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사건 직후 하이퍼테스트를 다시 보러 가던 날. 낯선 요원이 안내하긴 했지만 둘은 서로가 있기에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 이후 오랜만에 밥을 든든하게 먹어서 졸음이 올 정도였다.


테스트장은 지역 보건소 근처, 한적한 공원 옆에 위치해 있었다. 안은 치과 로비와 같이 은은하고 아늑해 보였다. 다른 점은 아무리 강한 방향제로도 덮을 수 없는 구린 냄새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게 오히려 안심되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가람이는 설문지를 들고 혼자 측정실로 들어갔고, 나루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소년은 처음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푹신한 소파에 앉으니 잠이 쏟아졌다.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집에서도 계속 부모님에게 질문 공세를 받느라 바빴는데 이 얼마만의 고요인가.


그렇게 눈꺼풀이 완전히 감길 찰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온 건 둘과 비슷한 한 쌍의 소년과 소녀. 차이점이라면 소녀는 짧고 곱슬한 머리를 하고 가람이에 비해선 키도 크고 훨씬 에너지가 넘쳐 보였고, 소년은 반대로 나루보다도 작지만 기는 전혀 부족해보이지 않았다. 화장만 진했다면 일진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아 진짜 해야 되냐..." 곱슬머리 소녀는 목소리도 훨씬 털털했다. 하지만 이런 면에 대해선 아직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았다.


"약속했잖아." 소년은 그런 친구의 등을 겁없이 떠밀어 직원 앞으로 향했다.


결국 그 소녀도 절차를 밟고, 설문지를 들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똑같이 친구를 뒤로 한 채. 들어가는 걸 보고서야 그 소년은 한숨을 쉬고는 나루와 같은 소파에 앉았다. 물론 거리는 좀 떨어져서.


"너도 여자친구가 하이퍼라서 온 거야?"


"어? 여자친구... 는 아니고, 그냥 여사친이야. 쟤랑 사귀는 건 상상만 해도 힘들어... 마음이도 힘들 거고." 키 작은 소년이 말했다.


"마음이?"


"응. 아까 들어간 그 새끼 이름. 그리고 내 이름은 머피야. 머피의 법칙 할 때."


머피의 말투 또한 상당히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강하게 느껴졌다.


"내 이름은 나루야. 지금 안에 있는 내 여친 가람이 측정하려고 같이 왔어."


"가람? 걔는 측정하러 가자니까 순순히 왔어?"


"사고 내서 측정하러 온 거야. 혹시 너도 봤어?"


"그 지하철?"


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정도면 할 말 없긴 하네. 근데 마음이는 누가봐도 하이퍼인데 계속 가기 싫다고 해서 겨우 끌고 온 거라니까..."


"왜? 털털해 보이던데."


"엄청 깔끔떨어."


"가람이랑 반대네. 가람이는 엄청 순수해 보이는데 알고보면 무지 더럽거든."


둘은 키득댔다.


"지하철 사건 보니까 보통이 아니던데, 그런 하이퍼랑 사는 건 어때?"


"좋아. 가람이만의 매력이니까."


"난 개같던데. 아니 똥개도 그렇게 푹 썩은 냄새를 매일 코앞에서 몇번이고 갈기면 도망가겠다."


"그래도 너도 좋아하니까 계속 같이 있는 거잖아. 친구로써든 이성으로써든."


"그냥 차선책이지. 그나마 내 머피의 법칙을 감당해 주는 게 그 녀석밖에 없으니까."


"머피의 법칙, 그런 게 진짜 있어? 그냥 선택적 기억 아니야?"


"혼자서 지하철역 전체를 채우는 방귀를 내뿜는 사람도 있는데 머피의 법칙이라고 없을까."


"그렇겠네."


머피는 느긋하게 하품이나 하는 나루의 태도를 색다르다 생각했다. 다들 머피의 법칙 하면 가까이 오지 말라던가 호들갑을 떨기 마련인데. 하긴, 그 어마어마한 사건을 견뎠는데 뭐가 무섭겠나.


"혹시 견디는 팁같은 거 알 수 있을까?"


"음... 물이든 침이든 계속 입에 머금고 있어. 더 더럽게 느껴질 순 있어도 냄새 중화하는 데엔 딱이야. 그리고..."



조금 더 얘기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났다. 마침내 방문이 다시 열리고,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원피스를 털며 나왔다. 찰랑이는 긴 생머리와 방귀의 방자도 모를 거 같은 순수한 얼굴에 머피는 눈을 떼지 못하는 듯 했다.


"와, 저번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데. 가스가 이정도로 많아진 줄은 몰랐네..." 가람이는 기지개를 펴며 어느때와 같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쟤가 가람이야?"


"응. 여기는 머피. 하이퍼 여사친이랑 같이 왔대. 좀 있으면 나올 거야." 나루는 서로를 소개시켜 주었다.


"머피의 법칙 할 때?"


"맞아."


"특이하네. 친하게 지내자!"


반갑게 손을 흔드는 가람이의 모습에 머피도 손을 흔들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얼떨떨했다. 교과서에서 튀어나온 것 같이 산뜻한 이 소녀가 지하철 사고를 벌인 하이퍼라고?



곧이어 옆문이 열리고 파마를 한 소녀가 나오자, 머피는 바로 그쪽으로 뛰어갔다. 나루처럼 바로 착 붙지는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얘는 누구야?"


"여기는 가람이랑 나루, 우린 나랑 마음이."


"마음? 예쁜 이름이네. 난 한가람이라고 해, 친하게 지내자!"


나루는 흘낏 보기만 하고, 마음이는 바로 가람이게 눈을 돌렸다. 분명 둘 다 웃고 있었지만 눈싸움이라도 하는 듯 오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물론 나루는 마음이의 눈매가 가까이서 보니 꽤 날카롭다는 거 빼고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 너도 하이퍼인 거지?"


"당연하지!"


"잘됐네. 그럼 우리끼리는 방귀 마음대로 터도 되는 거지?"


그리고 마음이는 보란 듯 한쪽 다리를 살짝 굽히고, 물꼬를 텄다.


푸푸우우우우우우르르르르르르륵~!!


분명 검사장에서 다 빼고 나왔을 텐데, 직장인 여성이 하루종일 참다 집에 도착해 뀐 듯한 방귀가 분홍 스커트를 산들이며 뿜어져나왔다. 마음이는 손으로 배를 지그시 누르며 로비에 퍼져나가는 썩은 계란 냄새를 만끽하였다.


머피는 잠시라도 안전할 줄 알았는데 벌써 다시 시작된 고문에 마음이를 가볍게 쳤다. 물론 마음이는 반격했고 말이다. 역시 이게 하이퍼였다.


하지만 가람이와 나루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래? 나루하고 말고 친구끼리 방귀 튼 건 처음인데. 나야 좋지~!"


가람이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마음이와 완전히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뿌푸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다다다다다당~!!!


가스량, 냄새, 소리, 세기 모두 차원이 달랐다. 로비 전체에 울리는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가람이의 훨씬 긴 원피스가 12초간 역동적으로 휘날리는 모습을 다른 하이퍼 소녀는 멍하니 보고 있었다.


어느새 썩은 고기와 똥냄새로 가득 찬 로비 안엔 정적만이 흘렀다. 하지만 가람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끝나고 10초가 더 지나서야 마음이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멈추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 나도 그정도는 할 수 있지. 근데 방금 너무 영혼까지 빼고 와서..."


"맞아. 이 정도는 뀐 것도 아닌데..." 가람이도 동감했다. 같이 온 두 남학생은 기침하며 정신을 차리기에 급급하고 있었지만 상관할 바 아니었다. 여기서 끝낼 순 없었다, 마음이는 제안했다.


"배고프지? 뭐라도 먹고 하자." 


"그거 좋지! 넷이서!"


"주위에 경치 좋은 벤치 있잖아. 거기까지 달리기 내기 콜?"


"ㅁ-무슨 내기?"


"마음아-"


"시작~!"


말릴 새도 없이 마음이는 문을 나서자마자 달리기 시작했고, 긴머리 소녀도 서둘러 뒤따라 달렸다. 두 남학생은 기침을 몇 번 더 하고서야 뒤늦게 통제불능이 된 하이퍼 친구들을 쫓아갔다.


결과는 뻔했다. 학교 운동부이자 온갖 머피의 법칙을 빠져나온 마음이는 벤치에 다리를 꼬고 앉아 몇 미터는 뒤쳐진 영화광 가람이를 기다렸다.


"좀... 천천히..."


"에이, 하이퍼가 그리 체력이 약해서 되겠어? 방귀도 오래 뀌려면 스테미나가 필요하다고!" 마음이는 소리쳤다. "1대 1!"


"그렇긴 한데 뛰면... 내 배가..."


가람이는 겨우 벤치에 손을 대자마자, 그대로 무릎을 꿇고 괄약근을 놓았다. 그 뒤에 달려오는 불쌍한 두 남학생은 생각할 틈도 없이.


뿌푸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코끼리가 울부짖는 듯한 웅장한 소리와 함께 베이지색 원피스 속 엉덩이에서 진노란색 가스가 터져나왔고, 머피와 나루는 그 태풍에 정면으로 휩쓸렸다. 분명 10m가량 떨어져 있는데도 썩은내가 온 몸을 휘감아 퇴비에 뒤덮인 느낌을 받았다.


나루는 그나마 익숙했지만 머피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힘들게 적응한 마음이의 냄새와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크기도 농도도 차원이 다른 가람이의 방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정말 머피의 법칙 따위는 비할 게 못되는구나.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아 구역질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는 배 안아픈 줄 알아?"


푸푸우우우우르르르르르르-


이에 질새라, 마음이도 일부러 엉덩이를 조금만 벌려 최대한 소리가 크게 뿜어냈지만,


~뿌다다다다다다당푸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라라락~!!!


이번엔 완전히 씹히고 말았다. 똥이 다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졌을 때도 이정도로 기분나빴던 적은 없었다. 더 짜증나는 건 저 소녀는 아직도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표정이었단 것이다.


총합 1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가람이는 숨을 깊게 내쉬고 일어났다.


"그래. 네 말대로 체력 좀 기르긴 해야겠다."


그 뒤로는 나루가 겨우 정신을 차린 머피를 부축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말했다시피 저 녀석들은 관심 밖이었다.



"너 진짜 검사장에서 다 안 빼고 온 거 아니야?" 마음이가 물었다.


"다 뺐지. 나도 청소날 끝나고 이정도로 뀐 적은 없는데..."


"이것도 머피의 법칙 때문인가. 나도 이상하게 저녀석 옆에 있으면 없던 가스도 차는 거 같거든."


"그래? 뭐, 우리끼리면 - 뿌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르르르르르륵~!!! - 상관 없잖아."


역시 정면승부로 저 청순한 가면을 쓴 더러움의 여왕을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마음이는 재빨리 아이디어를 냈다.


"검사하고 왔더니 배고프다. 내가 빨리 뭐라도 사올게."




남학생들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즈음, 편의점에서 돌아온 마음이의 가방엔 불닭볶음면 6컵과 바나나우유 4팩, 추가로 갖가지 삼각김밥과 빵, 계란이 들어있었다. 


"불닭? 나 매운 거 잘 못 먹는데..."


가람이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빙고, 마음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포기하던지. 내가 다 먹을게. 2대-"


"아니."


갑자기 바뀐 가람이의 말투에 모두가 흠칫했다.


"가람아, 저번에 억지로 먹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잖아-"


"우유도 있는데 뭐. 겁나?"


가람이는 나루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지하철에서와 똑같은, 미소와는 전혀 다른 압박감에 나루는 고개를 휘저을 수밖에 없었다.


"ㅇ...아니."


"그래. 라면은 나랑 가람이는 2개, 너희는 1개씩. 우유는 모두 한팩씩, 나머지는 먼저 고른 사람이 임자!"


그 말과 동시에 마음이는 계란 4개를 잽싸게 집어 까기 시작했다. 가람이는 서두를 것 없이 라면 물을 붓고 크림빵부터 오물오물 먹어나갔다.


"접근제한 표시라도 달아야 하는 거 아니야..."


가람이를 대신해 나루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만 보면 더없이 끈끈하고 풋풋한 학생들의 소풍 같겠지만, 소녀들의 치마 아래선...


뿌우우우드드드드득! 푸으으으으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슥~!!


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푸우으으으으르르르르르르르륵!!


매운 음식은 그 자체로 가스를 많이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에 자극을 주어 빨리 뭐든 내보내 자극을 줄이라고 다그친다. 그리고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하이퍼 소녀에겐 그 자극은 몇 배가 되어 압박했다. 나루 것까지 빌려 쉴새없이 우유를 마셔대긴 했지만, 설상가상으로 둘은 완전히 따로 작용했다.


푸우우우우스스스스스스스스뿌우루루루루루루루루룩!! 뿌우드드드드드드드득!!


반면 매운맛에 익숙한 마음이는 순식간에 불닭볶음면을 해치우며, 다리를 살짝 들고 밀려나오는 가스를 능숙하게 뿜어냈다. 역시 연료가 들어오니 본격적으로 배출이 시작되는 거 같았다.


뿌드드드드드뿌푸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푸어어어어어러러러러러러럭!!


소리를 줄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니 듣기만 해도 더러운 소리가 쉬지않고 마음이의 엉덩이에서 터져나왔다. 검사장을 똥냄새로 절일 기세로 뀌고 나왔는데 벌써 다시 이렇게 뿜어내는 게 전혀 마음이답지 않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모든 자존심을 버려도, 저 겉과 속이 180도 다른 소녀를 이겨내기엔...


뿌푸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라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뿌푸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드빠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마음이에게 들어간 불닭이 가스레인지에 붙인 불이었다면, 가람이에게 들어간 불닭은 화약저장고에 던진 불씨와 같았다. 쉴새없이 우유와 불닭을 번갈아 들이키면서도 귀여운 얼굴과 달리, 휘날리는 긴머리와 원피스의 끝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생화학 재해를 쏟아내고 있었다. 강가를 안개처럼 스멀스멀 뒤덮는 진노란색 가스만 봐도 엉덩이에선 얼마나 더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예상할 수 있었다.


일반인을 이곳에 던져놓으면 어제 먹은 것까지 토해내겠지만 마음이는 포기하지 않고 불닭을 들이켰다. 아니, 입에서 면을 떼놓는 순간 저 썩은내가 엄습할 것이기에 이 편이 나았다. 그렇게 5분도 안 되어서 마음이는 불닭 2컵을 모두 비우고 탁자를 쳤다.


"다 먹었다, 2대 1, 내가 이겼-"


뿌푸푸푸푸푸푸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랑뿌다다다다다다다닥~!!!


그러나 냄새가 본격적으로 입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머피가 자신의 방귀를 맞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뼈저리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코입이, 아니 온 몸이 대장 속에 갇혀 똥에 절여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저 소녀의 대장 속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심으로 걱정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이 그딴 건 전혀 신경쓰지 않듯, 매운맛으로 헥헥대는 가람이는 아무 생각 없이 원하는 자세로 어마어마한 가스를 뿜어내었다.


뿌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등~!!!


나루 쪽 엉덩이를 들고 몸을 살짝 기울이자 교실 한두개는 가득 메울 만한 뜨끈한 가스가 나루의 온몸을 휩쓸었고,


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앞으로 몸을 굽히자 뒷 배경이 온통 유황빛으로 물들었으며,


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러러러러러러러러더더더더더더더더덩~!!!


다리를 높이 들고 엉덩이를 앞으로 조준하자 지옥에서 불어온 바람을 맞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기본이 30초였다. 더이상 견주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자칭 학교 짱으로써, 온갖 머피의 법칙을 견딘 마음이로써 버텨야 했다.


그러나 그 때, 누군가 마음이의 품을 파고들었다. 

바로 머피였다. 승부에는 상관없이, 이 녀석이 의지하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걸, 마음이는 기억했다.


"그럼 차라리 내 가스에 파묻혀 기절하는 게 낫겠지?"


머피가 고개를 끄덕이는 듯 하자, 마음이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스커트로 머피의 얼굴을 묻고 마음껏 내보냈다. 물론 지금 긴머리 소녀가 뿜어내는 생화학무기엔 비할 바가 못 되었지만, 머피에겐 충분했다.


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슥~!!


그 광경을 본 가람이는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맞다, 아무리 대결이라 해도 받는 사람이 즐거워야지. 선수를 친 마음이를 인정하며, 가람이도 금단의 원피스 속 부드러운 엉덩이를 나루에게 갖다 댔다.


뿌푸푸푸푸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




눈을 떠보니 머피는 다시 검사장의 소파 안이었다. 꿈이었나 하기엔 냄새가 코와 입에 너무 생생히 남아있었다.


"어, 의외네." 그런 머피를 반대쪽에서 여학생 둘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옆을 보니 나루는 아직도 기절해 있었다. 마음이는 놀란 표정의 가람이를 자신만만하게 톡 쳤다.


"이것도 내가 이겼지! 3대 1!"


"나루야, 적응한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내가 더 오래 기절시켰으니까 - 뿌우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득!! - 내 포인트 아니야?"


머피는 더이상 뭐라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아까 강가를 오염시킬 기세로 뀌고도 아직도 소파를 부술 것만 같은 소리로 뀔 수 있다니.


"야, 근데 넌 어떻게 한번도 조용하게 뀔 수 없냐? 푹신한 소파에서 뀌었는데도 이정도야?"


"그러고 보니까 초등학교 이후로는 조용하게 뀌어본 적이 없는 거 같네. 한번..."


나루도 깨울 겸, 가람이는 최대한 다리를 벌리고 뀌어보았다. 


뿌우우우우르르르르르르륵~!!


푸드드드드드드드득!! 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라락!!-뿌우우우우우우웅!


"안되겠다, 가스가 너무 많아... 그래도, 덕분에 항상 경고되긴 하잖아."


가람이는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방귀와는 180도 대비되는 성격이었다.


"그럼 그것도 내가 이겼네. 기절시킨 거 너한테 줘도 3대 2! 최종우승 나!"


"그래, 마음대로 생각하던지." 머피가 말했다. "얘 심심하면 맨날 이래."


"다 재미로 하는 건데. 하이퍼 비교하는 게 뭔 의미야." 가람이는 나루와 팔짱을 끼고 그저 미소지었다.


"야, 그러니까 나만 나쁜 사람 되는 거 같잖아!"


"맞잖아."


"머피 너-"


"검사결과 나왔습니다."


그 때 직원이 두 소녀에게 각각 종이를 나눠주었다. 훔쳐보려는 머피를 밀쳐내고, 마음이는 얼른 읽고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었다.


"야, 나도 알아야 대처할 거 아니야!"


"몰라도 되거든!"


"그럼 가스량만이라도 알려줘!"


"...3.4."


"1 증가할때마다 일반인보다 10배 많이 뀐다는 뜻입니다."


직원의 말에 머피는 놀랐다. 


"그럼 34배나 되는 거야?! 가람이 너는?"


가람이는 담담하게 종이를 읽었다.


"94.5."


다른 모두의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했다.


"그게 사람이냐?!"


"난 이걸로 만족할게. 사람다운 하이퍼로."


머피와 마음이의 대화였다. 하지만 나루는 곧 볼이 빨개진 가람이를 껴안고 대답했다.


"맞아. 가람이는 사람 아니야. 방귀의 여신이지."






다음에 가람이 대청소날 쓸 거라

아이디어 있는대로 받음 (물론 캐릭터성은 조금 지켜서)