져나왔다. 그녀가 엉덩이를 양 옆으로 살짝 벌려서 항문을 벌리고 방귀를 내뿜고 있었음에도, 바람 빠지는 소리보다는 추잡하고 역한 파열음이 터져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에리나, 그녀의 방귀 또한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라는 것을 대강 유추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에리나의 속옷이 찢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뿌푸푸푸푸루부푸부루루루루루루두두두둑! 뿌붜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뿌푸푸루부루푸부루루루푸부루루루루루루룩! 뿌푸푸푸푸푸푸프르르르스스슷...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아...앗...! 움직이지 마...! 새어나오면 안된대도...!"


(꽈아악-!)


"...네가 초래한 일이야...!"


"...크...우웁...!"


뿌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루루루루룩!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뿌푸부루루루르르르르르륵! 뿌푸뷔리리리리릭! 뿌뷰쥬퓨뷰류쥬뷰류륙-부부룩! 뿌푸귀리리리릿-푸부룩!


머리가 아파올 정도의 지독한 악취, 귀청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맹렬한 소음... 분무기에 황산을 담아 뿌리는 것 같은 작열감과 축축함... 그야말로,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았지만, 조금이라도 냄새가 새어나갈 것을 우려한 에리나가 내 뒷통수를 잡고 엉덩이에 짓누르듯 딱 대고 마구 비벼대서, 어떻게 탈출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정말 미칠 정도로 황홀했으니까... 도망갈 생각 자체도 추호도 없었으니...


"...스읍... 흣... 흐으아...!"


...의식이 끊어지는 것을 각오하고, 모든 것을 들이마시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약 1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1분간 끊임없이, 단 1초도 쉬지 않고 가스를 들이마시며 정화하고 있자니, 1분이 아니라 거의 10분, 30분처럼 느껴지는 것도 같았지만, 불끈 솟아오르는 아랫도리를 온 힘을 다해 가려야 할 정도로 격한 흥분을 느낀 순간은, 그 시간이 미친듯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무슨 모순적인 감정이란 말인가.


"응...후우..."


뿌스스슷... 푸쉭...


...그리고 마침내, 바람이 푸쉭 하고 빠지는 소리와 함께 에리나의 방귀 배출이 끝났다. 안색이 훨씬 편안해진 표정으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던 에리나는, 내게 손을 내밀어 날 일으켜세워주며 감사를 표했다. ...선 거 안들켰겠지...?


"...하아... 하아... 응아아... 시원해애..."


"...콜록! ...후우... 하아... 다 끝났어...?"


"...응... 고마워. 하현아. ...정말 좋은 아이구나. 너는.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되나? 아하하... 쿨럭..."


"...상상 이상으로 잘 버텨서 놀랐어. 민지 냄새를 맡으면서 버티는 연습을 했다고 했지..."


"응. ...그것도 조금 이상하게 들리긴 하네."


"...누구 냄새가 더 독했어?"


"...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무장한 테러범들이나 용의자들을 제압하려면 독한 가스를 순식간에 잔뜩 주입해야 하거든."


"...음, 민지의 냄새는 계란 수십 개가 비오는 날에 곰팡이 덩어리 위에서 구더기들이랑 같이 썩어가는 것 같은 축축하고 머리아픈 냄새였고, 반장의 냄새는 폐타이어 가득히 음식물 쓰레기를 채우고 시체 소각로에서 불에 태우는 것 같은 건조하고 지독한 냄새였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달까?"


"...되게 재미있는 표현을 쓰는구나."


"...근데, 에리나. 나 이상한 냄새 안나지?"


"...많이 나. 비누로 세수라도 좀 하고 오는게 좋겠다. 그리고 이거. ...구강청결제인데, 없는 것보단 나을걸."


"고마워. 에리나."


"...얼른 다녀와."


나는 에리나에게 감사를 표한 뒤, 화장실로 서둘러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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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슨 날인가. 살면서 내 페티시즘을 만족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만 벌써 두 사람분의 냄새를 들이마셨다니...


"...허아... 근데 진짜 뭔가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네..."


...사춘기 청소년의 성욕이 다 그런 것 아니겠어, 라고 자기암시를 걸며 넘기려는 순간...


"앗뜨뜨뜻뜨뜨! ...아으... 뜨거워..."


나도 모르게, 세면대의 온도 조절 장치를 열수에 가까울 정도로 당겨놓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차가운 물이 더 좋겠네."


...시원한 얼음물이 한 잔 마시고 싶은 날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조금 식은 온수에 내 손을 가져간 순간..."


(꽈드드드드드드... 치잉...)


"...어라..."


...물 전체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어라... 어... 어어어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당황할 수 밖에 없던 나는, 다시 열수에 가까운 뜨거운 물을 쏟아부어 얼음을 최대한 빠르게 녹였고, 다시 미지근한 물을 세면대에 받았다.


"...얼음... 차가운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얼린다는 개념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민지가 내게 알려주었던 내용처럼, 그것을 응용해서... 여기에 접합시킨다면, 분명...


"...얼음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쩌저저적-! 파치치칭-!)


...성공했다. 물이 얼어붙었다...!


"...얼었어... 확실히 얼었어..."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툭툭 건드려봐도 명명백백히 꽝꽝 얼어붙은 얼음, 그 자체였다. 내 스스로도 저지르고도 이게 대체 무슨 일인건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일어난 사실이었다.


"...아차...! 시간이...!"


하지만, 무언가 더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찬물로 세수를 빠르게 하는 둥 마는 둥 마무리하고, 구강 청결제를 몽땅 털어넣고 가글을 한 다음 서둘러 교무실로 향했다.




(덜컹-!)


"...어머, 세수하고 온다더니... 달리기라도 하고 왔니? 왜 그렇게..."


"...좀 많이 늦었네. 하현아."


"...그... 그럴만한 일이..."


"그래? 아 참, 그건 그렇고... 네 능력과 관해서 할 말이 있는데 말이지..."


"...제 능력, 액체 조작계는 아니라고 하죠?"


"...응? 그건 그런데... 어떻게 알았니?"


"...그... 이걸 보여드리는게 더 빠를 것 같아요."


나는 선생님이 들고 온 물컵 속의 물을, 민지가 했던 것처럼 액체 조작 능력으로 들어올린 다음...


"...흐음...!"


(콰창-!)


"...?!"


에리나가 했던 것 처럼, 꽝꽝 얼어붙은 얼음 구체의 형태로 만들어보였다. 그리고...


"...액체의 성질을 잃었음에도, 얼렸는데도...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는 구체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이내 구체의 형상을 바꿔 날카로운 송곳으로도 만들어보고, 귀여운 장식품 형태로도 조각해보고, 이내 다시 구체로 되돌렸다가, 다시 액체 상태의 차가운 물로 되돌린 다음 컵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넋을 놓고 그 과정을 보던 테르나 선생님과 에리나는, 대체 이 녀석은 뭐지? 싶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나도... 내 능력이 뭔지 감이 안잡히는데.


"...그래서 선생님, 제 능력은... 무슨 능력인가요?"


"...일단 네 능력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건 실패했어. 아마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래서, 반대의 방법을, 소거법을 적용해보기로 했어."


"소거법이요?"


"단순한 액체 조작은 일단 아니니까, 신체 강화, 정신 조작, 인체 변형, 환경 조작 계통 능력 등등... 그것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상정하는거지. 능력들의 교집합이 이루어지는 면에서 능력의 탐색이 이루어질 테니, 아마도 금방 찾지 않을까 싶어. 아니면..."


"아니면요?"


"...네가 정말정말 천문학적인 확률로 나타날 수 있는, 이론 상으로만 존재가 추측된... 한 몸에 여러 개의 초능력을 발현한 사람이 아닐까 싶구나."


"...아하..."


"...어디까지나 추측이니까. 참, 다음 수업이 뭐였지? 에리나?"


"...다음 수업이... 두 시간 연속으로 진행하는 모의 전투 훈련 시간이네요. 메이 링 선생님이 진행하신다고 하셨는데..."


"...나도 참관을 좀 해야겠는데... 일단 서둘러 가보자. 얘들아."


"네. 선생님."


테르나 선생님과 에리나는 서둘러 교실로 향했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대체 내 능력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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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1학년 교실 앞에 도착한 우리는 교실의 문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대련 수업에 시작하기 전 간단한 이론 수업과 주의사항을 말하던 메이 링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린 선생은 나와 에리나를 보고 반색하며 반겼고, 그리고 테르나 선생님을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왔구나? 어서 가서 앉으렴. ...테르나 쌤? 무슨 일이야?"


"잠시..."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두 교사. 그녀들은 번갈아가며 나를 바라보았고,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다. 그리고...


"...음... 그렇구나. 그래도 그냥..."


"한번 실습 시켜보면서 봐보게. 그게 좋을 것 같아."


"그래야겠네. ... 자, 얘들아.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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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빌런방구대회 보고 이런거 한번 써서 내볼까 했는데 스토리도 설정도 꼴림도 좆박아서 걍 쿨하게 유기때려버린 작품이라고 보면 되게슮... 2편을 원한다면 써올 수 있긴 한데... 주인공이 어떤 능력을 추가적으로 얻게 될 것인가? 에 대해 아이디어를 주면 반영해보겟읆...


그리고 머... 최근에는 어지간해선 1:1순애물만 써가지고 약간 스펙트럼을 넓혀보기 위해 약간의 하렘식 구성을 섞어볼 생각...


근데 2편 안나올수도잇으니 기대하진 마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