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는 트레이드마크 같은 음료가 있다. 

이는 바로 "돌체 라떼"인데, 달콤한 연유와 커피의 조합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달콤한 이미지와 다르게, 사실 돌체 라떼는 다른 방면으로 악명이 있다. 

일명 '관장 라떼'라는 별명이 있듯, 돌체 라떼를 마신 사람들은 쉽게 배탈이 났고, 설사를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 위험성을 아는 사람들은 이를 피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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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은 평범한 25살의 젊은 회사원이다. 

그녀는 원래 커피의 쓴맛을 좋아하지 않아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후에 중요한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로 결심했다.

회사 근처에 위치한 스타벅스로 향한 아영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커피 향에 취했다. 
메뉴 앞에 서서 고민하던 아영은 점원에게 다가가 달달한 커피 음료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달달한 커피 음료로는 저희 스타벅스의 시그니처 메뉴인 돌체 라떼를 추천드려요. 
부드러운 우유와 달콤한 연유 시럽이 조화를 이뤄 마시기 좋답니다." 

점원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돌체 라떼를 추천했다.
돌체 라떼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아영은 호기심이 생겼다. 

"돌체 라떼라... 궁금하네요. 그런데 많이 달지는 않나요?" 

아영이 물었다.

"달콤한 편이지만, 커피 본연의 맛과 잘 어우러져서 부담스럽지 않아요. 한 번 드셔보시면 그 맛에 반할 거예요!" 

점원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럼 아이스로 벤티 사이즈 한 잔 주문할게요!”

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란데 사이즈의 돌체 라떼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돌체 라떼가 준비되었고, 아영은 한 모금 홀짝였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영은 기분 좋게 회사로 걸어가며 돌체 라떼를 음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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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있을 회의는 클라이언트 미팅이었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아영은 이 미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신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한 대형 고객사와의 첫 미팅이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면 회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미팅을 위해서 아영과 같은 팀 동료들은 며칠간 야근을 하며 결과물을 준비했다. 
시장조사부터 컨셉 설정, 디자인 작업까지 최선을 다해 완성도 높은 제안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제안서를 클라이언트에게 발표하는 중책을 맡은 사람이 바로 아영이었다.

아영은 회사에 돌아와 회의실로 향했다. 
노트북을 켜고 프로젝터와 연결한 뒤, 발표 자료를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온 돌체 라떼를 한 모금 크게 홀짝였다. 
달콤한 연유 시럽이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오케이, 준비는 다 된 것 같네. 이제 클라이언트만 오시면 되겠어." 

아영은 자료를 정리하며 혼잣말을 했다.

같은 팀 동료들이 회의실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잠시 후 클라이언트 일행도 도착했다. 
아영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고, 곧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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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아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온 것이다. 

'아 씨.. 갑자기 배가 왜 이러지? 미팅 중이라 화장실도 못가는데.. 좀 이러다 말겠지?' 

아영은 애써 배에서 느껴지는 신호를 무시하며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다.

아영은 최대한 평온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지만, 배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마치 뱃속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고통에 아영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배를 누르며 다른 한 손으로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넘겼다.

"그... 그래서 저희가 제안하는 컨셉은..." 

아영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을 이어갔다. 
클라이언트들은 집중하여 그녀의 발표를 듣고 있었다. 
아영은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최대한 침착하게 보이려 했다.

"으읏..." 

아영이 작게 신음했다. 
뱃속에서는 가스가 부글부글 끓었고, 몸은 와들와들 떨렸다. 

'아.. 터질거 같아.. 이러다 바지에 싸겠어.. 지금이라도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할까..?' 

아영은 속으로 고민했지만, 중요한 미팅 중에 나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영은 남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힐끗 쳐다보았다. 
다행히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참자. 이 미팅만 잘 끝내고 나면 화장실 갈 수 있어.' 

마음속으로 되뇌며, 아영은 온 힘을 다해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하는 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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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을 무사히 끝낸 아영은 힐끗 회의실 문을 바라봤다. 

'빨리.. 화장실 가야해..' 

그 사이 배에서는 꾸르륵 하며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며 점점 아파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아영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입술은 바짝 타들어 갔다. 
다리는 힘이 풀려 후들거렸다.

그때, 클라이언트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아영에게 질문을 했다. 

"패키지 디자인에 대해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컨셉이 저희 타겟 고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혹시 타겟 고객 분석 자료가 있나요?"

아영은 속으로 탄식하였지만, 겉으로는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저희가 사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여성 고객들이 주요 타겟입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층이기에 이번 컨셉이 잘 어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아영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클라이언트가 추가 질문을 던졌다. 
예상 매출, 마케팅 계획, 향후 라인업 등 질문들이 이어졌고, 미팅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영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배에서는 폭풍같은 통증이 끊이질 않았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으으... 이러다 정말 싸겠어.. 어떡하지..' 

아영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희의실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아영에게는 이 프로젝트를 따내는 게 중요했다. 
아영은 어떻게든 버텨내야만 했다.

배에서는 계속 꾸륵, 꾸르륵하며 폭풍이 몰아치는 듯 했다. 
아영의 등을 따라 식은땀이 흘렀다. 
질문에 답을 하는 아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작은 신음 소리가 아영도 모르게 입을 빠져나왔다.

"읏... 그.. 그 부분은 저희가 좀 더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 흐윽.." 

아영은 입술을 꾹 깨물고 대답했다. 
하지만 갑자기 배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와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클라이언트들은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디자인들을 지적했다. 

"로고가 좀 더 눈에 띄었으면 좋겠어요.", 
"색상은 너무 밝지 않나요? 좀 더 파스텔 톤은 어떨까요?", 
"전체적인 레이아웃이 좀 산만한 느낌이에요."

쏟아지는 지적에 아영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말씀해주신 사항들 잘 반영하여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영은 슬슬 한계가 왔음을 직감했다. 
뱃속의 부글거리는 내용물들이 내보내달라 아우성쳤다. 

'제발.. 그만 좀 끝났으면...' 

아영은 간절히 속으로 기도했다. 
그러나 미팅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클라이언트들의 질문과 요구사항은 끊이지 않았다.

아영은 숨을 깊게 내쉬며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는 역부족이었다. 

'안돼.. 이대로라면 진짜 싸겠어..!' 

결국 아영은 눈을 질끈 감고, 클라이언트의 말을 끊었다.

"저..저기,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문쪽으로 몸을 돌려 발걸음을 서둘렀다. 
하지만 그때 아영의 상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아영씨, 중요한 회의인데 중간에 나가는건 예의가 아니죠." 

"흐읏....!" 

아영은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그 순간 참고 있던 힘이 한꺼번에 풀리고 말았다. 
배에서는 마치 댐이 터지듯 요동을 쳤고, 아영의 괄약근은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뿌다닥!!! 뿌르륵..


아영은 자신의 다리 사이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아찔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회의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가 아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영은 얼어붙은 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패닉에 빠진 아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저...저..." 

입을 떼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치심에 얼굴은 화끈거렸고,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클라이언트 중 한 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영은 대답 대신 훌쩍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손으로 바짓자락을 말아쥐었다. 
꿈에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현실이었고, 아영은 이 끔찍한 순간에 계속 머물러야만 했다.

아영은 고개를 떨구어 자신의 슬랙스를 내려다보았다. 
밝은 베이지색 바지 앞쪽으로 짙은 갈색 얼룩이 번져있었다. 
아영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사과의 말을 남기고, 아영은 회의실을 도망쳐 나왔다.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가 길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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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듯 변기에 앉은 아영은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오열하다 숨을 고르고 나서야, 아영은 떨리는 손으로 휴지를 뽑아 더러워진 몸을 닦았다.

일어서서 천천히 뒤를 돌아 속옷과 슬랙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속옷은 이미 엉망이 된 상태였다. 
슬랙스 역시 크고 작은 얼룩들로 가득했다. 

아영은 휴지에 물을 적셔 닦아보았지만, 얼룩은 깊숙히 배어들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흑..흐윽.. 어떡해.." 

아영의 눈에서 눈물이 다시 흘렀다. 
부끄러움에 얼굴은 이미 화끈거렸다. 

아영은 젖은 속옷을 벗어 휴지로 둘둘 말았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어쩌지..' 

아영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회의실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영이 화장실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상사가 서 있었다. 
상사는 아영에게 갈아입을 옷을 건네주며 말했다. 


"아영 씨, 괜찮아요? 이거 갈아입으세요. 제 여분 옷이에요." 


아영은 고마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떨리는 손으로 옷을 받아든 아영은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상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떴다. 
아영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더럽혀진 속옷과 슬랙스는 비닐봉지에 넣어 가방 안에 꾹꾹 눌러 담았다. 
아영은 한숨 돌리며 화장실을 나섰다.


회의실로 돌아온 아영은 문을 열자, 아직도 공기 중에 맴도는 옅은 냄새와 바닥에 자신이 저질러 놓은 흔적을 발견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영은 떨리는 손으로 청소도구를 들고 말없이 흔적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사가 다가와 아영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영씨,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어요.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청소를 마친 아영은 가방을 챙겨 회의실을 나왔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도 아영을 쳐다보지 않았다. 모두가 못 본 척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아영은 재빨리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어떻게든 하루를 마무리 해야했다. 
아영은 괜찮은 척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에 시선을 떨궜다. 

아영의 불미스러운 사고는 이렇게 조용히 묻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영은 이 사건 이후 돌체 라떼는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되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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