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하?렘 순?애) 방귀쟁이 히어로 소녀들의 학교에 전학온 소년의 능력은...

(탁...)


느지막히 급식실에 도착한 나는, 탁상에 식판을 내려놓고 앉아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하현아. 옆에 앉아도 괜찮겠니?"


완숙한 분위기의, 조금은 폭력적일 정도로 시선을 강탈하는 매끈한 몸매에 붉은 장발의 머리카락을 한 여성, 테르나 선생님이었다.


"...어, 테르나 쌤? 물론이죠."


"고맙구나. ...근데 그 정도로 괜찮겠니? 배 안고프겠어?"


"...이 정도면 제 기준에선 많이 먹는건데..."


"글쎄... 주변에 앉은 여학생들을 한번 보겠니?"


"음... 거기까지 가기 전에 선생님 식판만 봐도 대충 감이 잡히는데요."


"어...어머... 얘는 참... 농담도 잘하는구나? 나 정도면 소식하는 여자인데!"


'농담...?'


못 해도 5인분은 되어보이는 양의 식사가 담긴 큼직한 선생님의 식판을 본 나는 뭔가 더 할 말이 떠올랐지만, 일단은 목구멍 뒤로 꾹 삼키며 참아냈다.


"하현이, 지금 이렇게 많이 먹으면서 소식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그건..."


"이 정도면 학생들보다도 소식하는 수준인걸. 주위를 한번 보라니까?"


"...진짜네요..."


...당장 반대편 테이블에 앉은 민지랑 그녀의 친구들만 봐도... 아니, 저게 대체 몇 인분이야...? 그게 다 들어가? ...아, 눈 마주쳤다. 얼굴 빨개지네... 귀여워라...


"후후... 능력 수련과 외부 활동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많은 양의 칼로리가 필요하거든. 식비가 굉장히 많이 깨지지 않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남자 능력자로 태어나서 참 좋네요."


"그러니? 그런 점은 부럽긴 한데... 제압 수단 하나가 없는건 조금 불편하지 않아?"


자신의 아랫배를 툭툭 건드리는 테르나 선생님의 말에, 나는 방금 전의 일이 떠올라버리며 순간 얼굴이 살짝 붉게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뭐, 제압 수단이야 많잖아요. 선생님이 보셨던 것 처럼."


"그건 그렇지. ...참, 네 능력 말인데..."


"...제 능력이요?"


테르나 선생님은 잠시 식기구를 내려놓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해왔다.


"...넌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능력의 소유자로 추정되고 있어. 자세한 건... 더 정밀한 분석을 거쳐야 알겠지만, 아마, 우리가 추측하는 너의 능력은..."


"...복사... 인가요?"


"단순한 복사가 아니야. 복사 능력자들은 의외로 많거든. 단, 원본 능력자의 능력보다 근소하게 낮거나, 잘 해도 근소하게 높은 출력만을 구사할 수 있고, 두 개 이상의 능력을 복사하면 그만큼 출력이 낮아지는 것이 보통이고,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그 힘이 사라져서 다시 누군가의 능력을 복사하는 것이 보통이야. 결정적으로, 복사 능력은 일종의 부차적인 능력이라, 일반적인 복사 능력자들은 복사 능력 뿐 아니라 고유한 개인의 능력 또한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야."


"...고유한 능력이요? 하지만..."


"...맞아. 하현아. 넌 스스로 특별한 능력이 뭔지 모르겠다고 했지? 그리고, 규명되지도 않았고. ...여기서부터 평범한 복사 능력이랑은 거리가 멀어. 그리고, 벌써 몇 개의 능력을 흡수했지? 민지의 액화 및 하이드로키네시스, 에리나의 크라이오키네시스, 스피드스터인 루시의 초고속, 비올라의 염력 및 정신 간섭... 더 있나?"


"글...쎄요? 헌데 그 정도인가... 염력은 잘..."


"그래? 흐음... 호잇!"


(화륵-)


내 말에, 테르나 선생님은 손가락 끝에서 불덩어리를 만들어, 휴짓조각에 옮겨붙인 다음 내게 가볍게 포물선 형태를 그리며 던졌고, 순간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그 휴짓조각을 공중에 고정시켰다.


"...어... 이건..."


"...그래. 너도 싸우다가 정신이 없어서 몰랐겠지만, 너는 모종의 경로를 거친 '다른 능력자의 능력' 을 완전히, 그것도 '제한 없이' 카피할 수 있어. 그것도, 반영구적으로 말이야. 출력의 감소가 전혀 보이지 않잖아?"


"...그럴 줄은 몰랐네요..."


"한가지 더. 일반적인 모방 능력자들, 그러니까 여성 모방 능력자들은 너처럼 세 개, 네 개 이상의 능력을 흡수할 엄두도 내지 못해. 왜냐고? 능력을 흡수하는 만큼, 그 반작용으로 생기는... 으흠! 방귀의 양도 두 배, 세 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까. 일정 이상 능력을 흡수하면, 그 힘이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바닥에 엎드려서 고양이자세로 방귀만 뀌어대야 할걸?"


"...우와..."


...상상하니까 좀 많이 꼴린다고 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지도... 일단은 공식적인 자리고 좀 진지한 분위기기도 하니까...


(화륵... 푸쉿-)


"그러니 조금 더 감탄해도 돼. 하현아. 그만큼 희귀한 능력이라는 거니까. 핵심은..."


내가... 이 정도라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던 중, 메이 링 선생님이 식판 가득 디저트를 담아서 다가와 테르나 쌤의 옆에 앉았다.


"테르나, 옆에 자리 있어?"


"아? 메이네? 앉아. 자리 많아. 벌써 식사 끝냈어?"


"응. 수업을 잠시 중단하고, 경위서 쓰고 나니까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지 뭐야. 3학년 학생들이랑 먼저 식사 끝내고, 하현이한테 가보려고 했는데, 여기 있지 뭐야? 그래서 여기서 마저 이야기나 나누려고 디저트 챙겨서 왔지. ...하현아. 회복이 빠르네?"


"아하하... 그냥 피로에 지쳐 기절한 것 뿐이라서요."


"...하현아...? 그... 기절은 보통 일이 아니야."


"...그런가요..."


"...아무튼, ...하현이랑 뭐 심도 깊은 이야기 중이었어?"


"음... 하현이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어."


"그래? ...음. 하현아. 테르나한테 얼마나 이야기 들었어?"


"...제가 엄청 희귀한 능력자라는 것 정도...?"


"그래. 테르나 말대로, 넌 엄청나게 희귀한 능력자야. 진짜 말도 안될 정도로 희귀한."


"...그렇군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구나."


"걱정이요?"


테르나 선생님, 메이 링 선생님은 시름이 느껴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만약, 네 진짜 능력이 무엇인지 알려지면, 널 노리는 사람들... 특히, 초능력을 이용한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이 널 이용하려고 할 거야. 우린 그게 너무 걱정되는거란다."


"그리고, 능력자들이 가끔... 스스로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해 주위, 혹은 자기 자신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사건도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분명 있거든. ...아직 능력에 미숙한 네가 벌써 이렇게 많은 초능력을 몸에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야."


...그 정도인가. ...그렇다곤 해도...


"...그래도 전 그렇게 걱정이 되진 않네요.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잖아요?"


"뭐어?"


"...후우... 태평하다고 해야 할 지... 정말 바보같다고 해야 할 지... 참... 풋..."


내 말에, 테르나 선생님과 메이 링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셨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에이, 그래도 일단은... 외부로 알려진 정보는 아니잖아요? 저만 조용히 잘 있으면... 위험할 일은 없을 거에요. 괜히 마음고생 하실 필요 없어요. 남들이 절 노리기 전에, 훨씬 더 빨리 강해져서 이겨낼 테니까요. 선생님들이랑 함께라면 분명 가능할거라니까요."


"...그래. 차라리 무턱대고 걱정만 하는 것 보단 그게 더 낫겠구나. 후후..."


"흐응... 고등학생 1학년 주제에 벌써 그런 대견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이거지? 쌤들이 기대해도 되는 걸까?"


"...기대를 너무 받으면 체해버릴지도 몰라요. 하핫..."


"푸후후... 그게 뭐야~ 하아... 오랜만에 웃었네. ...몸 조리 잘하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그리고, 심야 수업도 늦지 말고."


"네? 심야 수업이요?"


"시간표 안 봤니? 저녁 먹기 전에 했던 그 수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한시간 뒤로 밀렸거든. 어차피 남은 시간은 야간 자율이니까, 그 시간을 활용해서 남은 대련을 진행하기로 했거든."


"...여기도 야자가 있어요? 으..."


"뭐? 후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야자가 아니란다. 단순한 학습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운동장이나 단련실 등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능력을 수련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이런저런 활동을 하거나! 그러거든."


"...그렇구나..."


"그래. 그런고로... 수업 시간에 늦지 않게 오렴! 늦으면... 무시무시한 벌칙이 기다리고 있다고!"


"...설마 선생님이랑 대련을 해야 하나요?"


"...어?! 그럴 리가! 사람 잡을 일 있니? 가볍게 반성문 느낌으로, 오늘 배웠던 것들... 국어, 수학, 대련 실습... 뭐든지, 그 내용으로 한 장 쓰게 할거야."


"한 장이요? 별로 안 무시무시한데..."


"A4용지 8장을 이어붙인 크기의 대형 달력 뒷면에 쓰게 할 거란다?"


"...우와...아... 지각 안할게요..."


"푸후후... 진작 그렇게 나와야지."


"...그나저나, 방금 그 대련 이야기... 그 정도로 말씀하시니 괜히 궁금해요. 선생님들은 얼마나 강하실까..."


"우리 조카도 그렇고. 남자애들은 별 신기한 쪽에 호기심이 많단 말이지... 으응... 교사들도 교사 나름대로 능력 활용을 하거든.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말이야. ...뭐, 이건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지금은 수업 준비를 해야 해서. ...테르나, 먼저 가볼게?"


"응. 조심히 가! ...우린 식사나 마저 하자. 하현아."


"네. 선생님."


매콤한 닭고기를 입 속에 밀어넣으며, 나는 식사를 테르나 선생님과 함께 마무리했다.




------------------------------




"...후우... 저녁 시간 널널한건 좋네. 한시간 20분..."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던 나는, 괜히 쏟아지는 관심을 조용히 피해 빠져나와 학교 운동장 트랙을 따라 걷다가, 반대편에서부터 다가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저 사람들도 운동을 하는 건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가려던 순간...


"어머, 밤 산책 중이었니?"


"테르나 쌤? 옆에는..."


"학교 급식은 어땠어? 괜찮지?"


"응. 민지야."


...퍽 익숙한 목소리의 여인들이었기에,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어 그녀들과 발을 맞추어 걷기 시작했다.


"참, 민지한테 들었어. 둘이 소꿉친구였다면서?"


"맞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것도 들었지. 민지가 네 칭찬을 많이 하던걸?"


"그...그랬나요? 아하하..."


테르나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홱 돌리는 민지가 보였다.


"...민지한테 이런저런 도움을 받은건 사실이라서요. 많이 힘들때 도와주기도 했고... 지금도, 학교에 적응하는데 민지가 많이 도와줬어요."


"좋은 친구를 뒀네. 후후... 아, 친구 맞지?"


"...네?"


"친구 이상... 연인 미만 사이? 아니면 그냥 연인인가? 풋풋하니 귀엽네~"


"...ㄴ...네? 갑자기..."


"민지는 거짓말을 못하거든. 너도 잘 알잖니? 그렇지, 민지야?"


"...헤...후으으에... 그게에..."


...무진장 귀엽네... 흐물거리는 민지...


"...뭐,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자유 연애를 보장한단다. 걱정 마렴. 다른 학교 학생이랑 사귀는 학생들도 몇몇 있는데, 아니?"


"...그런 정보까지 파악이 되시는건가요?"


"교원들 중에 특급 정보원이 있어서 말이지. 후후..."


테르나 선생님은,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발걸음을 순간 멈추고는, 우리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아 참, 내 정신좀 봐. 나 교무실에 놓고온 게 있어서... 먼저 가볼게. 시간 잘 보고 다음 수업 참여하렴? 오늘이... 화요일, 맞지?"


"네. 왜요?"


"오늘은 나 잔업 없는 날이거든! 퇴근할 시간이라는 거라... 이만!"


(탁... 데굴...)


"어? 쌤! ...가셨네... 흘리셨는데 뭘."




빠르게 사라져 가는 테르나 선생님. 그리고 민지는, 테르나 선생님이 흘리고 간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어라. 이건?"


"뭔데? ...이거 자동차 키 아냐?"


"...그러게? 흘리신 것 같은데... 어디가셨지? 교무실 가신다고 하셨나?"


"응. 어차피 시간도 넉넉한데... 전해드리고 가자."


"그래. 교무실 위치가 근데... 음... 기억이 안 나는데, 알려줄래?"


"으이그... 따라와. 알려줄게."


"...이거 약간 심야 데이트 느낌 안 나? 조금 으슥한 곳으로 가볼까, 민지야?"


"...뭐래! 따...따라오기나 해!"


...어쩜 저렇게 귀여울까...




-------------------------




민지를 따라 교무실로 향하던 나는, 문득 민지는 테르나 선생님의 능력을 제대로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참, 민지야. 테르나 쌤 능력 본적 있어? 대충 불을 다루는 것이 아닐까 짐작하는데..."


"글쎄... 나도 자세한 건 잘 몰라. 어지간해서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쌤들이 진심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건 보기 힘들어서."


"하긴, 그렇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할까..."


"뭐가?"


"테르나 쌤의 불꽃 말이야.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았어. 약간의 기시감..."


나는, 말을 하다가 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악취로 인해 나도 모르게 코를 감싸쥐었고, 민지 또한 마찬가지로 근원지를 알 수 없는 격한 악취를 감지하고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어휴. 무슨 냄새가 이렇게 독해?"


"...우욱... 와. 여기서 맡았는데도 진짜... 속이 좀..."


"흐음... 좀 더 수련해야겠네? 냄새를 버티는 수련 말이야. 하현아. 푸후후..."


"네가 시켜주면 제일 좋겠는데 말이지. 일단 서둘러 교무실부터 다녀오자."


하지만, 기묘하게도 교무실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악취의 강도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었다. 마치, 악취의 근원지로 다가서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나도 지나치게 들어, 민지에게 한번 더 물어보았다.


"...교무실에서 이런 방귀냄새가 날 일이 있나?"


"...아니. 선생님들은 평상시에는 능력을 잘 사용하지 않고, 또 가스를 통제하는 힘도 학생들보다 훨씬 뛰어나서 교무실에서 방귀를 살포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배정받은 1인용 숙직실 비슷한 방에서 배출한다고 들었어. 그래서 교무실은 굉장히 청정한 축에 속하는데..."


뿌르르르르르륽-! 뿌푸푸부루룩!


"...그럼 이 소리는 대체...?"


"...교무실에서 들려오는데?"


민지의 말이 사실이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틀림없이 교무실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모종의 사유로 인해 교무실에서 누군가 아주 크게 방귀를 뀌어대고 있다. 교무실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꽤나 지독한 폭음방귀가 분명할텐데, 궁금하긴 했지만,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질 정도의 괴상망측한 악취였다.


"...일단 가보자."


...물론 그거야 뭐 일반인 입장에서 이야기고, 나같은 방귀 페티시 보유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을 정도로 지독하고 향긋한 냄새라고 표현해야겠지만.


"...너... 또 야한 짓 하려고 어서 가려는거지?"


"...그... 그럴 리가? 아하하..."


"...변태. 방귀냄새 지독한 여자라면 누구든 좋은거야?"


"...그... 여친을 사귀거나 해도 야동 같은건 볼 수 있는거잖아. ...그 야한 플레이를 여친하고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핑계는 아주 국가권력급이셔. 응? 이 변태같은 새끼..."


민지는 묘하게 토라진 듯, 나를 끌어당기고는 누가 오는지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고는, 내게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속삭였다.


"...뭐, 상관없어. 나중에 내 냄새가 안 빠질 정도로 잔뜩 물들 준비나 하라고."


"...그 생각하니 나 서버렸는데..."


"...진짜 답도 없는 변태새끼구나...♡ 하현이 너는. 푸후후..."


"글쎄... 후후... 귀여운 방귀쟁이 여자친구를 보고 잔뜩 물들어서 말이지."


"어서 걷기나 해. 바보, 변태. 후후..."


뿌르비비비리리비피비비비리리리릭-!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와중에도, 소리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억지로 꾹꾹 누르고 참고 있던 것이, 미친듯이 폭발하며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은, 괴멸적인 악취가, 파멸적인 소리가, 점점 더... 미친듯이 강해지고 있었다. 우리 둘은, 더 이상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악취의 근원지로 보이는 교무실을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똑똑-)


"...안 들리겠지?"


"그렇지. 그야 당연히..."


뿌봐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랍! 뿌뷰뷰퓨뷰뷰쥬쥬뷰퓨뷰류류뷰뷰퓨뷱! 뿌르르르브브프븝-쁫프브브프스스슷-뿌룩!


"...이거 때문이겠지."


슬슬 귀가 따가울 정도로 커져버린 방귀의 폭발음. 대체 이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가, 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우웁!"


...곧바로 눈이 따가워지고 눈물이 나며, 헛구역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지도 상상 이상의 냄새에 코를 움켜쥐고 있었고, 겨우 내 등을 토닥이며 정신을 차리게 해 주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어우... 정신 차려. 하현아."


"...와. 상상 이상인데 이거... 우욱! ...어디서..."


"...어...어머... 얘들아...? 그으... 지금 쌤이 바빠...서...!"


뿌붑! 뿌봐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뿌부부부루루루루루루루룳! 뿌루루룩! 뿌퓨뷰뷰루푸뷰뷰쥬뷰뷰퓨퓨쥬쥬쥬쥬쥽-! 뿌프브브르브즈즈브브븝-! 뿌쥬쥭!


"...끄으... 대체 가스실 열쇠가 어디있는거야...!"


"테르나...쌤...?"


...오우. 예상은 했다만 상상 이상인데... 잠깐, 열쇠?


"...쌤, 우욱... 열쇠라고 하신다면..."


"...너... 너 그걸 어디서...?!"


"...쌤이 흘리고 가셨어요. 급하게 뛰어가시면서..."


"아윽...! 이러니까 안 보이지...!"


테르나 선생님은 비틀거리면서 가스를 부륵부륵 쏟아내시며 걸어와, 내 손에서 열쇠를 받아가셨다. 하지만, 열쇠를 받았음에도 선생님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으윽..."


"...쌤, 무슨 문제 있어요?"


"...교원 규칙... 으윽..."


나와 민지는 선생님의 말에, 더 묻는 대신 벽에 걸린 학생들의 모범이 되기 위한 교직원들의 수칙을 빠르게 눈으로 속독했고, 머지않아 특정 항목에 도달할 수 있었다.


[... 5. 교사들은 아무 장소에서나 독한 방귀를 배출하지 않는다.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의 수업권과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숙련된 능력자일수록 독한 방귀를 만들어내기에 이로 인해 불쾌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분명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교원들은 정해진 개인만의 '가스실' 에서 쉬는 시간에 방귀를 배출하여야 한다. 위반 시, 경중에 따라 징계 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으...으윽... 가스실은... 너무 멀어어... 응..."


항문을 부여잡고, 애처롭게 호소하는 선생님의 애타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또... 또 아랫도리가 잔뜩...


"...얼씨구. 신났다, 우리 변태. 그치?"


"...이... 이건 일종의 자연재해..."


"...으흐응... 그래?"


민지는, 제법 사악하게 웃더니, 몰래 내 바지 뒤의 엉덩이 사이로 자신의 일부를 조금 흘려넣었다. 내가 화들짝 놀라는 사이, 그녀는 재빨리 나아가 선생님께 건의를 했다.


"쌤. 지금 하현이가 악취를 견디는 수행을 하고 있는데... 어지간히 독한 학생들의 방귀도 수십 분 이상 무리없이 받아냈거든요?"


"어...어머... 그렇구나... 끄읏... 윽...!"


뿌부부부루루룰부퓨뷰류류륙! 뿌브브즈프브즈르르브프프드드드드드드득-!


"...휘유! 독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진짜 독한 방귀인... 교사의 가스 냄새를 체험시켜주는게 어떨까요? 하현이에게 말이죠."


"...어...뭐라고...?! 그... 그건 위험해...! 또 하현이가 정말 기절해버릴지도..."


민지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수락하라는 듯한 무언의 압박이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솔직히... 조금은 바라고 있었다. 뭔가 묘하게 친숙한, 끔찍할 정도로 지독한 이 냄새를 더 가까이서 맡을 수 있는 기회라니...


"...거...걱정 마세요. 아니다 싶으면 제가... 포기할게요. 할 수 있는데까지 모두 들이마셔서 정화해볼테니까..."


"그리고, 저도 조금 도울 수 있죠."


"이건..."


"산소 공급은 걱정 마세요. 하우우웁...!"


민지는, 스스로의 일부를 슬라임처럼 액화시킨 다음, 공기를 한껏 빨아들여 아랫배가 크고 빵빵하게 부풀어올라 마치 아이를 가진 것 처럼... 아... 에...? 저렇게 커져?


"...후우! 산소는 이렇게 잔뜩 모았다구요."


"...어... 민지야...? 어떻게..."


"기압차를 이용했지. 나, 액화 능력자잖아? 몸 속에 공간을 미리 만든 다음, 그 부분의 공기를 몸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시켜서 진공으로 만들었지. 그 다음, 그 공간이랑 입을 연결하고 숨을 들이쉬면 엄청나게 빠르게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다구. 어때?"


"...그...그거 대단... (뿟부룩! 뿌퓨뷰루부퓨부루뷰푸부브브르르프브브프프브브프프프브브프득! 뿌부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하으응...! 하구나..."


"헤에... 쌤. 한계죠? 어서 받아요."


...민지는 액체 조작 능력으로 만든,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고 물컹한 '호스가 부착된 가스 마스크' 와 비슷한 것을 만들어, 선생님께 보여주었다. 테르나 선생님은 곧바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챈 모양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학생에게 그 썩은 시궁창 속 찌든 악취의 냄새를 직접적으로 분사하기에는 조금 양심의 가책이 있으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으윽...! 무리하지 마렴... 하현아... 그리고...!"


...아무래도, 아무리 학생들보다 강인한 선생님들이라도,


"...아... 전부 흘리지 말고 들이마셔줘...!"


...배설욕이라는 욕망을 이겨내는 것은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어서 쓰라구! 읏챠!"


민지는 테르나 쌤이 급한 마음에 팬티까지 벗고, 나체의 엉덩이 사이의 벌름거리는 방귀구멍을 호스에 연결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 마스크를 내게 뒤집어씌웠다.


"...커흡...!"


우와. 순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지독했다. 그 흐릿하게 남은 잔향만으로도, 지나가면서 맡았던 다른 여학생들의 방귀냄새를 '압살' 하고 있었다. 말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하게 구역질이 나는 끔찍한 악취였다. 머리가... 머리가 터져버릴 정도로 지독했다... 그런데... 이게 고작 잔향이라니...!


"...미...미안해 하현아...! 쌤이 지금...!"


뿌부퓨뷰류브프브브다다다다다다닥! 뿌뷰뷰루루퓨뷰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뿌슷! 뿌보로로포보로로보로로로보보로로로로록! 뽀로뤼리릭! 뿟쁘프프브프드드득! 뿌뷰쥬쥬쥬뷰퓨뷰쥬쥬쥬쥬쥬즈즈즙-!


...머리가 아프다. 눈이 아프고 코가 따갑다. 속이 울렁거리고 시야가 흐릿해진다. 기절할 것만 같다. 산소가 너무나도 그립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지 못하면 폐가 터져버릴 것 같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고 싶다. ...하지만, 그 모든 절망을, 고통을, 그리고 괴로움을 억제하는 단 한가지의 감정, 쾌락... 미칠 듯한 쾌락이, 선생님이 만들어낸 끔찍한 악취의 돌풍을 타고, 어떠한 필터로도 걸러지지 않고, 민지의 신체 일부로 만들어진 말랑한 가스마스크를 타고, 맹렬하게, 마치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의 대군처럼, 내 코와 입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며 마구 달려들고 있었다. 이 끔찍한 악취가 날 미치게 했다. 고통스러운 쪽으로도, 쾌락의 극에 달하는 쪽으로도.


"...하아...응... 실수로...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뿌르르르브프프브프픗-! 뿌푸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랍! 뿌와아아악! 뿌프브브프프드브프프르르브프프브르르브프픅! 뿌부뷰쥬뷰퓨뷰쥬퓨뷰쥬류류뷰퓨퓨쥬쥬듀듁! 뿌르르릇!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으극... 하아... 락토... 프리... 밀크로 만드은... 아이스크림... 인줄...! (뿌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루루루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뷰뷰뷰퓨뷰류륙!) ...알았...는데에... 아니었...더라구우..."


"가뜩이나... 유당불내증... 인데에... 차디찬... 유제품이... 배르을... 아으윽... 미안해...! 하현아...!"


뿌다다다닥! 뿌롸라락! 뿌부뤄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뿌푸푸푸부루푸부푸푸부루푸부루부푸푸부루푸부푸부루루루루부푸푸루루루룱! 뿌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뿌뷔리릭! 푸귀리리리리리릿-!


...그냥 능력자들의 방귀도 지독한데, 교사라는 위치의 강한 능력자가, 그것도 유당불내증 환자가, 차디찬 우유 아이스크림을 먹고 뀌어대는 방귀는... 문자 그대로 설명이 불가능했다. 지금에서야 회상하듯이 쓰고 있지만, 나도 마땅히 여기서 무어라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간단하다. 내가 아는, 아니... 인류가 만든, 그 어떠한 표현법과 비유법을 사용해도, 이 파멸적인 악취를 묘사하는 데는 불가능했다, 아니, 오히려 그 냄새의 격을 떨어트리는 수준이었다.


내가 유난을 떠는 것 같은가? 절대 아니다. 눈을 감고,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악취를 상상해보시라. 무엇이 떠오르는가? 세계에서 악취나는 음식으로 꼽자면 둘째가기 서럽다는 삭힌 홍어회? 아니면 그것을 능가하는 찌린 썩은내를 풍기는 삭힌 상어살 하우카르틀? 아니면 중국에서 만들어진 썩은 두부장인 취두부? 뭐든 좋다. 그 음식들을 죄다 섞어보시라. 그리고, 그 썩은 악취를 풍기는 무언가의 덩어리를 생선을 100년동안 발효시켜 물큰한 국물로 만든 일본의 쿠사야 액젓에 푹 담가서 몇 시간을 푹 더 썩혔다고 하자. 그리고 그것을 시체 안치소로 가져가서, 부패할대로 부패해 잔뜩 부풀어오른 시체에서 흘러나온 추깃물에 썩은 계란을 추가로 버무려, 그걸 그대로 생으로 퍼먹는다고 생각해보시라.


지랄같다고?


아마 절대 아닐걸...!


"흐응... 슬슬 산소 공급이 필요한 순간이 온 것 같은데. 쌤, 잠시..."


그동안 교무실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한 민지는, 테르나 선생님 옆에 서서 팬티를 살며시 벗고는, 그 가스마스크의 반대쪽에 호스를 연결하고는, 씩 웃는 표정으로 거기에 자신의 항문을 가져다대고는, 또 다른 가스 폭탄을 마구 터트려대기 시작했다.


"...흐응...!"


뿌부북! 뿌뷰뷰퓨뷰루루루프브브프프브프프브브드드드드드드득! 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커...후우...?"


...음. 신선한 공기가... 느껴진다! ...아마, 액화 능력을 사용해서 확보한 공기는, 어떠한 오염물이 묻지 않은 순수한 공기이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온, 민지의 공기 방귀탄을 정신없이 들이키던 나는...


"...후우...우븝?! 우...우욱...! 끄으윽...!"


순간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것 같은 괴상망측한 또 다른 악취를 느낄 수 있었다.


"아~ 생각해보니까... 능력을 쓰는 과정에서 또 방귀가 만들어져서 그만~ 그래도, 우리 하현이. 이 정도 방귀는 산소처럼 쭉쭉 들이킬 수 있지?"


...최...최민지...!


"우후후... 방귀 변태 바람둥이에게 하는 소심한 여자친구의 복수라구."


소...소심 좋아하... 우읏?!


(찔꺽- 찌걱찌걱찌걱...!)


"...커...커흐후우웃!"


저절로 기묘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일전에 그녀가 내 바지 가랑이 사이로 흘려보낸 신체 일부... 그게 마치 오나홀처럼... 내 자지를 감싸고... 뿌리부터 귀두까지... 윽...! 아아...! 자극이 너무 강해...! 민지야...!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푸그그르브프프르르브프프프르브프브브르르륵!


...테...테르나 선생님의 썩은 악취가 다시 몰아치기 시작한다... 마치, 조금도 배설하지 않은 것 처럼... 전혀 기세가 줄어들지 않은 채로, 그 썩은 악취가... 목성의 대적점처럼...! 코가... 입이... 뜨겁고 따갑다...


뿌프프프프프프프프피피피리리리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딕! 뿌뷰쥭뷰쥭뷰류뷰쥬쥬뷰류쥬쥬규쥬뷰뷰뷰쥬쥬쥭! 뿌즈즈브프브즈주브르부즈즈브브르즈즈브브즈프브즈즈브브즈프븝-! 뿟뿌다다다닥!


"하아... 으응... 시원해라아...♡ 민지야... 하현아... 정말 고맙구나아...♡"


"에에이... 뭘요오 쌤... 하현이도 고마워... 으응...! (뿟뿌프브프브부르푸브루프부르루프브푸프부르푸브르루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뿟푸푸부푸푸프프프브프프드드브프픅!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 하아... 고마워... 할거에요... 그치이...? 이것두우... 다 수련의 일부니까안..."



"으..으브븝...!"


악취... 미칠듯한 냄새... 마치 온 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뇌세포 하나하나가 전부 불타 사라지는 것 같은 어이없는 작열감... 속에서 무언가가 미친듯이 역류하는 것 같은 괴악한... 아... 더 말하기도 지친다. 이건... 이건 더 설명하기 싫다. 끔찍한 악취, 그리고 더 끔찍한 악취가 섞여... 무슨 옛날에 보던 파워레인저 속 합동 필살기도 아니고...!


"...아... 쌤도 이제 슬슬... 큰거 오는데..."


"그으러엄... 저도 남은 방... 아니, 공기를 싹 빼줘야겠네요...? 새어나가면 안되니까... 한번에 뿡! 할까요?"


...뭐? 자...잠깐... 아... 제길, 목소리가 안 나와...!


"그...그럴까, 민지야...? 그럼... 하나..."


"...둘...!"


"...세...엣...!" / "흐으응...!"


사...살려...!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루브프프브르르프브브프프르르르프브브르르프브브프프프픅!

뿌루룩!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부뤼리리릭-!

뿌뷰뷰브브즈즈즈즈브프브르즈르르브프즈즈브프르르브프프즈즈브프프프르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푸푸부푸루푸부구부푸푸구루구루부푸부귀리리리리리리리릿-! 뿌보로로보포보로로로보로로로로로보포로로록!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부북부루부루부루루북-뿌빗! 뿌르르브브르브르르브프프프브르륵!

뿌륵부브부브르부륵부푸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봐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랍!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부북!

뿌프프픗픗스스스프픕븍!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용케도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에 비해 신체적 강도와 저항력이 높은 능력자라, 그리고 그 능력자의 성향이 '여성의 방귀냄새를 맡는 것에 흥분을 느끼는' 취향이라 망정이지, 만약 아니었다면 단번에 의식불명을 넘어 영구적 신경 손상의 장애를 입을지도 모를 폭탄이, 악취의 대폭류가, 상상하기도 싫은 가스 덩어리가, 똥덩어리를 잘게 쪼개서 분사하는 것 같은 농밀하고 농후한, 동물 시체 내장에서 꺼낸 배설물에 상온에서 푹 썩어 파리와 구더기가 잔뜩 꼬인 음식물 쓰레기를 버무려 내 얼굴에 마구 비비는 것 같은 파멸적인 악취, 그리고 더 파멸적인 소음이 울려퍼졌다. 모두가 자리를 비운 저녁 쉬는 시간이라 다행이지, 아마 아니었다면 교무실이 들썩일 정도의 방귀의 울림으로 인해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웃...!"


퓨부류류브프프르브프픗-! 뷰뷰류류류류륫-! 뷰류르르르르르르르릇... 뷰르르릇-! 뷰르르르릇-! 뷰르르르르프프르릇... 뷰류류뷰뷰뷰류륫-! 뷰륫! 븃...


...그리고 나는, 당연하면 당연하게도, 저녁식사 이전에 수 차례 장대한 사정을 했음에도, 정말 기묘하게도, 일주일 금딸한 남고생의 자지에서 터져나오는 폭포수마냥 정액을 싸질렀고, 그 농도 또한 팬티를 축축하게 적시는 것을 넘어 교복 바지에까지 그 영향이 갈 것만 같이 농밀했다. ...민지의 야릇한 표정을 보아하니, 액체 동화 능력으로 내 정액을 잔뜩 흡수한 것 같다. ...안전한 날 맞지? ...나 졸업 하기도 전에 애아빠 되는거 아니지? ...아들일까 딸일까... 민지 닮은 딸이면 정말 귀엽고 예쁠거야... 아니 씨발, 이게 아닌.... 아... 머리가 아프니까 제대로 된 생각이...


"...하아...! 시원해... 후우... 킁킁... 어머! 냄새가 하나도 안 나네!"


"그쵸? 나도 방귀... 아니, 산소를 다 배출했으니... 제거해야겠다~"


...공기가 들어온다. ...우웁... 다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 ...!! ...!^&#!R※#%&^$&$!!"


"...응? 하현아, 뭐라고?"


"...봉투 달라는 것 같은데요, 쌤?"


"봉투? ...여기. 편의점 봉투라도 괜..."


(팔락-!)


"...우우우우욱! 그웨에에에엑! 부...부룩...! 브뤠에에에에에에에에엑! 우...끄우욱...끄릅... 우우우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하... 하아... 하아... 우욱! 에우우우욱...!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좀 많이 독했으려나...?"


"...내 방귀만 해도 끔찍한데... 민지 네 냄새까지 섞였으니..."


한참을 토하고, 겨우 안정을 찾은 나는, 토사물이 잔뜩 섞인 봉투를 묶어 바닥에 털썩 내려놓고는, 근처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내 앞에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테르나 쌤과, 지배적인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민지가 있었다.


"...그나저나 진짜 대단하구나... 용케대 교사 수준의 능력자의 방귀냄새에도, 그것도 유당불내증으로 인해 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방귀를 기절 안하고 버텼네. 대단하네... 하현이..."


"헤헤... 우리 하현이, 대단하죠? 역시 제 남자친구답... 앗..."


"후후... 다 알고 있었으니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렴. 너의 대견한 하현이에게 칭찬이라도 해 주는게 어때?"


"에헤헤... 그럴까요?"


나에게 성큼 다가온 민지는, 가스 마스크를 회수하며, 선생님이 볼 수 없는 각도에서 방귀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을 쓰다듬고, 아주 진한 키스를 선사했다.


"응...츄웃..."


"후우... 후우... 하아... 민지야... 냄새... 토 냄새 안나...?"


"방귀냄새가 더 지독해. ...바보 변태야. 푸후후..."


"으...으하아... 근데 너... 내 민감한 곳을..."


"...흐응... 좀 반성했어? 이 변태. 얼마나 기분 좋았으면 바지가 다 축축해져?"


"...그렇게 잔뜩 가지고 놀아버리고... 후우... 민지 너어..."


"...좀 심했어? ...미안. 그치만... 질투가 나서..."


"...심하긴 심했지. ...그래도, 그만큼 기분 좋았어. ...사랑해. 민지야."


"웃... 기습공격을..."


"...한번, 더 할까?"


"...으응...♡ 한번 더 쪽 하자..."


조용히 얼굴을 붉히는 민지가 너무 사랑스러워, 조금이나마 있었던 짜증과 고통마저 날개를 단 듯 훌훌 날아가버린 나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잔뜩 키스를 해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너희 둘. 아무리 그래도 키스는 나가서 하는게 맞지 않겠니? 아주 둘이 입술 불겠어~?"


"...네?! 그런 거 안했어요!"


"침이나 닦고 말하렴. 민지야?"


"...엣?! 닦았을 텐데..."


"우리 민지가 은근 허당이죠? 하하..."


"후후... 둘 다 귀여우니 봐주도록 하겠어."


"으으... 아, 쌤! ...여기 교무실에 남은 악취는 어떡해요?"


테르나 선생님은 가볍게 웃더니,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풀가동했다.


"때로는 고전적인 방법이 가장 빠를 때가 있지. 그렇지 않니?"


"그건 그렇죠. 헤헤..."


냄새가 상당 부분 빠져나가자, 테르나 쌤은 다시 배를 주무르며 말했다.


"퇴근하다가 사고칠지도 모르니까, 그 전에 마저 더 빼고 가야겠네. 후우... 다시는 아이스크림 먹나 봐라 내가. 힝..."


"덜 빼신거에요? 이게...?"


"아직 30%밖에 안 뺐는데? 딱 조절 가능할 정도로만 뀌고, 나머지는 그래도 내 가스실 가서 뀌어야지. 후후... 그게 도의 아니겠어?"


"...그런... 그... 으... 에...!"


갑자기 신선한 공기를 잔뜩 들이마시고, 코가 자극받은 탓일까, 저절로 재채기가 마려워진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


"...엣취!"


(푸화르르르르륵-!)


"...어머나?!"


"...우왓!"


"...에에에에엥?!"


...그 자리의 모두가 놀랐다. 마치 불을 뿜는 용처럼, 내 입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쏟아져나왔다. ...다행히도, 그 불길의 지속시간이 무진장 짧은 탓에 모두가 화상을 입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네가 한 거니!?"


"...모...모르겠어요... 갑자기..."


"...우...와아... 하현아... 능력이 더 늘어난거야...?"


...또 능력이 늘었다. ...그 순간, 머리를 번뜩 스쳐지나가는 생각은, 이내, 확신으로 바뀌었다.


"...쌤. 저, 능력을 복사하는 조건을 알 것 같아요."


"...설마..."


"...네. 바...방귀... 말이에요."


"...헐..."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나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테르나 선생님에게 이야기했다.


"...있잖아요, 저, 처음으로... 악취에 조금 적응하기 위해, 민지한테 방귀를 뀌어달라고 했어요."


"...그 다음 실습에서 액체를 다뤘지?"


"응. 맞아. 그리고... 몇 시간 전, 날 교무실로 데려다 준 에리나가, 내게 능력을 시범으로 보이고는 방귀가 너무 마렵다고 했는데, 교무실에서 뀌고 싶다고 하진 않아서 내가 대신 전부 들이마셨거든. 그 뒤로..."


"그 다음에 내 앞에서 물컵 속의 물을 얼음으로 바꿨지?"


"...맞아요. 그 다음, 대련에서도, 비올라에게서도, 그리고 루시에게서도, 전부 들이마셨더니..."


"염력, 그리고 정신 간섭 저항력에... 초고속능력까지..."


나는, 문득 마린의 냄새를 맡았던 것도 생각이 나, 고양이과 동물들의 특징인 야간 시야, 인간보다 월등히 높은 감각, 그리고 균형 잡기 능력을 선보이기 위해, 사뿐히 뛰어올라 책상 모서리 끝에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아보이며 말했다.


"...마린의 냄새도 맡았었거든요."


"...고양이과 동물의 특징이로구나. 그건... ...그럼, 설마 내 능력도...?"


"어쩌면..."


나는 손을 앞으로 뻗은 뒤, 타오르는 산불, 모닥불... 불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손에 힘을 모았고, 이내 그 힘은 자연스럽게 주위 온도를 달군 뒤, 비로소 불꽃으로 피어나며 내 손 위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윽... 후우..."


"...조금 더 집중해보렴. 하현아. 화염 조작 계통, 특히 불을 피워내는 능력은 꽤 고급 테크닉이 필요하거든."


"...네. 선생님. ...다시...!"


(푸스스... 화륵-!)


"...우와..."


"...서...성공했어... 겨우..."


(파스스...)


금새 불은 다시 꺼져버렸지만, 테르나 선생님은 확실히 감탄이 나올 정도로 놀란 눈치였다.


"아직은 미약한 불이지만... 정말, 정말 놀랍구나. 놀라울 정도의 이 적응력... 내가 지금껏 학회에서 배웠던 초능력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부 무너지는 기분이야. ...이런 존재가... 아니, 이론을 초월하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네요."


"...그렇지... 음... 퇴근해야 하는데... 정말, 놀라서 퇴근길에 운전하다 사고치는 거 아니려나 몰라."


"퇴근... 그러고보니, 쌤 사생활도 중요하니까, 내일 할까요, 남은 이야기는?"


"그럴까? 후후... 고마워. 민지야. 그러니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꾸나. 교장 선생님께도 이야기해둘게. ...그럼 먼저 갈게? 얘들아, 수업 잘 들으렴? 그리고..."


테르나 쌤은, 교무실 문을 열고 나서며 우리에게 뒤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도 알건 다 알고 있으니 말하는거지만... 피임 잘하렴?"


"...네!? 갑자기요?!"


"후후... 애들 놀리는게 제일 재밌다니까! 옛날에 히어로 시절도 생각나구."


"...히어로 시절이요? ...궁금한데... 이야기 좀 듣고 싶어서..."


"음... 그리 긴 이야기도 아니니. 주차장에 차 대놓은 거기까지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나 마저 할까?"


"좋아요! 어때, 민지야?"


"재밌겠는데? 선생님의 히어로 시절...!"


민지도 나도, 눈을 반짝이며, 테르나 쌤의 뒤를 따랐다.




------------------------------------------




"...그렇게 모아놓고, 한 방에 불꽃으로 빵!"


"...우와... 쩐다!"


"뉴스에도 나왔을 걸? 타오르는 초신성 10대 히어로 등장! 이라고 말이지. ...아아... 그게 벌써 십수년 전이네. 내가 교직에 몸담은 게 2년... 아니, 3년 전이니까."


"쌤, 나름 젊게 사신다는 말도 듣죠?"


"...응? 오호호! 그래? 그런가? 흐응... 여자한테 호감 사는 법을 잘 아네? 이러다 카사노바 되는 거 아니야?"


...뜨끔...


"...하현아. 네 여친이 바로 20센치미터 옆에 있는데, 조금 조심하자구?"


"...하하... 당연하지. ...말했잖아. ...초등학교 때부터, 너 말고는 아무도 안보였다고."


"...으으... 치사하게 자꾸 기습공격을... 참, 쌤. 히어로 실력은 정말 출중하신데, 왜 은퇴를 결정하셨어요?"


"다쳐서. ...너희한테만 말해주는거야."


테르나 쌤은, 왼쪽 손에 끼고 있던 붉은 장갑을 벗고는, 기계처럼 보이는 의수 일부를 치우고 맨살을 보여주었다. 팔꿈치까지 상처와 흉터로 얼룩진, 심지어 손가락 몇 개는 결손되어 잘려나간 모습에, 우리 둘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운이 좋았지. 뉴스, 신문... 다 실렸던 그 사건, 기억나? 수도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아. 그때..."


"...그래. 나도 그때, 괴물 진압작전에 투입되었다가... 그 녀석의 강산성 침이랑 이빨에 당했거든. ...후우. 팔 한쪽 잃은것보다 낫지 않아?"


"...죄송해요 쌤. 괜한 걸... 물어서..."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렴. 나만 다친 것도 아닌걸. 3학년 담임쌤인 요시노 쌤 알지? 요시노쨩도 다리하고 얼굴에 상처를 입었었거든. 나중에 들었는데, 전국의 히어로 양성 교육기관 교사들은 다 그런 식으로 부상이나 사고로 은퇴한 전직 히어로들이 꽤 많다고 해."


"...그렇군요..."


"...뭐, 다르게 생각해보면 말이지, 그런 일이 있었기에 내가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고, 히어로들을 양성하는 교직에 몸을 담을 수 있었고, 그렇게 너희라는 소중한 아이들을 만났다고 생각하면... 이깟 상처쯤, 명예로운 상처로밖에 안느껴진달까? 후후..."


"...쌤..."


"...민지야. 울어?"


"...아니요..."


"...최민지. 나보고 울보라더니... 너도 옛날부터 한 눈물 했잖아?"


"...몰라. 바보야. 우으..."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했나? 후후... 그래도 꽤 괜찮았던 추억도 있어. ...옛날에, 어디였더라...? 광주 쪽에 있던 백화점이었나... 출장 갔을 때, 거기 잠깐 갔을 때 이야기인데..."


...어라? 뭔가 익숙한...


"쌤, 그거 백화점... 미아 찾아서 미아 보호소로 데려다 준 그거... 맞나요?"


"...응? 어떻게..."


"...그 아이, 키가 이만했고... 동그란 안경 썼었고... 머리는 이렇게... 염색 안했고 한 초등학생 2학년 정도..."


"...그거... 설마 너니?! 세상에!"


"...진짜 세상 좁네요! 우와..."


"우와... 쌤! 서로 구면이었던거에요?"


나도, 민지도, 쌤도 깜짝 놀랐다. 서로 모르는 사이에 구면이었다니...


"어머... 후후... 이거 정말, 세상 좁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거구나. 서로 서로 다들 아는 사이라는 게 놀랍네!"


"그러게요. 하하... 그때 참... 대단했었죠?"


"...그... 그 이야기를 꼭 해야겠니? 으응..."


"...대단했다니? 무슨 말이야?"


"...음, 이거 말해도 되겠죠? 뭐, 우리는 서로 볼장 다 본 사이잖아요?"


"...그게 그렇게...되나...? 으응... 하지만 이상한 이야기 하면 바로 이야기 끊어버릴 테니까..."




------------------------------




"우...우으으... 엄마아... 아빠아..."


...그 때, 나는 잔뜩 겁을 먹고 울먹이고 있었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백화점 안에서, 그만 장난감과 마술 공연에 눈이 팔려 엄마의 손을 놓쳐버리고, 순식간에 혼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려 했지만, 나보다 키가 두 배는 더 커보이는 어른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움직이고, 그 인파에 휩쓸려 이리 가고, 저리 가고 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있던 층도 바뀌어버렸고, 도우미 직원들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우...히끄으으... 엄마아..."


금방이라도 눈물샘이 툭 터져 눈물이 줄줄 흐를 것만 같은 순간에, 누군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톡톡 두드렸다.


"...얘야. 괜찮니?"


"...누...누나는 누구에요...?"


붉은 색으로 물든 땋은 머리, 딱 봐도 예쁘게 보이는 얼굴에, 귀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 그리고 어린 내 눈에 보기에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몸매. 순간 나는, 울먹거릴 정도로 슬펐던 것도 잊고, 무언가에 홀린 듯, 차분하게... 내 상황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삼켰다.


"우으... 그게...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미아인가? ...여기서 잃어버렸니?"


"아뇨오... 3층에서어... 근데에..."


"걱정 마렴. ...미아 보호소가 어디 있더라... 꼬마야. 이름이 뭐니?"


"...저... 저는 유하현이에요."


"그래. 하현아. ...씩씩하게 굴어야지? 눈물 뚝 그치고! ...옳지. 잘했어. ...과자 줄까?"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먹지 말라고 했어요..."


"후후... 착한 아이구나? ...그래도 괜찮아. 혹시, 히어로라고 아니?"


"...히...히어로...? 누나 히어로에요...?"


"그럼! 이거 보여?"


"...히어로... 자격증... 이름... 테루... 테...?"


"후후... 테르나. 내 이름이야. 히어로 활동명은 '샤이닝 테르밋' 이라고 해. 좋은 사람이 주는 과자니까 먹어도 괜찮아."


초콜릿 과자를 입에 물고, 나는 어느새 눈을 빛내며 그 누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응... 시간이 괜찮으려나...? 가스 빼는..."


"네? 누나?"


"아... 아냐! 자, 누나 손 꼭 잡으렴? ...미아 보호소가... 여기서 3층 더 올라가야 하네. 아슬아슬하게 되겠어."


그 말을 한 뒤, 테르나 선생... 아니, 테르나 누나는 날 이끌고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 20분 뒤 --------




"끄...끄으으... 미아 보호소는 대체 어디..."


...그리고, 우리 둘은 함께 미아가 되었다. 몇 바퀴를 빙빙 돌아도 미아 보호소는 보이지 않았고, 테르나 누나는 어딘가 불편한 듯 아랫배를 문지르며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뭐, 나야 예쁜 누나를 따라다닌다고 생각하니 다리에 힘이 빠질 일이 없었지만.


"...으으... 대체 어디..."


그 순간, 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테르나 누나."


"...왜 그래?"


"...지도 꺼꾸로..."


"...으엑?! ...지...진짜네?! ...에이 씨...! 뭔 지도를 무슨 이상한 일본어로 만들어놨어...!"


"...누나, 저기..."


나는, 안내용 지도가... 각국 언어별로 그려진 테이블을 가리켰고, 테르나 누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는 말했다.


"...아... 진짜 옛날부터 관찰력 거지같은건 고쳐지질 않네... 걱정 마렴. 이제 어디로 가야 할 지 알았으니..."


(꾸르르르르르그그그극-!)


"...큿...!"


(꾸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륵...)


그 순간, 연달아 지진이라도 난 것 마냥, 무언가 크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테르나 누나는 배를 부여잡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힘들어하며, 나와 화장실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말했다.


"...여기서 기다릴 자신 있어...?"


(도리도리...)


나는 본능적으로 누나와 떨어지기 싫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더불어 눈물이 맺힌 눈망울로 테르나 누나를 올려다보았다.


"무서워요... 누나... 떨어지기 싫어요..."


"으... 으으... 진짜 어쩔 수 없지이... 하현이라고 했지? ...인공호흡 알아?"


"아... 그 뽀뽀하는 것 같은..."


"...그거, 누나가 절대 나쁜 의도로 하는 게 아니니까... 윽...!"


누나는, 내 손을 이끌고 빠른 속도로 화장실로 돌진했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건...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지만, 그래도 누나가 있었으니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




(덜컹-!)


문을 거칠게 밀어젖히며, 테르나 누나는 화장실 칸이 부숴지도록 강렬하게 들이닥쳤다. 곧바로 누나는, 청바지를 벗고 팬티만 입은 채로 엉덩이를 뒤로 쭉 뺐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펼쳐진 상황에, 난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테르나 누나는 나를 안고 안심시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가, 일을 많이 해서... 속에 방귀가 잔~뜩 차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왜요...?"


"...히어로들은... 나쁜 악당들을 무찌르면... 그 악당들이 누나를 미워해서, 누나를 부끄럽게 하려고, 방귀를 잔뜩 채워버려. 무섭지?"


"우...우에..."


"...그런데, 하현이같은 어린 친구들이 누나를 그렇게 부끄럽게 만들면... 악당들은 기분이 좋아지겠지?"


"그... 그건 싫어요!"


"그치...?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으... 으응... 제 친구들도 다 방귀 뀌어요! ...민지라고, 제 친구 중에 진짜 친한 친구가 있는데... 걔도 저번에 뀌고 막 아닌 척 했는데... 다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쌤이 그랬어요."


"그렇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면, 누나들같은 히어로들이 정말 고맙게 생각할 것 같아. 그럼... 누나, 방귀 뀔게?"


"...네... 누나..."


"...냄새가 지독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누나가, 하현이가 숨을 잘 쉴수 있도록 인공호흡으로 공기를 불어넣어줄게? ...그럼... 으응...!"


부부루루룩! 쀼뷰퓨프브브프프브브르브프프브브브프프드드드브프프르르륽! 뿌푸푸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우웅...! 욱...!"


곧바로 신경세포가 불타는 것 같은 반응이 왔다. 누나한테 미안했지만, 정말 토할 것 같았고, 머리가 아팠고, 눈물까지 날 정도였다. 누나도 그걸 아는지, 계속 미안해하며 방귀를 난사했고, 눈을 감고 코를 막고 괴로워하는 날 끌어안고, 입술을 겹치고 신선한 공기를 키스하듯 밀어넣으며 내 고통을 덜어주었다.


"응... 푸우... 괜찮지...?"


"콜록... 콜록콜록! ...괘...괜찮아요... 누구나... 누구나 방귀는 뀌니까..."


"그래... 정말 착한 아이구나...? 누나가... 조금만, 조금만 더 방귀 뀔게...? 딱 세번만 참아줄래?"


"...네...!"


"씩씩하네, 하현이... 그럼... 하나아...!"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프브브르르브브브브븍! 뿟뿌류뷰퓨푸부루루르르르프브프프브드드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붜러러러러러럽! 푸브프프브브브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하아... 두울...!"


뿌부부우우우우우우우욱! 뿌르르르브프프프브브드듯! 뿌푸푸푸푸풒부푸푸루푸루루부푸루부푸푸푸부루루푸부부루루푸푸부부루루푸부루뤂부브르르브프브드드브프프르르드브프프드드득! 뿌루룩! 뿌프브프슷스스스스스슷-뿌훗쉬이이이잇... 뿌그릅!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세에...엣...! ...미안...! 응후우...!"


뿝브륵! 뿌푸풋! 뿌루루루루룩-뿍!


"...우웅...?! 웅츄우...! 웃... 쪼오옵... 쪽...!"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붜붜러러러러뤄러러러러러러러럷!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뷰뷰쥬쥭! 뿌쥬쥬뷰퓨뷰쥬류뷰퓨쥬뷰뷰쥬쥬뷰퓨류류뷰쥬퓨뷰뷰쥬쥬쥬쥬뷰퓨뷱! 뿌브브부루루비브브프브브드프브프프브부부부푸부루르르부르르브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푸비비빗! 


끔찍한 악취가 조금 옅어진 대신, 테르나 누나의 약간 구릿한 구취가 섞인 신선한 공기가 내 몸 속으로 들어왔다. 누나가, 마지막 힘을 짜내 모은 신선한 공기를 전부 내 입 안에 집어넣고 있었던 것이었다. 기분은... 무척이나 좋았다. 놀랍게도. ...이렇게 예쁜 누나가 내게 키스를 하면서, 엉덩이를 뒤로 쭉 빼밀고, 야한 자세를 취하고 방귀를 뿡뿡 뀌고 있으니...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그... 흔히들 하는 말로, 고추가 이상했다. 쥬지가... 쥬지가 이상해... 눈나아...


"...파하... 괜찮니...?"


"아... 우우... 누나아... 누나아... 오..오옷..."


온 몸을 움찔거리는 나를 보고, 테르나 누나는 공기가 부족해서 그런가 하고, 곧바로 빠져나왔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나는... 그때, 처음 느껴보는 쾌락, 그리고 야한 느낌에, 그만 어린 나이에 절정으로 치달아 바들바들 떨었던 것이 아닌가 싶지만 말이다. 순간, 참기 힘들 정도로 오줌이 마려웠고, 인공호흡으로 방귀를 꺼내는 순간 참아왔던 소변이 힘차게 터지는 것 같았고, 실제로도 싸버렸다.


...뭐, 나중에 와서야 그게 오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튼. ...아, 이건 아직 테르나 선생님에게는 비밀이다.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상황 설명만 했다. 음란하거나 좀 그런 일에 대한 묘사나 설명은 완전히 피하면서. ...그것만 해도, 테르나 쌤은 충분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있었지만. ...뭐, 그래도 이야기 할 말은 다 해야겠다.


"...으으... 다시는 우유 케이크 안먹을거야...! 가자... 하현아아..."


"네에... 누나... 미아보호소..."


"...미안해. 냄새 많이 났지?"


"...괜찮아요. 누구나... 다 하는 생리현상이니까... 그리고 누나는 히어로잖아요! ...누나가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헤..."


"...고마워. 귀엽고 씩씩한 꼬마야. 후후..."




------------------------------




"헤에... 쌤, 은근 우유 때문에 방귀 사고가 많이 터지네요?"


"그...그렇지만! 그땐 정말 못참아서 그랬던거라구..."


민지는 그저 피식 웃으며 테르나 선생님과 팔짱을 끼며 놀리듯 말했다...만, 나는 아무래도 그 사건 때문에 내 성적 취향이 완전히 뒤틀려버린 것 같다고, 차마 그렇게는 말을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어떻게 말하냐고 그걸...! ...미...민지는 어떻게 또 내 마음을 알았는지 마치 '떡잎부터 노란 방귀색으로 물든 변태였네!' 라고 말하는 것만 같이 보고 있고...


"...어머, 너희도 곧 수업 시작하겠구나. 어서들 가보렴. 내일 보자꾸나. ...그리고 하현아, 네 능력에 대한 추측... 그건, 메이 링 쌤한테는 내가 말해둘게."


"...남은 대련에서, 그걸 검증해보려고 해요."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렴."


"네. 쌤."


테르나 선생님은 차를 몰고 퇴근길에 올랐고, 시계를 확인한 우리는 혹여 늦을까 싶어, 서둘러 발을 돌렸다.


"...그나저나 진짜 별일이네. 너랑 테르나 쌤이랑 구면이었다니 말이야."


"...그러게. ...그나저나 방금 그 표정은 뭐였어? 마치 내가 떡잎부터 노란 방귀색으로 물든 변태인 양 바라보는 그 표정은?"


"왜, 사실이잖아? 아~ 좋았겠네? 예쁜 테르나 쌤이 뽀뽀해주면서 눈 앞에서 방귀 뀌어주니까?"


"...그건 내 취향을 그냥 개화시킨 정도겠지. ...솔직히 엉덩이는 니가 더 크고 얼굴도 니가 더 귀엽고 말랑하고 부드럽고..."


"흐...흐응... 그러셔?"


"그뿐만이야? 착하고 내 마음도 잘 알아주고 울던 나 달래주고 친구 소개도 해주고 학교 적응도 도와주고 초등학교때는 방과후수업 남아서 도와주고 부모님도 서로 친하고 너 보고싶어서 울기도 했고..."


"그... 그정도면 충분..."


"...거기다가 서로 첫키스에 첫경험까지 경험했고, 지금도 하고싶...고...? 어... 너무 막 나갔나... 그래도... 진심이야. ...좋아해. 정말 좋아해."


"...바...바보오... 헤에으우... 몰라아..."


"...진짜 이렇게 흐물거리면서 녹아내리는 네가 귀여워서 너무 못참겠는데... 남들 안 보는 데서는 이렇게 꼭 안고 가면 안될까?"


"무...뭐래?! 전교생한테 놀림받을 일 있냐구! ...그냥... 안 보이는 데서 해... 바보야... ...그...으히잇?! 거...거기다 비비지 마...! 변태새끼...! 나 기분 이상해진... 에에익! 몰라! 나 먼저 갈래!"


"...어? 민지야! 같이 가~!"


...진짜 어쩜 저렇게 귀여울까... 하고 생각하며, 나는 도망치듯 달려가는 민지의 뒤를 쫓았다.




--------------------------------------




(끼익...)


"용케도 안 늦었네! 다행이다."


"그러게 말이야. 저녁 먹고 산책 정도는 꼭 해야겠는걸."


"그치? 분위기 전환에도 탁월하다니깐."


"그러고 보니..."


나와 민지는 대련장으로 바뀐 교실 외곽에 놓인 편히 쉴 수 있는 의자에 앉아 제로 음료수 캔을 까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민지는 여전히 주위의 시선이 조금 신경쓰이는 듯 했다만, 나는... 나야 뭐, 솔직히 말하자면 즐거운데. 이런 귀여운 여자친구랑 같이 있을 수 있다니.


[얘들아~ 수업 시작 5분 전이다~! 모두 슬슬 몸 풀고! 룰렛 앞으로 집합!]


"참, 대련 끝난 애들은 뭐해?"


"나름 자유시간이지. 누군가를 응원해도 되고, 공부를 해도 되고... 자습을 해도 상관없고, 연습장이나 운동장에서 본인 능력을 개발해도 상관없고... 선배들, 후배들이랑 동아리 활동을 해도 되고... 뭐, 다양해."


"...그렇구나... 동아리... 음... 동아리에 대한 환상이 있긴 한데..."


"나중에 내가 동아리 소개나 해줄게. 후후... 아, 룰렛이 돌아간다!"


"...아... 그럼 다녀올게. ...우리 민지야."


"무리하지 마. 알았지?"


[차르르르르르르르르-]


민지의 말마따나, 룰렛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민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룰렛 앞으로 달려나갔다. 때마침, 타이밍 좋게도 내 이름이 룰렛에 떠올라 있었다.


"...후우. 이번엔 조금 가볍게 할... 아니다, 상대가 그렇게 생각 안할지도 모르겠네..."


[차르르륵- 착-!]


"...응...?"


처음 보는 여학생의 모습이다. 분홍빛과 연두색으로 물든 길다란, 곱슬곱슬한 웨이브가 잔뜩 들어간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진한 녹색의 눈동자가 어두운 에메랄드처럼 보이는 조금은 신비한 인상을 주는 소녀의 초상화를 보며 어떤 능력일까 짐작하던 내 어깨에, 누군가의 팔이 턱 하고 걸쳐졌다.


"헤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루시? ...아, 대련 상대가..."


"왜, 예뻐? 벌써 또... 흐응...? 양다리 걸치려고?"


"...윽... 나를 대체 뭘로 보는거야. ...저 애의 능력이 궁금해. 어떤 능력인지 귀띔 정도만 해줄래?"


"쟤 이름은 클라라! 우리 학년의 환경미화 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고, 학교 봉사 활동에도 빠지지 않는 착하고 선한 친구야. ...대련 중에는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무진장 강한 능력자고, 컨디션 여하에 따라 선생님들과도 자웅을 견줄 수 있는 친구야. ...뭐, 쌤들이 좀 봐주는 것 같긴 하지만. 그나저나, 우리 반에서 손꼽히는 강자를 벌써 만나네? 흐응... 재밌겠는걸?"


"...그렇군. ...그래서 능력이?"


"다 말해주면 재미없지! 그냥... 식물을 다루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정도만 알아두라고. 자! 저~기서 여친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화이팅 해 짜샤! 누님도 응원하고 있으니! 져도 괜찮으니 후회없이 하고 오라고!"


"...거 한달 먼저 태어난 거 가지고 누님 타령은... 푸훗... 알았어."


대련이 진행될 경기장에 들어서며, 몸을 푸는 내 앞에 선 클라라라는 소녀는, 손끝에서 무수한 꽃을 피워내며 나를 반겨주었다.


"아, 어서 와... 클라라라고 해..."


"...난 하현이야. 유하현. 만나서 반가워."


"...꽃, 좋아해?"


"...꽃 보다는...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 그리고 숲을 이루는 거목들을 더 좋아해. 물론 꽃도 좋아하지만."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은 남자애를 만났네... 후후... 네 대련은 대충 지켜봤어. 꽤 괜찮은 실력을 갖고 있던걸?"


"그래? 그렇게 봐주니 고맙네."


"...흠... 근데 너, 민지랑 무슨 사이야?"


"...최민지? 소꿉친구이고... 지금도 서로 아주 친밀하고... 가깝고... 딱 잘라놓고 말해서, 친구 이상?"


"...놀랍네. 민지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 흐음..."


그 순간, 클라라의 눈빛이 돌변했다. 호승심에 불타는, 전사의 눈과도 같았다... 고 할까.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그 평화롭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디로 간 건지 모를 정도로...


"...민지의 남자친구가 될 자격이 있는지, 내가 직접 테스트해주지."


"...어? 그... 좀 무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무슨 자격으로?"


"민지의 친구 되는 히어로이자,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만들자는 모토를 실천하는 환경미화부장으로써!"


"...전자는 그렇다쳐도 후자는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인데?!"


"잡담은 여기까지! 자, 자세를 잡으라고! 그럼, 간다앗!"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촤좌좌좌좌자자자작-!)


"...허... 생각보다 막무가내인 친구들이 많네...!"


(촤아악-! 파칭!)


날 꽁꽁 묶으려는 덩쿨 줄기가 빠르게 날아들었고, 얼음을 날카롭게 벼려내 만든 얼음 칼날로 덩쿨을 끊어낸 나는 재빨리 자세를 고쳐잡고 이동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뒤가 텅 비었네!"


(팡-! 주르륵-!)


"....큿?!"


...뭐야?! 어떻게...! 내 공격을...!


"수없이 떠다니는 포자들이 보여? ...이 포자들로 감각을 공유받는 한... 내게 사각은 없거든. 아하핫!"


(팡-!)


"...!"


"...후우... 위험했군. 알려줘서 고맙다. 클라라."


"...초고속 이동이라... 이 정도까지 발전시켰을 줄은 몰랐는데... 너, 정체가 뭐야?"


"나? ...민지 남친."


"..."


"..."


"...괜히 사람 꼴받게 해서 도발할 생각이라면..."


"...그리고 널 이길 신출내기 히어로라고 하면 더 열받으려나? 야채인간 씨?"


"...야...야채인간?!"


"그 나중에 고기 나오면 상추쌈이나 해먹고싶은데 어떻게 상추좀 자라게 할 수 있어?"


"내 능력을 고작 그딴 곳에?! 이익..! 넌 뒤졌다 새끼야!"


--------------


한편, 밖에선...


"...하현이가 벌써 사람 속 긁는 기술을 많이 배웠네. 누구를 잔뜩 놀려서 그런건가?"


"...왜 날 봐?"


"벌써 관계 역전? 헤에~♬"


"...아오 진짜!"


--------------


(팡-! 콰직! 콰직!)


"...으랏챠... 후우..."


일단 흥분을 시켜서 주의를 분산시킨 것 까진 좋았지만... 너무 빠르게 몰아치네. 흐음... 주위의 포자 때문에 신경도 쓰이고, 공격도 힘들고... 이런, 인정하기 싫지만... 이건 자충수가 된 것 같다.


"...조금만... 조금만 호흡을 가다듬을 틈만 있으면 되는데..."


테르나 선생님의 능력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했지만, 아직 불을 다루는 파이로키네시스는 내가 익숙치 않다는 것이 제일 문제다. 제길, 연습이라도 조금 할걸...


(부스럭-)


뿌우우우우우욱-! 뿌부부붕!


...바...바닥에서 방귀 소리가 난다...? 아니 이게...


(부스럭-)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쿠흡...! 역겨워...! 어디서... 꽃...?!"


바닥은, 어느새 형형색색의 꽃으로 가득 차 있었다. 클라라가 사방팔방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것일까, 경기장의 벽에는 덩굴이, 천장에는 이파리가, 그리고 바닥에는 꽃들이 잔뜩 피어난, 마치 정글 속 열대우림을 보는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숲이 만들어져 있었다.


"...허 참... 대단한 능력이네...!"


(쿵-!)


"이크...!"


"도망만 칠거야? 열심히 발버둥쳐봐! 더 많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많은 식물과 접촉하게 될 거니까. 그리고, 그 식물들에는...!"


(쐐액-! 쿵!)


"...우왓! ...저 통나무에 맞으면 최소 기절이겠네...!"


(부스럭-!)


"...앗차...!"


뿌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우욱...!"


"푸후후... 내가 잔뜩 담아둔 가스가 일발 장전된 상태니까 말이야! 아주 방귀로 절여줄테니 각오해!"


"...으윽..."


...이런 식의 싸움이라... 완전히 자신만의 필드를 만들고 싸우고 있다...! ...잠깐, 어쩌면 이건...


"...내 추측을 확신으로 바꿀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어..."


...버티자. 일단 버티자. 죽자살자 도망치면서, 그 꽃들을 일부러 소량으로 적당히 건드려서 그 냄새를 흡입하자...!


(파밧-!)


"...스읍...! 흐...크흐읍...!"


이건 근데 뭐... 거의 반쯤 자살행위 아닌가...?! 냄새를 들이키는 순간 머리가 아파오는데...!


"...쿨럭... 쿨럭쿨럭...! 우욱...!"


"헤헤... 지독하지? 내가 식물 능력자라고 해서 꼭 채식만 하는건 아니거든! ...뭐, 고구마를 제일 좋아하긴 하지만!"


"우욱... 우븝...!"


"...유난 피우지 마! 그렇게 지독하지도 않은데... 너 아까부터 별로 맘에 안드는 짓만 하네...? 역시 안되겠어!"


"...타...잠깐 타임...! 으앗!"


(쿵-!)


...젠장...! 이렇게 정신없어서야 불을 만들어낼 수가...!


(콰앙-! 촤르륵-!)


연달아 날아드는 통나무와 덩쿨줄기를 피하면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방귀를 들이마시는 일은... 음... 확실히 힘든 일이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야 역겨워서 힘들겠지만...


(부스럭-! 빠직!)


"...언제 여기에도 꽃을...!"


뿌우아앙-!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내...냄새...! 으윽...!"


(부스럭- 파슷-!)


뿌부부붑! 뿌붜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크...크읏... 머리가 따가워... 으으..."


(덥석-!)


"...윽...!"


"잡았다. 날파리같은 녀석! 내 파리지옥 사이에 쳐박아주지!"


...파리...지옥...? ...근...근데 왜 엉덩이를...!


(물컹-!)


"...우읍?!"


"발버둥치지 마! ...하아... 응... 쿠션으로 쓰기에 꽤 괜찮은 얼굴을 갖고 있네?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겠어. ...특히 민지한테. 그래서 더 괘씸해."


"...그윽... 그러니까 대체 그게 무슨 상관...우븝!"


"그냥! 나한테 말도 안하고 남친이나 만들고... 배신감 만땅이거든! ...그렇다고 민지를 어떻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널 조져야겠어!"


"그게 무슨 미친 논리...우...웁...!"


"조용히 해! ...아, 조용히 안 해도 되겠네. 어차피... 내 속에서 끓어오르는 독가스를 맞고 조용해질테니까!"


"...그... 그 뜻은...?!"


"...에잇...!"


뿌뷰룹! 뿌브브브브브프브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랍! 뿍뿌쥬쥬뷰퓨뷰류류류루루루부부루루부푸부부루루루룩! 뿌프프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뿟브프프프르륵!


"...커...커흐읍...?!"


오묘한 매혹의 기운이 느껴지는 연분홍빛 독무가 내 호흡기를 갈갈이 찢어버릴 기세로 쏟아져나왔다. 시골에 살 때, 돼지나 소를 비롯한 각종 가축들을 기르는 축사에서나 맡아볼 법한 끔찍한, 그리고 극히 비위생적이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불쾌한, 수십 톤의 농작물이 썩어가는 악취를 한 점에 집중시켜둔 것 같은 해괴망측하기 그지없는 악취가 나를 감싸고 돌며, 어느 정도 악취에 단련되었다고 생각한 내 의식을 저 너머로 날려버릴 기세로 내게 고통을 주며, 내 속을 완벽하게 뒤집어놓았다.


"...우웁...! 써... 썩은...! 크웁...!"


"크크... 정신 차리시지? 이제 겨우 첫 방인데, 벌써 그렇게 뻗어버리면 이쪽도 재미가..."


(휘리리릭-! 쿵!)


"으극...!"


"...없다구!"


(퍼억-!)


"...!"


덩굴줄기에 묶인 내 몸이, 순간 공중으로 붕 떠올라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졌다. 욱씬거리는 감각에 정신을 못 차리던 나는 이리저리 몸부림을 쳤고, 그와 동시에 내 주변에 피어나있던 꽃들이 동시에 악취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부스럭- 푸스스- 파스스슷-!)


뿟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콜록...! 냄새... 으윽...! 벗어나야...!"


(파슥- 빠직!)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끄으윽...! 냄... 콜록... 머리아파... 덩굴을 끊...!


(빠직- 파스슷-!)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랍!


"끄...크으으극...! 지독해...!"


...그 꽃들에서 터져나오는 맹렬한 악취는 어느 방향으로 손을 뻗든지, 수류탄이 빵빵 터지는 것 처럼 마구마구 터지며, 내 의식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로 날 괴롭혔고, 눈물까지 한 방울 찔끔 나려던 찰나에, 클라라가 순식간에 날아와 내 안면에 걸터앉으며,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헤헤... 악취 속에서 뒹굴고 나니 온 몸이 흙투성이네? 어쩔 수 없지~ 마음씨 고운 내가..."


(꾸르르루루르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세...세상에서 가장 불길하고 쎄한 소리... 설마...!


"...바람으로 전부 날려보내줄게!"


"잠...!"


뿟뿌풋-! 뿌프프프프프르르르브프프프브브브브브프프프프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다다닥! 뿌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뿌푸브브드드드드득! 푸귀리릿-! 뿌뷔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릵!


"...으...으으윽...!"


"다들 꽃향기가 향기롭다고 하던데... 흐응...!"


뿌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부루르르르브르프프브브브르르르르륵!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뿟부푸브프브드드브프브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라플레시아라던가, 아니면 타이탄 아룸이라던가... 그런 꽃향기를 맡아보면... 말이지...!"


뿌브브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르르르르르브프프르르브프프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부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뤼리리리비피피디비피디디디디디디디딕! 뿌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뷰퓨푸브븝프프드브프브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헤헤... 절대로, 그런 말은 못할걸...!"


뿌와아아아아아악! 뿟뿌웅! 뿌프브브프드즈즈프즈즈즈브브르즈프즈즈즈즈즈즈즙-! 뿟푸루부퓨뷰뷰쥬뷰퓨뷰뷰쥬쥬즈르븝프프브드드드프브드프브르브르드드드득!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부부류류뷱! 뿌뷰쥬쥭!


"...응... 하아... 다행이네. 후우... 또 팬티 버릴 뻔 했는데. 섬유질을 많이 먹으면 그만큼 가스가 축축해지거든."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인 말을 하며,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 리터의 유독가스를 쏟아낸 그녀는, 가소롭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방금 전에 그나마, 그나마 한 발 빼고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섰으면... 후우...


"후후... 항복할래? 실력차이가 좀 느껴지지 않아? 초보자의 쉼터나 슈퍼겁쟁이의 쉼터... 이런 곳으로 보내줄까? 푸후후..."


...후후... 그래, 지금 실컷 웃어두라고. 클라라.


"콜록... 콜록... 우우욱..."


"참 별거 없네. 그렇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


"...난 아직 내 진짜 힘은 발휘하지도 않았다고."


"웃기시네. 그럴 힘이 있다면 지금 내 엉덩이 아래에서 탈출이나 해보시지?"


"굳이 탈출할 필요가 있나? 난 지금 이 상태에서도 널 이겨먹을 자신이 있다만."


"...뭐가 그리 신나서 짜증나게 웃는 거야...!"


"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다들 평온하고 온화하던데, 넌 뭐... 성격이 영 별로네. 아, 혹시 취미가 식물을 길러서 방귀로 썩히기라도 하는 게 취미인가?"


"...이게...!"


"왜? 그렇지 않고서야 뭐, 이렇게 방귀냄새가 구릴 이유가 없잖아? 제법 합리적인 추론 같은데? 이래서야 뭐 사귀자고 할 남자도 없겠어?"


"...이런 씹...! 닥쳐! ...그래, 원한다면 말이지! 내 독한 방귀냄새로 기절시켜주지!"


"...근데 말이야, 이런 같지도 않은 도발에 넘어가는 그 성격부터 고쳐야겠다?"


"...뭐야?"


"...타앗!"


(슈팡-!)


"...맞다...! 초가속을...!"


빠르게 거리를 벌린 나는, 클라라가 다시 공격해오기 전에, 그녀에게 내 손에 피어난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도발이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 몰랐거든. 자, 조금 공평하게 싸워볼까!"


"부...불?! 어떻게...?!"


"일단 이 걸리적거리는 꽃부터 치우고 시작하자고!"


(화륵- 투콰앙-!)


"으윽...?! 방화림을...!"


(화르르르르르륵-!)


순식간에 경기장이 불에 휩싸였고, 클라라는 몸을 나무로 감싸 불길을 피했다.


뭐, 나야 뭐 물도 있고, 얼음도 있고... 화염 조작 능력을 습득한 이후로는 불도 별로 뜨겁게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폼이나 잡기로 했다.


"...경기장이 이렇게 황량하고 삭막한 곳이었나."


"...용서..."


"...응? 어디서..."


바로 그 순간, 불꽃이 한 차례 지나가고, 잿더미가 바람에 휘날려 어지러운 경기장 저편에서, 거대한 나무가 내게 날아들었다.


(쐐애애애액-! 콰작-!)


"...이크...! 저거 맞았다간 어디 한 두 군데 다치는걸로 안끝나겠네...!"


(팡-! 콰지지직!)


"...용서 못해...! 내 식물들을...! 너, 제대로 날 열받게 했어!"


"...봐줄 생각은 없지?"


"그걸 말이라고 해?! 나무로 흠씬 때려주고 가스중독으로 보건실에 실려갈 때 까지 괴롭힐거니까 각오해!"


설마... 화가 있는 대로 나서 초능력이 더 강해진건가...?


(쾅-! 콰광! 콰광-! 쾅!)


"...으아아...!"


사방에서 거대한 나무들이 프레스기처럼 나를 짓누르려는 듯 날아들었다. 경기장은 서서히, 그녀가 마구잡이로 자라나게 한 통나무들로 인해 좁아져왔고, 점점 더 압박감이 느껴지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우...! 무진장 강하네..."


"그만 도망치는게 어때? ...솔직히 인정해줄게. 이렇게 오래 버틸줄은 몰랐단 말이지. 그러니까, 괜히 성질 긁지 말고 항복하라고."


"글쎄. 항복 대신 감사를 표해야겠는데. 내가 유리한 필드를 만들어줘서 말이지."


"...방화림의 개념을 모르는구나? 원목은 불에 잘 타지 않아. 수액, 그리고 줄기를 타고 흐르는 물. ...괜히 숲에 이런 나무들로 만들어진 방화림이 있는게 아니거든."


"...뭐...?!"


나는 한껏 당황한 척을 하며, 일부러 겉만 요란한 불덩이를 급조해서 던지며 펑 터트렸다. 거의 멀쩡한 나무를 보며 당황하는 척을 하자, 클라라는 씩 웃으며 말했다.


"...보건실에서 좀 쉬다고 왔다며? 침대 편했지? ...몸소 거기로 다시 보내줄테니 고맙게 생각하라고!"


(쿠구궁-!)


...좋아. 완전히 방심했군. 좋아! 그래...! 그 통나무를 휘둘러 찍어보라고!


(쉬익-!)


"...흐음...!"


(쿵-!)


-------------------------


"...이야아... 저건 좀 아프겠는데?"


"하현아...!"


한편, 밖에서 보던 여학생들은, 오랜만에 보는 그 파괴적인 일격을 보며 다들 깜짝 놀라며 웅성거렸다.


"...하현아..."


특히, 하현이 통나무에 직격당하는 것을 본 민지는 숨이 턱 막혀오는 듯 했다.


"...기절...했나...?"


"...액체로 바꿔서 피했다면... 물이 튀었겠지. 하지만..."


혹여나 하현이 잘못되었을까, 민지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걱정 마. 야, 이 장비가 보통 장비냐? 덤프트럭에 치여도 몸 괜찮게 만들어주는 장비잖아~"


"...그래도..."


"내가 대신 말해줄까? 클라라~! 민지 남친 안다치게 살살 좀 해~!"


"...넌 진짜 친구 아니고 웬수야 웬수..."


-------------------------


"살벌한 공격이네, 클라라? 언제 봐도 대단하다니까? 자, 승자는...!"


(쩌적- 쩌저저적-!)


"...줄기 껍질이...?"


(촤아악-!)


"...무...물?!"


"해방이다!"


"무...뭐야?! 어떻게...!"


"설명은 나중에 듣고! 이거나 받으셔!"


수액, 물과 함께 나무 줄기를 찢고 뛰쳐나와 액화되었던 몸을 다시 굳히며, 당황하는 클라라를 향해, 나는 물과 덩쿨줄기를 쏘아보내고, 꽁꽁 얼려 움직임을 봉인했다.


(촤라라라락-! 푸슛-!)


"으긋...?!"


"으랏챠!"


(촤르르르르륵- 파과작-! 주루룩-!)


"으윽...?! 어떻게...!"


"불을 막겠다고 방화림 조성에 사용하는 나무로 공격을 한 건 좋았는데 말이지... 까먹은 모양이네?"


(꽈드드드... 꽁꽁...)


"...액체 조작 능력 말이야. 헤헤..."


"그렇지만... 그 빈틈없는 생목 사이를...!"


"성장했거든. 이렇게."


난 나무, 덩쿨, 꽃 등의 다양한 식물로 변하는 내 몸의 일부를 보여주었다. 놀라는 클라라에게, 난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액체로 몸을 바꾸면 이리저리 튈 거 아냐? 조용히 몸을 덩쿨 줄기로 바꾸고, 내가 기절했을거라고 방심한 틈을 타 나무 줄기 속으로 빠르게 파고든 다음, 그 굵은 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을 타고 빠르게 이동한 다음... 약한 부분을 깨고 나왔지."


"...제...젠장...! 이익...!"


"못 움직일텐데. 극히 차가운 환경에선... 알잖아. 식물의 생장도 느려진다고."


"...에이... 씨...! 하아..."


서서히 사그라드는 식물들을 보며, 메이 링 선생님은 감탄을 하며 내 승리를 선언했다.


"...우와... 향방을 가르기 힘들었던 역전승이네! 승자는... 유하현!"


"...후우! 지는 줄 알았네."


"...너, 뭐하는 애야..."


"...글쎄. 나도 그건 잘 몰라서. 그럼 먼저 실례해볼게. 그리고..."


조금의 매너 정도는 갖추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내 능력을 해제하며, 그녀가 바닥에 부드럽게 내려앉을 수 있도록, 자존심이 상할 것 같지 않은 선에서 약간의 배려를 해주며 그녀에게 솔직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 인상깊었어. 식물을 쓰는 능력자들은 구조나 보호에만 집중한 능력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화끈한 누님같은 스타일일줄은 몰랐거든. 많이 배웠어. 클라라."


"...뭐, 고생했어. 너도. ...다음번엔 호락호락하지 않을테니, 각오하라고."


"그래. ...아, 민지야! 읏...!"


"다친 데 없지? ...놀랬잖아! 바보야!"


"아하하... 말했잖아. 너 걱정시킬 일은 없게 하겠다고."


"...으으... 진짜 너 다치는 줄 알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


"뭐, 중간부터 승리를 반쯤 확신해서 말이지."


...사실 안심시키려고 하는 블러핑이지만... ...아, 당사자가 다가오는군.


"...흐음..."


"클라라. 대련만 하면 흥분하네."


"그치만... 이 순간만큼은 나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걸."


"...너무 스스로를 옥죌 필요 없잖아. 굳이 대련의 순간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말이야."


"...그치만... 히어로 이미지 신경도 좀 써야 하고..."


"클라라... 라고 했지? ...화끈한 성향의 히어로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많잖아. 더 열혈이고, 믿음이 가고. 민지처럼 말이야."


"...에에?! 그치만... 클라라는 몰라도 난 그렇게 화끈한 성격이 아닌 것 같은데?"


"글쎄... 내가 보기엔 누구보다도 뜨거운걸?"


"앗...! 으으응... 바보야... 남들 보는 앞에선 좀 참으래두...♡"


"...둘이 그냥 나가서 해줄래? 흥..."


자연스럽게 염장을 지르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자, 클라라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볼을 부풀렸다.


"에헤헤... 미안미안...."


"...흐응... 민지 너, 솔로 동맹 맺을 땐 언제고 남친을 홀랑 만들어?"


"그으... 그랬긴 했지만? 아하하... 그... 놓치고 싶은 남자가 아니라서..."


"...드라마를 너무 봤구나. 민지야. 풋... 뭐, 그래도 되게 괜찮은 남자애긴 하네. ...흐응... 근데 너, 능력이 구체적으로 뭐야?"


"...음.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한데..."




-------------------------------




"...그게 내 추측이야."


"...어떠한 능력자든... 그 방귀냄새를 진하게 들이마시거나 하면... 그 능력을 카피해서 쓸 수 있다? 무슨 커비야? 게임 속 주인공 같네."


"...엄밀히 따지면 커비 상위호환이지. 커비는 능력 하나만 쓸 수 있지만..."


나는 한 손에 타오르는 불, 그리고 다른 손에 덩쿨로 감싼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모든 능력을 동시에 모두 활용 가능하니까."


"...우와. 그거 완전 말도 안되는 특급 초능력 아냐?!"


"...그럴지도. ...그래서 능력을 발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여기까지 빠르게 올라올 수 있었던 거고."


"...되게 신기하고 말도 안되는 능력이네에..."


"우리 남친 신기하지? 더 신기한 건, 몇 번 사용해보기만 해도 금새 익숙해져서 마치 자신이 원래 가진 능력처럼 활용한다는 거야."


...테르나 쌤의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을 생각해보면 조금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이 정도면 뭐.. 그런 것 같다. 괜히 내 어깨가 쑥 올라가는 기분인걸.


...그나저나, 이제 남은 경기가... 두 번 남았으려나 나는. 모든 경기를 이긴다는 가정 하에... 32강, 16강, 8강, 4강, 결승... 이렇게 될 테니까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이러면...


"...그러고보니 다른 여자애들 능력을 모르겠네."


"궁금해?"


민지는 피식 웃으며 날 콕콕 찔러댔다. ...좀 많이 귀엽네... 아니, 아무튼... 난 내 생각을 말했다.


"...몹시 궁금하지. ...뭐라고 할까... 음... 엊그제 까지만 해도 초능력이랑은 백만광년 떨어져 있던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 처한 것 자체가 신기해. 시골 살다가 서울 처음 올라온 사람처럼... 아, 이제 남은 애들은 무슨 능력을 사용하는지 궁금한데..."


32강에서 비올라를 이기고, 16강에서 루시를, 그리고 8강에서 클라라를 이긴 입장에서, 남은 4강에 올라온 나머지 세 명의 상대가 매우 궁금해졌다. 과연, 그녀들은 얼마나 강한 능력자일까?


"음...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알려줘도 되려나? 좋아. 알려주지. ...그건..."




--------------------------------------------------------------------------------------




일주일만에 세편 뚝딱 끄적여온 기적의 창작욕... 이라기보다는 그냥 이 활자덩어리가 뇌절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기분이 들고 이슮... 나어떻게핢... 그냥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거 세개 묶어서 대회 참여나 한번 해볼까... 뭔가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편에서 주인공이 얻을 두 개의 추가 능력을 뭘로 해줄까 아이디어를 받고 싶은데 댓글로 많은관심부탁핢... 자고 일어나서 보게슮... 지금 진짜 보강수업까지 들으면서 잠 안자려고 카페인 존나 때렸더니 후유증이 한번에 ㅁ몰려와서 지금 오타검수도 못하고 올리는거라 오타도 개많음 고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